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69)
368화
2014년 5월 22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클럽하우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분주한 것은 SL 벤피카 역시 마찬가지다.
2013/14 시즌 포르투갈 리그와 컵 대회를 제패한 이들은 8일 전 세비야와 맞붙은 유로파 리그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2-4로 패하며 아쉬운 시즌을 마감해야만 했다.
그런 이들이 바쁜 이유는 단 하나다.
반가운 손님이 다시 또 찾아오기 때문이다.
“……믿겨지나?”
“아니. 전혀.”
“나도 마찬가지야. 평소였다면 이 시기에 여긴 한가했어야만 하는데 말일세.”
“큭큭큭큭. 전부 제멋대로지. 그렇지 않나?”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거늘…….”
“그러게 말이야.”
좋은 향기는 오래도록 머무는 법.
SL 벤피카의 감독 조르제 제수스와 단장 에두 크루즈는 항상 이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지난번엔 어린 녀석들이 난리더니, 이번엔 머리가 다 큰 녀석들이 저 난리지.”
“그러는 자네는?”
“……호텔 예약이 잘못되었다네.”
“하-!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란 건가?”
어깨를 으쓱이는 조르제 제수스를 보며, 에두 크루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곤, 다시 훈련장을 내려다본다.
“다시 한번 말하네만, 저런다고 주급을 받을 순 없어.”
“저 녀석들도 알아.”
“정말인가?”
“물론. 그렇고말고.”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 팀이 확정된 다음 날, 바이에른 뮌헨의 직원이라는 사람이 SL 벤피카의 프런트 오피스로 전화를 걸어와 훈련장의 대여를 문의했다.
기간은 2014년 5월 23일 단 하루였고, 전화를 받았던 여직원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계약서를 보내겠다고 답했다.
전화를 건 이가 당황할 만큼 재빠른 승낙이었고, 이후 계약 확정까진 채 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는 자넨? 왜 여기에 있는 건가?”
“……마누라와 다퉜네.”
“큭큭큭큭. 그래- 그렇다고 치지.”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의 감격을 누리던 순간, TV로 경기를 지켜본 에두 크루즈가 클럽 스태프 중 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직원에게 말해, 내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전화가 올 것이니 미리 준비를 해 두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 팀들은 장소 인근에서 가장 좋은 훈련장을 찾는데, SL 벤피카의 훈련 시설은 유럽 내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바이에른 뮌헨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모두 벤피카의 훈련 시설을 최우선으로 알아보려고 할 가능성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에두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무조건 뮌헨.
“더 재미있는 게 뭔지 아나?”
“응?”
“아틀레티코는 곧바로 에스토릴에 전화를 걸었다더군. 마치, 우리가 거절할 것을 안다는 듯 말이야.”
“하하하. 정말인가?”
“그래. 이거야 원. 마치 서포터이지 않은가?”
“후후후후.”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두 사람은 김다온이 SL 벤피카에 남기고 간 유산을 생각하게 되었다.
“간단해. 그는 저주를 끊었지.”
“그래. 올해부터 다시 시작된 건 아닌가 모르겠어.”
“이런-! 지금 날 자르려는 건가?”
“설마. 우리 계약 기간은 1년이 남았네.”
SL 벤피카는 과거엔 레알 마드리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유일한 클럽이었고, 지금도 남미의 유망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팀으로 남아 있다.
오랜 역사가 있는 만큼 빼어난 선수들도 많이 배출해 왔고, 클럽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이들 역시도 많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고작 1년 반 남짓을 머문 김다온은 분명 이상하리만치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였다. 근래엔 오직 후이 코스타 정도만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이후에도, 김다온은 꾸준히 벤피카의 어린 유스들을 위해 무상으로 축구 용품을 제공하고, 스카우트 망을 확장하는 작업을 도왔다.
최근엔 한국에서 직접 재단을 만들어 아카데미를 운영, 그곳에서 성장한 이런 선수들 중 재능이 보이는 이를 벤피카로 보내고 싶단 이야기도 해 왔다.
고작해야 스물.
“대견한 녀석이야.”
“하하하. 그렇지.”
“그러니 이건 아무것도 아닐세. 어차피 나와 자네가 이 클럽을 떠나고 나면, 이곳도 녀석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물론 녀석은 변함이 없겠지만 말이야.”
“쉽게 변할 친구는 아니지.”
“아, 그리고.”
“?”
“오늘 그 이야기가 있을 걸세.”
“그렇군. 그렇게 알지.”
김다온이 방문할 때면 늘 떠들썩해진다는 생각을 하던 두 남자는 이제, 좀 더 본격적인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선 그 시작은 베르나르두 실바의 이적이다.
며칠 전 이미 제로니모 베가를 향한 레알 마드리드의 3,200만 유로 제안을 수락했고, 베르나르두 실바 역시 다가올 여름 뮌헨으로 이적하게 될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SL 벤피카는 새로운 윙 자원을 찾는 한편, 유망주와 임대 계약에 있어서도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세나.”
“그러지.”
“…….”
“…….”
두 사람의 대화가 멈추고, 침묵의 사이를 채우는 건 아래쪽 연습장에서 들려오는 장난꾸러기들의 목소리였다.
“우와아아아악-!!!”
“으하하하하!! 하핫-! 하하핫!!”
먼저 시즌을 마감한 SL 벤피카의 오후는 하품이 절로 나올 만큼 평화롭고 또 나른하다.
***
[챔피언스 리그 결승 프리뷰 : 창이 망가진 AT 마드리드 VS 엔진이 고장 나 버린 바이에른 뮌헨. – Goal.com(INT)] [박빙을 예상하는 유럽의 배팅업체들. – OSEM] [AT 마드리드가 우세하다. – 아스]***
2800-284 알마다, 포르투갈. R. 두 지냘 69. 아티라-치 아우 리우(Atira-te ao Rio. R do Ginjal 69. 2800-284 Almada, Portugal).
매번 느끼지만, 리스본은 정말 끝내주는 도시다.
기후, 사람들, 음식.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없다.
오늘 찾은 이곳 아티라-치 아우 리우도, 벤피카에서 뛸 때 동료들과 자주 찾았던 곳이다. 언젠간 아영이에게도 약속한 장소고, 내년 여름엔 그러려고 한다.
[음…….]“엥?”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야?] [무슨 말이냐니! 그냥 편하게 하라니까?] [하지만!]인상을 찌푸린 베르나르두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속삭이듯 이렇게 말한다.
[펩 과르디올라잖아.] [그게 왜?] [그야…… 펩 과르디올라라고.]이것이 평범한 저녁 식사가 아니라는 것을 안 순간부터, 베르나르두는 정신 나간 녀석처럼 굴고 있다. 난 덕분에 식당 앞으로 흐르는 거대한 타구스 강의 경치를 감상하는 사치를 포기해야만 했다.
아, 그렇지.
찰싹-!!!
[아오-!! 뭐야? 너 미쳤어?] [네가 문제라니까.] [???]지금 내가 뒤통수를 때린 이유는, 얼마 전 아영이가 날 한심하게 쳐다보았던 일에 대한 보복이었다.
멍한 표정이 된 베르나르두를 자리에 남겨 두고, 난 강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의 곁으로 다가갔다.
“정말 멋지죠?”
“하하, 그렇군. 리스본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
“네. 제 생각도 그래요.”
아티라-치 아우 리우 식당은 리스본 시내에서 ‘4월 25일 다리(Ponte 25 de Abril)’를 타고 타구스 강을 건넌 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강변을 찾아 움직이다 보면 나오는 곳이다.
낮에도 풍경이 좋지만 밤에 정말 환상적인데, 강가 너머로 보이는 리스본 시내의 불빛을 보고 있노라면 삶의 행복이 딱히 먼 곳에 있는 건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럴 정도로 이곳의 운치는 훌륭했고, 참치와 올리브를 듬뿍 사용한 음식이야 말할 것도 없는 부분이다.
“이제 가요, 펩. 쟤가 좀 인내심이 없거든요.”
“하하하, 그래. 그러자고.”
펩을 데리고 자리로 돌아가는 길, 초조함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는 내 친구가 다리를 떨어 대고 있다.
한국이었다면 복 나간다고 잔소리 듣기 딱 좋은 모습이었지만, 내겐 마냥 귀여워 보일 뿐이다.
[무, 무슨 이야기 했어?] [그냥 돌아가자고.] [뭐?! 진짜?!] [아니, 이 병신아. 그럴 리가 없잖아.]찰싹-!
[아-! 그만 때려!]티격태격하는 우리를 보며, 에이드를 빨아들인 펩이 희미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난 괜히 머쓱해졌고, 베르나르두에게 한 번 인상을 찌푸려 준 뒤에 본론으로 들어갔다.
일단 오늘은 에이전시 없이, 순수 축구인의 입장에서 이적 의사를 물어보는 자리다.
“시작할게요. 제가 통역할게요. Bernardo, Comece.”
[크흠. 흠. 응. 내가 얼마나 뛸 수 있어?]베르나르두는 올 시즌 SL 벤피카의 2선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뛰었다.
주로 4-4-2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의 위쪽 꼭짓점에서 뛰었지만, 4-3-3의 윙어로 뛴다거나 상황에 따라 투톱 중 하나로 들어서는 등 다양한 포지션 소화 능력을 보여 줬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베르나르두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괴체가 있다. 뛸 수 있는 포지션이 거의 겹치고, 얼핏 스타일도 비슷하게 보인다.
따라서 미디어와 팬들은 베르나르두 영입에 대해 [굳이?]라는 반응을 보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건 괜찮다.
나도 그랬으니까.
사람들은 필리프 람과 데이비드 알라바라는 최고 수준의 풀백이 있음에도 날 영입한 뮌헨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난 자네를 2선 전반에 기용할 생각일세. 때론 중앙으로 내리기도 할 거야. 내가 자네를 높게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리하고 또 어지간해선 볼을 빼앗기지 않기 때문이야.”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일단 로테이션으로 생각하고 있네. 30~40경기 정도를 뛰게 될 거야. 선발과 교체를 포함해서 말일세.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최소의 기대치야. 남은 건, 자네의 플레이에 달려 있네.”
올해 뮌헨은 클럽 월드컵 등을 포함해 총 56경기를 치렀다. 모레 챔피언스 리그 결승까지 합치면 57경기이며, 그중 30~40경기 정도를 출전한다는 뜻이다.
내가 현재까지 뛴 경기는 44경기이고, 펩이 제안한 수준이면 꽤 중용을 하겠단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공평하네요.]“그런가?”
[네. 제가 하기 나름이라는 게 좋아요.] [엥?] [사실 그렇잖아. 네가 추천을 했다며. 넌 뮌헨에서 잘나가는 중이고, 네 입김으로 들어가는 걸 수도 있잖아. 그럼 정말 날 원하는 클럽에서 뛸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는 거야. 지금은 내 커리어에 있어서 중요한 때고.]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그것이 베르나르두의 입에서 나온 거라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왜? 내가 이상해?] [응. 많이.] [큭큭큭큭. 그래- 나도 그게 참 이상하긴 하다. 그런데 있지? 네가 뛰는 걸 보다 보니까 조금…….] [조금?] [Zangado. Sabe? 분했어. 정체되는 기분이 들었다고. 나만 그런 게 아니야. 니모, 안드레. 네가 떠나고 남겨진 우리 모두가 비슷한 생각이었어.]뭔가 지금, 커튼 뒤의 풍경을 목격한 것 같았다.
우린 벤피카에서 함께하며 서로 많은 대화를 하고 또 고민도 주고받았지만, 서로의 근본적인 자존심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주고받은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친구의 성공에 기뻐하면서도, 혼자가 되고 나면 느꼈을 복잡한 기분은 전혀 말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래서 지금 베르나르두의 말은 멍한 기분이 들도록 만들었다.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슨 말을 할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오히려 베르나르두가 피식하고 웃으며, 내 어깨에 따뜻한 손을 얹어 왔다.
[Vamos, Amigo. 네게 어떠한 나쁜 감정도 주고 싶어서 한 말이 아냐. 이건 그냥, 나에 관한 것이지.] [베르나르두, 난…….] [알아. 넌 정말 좋은 녀석이고, 지금도 난 여전히 널 알게 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만약 이 자리에 펩이 없었다면, 난 자리에서 일어나 베르나르두와 찐한 포옹을 나눴을 거다. 왜냐하면 녀석의 말 뒤에 숨겨진 감정을 잘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이 말은 해야 할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널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제기랄. 감정적이 된다. 이 이야기는 관두자.] [좋은 생각이야.]잠깐 베르나르두와 내가 각자의 의자에 몸을 기대며 눈가로 손을 가져갔고, 그런 뒤에 바라본 펩은 이런 우리를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크흠. 이건 못 본 걸로 해 주세요.”
“하하하. 그러지. 하지만, 정말 보기 좋군. 이 세계를 생각하면, 자네 둘의 우정은 정말 특별한 거야.”
“정말 좋은 녀석이거든요.”
“그래. 그런 것 같아.”
바로 이때 주문한 음식이 테이블에 도착했고, 정말 오랜만에 보는 사장님은 특별 서비스라며 새롭게 개발했다는 신 메뉴와 에이드 세 잔을 공짜로 내주셨다.
해외에선 어지간하면 이렇게 무료 대접을 받을 수 없기에, 이런 일 자체가 귀한 경험이다.
잠깐 식당 사장님에게 음식과 풍경에 관한 찬사를 보내고 난 후, 다시 셋만 남게 된 우린 멈췄던 대화를 이어 가려고 했다.
그런데.
[좋아요. 에이전시에 말할게요.] [뭐? 더 안 들어 보고?] [Amigo. 그럴 게 어디 있겠어. 여기를 좀 봐. 펩 과르디올라잖아. 그것도 챔피언스 리그 결승을 이틀 앞두고 직접 날 찾아왔어. 그리도 너도 있잖아. 뭐가 고민인데?] [……제기랄.]내 반응에 피식한 베르나르두가, 냅킨으로 입을 닦고 나선 펩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곤 나도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영어로, 이렇게 말을 했다.
“I`ll joining Munchen.”
“?!”
생각보다 훨씬 더 쉽게 들을 수 있었던 대답에, 잠깐 날 바라본 펩이 특유의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베르나르두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이미 클럽 사이의 이적료 협상은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는 만큼, 터무니없는 수준의 급료만 아니라면 베르나르두는 뮌헨의 선수가 될 것 같았다.
그것이 몹시도 행복했던 난,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베르나르두와 포옹을 나눴다.
[이런, 빌어먹을. 이제 다시 같은 팀인 거지?] [그래, 베르나르두. 네 말이 맞아.]선선한 바람, 적당한 기온, 좋은 음식과 맛있는 에이드. 그리고 가장 좋은 친구와 마음속 깊이 존경하는 펩과 함께하는 지금을, 나는 꽤 오래도록 기억할 것만 같다.
***
2014년 5월 23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클럽하우스.
지난 번 A매치 주간 때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이토록 빠르게 다시 돌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래서 더욱, 이 환대가 놀랍다.
[다온-! 다온-!! 저도요! 저도라고요!] [호날두! 차례를 지켜!]본격적인 훈련은 30분 뒤에 시작될 예정이고, 난 뮌헨 선수단에 한발 앞서 클럽하우스를 찾은 상태다.
이유는 ‘아디다스’에 요청해 받아 둔 물건을 유스와 원호 시설에 전달하기 위함이었는데, 지난번에 왔을 때 만나지 못했던 유스들이 사인을 요청해 오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곤란함을 느꼈지만, 에두가 시간은 많다고 말해 준 덕분에 잠깐 짬을 내는 게 가능했다.
여전히 이곳엔, 뛰어난 유망주들이 많다.
마르팀 네투(Martim Neto), 디오구 나시멘투(Diogo Nascimento), 플로렌티누 루이스(Florentino Luis)는 벌써부터 빅클럽이 스카우트를 따로 파견할 만큼 주목을 받는 중이고, 곤찰루 게드스는 이제 슬슬 본격적인 오퍼를 받고 있다.
아마 벤피카도 베르나르두와 제로니모가 빠지게 되며 생긴 공백을 채우기 위해, 게드스에게 기회를 줄 것 같다.
외에도 후벵 디아스, 하파엘 브리투(Rafael Brtio), 곤찰루 라모스(Goncalo Ramos)도 주목받는 유망주다.
하지만 SL 벤피카의 유스 시스템이 훌륭한 진짜 이유는, 단순히 좋은 선수를 채워 넣는 것에만 있지 않다.
[괴롭히는 사람은 없어?] [파울루가 조금 그래요] [에-이! 내가 언제?] [그랬잖아?] [하하하. 너흰 여전하구나?]벤피카의 유스 시스템이 특별한 건, 이곳에서만큼은 차별과 따돌림이 없다는 거다. 모두가 하나의 팀이자 친구이고, 이런 철학 앞에서 피부색과 체격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라 마시아라든가 레알 마드리드의 유스만 해도, 언어가 통하지 않는 애들은 쉽게 괴롭힘을 받는다.
EPL의 유스 같은 경우엔 짓궂은 영국인들의 성향상 그런 따돌림이 더 심한 편이며, 그런 과정을 이기지 못해 빅클럽 유스에서 나간 애들이 많다.
하지만 여긴 아니다.
금방도 마르팀 네투는 파울루 베르나르두(Paulo Bernardo)가 괴롭힌다고 했지만, 이내 서로 낄낄거리며 티격태격거리기에 바빴다.
이런 철학이 계속해서 유지되는 한, 언제까지고 이 클럽엔 많은 유망주가 태어날 거라고 자신한다.
준이 형과 함께할 아카데미와 이곳을 꼭 제휴하고픈 이유도, 상처를 입은 친구들에게 세상 모든 곳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휴우-! 이거, 스타가 된 것 같은데요?] [하하! 그게 무슨 소리인가? 자넨 이미 스타야!] [그런가요? 제 스스로는 똑같은데요.] [이런! 자넨 여전하군.]비로소 에두와 마주 앉으며, 난 계약서를 확인한다.
‘아디다스’를 통해 공수한 물건들은 벤피카가 별도로 기부할 것들과 함께 움직일 예정이다. 이 계약서는 그 내용 전반에 관한 것으로, 딱히 읽어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난 에두를 믿고, 이 클럽을 믿는다.
그러니, 확인은 필요치 않다.
[우리로선 고맙지만, 전부 그러진 않겠지?] [물론이죠. 외의 계약서는 꼼꼼히 읽어 본다고요.] [하하. 그거 잘됐군. 어때? 시간은 좀 남나?] [네. 제수스 감독님을 뵈려고 했는데, 보이지 않네요?] [안 그래도.] [?]딸깍-
자리에서 일어선 에두가 안쪽의 문을 따로 열자, 거기에서 제수스 감독님이 등장했다.
길게 기른 희끗한 머리와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 또 포르투갈의 아버지들 중 절반이 바른다는 스킨로션 냄새를 물씬 풍기며, 제수스 감독님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응?] [웬 악수예요? 우린 이거죠.] [오-!]제수스 감독님의 악수를 거절하며, 찐한 포옹을 했다. 잠깐 당황했던 감독님이 내 등을 따뜻하게 토닥여 주셨고, 비로소 난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세 사람은 나란히 자리에 앉았고, 훈련 시작 전까지 허락된 15분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다.
축구가 아닌 서로의 일상을 평범하게 주고받는 지금 이 순간, 충만한 기분을 느끼는 내가 속으로 다짐하고 있는 것은 반드시 고향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여긴 리스본.
내겐,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
[사전 인터뷰에서 강한 자신감을 밝힌 김다온. “무조건 이긴다.” – 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