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77)
376화
아까부터 계속, 사람들은 경기를 끝내라고 한다.
{“휘이이익-!”}
{“휘이익-!!”}
나 역시, 얼른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금 이 심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비슷한 것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너무나 조야한 비유지만 그나마 표현을 하자면, 꼭 여름 방학 종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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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이렇게 되면, 바이에른 뮌헨. 유럽 최초로 클럽 역사에서 두 번의 트레블을 거둔 클럽이 되죠? 더구나 2연속. 아마 이 기록은 쉽게 깨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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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익-!!”}
{“휘이이이익-!!”}
분명 추가 시간은 3분 아니었나?
자꾸만 주심을 돌아보게 된다.
페널티 박스 앞쪽으로 길게 축구공이 보내어져 오고, 단테의 머리를 맞고 떨어진 축구공을 하비가 길게 걷어 낸다.
그리고 마침내.
삑-!! 삐?익!! 삐이이이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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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경기 끝납니다!! 바이에른 뮌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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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려온 순간, 난 미처 주변을 돌아볼 틈도 없이 누군가에 의해 포옹을 당했다. 그리고 이런 내 뒤로 사람들이 마구 뛰어들어 왔다.
“이야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악-!!!”
“으히-!! 으헤헤헤헤-!! 으하하!!”
마지막 순간 피치에 있던 11명과 벤치와 그 뒤쪽 관중석에 있던 동료들 모두가 지금 여기에 엉겨 붙어 있다.
사방에서 환호성이 튀어나왔고, 나도 그중 한 사람이 되어 계속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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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탭하우스) – Sky Sports U.K 코멘테이터
“2013/14 챔피언스 리그 우승 팀. FC 바이에른. 그들의 이름이 지금 빅이어에 새겨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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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떨어질 기미가 없는 동료들을 억지로 비집고 나와, 나는 이제 한 명 한 명과 따로 감정을 나눈다.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뮐러와 포옹을 하며, 우린 언제나처럼 농담을 주고받았다.
“내가 옷 벗지 말랬잖아. 소름 끼친다니까?”
“그럼 왜 안고 있는데?”
“그러게- 오늘은 용서하지, 뭐.”
“큭큭큭. 정말 잘했어. 정말 잘했다고.”
“너도.”
잠시 뒤, 이런 우리의 곁으로 토니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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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탭하우스)
“2년 연속 트레블. 바이에른 뮌헨. 기념비적인 성과입니다. 어쩌면 이건, 축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깨지기 어려운 기록일 겁니다.”
(제이미 캐러거) – Sky Sports U.K 해설위원
“저들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올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한 클럽들 중에서, 가장 많은 부상자와 가장 많은 부상 결장 기간을 보유한 클럽이 바로 저들입니다. 굳이 챔피언스 리그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바이에른 뮌헨은 올 시즌 부상으로 가장 많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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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와 밀러가 함께 기쁨을 누리도록 남겨 둔 후, 나는 유니폼 대신 훈련용 트레이닝 복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의 곁으로 움직였다.
“바스티! 필리프!”
“응?”
“헤?이!!”
이번에도 난 두 사람과 포옹을 했다.
땀투성이인 나를, 이들은 따뜻하게 안아 준다.
“이런 빌어먹을. 평생 죄인처럼 살 뻔했어.”
“하하. 그럴 줄 알고, 열심히 뛰었지.”
“제기랄. 정말 대단했어. 욕이 나올 정도로, 넌 정말로 잘 뛰어 줬다고.”
“고마워, 바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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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 지하오) – 중국 CCTV 해설위원
“오늘 경기의 MVP를 꼽으라면, 단연 다온입니다! 골과 어시스트도 올렸지만, 만약 이 남자가 없었다면 바이에른의 우승도 없었을 거라 단언할 수 있어요! 이 친구는 정말 대단합니다! 아니, 위대해요! 중국의 어린 선수들은 이제, 다온을 우상으로 삼고 정진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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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지마 하코자에몬) – 일본 Wowwow 아나운서
“이마(今/지금), 쿄 시하이 사이코 노 센슈가(今日試合最高の選手が/오늘 시합 최고의 선수가)…… 아. 야하리, 소데스요네(やはり, そうですよね/역시…… 그렇게 됐네요). 하이. 한국의 김다온이 최우수 선수로 선정이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세리자와 노부히코) – 일본 Wowwow 해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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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아- 정말, 가슴이 뭉클해지고! 또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입니다! 대한민국의 김다온! 대한민국의 스무 살 김다온 선수가, 챔피언스 리그 결승 수훈 선수로 선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정지현)
“아직 전달이 되지는 않을 것 같고, 나중에 누가 이야기를 전달해 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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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 한 명 한 명을 찾아 움직이던 나는, 분명한 목적지를 가지고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참으로 재미있는 건, 어쩌면 저 남자도 나와 똑같은 행동을 하는 중일 수도 있었다는 거다.
우린 점차 가까워졌고, 이내.
“펩!!”
“다온!!”
서로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우리가 해냈어요. 전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요.”
“하하하. 그래. 자네가 나보다 용감했지.”
“정말로 기뻐요. 이렇게 기뻐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 그래. 그럴 거야. 그 기분을 마음껏 즐기게나.”
“네. 그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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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에펜베르크) – 독일 ZDF 해설위원
“과장을 조금 보태어 말하자면, 올 시즌의 업적은 전적으로 저 두 사람 때문입니다. 다른 친구들에겐 미안하지만, 그게 제 솔직한 마음이에요.”
(쇠렌 한케) – 독일 ZDF 코멘테이터
“세계 최고의 감독과 세계 최고의 Wunderknabe(원더보이)가 연출하는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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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펩을 독점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제 가 봐요. 대신, 너무 꽉 안아 주지는 말고요.”
“하하. 뭐라고?”
“지금 절 안은 게 당신이 가장 힘주어 끌어안은 것이어야 할 거라고요. 제 말 이해하죠?”
“큭큭큭. 집어치우라고.”
손을 휘젓고는 멀어진 펩은 내가 농담을 하는 줄로 알겠지만, 이건 100% 진심이었다. 만약 나중에 나보다 더 꽉 안아 준 사람이 있다면, 그걸 두고두고 잊지 않을 생각이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그것보단,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저기 있다!’
주변을 두리번거린 나는 어렵지 않게 카메라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곤 그곳을 향해 걸었는데, 중간에 자꾸만 e.V.들을 만나게 되어 지체가 됐다.
행여 카메라가 다른 곳으로 가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ZDF의 카메라 중 하나는 계속해서 나를 좇고 있었다.
고마워라.
드디어 자유로워진 나는 입고 있는 유니폼을 벗으며, 경기 내내 감추어 온 것을 카메라 앞에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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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아- 권아영이면…… 권우리 씨인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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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이 시작되기 전, 나는 어제 호텔방에서 따로 준비한 언더웨어로 몰래 갈아입었다. 본래는 평범한 새하얀 것이지만, 지금 여기엔 온통 글자들이 가득하다.
이것은 내가 아영이에게 보내는 메시지였고, 끝자락을 잡고 쭉 펴서 그것을 카메라에 보인 뒤엔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가 렌즈에다 입을 맞췄다.
쪽-
“사랑해-!! 사랑한다고-!!!”
여기에 한번 사랑한다고 크게 외쳐 준 뒤, 다시 뒤로 멀어져 양손으로 큰 하트를 만들며 마무리를 했다.
그러곤 뿌듯한 얼굴로 돌아서서 다시 걷는다.
지금 집의 풍경은 보나 마나다.
부모님과 누나의 곁에 앉아 있었을 아영이는 분명, 귀까지 잔뜩 빨갛게 변해서는 쥐구멍을 찾고 있을 거다. 아니면 어설픈 핑계를 대고 화장실이나 주방으로 향했든가.
그렇지만 장담하는 건, 어떠한 모습이든 분명 사랑스러웠을 거라는 점이다.
작년 가을부터 아영이가 쭉 곁에 있어 주었기에, 나도 오직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여자를 만나러 가자는 동료들의 유혹도 버틸 수 있었고, 훨씬 더 많은 책임감을 얻었다.
아영이는 나를 위해 본인의 꿈을 잠시 뒤로 미뤘고, 언젠가 난 반드시 그걸 갚아야 한다.
“조심해-!”
“응? 우왁-!!”
갑자기 한쪽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고, 차갑고 달콤한 냄새가 나는 무언가가 온몸에 끼얹어졌다.
깜짝 놀라 몸을 움츠린 뒤에 고개를 돌리자, 낄낄거리며 거대한 샴페인 병을 들고 선 프랑크 리베리를 보게 되었다. 그는 잔뜩 풀린 말투로,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불렀다.
조금 멜로디를 듣고서야, 나는 그것이 우리 바이에른 뮌헨의 응원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프랑크! 대체 무슨 짓이야?”
“왜?! 좋잖아!”
졸지에 손에 쥔 유니폼까지 젖어 버린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바보처럼 웃고 있는 리베리를 보니 왜 이랬냐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결국 나는 포기하기로 하며, 그의 손에서 샴페인 병을 빼앗기로 한다.
“마시려고?”
“설마-”
보나 마나 오늘은 잔뜩 샴페인과 와인을 마시게 될 거다.
그러니 최대한 오래, 술을 피하고 싶다.
내가 리베리에게서 이 거대한 병을 빼앗은 이유는 지금 걸어가려는 길에 선 한 남자를 보았기 때문이다.
난 그에게 다가갔고.
“조심해-!!”
“응?”
리베리가 내게 한 것과 똑같은 행동을 했다.
이번에 샤워한 것은 단테다.
“Ay, Amigo. 기분이 어때?”
“이런! 이리 와. 안아 보자.”
전반 17분에 실점을 허락하는 실수를 범한 뒤, 단테는 정말 이를 악물고 뛰었다. 자신이 지닌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스프린트도 한두 번 보였고,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했다.
“덕분에 살았어.”
“그래. 너 내게 고마워해야 해.”
“하하. 이미 그러고 있어.”
“부족해. 난 네 생명의 은인이잖아.”
“뭐?!”
“Vamos, Amigo! 내가 아니었다면 어땠겠어? 생각해 봐! 정신 나간 놈들이 네 소셜네트워크에 너랑 네 가족들에게 엄청난 말들을 했을 것 같지 않아?”
나의 너스레에 어이가 없다는 듯 단테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그의 진심은 충분히 느껴졌다.
“그럼, 조금 있다가 봐.”
“응? 어딜 가? 거긴 반대잖아.”
“금세 갈게!!”
현재 내가 걸어가고 있는 곳은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도, 그렇다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유니폼이 있는 곳도 아니었다.
지금 이곳엔.
{“다오온-!!!”}
{“벤피카의 왕!!”}
그래.
내가 벤피카에서 뛸 적의 유니폼과 다른 벤피카 동료들의 유니폼을 착용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난 아까부터 보았던 한 꼬마에게 다가가 땀과 샴페인에 젖어 버린 유니폼을 건넸다. 이것이 당장 내일 경매에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대로 나쁠 건 없다.
최소한 이 사람은 뭔가 얻는 게 있을 테니까.
기왕이면 소장해 주는 게 좋지만 말이다.
[여기. 에-이! 당신 말고! 손 치워!]이런 것은 확실하게 해 주는 것이 좋기에, 난 단호히 주변의 손을 치워 냈다. 하지만 그래도 될 것 같지 않아, 유니폼을 가랑이 사이에 끼운 뒤 꼬마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이리 오렴! 가까이 와!]뒤에 있던 부모님으로 보이는 분이 아이를 앞으로 밀어내고, 난 6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에게 유니폼을 줬다.
[네가 눈에 들어오더라고.] […….] [부모님 말 잘 들으렴. 만약 축구선수가 될 거라면, 벤피카에서 뛰고. 알겠지?]이들을 택한 이유는 바로, 세 가족 모두가 벤피카나 바이에른 뮌헨이 아닌 나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그것이 무척 고마웠고, 이게 내 보답이다.
[우와아아악-!!]뒤늦게 감격한 꼬마가 비명을 내지르며 부모님에게 돌아가고, 근처에서 쏟아지는 커다란 박수와 환호성 사이로 난 앞쪽의 어른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애가 얼굴을 대지 못하게 하세요!! 샴페인에 젖었다고요!!! 에-이!! 들려요?!?! 이런!!]아무래도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는데, 부모님이 잘 처리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후우~ 가자.]마지막으로 사람들 앞에서 머리 위로 손을 높여 크게 박수를 보내곤, 얼른 동료들이 모인 곳으로 향한다. 저 멀리에서 이런 나를 본 마넬이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만, 얼른 한쪽으로 손짓을 보내어 스태프 하나를 복도 안으로 보냈다.
챔피언스 리그 우승 셀레브레이션이 끝나기 전까지, 선수들은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물론 이것을 잘 알면서도 유니폼을 준 거다.
어차피 여벌이야 또 있으니까.
“바보 같으니!”
찰싹-!
“으악-!”
어깨를 찰싹 하고 두들긴 마넬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로젓고, 잠깐 기다린 나는 서두른 스태프로부터 다시 새로운 유니폼을 건네받는다.
“당케.”
“……하아~ 하여간 넌 문제아야.”
“큭큭큭큭. 왜요? 재미있잖아요?”
“멍청이.”
다른 한쪽에 손짓해 미리 준비했던 태극기까지 받아 든 나는, 그걸 망토 삼아 목에 두르고 나서야 조금 떨어진 곳에 선 아틀레티코의 남자들을 바라봤다.
몇몇은 울었는지 눈과 코가 빨갰고, 모든 이들이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봐. 이제 준비할 시간이야.”
“얼른 움직여! 얼른!”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셀레브레이션 시간이다.
우선 우린, 시상대로 향하는 길목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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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올 시즌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함에도, 라 리가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지 않았겠습니까? 이렇게 되면 이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도 여타 빅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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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먼저, 오늘 경기를 이끌어 준 주심들을 박수로 맞았다. 이 무대가 심판들에게 있어서도 영광인 이유는, 그들 역시도 메달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UEFA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휘슬을 잡을 주심을 엄격한 기준 아래 선정한다.
주심의 목에 메달을 걸어 주는 일이 끝난 뒤, 이번에 우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수들을 맞았다.
분명 쉽지 않은 상대였고, 4:1의 점수보다는 훨씬 더 근소한 차이였다고 생각한다.
[이보게.]“응?”
[인상적이었네.]“…….”
갑작스럽게 다가온 디에고 시메오네가 알아들을 수 없던 말을 던진 뒤에 빠르게 걸어갔다. 분명 스페인어긴 했는데, 내가 조금 경황이 없었다.
그런 뒤에 나는 아틀레티코의 선수들 몇몇과도 악수를 나눴고, 준우승 클럽 자격으로 단상에 오르는 이들을 향해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 줬다.
“제기랄! 이제 우리 차례라고오오오옥-!!”
“이봐, 어때? 내 얼굴 괜찮아?”
“변함없이 못생겼지, 뭐.”
“뭐?!”
“와하하하하!!”
동료들을 따라 걸으며 계단을 오르니,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색다른 기분이 느껴졌다. 관중들의 목소리와 시상식 노래가 뒤섞여 들려왔는데, 약간 정신이 멍해졌다.
덩달아 시야도 조금 좁아진 것 같았고, 귀도 높은 지대에 오른 것처럼 막힌 느낌이 들었다.
“아드레날린이야.”
“뭐?”
“아드레날린이라고!! 나도 그래!!”
이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은 보아텡에게서 답을 듣곤, 난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라는 생각을 했다.
계단을 모두 오른 단상 앞.
저 앞에 사람들이 보였다.
그중엔 익숙한 얼굴도 있다.
우선 우리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인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와 TV로 보아 온 UEFA의 회장 미셸 플라티니. 그리고 지금 내게 손을 뻗은 남자는 아틀레티코의 회장인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유일하게 쓴웃음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스페인어로 말했다.
“그라시아스.”
“?! 하하. 네.”
엔리케 세레소(Enrique Cerezo). 아틀레티코의 회장과 악수를 나눈 후, 나는 차례대로 모르는 사람 A 모르는 사람 B 모르는 사람 C 그리고 루메니게 회장님을 만난다.
“이곳에서 뵈니 반갑네요.”
“하핫-! 누가 아니겠나?”
“그럼, 있다가 봬요.”
마지막은 미셸 플라티니다.
프랑스와 유벤투스의 전설적인 선수였으며, 리오넬 메시와 더불어 유이한 발롱도르 3연속 수상자다. 축구 역사를 논함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게는 지금 이 순간이 무척 특별했다.
언젠간, 이 남자처럼 되고 싶다.
UEFA의 회장이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미셸 플라티니라는 축구선수를 기억하는 것처럼 남고 싶다는 거다.
그래서 무척 기뻤다.
“Toutes nos felicitations(축하하네).”
“메르시.”
“후후후후.”
아까 급하게 물어 외워 둔 메르시(Merci)로 대답한 나는, 플라티니의 곁에 있던 근사한 물건에 잠깐 시선을 보낸 뒤에 앞쪽으로 움직였다.
먼저 저곳에 있던 사람들은 벌써부터 자리에서 방방 뛰며, 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건 아마도 만국 공통인가 보다.
“Champion—-! Champion—-! O-le ole ole~!!”
그래서 나도 에라 모르겠다 뛰어들며 함께 어울렸다.
그리고 조금 뒤.
“이봐-!!!”
뒤쪽에서 제롬 보아텡이 미셸 플라티니와 함께 등장한다.
지금 플라티니의 손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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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정말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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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아 두우울-!!!”
“예에에에에에에-!!!”
보아텡이 두 손 높이 빅이어를 들어 올리고, 축포가 쏘아지며 다시 한번 꽃가루가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 흩날렸다. 그리고 동시에,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2011년 처음으로 내게 챔피언스 무대를 실감하게 해 주었던 노랫소리에, 온몸에 닭살이 돋아났다.
“한 명씩!! 한 명씩 들자!!”
그렇게 손에서 손으로 트로피는 이곳저곳 옮겨 다닌 끝에, 드디어 내 손에도 빅이어가 쥐어진다.
“예에에에에-!!!”
조금 더 이 기분을 만끽해 보고 싶었지만, 난 이내 다른 동료에게 빅이어를 건네줄 수밖에 없었다.
짧기에 더욱 아쉬운 느낌.
그리고 이것은.
‘……닮았어.’
내가 경험해 온 어떤 감정과, 무척이나 많이 닮아 있었다.
***
작가의 말 ? 다음은 2013/14 시즌 후기와도 같은 정리입니다. 이후 월드컵까진, 빠른 속도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