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73)
372화
전술(戰術)이라는 것이 축구에 접목된 이후부터, ‘숫자’는 줄곧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남아 있다.
이는 현대 축구의 대세가 된 전술에도 어김이 없으며, 축구 감독들은 11명을 12명 혹은 13명으로 보이게끔 하는 마법을 연출하기 위해 오늘도 골머리를 앓는다.
그리고 이런 ‘숫자 늘리기’에서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전술을 선보인 사람이 바로 펩 과르디올라다.
불완전한 전술로 평가받은 ‘라볼피아나(Lavolpiana)’를 현대 축구의 대세로 끌어왔고, 2000년대 중반 잠깐 반짝인 ‘후방 라인을 끌어 올림으로써 압박의 라인을 높인다.’는 핵심 철학을 부서뜨렸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를 사랑하는 주변의 이들은, 그의 성공 그 자체보다는 하나의 에피소드를 주목했다.
2004년,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 겸 축구 전문가를 자처하는 가브리엘레 마르코띠(Gabriele Marcotti)와 관련된 내용이다.
당시 펩 과르디올라는 커리어의 마지막을 위해 카타르의 알-아흘리에서 뛰던 중이었고, 한편으론 그의 선수 경력 가장 큰 추문인 ‘약물’과의 법정 다툼을 이어 나가던 중이었다.
2001년 겨울 처음으로 약물에 양성 반응을 보인 펩 과르디올라는 미디어로부터 수많은 질타를 받았고, 한때 그를 응원하던 사람들에게서도 손가락질을 받으며 ‘거짓말쟁이’라는 굴욕적인 별명도 얻게 됐다.
펩 과르디올라는 거기에 맞서 싸우기로 했지만 결국 2005년 7월 징역 7개월에 집행유예2개월. 벌금 2천 유로의 판결을 받고야 말았다.
그리고 이 판결을 받기 1년 전, 가브리엘레 마르고띠는 펩 과르디올라가 축구계의 공룡이라 말하는 기사를 기고했다.
당시 유럽 축구는 피지컬적으로 강인하며 좋은 태클을 날릴 수 있거나, 창조적인 패스를 보내고 피치에 번뜩임을 더할 수 있는 미드필드를 선호했다.
이런 주류 속에서 수비진 앞에서 경기의 템포를 조율하고 빌드업의 시초를 만들어 주는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들은 숫자만 낭비하는 불필요한 존재였다.
그리고 처음 ‘더 타임즈’ 이탈리아 버전을 통해 마르코띠의 기사가 나왔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펩 과르디올라가 시대적으로도 또 윤리적으로도 끝났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혁신가다. 현세대 최고의 감독이다. 과거에는 요한 크라위프가 그러했다면, 지금은 펩 과르디올라다. – 리오 퍼디난드]그로부터 5년 뒤, 펩 과르디올라는 ‘불필요하다’고 여겨졌던 현역 시절의 자신을 전술에 접목시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그 2년 전에는 6년 동안의 법정 싸움 끝에 약물 사건에 있어서도 무죄를 입증받았다.
새로운 의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체의 비밀들이 알려지게 되면서, 2001년 당시 펩 과르디올라의 소변에서 검출됐던 성분 그대로가 ‘인체에서 자연 생산되기도 한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또 실제 약물을 주입한 선수의 경우, 펩 과르디올라 소변에서 검출된 양보다 최소 200배에서 많게는 4,000배까지 나온다는 것 역시도 알려지게 됐다.
그렇게 모든 오명을 떨친 펩 과르디올라는 이후 오직 성공의 가도만을 걸었지만, 커리어 막바지의 경험은 이 남자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삐—-익!!!
.
.
·전반 34분
바이에른 뮌헨 0 : 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단테의 치명적인 실수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임에도, 펩 과르디올라는 가슴속 깊숙한 곳에서 밀려드는 짜릿한 희열과 흥분을 억누르기 어려웠다.
그동안 수없이 관찰해 온 디에고 시메오네의 축구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는 자신과 매우 비슷했다.
얼핏 엄격한 규율(規律)이 잡혀 있는 축구 같지만, 마지노선이라 부를 수 있는 원칙(原則) 몇 가지를 제외하면 모든 것은 가변적이었다.
그것은 당연히 상대의 축구와도 연관이 있었지만, 그보단 ‘특정한 상황에 따른 반응’에 더욱 가까웠다.
지금까지 보기에 디에고 시메오네의 축구는 최소 서른 개가 넘는 상황에 대한 해법이 있는 것 같았고, 이는 끊임없는 선수들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잘 드러났다.
피치에 있는 선수 중에 최소 하나는 뮌헨이 패스를 보낼 때마다 어김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많을 때는 서너 명의 선수가 동시에 소리쳤는데, 그 말이 완전히 같았다.
이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잘 훈련되었다는 것을 의미했고, 무엇보다 그들이 축구를 이해하는 방식이 특별했다.
“후후. 후후후후.”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터뜨리는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한 방 먹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해법이라 생각했거늘. 오히려 덫을 찾아갔군.’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미드필드는 정상 전력의 반의 반밖에 되지 않았다. 네 명의 핵심 로테이션 자원 중 세 사람이 부상이니, 1/4이라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펩 과르디올라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를 뚫어내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또 득점은 못 해도 실점을 하지 않아 연장으로 가게 되었을 땐, 교체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뮌헨이 크게 불리하다고도 생각을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반 8분 디에고 코스타가 부상으로 피치를 떠난 것은 큰 행운이었지만, 오히려 더욱 큰 불행이 굴러들어 오고야 말았다.
디에고 코스타의 부상으로 하비 마르티네스의 위치를 끌어 올린 게 오히려 독이 되어, 실점 상황에서 숫자 부족을 연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단테의 실수였지만, 애초부터 하비 마르티네스를 올리지 않았다면 없었을 위기였을 수도 있다.
공평하게 펀치를 한 방 주고받았으나, 녹다운이 되어 버린 쪽은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거다.
외에도 또 실수는 있었다.
오늘 펩 과르디올라가 3-3-3-1을 전술로 내세운 건, ‘굳이 아틀레티코의 앞쪽 플랫을 거치지 않고,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빠르게 패스를 보내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최후방에 항상 많은 수비도 둘 수 있기에, 상대의 역습을 저지하는 것 역시 수월할 거라고 보았다.
실제로 전반 10분까지는 이런 전술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았지만, 결과적으론 0:1이 된 이후에는 공격과 미드필드가 분리되어 버리고야 말았다.
설사 실점이 없었다고 해도, 결국 아틀레티코의 수비는 해법을 찾았을 테고 그럼 뮌헨은 더욱 라인을 높였을 거다.
‘위기는 왔을 거야.’
전반 17분의 실점을 ‘먼저 맞은 매’로 생각하기로 나서야, 비로소 펩 과르디올라는 머리를 굴릴 수 있었다.
대응이 늦었던 이유다.
그리고 슬쩍 고개를 돌린 펩 과르디올라는 여유가 넘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벤치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지금과 같은 상황이 디에고 시메오네가 의도한 거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디에고 코스타의 부상과 선제실점에서의 상황 이 두 가지의 변수만 뺀다면, 모든 건 시메오네의 손바닥 안이었다.
‘얼마 만이지? 이런 경우는?’
다시 축구계의 감독으로 돌아온 뒤, 펩 과르디올라는 정확히 네 번 패배를 경험했다.
가장 첫 번째 패배는 도르트문트와의 DFL-슈퍼컵(2:4)이었고, 이후로도 패배 때마다 펩 과르디올라는 최소 3실점 이상을 하며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 줬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전술에서 밀렸다 여기지는 않았다.
오늘과 같은 변수와 실수가 나비의 날갯짓이 되었고, 굴욕적이기까지 했던 베르나베우에서의 0:4 패배도 전술보다는 그 외적인 것에 원인이 있다고 여겼다.
그렇기에 지금 펩 과르디올라가 느끼고 있는 패배감과 굴욕감은, 몇 년 만에 처음이라 봐도 됐다.
‘하지만 디에고.’
오랫동안 본인 그리고 디에고 시메오네와 보이지 않은 싸움을 이어 나가던 펩 과르디올라. 그는 마침내, 테크니컬 에어리어 가장 앞쪽으로 나아갔다.
그러곤 피치를 향해 소리쳤다.
“이봐아-!!!!”
마침내, 그는 디에고 시메오네의 축구에 대응을 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
펩의 분주했던 손짓을 이해하기 위해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래도 늦지 않게 새롭게 전형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현재 나는.
“여기!!”
.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바이에른 뮌헨의 진형이 조금 바뀐 것 같죠? 김다온 선수가 지금…… 중앙미드필드 위치인데요?”
.
펩은 하비를 토니의 파트너로 두고, 피에르를 쓰리백의 정가운데로 보내 버렸다.
또 비게 된 측면은 리베리와 뮐러에게 맡겼으며, 로번이 최전방 롤을 맡고 그 아래에 괴체가 자리를 틀었다. 사실상 네 명을 플랫 형태로 전방에 세웠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 네 명의 선수와 두 명의 젝서(Sechser/DM) 사이.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텅텅 비워 두었으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에 바로 내가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왜? 어째서?
‘일단, 그건 모르겠고.’
파앙-!
토니에게서 패스를 받아 측면으로 볼을 전달한 뒤에, 난 후방의 이들에게 라인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실점 후부터 줄곧 생각을 했지만, 최후방 라인이 너무 위축되어 있다.
“단테!!! 정신 차려!!!”
지금 당장은 펩이 어떤 의도로 날 이곳에 보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으며, 이 자리에 내가 가진 능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쯤은 안다.
그것은 축구 선수 자체로의 능력이기도 하겠지만, 지금까지 펩은 늘 이 위치에 선 이에겐 그 이상을 요구해 왔다.
바스티, 람. 티아고.
‘그들이 가진 건 뭘까?’
축구에 쉬어 가는 시간이 있다면 자리를 잡고 앉아 생각이라도 해 보고 싶은데, 이 위치는 내게 잠시도 생각을 이어 갈 틈을 주지 않는다.
더구나 상대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니겠나?
지구상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클럽이다.
“프랑크!! 무리하지 마!!”
다시 또 드리블만을 쳐다보는 리베리에게 소리를 내질러 보지만, 고집 강한 저 ‘매부리코 뻐드렁니 프랑스 남자’는 내 목소리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조금의 의심도 없이 나는 프랑크 리베리가 월드클래스 윙어라는 건 알지만.
‘역시!’
지금 아틀레티코의 페널티박스 안은 사람이 너무 많다.
리베리가 어떻게 후안프란은 제쳤지만, 금세 라울 가르시아가 접근해 지연을 했고 저 위치에 자연스럽게 ‘존(Zone)’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결국 리베리는 사냥꾼이 쳐 둔 함정에 걸린 사냥감이 되어 버렸고, 지금까지 계속 그러했듯 볼을 빼앗겼다.
‘생각해 다온아, 생각해.’
이다음 아틀레티코가 어떻게 빌드업을 했더라?
또 우린 어떻게 했기에…….
“프랑크!!!”
“?!”
“달라붙어!!! 얼른!!!”
“!”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후퇴를 준비하던 프랑크 리베리를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전방 압박을 소홀히 해 왔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펩의 지시 사항이기는 했다.
팀 전체적으론 두 명의 윙백을 통해 롱패스를 보내고, 전방에서 볼을 빼앗겼을 경우 비어 있는 중원에 숫자를 보태기 위해 압박 대신 복귀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으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본래 축구를 되찾아 와야 할 때다.
전방 압박도 다시 살아나야 하고, 그러려면 바로 내 뒤에 있는 두 명의 젝서도 아틀레티코가 빌드업을 해 나갈 수 있는 공간을 미리 점유해야 한다.
리베리에게 소리친 뒤, 난 슬쩍 뒤를 바라봤다.
‘……역시.’
토니 크로스와 하비 마르티네스가 본인의 임무를 소홀이 할 것이라는 건, 말도 되지 않는 상상이었다.
두 사람은 우리에게 취약한 2번과 4번 세로줄 위치를 완벽하게 커버했고, 저렇게 포지셔닝을 잡아 주면 아틀레티코가 측면으로 볼을 보내는 일이 힘들어진다.
그럼 자연스레, 빌드업은 늦춰진다.
그리고 후방에서의 빌드업 작업이 지연된다는 건, 전방 압박에 취약해지거나 혹은 가장 후방의 골키퍼에게 패스를 보낼 수밖에 없게 된다는 뜻이었다.
오늘 경기 처음으로 아틀레티코가 빌드업 작업 도중 두 번 연속해서 쿠르트와에게 패스를 보냈고, 난 끊임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코케가 중앙 지향적 플레이를 펼치고 있기에 로번을 아예 중앙으로 보내 버렸고, 가비와 티아구 멘데스 바로 뒤에서 기다리며 이쪽으로 볼이 연결되었을 때를 대비했다.
결국 볼을 보낼 곳을 찾지 못한 쿠르트와는 아무도 없는 먼 곳으로 축구공을 차 버렸고, 여유 있게 이를 받아 낸 보아텡이 볼을 되찾아왔다.
오늘은 낯선 장면.
그렇지만 시즌 전체로 볼 땐,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풍경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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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에펜베르크) – ZDF 해설위원
“매우 과감한 결단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개인적으론, 옳은 판단 같습니다. 아틀레티코는 최전방 두 명의 선수에게 먼저 볼을 보냅니다. 그 둘에게 공격을 의존하죠. 그렇기 때문에 후방에 최소 3명의 선수만 두면 됩니다. 측면을 비워 두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아요. 어차피 아틀레티코도 측면 전진에 시간이 걸립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조금 더 뛰면, 측면이 비게 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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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의 가장 궁극적인 철학.
볼을 점유하라.
그리고 그것을 위해 패스를 보낸다.
왜냐하면, 볼은 선수보다 빠르니까.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뭐냐면.
[“패스, 패스, 패스, 패스. 그리고 Boom! 이해했어?”] [“패스! 패스! 항상 패스! 그리고 최종 목적지로 패스!]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패스라는 것이 가능할 때의 이야기였고, 플레이 과정의 최소 1/3 정도는 패스를 보낼 상황이 되지 않는다.
특히나 오늘처럼 중원 압박이 강한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중앙에서 뛰게 되면, 정작 1/3 정도만이 패스를 보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건, 지금 막 알게 된 것이다.
‘이크!’
“!!”
패스를 받아 몸을 돌리자마자, 노란색 유니폼이 보였다.
그래서 난 상대를 미처 확인하기도 전에, 시야에서 보이는 두 다리를 보며 축구공을 그 사이로 흘려보냈다. 축구공을 보호한 오른발을 재빨리 움직여, 아웃사이드를 가져 댄 것이다.
그런 뒤에는 가속도에 의해 밀려난 이를 팔로 감으며, 첫 번째 압박을 벗겨 냈다.
‘누구지?’
앞쪽에서 다가오는 선수를 보니, 금방은 가비 페르난데스인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틀레티코의 플랫 중 하나가 무너진 절호의 기회였고, 나는 가비가 빠져나온 방향으로 드리블 방향을 정해서 달려 나갔다.
뒤에서 열심히 달려올 것이기에, 행동의 판단은 빠르고 정확해야만 한다.
늘 중원에서 뛸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며, 또 매 순간 바뀌어 가는 피치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는 걸까?
나도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다행히도 지금은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건 정말 미스터리다.
“다온!!”
오른쪽 측면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슬쩍 눈길을 주자 공간으로 뛰어드는 토마스 뮐러가 보였다.
평소라면 망설임 없이 패스를 보냈겠지만, 오늘의 경험을 통하여 나는 저곳이 곧 막다른 길이 되어 버릴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틀릴 수도 있겠지만, 뭐.
볼을 쥔 것은 나고.
‘그러니. 내 마음이야.’
처음 KJ 아트풋볼 아카데미에서 권준 형을 만났었던 날, 형은 내게 타고난 감각을 지녔다고 말해 주었다. 볼을 무척 잘 다루며, 트래핑이나 드리블 기술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비밀을 하나 말해 줄까?
알다시피 어린 시절에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없었고, 특히 아예 훈련에서 제외되는 날이면 종일 창고에서 축구공을 트래핑하고 놀았다.
가끔씩 용돈을 받아야 갈 수 있던 PC방에서 본 유명 축구 선수들의 축구 동작을 따라 해 보기도 했고, 그러다 조금 지치면 다시 트래핑을 반복했다.
참으로 재미있는 건 내가 줄곧 들었던 부분은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뛰게 해 주지 않았으니 몰랐지 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은 그게 무슨 말인지 잘 안다.
나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법을 몰랐고 또 축구의 전술과 같은 것들을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냥 냅다 달리고, 강하게 볼을 찰 줄만 아니 기회가 되면 발을 휘둘렀다.
그리고 당시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난 그만큼 빨랐고, 또 빠른 슈팅을 할 줄 알았으니까.
더구나 풀백은 아무도 하고 싶지 않았던 포지션이기에, 어렵지 않게 주전이 될 수도 있었다.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가끔씩 이렇게 볼을 다루게 되는 기회가 오면 지난 날 외톨이로 지내며 혼자서 볼을 찼던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는 거다.
툭-
“?”
“!”
내가 마음대로 선택한 행동은 오른쪽의 토마스 뮐러를 미끼로 던져 주며, 왼쪽에서 대각선으로 잘라 움직여 들어가는 리베리를 겨냥한 패스를 보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발끝으로 살짝 볼을 띄우는 것이다.
기교가 필요하다지만, 난 할 수 있다.
말한 것처럼.
‘……가라. 가.’
적당한 속도를 가진 축구공이 아치를 그리며 나아가고, 정점을 찍고 떨어지기 시작한 순간 낙하지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사람은 리베리와 디에고 고딘뿐이었다.
이제부터는 스피드와 운의 싸움이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그저 뮌헨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리베리가 우위를 점하고 먼저 볼에 머리나 발을 가져가길 바라는 게 다였다.
그러나 정말 애석하게도 먼저 도달한 쪽은 디에고 고딘이었고, 가슴으로 트래핑한 그는 볼을 앞으로 슬쩍 떨어트린 뒤에 몸을 돌리며 힘껏 오른발을 휘둘렀다.
딴에는 멀리 클리어를 해낼 생각이었나 본데.
‘엥?’
묘하게 빗맞은 축구공은 어설프게 떠올라 내가 서 있는 곳 바로 앞으로 날아 들어왔다.
이럴 거라면, 그냥 사이드라인으로 걷어 내지.
아, 잠깐.
쟤는 내 편이 아니었지.
수비수 입장에서 너무 감정 이입을 했나 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라.
“후우~”
떨어지는 축구공에 눈을 단단히 고정해 두고, 그대로 발등을 가져다 대야 할 때였다.
투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