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75)
374화
·하프타임
바이에른 뮌헨 1 : 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실례.”
“응? 어디를 가는 겁니까?”
현(現) ‘Goal.com(INT)’.
가까운 미래 ‘빌트’의 기자가 될 레녹스 베이커가 담소를 나누던 이의 걸음걸이에 놀라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레녹스 베이커는 이내.
‘이런!’
그 이유를 깨닫고 속으로 혀를 찼다.
맞은편의 사내였던 이는 지금.
“뻔뻔하기도 하군요. 이번엔 당신의 창녀를 누구에게 넘기려는 겁니까? 미셸? 콘스탄틴?”
“이봐! 너 뭐야?!”
“워-우! 이거 보여? 난 기자거든.”
“기자 나부랭이 주제에! 얼른 꺼져!”
“소속이 어디야?”
축구를 사랑하지만 않았더라면 종군(從軍) 기자나 정치부의 에이스가 되었을 카를-하인츠 빌트는 지금, FIFA의 회장 요제프 블라터의 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주변의 경호원들이 재빨리 그를 떨어트려 놓는 사이, 블라터는 병균을 보기라도 한 듯 황급히 주변을 떠났다.
그리고 그런 블라터의 등 뒤로, 카를-하인츠 빌트는 계속해서 소리쳤다.
“제프!! 왜 내 메일에는 답이 없어요?! 당신의 새로운 요트와 헐벗은 여자들이 가득한 별장에 대해 설명을 해 달래도요?! 제프!! 그냥 대화 좀 하자니까요?!”
“이 빌어먹을 자식!!”
“워-우! 왜? 때리려고?”
“?!!”
주먹을 막 들어 올리던 블라터의 경호원은, 양팔을 들어 올리는 카를-하인츠 빌트의 뒤로 카메라를 들고 선 사람들을 확인한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휴대폰을 들어 올릴 기세였고, 소란을 확인한 일반인들도 이곳에 관심을 가지려 하고 있다.
결국 경호원은 쥐고 있단 카를-하인츠 빌트의 멱살을 놓으며, 꺼지라고 외친 뒤 블라터의 뒤를 따랐다.
“이거 아쉽네!! 평생 놀고먹을 줄 알았더니!!”
“FUCK YOU!!!”
“고마워-!! 그리고 잘 가-!!”
오랜 기간, 축구계의 부패를 추적해 온 카를-하인츠 빌트는 FIFA의 블랙리스트 최상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당연히 경호원들도 그의 얼굴을 알며, 대처 방법 또한 잘 알고 있다.
그중 첫 번째 규칙이 바로.
“Rule No. 01”
“응?”
“카를-하인츠 빌트를 반경 10m 이내로 접근시키지 말 것. 지금 그것 때문에 여섯 명이 내일 일자리를 잃을 거예요.”
“…….”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빌트가 근사한 몸매의 여성을 확인한다.
올해 51살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린다 바라스는 완벽하게 관리가 된 환상적인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를-하인츠 빌트는 무척 심드렁했다.
“당신의 애인에게 엿 먹으라고 전해요. 아니, 포주던가?”
“하하하. 역시 듣던 대로네요.”
높은 힐을 신고도 계단을 아무렇지 않게 내려서던 린다 바라스가 카를-하인츠 빌트의 앞에 멈춰 선다.
“당신.”
“?”
“저 동양인에게 흠뻑 빠졌다던데. 맞나요?”
“……그게 중요한가?”
“뭐.”
“?”
린다 바라스가 곁에 있는 수행원에게 손짓하자, 건장한 체구의 백인 남성이 검은색 슈트의 안쪽 주머니를 뒤적여 흰색 봉투를 하나 건넸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 든 카를-하인츠 빌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자.
“그걸 보기나 해요. 그리고 내게 고맙다고 나중에 전화하라고요. 호호호호호.”
“…….”
요염한 웃음과 함께, 린다 바라스가 계단을 내려선다.
그리고 자리에 그대로 남은 카를-하인츠 빌트는 찝찝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로, 린다 바라스가 건넨 편지 봉투를 열어 보았다.
“?!”
***
·후반 05분
바이에른 뮌헨 1 : 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왜 8월의 축구보다 이듬해 5월의 축구가 더 완성도가 높은 것일까?
그 답은 무척 간단하다.
리베리는 저기. 그리고 로번은 저기.
“여기!!”
토니에게 소리쳐 패스를 받아 든 뒤, 나는 ‘리베리가 움직였을 것이라고 생각한 장소’로 곧장 몸을 돌려 대상을 확인하곤 오른발을 휘둘렀다.
파앙-!
.
(제이미 캐러거) – Sky Sports U.K 해설위원
“어흐-! 굿 파스(Good Pass).”
(개리 탭하우스) – Sky Sports U.K 아나운서
“파울. 후안프란. 프랑크 리베리의 드리블을 다리를 걸어 막아 냅니다.”
.
동료들은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프타임에서 유일하게 아무런 지시도 받지 못한 것이 바로 나다. 잘했다는 말도, 어떻게 뛰라는 말도 없었다.
그렇지만 ‘불친절한 펩 과르디올라 선생님’과 거의 1년을 함께해 온 덕분에, 나는 그의 모든 말들이 결국 내게도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 내 포지션은 기본적으로 메디아푼타(Mediapunta/AM).
하지만 역할은, 레지스타(Regista/연출가)다.
후반전 동료들은 펩이 하프타임 때 알려 준 대로 뛰고 있는데, 이는 ‘대본을 따라 연기하는’ 것으로도 표현이 가능하다. 실제로 동료들은 완벽한 배우로서 뛰고 있다.
반면 어떠한 지시도 받지 않은 내겐, 주어진 대본이 없다.
펩은 내게, 그것을 주지 않았다.
“후우우–.”
나는 지금 펩의 각본을 연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내용을 몽땅 숙지해야 한다.
연극이 시작되면 작가의 간섭이 한계를 지니는 축구라는 무대에서, 피치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조절할 수 있는 나만이 오직 완성도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승리 혹은 패배.
단 두 가지뿐이다.
.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바이에른 뮌헨의 프리킥. 프랑크 리베리가 킥을 준비합니다. 뮌헨의 크로스-! 하지만 헤더! 페널티 박스 바깥으로 축구공이 빠져나옵니다!”
.
페널티박스 안쪽에서부터 날아온 축구공을 향해, 하비와 가비 페르난데스가 달려가고 있다. 현재 내 위치에서 볼 땐, 상대가 조금 더 일찍이 도달할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하비의 본래 포지션으로 스프린트를 시작했고, 먼저 볼을 머리로 떨구며 하프라인 부근까지 전진한 가비 페르난데스를 겨냥해 태클을 시도했다.
촤아아아아악-!!!
.
(배정세)
“태클!! 김다온!! 태클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역습을 저지해 냅니다!!”
(정지현)
“이야~ 지금은 정말 100점 만점짜리 태클이었죠? 하비 마르티네스가 다소 성급하게 달려들었는데, 김다온이 멋진 커버로 상대의 역습을 막아 냈습니다!”
(배정세)
“한국인 최초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득점에 성공한 김다온! 오늘도 피치 전체에, 그의 발자국이 남을 것 같습니다!!”
.
하비가 내게 미안함을 표하기도 전, 태클 후 잽싸게 일어난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잘했어, 하비!! 날 믿어!! 계속 그렇게 해!!”
잠깐 놀란 눈이 되었던 하비가 씨익 웃어 보였고, 이후로 몇 번 더 박수를 친 나는 처음 중앙으로 위치를 옮겼을 때 고민했던 물음에 답을 하기로 했다.
바스티. 람. 티아고.
그들이 가진 것은?
‘간단해.’
나도 피치에서 목소리가 크고 많은 편이지만, 그래도 이들이 중원에 있을 때에 비하면 약과다.
무엇보다, 표현 방법이 훨씬 부족하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떫은맛 등등 중에서, 달고 짠 것에만 관여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들은 다르다.
바스티. 람. 티아고 모두,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모든 맛에 대해 말을 한다. 피치 위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말하고, 그것을 올바로 처리해 낸다.
어찌나 대단한지.
“토니!! 나를 조금 더 도와줘!! 괴체! 괴체!! 너 너무 올라가 있잖아!! 내려와!! 그럼 나머지가 불편하잖아!!”
시즌 처음으로 세 남자가 동시에 부재(不在)한 지금, 난 함께 있을 때보다 더욱 그들의 존재에 목마르다. 그들로 인해 얼마나 축구를 편하게 했었는지를 새삼스레 깨닫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아닐까?
‘월드클래스잖아.’
툭-!
“?!?!”
.
(니콜라 가르초니) – Sky Italy 코멘테이터
“울랄라~ 아름다운 턴이에요!”
.
그래서 난 더욱 동료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 이런 경기를 관중석에 앉아서 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처지가 만약 내가 된다면, 나는 아마 미안해서 죽고 싶을 것이다.
피치 위에서 뛰는 우리가 못하면 못할수록, 저들은 우리가 아닌 자신을 탓할 거다.
내가 거기에 있었어야 해.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그렇게 할까 보다.’
프랑크 리베리로 향하는 패스 길목을 완벽하게 막아선 아틀레티코의 선수들. 그리고 압박을 가해 온 다비드 비야를 벗겨 내려, 난 왼발로 스쿱(Scoop)을 시도해 몸을 돌렸다.
그러자 몸 정면은 오른쪽 코너플랫을 향하게 됐고, 바로 오른발을 휘두른 나는 전진한 하비에게 패스를 보냈다.
이렇게 되면 공격 진영으로의 패스는 저 남자에게 맡기면 되었고, 내가 할 일은 적절한 위치를 찾는 것과 동시에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역습을 대비하는 거였다.
‘그러려면…….’
올바른 위치는 어디일까?
‘제기랄.’
그 장소 자체를 찾아 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론 풀백 위치에서 뛰며 가끔씩 중원으로 나오는 게 훨씬 더 좋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펼치기도 수월하고,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내가 불평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이건 그냥 귀여운(?) 투정인 거다.
그게 그건가?
‘온다!’
하비가 오른쪽으로 전개한 빌드업은 토마스 뮐러의 크로스와 미란다(Miranda)의 클리어로 일단락되었다.
헤더로 클리어된 공은 라울 가르시아의 앞으로 떨어졌고,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지켜보던 나는 곧바로 압박을 가했다.
“!!”
‘이건 내가 좀 잘하는 거거든?’
풀백인 내가 중앙 미드필드로 오면서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이겠나?
수비수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상대의 역습 속도를 ‘지연’시키는 일이야말로, 나라는 사람이 중앙으로 오면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질일 것이다.
뜻하지 않은 압박에 당황한 라울 가르시아가 후방으로 패스를 돌리고, 다시 몸을 뒤로 돌렸을 때 나는 스프린트를 멈춘 두 명의 아틀레티코 공격수를 보았다.
‘그렇지! 바로 이거지!’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만약 이 자리에 바스티나 람 혹은 티아고가 있었다면, 우린 전혀 다르게 경기를 풀어 갔을 것이고 어쩌면 훨씬 더 쉽게 접근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할 줄 아는 것 중 대부분은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이고, 지금은 그저 흉내를 내려고 한다.
그래도 그런 과정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나만의 개성을 더하는 일이란 정말.
“다온-! 뒤로!”
토니의 목소리에 따라 일단 한 템포 늦춰 가기로 하며, 난 몸을 180도 돌려 뒤로 패스를 보냈다.
***
·후반 15분
바이에른 뮌헨 1 : 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피치의 한쪽을 쳐다본 디에고 시메오네가 젤을 발라 잔뜩 뒤로 넘긴 머리카락을 긁적인다.
벅- 벅- 벅-
그러곤 행여 잘못 본 것은 아닌지, 다시 시선을 돌려 같은 곳을 바라본다.
아니다.
잘못 보지 않았다.
‘웃고 있다고? 지금?’
디에고 시메오네는 피치 위의 22명 중 홀로 환히 웃고 있는 사내를 보며, 자신이 제대로 본 것이 맞는지를 몇 번이나 의심하길 반복했다.
하지만 아무리 계속해서 보아도 또 눈을 씻고 보아도, 김다온은 입꼬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말도 안 돼. 지금 저긴…….’
제아무리 경험 많은 백전노장의 미드필드라고 해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무대의 정가운데에서 시종일관 미소를 보이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몇몇 순간에는 잠깐 여유를 찾고 웃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최근 몇 분 동안은 웃을 처지가 아니었다.
“…….”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디에고 시메오네는 본분을 잠시 망각하고 순수한 의문에 빠져든다.
대체, 무엇이 저 남자를 웃게 할까?
그냥 단순히 미친 걸까?
‘미치기는 했지.’
최근 10년 동안 축구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스무 살을 논하자면, 디에고 시메오네는 어렵지 않게 몇 개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심지어 더 어린 선수도 많았다.
18살의 나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 멤버가 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0살 시즌 47경기 12골 9도움을 기록하며 자신이 축구의 미래임을 알렸다.
그리고 1년 늦게 같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웨인 루니 역시, 20살 시즌 19골 13도움을 기록. 잉그랜드 전역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또 호비뉴(Robinho)도 20살이던 2004년 당시 펠레로부터 [“나의 후계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모든 빅클럽의 타깃이 되었고, 알레샨드리 파투도 잠깐이지만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리오넬 메시 역시 자신의 스무 살 시즌 40경기 16골 12도움을 기록하며, 최고의 젊은 재능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누구도 20살 시즌에 올해 김다온이 누린 것과 같은 영광을 가져가지 못했다.
리오넬 메시는 스무 살 시즌 무관이었으며, 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 파투는 19살부터 인저리 프론(Injury Prone)이 되었고, 호비뉴만이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결국 브라질 리그다.
반면, 김다온은 이미 바이에른 뮌헨에서만 총 4개의 타이틀을 획득했다.
속한 클럽의 수준이 다르지 않느냐 말할 수도 있고 그건 분명 올바른 말이겠지만, 이 부분은 작년 SL 벤피카를 이끌면서 유로파 우승을 차지한 것으로 해명할 수 있다.
김다온은 19살의 나이에 스스로의 힘으로 팀을 이끌면서, 클럽을 유럽 무대의 정상으로 이끌 수 있음을 입증했다.
게다가.
.
(제이미 캐러거)
“Again. 저걸 좀 보세요. 아틀레티코가 매번 역습을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반드시 그곳에 다온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까부터 아틀레티코가 롱볼에 의존하고 있습니다만, 그건 디에고 시메오네의 축구가 아닙니다.”
.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전력은 완전체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상 결별이 확실시되는 마리오 만주키치는 4월 중순부터 완전히 플랜에서 제외됐고, 중원을 담당해 줘야 할 선수들 중 3/4가 전력에서 이탈했다.
더구나 그 무대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라면, 저 스무 살의 선수는 활약 여부를 떠나 긴장하고 있어야 옳았다.
“응?”
피치에서 뭔가를 확인한 디에고 시메오네가 재빨리 손을 들어 올리면서 목소리를 높인다.
오른쪽으로 빌드업을 이어 가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왔고, ‘빼앗기지 말아야 할 위치’에서 볼을 넘겨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위기가 닥쳐온다.
바이에른 뮌헨이 일종의 역습을 전개하고, 드리블을 시작한 프랑크 리베리가 볼을 끌어 주길 바라지만 애석하게도 터치는 무척 간결하다.
아틀레티코의 진영 오른쪽 사각형을 본인에게 집중시킨 리베리가, ‘그곳에 선수가 있을 턱이 없는 방향’으로 땅볼 패스를 굴린다.
저 위치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준비하며, 디에고 시메오네가 가정한 상황에 없는 곳이었다.
‘왜? 왜 저기에?’
디에고 시메오네가 발전시킨 ‘사키이즘(Sacchism)’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단순히 페널티 박스 안에 선수를 모아 두는 것이 아닌, ‘상대가 빌드업을 진행시킬 공간을 점유’하는 일을 통해 공격을 지연시키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공격이 지연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쁜 패스와 무리한 판단이 뒤따르고, 볼을 빼앗고 나면 연습한 대로 일사불란하게 역습을 진행하면 됐다.
이 과정을 만들고자, 디에고 시메오네는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빌드업 패턴을 팀에 주입했다.
볼이 머무는 것과 볼 없는 선수들의 위치에 따라 아틀레티코의 플랫(Flat)은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꾼다. 그런 와중에도 늘 같은 간격을 유지하기에, 사람들은 디에고 시메오네가 4-4-2의 정점을 완성시켰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패스가 향하고 또 거기에 선수가 서 있는 건.
“막아야 해. 막아-!!!!”
기계처럼 정교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플랫에 혼란을 심어 놓는다.
감성(바이에른 뮌헨)과 이성(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연극(바이에른 뮌헨)과 공학(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극명하게 다른 축구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각이 충돌한 오늘, 처음으로 이성의 끈이 끊기고 복잡하게 움직이던 기계의 메커니즘이 삐걱거린다.
앞으로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를 알지 못하면서도, 디에고 시메오네가 반사적으로 다급한 목소리를 낸 이유다.
현역 시절 센츄리 클럽에 가입한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인테르디또레(Interdittore/저지하는 자)’였던 그의 본능이, 자연스럽게 위기의 경종을 울려 버린 것이다.
하지만 늘 완벽한 가정과 실제로 그 가정이 맞아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축구를 해 온 아틀레티코의 선수들은, 그들의 보스(El Jefe)의 명령을 제대로 따를 수 없었다.
리베리에게서 김다온에게 패스가 전해진 순간 앞쪽의 플랫이 먼저 무너졌고, 덩달아 뒤쪽에 자리를 잡은 플랫도 파도처럼 출렁이며 라인이 망가졌다.
디에고 고딘이 간신히 라인을 정리해 보려고 하지만, 가운데 방향으로 김다온이 드리블을 시작하자 사정이 달라진다.
저 대한민국 풀백의 슈팅 능력이야 이미 명성이 자자했고, 더구나 전반전에 발리슛으로 실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동시에 들려온 시메오네의 목소리.
‘막아야 돼.’
이 모든 요소가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정교하게 작동하던 컴퓨터는 다운(Down)되어 버리고 만다.
아틀레티코의 센터백 두 사람이 동시에 앞으로 튀어 나가고, 이를 지켜보던 김다온은 눈앞에 생겨 버린 공간을 놓치지 않고 점유해 들어가는 토마스 뮐러를 확인했다.
그래서 김다온은 이 멋진 연극 무대의 음향을 담당하는 ‘라움도이터(Raumdeuter/공간연주자)’를 향해, 잔디를 굴러 나아가는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보냈다.
오늘 경기 처음으로 수비 뒷공간을 허락한 디에고 고딘과 미란다가 본인들의 실수를 깨닫지만.
{“——–!!!!!!!!!!!!!!!”}
“!!!”
고막을 찢어 버릴 것만 같은 함성 소리만이,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은 그들의 현실을 알려 준다.
.
(개리 탭하우스)
“뮐러어어어어-!!!! 2:1 바이에른 뮌헨!! 이제 독일의 챔피언이!! 스페인의 챔피언을 누르고 유럽 최고가 되려고 합니다!!”
.
후반 21분.
바이에른 뮌헨이 드디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리드를 손에 쥔다.
***
작가의 말 ? 두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 본 화 초반부의 내용은 결국 다온이에게 좋은 일로 향합니다. 제가 이적 사가를 적으면서 독자님 절반을 떠나보낸지라, 겁이 나서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두 번째, 내일 챔피언스 리그 결승은 마무리됩니다. 일부러 토요일에 맞추려고, 최근 분량을 늘려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