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52)
351화
팍- 팍- 팍- 팍- 파팍-
귓가에 들려오는 리드미컬한 소리.
난 눈을 고정해 둔 채 생각한다.
‘오른쪽, 오른쪽, 오른쪽.’
그리고.
‘왼쪽-!!’
탁-!
“!!”
몸을 돌리면서 살짝 옆으로 뻗은 왼발 안쪽에 축구공이 걸리고, 지금까지 집중해 온 상대에게서 시선을 뗀 나는 앞쪽에 선 로번을 향해 축구공을 굴려 보냈다.
그러곤 어째서인지 넘어져 있는 프랑코 디 산토(Franco Di Santo)를 바라봤다.
전반전에 바이저는 어찌어찌 요리해 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같은 방식으로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대단한 오산이다.
특히나 저런 단순한 패턴의 드리블로는 어림도 없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
.
·후반 03분
바이에른 뮌헨 1 : 2 베르더 브레멘
우리에게서 앞서 나가기 시작한 후, 베르더 브레멘은 더욱 라인을 깊숙이 끌어 내리곤 카운터 한 방에 의한 역습을 시도하고 있다.
아마 저들에겐 레알 마드리드가 우릴 상대로 보여 준 전술이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본래 중앙 미드필드인 클레멘스 프리츠(Clemens Fritz)와 오른쪽 풀백 테오도르 셀라시에의 위치를 바꾼 것도, 역습을 할 때 더욱 빠르게 볼을 전개하기 위함이다.
최후방에 롱패스에 능한 프리츠를 박아 둠으로써, 한 번의 패스로 우리 뒷공간을 노리려는 거다.
실제로 거기에 우린 전반전 내내 휘둘렸고, 다이아몬드 4-4-2와 5-4-1을 오가는 브레멘의 전술적 변화에 대응하는 일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일단 상대의 역습을 무력화시키고 나면, 결국 저들에게 남는 것은 수비를 하는 것밖에는 없다.
더구나 이곳은 알리안츠 아레나.
원정팀들의 무덤인 공간이다.
‘온다. 이쪽이야.’
미드필드 진영에서, 곧장 이쪽으로 축구공이 날아든다.
세드릭 마키아디(Cedric Makiadi)의 목표는 왼쪽으로 크게 벌려 움직이는 아론 헌트였는데, 라인을 높이고 있었던 나는 굳이 기다리는 대신 달려드는 방법을 택했다.
탁-
“!”
아론 헌트에 앞에서 미리 패스를 끊어 내고, 벤치에서 들려오는 역습이란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전진 드리블을 시작했다.
졸지에 패스미스를 범한 마키아디가 다급하게 달려들며 나를 넘어뜨렸는데,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바닥을 구른 나는 잠깐 드러누워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통증은 있지만,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봐아-!!!!!!”
‘이크. 일어나야지.’
펩의 반응으로 보아 오래 누워 있지는 못할 것 같다.
누운 시간이 길수록, 그가 걱정할 거다.
그래서 난 얼른 상체를 일으켰고, 옐로카드를 꺼내 드는 주심을 확인한 뒤에 자리에서 털고 일어났다.
그러곤 펩에게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다.
난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
.
(슈테판 에펜베르크) – ZDF 분데스리가 해설위원
“저게 바로 뮌헨에 필요했던 겁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전반전의 뮌헨과 후반전의 뮌헨은 2군과 1군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의 차이가 있어요. 비록 4분 조금 지났을 뿐이지만, 피치 전체에 에너지가 넘칩니다. 저게 바로 다온이 가진 힘이죠. 바이에른 뮌헨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입니다.”
.
.
(한희준) – KBS N Sports 해설위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아마 김다온 선수를 업고 다니고 싶을 겁니다. 걷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안 되거든요? 그만큼 현재 뮌헨에 있어 중요한 존재입니다. 미첼 바이저의 자리에 투입되자마자, 경기의 흐름을 180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
수비가 안정이 되면, 자연스레 공격 역시 살아난다. 뒷문이 안전하다는 것을 깨달은 미드필드와 공격수들이 보다 더 경기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반전 초반 베르더 브레멘의 공격이 간단히 몇 차례 저지되자, 전방의 움직임이 달라진 이유다.
“피에르! 여기야!”
공격이 여의치 않음을 깨달은 브레멘의 선수들은 우리의 힘과 원정이라는 것을 의식해 수비에 더 많은 인원을 두었다.
선수들 대부분이 페널티박스 안과 그 주위에 운집했고, 우리도 공격에 가담하는 숫자를 늘렸다. 지금은 내가 피에르로부터 패스를 받았는데, 순간 뮐러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여전히 축 처진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지만, 눈빛은 아까와는 완전히 달랐다.
토마스 뮐러는 지금, 뭉쳐 있는 베르더 브레멘 선수들의 사이에서 공간을 찾아내었다.
왼쪽 풀백을 투입하지 않은 오늘의 베르더 브레멘은, 왼쪽 수비의 상당 부분을 세드릭 마키아디에게 의존 중이다. 그래서 산티아고 가르시아(Santiago Garcia)가 조금 애매하다.
일단 수비 시에 그는 기본적으로 쓰리백의 왼쪽에 서지만, 보내 포백의 중앙수비수인 탓에 다소 어색해 보인다.
물론 브레멘은 시즌 내내 가르시아를 왼쪽 수비 자리에 세워 두었지만, 그에 따른 결과물이 바로 리그 최다 실점 4위와 분데스리가 14위의 성적이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왼쪽 풀백 영입에 실패와 생각만큼 성장해 주지 못한 루카스 슈미츠(Lukas Schmitz)의 부진이, 베르더 브레멘의 수비에 치명타가 되었다는 거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건, 브레멘의 수비가 얼마나 취약한가에 있지 않다.
정작 중요한 건, 우리가 그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거다. 작년 1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브레멘을 0:8로 박살 냈을 땐, 상대의 그런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했었다.
그런데 그때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브레멘을, 오늘 우리는 전반전 내내 공략해 내지 못했다.
왜?
‘간단해.’
파앙-!
우린 브레멘을 존중하지 않았고, 존경심의 부족은 상대의 장단점마저 망각하도록 만들었다. 대충 뛰어도 이길 수 있고,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뮐러의 왼쪽 팔이 앞으로 완벽히 뻗기도 전에, 난 그의 앞에 있는 빈 공간으로 패스를 보낸다.
전반전과 전혀 다를 것 없어 보인 정체되었던 상황 속에서, 뮐러의 천부적인 공간 돌파를 살린 한 번의 패스가 순식간에 브레멘의 수비를 무너뜨린다.
가르시아와 루카 칼디롤라(Luca Caldirola)의 사이로 파고든 뮐러가 가운데로 패스를 보내고, 가장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피사로가 축구공에 오른발을 가져간다.
라파엘 볼프(Raphael Wolf) 골키퍼가 반응조차 할 수 없던 깔끔한 과정이었고, 그 마무리는 우리에게 동점골을 안겨 줬다.
{“—–!!!!”}
{“–!!!”}
{“이야아아아아-!!!”}
오프사이드라 주장할 수조차 없는 깔끔한 장면에, 관중들은 열광했고 골을 기록한 피사로는 가까운 쪽 코너플랫으로 달려 나가 셀레브레이션을 펼쳤다.
그런 피사로에게 동료들이 달려가는 가운데, 어시스트에 성공한 후 곧장 내게로 돌아선 뮐러가 손을 뻗으며 다가왔다.
녀석은 내게.
“이런, 빌어먹을!! 너도 알았지? 엉? 알았던 거지?!”
“침 튀어, 토마스. 이제 겨우 동점이야.”
“이런 예쁜 새끼!! 넌 알았던 거야! 응? 내가 뛰어들 걸 알았던 거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팔을 뻗기도 전에 어떻게 패스를 보냈겠어!!”
잔뜩 흥분해서 떠드는 뮐러를 보는 것은 반가웠지만, 귀가 따가워지는 것 또한 어찌할 수 없었다.
일단 난 녀석을 진정시키며, 얼른 하프라인으로 보냈다.
“이제 시작이야, 토마스. 상대가 흔들릴 거라고.”
“응? 아, 그래. 그래 맞아! 밀어붙여야 해! 가자-!! 빨리 공을 가지고 돌아오라고!!”
셀레브레이션을 위해 모인 동료들을 향해 뮐러가 팔을 휘저으며 소리치고, 이쪽을 본 괴체와 하비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난 어깨를 으쓱이며 돌아섰다.
설명을 일일이 할 수도 없고.
그냥.
‘보면 되는 거야.’
다음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토마스 뮐러의 활약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2011년 ‘쥐트도이체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독특한 개성과 뮌헨 내에서의 역할을 설명하기 위해, 토마스 뮐러는 라움도이터(Raumdeuter)라는 독특한 용어를 만들었다.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독일의 미디어는 뮐러가 맹활약을 펼칠 때마다 이 ‘공간연주자’라는 수식어를 가져다 붙였는데, 개인적으론 그보다 완벽한 설명은 없다고 본다.
토마스 뮐러는 메디아푼타(Mediapunta/AM)와 양쪽 델란테로(Delantero/R-FW, L-FW)를 한꺼번에 지배할 수 있는 내가 아는 한 유일의 선수다.
그가 메디아푼타의 위치에서 델란테로를 향해 움직여 들어가는 방식과 타이밍은, 굳이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패스를 보낼 타이밍이라 생각하면 된다.
일단 올바른 위치로 볼을 보내면, 그다음은 토마스 뮐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말이다.
전반기가 끝난 후 ‘키커’에서 어시스트-어시스트 패스(작자 주 : 어시스트 패스로 이어지기 직전의 키 패스)를 주제로 다룬 기사를 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순위에서 내가 1위였고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것 역시 나와 뮐러로 나타났다.
하지만 난 그것이 어디까지나, 뮐러의 개인 기량의 의존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삐—익!!
2:2 동점.
우리는 손에 쥔 주도권을 살려, 베르더 브레멘을 더욱 거세게 압박했다. 오른쪽에서 뮐러가 계속해서 공간을 찾았고, 거기로 패스가 향할 때마다 상대 수비는 요동쳤다.
한동안 거의 작동하지 않았던 펩의 철학이 피치 위에 피어나기 시작했고, 난 그것을 활용할 때임을 느꼈다.
머리로 알았고 또 눈으로 볼 수 있었으니까.
‘저기.’
파앙-!!
아까보다는 조금 낮지만 중앙으로 약간 더 치우친 지점에서 패스를 받아 든 나는, 뮐러가 선 방향을 걸어 잠근 브레멘의 수비가 오른쪽으로 치우친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반드시 반대편에서 움직여 주는 +1이 있어야만 했고, 왼쪽을 보았을 때 이번엔 알라바와 눈이 마주쳤다.
리베리가 때마침 안쪽으로 좁혀 준 덕에 브레멘의 오른쪽 측면은 넓게 비어 있었고, 그곳을 겨냥해 패스를 보낸 나는 이후 펼쳐질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낮고 완만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축구공을 좋은 원터치로 가볍게 컨트롤한 알라바.
녀석은 슬쩍 가운데를 쳐다보더니, 제자리에서 한 번 도움닫기를 가져가며 왼발을 빠르게 휘둘렀다.
땅에 스치듯 날아간 크로스가 이번에도 클라우디오 피사로에게로 향하고, 몸을 틀며 오른발의 바깥쪽을 가져간 그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다시 득점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온 휘슬 소리는, 우리가 후반 10분도 채 되지 않아 경기를 뒤집었음을 알려 주는 것이었다.
난 선 자리에서 주먹을 가볍게 휘둘렀고, 관중석을 바라보며 그들에게 더 소리치고 더 기뻐하라고 양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팬들은 적극적으로 거기에 호응했다.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오늘 중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한 것이다.
[더!! 더 크게!!!]지난날의 뼈아픈 패배를 완벽하게 떨쳐 버리기 위해선, 우린 남은 시간 더 많은 골이 필요했다.
***
펩 과르디올라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의 한 날로 시간여행을 떠나 있다.
그는 지금 뉴욕에 임대한 커다란 아파트의 거실에 앉아, 입맛에 맞지 않는 이탈리아산 레드 와인을 앞에 놓아두고 TV를 시청하고 있다.
화면 속 왼쪽 상단엔 ‘BAR 0 : 1 PSG’란 글자가 선명했고, 그 아래 큰 화면에서는 어떤 한 남자가 보온을 위한 트레이닝 점퍼를 펄럭이며 벗어젖혔다.
그리고 펩은 직후 화면 속에 드러난 두 남자를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이 친구야. 바로 그거야. 바로 그거라고.’
2013년 4월 10일.
FC 바르셀로나는 8일 전에 있었던 2012/13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한 후, 파리-생제르망을 캄노우로 불러들였다.
전체적으로 저조한 경기력 속에 전반전을 0:0으로 마감한 바르셀로나는 후반 5분, 하비에르 파스토레(Javier Pastore)에게 일격을 허용하며 탈락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5분 뒤, FC 바르셀로나의 감독 티토 빌라노바는 부상에서 막 돌아온 한 남자를 투입기로 한다.
본래는 휴식을 주려고 했지만, 탈락의 위기 앞에서는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메시야. 메시만이 오로지, 승리를 가져다줄 거야.’
사이드라인에 리오넬 메시가 등장하자, 펩 과르디올라는 TV로 보고 있음에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그는 캄노우가 지금 열광의 도가니일 거라고도 확신할 수 있었다.
리오넬 메시. 그러니까, 메시아(Messiah/구세주)의 등장으로 그보다 적합한 타이밍은 없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리오넬 메시의 투입은 곧바로 큰 효과를 거두었다. 나름 치열했던 경기가 갑자기 일방적으로 기울었고, PSG는 메시의 존재감에 짓눌려 후퇴를 거듭했다.
결국 후반 26분 페드로 로드리게스의 동점골이 터졌고, 이후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한 FC 바르셀로나는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4강전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물론 이후 펼쳐진 4강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종합전적 0:7로 참패하긴 했지만, 리오넬 메시의 유무(有無)에 따라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입증하는 경기였다.
사람들은 이후 리오넬 메시의 위대함에 대해 말을 했고, 그것으로 한동안 스페인 언론은 떠들썩했다.
그리고 다시 오늘.
“?!!”
느닷없었던 김다온의 얼리크로스가 클라우디오 피사로의 해트트릭 득점으로 이어지자, 펩 과르디올라는 제자리에 털썩 무릎 꿇고 앉으며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거의 입가엔 지금, 미소가 가득하다.
.
(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피사로-! 해트트릭입니다! 6:2 바이에른 뮌헨! 후반전 180도 바꾼 경기력으로, 베르더 브레멘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한희준)
“피사로의 동물적인 득점 본능도 좋았지만, 그 전에 김다온 선수의 얼리 크로스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베르멘의 수비 뒷공간과 골키퍼의 사이로 정확히 떨어져 내렸거든요. 택배가 정말 따로 없습니다.”
(이후재)
“후반전 뮌헨이 기록한 다섯 개의 골에 모두 관여하고 있는 김다온입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 두 번째 어시스트로, 올 시즌 분데스리가 스무 번째 어시스트를 기록합니다.”
.
.
(슈테판 에펜베르크)
“전 여태껏 이런 스무 살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측면 수비수를 본 기억도 없고요. 데이비드 알라바가 윙어처럼 뛰는 측면 수비수라면, 다온은 측면에서 뛰는 마이스터(Meister)입니다. 그의 필드를 읽어 내는 능력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아요.”
(카이사르 바흐스무스) – ZDF 분데스리가 코멘테이터
“후반전 필드를 지배한 뮌헨.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다온입니다. 정말 놀랍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윙크만 주심. 곧 휘슬을 불 것 같군요. 네. 끝났습니다. 6:2 바이에른 뮌헨. 지난 레알 마드리드전 0:4의 참패를 씻어 낼 수 있는 대승입니다. 이 상태라면, 기대를 가져 봐도 될 것 같습니다.”
.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펩은 얼른 상대 벤치로 움직여 로빈 더트(Robin Dutt)와 악수를 나눴다. 그는 패배를 심심하게 위로했고, 어깨를 두드린 후 돌아섰다.
본래라면 항상 곧바로 복도를 걸었던 펩이지만, 오늘은 예외적으로 필드에 남아 선수들을 기다렸다.
사흘 후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뛸 선수들을 조금 더 격려하기 위함이자, 현재 그의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이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앞서 몇몇 선수들을 칭찬한 펩 과르디올라가 곧 김다온을 만난다.
“몸은 좀 어떤가?”
“글쎄요.”
“응?”
“45분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아요.”
“! 하하. 지금 날 놀리는 건가?”
“설마요. 괜찮아요, 펩. 오랜만에 뛰기도 했고, 기분이 정말로 좋아요.”
“그래. 그것참 멋진 일이야.”
김다온의 목을 가볍게 주무르며, 펩은 그와 함께 피치를 빠져나갔다.
역전으로 일궈 낸 대승에 기뻐하고 있는 뮌헨의 팬들이 근처에서 김다온의 이름을 소리쳤고, 환한 미소와 박수로 거기에 답례한 한국의 풀백은 곧 계단으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낸 펩은 아직 뒤따라오는 선수들이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쳐, 다시 발을 멈췄다.
“먼저 가게. 저들은 내가 맞지.”
“네. 아, 그리고.”
“?”
“지금 그거, 무척 보기 좋은 거 알죠?”
“훗. 아무래도 자넨 날 놀리는 게 맞아.”
“그럴 수도 있고요. 있다 봐요.”
펩 과르디올라는 스스로가 무척 계산적인 남자라는 것을 잘 알았다. 사실 지금도 몇 개의 핑계를 속으로 만들었지만, 자신이 멈춘 진짜 이유는 김다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다른 선수들을 챙기고 있는 것은 그저 미안함 때문이었고, 그래서 그것은 펩으로 하여금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뮌헨의 선수들은 펩의 이런 모습을 의아해하면서도 내심 좋아하고 있었는데, 이런 경기 뒤에 감독의 칭찬을 듣는 건 늘 행복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리베리를 마중한 펩이 팀의 베테랑 윙어와 함께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던 프랑크 리베리가 불쑥 이야기를 꺼내 든다.
“이봐요, 펩.”
“응?”
“아무리 생각해도, 다음 시즌엔 저 녀석에게도 완장을 채워 줘야 할 것 같아요. 세 번째 주장 정도는 나쁘지 않잖아요?”
“뭐라고 했지?”
“흐음- 그러니까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하지만 지금쯤이면 다른 애들도 비슷할 거라고요. 저 녀석에겐 람이나 제롬에게 없는 게 있어요. 전 그게 이 클럽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아무튼. 생각해 봐요.”
“……그래. 그러지.”
작게 대답한 펩 과르디올라의 목소리는 프랑크 리베리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리베리는 계속 걸음을 옮기고, 또 펩은 제자리에 우뚝 서 있었기 때문이다.
‘다온에게? 주장을?’
기쁘게 받아들여도 아무 문제가 없는 제안이었지만, 펩은 지금 어떠한 이유 하나로 망설이고 있었다.
“펩?! 언제까지 거기 있을 거예요?”
“응? 오-! 아, 그래. 지금 가지.”
멍하니 서 있던 펩을 리베리가 부르고, 황급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 그는 감독실로 향하는 내내 생각했다.
‘분명 팀에 도움은 되겠지. 하지만 그랬다가는…….’
김다온을 세 번째 주장으로 임명하는 일이, 어쩌면 영원히 그를 FC 바이에른 뮌헨에 묶어 두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닐까?
선수 개인으로야 영광스러운 일이 되겠지만, 펩 과르디올라에게 있어서는 두려운 것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언제까지고 분데스리가에 머무를 생각은 없었으니 말이다.
“…….”
의미 있는 역전승 이후에도, 펩 과르디올라가 온전히 승리에만 기뻐할 수 없는 이유가 막 생겨났다.
.
.
·경기 결과
바이에른 뮌헨 6 : 2 베르더 브레멘
[골] 프랑크 리베리 : 전반 20분(클라우디오 피사로)클라우디오 피사로 : 후반 05분(토마스 뮐러), 후반 09분(데이비드 알라바), 후반 48분(김다온)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후반 16분(김다온)
아르연 로번 : 후반 29분
김다온 ? 49분 출전(2어시스트/평점 1.0/MoM)
클라우디오 피사로 ? 95분 출전(3골 1어시스트/평점 1.5)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김다온이 아니었다면 피사로의 해트트릭도 없었을 것이다. – 키커 via 김다온을 MoM으로 선정한 이유에 관한 설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