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46)
345화
2014년 4월 9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2시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다비드 데 헤아
RB ? 김다온 / RB ? 필 존스
CB ? 제롬 보아텡 / CB ? 네마냐 비디치
CB ? 단테 / CB ? 크리스 스몰링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파트리스 에브라
DM ? 토니 크로스 / CM ? 마이클 캐릭
RAM ? 아르연 로번 / CM ? 대런 플레쳐
CM ? 필리프 람 / RAM ? 안토니오 발렌시아
CM ? 토마스 뮐러 / CAM ? 카가와 신지
LAM ? 프랑크 리베리 / LAM ? 대니 웰백
ST ? 마리오 만주키치 / ST ? 웨인 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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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에서 최종 점검을 마친 우린 버스에 올라타 알리안츠 아레나로 향했다. 챔피언스 리그 2차전을 맞아, 경기장 외면은 다양한 색을 찬란하게 빛냈다.
챔피언스 리그를 상징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나타나는가 하면, 바이에른 뮌헨이 심벌이 드러났다가 독일의 국기로 바뀌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오-!’
나의 눈을 동그랗게 만든 태극기가 알리안츠 아레나 외벽 화면에 걸렸다. 홈에서 데뷔전을 치른 이후 처음으로 걸린 태극기였는데, 절로 감정이 벅차올랐다.
그러다 외벽은 가장 익숙한 바이에른 뮌헨의 붉은색을 띄웠다.
애칭이 레드 데블스인 맨유도 빨간색이 팀을 상징하는 컬러지만, 저 빨강은 뮌헨의 것이다.
여긴 우린의 홈이었으니까.
“후우-”
작게 내쉬는 숨에 뿌옇게 김이 서리고, 그것을 슬쩍 손으로 닦아 낸 나는 눈에 익은 길을 바라봤다.
제대로 통제된 도로는 한산했고, 조금 지나서야 방송국의 차량 같은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내리는 곳엔 아마, 취재가 허락된 매체들이 있을 것이다.
삐이이-
“좋아, 좋아! 할 수 있어!”
버스가 정차되자, 먼저 일어선 도메네크가 소리쳤다.
그런 그의 뒤로 펩이 가장 먼저 버스에서 내렸고, 뒤를 이어 코칭스태프들과 선수들이 앞쪽에 앉은 사람부터 차례대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예상대로, 앞쪽엔 카메라들이 있었다.
반면에 예상 밖이라면.
‘!’
들키지 않을 정도로 작게 흠칫한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은 카메라에 놀랐다.
지난번 올드 트래포드에서도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많은 카메라가 있었는데, 오늘은 족히 그때의 1.5배는 되는 것만 같았다.
“젠장! 봤어?”
“카메라?”
“응. 엄청나게 많더라.”
카메라가 없는 곳으로 들어서고 나서야, 동료들도 비로소 그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매치업이 스페인에서 펼쳐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확실히 저 숫자는 놀라운 것이긴 하다.
“응? 왜?”
“아니야. 아무것도.”
“?”
앞쪽에서 한창 대화를 나누다 나를 쳐다본 괴체의 엉덩이를 가볍게 걷어차며, 난 얼른 앞으로 가자고 재촉했다. 지금 이 복도에선 추월하기도 쉽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인상을 잔뜩 찌푸렸던 괴체가 걸음을 서두른다.
진즉에 그래야지.
그리고 주목받는 매치업이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실제로 언론은 가장 재미있는 경기로 스페인의 것을 꼽았다.
나란히 맨시티와 AC 밀란을 제압하고 8강에 오른 FC 바르셀로나와 AT 마드리드가 캄노우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것인데, 2차전 결과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만약 우리가 결승전에 진출을 한다면 메시를 만날 수도 있었기에, 난 내심 바르셀로나의 승리를 바라는 중이다.
“준비하도록! 마사지 쪽의 준비도 끝났다! 테이핑을 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쪽이다!! 무엇이든 바라는 게 있다면, 즉각적으로 스태프에게 요청해라!”
“저…….”
“뭔가?”
“컵케이크도 주나요?”
“와하하하하하!”
토마스 뮐러의 시답잖은 농담 하나가 경직되었던 분위기를 조금 풀어 주었고, 이에 피식하고 웃어 보인 도메네크는 바나나 씹으라며 한 개를 떼어 집어 던졌다.
그러자 그것을 용케도 받아 낸 토마스 뮐러가 낄낄거리면서 껍질을 벗겨 크게 한 모금을 베어 물었다.
하여간에, 정말.
짐을 풀고 훈련용 복장을 갖춰 입고, 또 축구화를 비롯한 시합 때 착용할 장비들을 세심하게 점검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마지막 연습을 준비할 때가 된다.
일찌감치 과정을 끝낸 이들은 복도나 라커룸 주변에서 간단히 몸을 풀었고, 난 마지막으로 축구화에 펜을 가져갔다.
스윽- 스윽-
‘……됐다!’
오늘은 평소처럼 람이 주장 완장을 찼고, 나 역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목소리를 조금 낮출 것이다.
하지만, 메시지는 얼마든지 던질 수 있다.
지금 내가 적은 글자는 이랬다.
‘Das Ende kront das Werk.’
(모든 일은 끝맺음이 중요하다.)
양쪽 축구화에 새겨 넣은 이 독일의 속담은, 오늘 내가 동료들에게 하고픈 이야기의 정수(精髓)와도 같았다.
똑바로 뛰지 않는다면.
“!! 뭐, 뭐야? 왜 그렇게 봐?”
“똑바로 해, 토마스.”
“뭐야? 벌써 날 혼내는 거야? 헤~이! 이건 진짜 너무하잖아! 아직 몸도 풀지 않았는데 이건 또 무슨…….”
누가 됐든, 절대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다.
***
·경기 시작 20분 전 맨유의 라커룸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1차전을 패배한 이후, 데이비드 모예스는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은 8일을 보내야만 했다.
미디어는 물론이거니와 클럽 내에서도 자신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을 추천한 알렉스 퍼거슨 역시, 곤란한 듯 머리만 긁적일 뿐이었다.
그리고 데이비드 모예스는 그것을 알리안츠 아레나의 원정팀 라커룸에서도 느끼고 있다.
“우리는 두 개의 줄을 세운다. 득점이 시급하지만, 실점이 하나라도 더 나오면, 걷잡을 수 없게 되어 버려.”
“…….”
“사실 1차전은 나쁘지 않았다. 우리가 전반전의 기회를 하나라도 살렸더라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거야. 바이에른 뮌헨은 우리 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사실 결과를 제외하면 모예스의 말은 옳았다. 바이에른 뮌헨은 세 번밖에 없었던 득점 기회 중 두 번을 살려 2:0의 승리를 거뒀을 뿐이었다.
등 부상 이후 폼이 떨어진 프랑크 리베리는 필 존스(Phil Jones)와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상대로 90분 내내 고전했고, 아르연 로번 역시 특유의 중앙 지향적 플레이가 먹히지 않았다.
1차전 맨유의 패배는 순전히 김다온의 활약 때문이었고, 모예스는 같은 일이 두 번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날의 플레이는, 그만큼 기적과도 같았던 것이었다.
모예스는 계속해서 소리쳤다.
“날 믿어라! 우리가 제대로 걸어 잠그면, 저들은 흔들린다. 1차전과 같은 기회가 계속해서 주어질 수 있고, 단테와 보아텡은 뒷공간을 제어할 수 없을 거다!”
“저-”
“웨인. 뭐지?”
하지만,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아무리 옳은 이야기일지라도 눈앞의 성과물 없인 무의미한 법이다.
맨유에서의 감독직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에 모든 것을 건 모예스의 앞에서, 손을 번쩍 들어 올린 웨인 루니가 커다란 실망감을 선사한다.
“왜 우리가 뒤지고 있는데, 수비를 해야 하죠?”
“…….”
“Fuck. 1차전에서 비겼기라도 하면, 그나마 이해를 하겠어요. 한 골 싸움이 될 테니까. 그런데 우리는 지금 두 골을 뒤졌는데, 다시 또 라인을 세우라고요? Fuck, 모예스! 우린 싸우러 왔지 겁먹은 개새끼처럼 보이러 온 게 아니라고요!!”
습관과도 같은 욕설을 섞어가며, 웨인 루니가 또 한 번 모예스의 전술에 반기를 들었다.
현재 맨유 내에서 웨인 루니가 지니는 영향력은, 감독인 데이비드 모예스보다도 훨씬 더 커다랗다. 그렇기에 지금 루니가 하는 말은 치명적이다.
모예스는 순간 머리가 핑 도는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자리에 서 있었다.
이런 와중에도, 루니의 불만 섞인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역습? 거기까진 좋다 쳐요. 하지만 지난주처럼 역습이 안 될 땐? Fuck! 퍼기는 최소 경기당 다섯 개 정도의 공격 패턴이 있었다고요! 그런데 우린 어떻죠? 사이드. 크로스. 사이드. 크로스. 오- 중앙? 그럴 리가. 사이드. 크로스. 빌어먹을! 내 키가 얼마인지 알기나 해요? 염병할! 난 6피트도 안 된다고! 평생 넣은 골의 대부분을 머리가 아닌 발로 넣었어!”
실은 전날에도 웨인 루니를 포함한 맨유의 선수 몇몇이 모예스에게 와 전술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습도 좋지만, 팀이 좀 더 공격적이 되어야 한다면서 말이다.
선수들은 4-3-3이나 4-1-4-1과 같은 보다 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포메이션을 주문했고, 볼을 점유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모예스는 그런 선수들을 모르는 체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제대로 된 답변을 할 때쯤 에드 우드워드로부터 전화가 걸려 와, 대화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선수들은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모예스가 우드워드의 참견으로부터 단호하게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선수들과 얼굴을 맞대며 남자답게 대화를 해 주기를 원했다.
만약 알렉스 퍼거슨이 감독이었다면, 우드워드에게 바쁘다고 간단히 말해 버린 뒤에 휴대폰의 전원을 끄곤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했을 것이다.
나중에 대화를 하자는 말만 남긴 채 문을 닫아 버린 모예스를 보며, 맨유의 선수 일부는 모예스에게 남은 존경심마저 완전히 지워 버리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우린 맨유답게 싸울 거야! 라인을 높이자! 강하게 압박해서 볼을 탈취해 오는 거야! 캐릭 네가 포백을 보호해! 대런! 네가 빈 곳을 커버해 줘! 아니면 차라리 오른쪽으로 빠져도 좋아!”
“그래.”
“이런, 빌어먹을! 크로스는 집어치워! 오늘 우린 예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강한 팀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 주는 거야!”
자신을 뺀 채 멋대로 작전회의를 하는 선수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화이트보드 앞에 놓인 의자에 쪼그려 앉은 모예스는 괴로운 듯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에버튼 FC의 존경받는 영웅이었는데, 지금은 보다시피 허수아비가 되어 버렸다.
더욱 모예스를 괴롭게 만드는 것은 조금이나마 동정심이 남은 이들의 눈빛이었는데, 그것은 자신을 비에 흠뻑 젖은 길 잃은 강아지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맨유의 선수들이 몽땅 떠난 자리. 에버튼 시절부터 함께해 온 스티브 라운드(Steve Round)가 조심스럽게 모예스를 향해 이야기한다.
“저, 데이비드. 그래도 나가야만 해요.”
“……후우~ 그래. 그래야지.”
“네. 그럼 저 먼저 나가 있을게요.”
모예스는 에버튼에서 함께하던 세 명의 코치를 맨유로 데려왔지만, 졸지에 그들 역시 직업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됐다.
분명 그들도 한때는 자신을 존경했지만, 막상 지금은 남보다도 더 못한 모습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자신을 방관하며 제 살길을 찾기에 바빴다.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모예스는 그런 변화를 볼 때마다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후우~ 응? 이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모예스였지만, 갑작스런 어지러움을 느낀 그는 끝까지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휘청거리다 텅 빈 라커룸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알리안츠 아레나의 관리인 하나가 지켜보고 있었는데, 엄청난 창피함을 느낀 모예스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곧 51번째 생일을 맞이할 그의 뒷모습은 마치, 70대의 병든 노인을 연상케 할 만큼 초라하다.
Winner Takes All.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지지만 반대로.
‘모든 것을 잃었군. 모든 것을.’
복도를 걷는 데이비드 모예스가 곱씹는 생각처럼, 패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축구.
이것은 수많은 화려한 것들 뒤에 인생의 고통을 모아 놓은 냉정하고 또 잔인한 스포츠인 것이다.
***
·전반 15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금까지 펩과 함께 축구를 하면서 알게 된 건, 그가 어지간해서는 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도 신은 아니기에 당연히 가끔은 엇나갈 때도 있지만, 처음부터 접근법이 틀리지 않았다면 열에 여덟아홉은 펩이 말한 대로 경기가 흘러간다.
그런 점에서, 오늘은 매우 특별한 날이다.
펩이 틀렸다.
‘저기!’
파앙-!!
자유로운 상황에 있던 만주키치에게 축구공이 연결되고, 아래로 내려섰던 그는 원터치로 람에게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람은 다시 다이렉트로 오른발 안쪽을 가져다 대어, 빈 공간으로 달려 들어간 로번을 겨냥한다. 순간 다비드 데 헤아와 1:1 상황이 연출되지만, 아쉽게도 깃발이 올라가 있다.
‘아- 아깝다.’
오프사이드 선언으로 공격은 멈췄지만, 나를 포함한 동료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펩은 맨유가 5~10분 정도 우리의 빌드업 방식에 혼란을 겪을 거라고 했지만, 전반 15분을 넘어 16분이 된 지금까지도 상대는 메커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나는 벌써 몇 번이나, 맨유의 선수들이 왜 저곳에 선수가 있지 라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았다.
‘완벽하진 않아도, 할 수는 있어 보여.’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연습과 실전은 완전히 다르다.
연습 때 잘되던 것들도 실전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을 때도 있고, 처음 생각했던 메커니즘이 상대의 대응과 얽히며 전혀 다른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훈련 때 완벽한 이해가 어려웠던 것처럼, 펩의 오늘 축구는 모두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자칫하다간 의미 없이 볼만 돌리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쉽고, 이 직사각형의 공간을 지배하는 게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현재 축구는 사이드라인 앞에서 많은 것들이 이뤄지고, 넓게 벌림으로써 생겨나는 공간으로 파고들 수 있는 파괴적인 윙 포워드들이 반사 이익을 누린다.
하지만 이 축구는 완전히 다르다.
본래라면 사이드라인으로 볼을 돌려 수비를 유인해 빈 공간을 만들어야 할 장소에 선수를 두고, 반대로 측면을 텅텅 비워 둔다.
피치의 면적을 60% 수준으로 좁힌 것과도 같은 모습인데, 보통 이런 경우라면 수비가 우위를 점해야 한다.
공격하는 입장에 최후방에 최소 하나 이상의 수비수를 남겨 두어야 하는 반면, 수비는 여차하면 모든 필드 플레이어를 하프라인 아래에 남겨 둘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항상 특정 지점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는 중이다.
펩이 말한 구역은 물론이거니와 이따금 숨통을 틔우고자 윙어들이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면, 왼쪽과 오른쪽 중 한 곳은 반드시 텅텅 비어 있다.
지금도 보면.
“제롬!!”
난 강한 전진압박을 해 오는 맨유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포지션에 있었다. 나름대로 좋은 수비를 펼쳤다고 생각한 맨유의 공격수들이 허탈해하는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알라바가 습관처럼 측면으로 넓게 벌려 서 있다는 게 다소 아쉬웠지만, 람이 그것을 만회해 주고 있다.
메디아 푼타(AM)가 아닌 메디오 센트로(CM)로 내려선 람이 패스를 받아 줄 +1이 되어 줬고, 그에게 패스를 보낸 나는 전방을 슬쩍 쳐다보며 포지션의 변화를 확인했다.
지금은 만주키치와 토니가 동일 선상에 있고, 그 좌우로 로번과 리베리가 넓게 벌려 선 상태다.
정확한 메커니즘까진 아니더라도, 맨유도 아까부터는 우리가 수비를 끌어내 뒷공간을 활용하려고 한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래서 지금은 섣불리 만주키치를 쫓는 대신에, 비디치와 스몰링이 자리를 지키고 캐릭과 플레쳐가 아래로 라인을 낮춰 대인 수비를 보여 주고 있다.
그렇다면?
측면으로 넓게 벌려 섰던 나는 본래 플레쳐가 있어야 할 자리로 위치를 옮겼다.
여긴 메디아푼타의 옆 인테리오(IF)의 위치였고, 펩이 강조한 2번과 4번 중 가운데 오른쪽인 4번을 뜻하는 곳이었다. 본래라면 좀 더 아래쪽에 있어야 했지만, 그거야 후방 빌드업 때의 이야기고 지금은 공격에 힘을 실어 줄 때다.
내가 그렇게 위로 올라서자, 맨유의 선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를 가리켰다.
하지만 그 누구도 쉽게 접근을 할 수 없었는데, 비디치와 스몰링이 전진을 포기한 상황에서 수비 진영에 자리 잡은 맨유의 선수 모두가 1:1 마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나로 대상을 바꾸게 되면, 현재 자신이 맡은 선수를 비워 두는 셈이 된다. 더구나 현재 최전방에 선 이가 뮐러라는 점도, 맨유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부분일 거다.
1차전의 승리 때도 그랬지만, 뮐러가 공간을 찾아 나가는 능력은 천부적이라는 말 외로는 설명이 불가하다.
만약 어느 한 곳이라도 균열이 발생한다면, 뮐러가 어김없이 그곳으로 파고들어 틈을 더욱 넓혀 놓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전진을 하며 해야 할 일은, 뮐러가 파고들 수 있는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 주는 일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기존 수비수를 내게 붙여야 한다.
루니와 웰백이 공격을 위해 하프라인 부근에 머무르는 지금, 맨유는 기껏해야 여덟의 수비수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해서 말했듯 비디치와 스몰링은 존(Zone)을 지키느라, 사실상 이 구역의 수비는 여섯뿐이다.
반면에 우린 가로세로 30m 정도 되는 좁은 공간에, 두 명의 센터백을 제외한 여덟 명의 선수를 몽땅 모아 두고 있다.
+1이 아니라 +2인 셈.
하지만 그건.
‘우리가 되어선 안 돼.’
결국 참다못한 비디치가 앞으로 전진하며 캐릭을 밀어 보내고, 람은 당연하다는 듯 내게 패스를 보내 크리스 스몰링 역시 같은 일을 하도록 만들었다.
플레처 역시 내게 달라붙었고, 기존 +2였던 람과 나는 그것이 더는 아니게 되었다.
공수 모두 여덟 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같은 공간에 머무르게 된 셈인데, 바로 여기에서 축구의 기본적인 부분이 작동한다.
바로, 능동과 수동.
볼을 가진 쪽은 항상 능동적이 되고, 수비는 그에 따라갈 수밖에 없어 수동적이 된다. 같은 숫자라고 하더라도, 찰나의 순간 공격 쪽이 +1을 만들 수 있는 이유다.
그리고 현재 +1이 되어 주는 것은 토마스 뮐러다.
그가 움직인 순간, 비디치 역시 움직였다.
그러자 만주키치가 자유로워졌고, 난 그에게 볼을 굴려 버린 뒤에 곧바로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뒤!! 뒤로 보내!!”
마이클 캐릭을 등지며 볼을 받은 만주키치가 멋들어지게 몸을 돌리고, 그는 곧 뒷공간을 파고든 데이비드 알라바를 발견하곤 축구공을 굴려 보냈다.
순간적으로 두 명의 공격수를 붙잡아야 했던 필 존스가 구역의 주도권을 잃어버렸고, 그렇게 뒤를 파고든 알라바는 왼발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빠르게 쏘아져 나가는 축구공.
다비드 데 헤아가 몸을 날려 보지만, 축구공은 이미 그의 손을 지나 있다.
“!!”
“!”
삑-!! 삐—익!!!
{“—-!!!!!”}
대략 40여 초 동안 볼을 점유한 우린, 펩의 철학이 완벽하게 작동한 한 장면을 만들었다. 이 짧은 시간에 우린 계속해서 수적 우위를 점했고, 결국 득점을 만든 것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튀어나와 +1이 되어 준 데이비드 알라바다.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분명 11:11의 싸움인데도, 마치 11:10 혹은 11:9처럼 느껴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두 주먹을 불끈 쥐여 보인 나는 홀로 피치 위에서 포효했고, 그런 뒤에 알라바에게 달려가며 환하게 웃었다.
근처에서 기다리던 람이 내게 어깨동무를 해 왔고, 우린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달려 나가며 자유로운 쪽의 손을 나란히 불끈 쥐여 보였다.
축구는 정말이지…….
지금은 조금, 감정이 벅차오르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