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62)
361화
.2014.05.03. 경기 결과(Bundesliga 33R)
함부르크 1 : 4 바이에른 뮌헨
[골] 마리오 괴체 : 전반 32분(아르연 로번), 후반 25분(토마스 뮐러)토마스 뮐러 : 후반 10분(마리오 괴체)
클라우디오 피사로 : 후반 30분
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MoM ? 마리오 괴체(2골 1어시스트/평점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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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뛴 거리 15.013km. 얼마나 대단한 기록일까? – OSEM/2014.05.03.(저녁)]***
2014년 5월 6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 시설. 주차장.
시즌의 막바지.
두 개의 결승전(DFB-포칼/챔피언스 리그)을 앞둔 우리는 호흡을 조절 중이다.
탁-!
“모르겐!”
“오-! 모르겐!! 사람들은요?”
“한두 명 정도야.”
“하하, 나쁘지 않네요. 있다가 또 봐요!”
주차장에서 만난 스태프에게 손을 흔들며, 나는 평소 하던 대로 퍼포먼스 센터를 향해 걸었다. 어제는 원정을 다녀온 선수단이 휴식을 취했고, 나를 포함 동행하지 않았던 이들만 이곳에서 B팀과 함께 훈련을 가졌다.
그런 뒤엔 피에르와 미첼을 포함한 B팀 선수들을 데리고, 시내 식당으로 가 점심을 샀다.
메뉴는 당연히 한식(韓食)이었다.
예전에 B팀과 함께 훈련을 할 때 농담처럼 김치가 체력의 비결이란 말을 했었는데, 순진한 녀석들은 여전히 그것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김치는 물론 슈퍼 푸드라 부를 만한 음식이었지만, 사실 체력은 80% 정도 타고나는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볼파르트 박사님이 했던 말이다. 후천적인 노력으로 늘릴 수 있는 재능의 영역은 20% 정도 수준이고, 체력 역시도 재능이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도 있고, 굳이 사람들의 믿음을 깨트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
안 그런가?
“할로-! 일찍 왔는데?”
“뭐, 늘 똑같지.”
바이에른 뮌헨에서 출근 다툼(?)을 벌이는 것은 주로 나와 토니 그리고 바스티 정도다. 예전엔 필리프가 매번 출근이 가장 빨랐지만, 율리안이 생긴 이후는 평균적이 되었다.
말이 나와서 그런데, 율리안 람(Julian Lahm)은 정말이지 천사 그 자체다.
클라우디아를 쏙 빼닮은 금발 하며, 부모님의 좋은 유전자를 잘 받고 태어나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제시카는 요즘 좀 어때?”
“좋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
“뭘.”
토니도 조만간 아빠가 된다.
이 친구에겐 제시카 파버(Jessica Farber)라는 애인이 있고, 둘은 소꿉친구일 때부터 연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출산 후 회복 기간이 끝나면 결혼식도 올릴 예정이다.
“그나저나.”
“?”
“어제 대화는 어땠어?”
“하하. 여긴 비밀은 없는 거야?”
“뭐, 다 그러잖아?”
알다시피, 토니는 시즌 중반이 넘어서면서부터 클럽에 꾸준히 재계약을 요구해 왔다. 내가 볼 때에도 현재 토니가 받고 있는 주급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연봉으로 따지자면 주급과 보너스를 합해 500만 유로 정도인데, 그건 내 반의반도 되지 않는다.
‘키커 랑리스테’ 전반기 이케(IK), 그리고 후반기 뷔케(WK)가 거의 확실시되는 미드필드가 받는 돈이라고 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어제 뮌헨에서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고, 토니와 그의 에이전트에게 방문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아~”
한숨을 먼저 내쉬는 게, 영 께름칙했다.
“조건은 썩 괜찮았어.”
“진짜?”
“응. 하지만 너도 알잖아? 만약 펩이 떠난다면, 굳이 이곳에 남을 이유는 없어.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
“그래도 다른 곳의 조건이 더 좋아.”
“…….”
토니는 일종의 홈 디스카운트(Home Discount)를 하는 중이었고, 적당한 금액이라면 그것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뮌헨과 계속 함께할 생각이다.
거기엔 클럽을 향한 애정이라든가 가족과 애인, 친구, 삶의 패턴 등 다양한 요소가 개입되어 있을 거다.
때때로 돈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계약을 앞두었을 땐 돈 외에도 고려를 해야 할 수없이 많은 것들이 있다. 가난할 때라면 모를까,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렇지 않다.
내 생각에 돈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이자, 삶의 다양성을 높여 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중요한 요소다.
그렇기에 토니 역시, ‘최소한’만 갖추어진다면 삶의 다양성을 좇으려고 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삶의 다양성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도 애인도 그렇다고 친구도 아닌 펩과 계속 함께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현재는 나도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라, 토니의 기분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토니가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는 속 깊은 이야기를 내게 전달하는 이유다.
“펩과는 대화를 해 봤어?”
“응. 넌?”
“…….”
2년 뒤의 미래를 논하려고 할 때마다, 펩은 피식하고 웃으며 묘한 미소를 짓기만 한다. 다만 내겐 언제 어디에서든 함께 축구를 하게 될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는, 과연 토니에게도 펩이 같은 말을 했느냐는 것이다.
내가 침묵하는 사이, 토니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아~ 펩은 내 미래를 위해 가장 올바른 선택을 하라고만 했어. 클럽에 충성을 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엔 내 인생을 돌봐야 한다고 말이야.”
“그다운 말이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딸깍-
“응?”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넌 반드시 나랑 나중에 저녁을 같이 먹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그래. 너희 집이나 우리 집.”
“환상적이네. 그렇게 하자.”
토니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가장 핵심적인 자원 중에 하나다. 이 팀에서 그가 하는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이 친구는 높은 위치에서 팀이 볼을 잃지 않도록 만들고, 속도감을 유지하면서도 주변의 동료들이 늘 편안하게 패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든다.
경기를 읽어 내는 시야라든가 천부적인 완급 조절 능력, 또 드리블과 패스를 선택하는 면에서도 완벽하다.
두말할 여지 없이, 바이에른 뮌헨은 앞으로도 토니 크로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
만약 펩이 3년 후에 뮌헨을 떠난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의 내 마음이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무척 슬프고 또 함께 떠나고 싶을 것 같다.
하지만 내 계약은 5년이고, 2017/18 시즌까지는 바이에른 뮌헨에 묶인 몸이다.
3년 후.
정말로 펩이 그때 떠난다면, 난 과연 그때 펩을 따라서 뮌헨을 떠나겠다고 할까? 아니면 그에게서 축구를 전부 배우고 또 다른 감독과 함께하는 걸 두 팔 벌려 환영할까?
후자라면 나는 무척 슬플 것 같다.
그러니까, 변해 버린 내 모습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또 축구엔 더더욱 복잡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언제까지고 지금처럼 순수하길 바라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마사지를 받는 내내, 내 머릿속은 무척 복잡했다.
반면, 하늘은 구름 하나 없이 깨끗하다.
‘덥겠네.’
어느덧, 계절 속엔 다시 또 여름이 살짝 숨어 있었다.
***
[바이에른 뮌헨은 오늘, 도르트문트의 스트라이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와 프랑크푸르트의 미드필드 제바스티안 로데의 영입 사실을 발표했다. – 키커/2014.05.05.(오전)] [시즌 후 은퇴를 결정한 다니엘 판 바위턴. 뮌헨은 그의 은퇴 경기를 계획 중이다. – 쥐트도이체 차이퉁/2014.05.05.(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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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었던 이틀 전, 김다온이 서울과 수원 시내 한 부모 혹은 부모가 없는 축구 유망주 가정에 총 3억 원어치의 여름나기 물품을 지원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한국 대리인 측은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리는 중이다. – NEWS24/2014.05.07.(오후)]***
2014년 5월 8일. 81479 뮌헨, 독일. 카루소베크 1C.
대외적으로 알려지고 또 내 스스로 자주 말했었던, ‘어린 시절 축구를 관두려고 했던 이유’는 바로 가난이다. 실제 사실이기도 하고, 가장 큰 이유도 맞다.
하지만 난 그 곁다리에 있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진짜 비참하다니까요. 겪어 봐서 잘 알아요.”
– 그래. 심하기는 하더라.
그것을 떠올릴 때마다, 내 자신이 너무나도 비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잘못을 한 것이 전혀 없음에도 죄인이 된 것 같았고, 매번 나는 불효자였다.
“가해자는 몰라요. 평생 그 기분을 모르죠. 본인이 직접 그렇게 당해 보지 않는 이상, 죽었다 깨어나도 당하는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고요.”
– 진행할까?
“네. 당연하죠. 구해 줘야죠.”
프로 구단과 연계되어 있는 유스라고 해도, 절대 그 속의 모습은 프로답지 않다. 오히려 프로의 후원을 받고 있기에, 알력은 더더욱 심했다.
축구의 실력보다는 가정환경이 더 중요하고, 학년과 재력으로 만들어지는 서열은 학부모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예를 들어 학부모를 초대해 간담회를 가지더라도, 1학년을 자녀로 둔 부모는 3학년의 부모에게 항상 앉을자리를 양보해 줘야 하는 식이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곧바로 그 자리에서 온갖 소리를 다 듣는다.
인신공격은 기본이고, 상대방의 인격이 의심될 만한 쌍욕과 인격을 모독하고 비하하는 말도 심심치 않게 오간다.
나는 초등학교 때 그것을 보며 충격을 먹었고, 그것을 잘 알았기에 매번 핑계를 대며 부모님에게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막고는 했었다.
그리고 난 그때 깨달았다.
결국, 어른이 문제라고.
“풋볼아트로 보내요. 이미 준이 형은 알고 있어요.”
– 그런데, 설득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제가 고용한 거잖아요? 해 주셔야 할 일이에요.”
– 하아~ 가차 없구나, 넌.
“당연하죠! 돈을 받으시는 만큼은 해 주셔야죠.”
– 깐깐한 스무 살 상사일세.
대표팀 일정이나 여름휴가 때 한국에서 머물 때마다, 매번 나와 같은 아이들을 챙겨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었다.
해외에서 뛰며 내가 느낀 점은 외국이라고 하여 따돌림 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주변 어른들이 보여 주는 반응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거였다.
유럽에선 절대 ‘따돌림받는 것도 이유가 있겠지.’라거나, ‘어린애가 그럴 수도 있지.’라는 인식은 없다.
잘못한 건 분명히 잘못한 것이며, 아무리 어린아이라고 해도 잘못을 저질렀다면 거기에 대한 대가는 분명히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100%는 아니지만, 90%는 그렇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이번 기부 일정을 잡으며, 아영이와 함께 꽤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고민을 이어 갔다. 아이돌 세계도 장난이 아니라, 우린 서로 대화가 잘 통했다.
그리고 그 끝에 나온 결론은, 후원을 핑계로 가정을 방문한 사람들로 하여금 일종의 조사관 역할을 맡기는 것이었다.
따돌림이나 구타 혹은 어떠한 종류의 폭력을 당한 아이들은 티가 나는 법이고, 우린 이번에 방문한 60개의 가정에서 총 12명의 아이가 괴롭힘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중 말이 통하는 지도자가 있는 학교나 유소년 클럽에 속한 절반의 아이들을 골라내고, 남은 6명을 권준 형님의 아카데미로 이동을 시킬 생각이었다.
“조만간 제가 크게 하나 터뜨릴 거예요.”
– 뭘? 폭력을?
“아뇨.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거요.”
– 무슨 소리야?
‘KJ 풋볼아트 아카데미’는 조만간 KJ&DO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재탄생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동시에, 노르셸란/벤피카/셀틱/PSV와 협약을 체결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성용이 형과 두리 형님 또 지성이 형님이 발 벗고 나서 도와주셨다.
성용이 형이나 두리 형이야 무난하게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지성이 형님은 나처럼 한국에서 따돌림을 받은 케이스다.
그래서 처음 내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 때, 먼저 하지 못해 부끄럽다며 미안하다고 말해 주신 것도 박지성 형님이었다.
“협회 쪽 분들하고도 대화가 어느 정도 됐어요. 우수한 젊은 지도자들이 있는 유소년 팀을 꾸준히 찾아주겠다고 했죠.”
현재 내가 그리는 그림은, 좋은 마인드를 갖춘 유소년 클럽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KJ&DO로 이동하여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다.
재단을 설립하기 위한 작업도 월드컵이 끝나면 시작할 생각이고, 늦어도 2017년쯤이면 한국의 유소년 아카데미와의 제휴도 기틀을 갖출 거라 생각하고 있다.
당연히 비영리로 운영할 생각은 아니라서, 해외 진출 혹은 다양한 방면을 통해 수입 역시 확보해 둘 생각이었다.
현재 발렌시아에서 뛰는 강인이가 유명하게 된 슛돌이와 같은 TV 프로그램이 편성된다면, 적극적으로 나서 KJ&DO와 제휴를 맺은 아이들을 홍보할 것이다.
또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방송을 만드는 것 역시도 계획하고 있다.
이 부분은 아영이와 아영이 쪽의 인맥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았는데, 아직은 먼 이야기다.
“겨우 시작이에요. 일하시는 게 별로면, 6개월 있다가 다른 사람들을 찾을 거예요.”
– 아이고야, 그래. 알았다. 열심히 할게.
“네. 정말 부탁드릴게요.”
– 그래. 여긴 곧 자정이다. 난 잘게. 거긴 몇 시야?
“오후 네 시요.”
– 그래. 그럼 저녁 챙겨 먹고. 또 통화하자.
“네. 그래요.”
-딸깍-
통화가 끊기고, 나는 이제 테이블 위에 널려 있는 스폰서 관련 계약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요나스가 직접 내게 준 요약본으로, 전문은 이메일로 받아 두었다.
본격적인 협상은 시즌이 끝난 후에 진행을 하겠지만, 그래도 에이전시에 가이드라인은 잡아 줘야 한다.
어차피 오늘 일정도 끝난 상태고, 아영이도 WAGs들과 함께 시내로 나가 여자들만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이건 사백만. 이건…… 천만? 진짜?’
한국의 사람들은 내가 3억을 기부한 것을 두고 대단하다고 하지만, 그 정도는 열흘 정도면 벌고도 남는다. 물론 요즘도 1유로에 민감하긴 하지만, 중요한 일을 위해서라면 큰돈을 쓰는 것쯤이야 대수롭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번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앞으로 벌어들일 생각이니까 말이다.
난 부자가 되고 싶다.
가족을 위해. 사랑하는 이를 위해. 또 지금처럼 남을 돕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축구 그 자체만을 생각하기 위해서라도 돈이 더는 대수롭지 않게 되었으면 한다.
시간이 지나고.
‘응? 16유로? 뭐 이렇게 비싸?’
나는 다시 운동용 속옷 가격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늘 느끼지만, 한국이 진짜 옷이 싸다.
아영이는 매번 아무리 운동용이라도 좋은 것을 입으라고 하지만, 땀에 흠뻑 젖을 속옷에 몇 백 유로를 쓰는 건 내겐 고려 사항이 될 수 없다.
‘찾았다! 8유로! 거봐! 있잖아!’
비슷한 제품을 반값으로 찾은 것에 기뻐하며, 난 얼른 물건을 장바구니에 주워 담았다.
톡-
***
2014년 5월 9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제1 연습구장.
슈투트가르트와의 분데스리가 최종전을 하루 앞두고, 우린 언제나처럼 연습에 한창이었다.
“재계약이요? 벌써?”
“그래. 에이전시보다는 자네에게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지.”
“…….”
연습 도중 클럽의 단장 마티아스 잠머가 나를 따로 불러냈고, 펩의 허락을 받고 한쪽으로 움직인 나는 뮌헨 측이 시즌 후 재계약을 고려 중이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굳이요?”
“응? 자넨 기쁘지 않나?”
“아뇨. 그것보다는 조금 의아해서요. 계약서를 적은 지 10개월도 안 됐잖아요.”
“하하, 하지만 시즌이 지나면 남은 계약 기간은 4년이 되지 않나. 수뇌부는 그걸 다시 5년으로 만들고 싶어 하네. 그리고 인센티브 일부를 주급으로 포함시킬 거야.”
지금 마티아스 잠머가 한 이야기는 바이에른 뮌헨의 주급 체계가 바뀐다는 것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죠?”
“클럽이 버는 돈이 늘어났지. 간단한 산수야.”
“저만 그런가요?”
“아니. 일단 자네를 포함해 토마스와 필리프가 뮌헨의 새로운 주급 체계를 처음으로 경험하게 될 거야. 그리고 올여름 새롭게 영입할 선수들도 마찬가지지.”
마티아스 잠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자꾸만 한쪽으로 고개가 돌아가려는 것을 참아야 했다.
이걸 물어봐야 할까?
안 좋은 것 같은데.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다.
“펩은요?”
“……뭐?”
“펩이요. 그도 여름에 다시 계약을 갱신하나요?”
“그게…… 자네에게 중요한가?”
난 굳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 표정이 살짝 굳는 잠머를 보며, 이 이야기를 더 길게 이어 가서는 좋을 게 없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애써 표정을 환하게 가져가며, 내일 경기가 끝나는 즉시 에이전시와 대화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자 잠머 역시 표정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대답이었다는 듯, 어깨를 두드리며 돌아선 그의 발걸음은 퍽 가벼워 보였다.
마티아스 잠머의 모습이 프런트오피스 건물의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난 일부러 늦장을 피우며 훈련 합류 시점을 늦췄다.
괜히 축구화의 끈을 풀고 또 묶기를 반복하며, 뻔히 눈에 보이는 행동을 했던 거다.
‘갔나? 갔네.’
이제 잠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섰고, 곧바로 펩의 옆으로 다가가 잠깐 대화를 요청했다.
“저기, 펩.”
“?”
“잠깐만 대화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러지.”
몇 발 옆으로 움직이는 펩을 따라 자리를 옮기고, 나는 곧 잠머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러자 펩이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저는 거절하려고 해요.”
“왜지?”
“그야…….”
펩은 내가 미처 다 하지 못한 말을 알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럴 리 없으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어깨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렸고, 며칠 전 토니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자네 미래를 위해 가장 올바른 선택을 하게.”
“?!”
“그리고 내가 아는 자네라면. 무엇이 가장 올바른지를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 않나?”
“…….”
“이제 그만 훈련장으로 돌아가게.”
“……네. 그럴게요.”
내가 놀란 이유는 펩이 미래를 약속해 주지 않아 실망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가 어떠한 식으로든 미래를 약속했다면 혼란스러운 마음이었을 거다.
그렇기에, 이 대답은 최고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저건 거짓말이야.’
펩 과르디올라는 지금 내게,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그 속의 진실은 아마도.
“휴우~”
지금 내 시선은, 아무것도 모르고 수다에 한창인 한 남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