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50)
349화
28036 마드리드, 스페인. 데 콘차 에스피냐 거리.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Estadio Santiago Bernabeu. Av. de Concha Espina. 28036 Madrid, Spain).
·후반 35분
레알 마드리드 ? : ?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 : 4-2-3-1/4-3-3(A)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이케르 카시야스
RB ? 필리프 람 / RB ? 다니엘 카르바할
CB ? 제롬 보아텡 / CB ? 페페
CB ? 단테 / CB ? 세르히오 라모스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파비우 코엔트랑
CM ? 토니 크로스 / DM ? 사비 알론소
CM ?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CM ? 루카 모드리치
RAM ? 아르연 로번 / CM ? 앙헬 디 마리아
LAM ? 프랑크 리베리 / RW ? 가레스 베일
SS ? 토마스 뮐러 / LW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ST ? 마리오 만주키치 / ST ? 카림 벤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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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잘못된 결과를 눈앞에서 마주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가장 먼저 그 원인을 탐색한다.
이는 핑계를 만들려는 인간의 본능이자,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 펼쳐지고 있는 잔인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방어기제가 종합된 산물이기도 하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멍한 표정으로 피치를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대부분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공간에 우연히 시선을 두고 있었고, 잔뜩 화가 난 팀의 왼쪽 공격수가 상대편 오른쪽 수비수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주변이 일순 크게 요동쳤고, 길게 들려온 휘슬 이후에 문제가 된 이를 둘러싸고 한바탕 소란이 펼쳐졌다.
하지만.
“…….”
사내.
아니, 주제프 과르디올라 이 살라는 아무런 행동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지금 완전히 벌거벗겨져, 수만 명의 사람들 앞에서 놀림거리로 전락해 버린 기분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치의 일까지 신경 쓰는 건, 펩 과르디올라가 할 수 없는 일이다.
대신에 그는 계속해서 생각한다.
주심의 레드카드가 프랑크 리베리를 내쫓고 팀을 더욱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상황 속에서도, 펩 과르디올라는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를 알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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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쓰으- 아. 안타깝습니다. 0:3으로 뒤진 바이에른 뮌헨에게 더욱 큰 시련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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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는 이번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준비하며, 몇 가지의 전술을 두고 고민을 반복했다.
라볼피아나(Lavolpiana)를 써야 할 것인가? 아니면 두 명의 미드필드를 센터백 앞에 두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가? 풀백의 활용법과 레알 마드리드의 측면을 공략하는 방법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가?
과연 선수들이 쓰리백을 쓰자고 말을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전술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하비 마르티네스의 위치는 또 어디로 가져가야 할까? 아니면 벤치에 놓아두어야 할까?
외에도 수십 가지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고, 펩은 그중 가장 괜찮아 보이는 것들의 끈을 붙들었다.
그렇게 그럴듯하다고 믿었던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펩은 결국 이것이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실망하면서도 한편으론 안도감 역시도 느끼게 되었다.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창의적인 전술을 발휘할 수 없어 실망했고, 지금까지 해 온 일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꼈던 것이다.
‘결국, 내가 틀렸군.’
바이에른 뮌헨은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보아텡과 단테를 최후방에 남겨 두고 라인을 끌어 올려 최후방 영역 상당 부분을 마누엘 노이어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좌우 풀백의 위치를 하프라인 앞쪽으로 끌어 올리며 두 명의 중앙 미드필드와 높이를 맞췄다.
만주키치를 아래로 내려, 레알 마드리드의 최후방과 3선 사이에 네 명의 공격수를 배치하는 것 역시 늘 해 왔던 것이다.
대신 펩 과르디올라는 평소보다 경기의 템포를 조금 늦췄다. 볼을 점유하는 능력에서 뮌헨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그 점을 십분 이용하려고 했던 거다.
1차전이 원정이라는 건 불리한 점도 있지만 한편으론 심리적으로 이용할 여지 역시 상당했다.
일반적으로 1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팀들은 선제 실점을 극도로 경계하며, 원정골을 먼저 허락하는 방식으로 시리즈를 시작하는 걸 피하려 한다.
이것은 레알 마드리드가 경기 초반은 수세적으로 나올 거라고 판단한 이유가 되었는데, 전반전 20여 분까지는 펩 과르디올라의 생각대로 경기가 흘러가는 듯했다.
볼 점유율에서 67 : 33의 우위를 점한 뮌헨은 경기를 압도하는 듯 보였고, 엘 베르나베우에는 불안감이 내려앉았었다.
하지만.
[“이런 빌어먹을! 대체 저건 무슨 수비야!!”]전반 26분 벤치에 앉아 있던 펩을 분노하게 만든 세트피스에서의 수비 하나가, 경기의 모든 양상을 바꾸어 놓았다.
루카 모드리치가 오른쪽 코너플랫에서 띄워 올린 크로스에 세르히오 라모스가 정확히 머리를 가져다 대었고, 그것은 그대로 첫 번째 골이 되었다.
라모스의 쇄도를 전혀 저지해 내지 못한 토마스 뮐러에게 선수들의 원망 섞인 시선이 쏟아졌고, 그로부터 정확히 4분 뒤에 다시 라모스가 헤더로 추가골을 만들었다.
어쩌면 그때 이미, 승부는 결정된 것일 수도 있다.
이후론 완벽한 레알 마드리드의 흐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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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문) – SBS Sports 해설위원
“오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은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세트피스 부분도 그렇고,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에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거든요? 가레스 베일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팀을 상대로, 저렇게 뒷공간을 열어 두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판단입니다.”
(배정세)
“망연자실한 표정의 펩 과르디올라. 머릿속엔 김다온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지 않을까요? 저희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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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전술이란 절대, 가위바위보처럼 내미는 즉시에 당장 승패를 알려 주지 않는다.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이나 선제골의 여부, 그리고 작은 실수들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만약 전반전 세트피스 수비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뮌헨은 계속해서 레알을 상대로 주도권을 쥐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거기까지 보려 하지 않는다.
펩 과르디올라는 오늘 경기가 끝난 뒤에, 자신에게 쏟아질 혹평을 예상할 수 있었다. 전술적으로 무모했다는 말 정도면 양호할 수준일 것이다.
오늘 펩이 라볼피아나를 포기한 것과 하비 마르티네스를 벤치에 앉혀 둔 것 모두, 믿기진 않겠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라볼피아나를 쓰게 되면 두 명의 중앙 미드필드로 레알의 중원을 상대해야 하고, 루카 모드리치나 사비 알론소가 측면으로 뿌려 주는 패스를 견제할 수 없다.
또한 하비 마르티네스는 장점을 발휘되려면 반드시 보조가 필요했는데, 레알 마드리드 수준의 팀을 상대론 스스로의 기량으로 오롯할 수 없는 선수는 쓰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전방 압박에 취약한지라, 위험 지역에서 볼을 빼앗길 확률이 높았다.
결국 현재의 결과를 마주한 가장 큰 이유는, 세르히오 라모스의 선제골과 그 과정에서 비롯된 모든 것이라는 거다.
그 하나의 골이 잘 굴러가던 뮌헨의 톱니바퀴를 뒤틀었고, 엉뚱한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태엽은 뮌헨을 점점 더 나쁜 상황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태엽은.
{“—-!!!!!!!”}
{“–!!!”}
“으와아아아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다시 한번 요동치게 만든 뒤에야 비로소 멈춰 선다.
하지만 그것은 뮌헨 때문이 아닌, 축구를 하기 위해 부여된 시간이 그 끝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반 46분.
바이에른 뮌헨은 또다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프리킥 실점을 허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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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레알 마드리드 4 : 0 바이에른 뮌헨
***
[레알 마드리드가 전년도 챔피언스 리그 우승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을 4:0으로 박살(Crush) 내 버렸다. – ESPN] [레알 마드리드와 카를로 안첼로티에게 있어 기념비적인 승리. – Yahoo Sports] [베르나베우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찢어 버리다. – 아스] [4:0! Adios, Pep!! – ABC] [클럽 역사상 최초로 단일 경기 뮌헨 상대 4골을 퍼부은 레알 마드리드가 큰 우위를 점하다! – 마르카] [충격! 또 충격!! 정녕 뮌헨은 이대로 탈락하는가? – zt] [전술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또 심지어 경기 매너로도 패배한 부끄러운 수준의 경기. – 키커] [다온은 2차전에서 복귀하는가? 소방수가 필요해진 바이에른 뮌헨. – Fox Sports]***
2014년 4월 24일. 81479 뮌헨, 독일. 카루소베크 1C.
드르르륵-
“?”
뒤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고개를 돌린 나는 얇은 잠옷 차림을 한 아영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안 자?”
“먼저 자. 금방 갈게.”
“……안 자고 있을게. 알겠지?”
“응. 조금만 있어.”
“응. 얼른 와.”
드르르륵-
탁.
침실 쪽의 문이 닫히고, 난 침실 앞 테라스에 기대어 서서 고요하게 변한 주변을 바라본다.
앞쪽 작은 2차선 도로 너머로 전원주택 느낌이 나는 가정집 몇 채가 있었는데, 한 곳을 제외하면 불은 전부 꺼져 있다. 그리고 얼마 뒤, 하나 남은 불빛 역시 사라졌다.
“…….”
그래서 난 아무 이유 없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늘 느껴 왔던 것이지만, 뮌헨 하늘엔 참 별이 많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국만큼 밤거리가 밝은 곳을 보지 못했다.
한국인들도 나처럼 이런 별빛을 바라볼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네온사인도 나쁠 것은 없다지만, 그 무엇도 자연이 주는 선물에 비할 바가 되진 못할 것이다.
높은 곳에서 깜빡이며 움직이는 불빛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난 멀리에 있을 동료들을 떠올렸다.
‘얼마나 힘들까?’
오늘 아까는 정말이지 TV에 시선을 고정해 두기가 힘들었다. 화면 속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은 물론이거니와 조금씩 내 눈치를 보기 시작한 아영이를 보는 것도 마음이 아팠다.
일단 나는 가까운 곳에 있는 연인을 먼저 다독이기로 했고, 0:3이 된 후에는 TV를 꺼두고 평범하게 보내려 노력했다.
그러다 화장실을 핑계로 혼자 변기 위에 앉아 휴대폰을 켰는데, 0:4란 점수를 본 순간 내가 한 생각은 이것 하나였다.
뭐지? 꿈인가?
정말로 그랬다.
악몽인지조차도 분간되지 않을 혼란한 꿈을 꾸고 난 뒤, 침대에 멍하게 앉아 있는 것만 같았다.
“후우~ 아우, 진짜.”
답답함에, 절로 혼잣말이 튀어 나왔다.
사실 질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을 앞세운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 전술이 우리와 상극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리고 팀 역시 침체기를 겪는 도중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수 개인의 폼 역시 차이가 났다.
프랑크 리베리는 등 부상 이후 평소의 절반 기량밖에 보여 주지 못하는 것 같고, 데이비드 알라바는 우승 확정 이후 확실히 나사가 풀려 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이 출장을 강행한 노이어도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고, 최근 이틀이 멀다 하고 펩과 충돌 중인 만주키치는 확실히 의욕을 잃었다.
최대한 주관을 배제하고 양상을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 우리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우위에 있는 요소는 어지간해서는 찾기 힘들다는 의미다.
“휴우~ 할 수 있을까?”
2차전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6일.
오늘을 뺀다면 사실상 5일이다.
또 중간엔 베르더 브레멘과 리그 32라운드도 치러야 하는데, 일단 모레 경기에는 로테이션이 가동될 것이다. 잘하면 나도 뛸 수 있지만, 그래 봐야 교체로 20분 정도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과연 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또 우리가 정말 뒤집을 수 있을까?
오오오오오오-!
오우-! 오오오오-!
멀리에서 들려오는 낯선 강아지의 울음소리가 어쩐지 구슬퍼, 괜히 그것이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만 같다.
‘최소 네 골. 실점 없이.’
이는 분명, 지금까지 있었던 것 중 가장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마사지 룸.
유독 무겁고 어려웠던 출근길 끝에 찾은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내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할로!!”
“……응.”
“할로~♩ 구텐 모르겐~♪”
나름 용기 내어 건넨 활기찬 인사에 돌아온 반응이 영 시원치 않자, 머쓱해져 버린 나는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의 작은 목소리로 되지도 않는 노래를 만들어 흥얼댔다.
새벽 6시에도 늘 활기찼던 이곳은 오늘, 좀비 바이러스에 직격당한 것만 같다.
대충 이럴 거라고 생각은 했다만, 너무 생각과 똑같아 오히려 씁쓸하다고나 할까?
“에효. 모르것다.”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관계로, 난 모든 걸 포기하기로 하고 할 일이나 하기로 했다.
베드를 하나 잡고 눕자, 트레이너가 다가왔다.
“꼭 귀신의 집 같아. 안 그래?”
“그러니까요. 당신은 괜찮아요?”
“뭐, 나야. 요즘 행복하거든.”
“이런! 팀 플레이어가 아닌 거네요.”
“크큭. 이야기가 그렇게 돼?”
“그럼요!”
사내연애에 푹 빠져 있는 트레이너는 한참을 낄낄거리다가, 다른 동료들이 안으로 들어서자 웃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마스크를 썼다.
안으로 들어선 사람은 토니 크로스였는데, 일단 나는 그에게 인사를 건네기로 했다.
“할로.”
“할로.”
“몇 시에 도착했어?”
“세 시쯤?”
“피곤했겠네. 잠은 좀 잤고?”
“응.”
“……그거 잘 됐네.”
“그래.”
단답으로만 답하고 있는 토니 역시 기분이 무척 나빠 보였다. 뒤이어 비슷한 분위기의 노이어가 들어왔고, 바스티는 안을 슬쩍 보더니 날 확인하곤 맞은편으로 이동했다.
이곳 클럽하우스엔 총 세 개의 마사지 룸이 있는데, 내가 없는 곳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다.
분명 얼마 전까지 우리의 사이는 참 괜찮았는데 말이다.
이렇게 되니, 녀석의 발냄새까지 그리워질 정도다.
“윽-!! 바스티!! 발부터 씻고 와!!”
“…….”
그 정도는 아닌가?
한 번 더 고민해 봐야겠다.
“구텐모르겐.”
“오-! 구텐모르…… 엥?”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된 아침 인사를 받았다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을 담아 고개를 돌린 것도 잠시. 나는 금방 인사를 건넨 이를 확인하곤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비에 맞은 것처럼 축 늘어진 머리카락을 한 토마스 뮐러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를 경악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녀석이 인사 외엔 아무 말도 없다는 부분이었다.
녀석은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옆쪽 비어 있는 침대에 올라 트레이너에게 몸을 맡겼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습이라 무척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저것이 현재 우리의 상황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끄러운 토마스 뮐러가 입을 다물 만큼, 눈앞에 닥친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마사지를 끝내고 브리핑을 위해 대회의실로 이동하는 와중에도, 우린 서로 거의 말을 섞지 않았다.
평소라면 문 앞에서 장난을 잔뜩 치고 또 시끄럽게 소리를 꽥꽥 질러 댔을 건데, 오늘은 그와 정반대다.
사람이 전부 모일 때까지 기다리는 이 몇 분이 왜 이리도 그렇게 길기만 한 것인지. 특히나 이번엔 팀과 함께할 수 없었던지라, 죄책감 비슷한 감정까지도 느끼고 있는 나였다.
혹시나 이런 나를 원망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를 걱정했다고 밝힌다면, 바보라고 말할 텐가?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난 정말 그랬다.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딸깍-
마침내 문이 열리고, 피곤한 표정의 도메네크가 나타난다.
“들어오도록.”
“…….”
안으로 들어선 뒤의 우린 평소처럼 코칭스태프 모두와 악수를 나눈 뒤에, 앞줄부터 차례대로 앉으며 동료 전체와도 한 번씩 손을 맞잡았다.
분위기가 좋을 땐 이 과정 속에서도 장난이 오가지만, 지금은 얼른 이 어색함을 끝내고픈 마음뿐인 것 같았다.
간신히 자리가 정돈되고, 그것을 확인한 마넬이 앞쪽의 문을 열자 거기에서 펩이 머리를 긁적이며 등장했다.
역시나 굳어 있는 표정.
덩달아, 나도 얼굴을 굳힌다.
“하아- 좋은 아침이라 말하고 싶지만, 너희 모두 그렇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안다.”
“…….”
“우린 이제 힘든 싸움을 펼쳐야 하고, 주어진 상황을 뒤집기란 무척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 온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쏟아부어야만, 그 실낱같은 희망을 잡을 수 있다.”
“…….”
“우선 화면을 보도록 하지.”
딸깍-
넉넉한 승리를 거둔 시합 때에는 보통 이런 복기(復碁) 과정은 생략된다. 굳이 나쁜 것들을 찾을 이유가 없어서인데, 때론 모르는 것이 약이 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단점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자꾸 거기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본래 잘하던 것들도 잊어버린다.
그렇기에 때론 잘못된 것도 흘려보내야 한다는 게, 펩이 주장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경기가 있고 난 뒤라면, 펩은 자신의 주장을 뒤엎고 누구보다 신랄한 문장을 내뱉는다.
“우리의 패배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너희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축구는 20분 동안 완벽했다. 뮌헨다웠고, 레알의 강력한 선수들을 훌륭한 방법으로 억눌렀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모든 게 바뀌었다.”
펩은 지금 첫 번째 실점 장면을 틀려고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앞쪽에 있는 한 남자의 머리가 숙여졌다.
헤어스타일이 바뀌어 바로 알아보지는 못했는데, 앉은 위치로 보아 저건 토마스 뮐러다.
그의 왼손이 얼굴 쪽으로 향하는 것이 보인다.
“우리가 피치 위에서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는다. 90분 내내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적게는 15분에서 많게는 25분. 필드 플레이어가 하나의 경기에서 집중력을 보여야 하는 시간이다. 한데 그것마저 소홀히 한다면, 더는 좋은 선수라 말할 수 없다.”
실점 장면에 관한 다양한 분석이 있는 것과는 달리, 지금은 누가 보더라도 명확한 뮐러의 실수가 원인이었다.
단 한 순간 세르히오 라모스의 수비를 적극적으로 하려고 들지 않았던 게 상대에게 자유를 주었고, 세계적인 레벨의 수비수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로도 어제 경기를 분석하는 괴로운 시간은 계속됐다. 나쁜 장면들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는데, 막상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아 당황스럽기도 했다.
TV로 볼 땐 괜찮아 보였던 몇몇 장면들도, 스태프와 펩의 손을 거치자마자 그 민낯을 드러냈다.
‘엉망진창이야.’
바이에른 뮌헨의 축구선수라는 게, 처음으로 조금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가 정말 할 수 있을까?
아직, 난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