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68)
367화
[충격!! 필리프 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진출 불가!! – 빌트/2014.05.18.(오전)] [펩 과르디올라, 대책은 있는가? – ARD/2014.05.18.(오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기용할 수 없는 선수들 : 홀거 바트슈투버(CB/부상), 데이비드 알라바(LB/부상), 디에고 콘텐토(LB/부상), 티아고 알칸타라(CM/부상), 필리프 람(RB,CM/부상),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CM/부상) – 키커/2014.05.18.(오후)] [근심에 빠진 바이에른 뮌헨이 김다온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네 가지 이유. – Goal.com(INT)/2014.05.18.(저녁)] [이보다 완벽한 20살이 있었는가?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커리어를 추가하려는 다온.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다. – 더 선/2014.05.18.(오후)]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 도중 빠져나간 디에고 코스타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 여부와 관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감독 디에고 시메오네는 말을 아꼈다. “아직은 알 수 있는 게 없다. 내일 아침이 되어 봐야 할 것.” – 마르카/2014.05.18.(저녁)]***
2014년 5월 19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 시설. 제1 연습구장.
베를린에서 하루를 보내고 어제 오전 뮌헨으로 돌아온 우린, 편안히 휴식을 취한 뒤에 다시 연습장에 모였다.
이젠, 정말 시즌의 마지막이다.
“한번 확인해 봤어.”
“어떻던데?”
“진통제 주사를 놓을 생각인가 봐. 결승전에서 절대 좋은 컨디션일 수 없어.”
“그거 잘된 거네. 그렇지?”
“응. 그러니까 말이야.”
마사지를 끝마치고 훈련을 위해 피치로 나온 지금, 주변에서는 온통 전날의 이슈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나도 어제는 클럽에 요청해 집에 스페인 채널을 추가했는데, 이유는 물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말라가의 라 리가 마지막 경기를 시청하기 위함이었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로테이션을 가동한 아틀레티코는 주전 중 일부 선수만을 기용했는데, 하필이면 그중 하나가 햄스트링을 다친 것이다.
그리고 디에고 코스타가 오른쪽 허벅지 뒤쪽에 손을 얹고 절뚝거리기 시작한 순간, 정말 거짓말처럼 휴대폰의 알람이 동시다발적으로 울렸다.
나 외에도 실시간으로 경기를 보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던 순간이었다.
“이봐.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 디에고?”
“어떤 디에고? 코스타? 시메오네?”
“어느 쪽이든.”
뒤늦게 합류한 보아텡 역시 디에고 코스타의 몸 상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정확한 정보를 위해 힘써 준 하비는, 다시 한번 자신의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했다.
디에고 코스타의 시즌은 사실 끝난 것과 다름없지만, 아틀레티코는 집중 치료와 진통제 투여라는 두 개의 트랙을 병행하여 어떻게든 그를 결승전에 세울 생각이라고 말이다.
그러자.
“괴롭혀 줘야 되겠네.”
“역시 그렇지?”
“응. 그 녀석이 경기에 뛴다면, 어떤 방향으로든 쟤네는 교체 카드 한 장을 버리는 셈이 될 거야.”
“우리 생각도 같아.”
“잘됐네. 해 보자.”
“그래. 아, 저기 온다.”
“응?
고개를 돌리자, 훈련장으로 걸어 들어오는 펩이 보였다.
비가 잔뜩 내렸었던 베를린에서의 추위가 마치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오늘 뮌헨의 날씨는 맑고 따스하다. 겨우 이틀 전이건만, 계절 하나를 훌쩍 건너뛴 기분이다.
“모르겐!”
“모르겐!!”
“좋군! 우린 성공적으로 포칼을 끝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너희들이 무척 자랑스럽다! 우린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강한 클럽이었다! 리그와 DFB-포칼을 우승한 것이 그 증거지! 스스로 뿌듯해해도 된다!”
코치들이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우리들도 환하게 웃으며 거기에 호응했다. 함께 박수를 치는가 하면, 휘파람도 불어 가며 더블 달성을 축하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남은 경기는 단 하나다! 하지만 그 경기는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다!!”
“…….”
펩이 손가락 하나를 펴 들자, 마치 거짓말처럼 분위기가 조용하게 바뀌었다. 흔한 새 소리나 바람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고, 난 그것이 굉장해서 괜히 소름이 돋았다.
마침내 봄을 가득 머금은 바람이 불어와 코끝을 간질이고 나서야, 펩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남은 경기를 두고,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걸 귀담아들을 필욘 없다! 절대 없지. 그런 이야기들은 흘려들을 값어치조차 없는 말이야. 그리고 또!”
“…….”
“눈앞의 현실에서 달아나려고 하지 마라!! 이 말이 무슨 뜻이냐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거야!!”
알 수 있다.
펩은 지금 부상에 관해 말하는 중이다.
분위기가 약간 숙연해진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린 DFB-포칼을 들어 올리고도 상대적으로 차분한 뒤풀이 시간을 보냈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남은 것도 있지만, 마음껏 기뻐하기가 어려웠다.
그냥 클럽이 만들어 준 자리에서 술을 조금 즐기고, 서로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눈 것 정도가 전부다.
오히려 미안해하는 람과 바스티가 술에 조금 취해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신파극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들은 그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이 클럽 내에 있는 유대감이 얼마나 끈끈하며, 또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이제 다시, 난 고개를 들어 펩을 본다.
“의심하지 마라! 우린 챔피언이 된다! 독일을 넘어, 유럽의 챔피언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열정! 노력! 절제! 마지막으로 헌신이다! 너희가 시즌 내내 보여 왔던 것이다! 오늘부터! 남은 모든 것들을 몽땅 털어 내자!!”
“그래-!! 그러자고!!”
“예에-!! 해 보는 거야!!”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까지 5일.
그 출발은, 생각보다 더 상쾌한 것 같다.
***
@ 바이에른 뮌헨 프런트 오피스.
“분위기가 무척 좋군, 그래.”
“네. 우승이 더해지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게 남았어.”
“그렇습니다.”
훈련장의 활기찬 분위기에 만족을 표한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자리로 돌아오고, 곁에 있던 마티아스 잠머 역시 앞쪽 의자에 앉는다.
현재 테이블 위엔, 스카우트들의 추천 목록이 있다.
“펩은 센터백 영입도 시급하다더군.”
“네. 다니엘은 은퇴를 선언했고, 단테도 100% 신뢰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발이 느린 게 큰 것 같습니다.”
“후우~ 발이 빠른 센터백은 많이 없지.”
“매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 결국 돈이 문제로군.”
바이에른 뮌헨은 이미 내년 여름 이적 시장에서의 예산을 책정해 두었다.
챔피언스 리그 우승 여부와는 별개로 4천만 유로에 추가 이적으로 확보할 이적료 비율 100%를 몽땅 예산으로 쓰기로 한 것이다.
엄청나게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이미 두 명의 뛰어난 선수(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제바스티안 로데)를 영입했고, 또 베르나르두 실바의 이적료는 여름 예산과는 별개였다.
“디에고는?”
“보르도는 백만 유로가 한계라고 하더군요.”
“……반값이로군.”
“네. 펩도 그를 아예 못 쓸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뮌헨에 어울리는 선수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휴우- 받아들이게나.”
“네. 그럼…….”
“그래. 왼쪽 수비수도 하나 더 필요하군.”
기량 여하를 막론하고, 측면 수비수는 항상 몸값보다 많은 이적료를 주어야 한다.
물론 뮌헨에는 데이비드 알라바란 붙박이 레프트백이 있지만, 다음 시즌에도 부상으로 인한 변수가 아예 없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빠르게 스카우트 리포트를 살핀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오른쪽 상단에 크게 박힌 몸값을 보곤 한숨을 내쉰다.
“휴우~ 골치가 아프군. 이건 챔피언스 리그가 끝난 다음에 생각해 보도록 하지. 또 월드컵도 있지 않나.”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건?”
“…….”
“부정적인 것이로군. 그렇지?”
“네. 그렇습니다.”
“빌어먹을 늙은이. 울리는 정말 위대한 사람이지만, 한스에게만 유독 애정이 과했지. 그리고 그게 이젠, 우리의 발목을 붙잡으려 하는군.”
루메니게는 잠머를 통해 한스-빌헬름 뮐러-볼파르트에게 전화를 걸어, 내년 시즌은 팀과 항상 동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만약 그게 힘들다면 최소 오후 훈련 때만이라도 클럽하우스에 머물면서 선수들을 돌봐 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한스-빌헬름은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독일 대표팀 자리를 사임하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하-! 그땐 우리도 쉰다는 것을 모르나 보지?”
“저도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후우- 됐네. 여기까지 하지.”
“네.”
바이에른 뮌헨은 올 시즌, 빅리그 클럽을 통틀어 가장 많은 부상자와 가장 많은 결장 기간 또 결장 경기 횟수를 모두 석권하는 영광(?)을 누렸다.
펩 과르디올라는 그것을 두고 클럽 내에 팀 닥터가 상주하지 않는 것이 이유라고 했다.
팀 닥터가 클럽에 상주하면 선수들은 사소한 걱정도 상담을 하려고 하지만, 경기장에서 15분 거리의 클리닉을 별도로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그런 것을 막아섰다.
물론 선수들은 팀 피지오들과 대화를 나누지만, 그들에게서 관리를 받은 결과가 이것이었다.
과거 위르겐 클린스만도 같은 주장을 하다가 분데스리가 경기 도중 큰 다툼을 벌였고, 모욕을 당했다고 느낀 한스-빌헬름 뮐러-볼파르트는 대뜸 사표를 제출했었다.
그러면서 팀에 속한 피지오들과 팀 닥터들도 몽땅 데려갔었는데, 울리 회네스 회장이 급하게 만남을 주선해 한스-빌헬름을 제외한 사람들을 다시 클럽에 고용시켰다.
위르겐 클린스만이 지도력 부족으로 1년 만에 클럽을 떠나고 다시 한스-빌헬름이 복귀하는 것으로 짧은 논란은 마무리되었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달랐다.
그래서 카를-하인츠 루메니게 역시, 미온적이던 태도를 버리고 강경하게 나가기로 한 것이다.
월드컵이 끝난 뒤, 루메니게는 볼파르트 부자(父子) 측에 최후통첩을 날릴 예정이다.
“여기이-!!”
“어이쿠!”
“와하하하하하-!!”
“토마스!! 이 빌어먹을 자식!! 또 너야?!?! 앙?!”
심각한 대화가 한창인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실과는 달리,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훈련장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
[지난 1월 FIFA로부터 ‘유망주 영입 규정 위반으로 2015년 1월 겨울 이적 시장부터 1년간 영입 금지’ 처분을 받은 FC 바르셀로나가 2014년 여름 돈 보따리를 풀 것이란 이야기가 있다. – Marc Andreda Via Twitter/2014.05.20.(오전)] [FC 바르셀로나가 UEFA FFP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올여름 뭉칫돈을 풀 생각이다. 그 규모는 최대 2억 유로가 될 수 있으며, 그중 절반을 바이에른 뮌헨의 풀백 김다온을 영입하는 것에 쓸 수도 있다. – Samuel Marsden Via Twitter/2014.05.20.(오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번 여름 김다온을 영입하기 위해, 루이 판 할과 펩 과르디올라의 좋은 관계를 이용할 수도 있다. – 더 선/2014.05.20.(저녁)]***
[이적에 관해 말하는 김다온. “여름에 내가 뮌헨을 떠난다고? 다 헛소리. 나는 뮌헨에서의 삶과 동료들을 사랑한다. 무엇보다, 펩 과르디올라에게 더 축구를 배우고 싶다.” – 키커/2014.05.21.(오전)]***
2014년 5월 21일. 81479 뮌헨, 독일. 카루소베크 1C.
어제저녁, 가족들이 도착했다.
올해를 끝으로 오랜 덴마크 생활을 끝낼 누나와 줄곧 한국에 계시던 부모님이 독일로 입국하신 거다.
그래서 오늘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다.
바로.
띵-동!
[내가 나가-!]벨이 울리고, 1층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나는 얼른 일어나 인터폰을 확인했다. 화면으로 익숙한 차량이 눈에 들어왔고, 버튼을 눌러 대문을 연 뒤에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검은색 아우디 차량이 손님용 주차장에 정차되고, 앞뒤의 문이 열리며 손님들이 등장했다.
“환영해요! 오는 길은 괜찮았나요?”
“그럼요. 이건 선물이에요.”
“오-! 무초 그라시아스.”
“하하하. 아영은 안에 있죠?”
“물론이에요.”
우리 집을 찾은 손님은 펩과 그의 가족들이다. 난 가장 먼저 크리스티나를 맞았고, 뒤이어 펩의 아이들과도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눴다.
나도 나지만, 아영이가 워낙 자주 이 가족들을 만나다 보니 아이들도 내가 많이 편해진 것 같다.
그렇게 아이들까지 보낸 뒤에, 난 비로소 펩을 마주한다.
“휴우-! 괜히 긴장되네요.”
“하하. 긴장이라고?”
“네. 꼭 선생님이 집을 찾아온 기분이거든요.”
“이런! 기왕이면 난 친구였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익숙해지겠죠, 뭐. 그건 뭐예요?”
“아- 내일 훈련장에서 말할 내용이지. 자네는 미리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펩이 대뜸 내민 종이를 받아 들며, 나는 오늘 같은 날에도 숙제를 내어 주는 것이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펩이 멋쩍게 웃는다.
“들어가요. 저희 가족을 소개해 드리죠.”
“하하. 그래. 그거 기대되는군.”
“정말 좋으신 분들이세요.”
“뭐, 자네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지 않나.”
“크크큭.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익숙하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을 무렵, 어느새 밖으로 온 아영이가 펩을 맞이해 준다. 둘은 가볍게 포옹하고 볼에 입을 맞추는 방식의 인사를 나눴다.
어느덧 유럽에서 5년 가까이 살다 보니, 여자 친구가 저렇게 인사를 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다. 나도 꽤 많은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인사를 나누니까 말이다.
물론 그것도 사람 나름이긴 하다.
“좋아요. 펩? 소개하죠.”
나는 1층으로 내려온 가족들에 곁에 서서, 옆에 계신 엄마부터 차례대로 소개했다.
“이런! 이 친구가 왜 잘생겼는지 알 것 같군요.”
[?]“어머니가 이렇게 미인이시니 말입니다.”
[지금 이 사람이 뭐라는 거니?] [엄마 예쁘다고.] [어머. 호호호호.]엄마가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리자, 조금 어색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자기.”
“응?”
“언제까지 세워 둘 거야? 얼른 식탁으로 가야지.”
“아- 그렇지.”
옆구리를 쿡쿡 찌른 아영이 덕분에, 나는 사람들을 너무 오래 세워 두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얼른 펩과 그의 가족을 식탁으로 인도했고, 각자 자리를 잡았다.
오늘의 메뉴는 엄마와 누나 또 아영이가 준비했다.
“한식이로군? 그렇지?”
“넵!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저희 어머니가 음식을 정말 잘하시거든요. 제 소울 푸드라니까요.”
“큭큭큭, 누군들 아니겠나.”
한 상 가득 차려 둔 음식의 재료들은 전부, 아영이와 자주 찾는 한국 식료품상에서 공수했다. 덕분에 한국에서 먹는 것 부럽지 않게 차려졌다.
그렇게 식사가 시작되고, 술이 빠질 수 없다고 말씀하신 아버지가 한국에서 들고 온 전통주를 권했다.
“이건 뭐지?”
“음- 이걸 독일어로 뭐라고 해야 하나.”
“??”
“일단 드세요. 남자한테 좋은 거니까.”
“오–!! 그렇군! 그럼, 거절할 수 없지.”
보기 드문 펩의 넉살에, 다시 식탁엔 웃음꽃이 폈다.
아버지는 복분자주를 원샷하는 펩을 흐뭇하게 바라보셨고, 다시 잔을 채워 주신 뒤에는 잔뜩 가져왔으니 오늘 집에 갈 때 한 병 가지고 돌아가시라 말해 달라고도 하셨다.
달달한 맛이 마음에 들었던 펩이 아버지와 함께 연신 잔을 기울였고, 나도 조금이지만 술을 마셨다.
역시 술이 들어가야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인지, 식탁이 몇 배는 더 밝아졌다.
[다온아, 다온아.] [왜 누나?] [내 것도 드려야지.] [아- 맞다. 잠깐만.]어제저녁 공항에서 가족들을 마중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난 짐을 푸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펩에 관해 떠들어 댔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누나도 덴마크에서 펩에게 줄 선물을 잔뜩 싸 들고 왔던 것이다.
정장을 즐겨 입는 펩을 위해서는 덴마크에서 유명한 장인이 직접 세공한 커프스(Cuffs)를. 또 패서니스타인 크리스티나에게는 머플러를. 마지막으로 펩의 아이들에겐 요즘 덴마크 10대들에 가장 인기라는 캔디 종류를 챙겨온 거다.
다행히도 반응은 무척 좋았고, 나는 한숨 돌렸다는 표정을 짓는 누나의 등을 토닥여 줬다.
“이런! 오히려 우리가 선물을 받는군!”
“손님이잖아요. 대접도 받고, 선물도 받는 거죠.”
“하핫! 한국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꼭 보답하겠다고 말을 전해 주게나. 그리고.”
“응?”
[감사합니다.]“오-!”
펩의 꽤 그럴듯한 한국어에, 활짝 또 웃음꽃이 핀다.
쑥스러운 듯 잔을 들어 올린 펩이 건배를 권하고, 그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는 말과 함께 모두에게 행복이 깃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나 아영이는 부모님과 누나에게 통역을 해 주느라 동참이 늦었지만, 그래도 늦지 않게 잔을 들 수 있었다.
“그럼, 건배.”
[건배에-!]내일이면 나는 오전에 챙겨 둔 짐을 들고 뮌헨을 떠난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최후의 만찬과도 같았고, 48시간하고도 서너 시간이 더 지나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과연 나는 승자일까?
아니면 패자일까?
당연히 전자이기를 바라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식사가 끝난 뒤, 사람들과 따로 떨어진 나는 펩과 함께 2층으로 올라 테라스로 나섰다.
“괜찮은 풍경이로군.”
“그렇죠? 당신의 집에서 보는 호수만큼은 아니겠지만, 고요한 숲을 보는 것도 꽤 괜찮아요.”
“후후. 숲이라. 자네와 어울려.”
“…….”
복분자가 마음에 들었던 걸까? 아니면 전 세계 모든 남자들의 관심사인 정력(精力)에 끌린 것일까?
펩은 복분자를 담은 작은 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잔에 따라 연신 들이키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무척 낮으니 과음 걱정은 없지만, 그래도 조금 걱정은 된다.
선선한 밤바람이 불어오고, 한껏 흥이 올랐는지 펩이 어린 시절의 자신을 설명한다.
집 앞 언덕에 올라서면 멀리로 보였던 캄노우에서 뛰기를 꿈꾸던 시절로 돌아가,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가족에 관해 이야기를 한 것이다.
우린 꽤 오랜 시간 달빛을 조명 삼아, 각자의 어린 시절을 주제로 한참 또 대화를 나눴다.
***
“후후. 저걸 봐.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이 아니야?”
“그러니까요. 질투가 날 정도예요.”
“어머! 정말?”
“하하. 아뇨. 그렇지 않아요.”
김다온과 펩은 전혀 눈치를 채고 있지 못했지만, 지금 뒤쪽에서는 각자의 연인이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두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들은 자신의 남자를 너무나도 사랑했고, 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얼마나 빠져 있는지도 잘 알았다.
“그래서? 생각은 정리됐어?”
“……네. 덕분에요. 고마워요, 크리스.”
“뭘. 너는 내 동생과도 같은 사람이야. 그리고 그런 네가 정말 좋은 사람과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다면 나도 좋지. 무엇보다, 그럼 난 든든한 파트너를 얻는 거잖아.”
최근 권아영은 한국 기획사와의 계약을 더 연장하지 않고, 평범한 일반인(?)으로 돌아가는 미래를 계획 중이었다.
오래전부터 줄곧 생각해 온 것이었지만, 자신의 연인이 그러면 더 미안해할까 봐 혼자서 품었던 생각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아영에게 크리스티나는 좋은 멘토가 되어 줬다.
성공한 축구 선수/감독의 부인이자 훌륭한 사업가였던 크리스타의 조언을 들으며, 권아영도 이제 생각을 굳혔다.
“축하해.”
“뭘요. 아직 프로포즈도 없었어요.”
“하하. 남자들은 본래 바보잖아. 더구나…….”
“?”
드르르륵-!!
“어? 두 사람 언제부터 있었어?”
“이런, 다음에 이야기하자. 알겠지?”
“네.”
추위를 느껴 담요를 찾아 들어온 김다온으로 인해, 크리스티나와 아영의 대화도 중단이 된다. 대신에 그녀들은 두 사람에게 너무 오래 바람을 쐬지 말라고 말하며, 1층으로 내려섰다.
5월의 어느 날 밤.
48시간 뒤 전쟁을 펼칠 남자들이 머물고 있는 공간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또 사랑이 넘쳐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