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51)
350화
2014년 4월 25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감독실.
몇 시간 전, 펩 과르디올라는 선수단을 모두 불러 모은 대회의실에서 분데스리가 32라운드 경기에 출전할 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당시 그가 호명한 선수의 숫자는 열일곱.
등록 가능한 인원에 하나 미치지 못했다.
“…….”
레알 마드리드 전에서의 패배를 떨쳐 버리는 일은 펩 과르디올라에게도 무척 힘든 일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누구보다도 더 큰 괴로움을 겪고 있다.
견디기 힘든 수준의 고통이 찾아올 때면, 젊은 시절의 펩은 스스로 동굴을 파고 들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 사람이었고, 이와 같은 성격은 가뜩이나 카탈루냐 출신과의 반목이 존재했던 스페인 대표팀 내에서는 문제가 되었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 출신의 페르난도 이에로(Fernando Hierro)와는 훈련 도중에도 종종 충돌을 일으켰는데, 그때마다 안도니 수비사레타와 치키 베히리스타인이 중재를 서곤 했다.
스스로도 그런 성격이 단체 생활을 함에 있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젊은 시절의 펩은 관계를 끊어 내는 것에 별다른 미련이 없단 남자였다.
하지만 감독이 된 이후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좋든 싫든, 그에겐 이끌어야 할 선수들이 있다.
축구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선 종종 감독을 절대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반드시 자신을 곤경에서 구해 줄 거란 맹목적인 기대를 가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건 때때로 감독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후우~”
기분 같아서는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고 일주일 정도 동굴에 갇히고 싶은 펩 과르디올라였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았던 그는 알코올의 힘을 빌리기로 한다.
근무지에서 술을 마시는 일은 자주 있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똑 똑 똑 똑-
머그잔에 대충 레드 와인을 부은 펩 과르디올라가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고, 입 안 가득 퍼지는 특유의 산미를 느낀 이후에 다시 랩톱에 눈을 가져갔다.
화면에 띄워진 사파리에는 ARD를 포함한 다양한 언론의 예측 기사가 있었다.
.
[본격적으로 훈련에 참여한 다온이지만, 바이에른 뮌헨 측은 그의 2차전 출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연막전술이라 말하는 중이다. – ARD] [조심스럽게 바이에른 뮌헨의 탈락을 예상한 개리 네빌. “바이에른 뮌헨이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4골을 넣는 일은 흔했지만,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도 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BBC] [김다온의 1차전 결장 여부가 승패와는 무관했다고 말하는 카를로 안첼로티. “우린 그저 팀으로서 바이에른 뮌헨을 압도했을 뿐이다. 한 명이 더 추가되었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 마르카] [다온, 펩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 쥐트도이체 차이퉁] [Sepp Braucht Daon(펩은 다온이 필요하다) – zt].
펩 과르디올라가 오후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자리를 비워 두었던 건, 김다온을 교체로라도 출전시키는 편이 나을지 아니면 계속 쉬게 할지를 결정 못 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계획대로라면 홈에서 펼쳐질 2차전 때 김다온을 복귀시켜야 했지만, 현재 뮌헨은 그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경기장에서 함께 뛰는 선수나 집에서 TV로 시청할 이들에게,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는 뜻이다.
“한심하군.”
펩 과르디올라는 이런 상황으로 팀을 이끈 자신을 조롱했다. 클럽엔 훌륭한 베테랑들이 많지만, 클럽이 가장 위험한 상황에서 넘어진 사람들을 이끌어 주는 것은 20살 청년이 되었다.
이것을 20살 청년의 기량이 뛰어나기 때문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운영’이란 관점에서는 정도(正道)를 많이 벗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맨유와의 8강전 첫 번째 경기 이후 그렇게 행동을 했으면서, 이제 와서 팀을 구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 역시 우습기 짝이 없었다.
스스로가 작아져 감을 느끼고 있었던 펩 과르디올라는 이제, 우주 속 먼지만도 못하다 생각할 만큼 자존감이 떨어졌다.
바이에른 뮌헨 부임 후 분명 훌륭한 모습을 보여 줬음에도, 챔피언스 리그 4강전 단 한 경기가 지난날의 모든 것을 휴지 조각보다도 못해 보이게 만들고 있다.
실제 뮌헨의 주요 보드진이 보여 준 반응 역시, 리그에서의 우승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자넨 펩 과르디올라이지 않나. 할 수 있네.”] [“……네. 그렇군요.”]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건넨 말의 의미는 분명했다.
바로, 리그 우승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FC 바르셀로나에서 믿을 수 없는 성공을 거둔 자신을 영입하고자 많은 들인 노력과, 이례적으로 수비수에 큰돈을 투자한 것에 보답하라는 말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의 이 모든 것들은 레알 마드리드를 누르고 결승전에 진출하는 순간 몽땅 사라져 버릴 것이다.
만약 0:4의 열세를 뒤집고 역전을 하기라도 한다면. 또 정말 만약 기세를 그대로 이어 가 빅이어까지 거머쥔다면,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즌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이기나 할까?’
어디를 보더라도 실패의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에서, 펩 과르디올라는 스무 살의 어린 선수에게 바이에른 뮌헨의 시즌을 통째로 짊어지게 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그렇지만 달리 방법이 보이지도 않았다.
전술적으로 뮌헨은 2차전 초반부터 레알 마드리드를 밀어붙여야 결승 진출을 장담할 수 있다. 상대는 3:0으로 패배해도 괜찮은 상황이다.
오히려 그들이 가장 스쿼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축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
뮌헨이 라인을 높이면 높일수록, 호날두와 베일은 본인의 공간을 얻는다. 그리고 1차전을 통해, 현재의 수비진으론 그 둘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게 증명됐다.
“…….”
탁-!
머그잔을 테이블 위에 조금 강하게 내려다 둔 펩 과르디올라의 머리는 점점 더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
2014년 4월 26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에진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전반 종료
바이에른 뮌헨 1 : 2 베르더 브레멘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2-3-1/4-4-2(D)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라파엘 볼프
RB ? 미첼 바이저 / RB ? 클레멘스 프리츠
CB ? 제롬 보아텡 / CB ? 제바스티안 프뢰들
CB ? 단테 / CB ? 루카 칼디롤라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산티아고 가르시아
DM ? 하비 마르티네스 / DM ? 필리프 바르크프레데
DM ?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 CM ? 테오도르 셀라시에
RAM ? 토마스 뮐러 / CM ? 세드릭 마키아디
CAM ? 마리오 괴체 / AM ? 즐라트코 유누조비치
LAM ? 프랑크 리베리 / ST ? 아론 헌트
ST ? 클라우디오 피사로 / ST ? 프랑코 디 산토
.
.
내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우리를 향한 야유가 튀어 나왔다. 그 시점은 전반 36분이었고, 대상은 미첼 바이저였다.
전반 10분 테오도르 셀라시에(Theodor Selassie)에게 실점을 허용할 때도 그렇고, 아론 헌트(Aaron Hunt)에게 추가 실점을 헌납할 때에도 바이저의 실수가 있었다.
처음이야 이해를 하려면 할 수 있는 실수였지만, 두 번째는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것이어서 기분이 조금 착잡했다.
올 시즌 펩은 가끔 B팀에 속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데, 바이저는 출전할 때마다 수비에 큰 문제점을 노출하며 늘 아슬아슬한 경기력을 보여 줬다.
결국.
“바보 같은 전반이었다. 선수를 바꾸지. 다온.”
“…….”
펩은 하프타임 때 나를 바이저 대신 출전시키기로 했다. 본래 들은 것보다 한참 빨랐지만, 어차피 후반전에 뛸 걸 알았던지라 준비는 충분했다.
자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펩이 새벽 3시에 보낸 메시지에 내가 오늘 뛸 거란 내용이 있었다.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는 바이저와 준비를 하느라 그걸 신경 쓸 틈조차 없었던 나를 앞에 두고, 펩이 다시 피곤에 찌든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이건 어쩌면 나의 실수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실수일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 모두의 책임일 거다. 난 가장 마지막이 그럴듯해 보이는군.”
“…….”
“오늘로부터 한 달 전에, 나는 리그에서의 우승이 경기력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고 말을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린.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지만, 동시에 어느 때보다도 병들었군.”
챔피언스 리그 때 팀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얌전히 있기야 하지만, 이 부분에서만큼은 전적으로 펩의 생각에 동의를 하고 있다.
실점 상황에서 나온 바이저의 실책도 실책이지만, 그것보다는 팀 전체의 실수가 너무 많았다.
베르더 브레멘이 자신들의 파이널 써드로 결정적인 패스를 보내기 전으로 테이프를 되감아 보면, 중원과 전방에서 제대로 볼 관리가 되지 않은 게 원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첫 번째 실점 상황에서는 리베리가 정신이 나간 것 같은 백패스를 보여 줬고, 두 번째엔 하비가 어영부영 볼을 끌다 필리프 바르크프레데(Philipp Bargfrede)에게 커트당했다.
외에도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자잘한 실수들이 많았는데, 오히려 호이비에르가 가장 뮌헨의 선수다웠다.
그리고 펩도 지금 그 부분을 지적한다.
“전반전 뮌헨의 엠블럼을 달 자격이 있었던 건, 피에르 한 명뿐이었던 것 같군. 피에르! 넌 아주 잘 뛰었다! 팀을 위해 헌신적이었고! 모두가 발을 멈췄을 때에도 끝까지 움직여 줬어! 정말 잘했다!”
피에르는 얼굴에 솔직한 기쁨을 표현을 했는데, 난 그게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팀 전체가 무겁다고 거기에 휩쓸리는 건, 상황을 나아지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축구 클럽의 선수단은 분위기를 주도하는 일부와 거기에 동조하는 남은 인원들로 구성되는 것 같다.
이따금 거기와 맞지 않는 이들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최악의 경우엔 완전히 동떨어져 따돌림도 받는다.
괴롭힘에 목적을 둔 따돌림이라기보단,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가 없어 자연스레 분리가 되어 가는 거라고 생각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거다.
하지만 벤피카 시절 제수스 감독님은, 좋은 리더라면 기름도 물과 섞이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 의미에서 루이장은 훌륭한 리더십을 지닌 남자였고, 현재 팀에 부족한 부분도 내가 벤피카에서 뛰며 보아 온 그런 것들이 아닌가 싶었다.
오늘 주장 완장은 제롬이 찼지만 그는 너무 강직하기만 하고, 리베리는 본인의 폼을 회복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만 해도 벅차 보인다.
람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필요해 보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건 좋을 때에나 먹히는 것이다.
‘동기부여가 필요해.’
병상에 누워 있는 일주일 동안, 나는 볼파르트 박사님이 구해다 준 서적 하나를 몽땅 읽었다.
할 일이 워낙 없다 보니, 책만 주구장창 본 것이다.
아무튼 ‘슈타이너 이론’에 따르면, 팀 퍼포먼스를 추락하게 만드는 것은 개인의 사회적 태만(Bummeln)이었다.
그리고 이 개인의 사회적 태만은 목표의 성취나 팀을 구성하는 인원수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한 팀의 목표가 다섯 개라고 가정했을 때, 목표를 성취한 개수에 비례하여 개인의 사회적 태만은 늘어난다. 그리고 또 성취의 시점이 빠를수록 역시 마찬가지다.
또 인원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타인에게 기대려는 심리’가 높아져, 개인의 사회적 태만은 증가했다.
그래서 팀 퍼포먼스를 관리 감독하는 지도자 혹은 리더들은, 개인의 사회적 태만이 팀 퍼포먼스를 저해하기 시작했을 때 동기부여에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한다.
현재 펩은 팀을 지적하는 ‘나쁜 경찰’ 역할을 수행 중이고, ‘좋은 경찰’ 역시 필요하나 그 부분은 우리가 조금 모자라다.
정확한 이유는 생각해 본 시간이 오래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엔 아마도 지금까지 쌓여 온 성취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것도 같았다.
바이에른 뮌헨 특유의 ‘Wir Sind Wir’ 문화도 한 몫을 담당하는 것 같았고 말이다.
하지만 이건 앞으로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이다. 지금 생각이 틀릴 수도 있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지금 뮌헨에 필요한 건.
“뭐라고?!”
“오늘 지면 너희들 전부 5천 유로씩 내.”
“뭐?! 무슨 개소리야?”
“우리가 왜?”
“오늘 특별한 손님들이 온 것은 알지?”
“…….”
오늘 클럽 측은 장애가 있는 어린 팬들을 경기장으로 초대해,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몇몇 동료들이 아이들과 경기 전에 함께 시간을 가졌고, 지금도 귀빈석의 아래에 마련된 공간에서 그들과 함께 경기를 보고 있다.
“난 오늘 너희들이 정말 쪽팔렸거든. 기껏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아 준 애들한테, 형편없는 전반전을 보여 준 것에 대한 보상으로 뭐라도 해 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하-! 그것 참 뭐 같은 개소리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마리오?”
“뭐?”
“진짜 개 같은 건, 볼이 빼앗겼는데도 수비를 하러 돌아오지 않는 것을 말하는 거야. 이건 네 이야기야, 데이비드.”
“…….”
요즘 알라바는 마치 윙어가 된 것만 같다.
평소에도 전술적인 이유로 윙어처럼 뛰긴 하지만, 풀백인 이상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은 수비다. 그것을 소홀히 하는 풀백은 절대 팀에 보탬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또 뭐가 개 같은지 알아? 폼이 떨어진 것을 알면서도 주구장창 이기적으로 구는 게 개 같은 거야. 전처럼 드리블을 할 수 없다면, 패스라도 똑바로 해야지!”
“……내 얘기네.”
“그래 맞아, 프랑크. 이건 네 얘기야.”
지금은 평소보다 강하게 말을 하는 중이다.
본래라면, 리베리에겐 이것보다 공손했을 거다.
“토마스! 넌 대체 뭐가 문제야? 아직도 그날의 실수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어?”
“…….”
“집어치워! 이미 그건 지나간 일이야!”
축 쳐진 물에 빠진 개처럼 보일 때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여전히 뮐러는 어떠한 손질도 하지 않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머리에 뭘 안 쳐 바르면, 사람들이 널 용서해 줄 것 같아? 틀렸어! 네가 용서받을 수 있는 방법은, 다시 예의 그 라움도이터로 돌아오는 거라고! 빌어먹을, 토마스! 오늘 네 앞에 있던 공간으로 왜 뛰어 들어가지 않은 건데? 그리고 하비!!”
“!! 으, 응?”
“제대로 뛰어!!”
“어, 어. 그, 그래.”
“나머지도 마찬가지야!! 우린 Vier Munchen이잖아!! 그런데 우리가 겁을 먹어서 어쩌자는 거야?! 나도 너희랑 베르나베우에 함께 있지 못해 힘들었다고! 하지만 최소한 나는 아직 시즌이 끝난 게 아니라는 건 알아! 그러니까 젠장할! 저 밖에 있는 팬들한테 제대로 된 경기를 보여 주라고!!”
나는 지금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있었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5천 유로를 내라며 농담을 던져 경직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괴체에게 이야기를 하면서부터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보아텡과 람은 시선을 교환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곤 했다.
둘에게도 하고 싶은 말은 있었지만, 거기까지 했다간 시간이 무척 길어질 것 같아 이쯤에서 관두려 한다.
“병신 새끼들아! 너흰 내가 이런 말을 하도록 하면 안 됐어! 그리고!!”
“?”
“??”
“미안. 내가 반드시 거기에 있었어야 했어.”
“…….”
“…….”
마지막 말 또한, 거짓 하나 없는 내 진심이다.
“그날은 무척 내게도 괴로웠어. 하지만 잊자고.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남았으니, 그걸 손에 쥐는 것만 생각하자. 오늘도 마찬가지야. 후반전에 모든 걸 뒤바꿀 수 있어.”
“……하하.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래! 우린 뮌헨이잖아! 할 수 있다고!”
“좋아, 가자!! 저들을 박살 내는 거야!!”
비로소 내가 기억하는 뮌헨의 모습이 돌아온 것 같아, 가슴이 무척 벅차올랐다.
지금은 어쩌다 보니 내가 주제넘은 말들을 많이 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동료들이 허수아비라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절대로 아니었다.
그저 그들 역시 지쳐 있고 또 지난번의 패배 때 입은 상처를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다.
펩이 내게 알려 준 것처럼 정신적인 상처는 회복에 무척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동료들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반면에 난 충분히 쉰 덕분에 체력적으로도 쌩쌩했고, 정신적으로도 역시 훨씬 더 준비가 잘 되어 있다.
커다란 목소리가 라커룸을 지배하고 난 뒤, 동료들은 계속해서 소리를 내지르며 하나 둘 라커룸을 나섰다. 나 역시 바로 뒤따르고 싶었지만, 마지막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다녀올게.]아영이의 사진에 급하게 한마디를 던진 뒤, 난 손에 담은 키스를 전달했다.
툭-
“응? 펩?”
“멋진 연설이었네.”
“하하. 연설이랄 것까지 있나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군. 그게 바로 팀에 필요한 것이었어. 내가 했어야 하지만…….”
“갈등의 안정화. 맞죠?”
“?”
“아픈 동안 공부를 좀 했거든요. 당신이 제게 알려 준 것들 말이에요. 스포츠 심리학이나 이론과 같은 것들. 볼파르트 박사님이 책을 구해 줘서 조금 읽었어요.”
“……그런가?”
“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브루스 웨인 터크먼(Bruce Wayne Tuckman)은, 그룹 역학 이론을 오랫동안 연구한 스포츠 심리학의 선구자 중 하나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그룹은 갈등을 겪고, 갈등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경우 퍼포먼스의 향상이 뒤따랐다.
그리고 갈등을 해결함에 있어, 축구 감독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행동은 스스로 나쁜 경찰이 되는 것이었다.
그럼 선수들은 무의식중에 감독을 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그런 무의식은 선수들 사이의 응집력을 증대시킨다.
“나쁜 경찰이 있으면, 좋은 경찰도 있어야 하죠.”
“그게 자네라는 건가?”
“에이, 설마요. 그건 앞으로 필리프가 해 주겠죠. 그렇죠? 저는 그냥 갈등을 터뜨린 것뿐이에요. 아주 작은 흠집이지만요. 앞으론 알아서 터지고, 또 봉합이 되겠죠. 전 그렇게 믿어요.”
펩이 휴가지를 뉴욕으로 정한 이유는 사람들의 눈을 가장 쉽게 피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스포츠 심리학의 대가들이 뉴욕에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브루스 터크먼의 논문이 가득하다는 프린스턴 대학도 뉴욕 인근 뉴저지주(州)에 있으니까 말이다.
“일단 그건 나중에 대화해요.”
“그래. 그러지.”
“네. 그럼 가 볼게요. 아, 그리고.”
“응?”
“우린 오늘 이길 거예요. 그거 아시죠?”
“……하하. 하하하하.”
오랜만에 마주 보는 펩의 웃음에, 내 기분도 조금 더 나아졌다.
난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기다렸다가, 얼른 몸을 돌려 경기장을 향해 걸어 나갔다. 고작 해 봐야 보름도 안 된 시간일 뿐인데, 걸어가는 이 길이 무척 특별하게 느껴졌다.
축구를 할 수 없다는 건, 내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인 것 같다.
[휴우~ 좋아. 그럼 가 볼까?]피치로 들어서기 전 복도의 끝에 잠깐 멈춰 섰던 나는, 찰싹하고 양 볼을 한번 두드린 뒤에 힘차게 발을 다시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