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53)
352화
·경기 후 인터뷰
1. 펩 과르디올라
From. ARD ? 프레스 정기 인터뷰
On 전반 직후 김다온을 교체한 것에 관해
“오른쪽 측면 수비 위치에서 실수가 많았다. 그곳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브레멘에게 득점을 허락하여 힘든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On 필리프 람이 벤치에 있었다.
“무슨 의미인가? 람은 올 시즌 중앙 미드필드에서 더 많은 경기를 뛰었다.”
On 김다온의 몸이 괜찮아진 건가?
“팀의 의료진과 선수 본인 모두 괜찮다고 했다. 실제로도 피치 위에서 잘 뛰었지 않은가? 그가 빠르게 건강을 회복해서 기쁘다.”
From. zt
On 김다온의 유무에 따른 경기력의 차이가 심하다.
“인정할 수 없다. 다온은 매우 뛰어난 선수이고 팀의 핵심적인 선수이지만, 그에게 뮌헨 전체의 경기력에 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그가 뛸 때 팀이 조금 더 편안해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피치 위에서 경기를 이해하는 선수가 하나 더 추가되는 건, 단순히 좋은 선수를 피치 위에 투입하는 것 그 이상이라고 본다.
From. 라텡크로이츠
On 전반전과 후반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마음가짐이다. 우린 분명 분데스리가 우승 이후 의욕을 잃었다. 라커룸에서 그것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있었고, 그 일은 분명 중요했다.”
From. 키커
On 레알 마드리드와의 2차전에 관해.
“우린 정말 잘해야 한다. 0:4로 뒤진 것은 비관적인 상황이고, 결승에 진출을 하려면 행운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이라면, 우리가 누구인지를 깨달았다는 점이다.”
On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에 내내 고전했다.
“1차전에서 우리가 고전한 가장 큰 이유는 빼앗기지 말아야 할 장소에서 볼을 넘겨줬다는 거다. 올바른 위치로 볼을 보내고, 몇몇 지점에서 볼을 빼앗기지 않고, 또 평소보다 많은 패스를 보낸다면 역습을 제어할 수 있다.”
On 점유율을 더 늘리겠다는 말인가?
“필요하다면 그래야 한다. 볼을 점유한다는 건,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도 도움이 된다.”
On 하지만 1차전에도 뮌헨은 60% 이상 볼을 보유했다.
“그 말은 40% 정도는 레알이 볼을 점유했다는 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린 빼앗기지 말아야 할 장소에서 볼을 넘겨줬다. 역습은 절대 전방에 있는 1, 2명의 선수 때문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11명의 선수 전체가 영향을 미치고, 그래서 어디에서 누구에게 볼을 빼앗기는지가 중요하다.”
“당시 역습 상황을 생각해 보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골을 넣었지만, 당시 최소 네 명의 선수가 볼을 만졌다. 그 시발점은 그리고 대부분 사비나 모드리치였다.”
On 김다온은 2차전에 선발로 뛸 것인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최고의 선수들을 투입할 생각이다.”
2. 김다온
From. ZDF ? 수훈인터뷰
On 후반전 팀 경기력이 바뀌었다.
“그게 우리 뮌헨의 모습이다. 전반전은 조금 실수가 많았다. 하지만 후반전엔 우리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그것이 경기력에서 나타났다고 본다. 그래서 무척 기쁘다.”
On 몸 상태는 어떤가?
“오늘 뛰기 전까진 약간의 걱정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On 챔피언스 리그에서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다.
“알고 있다. 당시에 난 집에서 TV로 시청했다. 무척 분했다. 우리가 분명히 더 좋은 팀인데,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지 못했다.”
On 더 좋은 팀?
“그렇다. 우린 바이에른 뮌헨이다. 레알 마드리드도 분명 훌륭한 클럽이고 굉장한 선수들이 뛰는 곳이지만, 나는 항상 우리가 최고라고 믿고 있다.”
On 분데스리가에서 2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런가? 일단 그건 지금 말할 부분은 아니다. 오늘 베르더 브레멘은 무척 어려운 상대가 되어 주었고, 그들을 상대로 승리한 것에 기쁘다. 일단 시즌이 끝난 후에, 내 개인적인 기록들을 돌아보겠다.”
3. 프랑크 리베리
From. Sky Sports ? 믹스드 존 인터뷰
On 승리를 축하한다. 역전승에 관해 말해 달라.
“이유를 잘 알지 않나? 다온이 모든 걸 바꿨다. 팀 토크가 끝나고 선수들끼리 모였을 때, 그가 우리를 일깨웠다. 영어로는 그런 걸 Wake up call이라고 하지 않나? 대충 그런 거였다. 전반전에 우린 ‘바보같은’ 뮌헨이었고, 후반전이 되어야 ‘바이에른’ 뮌헨으로 돌아왔다.”
On 하프타임? 무슨 일이 있었나?
“미안하지만, 가 보겠다. 퇴근할 시간이다.”
4. 토마스 뮐러
From. Sky Sports ? 믹스드 존 인터뷰
On 토마스! 토마스!! 하프타임 때 무슨 일이 있었나?
(꺼진 휴대폰을 귀에 가져가며)“아, 그래. 응. 지금 가.”
5. 제롬 보아텡
From. Sky Sports ? 믹스드 존 인터뷰
On 제롬! 제롬! 하프타임 때 무슨 일이 있었나?
“아, 그거? 정말 굉장했다. 펩의 팀 토크도 훌륭했지만, 다온의 것이 모든 걸 집어삼켰다. 우린 스무 살 꼬맹이한테 한 방 먹었다.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이었다.”
On 자세히 말해 달라.
“본인에게 물으라. 하지만 그도 말하지 않을 거다.”
***
(요헨 율머) – Sky Sports 스튜디오 호스트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리베리와 보아텡 모두 하프타임 때 다온이 한 말이 결정적이었다 말하고 있어요. 대체 무슨 일이었을까요? 짐작 가는 바라도 있습니까?”
(루트비히 게아커) – Sky Sports 스튜디오 패널
“뭔가 놀라운 거겠죠. 외에는 전혀요. 일반적으로 하프타임 팀 토크는 감독의 권한입니다. 특정 선수가 언급되는 경우는 좀처럼 없습니다. 특히나 바이에른 뮌헨처럼 존경받는 베테랑들이 많은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죠.”
(요헨 율머)
“팔코?”
(팔코 애들러) – Sky Sports 스튜디오 패널
“그 친구는 정말 놀랍네요. 그렇죠? 하지만 전 그게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해요. 대체 다른 선수들은 뭘 했던 거죠? 슈바인슈타이거, 리베리, 로번, 람, 보아텡. 뮌헨에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요.”
(루트비히 게아커)
“이렇게 생각해 볼 수는 있겠죠. 뮌헨 선수단의 대부분은 아직도 베르나베우에서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수 있어요. 그게 경기력을 드러났고, 다온이 그걸 걷어 내는 말을 했다고 보는 게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네요.”
(요헨 율머)
“다온은 믹스드존 인터뷰는 거절한 채 알리안츠 아레나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후반전 바이에른 뮌헨은 분명 뭔가가 달랐죠. 1:2로 뒤지던 경기를 후반전에만 무려 다섯 골을 쏟아부으며 6:2의 승리를 거뒀습니다. 하이라이트가 준비되었다고 하는군요. 그걸 본 뒤에 다시 이야기를 해 보도록…….”
***
2014년 4월 27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선수단 식당.
펩 과르디올라가 바이에른 뮌헨에 부임한 후 가장 먼저 손을 댄 ‘식단’이 선수단 전체에 적용된 지도 어느덧 10개월째가 되었다.
탄산음료와 도넛과 같은 빵 종류를 금지하고, 건강한 재료들을 사용한 음식에도 익숙해졌다는 의미다.
경기 후 손실된 체중과 에너지를 보충하는 혼합식이 잔뜩 차려진 뷔페의 앞에서, 프랑크 리베리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함께 대화에 열중하고 있다.
둘은 각자의 접시에 음식을 담는 중이다.
“뭐?! 너 미쳤어?”
“왜? 나는 안 될 것 없다고 봐.”
“제기랄.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너는 왜 반대하는데?”
“그야…….”
음식을 모두 담은 두 사람이 구석진 자리로 이동한다.
평소처럼 한 테이블에 합석을 하려던 데이비드 알라바가 근처로 왔지만, 리베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휘젓자 알라바는 얼른 그 주변을 벗어났다.
무언가 진지한 이야기 중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눈치챘기 때문이다.
“시즌이 끝나면 한 번 더 추천을 할 생각이야.”
“그건 안 돼.”
“왜? 그래 봐야 팀의 세 번째 주장이야. 이미 완장을 찬 경기도 있고, 그날 걔가 어떻게 뛰는지 봤잖아?”
“아무튼 안 돼. 난 동의할 수 없어.”
“왜?”
“그거야…… 터무니없으니까!”
유럽의 프로 축구 클럽은 종종 복수의 주장을 두는데, 대외적으로 알려진 주장 외에도 클럽 내의 자잘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선수단을 이끄는 역할을 맡는 이를 선임한다.
선수단의 규모에 따라 적게는 두 명에서 많게는 세 명 정도가 추가로 선임되며, 현재 바이에른 뮌헨은 총 두 명의 주장을 임명해 두고 있다.
필리프 람과 제롬 보아텡이 선수단을 이끌고 있었는데, 슈바인슈타이거는 예전에도 몇 차례 제안을 받았지만 스스로 그것을 거부한 상태다.
하지만 슈바인슈타이거의 위대한 업적은 클럽 내에서 존중받고 있고, 중요한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반드시 먼저 대화해야 할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회복 훈련을 위해 오후에 출근을 한 프랑크 리베리가 슈바인슈타이거에게 대화를 건 이유다.
“차라리 네가 해. 네가 더 낫잖아.”
“나? 싫어. 그런 책임감을 좋아하지도 않고. 만약 그렇게 되면 난 더는 축구를 지금처럼 할 수 없을 거야.”
“단테나 토니는 어때? 하비라거나?”
“……이봐, 바스티.”
“?”
“다온이 싫은 거야? 그럼 그렇게 말을 해.”
“…….”
프랑크 리베리는 슈바인슈타이거가 거론한 선수들이 어째서 뮌헨의 주장이 될 수 없는지를 차곡차곡 짚어 나갔다.
무명에서 뮌헨의 선수가 되는 신화를 써 내려간 단테는 좋은 인품을 지녔지만, 피치 위에서 일정한 경기력을 보여 주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또 브라질리언 특유의 느긋한 성격이 있어, 종종 훈련에 지각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한다.
토니 크로스는 뮌헨의 유스 출신으로 모범적이고 또 프로페셔널함에 있어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클럽 내의 몇몇 정책에 부정적이고 또 계약 문제가 있다.
또 하비 마르티네스는 펩의 신임을 받는 선수가 아닌지라, 주장으로 추천하는 건 무리였다.
“다온은 필리프에게 없는 거친 면이 있어. 그렇다고 제롬처럼 자유분방하지도 않잖아. 걔는 딱 중간을 지켜 줄 애야. 그리고 생각해 봐. 누가 너나 나한테 이 팀에서 똑바로 뛰라고 외칠 수 있겠어? 안 그래?”
“…….”
“제기랄, 바스티. 이건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고. 자격의 문제야. 그리고 내가 볼 때, 걔는 충분히 자격이 있어 보여.”
“……말도 안 돼.”
끝까지 부정하는 슈바인슈타이거를 보며, 리베리도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네가 싫으면 그렇게 알고 있을게. 하지만 이미 나와 같은 생각인 녀석들이 있어.”
“뭐? 진짜?”
“응. 걔네들은 내게 동참할 거야. 넌 함께하지 않아도 좋아. 그렇지만, 문제를 일으키지도 마. 뮌헨의 주장 기회를 걷어찬 건 너야. 작년 여름에도 펩의 제안을 거절했잖아.”
부임 당시 펩 과르디올라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를 [“바이에른 뮌헨의 차비 에르난데스.”]라고 표현했다.
동시에, [“또한 그는 안드레 이니에스타이며, 세르지오 부스케츠다.”]라 말하는 등. 독일 국가대표의 7번이자 뮌헨의 31번인 슈바인슈타이거를 극찬하는 말을 했다.
프리시즌 첫 번째 날에 가진 1:1 면담에서도 주장인 필리프 람보다 먼저 호출을 받았고, 그 자리에서 슈바인슈타이거는 주장직을 맡아 줄 것을 제안받았다.
하지만 슈바인슈타이거는 자신의 성격으론 적합하지 않다는 말로, 펩의 제안을 거부했었다.
“어제 난 깨달았어. 걔가 뮌헨의 주장이 되어야 해.”
“……난 정말 잘 모르겠어.”
“그래. 그거야 네 의견이니까. 만약 네가 계속 반대한다고 해도, 우린 이해를 할 거야.”
“그래. 고마워.”
언제부터인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김다온과 화해를 하는 것조차 껄끄럽게 여기게 되었다.
클럽에 그의 존재감이 넓어질 때마다, 자신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본래는 이렇게 소심한 사람은 아니었다.
젊은 시절에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긴 했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주변을 포용하고 피치 위의 리더가 되는 것에 익숙해져 가던 자신이었다.
실제로 독일 대표팀 내에서도 가장 친화력이 좋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고, 지난 시즌 합류한 하비 마르티네스의 성공적인 정착에도 가장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김다온은 어려웠다.
그래서 가끔은 혼란이 닥쳐왔다.
‘대체 왜?’
식사에 열중하기 시작한 리베리를 앞에다 두고, 슈바인슈타이거는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서 수다에 한창인 팀의 오른쪽 풀백을 바라봤다.
단테와 보아텡 또 만주키치가 한 테이블에 있었는데, 김다온의 합류 전까진 거의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왜냐하면 만주키치는 주로 혼자서 조용히 식사하는 것을 선호했고, 만약 합석을 한다면 그건 팀을 떠난 마리오 고메스나 엠레 찬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다온의 합류가 있고 한두 달쯤 지나면서부터, 만주키치는 늘 같은 사람의 테이블에 앉았다.
매번 김다온이 함께하는 이들의 얼굴이 바뀌는 과정 속에서도, 만주키치만큼은 늘 같은 자리였다.
“저 녀석이 어떻게…….”
“뭐?”
“응?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
“크흠. 난 실례. 먹을 걸 조금 더 가져와야 되겠어.”
리베리를 남겨 두고 자리에서 일어선 슈바인슈타이거가 음식을 가져오는 것을 핑계로 김다온의 테이블 근처로 움직인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진짜래도. 여기 진짜 맛집이야.”
“그래? 전에 보긴 했는데.”
“내가 보장할게. 마리오 너도 흰살생선을 좋아하잖아. 단테 너야 뭐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제롬? 넌 여기 돼지고기 요리를 사랑하게 될 거다, 임마.”
“허세는.”
“허세? 내기할까?”
축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평범한 이야기에, 슈바인슈타이거가 금세 흥미를 잃곤 음식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음식을 담아 다시 자리로 돌아갈 무렵.
같은 테이블에서.
‘응?’
전혀 다른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걱정이기는 해. 난 발이 느리잖아.”
“펩이 널 교체 명단에 넣을 수도 있어.”
“그렇겠지? 난 맨유와의 1차전이 나아 보여.”
“네가 센터백을 보는 거지. 그럼 중앙은 누가 될까?”
“하비가 젝서일 거고. 필리프가 한 자리를 맡겠지. 그리고 남은 둘은 토니랑 바스티가 아닐까?”
“그게 가장 좋아 보이긴 하는데…… 응? 바스티?”
“엥? 바스티?”
“어. 어?”
순식간에 주제가 바뀌어 버린 대화를 들으며, 슈바인슈타이거는 잠깐 멍하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음식을 담으러 잠깐 다녀온 시간이 1분이었는지, 아니면 1시간이었는지가 분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조금 전까진, 이 테이블의 주제는 맛집이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시선에 슈바인슈타이거가 당황하고, 아무렇게나 얼버무린 그가 다시 테이블로 돌아온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은 프랑크 리베리가, 슈바인슈타이거의 접시에 시선을 고정한 채 포크를 들이밀었다.
“나 소시지 하나 먹어도 되지?”
“어? 어? 뭐?!”
“먹는다? 그럼.”
푸욱-
절대로 자신의 접시에 있는 음식을 타인에게 주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는 슈바인슈타이거였지만, 이번만큼은 그것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다.
몇 가지의 이유로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끼고 있는 슈바인슈타이거의 귀에, 밖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짹- 짹짹- 짹짹-
레알 마드리드와의 2차전을 이틀 앞둔 바이에른 뮌헨 클럽하우스의 풍경은, 0:4로 크게 뒤져 있는 것치고는 무척 평온해 보인다.
***
똑똑똑-
“펩?”
고개를 들어 나를 확인한 펩이 손짓을 보내온다.
그래서 난, 문을 닫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딸깍-
“저를 보자고 하셨다면서요?”
“그래. 잠깐 앉게나.”
“…….”
회복 훈련을 끝내고 퇴근을 준비하던 중, 마넬이 내게로 와 펩이 호출했다는 말을 전달했다. 그래서 하던 것을 곧장 멈추고, 2층으로 향했다.
펩이 내 앞에 물병을 하나 놓아둔다.
“감사합니다.”
“하하. 바쁜 사람을 붙잡은 건 아닌가?”
“아뇨. 뭐, 저를 한 시간 동안 앉혀 두실 것도 아니잖아요?”
“물론. 그렇고말고. 5분이면 되네.”
“그러면 문제없죠.”
맞은편에 앉자마자, 펩은 내게 레알 마드리드와의 1차전을 지켜본 감상을 물어왔다.
다소 엉뚱했던 타이밍인지라, 퉁겨지듯 살짝 놀라 버린 나는 잠깐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내겐 두 개의 계획이 있네.”
“어- 제 대답은요?”
“나중에 듣지. 일단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보이니, 내 이야기를 먼저 듣게나. 그편이 더 나을 수도 있고. 어차피 중요한 건, 자네가 내게 경기 내용을 말해 주는 게 아니니까 말이야.”
“??”
펩이 직접 꾸몄다는 감독실에는 작은 1인용 소파 두 개와 딱 그것만 한 테이블이 놓여 있는 게 전부다.
외에는 그가 업무를 보는 테이블이 있고, 화이트보드 몇 개와 영상을 분석할 수 있는 장치.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성취한 업적들과 각종 서적이 진열된 장식장이 있다.
어떠한 의미에서는 FC 노르셸란의 감독실보다도 훨씬 더 단출했는데, 이젠 여기에도 익숙해졌다.
오히려 축구밖에 모르는 펩의 성격이 잘 드러난 것 같아 요즘 들어는 좋아지기까지 하고 있다.
아무튼, 펩은 테이블 위에 있는 메모장 하나를 집어 들어 펜을 휘적이기 시작했다.
“하나는 맨유전과 비슷해. 그러니까, 올드 트래포드.”
“센터백이네요.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했죠.”
“그런가?”
“네. 단테는 그게 나아 보인다고 했어요. 제롬이나 큰 마리오도 나쁘지 않다고 했고요.”
“……그렇다면 자네는?”
역시, 펩은 핵심을 짚을 줄 아는 것 같다.
그보다는 내 마음을 잘 아는 걸까?
뭐. 그거나, 그거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만약 0:1이나 0:2였다면, 전 그것도 괜찮다고 했을 거예요. 하지만 0:4잖아요? 3:0으로 이긴다고 해도 탈락이라고요. 미안한 말이지만, 그걸로는 3:0이 한계 같아요.”
“…….”
펩은 침묵했고, 난 그것을 계속해서 말해도 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페페의 성질머리는 큰 마리오가 감당해 주겠지만, 그럼 그는 사실상 공격에 집중하기 어려워요. 또 라모스도 있죠. 세계 최고의 센터백이요. 저는 그 둘을 어떻게든 떨어트려 놔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게. 그리고 그러려면, 전 왼쪽을 공략해야 할 것 같아요.”
“…….”
“제가 혹시 선을 넘었다면 말해 주세요. 그런 건 아니니까.”
“……큭큭큭큭큭.”
“펩?”
왼손으로 입을 가린 채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듣던 펩이, 이내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다시 머리를 들어 올렸고, 연신 위아래로 끄덕이기를 반복했다.
“하하하핫-! 바로 그거야! 내 생각도 같아!”
“어…… 정말요?”
“그래! 이런! 이건 폐기하지. 사실 내겐 또 다른 생각이 있어. 하지만 너무 위험하고 또 도박적인 것이라, 나도 조금은 망설여지더군. 들어 보겠나?”
“그럼요. 물론이죠.”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펩이 설명을 시작하고, 난 화이트보드에 그려지는 그림을 보며 그가 말하는 단어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귀에 담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나는.
“우리가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후후후.”
놀랍고 감탄한 마음을 억누르며, 저것이 과연 현실 가능한 축구인지를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저건.
“0:4일세. 그리고 상대는 레알 마드리드지.”
“…….”
“어설픈 축구론, 어떻게든 탈락으로 귀결이 될 거야. 이미 우리의 시즌은 절반 이상 실패했네. 그것을 만회하려면, 힘들어도 해 보는 수밖에 없어. 어떻게 생각하나?”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야, 당연히 이랬다.
“재미있겠네요. 한번 해 봐요.”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지금까지 나는 펩 덕분에 정말 놀라운 경험을 했다.
새로운 것들을 하고 또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축구를 피치 위에서 수행했다.
그러니 이 남자와 함께라면, 불가능은 없다.
딸깍-
처음 약속한 5분보다는 조금 길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늦지 않은 시간에 감독실을 빠져나온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의 앞에 섰다.
잠시 뒤에 문이 열렸고, 그곳에서 클럽의 코칭스태프들 다수가 등장했다.
먼저 말을 걸어온 쪽은 도메네크다.
“어땠어? 면담은?”
“깜짝 놀라실걸요?”
“응?”
“정신 단단히 붙들어 매세요. 분명 안으로 들어가신 순간, 펩 모드를 경험하실 테니까. 녹음기라도 켜 두는 게 좋으실 수도 있어요. 그리고 내일 알죠? 준비가 잘 안 되어 있으면, 제가 짜증 낼 수도 있다는 거.”
“…….”
“하하. 마지막은 농담이에요.”
펩 모드(Pep Mode)라는 말에 단단히 얼어 버린 사람들을 놓아두고, 난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누른다.
그들을 남겨 두고 가는 것이 어째 맹수의 우리에 두는 것만 같았지만, 이 또한 저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또 말하는데.
‘농담이 아니거든?’
내가 아까 한 마지막 말은 농담이 아니다.
만약 내일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힘든 승부를 뒤집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건, 감독과 선수만이 아니라는 걸 알려 줄 생각이다.
시즌은 이제, 거의 끝자락에 와있다.
***
작가의 말 ? 주말 잘 보내세요.
요즘 좋은 말씀들 많이 해 주셔서 힘이 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