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44)
343화
맨체스터 M16 0SZ, 잉글랜드. 올드 트래포드, 99 서 맷 버스비 웨이. 호텔 풋볼, 올드 트래포드(Hotel Football, Old Trafford, a Tribute Portfolio Hotel. Old Trafford, 99 Sir Matt Busby Way. Machester M16 0SZ, England).
Keep the Dream Alive!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이곳, 호텔 풋볼 올드 트래포드는 굉장히 독특한 역사를 가진 장소다.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훈련장으로 사용 중인 캐링턴의 부지(敷地)를 소유했던 부유한 팬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선수들이 함께 만든 시설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투어를 돌던 개리 네빌은 미국의 한 경기장에서 영감을 얻곤, 당시 런던의 스태포드(Stafford)호텔의 지배인으로 있던 스튜어트 프록터(Sturart Procter)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바로 올드 트래포드의 바로 앞쪽에 호텔을 지어 팬들에게 맨유의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는데, 때마침 캐링턴의 지주와 해당 위치를 보유한 이가 똑같았다.
그래서 개리 네빌은 곧장 그를 찾아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황금 세대로 불리는 1992년 동기들과 함께 투자그룹을 만들어 호텔의 주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곳의 모든 객실에, ‘꿈의 구단’을 자처하는 맨유의 철학인 Keep the Dream Alive란 문구가 새기기로 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 역시, ‘꿈을 현실로 간직하라’는 문구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환상적이었습니다.”
“…….”
“이런 경기는…… 1년에 한 번 보면 많이 보는 거죠. 특히나 그의 포지션을 생각하면, 몇 년에 한 번 나올 경기였습니다.”
“…….”
펩 과르디올라는 마치 행복한 꿈을 꾸고 난 사람처럼 보였다. 문구에 고정된 눈빛은 어린아이처럼 초롱초롱하게 빛났고, 입가에 걸린 미소 역시 순수함 그 자체였다.
이런 펩 과르디올라를 바라보는 노신사는, 껌을 씹는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다 앞에 놓인 잔을 들어 올렸다.
“그가 자네의 뮤즈로군.”
“글쎄요. 어쩌면 제가 그의 뮤즈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중요한 건 그게 아닌걸요.”
“후후후. 맞는 말일세.”
오늘의 이 만남은 미리 약속된 것이었다.
그러니까, 바이에른 뮌헨의 현(現) 감독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前) 감독이 만난 것 말이다.
이는 알렉스 퍼거슨의 제안으로 이뤄졌고, 둘의 만남은 2012년 뉴욕 이후 처음이었다.
“조금 어떤가? 경기 후 탈진했다고 들었네.”
“킬리안이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괜찮을 거예요.”
“스무 살에겐 힘든 경기였지. 뮌헨의 주장 완장을 달고 그렇게 뛴다는 건, 체력 그 이상으로 정신력을 소모하는 일이니까 말이야. 2차전에선 그를 쉬게 하는 게 어떤가?”
“큭큭큭큭. 생각해 보죠.”
퍼거슨의 농담에 웃음을 터뜨린 펩 과르디올라 역시 앞에 놓인 잔을 들어 올렸다.
두 사람은 지금 펩 과르디올라의 객실 안에서, 네온사인만이 켜진 올드 트래포드를 배경으로 삼아 질 좋은 레드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자네가 맨유를 맡아야 했어.”
“지금은 딱히 좋은 타이밍이 아니군요. 몇 년 뒤에 다시 이야기를 해 보죠. 일단은 그 전에, 에드를 클럽 밖으로 내쫓으셔야 할 겁니다.”
“…….”
“힘겨워 보이는군요.”
“패배를 경험한 날 아니겠나?”
만약 퍼거슨이 지금도 맨유의 감독이었다면, 오늘의 이런 만남은 당연히 이뤄지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맨유의 전 감독이 느끼는 아픔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알렉스 퍼거슨은 2시간 전에 끝난 경기를 지켜보며 슬픔과 쓰라림을 모두 경험했다.
“그나저나, 멋진 전술이었네. 그렇게 뒷공간을 넓게 남겨 두고도, 잘도 해냈군.”
“말했지만, 다온이 있어 가능했던 겁니다.”
“그가 계속해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보나?”
“글쎄요. 하지만 아마 아닐 겁니다.”
“내 생각도 그러하네.”
펩 과르디올라와 알렉스 퍼거슨의 관계는 조금 기묘하다.
둘은 서로를 상대하며, 흠모하는 마음을 키운 케이스다.
물론 펩 과르디올라는 전부터 퍼거슨을 인정해 왔지만,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알렉스 퍼거슨에게 펩 과르디올라는 그의 삶 속에서 있어 왔던 수많은 도전자 중에 하나였을 뿐이다.
하지만 두 번이나 챔피언스 리그 결승 무대에서 좌절하는 과정 속에서, 알렉스 퍼거슨은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에 매료되었고 그가 다음 세대 최고가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뒤부터는 펩 과르디올라는 알렉스 퍼거슨의 업적과 유산을 뒤쫓고, 알렉스 퍼거슨은 그런 펩 과르디올라가 맨유의 차기 감독이 되길 바라는 입장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바람은 닿지 않았고, 과거 뉴욕에서 만났을 때에도 퍼거슨은 펩 과르디올라가 축구계로 돌아올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당시 이렇게 말을 했다.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는 언제까지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을 맡을 생각일세.”]사실 여기엔 숨겨진 말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자네가 돌아올 결심이 들기 전까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 리 없었던 펩 과르디올라는 맨유가 자신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생각했고, 끈질긴 구애를 보인 첼시 FC와 치키가 있는 맨시티하고만 창구를 열어 두었던 거다.
그리고 차후 펩의 바이에른 부임 소식을 듣게 된 퍼거슨은, 자신이 매우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닫고 후회했다.
만약 자신이 그때 조금 더 제대로 솔직하게 말을 했더라면, 펩 과르디올라와 김다온을 동시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데려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더구나 FC 노르셸란의 구단주인 톰 버논은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카우트 출신이다.
SL 벤피카에서 뛰는 김다온을 설득해 맨유로 끌어들임에 있어, 또 다른 인맥 하나를 활용할 수도 있었다는 거다.
“뮌헨에서는 얼마나 있을 생각인가?”
“글쎄요. 일단 계약은 3년입니다.”
“3년 뒤에는?”
“일단 계약은 3년입니다.”
“……그렇군. 잘 알겠네.”
알렉스 퍼거슨은 사실, 펩 과르디올라에게 3년 후 감독직을 제안코자 자리를 만들었다. 만약 오늘 경기 결과가 뮌헨에 신통치 않았더라면, 좀 더 본격적으로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펩 과르디올라는 뮌헨에 속해 있는 것이 매우 행복해 보였다.
‘아니. 녀석과 함께하는 게 즐거운 건가?’
그것을 알 수 없었던 알렉스 퍼거슨은 시간이 더 늦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즐거웠습니다. 다음엔, 제가 초대하죠.”
“그러지.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네.”
“조심히 가세요. 당신은, 제게도 무척 중요한 분이니까요.”
“하하하. 잘 알겠네. 그럼. 승리를 축하하네.”
“고맙습니다.”
호텔의 복도를 걷던 퍼거슨은 문득, 지난날이 떠올랐다.
‘그땐 분명 꼬마였는데 말이야.’
아네르스 리네고르의 에이전트와 함께 올드 트래포드를 찾았던 17살 김다온의 모습이, 알렉스 퍼거슨에겐 지금도 눈에 선했다.
당시 퍼거슨은 톰 버논의 추천으로 김다온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짧게나마 훈련 영상을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땐 다른 신경 쓸 것들이 많아, 잠깐 복도에서 만나 인사를 건네곤 돌아선 것이 전부였다.
‘나는 왜…….’
왜 그때, 조금 더 대한민국의 어린 수비수를 신경 쓸 수 없었던 것일까? 왜 그때, 클럽에 부탁을 해 그를 헐값으로 영입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톰 버논의 관계라면, 일단 영입을 한 후에 임대로 노르셸란에 둘 수도 있었을 거다.
물론 신이 아닌 이상 미래는 알 수 없고, 당시엔 그 누구도 김다온이 현재의 위치로 올라설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FC 노르셸란의 사람들도 말이다.
하나 제아무리 현명한 이라도, ‘가지 않은 길’을 돌이켜 보며 후회하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다.
그 역시, 인간일 테니까.
탁-!
“늦으셨군요. 술을 많이 드셨습니까?”
“아니. 그건 아닐세. 얼른 가지.”
“네.”
검은색 세단에 올라탄 알렉스 퍼거슨이 호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운전기사에게 집으로 갈 것을 재촉한다.
복잡한 심경으로 차창 밖을 내다보던 알렉스 퍼거슨의 눈에, 인근 도로 앞 벽에 새겨진 빨간 글씨가 들어온다.
FIRE MOYES!!
(모예스를 잘라라!!)
분명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데이비드 모예스가 맨유의 차기 감독이 되는 것이 가장 좋아 보였다. 그래서 퍼거슨은 팀의 보드진에, 그가 아니면 안 된다고 주장을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고, 에드 우드워드를 포함한 그의 세력은 맨유에서 퍼거슨이 가진 영향력을 밀어내는 데 추진력을 얻었다.
이제 퍼거슨은 경기 후 우드워드의 말을 떠올린다.
[“당신의 잘못입니다.”] [“…….”] [“당신이. 우리 맨유를 파멸로 이끌었어요.”] [“…….”]누구도 알렉스 퍼거슨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없지만, 안하무인의 대명사인 에드 우드워드는 아니었다.
퍼거슨 역시 그런 말은 처음이었기에, 당황하여 얼굴만 붉힐 뿐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은 화마저도 가라앉아, 끊임없이 자문해 볼 뿐이다.
‘내가? 맨유를?’
그 어느 때보다 스스로가 초라해진 알렉스 퍼거슨의 눈은 어느새 슬픔을 한가득 담고 있다.
***
2014년 4월 3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감독실.
펩은 내가 다음 경기에서 뛰지 않을 거라고 했다.
“왜죠?”
“두 가지 이유야. 로테이션. 그리고 자네.”
“……저요?”
첫 번째 이유는 이해했지만, 두 번째는 그렇지 않다.
난 평소와 전혀 다를 것 없는데 말이다.
“자네의 반박을 듣기 전에, 먼저 묻도록 하지. 어제는 어떻게 보냈나? 그러니까, 뮌헨으로 돌아온 다음에 말이야.”
“어제요? 그야…….”
경기 후 하루를 올드 트래포드의 바로 앞 호텔에서 보내고, 우린 곧장 전용기를 타고 뮌헨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난.
“잤어요.”
“몇 시부터?”
“음, 대강 다섯 시부터일걸요?”
“그리고 일어난 시간은?”
“오늘 아침 일곱 시요. 대체 그게 무슨 상관이죠?”
나의 질문에 펩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감독실에 있는 화이트보드의 앞에 섰다. 그러곤 펜을 집어 들더니, 무언가를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
그 모습은 마치 선생님 같았는데, 평소에도 자주 보던 모습이라 익숙했다.
“내가 알기론, 자넨 늦어도 10시쯤 잠이 들고 새벽 6시쯤 눈을 뜨지. 맞나?”
“네.”
“좋아. 자네는 하루 평균 8시간을 자는 거야.”
“…….”
화이트보드 속 다양한 독일어가 적혀졌는데, 나는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사전의 도움이 필요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쓰이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계속 펩의 말을 들었다.
“인간은 잠을 자며 회복을 하네. 하지만 단순히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라면,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하지만 우리에겐 잠이 필요하지. 왜일까?”
“……어, 살기 위해서요?”
“틀린 답은 아니야. 하지만 내가 바라는 답도 아니지. 그건 바로, 이것들 때문일세.”
탁-!
펩이 적은 단어들은 각각 ‘선택적 주의력(Selektive Aufmerksamkeit)’, ‘분산적 주의력(Geteilte Aufmerksamkeit)’, ‘방향설정 주의력(Aufmerksamkeitsorientierung)’, ‘집중력(Konzentration)’이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마지막 집중력을 빼면, 모두가 생소한 것들이다.
“축구를 하며 소모되는 것은 체력뿐만이 아니야. 정신력도 함께 쓰이지. 조금 더 쉽게 말을 하면, 몸만 쓰는 게 아니라 머리도 함께 쓴다는 거야.”
인간의 뇌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정보 처리를 무의식중에 진행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뇌에는 피로가 오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면이 필요하다.
특히 축구와 같은 팀 스포츠를 하게 되면, 우리의 뇌는 일상생활 대비 수십만에서 최대 수백만 배에 달하는 업무 처리를 해야만 한다.
이때 사용되는 것들이 저 네 가지 영역인데, 중요한 건 저것들이 소모되면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어제 자네가 잠을 많이 잔 게, 바로 그 증거지.”
“하지만 전 멀쩡한데요.”
“자네야 그렇게 느끼겠지만, 그건 자네가 알 수 없어. 사실, 누구도 알지 못하지. 지금까지 인류가 알고 있는 뇌의 영역은 고작 2%밖에 되지 않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최소 나흘은 필요하다는 거지.”
손바닥을 가볍게 문지른 펩이 다시 자리로 돌아오고, 난 계속해서 그를 쳐다봤다.
맞은편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은 펩은 날 뚫어지라 쳐다보았는데, 지금 보고 있는 그의 표정은 근래에 보기 드물었던 행복한 감정을 가득 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부모님이 나를 볼 때 같았는데, ‘아이고 내 새끼 예뻐라.’라고 말하면 딱일 거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이틀 전은 정말로 훌륭했네.”
아닌가?
“자네는 이 팀에 가장 중요한 존재야. 그리고 난 그런 자네를 계속해서 좋은 컨디션으로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어. 리그에서는 이미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피언스 리그는 현재 진행형이지. 원정에서 2:0으로 이겼지만, 홈에서 0:3으로 지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네. 그러니, 난 자네에게 휴식을 주고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2차전에서 뛰게 하려고 해.”
“……네.”
“그 대답은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겠나?”
“혹시 제게 다른 선택지가 있나요?”
“큭큭큭. 아니. 없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펩은 이번엔 무조건 나를 아우크스부르크 원정 명단에서 제외할 것이다.
그러니 억지로 의견을 내세워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단, 명단 제외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아들여 빨리 해소해 버리는 게 몇 배는 더 나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펩의 설명이 나를 설득했다.
정말로 정신력이라는 것이 체력처럼 소모되는 것이고 회복의 속도가 느리다면, ‘정신력의 소모가 곧 슬럼프로 이어진다.’라는 스포츠 과학자들의 이론도 증명이 된다.
또 이미 우승이 결정된 리그와는 달리, 챔피언스 리그는 현재 진행 중이기에 거기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말도 옳다.
연승 기록이 걸려 있기야 하지만, 오늘 아침에 본 클럽의 분위기라면 승리는 별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후아아–”
펩과 면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하품이 계속해서 밀려왔다.
연신 그것을 쏟아 낸 나는 밀려오는 잠을 견디기 어려웠고, 결국 아영이에게 SOS를 치기로 했다. 운전을 하기 힘들 것 같으니, 데리러 와 주면 안 되겠냐고 한 것이다.
그러자 연극 공부에 이어 필라테스까지 마친 아영이가 훈련장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탁-!
“후아아–”
“아직도 졸려?”
“응. 그러네.”
“잠깐 나 좀 봐.”
“웅?”
양손으로 내 볼을 잡은 아영이가 걱정된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 채, 나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아아퍼.”
“아프다고?”
“아아프다고. 어우 콱 쥐고 이짜아.”
“어머!”
하마터면, 얼굴이 납작하게 눌릴 뻔했다.
깜짝 놀란 아영이가 황급하게 손을 떼고, 난 그녀의 손 하나를 붙잡아 이마로 가져갔다.
“봤지? 열 안 나잖아.”
“그러네.”
“그냥, 조금 피곤해. 나른하기도 하고.”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음- 글쎄. 갈비찜?”
“가자!”
“응? 하게? 그거 손 많이 가잖아.”
“괜찮아. 별것도 아닌데, 뭐.”
안전벨트를 채우라고 말한 아영이가 엑셀을 밟기 시작하고, 서두를 것 없다고 말한 나는 의자에 몸을 파묻은 채 잠깐 밖을 쳐다봤다.
완연한 봄이 찾아온 뮌헨은 포근한 날씨를 보여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맑고 푸른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잠이 밀려왔다.
‘아, 자면. 아영이. 심심한데.’
자꾸만 내려앉는 눈꺼풀에 필사적으로 저항을 해 보지만, 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뭐, 힘이 있어야지.
아무래도, 펩의 말이 옳은 것 같다.
난 지금 휴식이 필요하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조금 열린 차창 안으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난 그렇게 잠에 빠져들었다.
***
[로이 킨, “지금 당장 만약 누군가 내게 월드 베스트 11을 꼽으라고 말한다면, 오른쪽 풀백 자리는 바이에른 뮌헨의 스무 살 꼬맹이가 차지할 것이다.” – BBC/2014.04.04.(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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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루카 참브로타, “난 스무 살 때 FC 바리에서 뛰었다. 내 스무 살 때보다 더 낫다.” – Goal.com(INT)/2014.04.04.(오후)] [아마데오 카르보니, “다온은 1990년대 아주리 스타일에 어울린다. 현 대표팀의 도메니코와 마티아도 좋은 선수지만, 세계적인 수준은 아니다. 만약 그가 1990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선수였다면, 말디니와 함께 아주리에 트로피를 안겨다 주지 않았을까?” – 키커/2014.04.04.(오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카르보니 그 머저리의 말은, 1990년대 위대했던 아주리 군단에 대한 모욕이다. 그는 밀란에서 뛰지 않았기 때문에, 그딴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노란 피부색을 가진 인종은 절대 아주리가 될 수 없다” – Mediaset S.p.A/2014.04.04.(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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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향해, 각계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 ESPN/2014.04.05.(오전)] [다니 아우베스, “베를루스코니는 그런 남자. 개인적으로 카르보니의 의견을 지지한다. 다온이 맨유전에서 보여 준 실력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 스포르트/2014.04.05.(오전)]***
.2014.04.05. 경기결과(Bundesliga 29R)
아우크스부르크 1 : 1 바이에른 뮌헨
[골] 클라우디오 피사로 : 후반 49분(제르단 샤키리)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MoM ? 마누엘 노이어(1실점/평점 2.0)
[유스를 대거 투입한 뮌헨. 다온 없이 분데스리가 무패 기록을 지켜 내다. – ARD]***
작가의 말 ? 글 도입부의 호텔은 실제론 2015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최근 배구를 둘러싼 학폭 이야기가 많죠. 개인적으로 참 할 이야기가 많은 부분입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엔 그런 피해자 중 하나였고, 견디다 못해 석 달이 채 안 되어 운동부를 포기했었습니다.
지금도 제 주변은 엘리트 스포츠를 경험했던 이들이 많고, 실제 프로까지 진출했다 은퇴한 이들도 또 이젠 나이를 먹어 프로 스포츠의 관계자로 종사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예전 글을 적을 때 어떤 독자님께서 국내를 배경으로 쓸 마음은 없냐고 하셨는데, 아무리 고민을 해 봐도 국내 이야기는 다루고 싶지 않더라고요.
혈압 올리는 에피소드들 잔뜩 만들고 사이다 주는 캐릭터로 드라마 쓰는 건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아무튼,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목적은 대학입니다.
공부를 꼴찌 해도 운동만 잘하면 대학을 갈 수 있었고, 부유한 가정을 둔 아이들은 공부에 소질이 없다 싶으면 대학을 보내기 위해 운동부를 시키던 게 1990년대입니다.
본 글에도 보면 다온이 풀백으로 밀린 계기를 간략하게 말했는데, 체격이 왜소하고 집안이 가난하면 독자님들이 상상도 못 할 괴롭힘이 따라옵니다.
또 어릴수록 잔인한 법이기도 하고요.
요즘 쏟아지는 학폭 관련 뉴스를 보며 생각이 많아져 끄적거려 봅니다. 장담하는 건 쌍둥이 자매와 남자배구 이야기는 극히 일부일 뿐이며, 종목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일은 앞으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저도 이젠 37살이 되다 보니, 그런 걸 보며 어딘가에서 고통을 받고 있을 아이들이 생각나 서글퍼지네요.
능력이 된다면, 꼭 좋은 세상을 만들고픈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