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64)
363화
□ 사전 인터뷰 ? 2014.05.16.(오후)
위르겐 클롭
From. 베스틀리네
On 결승전의 관건은?
“이런 단계에서는 정신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 팀 모두 체력적으론 충분히 준비가 되었을 것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길 간절히 바랄 것이다. 양쪽 모두 반드시 승리해야 할 이유가 있다. 그러니, 정신력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On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결장이 도움이 될까?
“글쎄. 만약 우리가 이긴다면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의 결장이 꼭 우리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훌륭한 선수지만, 축구는 늘 11명이 하는 스포츠다.”
On 레반도프스키의 동기 부여가 결여되진 않았을까?
“그럴 리 없다. 레비는 당장 몇 달 후 적으로 만나는 게 두려운 놀라운 선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우리의 선수다.”
From. 루어 나흐리히텐
On 3:0 승리를 거뒀을 때처럼 비책이 있는가?
“비책? 그런 건 없다. 그저 상황을 살피며 최선을 다해 준비할 뿐이다. 그들이 어떠한 팀인지는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경기가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당시의 뮌헨과 지금의 뮌헨은 조금 다르다고 본다.”
On 어떤 점이 그런가?
“내가 볼 땐, 지금이 동기 부여가 훨씬 더 잘되어 있는 것 같다. 최근 경기를 보면, 4월에 보였던 느슨한 부분이 없어졌다. 챔피언스 리그가 그들에게 이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From. OSEM(한국)
On 반갑다.
“한국인인가? 환영한다. (웃음) 다온에 관해 물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더라도 먼저 이야기를 좀 하겠다. 그는 정말 환상적인 선수다. 아마 11개의 포지션을 몽땅 소화할 수 있을 거다.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이고, 한국이 그런 선수를 보유하게 된 것에 축하를 보낸다. 그래서? 질문은 뭔가?”
On 고맙다. 다 들었다.
“하하하. 그에게 내 이야기를 꼭 전해 달라.”
***
[비상(非常)! 바이에른 뮌헨! 데이비드 알라바도 부상? – 풋볼베스트일레븐/2014.05.16.(오후)] [바이에른 뮌헨의 한 내부 관계자는 데이비드 알라바가 훈련 도중 복부 근육에 부상을 입었음을 밝혔다.“그 역시 시즌 아웃이다.”
이제, 바이에른 뮌헨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데이비드 알라바 없이 두 개의 결승전을 치러야 한다. – 키커/2014.05.16.(오후)] [위기의 바이에른 뮌헨이여, 다온의 말을 떠올려라! : Das ist Bayern Munchen! – tz/2014.05.17.(오전)]
***
2014년 5월 17일. 14053 베를린, 독일. 올림피쉐르 플라츠 3.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
·경기 시작 2시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3-4-2-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로만 바이덴펠러
CB ? 제롬 보아텡 / RB ? 우카시 피슈체크
CB ? 하비 마르티네스 / CB ?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
CB ? 단테 / CB ? 마츠 훔멜스
RWB ?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 LB ? 마르셀 슈멜처
LWB ? 김다온 / DM ? 누리 사힌
CM ? 토니 크로스 / DM ? 밀로시 요이치
CM ? 필리프 람 / RAM ? 헨리흐 므히타랸
AM ? 토마스 뮐러 / CAM ? 마르코 로이스
AM ? 마리오 괴체 / LAM ? 케빈 크로스크로이츠
FN ? 아르연 로번 / ST ?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
.
삐—-이!
피슈우우우–
버스의 문이 열리고, 우린 순서대로 내려 얼른 기자들이 모인 믹스드존을 빠져나갔다. 예상대로 그들은 질문 공세를 펼쳐 왔고, 그것 대부분은 알라바의 부상 관련이었다.
음악도 틀지 않은 헤드셋을 낀 상태다 보니, 기자들의 커다란 목소리가 귀에 잘 들어왔다.
“알라바는 어떤가요?!”
“연막인 건 아니죠?!”
“그는 정말 챔피언스 리그에서 뛰지 못합니까?!”
어제는 정말 끔찍했다.
오전 훈련이 끝나기 직전, 한바탕 스프린트를 했던 알라바가 갑자기 배에 손을 얹은 채 절뚝였다. 그것을 본 리베리가 똥이라도 마렵냐며 소리를 쳤는데, 갑자기 그가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메디컬 스태프를 찾았다.
[“어서-!! 서두르라고!!!!!”]서슬 퍼런 기세로 소리를 내지르는 리베리가 모두를 멈추게 만들었고, 메디컬 스태프 외의 사람들은 드러누운 알라바를 그저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잠시 뒤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하고 나서야, 난 비로소 어떤 상황이 펼쳐졌었는지를 깨달았다.
‘왜 하필…….’
왜 하필이면 우리란 말인가?
왜 하필 우리가 매번 이렇게.
[“빌어먹을. 뭔가 단단히 잘못됐어.”]계속해서 부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을 두고, 겨울쯤 미디어에서 펩의 선수 관리 능력에 의문을 표한 적이 있었다.
유독 크고 작은 부상이 많다며, 팀의 훈련 방법과 선수 관리 전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펩이 ‘스페인식’으로 뮌헨을 관리하려 한다고도 덧붙였다.
처음 그 기사를 보았을 때, 나를 포함한 선수들 대부분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번 시즌 펩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우리의 식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전담 영양사를 고용해 식습관을 개선하고, 중구난방이던 팀의 메디컬 프로세스를 체계화했다.
또 선수들은 언제든 몸이 좋지 않다고 느낄 경우 감독이나 코치들에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고, 검사 및 치료를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것 역시 얼마든지 가능했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경기 전후로 탄산음료와 빵/고기를 먹는 것에 아무 제한을 받지 않았고, 심지어 하프타임 때에도 콜라와 도넛을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덴마크/포르투갈/독일의 어떤 감독들은 눈에 띄는 부상이 아닌 이상은 일단 훈련에 참여토록 한다.
죽을 만큼 아픈 게 아니면 일단 뛰라고 말하며 선수들의 의지를 탓하는 경우도 있다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펩의 선수 관리가 문제라는 것은 말이 안 됐다. 게다가 혹사도 없다. 철저히 로테이션을 지키기 때문에, 출전 횟수로 불만을 가진 선수들도 있을 정도다.
지난 10개월 우리가 유독 부상이 시달렸던 건, 이 빌어먹을 피치가 변덕을 부렸기 때문이다.
그것 외론,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김다오오오온-!!!”}
“…….”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 연습을 위해 피치로 나가, 내 이름을 크게 부른 팬을 향해 손을 흔들어 준다. 잘 만들어진 피켓은, 저분이 한국인이라는 걸 알려 주고 있다.
잉글랜드의 웸블리와도 같은 이곳 올림피아슈타디온은 오늘, DFB-포칼 컵 결승전을 보러 온 관중으로 가득하다.
분데스리가 클럽 중 유일하게 ‘홈/원정을 가리지 않고 전 경기 매진’을 달성한 우리 뮌헨은, 오늘 무난하게 그 기록을 이어 나갈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즐거움에도, 가슴 한쪽은 계속해서 무겁기만 했다.
시즌 막바지에 닥쳐온 바스티와 알라바의 부상은 마치, 전지전능한 빌어먹을 누군가가 ‘너희는 우승할 자격이 없으니 고난을 줄게.’라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평범히 4-1-4-1로 준비했던 전술은 급격히 수정됐고, 우리는 어제 각자의 객실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선발 명단을 들을 수 있었다.
“후우-”
아침부터 비가 내린 베를린의 날씨는 근래 중 가장 추웠다. 가볍게 스프린트 후 내뱉은 숨은 수증기가 되어 눈앞에서 흩날리다 서서히 사라졌다.
하프라인 반대편에 있는 도르트문트의 선수들도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었지만, 우리에게 있는 비장함은 없었다.
그렇지만 이게 전혀 반갑지 않은 이유는, 이것이 정신 무장과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봐아-!!”
“응?”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리자, 목발을 짚은 바스티가 있는 게 보였다.
내 말대로 인근의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은 그는, 최소 2주 정도는 절대 안정이 필요하단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바스티는 자신의 몸 상태가 나쁘단 걸 알았단다.
[“사라랑 하는데, 대번에 알겠더라니까.”] [“하하.”]관계 도중, 무릎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느낀 거다.
[“역시, 섹스는 최고야.”] [“그건 또 뭔 개소리야?”] [“난 짖은 적 없어.”] [“하아~”]그렇게 바스티는 시즌 아웃이 되었고, 펩의 허락을 받은 뒤에 베를린 원정에 동참하게 됐다. 시합은 뛸 수 없겠지만, 정신적으론 분명 힘이 되고 있다.
지금만 해도 바스티는 크게 떨어져 있는 사기를 끌어올리려 노력 중이었는데, 잠시 뒤 그의 입에서 어떤 문장이 튀어나왔을 때 나는 무척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모두가 무척 놀랐을 거다.
왜냐하면 그의 입에서.
“사정한 거시기처럼 계속 축 처져 있을 거야?!?! 앙?!”
“오-!! 비유했어!!”
처음으로 비유라고 부를 만한 것이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우리를 표현하는 데 있어 ‘병든 닭’과 같은 더 순화(?)된 표현도 있었겠지만, 독일엔 그런 말이 없다.
“다시 딱딱하게 세워 보자고!!!”
“…….”
저 인간에게 기대한 내가 바보지.
중간을 좀 지키라고, 중간을.
그렇지만, 기분은 확실히 좀 나아졌다.
“딱딱하게 세워? 빳빳하게 세우는 게 아니고?”
“아- 그러네. 거시기만 생각해서.”
“이런 제기랄, 바스티. 대체 그런 비유는 누구한테서 배운 거야?”
어깨를 으쓱인 바스티가 목발을 짚지 않은 손을 움직여 주머니로 가져갔다. 그리곤 조금 뒤에, 곱게 두 번 접혀 있는 A4용지를 내게 건넸다.
“동료들을 격려하는 비유? 뭐야, 이거?”
“프랑크가 적어 줬어.”
“오- 맙소사! 프랑크가? 잠깐만! 이거 좀 더 보자.”
“안 돼! 비 오잖아! 다 젖는다고!”
“아- 있어 봐.”
프랑크 리베리는 나의 첫 프랑스인 동료이자, 동시에 내게 엄청난 선입견을 만들어 준 남자이기도 하다.
최소한 내가 경험한 ‘프랑스인 프랑크 리베리’에 따르면, 성(性)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놀랍도록 개방적이었다. 가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보수적인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프랑스인 중 절반은 바람을 핀다.’고 주장하는 프랑크 리베리는 내게 [“바람이야말로 최고의 커플 치료제.”]라거나, [“뭣하면 소개해 줄까? 어린 애들도 있어.”]라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해 댔다.
과거에 ‘미성년자 매춘’과 ‘세 차례의 불륜’으로 구설수에 올랐으면서도, 여전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프랑크 리베리가 적어 준 ‘동료들을 격려하는 비유’에는 온통, 남녀의 성기와 섹스와 관련된 농담과 비유들이 가득했다.
기겁한 나는 곧장 손에 쥔 종이를 찢어 버렸고, 당황한 바스티가 달려들려고 했지만 목발을 짚고 있어 여의치 않았다.
갈기갈기 찢겨진 종이가 피치에 떨어지고, 난 뜨악한 채로 얼어 버린 바스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잘 들어 바스티.”
“너…….”
“프랑크는 정상이 아니야. 축구는 끝내주게 잘하는 인간이지만, 인격적으론 뭔가 결함이 있다고.”
“너어…… 내 비유 보물 상자를!”
“보물 상자는 개뿔!! 저게 보물 상자라면 포르노는 성경이겠다! 넌 대체 어떻게 된 인간이기에 30살이나 처먹고 저딴 농담에 혹하는 건데?”
“나이가 지금 왜 나와?”
“그게…….”
내가 한국인임을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이유.
습관적으로 자꾸 나이를 따졌다.
그렇게 웜업마저 깜빡한 채 바스티와 티격태격거리고 있을 무렵, 갑자기 옆쪽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크흠. 크흠.”
“응?”
“엥?”
고개를 돌려 보니, 진행 요원 중 하나가 한 손으로 뒷짐을 진 채 아래쪽을 쿡쿡 가리키고 있었다.
“아- 죄, 죄송해요!”
퍼뜩 정신을 차린 내가 쪼그려 찢어 버린 종잇조각을 줍기 시작하고, 곁으로 온 진행 요원 역시 나를 도왔다. 잠시 뒤엔 청소기도 등장했는데, 이게 난 무척 죄송했다.
말했지만 여긴, 독일인들이 무척 성(聖)스럽게 생각하는 올림피아슈타디온이다.
그런데 여기에 이딴 성(性)적인 것을 뿌려 댔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큭큭큭큭.”
“시꺼, 바스티. 이거 너 때문이야.”
“……나 아닌데?”
“엥?”
허리를 굽히고 종이를 줍는 나를 보며 바스티가 비웃는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머리를 뒤로 휙 젖혀 보니 그곳엔 즐거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프랑크 리베리가 있었다.
저 웬수들.
“벌 받은 줄 알아.”
“뭐라고요?”
“내가 공들여 작성한 걸 그렇게 찢어발기다니. 당해도 싸, 이 녀석아.”
“…….”
지금 잠깐 진행 요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리베리를 조금 때려 줘도 될까?
‘당연히 안 되겠지.’
비를 맞으며 종잇조각이나 줍고 있는 내 모습이 부디, 그렇게 처량하게 비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2013/14 시즌,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사이좋게 펀치를 한 방씩 주고받았다.
2013년 11월 23일에 펼쳐진 도르트문트 원정에서는 뮌헨이 3:0 승리를 거뒀고, 반대로 뮌헨 원정에서는 도르트문트가 3:0 승리를 거뒀다.
승패와 골득실이 모두 똑같은 상황에서 만난 결승 경기를 두고, 사람들이 ‘펩 과르디올라가 국내 대회 유일한 오점을 바로잡을 기회’라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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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20분 전
@바이에른 뮌헨의 라커룸.
펩 과르디올라는 분데스리가에서의 유일한 패배 경기를 셀 수도 없이 많이 돌려 봤다.
우승으로 인한 포만감과 김다온의 결장이란 악재가 겹친 상태였고 부정할 수 없는 오심으로 총 두 개의 골(1득점/1실점)을 손해도 봤지만, 위르겐 클롭이 보여 주는 전술에 당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었다.
기존의 전방 압박과는 궤를 달리하는 게겐프레싱과 양쪽 날개를 내리며 여덟 명의 수비수를 페널티 박스 주변에 배치하는 방식은 분명 대(對) 펩 과르디올라 대책이었다.
오늘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지금, 펩 과르디올라는 마지막 생각을 정리하고 선수들의 앞에 선다.
“Sitzen!! Und Horen!!”
“…….”
약간은 산만했던 라커룸의 분위기가 빠르게 정돈되고, 다리가 불편한 슈바인슈타이거를 뺀 전원이 의자에 앉은 것을 확인한 펩 과르디올라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두 번 말할 시간은 없다! 딱 한 번만 더 말할 테니, 이걸 잘 듣도록! 지금의 이 대화로 너흰 전반전 45분을 뛰어야 한다!”
낯선 훈련장의 피치 위에 드러누운 데이비드 알라바를 보았을 때, 펩 과르디올라의 머릿속엔 ‘전술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팀의 주전 풀백이 다친 것을 걱정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건 펩 과르디올라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는 곧바로 머릿속에 새로운 전술을 그렸다.
베를린으로 데려온 디에고 콘텐토를 알라바의 자리에서 뛰게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도르트문트를 상대론 무리였다.
콘텐토는 로이스와 레반도프스키를 감당할 수 없고, 왼쪽 날개의 수비 붕괴는 곧 팀 전체로 번져 나갈 수도 있었다.
그래서 펩 과르디올라는 곧바로 쓰리백을 택했다.
자신에겐 바이에른에서 주로 사용한 포백보다 훨씬 더 익숙한 것이며, 2014년 여름 훈련을 통해 다가올 시즌 뮌헨의 새로운 주요 전술로 활용할 생각이기도 했다.
“하비! 네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낯설게 생각할 것 없다! 이미 해 본 것들이야! 거기에서 아주 조금 변화를 준 것뿐이다!”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 펩 과르디올라는 하비 마르티네스를 센터백에 두는 전술을 사용했었다. 그리고 오늘도 뮌헨의 이 뛰어난 미드필드는 최종 수비 라인에 서게 됐다.
하지만 그가 오늘 해야 하는 일 자체는 수비형 미드필드 자리에 들어섰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너희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도르트문트는 굉장히 강도 높게 전방 압박을 해 온다!”
“…….”
“그래서 우린 이 지점에서 볼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탁-!
펩 과르디올라가 이번 결승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은 팀의 파이널 써드 앞쪽이다.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이 득달같이 달려들 지점이자, 절대 볼을 빼앗겨선 안 되는 곳이다.
하비 마르티네스를 센터백의 정가운데에 세워 둔 이유 역시, 그가 볼을 간수하고 빌드업을 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롬 보아텡과 단테는 할 수 없는 일이며, 그래서 펩 과르디올라는 가장 먼저 하비 마르티네스를 챙겼다.
“게겐프레싱은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마구잡이다! 5초 이내에 즉시 볼을 되찾아 온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볼을 가진 선수 주변의 모두가 달려든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동료에게서 떨어져 주는 것이다!”
하비 마르티네스의 파트너인 단테와 제롬 보아텡은 수비 시에는 기본적으로 쓰리백이 되지만, 빌드업이 진행될 때에는 좌우 풀백 위치까지 벌려서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바로 위로 필리프 람과 토니 크로스가 내려와 역삼각형을 형성한다.
“이게 우리의 기본적인 빌드업 방식이다! 피에르! 다온! 너희 둘은 빌드업 시에 측면보다는 중앙으로 좁혀 주어야 한다! 특히 다온! 넌 이 위치가 무척 익숙할 거다. 그렇지?”
“…….”
“좋다. 마리오와 토마스는 빠르게 볼을 처리한다! 드리블을 해도 좋지만, 중요한 건 절대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르연은 공격 진영 어디에든 서 있어도 된다! 전적으로 네 판단이며, 역시나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라!”
기본적인 내용을 전달한 펩 과르디올라가 펜을 내려 두며 화이트보드의 앞에서 선수들을 바라본다.
다행히도 지금은, 충격에서 많이 회복된 듯했다.
“너희들도 지금 무척 실망스럽다는 것을 안다. 믿고 신뢰하는 동료가 곁에 없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지.”
“…….”
“하지만 더욱 실망스러운 건, 이 경기에서 패배하여 그들이 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일이다! 너희가 정말로 강한 남자들이라면! 그들이 미안해하는 게 아니라 함께 기뻐할 수 있도록 해 주자! 우리는 트로피를 가지고 돌아간다! 그것을 위해 너희가 보여 주어야 할 모습은 열정! 패기! 그리고 노력이다! Das ist Bayern Munchen. 오늘 우린 시즌 네 번째로 다시 챔피언 자리에 오른다!!”
“-!!!!”
선수들의 감수성을 제대로 자극한 펩 과르디올라는 박수를 그렇게 몇 번 친 뒤에 곧장 뒤돌아 라커룸을 빠져나왔다.
그러곤 벤치를 향해 걸으며, 주머니에 넣어 둔 메모장을 바라봤다. 오늘 아침을 먹는 자리에서 김다온이 슬쩍 건네주고 간 종이엔, 이런 말이 적혀져 있다.
[꼭 이 말을 하세요. Das ist Bayern Munchen.]데이비드 알라바의 부상으로 크게 낙심해 있던 펩 과르디올라에게 전의를 불어넣어 준 건, 오늘도 어김없이 대한민국 출신의 세계적인 수준의 풀백이었다.
‘……할 수 있어.’
시즌 후반부로 가며 끊임없이 진화해 온 펩 과르디올라의 새로운 축구는, 오늘도 어김없이 펼쳐질 예정이다.
***
『순서대로 기본 포진->빌드업->수비 후 역습->공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