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47)
346화
삑-!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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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37분
바이에른 뮌헨 2 : 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제골 이후로도 맨유를 두드려 댄 뮌헨이 마침내 두 번째 골을 터뜨리고, 종합 전적이 0:4가 되어 버린 것을 확인한 데이비드 모예스가 착잡한 심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맨유에서의 커리어가 끝났다는 게, 비로소 온전히 와닿았기 때문이다.
“…….”
생각을 하면 할수록, 올드 트래포드에서 있었던 첫 번째 경기의 결과가 아쉬웠다. 만약 거기에서 최소 무승부라도 거두었다면, 선수들을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 바이에른 뮌헨의 축구는 낯설고 독특했지만,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때때로 선수들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몰랐고, 비효율적인 스페이싱(Spacing)이 이뤄졌다.
특정 공간에 불필요하게 많은 선수들이 있거나, 아니면 뻔한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만약 본래 구상한 대로 수비를 강하게 닫아 두고 역습 위주의 전략을 펼쳤더라면, 뮌헨 진영의 넓은 공간을 수월하게 공략할 수 있었을 것이다.
100% 장담은 힘들지만, 그래도 지금 피치 위에서 보여 주는 모습보다는 분명히 나았을 게 틀림없다.
감독의 지도를 부정한 맨유의 선수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뛰기에 바빴는데, 팬들이 볼 땐 괜찮아 보였을지 몰라도 모예스의 시각에서는 엉망진창이었다.
맨유의 선수들은 알렉스 퍼거슨의 시대로 되돌아가려고 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끝이로군.’
현재 프리미어 리그 7위에 머물러 있는 맨유는 사실상 차기 시즌 챔피언스 리그 진출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봐야 한다.
그래서 맨유에 남은 유일한 희망은 챔피언스 리그 우승 팀이 되는 것이었고, 클럽 전체가 거기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모든 유럽의 축구 클럽이 비슷하지만, 한 해의 수입 중 상당수를 스폰서에 의존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경우엔 챔피언스 리그 진출 유무가 큰 차이를 만든다.
대부분의 대형 스폰서들은 챔피언스 리그 탈락 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조항을 지녔고, 상업적 이윤을 좇는 그들은 당연하게 관계를 끊으려고 할 것이다.
최소 수천만 유로에서 많게는 억 단위의 금액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맨유 수뇌부들의 주요 생각이었다.
데이비드 모예스의 부임 당시 에드 우드워드가 1년의 허니문을 약속하면서 했던 말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챔피언스 리그에 잔류하라.”]는 거였다.
그렇지만 이제,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려 한다.
맨유는 내년 유로파를 꿈꿔야 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마침표를 박은 건.
촤아아아악-!!
“으악-!!”
“이봐아-!!!”
하프라인 부근에서 빌드업 작업을 이어 가던 김다온을 향해 들어간, 카가와 신지의 다소 높은 태클이었다.
재빨리 다가온 주심이, 빨간색 카드를 꺼내 든다.
***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경기 끝났습니다!! 오늘 경기 4:1. 종합 전적 6:1로, 바이에른 뮌헨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누르고 2013/14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준결승전에 오릅니다!”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레알 마드리드와 도르트문트의 경기 결과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전까지 확인한 점수는 0:2였거든요? 이렇게 되면, 4강전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뮌헨의 다음 상대가 됩니다.”
(배정세)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현재 한국의 팬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김다온의 몸 상태일 것 같습니다. 전반 43분 카가와 신지의 태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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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바이에른 뮌헨 4 : 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 데이비드 알라바 : 전반 18분(마리오 만주키치)마리오 만주키치 : 전반 37분(프랑크 리베리)
프랑크 리베리 : 후반 24분(아르연 로번)
아르연 로번 : 후반 33분
김다온 ? 43분 출전(평점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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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프레스룸에 들어선 펩 과르디올라의 표정은 승리를 거둔 클럽의 감독답지 않게 굳어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던 기자들은,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을 질문에 관한 답변을 기다렸다. 오늘 처음으로 질문할 자격을 가진 건, 잉글랜드의 언론인 BBC다.
“승리를 축하합니다, 펩. 하지만 당신의 팀에 불운한 일도 있었죠. 그는 어떤가요?”
“휴우~”
분명 이와 같은 질문이 첫 번째로 들려올 것이라고 알고 있던 펩이었지만, 막상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가 할 수 있었던 행동은 크게 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의 귀엔, 킬리안이 다가와 했던 말이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좋지 않아요, 펩.”] [“좋지 않다고? 얼마나?”] [“왼쪽 무릎이 크게 다쳤어요. 정확한 건 검진을 받아 봐야 하겠지만, 최소 한 달입니다.”] [“…….”]그것은 정말로 끔찍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란 의미였으니까.
그렇지만 펩은 그것을 부정하기에 앞서, 재빠르게 마넬 에스티아르테를 불러 김다온을 당장 볼파르트 클리닉으로 보낼 것을 요구했다.
[“당장 루메니게에게 전화하게.”] [“볼파르트 박사가 아니고요?”] [“루메니게가 먼저야. 그도 보고 있었을 테니,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최대한 서둘러. 그리고 내게 즉각 보고를 해야만 해. 작은 것 하나도 놓쳐선 안 될 거야.”] [“네.”]펩은 지금도, 자신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를 몰랐다.
세상이 무너진다면, 그런 기분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저…… 펩?”
“응?”
“질문에 답을 해 주지 않으실 겁니까?”
“아. 미안합니다. 음- 뭐라고 했죠? 아, 기억했어요. 다온은 왼쪽 발목을 다쳤습니다. 지금은 딱히 아는 게 없습니다. 분명한 건, 다음 도르트문트 경기에서는 뛰기 힘들다는 겁니다. 그다음은 브라운슈바이크인데, 아마 그 경기에선 가능하더라도 제가 뛰게 하지 않겠죠. 그다음은……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고요?”
“네. 말했다시피, 지금 당장은 아는 게 많이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충분한 답이 되었어요.”
“…….”
바싹 입이 말라 버린 펩이 물병을 입으로 가져가는 사이, 키커에서 온 익숙한 얼굴이 손을 들어 올렸다.
루메니게와 이름이 같은 카를-하인츠 빌트다.
“만약입니다만.”
“…….”
“만약에 그의 부상이 심각하다는 결론이 나면, 당신은 어떻게 할 생각이죠? 전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만, 사람들은 당신의 PLAN B를 궁금해할 겁니다.”
빌트의 말을 들었을 때, 펩은 오늘의 기자회견이 내내 비슷한 양상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기분 같아서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은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이니까.
그 말은 곧, 개인감정은 사치란 뜻이다.
하지만 가볍게 분노할 수는 있다.
“PLAN B? 글쎄요. 제가 무엇을 하건, 만약 당신이 말한 그런 상황이 온다면, 그건 절대 PLAN B일 수는 없습니다. 아마, PLAN Q나 PLAN R쯤은 되겠군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네.”
“다행이군요. 하아-”
사람들의 앞에서 노골적으로 한숨을 내쉬는 무례한 행동을 했음에도, 누구도 펩을 탓하려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에 닥쳐온 부상의 악령은 일반적으론 견디기 힘든 것이었고, 그나마 펩을 지탱한 것은 팀 내 가장 중요한 이들 중 일부가 건강하단 것이었을 테니 말이다.
특히 펩 과르디올라가 외부에 밝혀온 김다온을 향한 애정을 생각해 보면, 그의 좌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
“PLAN AA쯤 되겠군요. 미안합니다. 그 이야기를 조금만 더 이어 가죠.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PLAN A에서 Z까지 다온이 없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니, 저는 만약 그 상황이 온다면 그걸 PLAN AA라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는 펩 과르디올라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준비한 계획의 A부터 Z까지 몽땅 김다온이 있다는 뜻이었다. 팀의 핵심 선수를 표현하는 방법 중, 이보다 더 확실한 건 없을 것이다.
이후로도 김다온의 건강과 관련된 질문은 한두 개 정도 더 이어졌고, 여섯 번째로 저 뒤에서 한국의 기자가 손을 들었다.
그녀는 꽤 듣기 편한 영어로 물었다.
“한국의 팬들은 카가와의 태클이 악질이었다고 합니다.”
“네. 분명 그렇습니다.”
“그 뒤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그 태클은…… 후우- 미안합니다. 물을 좀 마시죠.”
다시 펩이 말라 버린 입을 물로 조금 축인다.
하지만 그는 알았다.
금세 또 말라 버릴 거라는 걸.
“크흠, 카가와는 굳이 태클을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 짧은 거리에선 태클을 하기보단 몸을 가져다 붙이는 것을 선호하죠. 주심의 판정은 옳았습니다. 다이렉트 퇴장이 맞아요. 그가 당시 어떤 생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태클은 무척 옳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그 거리를 감안한다면 말이죠.”
펩 과르디올라의 말처럼, 카가와 신지가 보여 준 태클은 통상적인 관념에서는 나와선 안 되는 것이었다.
선수끼리의 간격이 그리 멀지 않았기에, 카가와는 미처 몸이 피치에 닿기도 전에 김다온의 발에 먼저 다리를 가져다 대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카가와 신지의 가랑이가 김다온의 왼쪽 무릎을 끼고 움직였고, 그의 몸무게와 중력이 고스란히 실려 버린 김다온의 다리는 꺾이지 말아야 할 곳으로 비틀어졌다.
고통으로 가득 찬 김다온의 비명이 울려 퍼졌을 때, 알리안츠 아레나는 순식간에 고요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먼저 정신을 차린 이들이 카가와를 향해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고, 다이렉트 퇴장을 당해 피치를 떠나는 일본의 미드필드에게 살해 협박을 보냈다.
본래 거친 선수가 아니었던 카가와 본인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지만, 결국 그는 가해자일 뿐이었다.
그가 얼마나 심적으로 괴로워하건, 피해는 고스란히 당한 사람이 받는 법이다.
“여기까지 하죠. 그럼.”
“고마워요, 펩.”
“그가 크게 다친 게 아니길 바랄게요!”
“……고맙군요.”
프레스룸을 빠져나온 펩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휴대폰을 꺼내어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 대화를 앞두고 전화를 걸었을 땐, 통화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마넬 에스티아르테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걸려와 있었다.
신호가 몇 번 울리고, 마넬이 전화를 받는다.
딸깍-
“마넬! 어떻게 됐나?”
–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요.
펩은 문득 궁금했다.
왜 매번,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은 붙어 다니는가?
그렇지만, 그건 별로 중요치 않다.
– 우선 좋은 소식은 관절이나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수술을 할 필요는 없어요. 볼파르트 박사의 말론, 타고난 육체가 큰 부상을 피하도록 도왔다더군요.
“그래서? 그다음은?”
– 이게 중요한데. 휴우~
“뜸 들이지 말게. 지금 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니까.
– 3주는 뛸 수 없을 거래요.
“…….”
3주.
그것은 레알 마드리드와 치를 챔피언스 리그 4강 경기에 김다온이 출전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라는 말을 덧붙이더군요.
“뭐라고?”
– 일반적인 경우라면 3주가 걸릴 거랬어요. 하지만 볼파르트 박사가 그것을 당겨 주겠다고 했습니다.
뮌헨 부임한 초기부터 가장 많은 충돌을 일으켜 온 볼파르트 부자였지만, 클럽에 온전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지 단 한 번도 그 역량을 의심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지금 펩은 마넬 에스티아르테의 말이 무척 반가웠다. 볼파르트 클리닉이라면, 해낼 수도 있다.
– 분명한 건, 1차전은 힘들 거예요. 하지만 2차전이라면 뛰게 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거면 충분해. 최악은 아니로군. 정말 다행이야.”
– 네. 정말요. 아, 그리고.
“응?”
– 다온이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해 달래요.
“다온이? 뭐지?”
– 미안하다고. 팀의 가장 중요한 때, 그리고 당신의 축구가 가장 빛을 발할 때 빠져 버려서. 그게 참 미안하다고 했어요.
“…….”
– 펩? 듣고 있어요?
“……그래. 듣고 있네.”
펩 과르디올라는 현역 시절부터 무척 감정적인 남자였고, 일부 사람들은 그가 너무 여성적인 감수성을 지녔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에스티아르테로부터 김다온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펩은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아 한쪽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고개를 살짝 들어 코 아랫부분만을 가린 펩의 눈은 살짝 충혈되어 있었고, 코끝 역시도 빨갛게 바뀌어 있었다.
– 걔는 팀 플레이어예요, 펩.
“그래. 알고 있네.”
– 네. 그럼 전 이만 다온의 곁으로 가 있을게요. 나중에 오실 거죠?
“물론일세. 그럴 거야.”
– 네. 그럼.
-딸깍-
전화가 끊기고, 휴대폰을 쥔 손을 힘없어 떨어트린 펩 과르디올라가 무릎을 웅크리며 쪼그라든다. 그런 펩의 모습은 너무나도 연약하고 또 볼품없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혼자만의 동굴로 빠져 들어가는 일을 멈추기 힘들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그 공간으로 스스로를 가져간 펩은, 김다온을 다치게 한 것은 본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굳이 그를 중앙으로 보내는 전술을 택하지 않았다면.
그를 계속 측면에 놔두며 평소처럼 뛰게 했다면.
카가와 신지에게 태클을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부상을 입는 일 역시 없었을 것이다.
지난 1차전에서 보여 준 김다온의 모습에 지나치게 흥분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도 된다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펩 과르디올라다.
‘빌어먹을. 난 아직도 멀었어.’
결코 실수가 아니었건만, 펩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의 부상에 아주 커다란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
[다온. 시즌 아웃? – ARD] [지금 이 시점에서 나온 김다온의 부상은 바이에른 뮌헨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이다. – 쥐트도이체 차이퉁] [값비쌌던 승리의 대가. 다온 부상. – 키커]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4강 경기 출전이 불투명해진 다온으로 인해, 바이에른 뮌헨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 Goal.com(INT)] [카가와 신지의 거친 태클을 비난한 카를-하인츠 루메니게.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이었던 플레이. 축구를 수치스럽게 만든 태클에 화가 난다.” – 빌트] [“정말 미안하다. 고의가 아니었다.”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카가와 신지를 향해 쏟아지는 비난. – OSEM] [한국 네티즌, 카가와 신지의 SNS 점령. 쏟아지는 비난에 결국 비공개로 전환. – 풋볼베스트일레븐]***
2014년 4월 11일. D-80331 뮌헨, 독일. 디이나슈트라세 12, 알터 호프. 프락시스 퓌어 오르토피디 & 슈포르트 메디친.
응급차에 실려 알리안츠 아레나를 떠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선 내 무릎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한 볼파르트 박사님이 일주일간의 입원을 권했다. 선택권이 없는 상황이기도 했거니와 나 역시 그걸 거부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입원을 결정했을 때, 곧장 경기장을 떠난 카가와 신지가 병실을 찾아왔다.
그는 거의 울 것만 같은 얼굴로 내게 사과를 해 왔고, 난 그것을 받아들였다.
결과가 나쁘긴 했지만, 그가 날 부상입히려고 했던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의도적으로 위해(危害)를 입히려고 했는지쯤이야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사진을 찍자고 제안해 침상에서 함께 찍은 것을 소셜 네트워크에 올렸는데, 그럼에도 카가와는 결국 자신의 것을 비공개로 전환해야 했다.
안타깝긴 했지만 거기까지는 도움을 줄 수 없기에, 난 그냥 모든 것을 잊기로 결정했다.
계속 생각을 해 봤자, 나아지는 건 없으니까 말이다.
중요한 건 복귀 시점을 잡는 일이었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딸깍-
“잠깐 들어가도 되겠나?”
“그럼요. 물론이죠.”
입원을 해서 딱 한 가지 즐거운 부분이 있다면,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볼파르트 박사님과 나누는 대화였다.
무료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기도 했고, 아영이가 오기 전까진 박사님이 내 유일한 말벗이 되어 주셨다. 듣자 하니, 틈틈이 바쁜 시간을 쪼개는 거란다.
“잘 누워 있군, 그래.”
“하하. 무조건 쉬라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그러긴 하지.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녀석이 좀 많아야 말이지. 골치가 아플 지경이야.”
“박사님의 말을요? 그것참 배짱이 크네요.”
“하하하하. 이거 받게.”
“응? 이게 뭐죠?”
볼파르트 박사님이 건넨 것은 책이었다.
“어제 보니 슈타이너 이론에 관한 책을 읽더군. 하지만 그건 너무 예전의 것이야. 스포츠 심리학도 해가 갈수록 발전하고 있지. 과거의 것들 중 상당수는 잘못된 정보가 되기도 해.”
“오-! 감사드려요.”
이반 데일 슈타이너(Ivan Dale Steiner)는 1917년에 태어난 독일계 미국인으로, 살아생전 스포츠 심리학에 큰 관심을 기울인 분이었다.
그리고 그가 창안한 슈타이너 이론이란, ‘팀의 퍼포먼스는 항상 개인의 총합보다 낮게 측정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를 공식화하자면 ‘팀 퍼포먼스 = 개인의 총합 ? 동기부여 혹은 팀 케미스트리’ 정도로 만들 수 있을 건데, 아영이와 함께 취미를 즐기는 동안 난 스포츠 심리학을 공부키로 했다.
축구에도 도움이 되고 또 사랑하는 이와 같은 취미도 할 수 있고 일석이조였기 때문이다.
“어지간히도 여자 친구가 좋은가 보군.”
“박사님은요? 사모님을 사랑하지 않으세요?”
“……내가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인지 아나?”
“??”
“집에 돌아갔을 때, 마누라는 잠들어 있고 냉장고에 먹을 음식이 잔뜩 있을 때야.”
“파핫-! 진짜요?”
“클클클클. 자네도 내 나이가 되어 보게.”
“아, 그런 거라면 사양할래요.”
그렇게 박사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던 중, 담당하는 간호사가 노크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내 무릎을 한 번 더 확인하고, 회복에 도움이 될 주사를 놓았다.
현재 나의 정확한 병명은 무릎 관절에 있는 캡슐의 손상(Tear in a joint Capsule)으로, 바스티가 시즌 초반에 다쳤던 것과 같은 것이다.
당시 바스티는 회복에 2주가 걸렸는데, 볼파르트 박사님은 나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오-! 드디어 찾으신 거예요?”
“응? 뭐가요?”
“박사님! 이거 맞죠? 어제 그렇게 저한테 찾아 달라고 부탁을 하셨잖아요.”
“크흠. 흠. 난 이만 나가 보지. 바빠서 말이야. 그럼.”
“엥? 박사님?”
정말?
이렇게 갑자기 간다고?
하지만 나는 곧 이유를 깨달았다.
“어제 당신이 책을 읽는 걸 보더니, 박사님이 클리닉의 전 직원에게 메신저를 돌렸어요. 지금 그 책은 꽤나 귀한 것인데, 구할 방법을 알고 있느냐고 하더군요.”
“진짜요?”
“네. 진짜요. 메시지 보여 줘요?”
“…….”
정말로 간호사가 보여 준 휴대폰 안엔, 볼파르트 박사님의 요청 사항이 적혀 있었다.
[]시급(Dringend)이란 단어에서 볼파르트 박사님의 다급함이 잘 느껴졌던지라, 난 웃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내가 잘못된 정보를 습득할까 봐 그런 것 아닐까?
하여간에, 정말.
‘누가 독일인이 정이 없대?’
간호사에게 고맙다고 말한 나는,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누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부상은 정말 실망스럽지만, 몇 달씩이나 드러누울 것도 아니고 기왕 이렇게 된 거 볼파르트 클리닉에서의 삶을 즐기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로 이건 나쁘지 않다.
왜냐하면.
“뽀뽀해 줘.”
“또?”
“우으응- 나 아파.”
“아이 참.”
아영이에게 마음껏 응석을 부려도, 매번 그것을 잘 들어주었으니까 말이다.
한 번쯤은, 아파도 괜찮은 것 같다.
그러니까 한 10년에 한 번 정도?
‘좀 더 건강해져야겠어.’
몸을 더 강인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엔 뭐가 있는지, 내일 박사님께 물어봐야겠다.
***
작가의 말 ? 다온이의 부상이 독자님들을 질리게 하거나 혹은 거대한 고구마가 되진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