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63)
362화
2014년 5월 10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전반 37분
바이에른 뮌헨 1 : 0 VfB 슈투트가르트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2-3-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스벤 울라이히
RB ? 김다온 / RB ? 사카이 고토쿠
CB ? 다니엘 판 바위턴 / CB ? 안토니오 뤼디거
CB ? 단테 / CB ? 게오르그 니더마이어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아르투르 보카
DM ?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DM ? 크리스티안 겐트너
DM ? 하비 마르티네스 / DM ? 카를로스 그루에조
RAM ? 아르연 로번 / RAM ? 이브라히마 트라오레
CAM ? 토니 크로스 / CAM ? 알렉산드루 막심
LAM ? 토마스 뮐러 / LAM ? 콘스탄틴 라우쉬
ST ? 마리오 만주키치 / ST ? 베다드 입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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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두 경기를 앞둔 펩의 부탁은 첫째도 부상을 조심할 것. 또 둘째도 부상을 조심할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깨닫는다.
참으로 짓궂다고.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은 채, 나는 저 멀리에서 고통스러워하며 피치를 연신 주먹으로 두드리는 남자를 본다. 더욱 짜증이 나는 건,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거다.
난 전에도 비슷한 장면을 봤었다.
어디에서였더라?
‘지금 그게 중요해?’
멍청한 생각을 하는 스스로를 탓하며, 난 천천히 걸어 사고(?)의 현장으로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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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끝까지 부상이 발목을 붙잡는 느낌입니다. 스쿼드 전체가 건강했던 적이 단 한 차례도 없거든요? 바트슈투버가 시즌 아웃 부상 중인 것도 있지만, 실제로도 시즌 내내 부상자들이 속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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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감싸 쥐고 뒹굴다 그곳을 킬리안에게 내어 준 이는 다름 아닌 바스티다. 상태를 살핀 지 5초 만에 교체를 알린 그는, 다급히 주변에 들것을 요청 중이다.
“이봐-!!”
“얼른! 서둘러!!”
덩달아 마음이 급해진 토니와 내가 소리치고, 운영 요원은 들것이 아닌 응급차를 아예 피치 위로 들였다.
그리고 난 그 뒤의 팬들을 본다.
이미 확정된 분데스리가 단일 시즌 최다 득점과 승리로 완성이 가능한 분데스리가 역대 최다 승점을 보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았을 그들은 지금 충격에 빠져 있다.
축제를 벌이는 것으로 끝났어야 할 오늘 하루인데, 이래서야 마음 놓고 즐길 수도 없을 것이다.
“빌어먹을.”
“우리도 조심해야 돼.”
“그래. 네 말이 맞아.”
지금 바스티의 부상은 우리 모두의 머리에 경종을 울렸다. 자칫하다간 플레이가 위축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1점 리드를 잡아 둔 상태라는 거다.
소극적이 되더라도 실점만 하지 않는다면 승리는 거둘 수 있으니, 더 중요한 날을 위해 몸을 아낄 때다.
응급차와 함께 바스티가 피치를 떠나고, 얼른 교체를 서두른 펩은 피에르를 투입할 준비를 마친다.
“가자. 상태는 나중에 확인하자고.”
“그래. 그러자.”
바스티의 상태는 일단 경기가 끝난 뒤에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부디 심각한 게 아니길 바라지만, 포칼 컵 결승전을 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운이 좋다면 15일 남은 챔피언스 리그 결승 경기엔 나설 수도 있는데, 난 부디 그러기를 바란다.
‘이제야 겨우.’
피치 안팎에서 저 남자와 유대(紐帶)라 부를 만한 것이 생겨났는데 말이다. 물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만, 그래도 2013/14 시즌은 앞으로 15일이면 끝난다.
무엇보다.
‘비참하다고.’
경기에 뛸 수 없다는 것. 또 땀을 흘리는 동료들의 곁에 함께할 수 없다는. 특히나 그것이 만약 하나의 대회의 가장 중요한 무대라면, 병상 위에 가만히 누워 있다는 것 자체가 비참한 기분을 선물할 것이다.
그리고 말하는데, 바스티는 그런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다. 누구보다 팀을 위해 헌신했고 또 누구보다 동료들을 사랑하며,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하는 남자다.
그런데 어찌.
‘씨이-팔!!’
페널티 박스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축구공을 향해 쇄도한 나는, 이를 악물고 오른발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퍼억-!!!
축구라는 녀석은 어찌나 잔인한지.
스스로 그걸 잘 알기나 할까?
[씨이이이-팔!!! 이 빌어먹을 자식아아아아-!!!]나의 커다란 외침은, 지금 내가 딛고 선 이 피치를 향해 내뱉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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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바이에른 뮌헨 4 : 0 VfB 슈투트가르트
[골] 마리오 만주키치 : 전반 11분(김다온)김다온 : 전반 40분
데이비드 알라바 : 후반 25분(F.K)
클라우디오 피사로 : 후반 47분
김다온 ? 95분 출전(1골 1어시스트/평점 1.5/MoM)
***
[분데스리가 최다 승점!! 작년 본인들이 세운 기록(91점)을 새롭게 갱신하며, 바이에른 뮌헨이 2013/14 분데스리가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 빌트] [바이에른 뮌헨이 2013/14 시즌 새롭게 새운 기록들. – 키커]? 역대 최다 승점 : 93점
? 역대 최다 골득실 차 : +96(116득점 20실점)
? 역대 최소 실점 2위
-> (역대 1위 2012/13 바이에른 뮌헨 12실점)
? 단일 시즌 최장 경기 무패 : 29경기
[기념비적인 시즌에도 불구하고 웃지 못한 펩 과르디올라. “시즌 내내 선수 관리에 많은 허점이 있었다.” – ARD]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시즌이 끝났다고 예상하는 전문가들. – 빌트]***
※ 2013/14 분데스리가 Best 11
1. 블리처리포트(미국/4-3-3 Defending)
2. GK ? 마윈 힐츠(아우크스부르크)/RB ? 김다온(바이에른)/CB ? 소크라티스 파파도풀로스(도르트문트), 에미르 스파히치(레버쿠젠)/LB ? 박주호(마인츠)/CM ? 티아고 알칸타라(바이에른), 요하네스 가이스(마인츠)/AM ? 하파엘(묀헨글라트바흐)/RW ? 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LW ? 막스 크루제(묀헨글라트바흐)/ST ? 요시프 드르미치(뉘른베르크)
3. Goal.com(영국/4-2-3-1)
GK ? 랄프 페어만(샬케)/RB ? 김다온(바이에른)/CB ? 제롬 보아텡(바이에른), 나우두(볼프스부르크)/LB ? 데이비드 알라바(바이에른)/CM ? 필리프 람(바이에른), 요하네스 가이스(마인츠)/RAM ? 아르연 로번(바이에른)/CAM ? 호베르투 피르미누(호펜하임)/LAM ? 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도르트문트)
4. DW.com(독일/4-3-3 Attacking)
GK ? 베른트 레노(레버쿠젠)/RB ? 김다온(바이에른)/CB ? 소크라티스 파파도풀로스(도르트문트), 나우두(볼프스부르크)/LB ?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볼프스부르크)/DM ? 필리프 람(바이에른)/CM ? 호베르투 피르미누(호펜하임), 하칸 찰하놀루(함부르크)/RW ? 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LW ? 안드레 한(아우크스부르크)/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도르트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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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4 분데스리가를 정리하며 베스트 11을 선정한 11개의 전 세계 미디어에서 유일하게 모두 이름을 올린 김다온. 그중 9개의 미디어에서는 만장일치였다. – 키커/2014.05.12.(오전)]***
※ ESPN 2013/14 분데스리가 리뷰
-> 2014.05.13. 발표
1. 최고의 팀 : 바이에른 뮌헨
2. 가장 큰 충격 : 울리 회네스의 세금 포탈
3. 최고의 순간 :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골을 넣은 마리오 괴체의 셀레브레이션 장면
4. 가장 실망스러운 팀 : 함부르크 SV
5. 최고의 감독 : 마르쿠스 바인치얼(아우크스부르크)
6. 최악의 계약 : 자크 주아(함부르크)
-> 이 카메룬의 포워드는 손흥민의 이적 등으로 생겨난 함부르크의 빈약해진 공격력을 채워 줄 거란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26경기에서 단 두 개의 골만을 기록하는……(이하 생략)
7. 최고의 계약 : 김다온(바이에른 뮌헨)
-> 우리는 본래 이 자리를 ‘저비용 고효율’의 선수 이름을 채워 넣어 왔다. 하지만 올 시즌 그 누구도 : 심지어 임대 계약으로 함부르크에 15골을 선사한 피에르-미헬 라조가라 하더라도 : 5,500만 유로로 이적해 1억 유로 이상으로 몸값을 끌어올린 김다온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8. 최고의 젊은 선수 : 막시 아르놀트(볼프스부르크)
9. 올해의 선수 : 김다온(바이에른 뮌헨)
-> 아르연 로번이 김다온의 유일한 경쟁자였지만, 둘 사이의 격차는 상당했다. 수비수임에도 총 28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김다온은 단순한 사이드백 그 이상이었으며, 시즌 내내 리그 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였다.
***
[분데스리가 선수 협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김다온. – 분데스리가 홈페이지/2014.05.14.(오전)]***
2014년 5월 15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 시설. 퍼포먼스 센터, 소회의실.
DFB-포칼 컵 결승을 이틀 앞두고, 일정을 모두 끝마친 펩 과르디올라는 정기적인 의료 보고를 받았다.
“바스티는 뛸 수 있을 겁니다.”
“…….”
슈바인슈타이거의 정확한 진단명은 ‘Patella Problems’.
즉, 슬개골 부상이다.
일반적으론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킬리안 볼파르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본인도 현역 시절 숱한 부상을 입어 봤고, 그에 따른 반응을 잘 알고 있었다.
10일 경기 당시 피치에 넘어진 슈바인슈타이거가 보여 준 모습은, 결코 ‘단순한 타박’이라 보기 힘들었다. 특히나 그의 투쟁심과 성격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 판정은 이상했다.
“자네 아버지도 같은 의견인가?”
“……아버지는 지금 이곳에 없습니다.”
“그럼?”
“…….”
펩 과르디올라는 사실, 한스-빌헬름 뮐러-볼파르트의 부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미국 NBA의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의 요청으로 독일을 떠난 지 오래다. 현재는 L.A에 있는 코비의 저택에 머물며, 이 위대한 선수를 보살피는 중이다.
“난 그를 뛰게 하지 않을 걸세. 자네 아버지에게서 제대로 된 검사를 받기 전까지는 말이야.”
“하지만 그는 이미 괜찮습니다!”
“정말인가?”
“그게 무슨 말이죠?”
“…….”
“…….”
펩 과르디올라와 킬리안 볼파르트 사이에 냉담한 기류가 흐르고, 이것이 조금 불편했던 마티아스 잠머가 둘의 사이에 끼어들어 일단 서로를 갈라놓았다.
들으라는 듯 욕설을 내뱉은 킬리안 볼파르트가 회의실을 떠나고, 펩은 자신을 바라보는 마티아스 잠머를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스-빌헬름입니다.”
“……그는 2주 뒤에나 돌아오네.”
“환상적이로군요! 공식적인 클럽의 팀 닥터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클럽을 내팽개치고 본인의 다른 고객을 만나러 떠났으니 말입니다.”
“…….”
사실 마티아스 잠머의 상식으로도, 현재의 상황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도르트문트의 전성기를 이끌며 수비수로서 역대 두 번째로 발롱도르를 수상한 잠머는, 도르트문트와 슈투트가르트 또 독일 축구 연맹을 거쳐 뮌헨의 단장으로 부임했다.
“말해 봐요, 마티아스. 제가 잘못하고 있는 겁니까?”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든든하군요. 그럼.”
2012년부터 뮌헨의 단장으로 근무를 하며 열심히 바이에른 뮌헨의 철학과 클럽 운영 방식을 익히곤 있었지만, 그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철저히 펩 과르디올라의 편이었다.
만약 도르트문트의 팀 닥터가 지금 이 시점에서 클럽을 이탈했다면, 그 즉시 해고를 당했을 것이다.
당연히 위약금은 받지 못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클럽 측으로부터 손해배상을 청구받을 수도 있다.
딸깍-
“…….”
펩이 떠난 뒤 소회의실을 빠져나온 마티아스 잠머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킬리안 볼파르트를 찾는다.
그리고 조금 뒤.
“싫다니까요.”
“그러지 말고, 자기야. 난 꽤 괜찮은 남자야.”
“자기? 제가 왜 당신에게 자기라고 불려야 하죠?”
“그렇게 매정하게 굴지 말래도.”
복도를 조금 걸은 마티아스는 클럽 내의 여직원 하나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는 킬리안을 발견하게 되었다.
무척 한심한 기분을 느낀 마티아스 잠머가 조용히 나타나 크게 헛기침을 한다.
“크흠- 흠!”
“?!”
“저는 이만.”
“응? 자기! 아, 이런!”
안타까워하는 킬리안의 곁에 선 마티아스 잠머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만약 이 남자가 정상적이었다면, 펩 과르디올라가 자신을 모욕했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어야 했다. 실력 여부를 떠나, 자존심과 향상심이 있다면 응당 그러는 게 옳다.
하지만 잠머는 이러는 것이 킬리안 뮐러-볼파르트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바스티는 어디에 있나?”
“이런 제기랄. 꼭 이때 방해했어야 했나요?”
“바스티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네.”
“그걸 제가 어찌 알겠어요. 클리닉에는 없고 또 여기에도 없으니 집에서 쉬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를 출입하게 만드는 건 제가 아니라고요. 그 빌어먹을 대머리지.”
빌어먹을 대머리.
무언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상황에, 마티아스 잠머가 실로 오랜만에 인상을 찌푸린다.
그러자, 킬리안 뮐러-볼파르트가 움찔하며 물러섰다.
그러곤 급한 볼일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조금 있다가 클리닉에 고객이 오기로 했거든요.”
“…….”
“그럼, 츄스!”
킬리안이 도망치듯 복도에서 사라진 뒤,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 마티아스 잠머가 탈모 때문에 빡빡 밀어 버린 본인의 민머리를 손바닥으로 쓰다듬는다.
‘빌어먹을 대머리라니.’
아버지의 명성을 갉아먹는 저 바보 같은 인간이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이, 자신에게도 해당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
81479 뮌헨, 독일. 카루소베크 1C.
바이에른 뮌헨 합류 이후 내가 축구 외에 가장 많이 한 것은 무엇일까?
그러니까, 사적인 것을 빼고 말이다.
그 대답은 무척 간단하다.
바로, 중재(仲裁).
나는 시즌 내내 갈등의 중심 혹은 갈등의 주변에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것은 분데스리가가 끝나고 두 개의 컵 대회 결승전만을 남겨 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시 검사를 받아 보자니까.”
“내가 왜? 볼파르트 클리닉은 최고야.”
“그건 맞는데.”
“??”
“박사님이 아니었잖아. 너도 알잖아. 킬리안은 의사가 아니야. 평범한 피지오지.”
“…….”
의외로 뮌헨에 거주하는 팬들도 킬리안 뮐러-볼파르트가 당연히 그의 아버지처럼 ‘의사’일 거라 잘못 알고 있다.
하지만 킬리안은 의대를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당연히 필수 과정인 ‘Patient Kommunikationstest’도 따지 않았고, ‘Kenntnisspruefung’으로 불리는 의사고시도 보지 않았다.
대신 클럽 내의 평범한 피지오들처럼 스포츠 의학과 관련한 가장 기본적인 자격증을 딴 것이 전부다.
실제로 킬리안이 클럽 내에서 하는 일은 피지오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언제든 볼파르트 클리닉과 핫라인을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만이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킬리안이 정식 의사였다면, 10일에도 바스티를 굳이 응급차에 태우지 않았을 것이다.
알리안츠 아레나 내의 의료 시설로 그를 옮겨 빠르게 치료를 하고, 그 뒤에 볼파르트 클리닉으로 옮겼을 거다.
그게 올바른 과정이니까.
“듣자 하니 킬리안이 다른 의사의 검사를 막았다며. 자기가 직접 하겠다고 말이야. 이런, 바스티! 네가 뛰고 싶은 것은 알지만, 올해가 커리어의 끝은 아니잖아?”
“……하지만 시즌은 끝이지.”
역시나, 바스티는 고집을 피우는 것이었다.
“선발이 아니어도 좋아! 그냥 너희 곁에 있고 싶다고!”
“그건 펩에게 부탁하면 되잖아? 교체 명단에 없어도 넌 언제든 벤치에 앉아 있을 수 있어.”
“…….”
“그러니까, 제발. 다른 데서 검사를 받아 봐.”
볼파르트 클리닉이 최고이긴 하지만, 외에도 뮌헨에는 훌륭한 의료 시설이 많다. 당연히 최고 수준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검사 자체로만 따지자면 큰 차이도 없을 거다.
그렇지만 지금 이 남자는 자신의 시즌이 끝나 버릴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것 자체가 이미, 본인의 몸 상태를 스스로 눈치채고 있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너무 몰아붙일 생각은 없다.
“그나저나, 사라는?”
“그냥. 그렇게 됐어.”
“응? 뭐야? 헤어졌어?”
“그건 아니야. 그냥 조금 다퉜어.”
“왜?”
“……너랑 똑같은 잔소리를 하니까.”
“이런, 바스티! 넌 자꾸 복을 걷어차고 있잖아.”
“뭐?! 복은 눈에 보이지 않아! 형체가 없는 것을 내가 어떻게 걷어찰 수 있다는 거야?”
“하아~ 됐다. 됐어.”
“말을 똑바로 해.”
깜빡하고 비유적인 표현을 한 내가 어리석었다.
하지만 나는, 진심을 담아 바스티에게 권유했다.
“사라는 정말 좋은 여자잖아.”
“나도 알아. 하지만, 너무 오래 사귀었어.”
“결혼은?”
“글쎄. 아직은 생각이 없어.”
바스티는 현재 사라 브란트너(Sarah Brandner)라는 모델과 사귀고 있다. 예전부터 숱하게 독일 대표팀의 WAGs 중 가장 미인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예쁜 사람인 데다가,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가진 것으로도 유명했다.
본인의 남자친구가 어떤 위치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늘 독일 대표팀과 뮌헨의 새로운 WAGs를 챙겼다.
아영이도 그런 그녀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뮌헨과 관련된 사람들 중에 사라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된다.
“얼른 화해해.”
“네가 뭔데 참견하는데?”
“안 그랬다간 생각해 봐.”
“??”
“만약 지금 헤어지면, 그 사실은 곧 알려지겠지.”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야?”
“잠깐 들어 보라고!”
“…….”
하여간 이 인간은 꼭 소리를 질러야 말을 듣는다.
문제는 본인이 그걸 재미있어한다는 거다.
웬수 같으니.
아무튼.
“너는 곧 브라질로 떠나잖아. 그리고 너랑 헤어진 사라는 독일에 남겠지. 그리고 또 누가 독일에 있을까?”
“독일 국민들?”
“아니, 병신아! 킬리안!”
“?!!”
“옥토버 페스트 때 킬리안의 그 시선을 봤어? 사라한테서 아예 눈을 떼지 못하던데? 걔가 찝쩍댄다고 생각해 봐. 그리고 이별로 연약해진 사라가 마지못해 그걸 받아들인다…… 으왓!!”
점점 얼굴이 굳어 가던 바스티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만,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 밖으로 나섰다.
난 그가 화가 난 줄 알았는데.
“바스티!! 어디 가는 거야?!”
“사라한테!!”
“엥? 진짜?”
“그래!! 그리고!!”
“??”
현관문 앞까지 나섰던 바스티가 뒤로 돌아서더니, 내가 있는 곳으로 저벅저벅 걸어왔다. 마치 주먹 한 방 날릴 기세였던지라, 나도 모르게 주춤대며 뒤로 물러섰다.
그렇지만, 내가 틀렸다.
날아온 건 주먹이 아니다.
“-!!!”
이 빌어먹을 인간은 내 얼굴을 잡더니 입을 맞췄다.
우웩-!!!
“바, 바, 바바, 바스티!! 이게 뭔 빌어먹을 짓이야!!!”
“네가 날 구했어! 아주 중요한 걸 짚어 줬다고.”
“퉤퉷! 에베베베- 푸르르르-”
연신 침을 뱉고 입을 닦아내는 나를 남겨 두고, 다급히 현관을 빠져나간 바스티가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소매로 계속 입을 닦아 내며 밖으로 나선 나는, 반대편 손을 흔들며 한마디를 더 보태는 걸 잊지 않았다.
“잊지 마!! 검사받아 보라고!!!”
부르응-!!!
바스티가 내 마지막 말을 들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저렇게 걸을 정도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내가 판단할 것은 아니다 싶어, 일단 그가 없이 치르는 DFB-포칼을 생각하기로 했다.
‘진짜 이놈이나 저놈이나.’
나 없으면 대체 어쩔 뻔했어?
응?
괜히 부모님이 생각나, 전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게 있지.”
알고 보니 사라의 고민 상담을 들어 주고 있던 아영이가, 집으로 불쑥 들이닥치더니 격정적인 키스를 날렸다며 바스티의 애정 행각을 속속들이 말해 주었다.
“나도 오늘 그렇게 받을래!”
“……뭐?”
“나 지금 씻을 거야.”
“……어?”
“거부는 거부한다. 알겠지?”
“……자기야. 진짜? 진짜로?”
“어-!!!”
잽싸게 2층으로 올라가는 아영이를 보며, 난 바스티가 나갔던 현관문을 향해 쌍따봉을 날려 주었다.
역시 사람은, 좋은 일을 해야 보답을 받는가 보다.
오늘 밤은 무척, 행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
[DFB-포칼 컵 결승전과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결장이 확정된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키커/2014.05.16.(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