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61)
360화
2014년 4월 30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 시설. 프런트 오피스, 간부 대회의실.
클럽 역사를 통틀더라도 가장 짜릿했던 승리가 있은 뒤, 선수단이 하루 통째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바이에른 뮌헨의 수뇌부들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과 스폰서 신규 요청 및 재계약을 검토하는 한편,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전제로 한 몇몇 변화를 토론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의견이 있었던 부분은, 바이에른 뮌헨의 주급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이었다.
“우승입니다. 우승을 전제로 한 거라고요.”
“…….”
“UEFA 컵이 챔피언스 리그가 된 이후로 최초입니다. 2연패는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입니다.”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오래전부터, 스스로가 이뤄 낸 성취에 흠뻑 취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챔피언스 리그 2연패가 달성된 순간 가장 정점으로 향할 것이다.
그리고 덩달아 치솟고 있는 위상은 울리 회네스 회장의 그늘을 빠르게 치워 버리는 중이었다.
“우리가 앞으로 거둘 상업적 이익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걸 주급으로 낭비하자는 건가?”
“낭비라뇨. 일을 바로잡자는 겁니다.”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주급 체계는 분데스리가 내에서는 가장 뛰어났지만, 실상은 EPL 클럽의 중위권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분데스리가와 EPL이라는 시장의 차이에서 오는 한계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은 아니었다.
특히 현재도 계속해서 뮌헨의 실세로 군림 중인 울리 회네스 전(前) 회장이 점찍어 둔 후임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아디다스에서의 CEO 임기가 5년가량 남은 헤르베르트 하이너는 바이에른 뮌헨 내부에서 오래전부터 차기 회장 후보로 여겨져 왔다.
꾸준한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을 투입해 온 헤르베르트 하이너의 정성(?)이 뮌헨의 .e.V.들에게 먹혀든 것이다.
그리고 헤르베르트 하이너는 꾸준히 바이에른 뮌헨이 진정한 세계 최고의 클럽이 되기 위해서는 돈을 쓰는 것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사람이었다.
줄곧 축구인들로만 구성되어 온 뮌헨의 보드진과는 다른 사고방식에 의거한 것으로,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입을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헤르베르트 하이너에 호의적인 울리 회네스는 이에 다소 회의적이었고, 주급을 아끼는 것으로 클럽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단 신념을 굽히지 않아 왔다.
“당장 그걸 높이자는 게 아닙니다.”
“그럼?”
“숨기고 있던 내용들을 외부로 드러내자는 거죠. 일단 지금은 그거면 됩니다. 그리고 이후에 앞으로 계약에 참고를 한다면, 외부에서 선수를 수급하기 훨씬 더 쉬울 겁니다.”
바이에른 뮌헨은 김다온 말고도 대량의 인센티브를 숨겨 두는 방식으로 주급 체계를 유지해 왔다.
주급만을 공개하는 분데스리가의 규칙을 교묘하게 활용, 대외적으로 쏟아질 수 있는 비난을 피한 것이다.
하나 챔피언스 리그 2연패를 기록한 클럽이 된다면, 누구도 돈을 쓰는 것을 탓할 수 없다. 클럽의 성공도 성공이지만, 선수들의 수고를 보상해야 한다는 심리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미니게는 지금이 오래된 클럽의 주급 체계를 뜯어고칠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답을 받아 낸다.
“우승일세. 우승이 유일한 조건이야.”
길었던 회의가 끝나고, 만족스러운 답변을 받아 낸 루메니게는 회장실에서 미리 약속된 남자를 기다린다.
똑똑똑-
끼익-
“들어가도 됩니까?”
“물론일세. 들어오게나.”
편안한 복장으로 등장한 펩 과르디올라를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반갑게 맞이한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긍정적일세. 단, 조건이 있네.”
“……우승이로군요.”
“그래. 바로 그거야.”
고개를 끄덕인 펩 과르디올라는 만족한다는 표정이었다. 행여 부담이 되지 않을까를 걱정한 루메니게에겐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사실, 펩 과르디올라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다.
분데스리가 우승, 클럽 월드컵 우승, 포칼 컵과 챔피언스 리그 최소 준우승을 확보해 둔 감독이 바라는 재계약과 선수 영입이 이토록 어려워도 되느냐고 말이다.
만약 바이에른 뮌헨이 챔피언스 리그 4강에서 그대로 탈락을 했더라면, 루메니게는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리그 우승은 평범한 축구 팬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며, 클럽 월드컵과 포칼 컵에서의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또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성적이 크게 불만스럽다는 말을 보탰을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전날의 승리 하나가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그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위대한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루메니게는 ‘Wir Sind Wir’라는 바이에른 뮌헨의 철학을 이렇게 해석해 가져갔다.
[“바이에른 뮌헨 그 위의 진보는 없다.”]라던 프란츠 베켄바워의 말을 ‘Wir Sind Wir’와 결합하여, 새로운 진보를 이룩할 시점으로 본 것이다.펩 과르디올라는 실로 제멋대로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를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럼 토니를 설득할 수 있는 겁니까?”
“최대 1,100만 유로까진 줄 수 있네.”
“나쁘지 않군요.”
“그래. 하지만, 일단 우승이 먼저야.”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응? 벌써 가나?”
“네. 선약이 있거든요.”
“??”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어 만족한 펩 과르디올라가 회장실을 나서고, 다시 홀로 남게 된 루메니게는 졸지에 사라져 버린 점심 식사 상대에 당황하다 어깨를 으쓱거렸다.
굳이 펩 과르디올라가 아니더라도,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오랫동안 우정을 유지해 온 게르트 뮐러는 항상 루메니게를 위해 시간을 내주었다.
둘은 곧, 어렵지 않게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밖으로 나설 준비를 하던 중.
삐이-
“이런!”
빨간불이 번쩍인 스피커폰을 바라보는 루메니게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그냥 밖으로 나섰다.
그러자 밖에 있던 비서가 이렇게 말한다.
“FC 바르셀로나예요, 회장님. 직접 통화를 원한대요.”
“이렇게 전하게나.”
“네.”
“어제 내가 2억 유로라고 잘못 말했는데, 3억 유로를 주면 생각해 보겠다고 말이야.”
지난 1월에 FC 바르셀로나의 회장으로 취임한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Josep Maria Bartomeu)는 하루 전부터 계속해서 루메니게를 괴롭히고 있었다.
이미 김다온의 에이전시에서 FC 바르셀로나의 관심 사실을 인정했고, 선수가 떠날 뜻이 없음도 분명히 밝혔다.
그러자 바르토메우는 타깃을 바꿔 루메니게에게 전화를 걸어왔는데, 정중한 거절에도 안하무인으로 파고드는 모습에 벌써부터 진력이 날 정도였다.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본능적으로, 바르토메우가 축구계 전체에 해(害)가 될 남자라는 걸 알았다.
‘당분간 바르셀로나는 피해야겠어.’
이렇게 작은 결심을 한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은, 부리나케 프런트 오피스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
[올 시즌 후 바이에른 뮌헨에 이적을 요청할 예정인 하피냐. – 슈포르트 1/2014.04.30.(오후)]***
[하루가 지나고서야, 전날 패배에 대해 말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 – OSEM/2014.04.30.(저녁) [세르히오 라모스, “충격적이고 수치스럽다. 인생에서 가장 끔찍했던 날이었다. 많은 이들이 울었다. 경기장을 떠나 마드리드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고, 나 역시 아무와도 말을 하지 않았다. – 아스/2014.04.30.(저녁)] [사비 알론소, “무척 슬펐다.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결코 0:5로 패배할 팀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뮌헨 역시 마찬가지일 거다. 그들도 아마 본인들이 네 골 차로 패배할 팀이 아니라 생각했을 거다. 결국은 그들이 더 나았다는 거다. 축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EFE/2014.04.30.(저녁)]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사비 알론소의 인터뷰를 좋아하지 않는다. – 마르카/2014.04.30.(저녁)] [플로렌티노 페레스, “상대가 더 낫다는 말 따위나 하니까 0:5로 패배하는 것. – 아스/2014.05.01.(오전)] [페레스 회장의 발언으로 인해, 다가오는 여름 사비 알론소가 클럽을 떠날 거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페레스 회장은 이를 부정하는 중이다. – 아스/2014.05.01.(오후)] [오직 리그 우승만이 카를로 안첼로티의 감독직을 보장해 줄 것이라 생각하는 리그의 관계자들. – 문도 데포르티보/2014.05.01.(오후)]***
2014년 5월 2일. 81479 뮌헨, 독일. 카르소베크 1C.
훈련이 재개된 어제와 오늘, 팀이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아직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남아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상기시키는 일이었다.
워낙 많이 화제가 되고 워낙에 많은 이야기들을 몰고 온 지난 4강전인지라, 리그 우승 못지않게 동기부여라는 측면에서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린 그것을 제법 잘 넘겼다고 생각한다.
람과 바스티를 중심으로 한 베테랑들이 목소리를 높여 줬고, 그래서 난 거기에 약간의 조미료만 더하면 됐다.
동기부여를 되찾은 팀은 다시 활기차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오늘 오후 훈련이 끝날 때쯤엔 모두가 명확한 목표의식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난 승리로 인한 기쁨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는데, 그렇다고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아뇨. 정말 지금은 아니라니까요.]바로 이거.
수화기 너머로, 집요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그러지 말고. 재미있을 거래도?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 떠나지 않아요.]– 아, 제발. 리오가 실망할 거야.
[벌써 그 이야기 10번째인 것 알죠?]– 그냥 얘기만 나눠 보라는 거라니까? 응? 제발.
여태껏 다니 아우베스가 이렇게 집요한 남자인 줄 몰랐다. 어제부터 전화를 걸어오기 시작한 그는, 계속해서 바르셀로나의 관계자와 대화를 해 보라 설득하고 있다.
물론 대화만 나누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난 그게 끝이 아닐 거라는 것을 안다.
분명, 이렇게 진행될 거다.
[싫어요, 다니. 제가 어떻게 될지 말해 줄까요? 제가 당신들이랑 대화를 한 몇 시간 뒤, 분명 어딘가에서 이적 뉴스가 뜨겠죠. 제가 부정을 해도, 뉴스는 계속해서 이어질 거고요. 그리고 그건 제가 바라는 일이 아니에요.]이 세계에는 오해에서부터 출발하는 이적도 있다. 그리고 그 오해를 만들어 내고자, 선수를 영입하길 바라는 쪽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현재 소속된 클럽과의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은 기본이고, 동료 혹은 감독과 이간질을 하기도 한다.
때론 부인이나 여자 친구의 현 상태를 파악하여, 여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때도 있다.
이를 위해 클럽의 여성 직원을 평범한 이웃처럼 위장시키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선수가 아닌 주변에 먼저 접근해 자신들의 편으로 포섭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설득보다 잘 먹혀드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하는 노력들이다.
하지만 다니 아우베스와 FC 바르셀로나에겐 애석하게도, 현재 아영이도 독일에서의 삶에 100% 만족을 표하고 있다. 조금씩 연극 무대에 서고도 있고, 패션 쪽에서의 커리어도 크리스티나의 도움으로 차곡차곡 쌓는 중이다.
요즘엔 오히려 한국의 소속사에서 안달이었는데, 쇄도하는 드라마 각본 요청을 받아들여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철저히 광고만 촬영하겠다는 원칙을 지키는 중이다. 드라마를 찍으면 한국에 수개월 동안 가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날 홀로 남겨 둘 수 없기 때문이란다.
참으로 사랑스럽지 않은가?
난 그녀에게 늘, 갚아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 젠장. 이런 기회는 많이 없어.
[네. 저도 알아요. FC 바르셀로나는 정말 멋진 클럽이죠. 하지만 지금은 여기가 더 좋아요.]– 왜?
[당신도 잘 알지 않아요?]– ……펩 때문이네.
여기에 난 긍정도 또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 또한, 곤란해질 수 있는 답이니까.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로 사라진 ‘펩의 아이’라는 타이틀을, 굳이 다시 내 손으로 끌어들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이게 사실이다.
[이만 쉴래요, 다니. 다음번에는 이런 이야기 말고 좀 더 제대로 된 말을 해 보자고요. 알겠죠? 그럼.]– 자, 잠깐! 지금 끊지 마…….
-딸깍-
“휴우- 장난 아니네.”
“힘들었지. 고생했어.”
“뭘. 별것도 아닌데.”
전화를 끊은 나는 다시 아영이의 곁으로 와 그녀를 안았다. 우린 한창 좋은 시간을 즐긴 뒤에 여운을 느끼는 중이었고, 다니의 전화로 흥이 깨진 지금은 배가 고팠다.
“배고프다. 나가서 뭐 먹을까?”
“뭐?”
“글쎄. 내일은 안 뛰니까, 고기라도 잔뜩 먹을까?”
“좋아. 으흐흐흐.”
아영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자, 품에서 떠난 그녀가 침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나 역시, 그녀가 씻는 동안 밖의 샤워실을 사용할 생각이다.
따뜻한 물에 몸을 씻으며, 정신없었던 지난 사흘의 기억 중 흐린 부분들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본다.
요즘 가장 행복한 사람은 내가 아닌 에이전시 쪽 관계자들인데, 그들은 쏟아지고 있는 스폰서 제의 요청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현재 나는 ‘아디다스’나 ‘아우디’와 같은 바이에른 뮌헨 쪽의 그룹과 ‘tmn’이라는 포르투갈의 한 통신사와 스폰서 계약을 맺은 상태다.
외에는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단발성 광고 계약을 맺은 게 전부였고, 나는 그것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에 충분히 만족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이전시는 월드컵 전까지 개인 스폰서의 숫자를 10개 언저리로 늘릴 예정이었고, 이를 위해 ‘최고의 회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이젠 광고 계약금도 올라갈 거야.”] [“그래요?”] [“응. 우린 6개월에 최소 200만 유로를 생각하고 있어.”] [“!!”]이 말은 최소 두 배 수준으로 계약금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야 어디 계약을 하려 하겠느냐는 내 생각과는 달리, 현재까지도 에이전시는 쏟아지는 제안을 분류해 내느라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다.
요나스 외에 내 쪽으로 배치된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들은 나와 대면은 하지 않고 축구 외적인 인터뷰 요청과 세금 문제 등을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월드컵이 지나면, 최소 15개 정도가 네 스폰서가 될 거라 생각하고 있어.”] [“……그렇게나 많이요?”] [“응. 또 그 계약을 통해…….”]끼릭-
쏴아아아아-
뚝-
샤워기의 물을 끈 나는, 스폰서 수입만으로 연간 3천만 유로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을 거라던 요나스의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파우더 룸의 거울 앞에서 몸을 닦으며, 난 살짝 수염이 오른 턱을 매만졌다.
“흐음- 질레트도 있나?”
전부터 늘 면도기 회사로부터 스폰서십을 제공받게 된다면 참 좋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영이는 수염 난 얼굴을 볼 때마다 진지하게 제모를 권하고 있지만, 나이를 먹으면 수염을 제대로 길러 볼 생각인지라 거기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
드레스 룸으로 가 편한 옷을 대강 찾아 입고선, 휴대폰의 화면을 밝혀 메시지를 보낸다.
부르르르-
‘응? 벌써?
평소처럼 답이 1분 이내에는 오겠거니 생각을 했었는데, 10초도 채 되지 않아 휴대폰이 울렸다.
“…….”
꽤나 혹하는 것이었지만, 나 역시 나만의 원칙을 지키기로 결정한다.
괜히 이쪽으로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던 나는, 그냥 이쯤에서 답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에는 1층 거실로 내려와 아영이가 오기를 기다렸는데, 그러는 동안 어제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떠올라 다시 휴대폰을 켰다.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오른쪽 상단을 터치했고, 그런 뒤엔 가장 위에 있는 계정을 만졌다.
그러자 전날 대화했던 내용이 화면에 표시됐다.
대충 내용은 이렇다.
– 그럼 그날 보는 거지?
– 응. 난 좋아. 둘이 보는 거야?
– 아니, 셋.
– 네 여자 친구? 그것도 괜찮지.
– 여자 친구가 아니야.
– ??
결승전 티켓을 구하지 못한 관계로, 아영이는 날짜에 맞춰 독일로 올 우리 가족들과 함께 바로 이곳에서 결승전을 시청할 예정이다.
필리프와 토마스의 아내들도 오기로 했고, 크리스티나도 아이들과 함께 방문할 예정이다.
나는 이런 내용들을 미리 부모님과 누나에게 전했고, 세 사람은 한국에서 선물을 사 오기로 했다.
[“우리 며늘아가는 뭐 좋아해?] [“뭐?! 며늘아가?!”]일단 이 부분은 나중에 이야기하자.
아영이는 좋아했지만, 난 조금 소름이 돋았다.
부끄럽고 또 익숙지 않았으니까.
어쨌든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한 건,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장소가 내가 리스본에 있을 때 자주 갔던 식당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둘 외에 그곳을 찾을 사람은.
– 펩. 펩이 함께 갈 거야.
– ……뭐?!
– 베르나르두. 다음 시즌에 같이 뮌헨에서 뛰자. 펩이 널 물었고, 난 강하게 추천했어.
사실 클럽은 이미 벤피카와 구두 협상을 마친 상태다. 이적료의 규모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고, 시즌이 끝나는 시점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제로니모 역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을 하게 될 예정이라, 벤피카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윙어를 찾고 있다.
하지만 베르나르두 본인은 정작 아무것도 몰랐다. 내가 언질을 약간 주긴 했지만, 이 친구가 누구던가?
스윽-
스윽-
난 이제, 화면을 조금 위로 올린다.
– 내 생각엔, 이 클럽엔 네가 뛸 자리가 많아. 그리고 너라면 할 수 있고. 어때? 뮌헨에서 뛸 준비는 됐어?
여기에서 메시지는 끊겼다.
왜냐하면.
“자기?”
“응~ 나 1층이야!”
“지금 내려가-!”
아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휴대폰 화면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엘리베이터의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
10개월을 살았지만, 이 소리 없는 엘리베이터는 여전히 신기하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직원이 와서 점검을 해 줬는데, 그럴 때마다 더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
소리 없이 위아래를 오르내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난 가벼운 차림의 아영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습관처럼 내게 안겨 온 그녀를 품에 안으면서, 나는 아영이가 먼저 잠들어 듣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아, 자기. 어제 있지.”
“응?”
“베르나르두가 기절한 거 알아?”
“뭐?! 진짜?! 왜?! 큰일이야?!”
“아니, 그게…….”
농담이 아니라, 베르나르두는 마지막으로 내가 보낸 메시지를 받자마자 까무러쳤다.
곧 정신을 회복하긴 했지만, 통화 속 녀석의 말에 따르면 잠깐 천국을 보고 온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난 끔찍한 소리 하지 말라고 했고, 이내 낄낄 웃던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 너희 집 근처에 괜찮은 곳 있어?]그래서 난 클럽이 미리 말해 두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시즌이 끝나면.
[- 제기랄! 난 언젠가 너랑 또 같이 뛸 줄 알았다고!] [“그래. 그래. 또 뒷바라지를 해 줘야지.”] [- 뭐?! 내가 애인 줄 알아?] [“아니었어? 연애는? 요즘 연락하는 애는 있어?”] [- ……너 나빠. 나쁘다고.]장담하는데, 다음 시즌은 무척 시끄러울 것이다.
…….
어? 잠깐.
뭔가가 떠올라, 난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았다.
“자기? 갑자기 왜? 아파?”
“우웅- 머리가 아파졌어.”
“집에 다시 갈까?”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야.”
“?”
“지금 아주 잠깐, 뭔가 끔찍한 장면이 떠올랐거든.”
“??”
토마스 뮐러와 베르나르두 실바라고?
베르나르두가 뮌헨에 합류한 뒤,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떠올랐다.
“아니, 그게 있지.”
걱정하는 아영이를 달래며, 지금 생각하고 있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말해 주었다.
“뭐?! 그것 때문에 이랬다고?”
“응!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데.”
실로 오랜만에, 내 여자 친구가 나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앞장서서 걸어갔고, 난 그런 그녀를 얼른 뒤쫓았다.
‘이거 다 너 때문이야, 베르나르두.’
리스본에서 만나면, 그 즉시 뒤통수라도 후려쳐 줄 생각이다.
반드시.
***
[바이에른 뮌헨의 다음 시즌 스폰서십 수입은 대략 70~80% 정도 증가할 것. – 한델스블라트(독일 경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