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74)
373화
(개리 탭하우스) – Sky Sports U.K 코멘테이터
“다온. Oh- Beautiful Move. 가비 페르난데스를 절묘하게 따돌립니다. 전진하는 다온. 오른쪽엔 토마스 뮐러. 그렇지만 그쪽을 보지 않습니다. 로빙 패스. Another Beauty. 그러나 디에고 고딘. 클리어를 해냅니다. 하지만 볼이 멀리 가지 않네요. 그리고 다오오오오오오오온-!!!! OH-!! What a Goal!! Da-On!! Kim Da-On!!! What a wonderful goal by Wonder Boy!! It`s an another stunning moment by. South Korean. It`s absolutely Fanta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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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고딘의 다소 어설픈 클리어로 처리된 축구공이 발등에 닿았을 때, 나는 직감적으로 이 슈팅이 골이 될 것이라는 걸 알았다.
슈팅은 골대의 왼쪽 상단을 향해 날아갔고, 처음엔 높이 벗어나는 것만 같았던 축구공은 갑자기 뚝 떨어지며 모서리 아래 30cm 정도 되는 지점에 꽂혔다.
비명과도 같은 함성 소리를 들으며 나는 코너플랫 앞으로 달렸고, 그 곁에 우뚝 선 채로 양팔을 좌우로 쭉 펴 보였다.
그리고 이내, 등 뒤에서 동료들이 덮쳐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예에에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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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에펜베르크) – ZDF 해설위원
“이거죠!! 이겁니다!! 이것이 바로, 벨트클라쎄(월드클래스)의 슈팅입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이 친구는 현시점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선수입니다. 이견을 달 필요조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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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펑) – 중국 CCTV 아나운서
“역시 한국인입니다! 아시아인 최초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무대도 한국인이 밟았고, 아시아인 최초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득점도 한국인이 해냈습니다.”
(웨이 지하오) – 중국 CCTV 해설위원
“궁금해지네요. 중국인이 저런 무대에서 활약을 하는 모습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10년? 20년? 분명한 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론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현재 유럽에서 뛰는 중국인이 과연 몇이나 되죠? 후보 명단에도 들지 못하는 선수를 보고 호들갑이나 떨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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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지마 하코자에몬) – 일본 Wowwow 아나운서
“코레가(これが/이것이)!! 캉고쿠노 기므다옹노 치카라카(韓?の キムダオンの 力か/한국의 김다온의 힘인가)!!”
(세리자와 노부히코) – 일본 Wowwow 해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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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관중석을 향해 크게 포효하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기분이 원래 자리로 되돌아왔다.
다시 위치로 돌아가는 길에 본 아틀레티코의 선수들은 허탈한 듯, 어두운 얼굴로 입맛을 다시거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있다.
전반 42분.
하프타임이 되기 직전에 경기를 원점으로 만든 것은, 우리에겐 무척 커다란 일이 될 것이다.
삐—-익!!
다시 경기가 시작되고, 피치 오른쪽 사이드라인 부근에서 경합이 벌어진다.
적극적으로 압박에 임한 토마스 뮐러가 상대의 터치아웃을 유도하자,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있던 펩이 열정적으로 박수를 보내어 왔다.
그러곤 나와 눈을 맞추더니, 양손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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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정말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의 순간입니다. 한국인이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으로 뛰며, 챔피언스 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동점을 만들지 않았겠습니까? 박지성 선수가 Q.P.R로 이적하고 또 폼도 상당히 떨어진 지금, 대한민국 축구 팬들에겐 김다온 선수의 활약은 정말 큰 힘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스무 살 청년이, 전 세계 축구의 한복판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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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이 바뀌었다.
아틀레티코는 전과 다름없이 박스 부근에 두 줄의 플랫(Flat)을 세웠지만, 그 견고함은 많이 떨어졌다.
파앙-!!
{“우오오오오-!”}
‘아- 아까워라.’
모처럼 괴체가 플랫의 한복판에서 탈(脫)압박에 성공해 토마스 뮐러에게 절묘한 패스를 보냈는데, 슈팅의 방향이 좋지 않아 티보 쿠르투와의 방어에 막혔다.
안타까움에 괴로워하며 뮐러가 얼굴을 감싸 쥐고, 슬쩍 뒤를 돌아본 그는 우리들의 눈치를 봤다.
충분히 골이 될 수도 있었던 장면이라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면박보다는 칭찬이 필요할 때였다.
“토마스-! 토마스-!!”
“?”
“잘했어!! 계속 그렇게만 해!!”
역시나, 펩도 뮐러를 격려한다.
눈에 띄게 경기를 지연시키고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전반이 이대로 끝나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한참 뒤에야 골킥이 이어졌고, 볼을 금세 우리에게 넘어왔다.
사이드라인 앞쪽에서는 대기심이 추가 시간을 알릴 준비 중이었고, 잠깐 그쪽에 시선을 뒀던 나는 위치를 살피며 움직였다.
후방에서 몇 차례 돈 패스가 하비를 거쳐 내게 연결됐고, 빠르게 몸을 돌려세운 나는 측면에서 파고들 준비를 마친 리베리를 보았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내 오른발이 움직였는데, 두 줄의 플랫 사이를 파고든 리베리가 패스를 받았다.
아까와 비슷하게 아틀레티코의 덫으로 들어간 것처럼 보이겠지만,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전에는 드리블 돌파였고, 지금은 오프-더-볼이다.
무슨 차이냐고?
‘바로 저거.’
말했듯, 축구는 직관적인 스포츠다.
경기의 95% 이상이 볼이 있는 곳과 관련이 있으며, 5%도 안 되는 부분에서만 볼 없는 상황이 중요하다.
피치 어떠한 지역에서든 특정 선수가 볼을 잡게 되면, 일단 남은 21명의 시선은 몽땅 거기로 향한다. 볼이 있는 곳과 잡은 선수에 맞춰 전형/전술이 작동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것 같다고 해도, 직접 드리블을 시작한 것과 오프-더-볼일 때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속도감이 천지 차이다.
볼 없이 움직일 때가 훨씬 더 자유롭고 또 속도를 붙이기도 쉽기 때문에, 오프-더-볼에 맞춰 패스를 보내면 볼을 받은 측은 수비수보다 한참 더 템포가 빠르다.
가뜩이나 축구에서 수비는 수동적인 개념인데, 이렇게 속도까지 뒤처지게 되면 공격을 막는 게 몇 배는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공간으로 보내는 패스가 위협적인 것이고, 그런 패스를 통해 축구에서 결정적인 장면이 빚어진다. 반대로 수비의 첫 번째 임무가 지연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보면 된다.
하지만 지금은 지연을 시킬 수 없다.
만약 아틀레티코가 그걸 바란다면.
삐—-익!!
‘그렇지!’
억지로라도 상대를 잡아끌 수밖에 없다.
지금은 티아구 멘데스의 파울이다.
패스를 받은 뒤 페널티 박스 주변에서 움직이던 리베리를 잡아끌었고, 비외른 퀴퍼스 주심은 오늘 경기 두 번째 옐로카드를 티아구 멘데스에게 꺼내 들었다.
약 20m 언저리에서의 프리킥.
난 당연히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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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실점 이후에 급격히 흔들리고 있죠? 지금 파울을 범한 위치도 실점할 확률이 상당히 높은 지점입니다. 제가 궁금한 건 키커가 누구냐인데, 본래 키커인 데이비드 알라바는 지금 부상으로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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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바가 부상으로 빠진 뒤부터, 리베리와 크로스가 클럽의 메인 키커가 됐다. 25m 이상 거리라면 슈팅 때는 내가 또 패스 때는 크로스가 맡지만, 지금처럼 가까운 거리일 땐 의견이 분분해진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라고 해서 양보의 미덕이 발휘되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이건 내 거야. 마지막 킥은 너였잖아.”
“기억 안 나. 언제?”
“빌어먹을! 언제긴 언제야, 포칼이지! 잊었어?
“그런 적 없어. 이건 내 거야.”
바이에른 뮌헨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각자 영웅이 되려고 욕심을 부린다고 하겠지만, 내부자의 입장으로 설명하자면 그냥 우리가 우리처럼 구는 것뿐이었다.
자신의 킥임을 주장하는 리베리의 앞에서 크로스가 뻔뻔한 척 굴지만, 내 기억으로도 이번 차례는 리베리가 맞다.
행여 나에게 주진 않을까 싶어서 와 봤는데, 나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두 남자를 보며 포기하기로 결정한다.
대신, 곁에는 남아 있자.
재미있으니까.
“슈닉 슈낙 슈눅하자.”
“뭐? 내가 왜? 저리 꺼져!! 이건 내 거니까.”
“쯧. 쫌생이.”
“다 들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상황에서 키커가 결정되고, 난 불만으로 가득한 얼굴로 돌아서는 토니에게 손을 내밀었다.
“뭐야? 도와주지도 않을 거야?”
“네가 해. 난 뒤에 있을래.”
“뭐, 그러든가.”
프리킥을 찰 수 없었던 토니가 하프라인의 앞쪽까지 쭉 내려서고, 여전히 프리킥 지점 주변을 지킨 나는 리베리가 준비를 마치는 것을 보며 어떻게 해 줄지를 물었다.
“그냥 서 있어.”
“그러죠, 뭐.”
리베리가 프리킥을 차기 전, 고개를 들어 슬쩍 전광판을 바라본다.
거의 동시에 시곗바늘이 멈췄고, 이어진 장내 방송에선 전반전 추가 시간이 1분임을 알려오고 있었다. 2골이 터진 것을 감안하면 2분은 줘야 할 것 같지만, 아마 후반전에 소급 적용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삐—-익!!
치열했던 벽 세우는 작업이 끝난 뒤에, 마침내 주심이 휘슬을 불어 프리킥을 진행시킨다.
난 리베리의 요청대로 킥을 찰 것 같은 위치에 서 있었지만, 아틀레티코의 선수들을 보니 누가 이번 프리킥을 마무리할지 알고 있는 듯했다.
어차피 이 정도 위치라면, 상대를 속이는 일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직 기술과 선방의 싸움이 되며, 리베리는 팀 내에서 두 번째로 정교한 오른발을 지니고 있다.
물론 첫 번째는 토니다.
나는 한…….
‘……생각해 본 적이 없네.’
리베리가 천천히 몸을 움직이고, 보조 동작 없이 곧바로 첫 번째 디딤발을 축구공 옆에 가져다 둔 그가 오른발을 매섭게 휘두른다.
축구공은 빠르게 벽을 넘어섰고, 골이라고 판단한 나는 환호성을 내지르기 위해 두 손을 끌어 올렸다.
그러나.
…….
{“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악-!!! 뷔뗭!!!”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로 크로스바를 넘어간 슈팅에, 리베리가 내뱉은 욕설만을 들을 뿐이다.
티보 쿠르투와가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기 때문에, 만약 골대 안으로만 들어갔더라면 경기를 뒤집을 수도 있었던 매서운 슈팅이었다.
동점을 만드는 골 이후, 우린 지금까지 아틀레티코를 세차게 몰아붙였다.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진다면 역전도 노려볼 수 있을 만한 흐름이지만, 야속하게도 축구의 규정은 우리가 그러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삑-!! 삐—익!!!
전반 종료.
경기 시작 때와 마찬가지로, 아직 승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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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 종료
바이에른 뮌헨 1 : 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하프 타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라커룸
사람들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보여 주는 축구에 찬사를 보내기에 바쁘고, 그 이면에 숨겨 둔 약점은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디에고 시메오네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을 앞두고, 선수들의 정신력이 꺾여 버리는 것을 가장 우려했다.
정신력의 고갈은 체력의 고갈을 드러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게 분명했다.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축구는 활동량의 측면에서 대단히 저평가를 받지만, 이는 사람들이 편한 대로 시메오네의 철학을 ‘수비 축구’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 그 자체로도 그리고 실제 지표에도, 아틀레티코의 선수들은 활동량에서 늘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일단 공수전환만 하더라도 굉장히 낮은 위치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볼을 빼앗기거나 공격권이 넘어갔을 시에 돌아오는 거리 역시 상당했다.
무엇보다 디에고 시메오네가 면밀하게 분석하여 관찰해 둔 ‘축구에서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공격 상황’ 모두에 기민하게 반응을 하려면, 늘 라인을 일정 거리로 유지하고 또 선수 각자가 본인의 영역(Zone)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디에고 시메오네는 ‘Recuperacion(리커버리)’의 중요성을 늘 선수들에게 강조해 왔다.
“그래. 좋은 상황은 아니다. 전반 마지막의 골은 허용하면 안 됐어.”
“…….”
“그렇지만 아직 너희에게서 승리를 향한 열기가 느껴지는군. 나는 그것이 무척 기쁘다. 난 정말 승리를 바라고, 너희도 내 마음과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프타임 팀 토크를 위해 라커룸에 들어선 직후에도, 디에고 시메오네는 우선 지쳐 있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동기 부여를 이끌어 내는 방법을 택했다.
오늘 경기는 모든 것을 토해 내야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틀레티코에게 남은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부상 선수는 바이에른 뮌헨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아틀레티코 중원에서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아르다 투랑(Arda Turan)과 전반 이른 시각 디에고 코스타의 부상은 얼마 없는 자산을 지닌 팀의 입장에선 치명적인 것이었다.
벤치를 봐도, 선택의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라 리가는 분데스리가보다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겨울 휴식기 역시 없어 체력의 고갈은 바이에른 뮌헨보다 훨씬 더 큰 상태다.
선(先)수비 후(後)역습을 택한 팀에게 체력의 고갈은 곧, 공격과 수비가 완전히 나뉜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만약 상대가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강팀이라면, 미드필드는 자연스럽게 나뉜 공격과 수비 중에서 수비를 택할 수밖에 없다.
즉 동기 부여 등을 통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에게서 에너지를 더 쥐어짜 내지 않는 이상, 추가 득점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승부차기까지 버티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건 가장 최악의 선택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수만 줄이면 돼! 전반 마지막 5분을 뺀다면, 우리의 수비는 견고했다! 그리고 상대의 수비는 굉장히 부족하다! 일단 한 번 제대로 볼을 보내면, 곧바로 골키퍼와 1:1을 맞이할 수 있어!”
애써 긍정적인 말을 토해 내고 있었지만, 디에고 시메오네는 한쪽에서 자꾸만 밀려드는 절망과 맞서 싸워야만 했다. 스스로도 딱히, 파훼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도합 36골을 기록한 디에고 코스타의 공격력은 아틀레티코에겐 절대적인 것이었으며, 이제 그것을 둘이 합쳐도 절반(비야 15+로페즈 3)뿐인 공격수들에 의존해야 한다.
18골의 라울 가르시아에게 공격적인 역할을 맡기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건 최후의 방법이다.
“후우~”
딸깍-
열정적인 목소리로 선수들의 사기와 의욕을 끌어올린 디에고 시메오네.
잠깐 휴식을 핑계로 감독실로 들어온 그의 얼굴엔 착잡한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시메오네는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그대로 위아래로 비볐다.
쓰으으윽-
쓰으으윽-
까칠한 감촉이 손바닥에 전해지고, 선수들을 위해 다시 강인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로 한 시메오네가 복도를 걷는다.
‘제기랄. 어쩌다가.’
하프타임 직전의 골.
그것 하나가,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
@바이에른 뮌헨의 라커룸
디에고 시메오네가 아틀레티코의 선수들을 열심히 격려하고 있을 동안, 펩 과르디올라 역시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단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반전 마지막은 무척 좋았다! 하지만 골을 더 넣었어야 했어! 아틀레티코는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니 더 그들을 몰아붙였어야 해!”
“…….”
“하지만 그것 외에는 훌륭했다! 포메이션의 변화 이후에 정말 잘해 줬어! 하지만 그래도 조금 부족한 게 있다! 우선 마리오! 넌 여기에서 시작해서 이리로 움직여야 한다! 우린 골이 필요하지만, 네 일은 공간을 만드는 거야!”
간단한 격려로 시작한 펩 과르디올라의 팀 토크는 디에고 시메오네의 것보다는 더욱 많이 전술적이었다.
그는 선수 개개인에게, 의미를 부여했다.
“오늘만큼은 넌, 또 다른 토마스 뮐러가 되어 줘야 한다고. 무슨 말인지 이해했나? 너희 둘이 공간을 흔들면, 로번과 리베리가 그 균열로 파고든다. 간단한 원리지. 간단한 원리야.”
“…….”
“저들은 항상 공격수의 옆에 둘 혹은 셋을 둔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홀로 상대하는 건 무모한 짓이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패스.”
“정답! 바로 그거다. 지금 다온이 정답을 말했다! 우린 후반전에 더 많은 패스를 보내야 해! 드리블이 너무 많았어! 물론, 나도 실수했다. 내 스스로 늘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가끔은 어쩔 수가 없어.”
마지막 부분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펩 과르디올라가 다시 박수를 치며 이야기를 이어 간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그걸 고치려 한다는 거다! 그러니 너희도 잘못된 플레이가 있다면 그걸 바꿔야 해! 저들은 우리가 드리블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어떻게? 패스를 보낼 지점을 먼저 점유함으로써! 그럼 또 어떻게 해야 하지?”
“아무도 모르겠나? 다온? 몰라?”
“몸을 옮겨야죠!”
“정답! 이번에도 맞았다! 너희는 움직여야 해! 지금 아틀레티코가 하는 건, 우리가 하던 대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린 그걸 포기하면서도 동시에 그걸 챙긴다! 어떻게? 모두가 말해봐.”
“이동. 패스.”
“바로 그거다!!”
짝-!
손뼉을 한 번 크게 두드린 펩 과르디올라.
바로 이런 모습 때문에, 어떤 누군가는 펩 과르디올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스스로 최고의 클럽에 속할 만큼 축구를 잘한다고 믿는 이들에겐, 펩 과르디올라의 말하는 방법과 몸짓은 너무 거만하며 가르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일부는 옳다.
펩 과르디올라는 선수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승리를 쟁취하고 늘 최고의 자리에 있기 위해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축구를 알려 줘야 한다고 믿고 있다.
전술과 관련된 대화가 모두 끝난 뒤, 펩 과르디올라는 손가락을 하나 편 상태에서 라커룸을 서성였다.
그러곤 두 바퀴 정도 주변을 빙글빙글 돈 뒤에, 다시 선수들을 똑바로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45분이 남았다!! 이 45분에 챔피언이 달렸고!! 이 45분에 너희의 인생 한 페이지가 달렸다!! 지금의 이 기회를 잡기까지 어떠한 노력이 있었는지를 기억해라!! 지난 11개월 동안 너희가 해 왔던 모든 노력!! 그것들 전부 다, 남은 45분을 위한 것이다!! 내일!! 너희는 너희 스스로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챔피언? 패배자? 나는 전자다! 나는 전자가 되고 싶다! 그러니 눈앞에 놓인 기회를 잡아, 올바로 마무리를 하자!!”
“-!!!”
“—!!!”
처음엔 전술을.
마지막엔 격려를.
전형적이었던 팀 토크가 끝나고, 펩 과르디올라는 후반전에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할 선수의 앞으로 향한다.
“어때?”
“남은 45분 말인가요? 아니면, 당신의 팀 토크 말인가요?”
“하하. 물론 앞의 것이야.”
“충분해요. 이제 동료들이 어떤 식으로 뛰는지를 알았으니, 전반보다는 훨씬 더 잘할 거예요. 저도 볼을 빼앗기지 않아야죠. 그리고 그거 알죠?”
“?”
“당신도 참 너무한 사람이라는 거.”
“큭큭큭. 그래. 그럴 수도.”
늘 자신에게 헌신적이었던 남자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펩은 손아귀에 힘을 몇 번 주고는 같은 부분을 다독였다.
“아, 그리고.”
“?”
“꽤 괜찮았어요. 당신의 펩 토크.”
“……하하. 그래. 괜찮았지.”
김다온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그는 펩 과르디올라의 가슴팍을 두어 번 두드리며 이렇게 말을 한다.
“이젠, 그 기회를 잡아 보자고요.”
길었던 2013/14 시즌의 마지막 45분.
이 머나먼 여정을 달려온 두 개의 팀 중, 바이에른 뮌헨이 가지고 있는 것이 조금 더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