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8)
37화
2011년 7월 2일. 셸란, 덴마크. 파룸, 파룸 파크 2. FC 노르셸란 클럽하우스. 제 1 연습구장.
·오후 03 : 06
첫날은 미팅과 새로운 신입생들을 소개하며 끝이 났고, 어제부터 본격적인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삑-!
“좋아! 모두 다치지 않게! 알겠지?”
그리고 훈련의 두 번째 날, 팀은 오랜 전통에 따라 B팀과 유소년팀 일부를 포함한 11 : 11 연습 경기를 진행하려고 한다.
이점은 캐스퍼 감독님 체제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난 일단 A팀에 포함되었다.
B팀 오른쪽 풀백은 마크 군델락이다.
“가자!!”
삐-익!!
이번 연습 경기에서 주심을 담당하는 건, 작년까지 유스팀 코치로 활동하셨던 플레밍 페데르센(Fleming Pedersen)코치님이다.
나도 2009/10 시즌 때에는 많이 신세를 졌다.
“헤이!! 앞으로 가!!”
파앙-!!
빌드업되던 축구공을 전달받은 뒤, 난 앞에서 달려나갈 준비를 하던 니클라스에게 긴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이것은 B팀의 왼쪽 수비진영 뒷공간에 떨어져, 니클라스에게 돌파할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니클라스는 곧, 좋은 태클을 선보인 남자에 의해 저지를 당하고야 만다.
바닥을 한차례 뒹군 니클라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패스를 보냈던 내게 엄지를 치켜세워온다.
그런데 그건 살렸어야지.
니클라스 로데(Nichlas Rohde)는 팀의 기대를 받는 오른쪽 윙어로, 전체적으로 미켈센과 비슷한 플레이를 펼친다.
덴마크 선수들의 공통적이 특징인지까지는 모르겠는데, 오른쪽 윙이 주 포지션인 선수들 대부분은 센터포워드처럼 뛴다.
그래서 니클라스처럼 주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는데, 금방 손쉽게 추격을 허용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반면, 좋은 태클로 공격을 끊어낸 주인공은 말라가에서 합류한 왼쪽 사이드백인 파트릭 음틸리가(Patrick Mtiliga)다.
지난여름 팀이 가장 공을 들인 영입으로, 지난 시즌 내내 팀의 골치를 썩인 왼쪽 사이드백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뒤!”
지금은 중앙에 더 인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센터서클 주변으로 다가서며 서포트한 참이었다.
힘겹게 볼을 지켜내던 에녹 아두가 내게 패스를 보내왔는데, 바로 그 순간 근처에서 곧바로 압박이 가해져 왔다.
허나.
“읏-!”
어림없지.
난 단순한 동작 하나로 압박을 벗겨내 버렸다.
축구공을 왼발로 잡아두는 척하다가 패스가 진행되어 온 경로 그대로 흘려보내면서 몸을 돌려세우자, 처음부터 압박이라는 게 없었던 것처럼 자유로워진 것이다.
하지만 상대도 지지 않고 재차 압박을 가해왔는데, 이번엔 오른발로 축구공을 긁어내며 가랑이 사이로 볼을 통과시켜버렸다.
“워어-!!”
“!!”
주변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난 딱히 요란스럽게 굴지 않았다.
그저, 최전방에서 눈이 마주친 베크만에게 빠르고 긴 롱패스를 보냈을 뿐이다.
낮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간 축구공은 수비수의 센터백의 뒷공간으로 떨어지며 1 : 1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왼발로 밀어 넣은 베크만이, 올 시즌 연습 경기의 첫 번째 골을 기록한다.
기뻐하는 그와 반대로 폭소하는 우리.
“응? 왜?”
“큭큭큭.”
지난 시즌까지 랜더스 FC 소속으로 뛴 미켈 베크만(Mikkel Beckmann)은 우리 노르셸란의 전통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난 누군가 친절하게 그에게 이를 알려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스톡홀름이 목소리를 높였다.
“네가 당첨이야, 미켈!!”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전통이거든! 연습 경기에서 첫 번째 골을 넣은 녀석이, 다음 날 팀 전체에 프리카델레를 돌리는 거야!”
“뭐라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베크만을 보며, 팀 전체가 웃음을 터뜨릴 수 있었다.
프리카델레(Frikadelle)는 덴마크의 전통 음식으로, 길쭉하고 크게 만든 미트볼 위에 매쉬드 포테이토와 치즈소스를 곁들이는 맛있는 요리다.
처음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던 가족들도 프리카델레만큼은 맛있게 먹었을 정도로, 굉장히 대중적인 맛이라 할 수 있겠다.
근처 맛있는 프리카델레 가게를 알려주겠다는 스톡홀름의 말에, 베크만은 더욱 억울한 표정이 되어 날 쳐다보며 소리쳤다.
“너!! 알고 패스 한 거지?!”
알고 했냐고?
그야, 당연하지.
“알면서 뭘 물어요!!! 요 앞 프리카델레가 진짜 죽이거든요?! 전 거기 꺼 아니면 안 먹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하······.”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 속, 연습 경기는 이렇게 시동을 걸고 있었다.
***
시간이 흘러가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연습 경기는 점점 더 불을 뿜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실전 무대에 적응을 끝마친 선수들이, 이것이 경쟁이라는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시즌이 다가올 때면, 모든 풋볼 클럽의 매니저들은 선수들을 되도록 같은 선상에 두려고 한다.
과거는 과거일 뿐.
모든 것들은 새롭게 바뀌어, 아무것도 결정된 것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지난 시즌의 주전이, 올해는 백업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이 가진 재능과 능력을 표출하려 노력하는 게 시즌 초반의 공통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개중 일부는, 빠르게 우위를 점하는 때도 있다.
마치 처음부터, 경쟁은 없었다는 것처럼.
바로 오늘, 김다온이 그러하다.
김다온은 연습 경기의 휘슬이 울린 순간부터, 혼자서만 저만치 앞서나간 사람처럼 느껴졌다.
처음 중앙미드필드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빌드업도, 어느새 김다온을 반드시 거쳐 가도록 바뀌었다.
측면 사이드백이 저렇게 경기를 풀어주게 되면, 남은 9명의 필드플레이어는 플레이가 무척 편안해진다.
수비가 측면으로 움직이게 되면서, 필드 곳곳에 숨겨져 있던 공간이라는 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다온은 그 공간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뛰었다.
항상 패스를 받기 가장 좋은 위치에 서 있었고, 잠깐 볼이 반대편에서 움직이고 나면 또 다른 위치에서 나타나 미드필드를 서포트하거나 상대 공격의 주요 길목을 차단해냈다.
이런 모습은 작년까지 팀의 주전 오른쪽 풀백이었던 헨릭 킬덴토프가 자주 보여주던 플레이 스타일이었다.
또한, 김다온에게 부족한 부분이기도 했다.
경험을 통해 얻을 수밖에 없는 공간개념과 완급조절은 누가 가르친다고 해서 배워지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김다온은 그것을 배워온 것 같다.
캐스퍼는 다시 생각한다.
‘도대체 누구에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어린 나이의 선수들이 단 몇 개월 사이에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는 경우야 흔했지만, 이런 경우는 지금껏 듣도 보도 못했다고 생각하는 노르셸란의 새로운 감독이다.
김다온이 맨체스터에서 겪은 일을 모르는 그에겐,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풍경들은 그저 믿을 수 없는 것들투성이였다.
그뿐만 아니라.
‘몸싸움도.’
“크윽-!!”
차징에 밀려 넘어지고야 만 인물은 올 시즌 왼쪽 윙어 자리다툼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라제즈 라완이다.
앞서 출전한 매즈 톰센. 2쿼터 잠깐 출전했다가 곧바로 교체되어버린 오구즈 한 아이나글루(Oguz Han Aynaoglu)에 이어, 라완 역시도 김다온의 차징에 의해 바닥을 구른 남자가 되어버렸다.
반면 김다온은 무척이나 편안해 보인다.
마치, 어린아이의 공을 빼앗은 것처럼 말이다.
“저 녀석. 저렇게 힘이 셌던가요?”
“후우-”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는 에른스트의 말에, 캐스퍼 율맨이 작은 숨을 내쉰다.
전날 신체측정에서 177cm 70kg을 기록한 김다온의 체격 자체는 3개월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김다온은 계속해서 차징으로 자신보다 큰 선수들을 넘어뜨렸고, 라완처럼 자신과 체격이 비슷한 이들은 멀찌감치 날려 보냈다.
그리고 여기에 정점을 찍은 건.
파앙-!
‘바로 저 패스.’
“또 뚫렸어!”
김다온은 오른쪽 풀백 위치에서 자유자재로 필드 곳곳에 패스를 보냈다.
그의 눈에는 마치 B팀의 라인이 보이는 것만 같았고, 수비수들조차도 몰랐던 공간 역시도 훤히 꿰뚫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짧든 길든 김다온의 패스에는 항상 이유가 담겨 있었고, 오히려 받는 쪽이 그 진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선택과 집중이란 측면에서 부쩍 성장한 김다온은 오늘, 많이 뛰어다닐 필요조차 없어 보인다.
스프린트를 하는 일도 드물었고, 단순히 뛰어다니는 모습만 보았을 땐 열심히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필드의 모든 곳에 있다.
“어딜!”
정말 모든 곳에.
A팀의 미드필드 진영에서 볼을 가로챈 크리스텐센이 빈 곳을 찾아 패스를 보내오지만, 모처럼 스프린트를 한 김다온이 라완의 발에 축구공이 닿기 전 차단에 성공한다.
이후 센터백에게 볼을 돌리고 천천히 뛰어다니는 모습은 마치, 17살이 아닌 35살 풀백의 플레이처럼 느껴지고 있다.
삑-!! 삐익-!!
노르셸란의 첫 번째 연습 경기가 끝난 순간,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팀의 오른쪽 풀백 포지션이 김다온에게 돌아갈 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또, 자신들이 리그 최고의 오른쪽 풀백을 가지게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점도.
어린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항상 그 스스로 열심히 하게 만들어줄 아주 자그마한 동력인 법이라는 걸, 김다온이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비록,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
2011년 7월 14일. 파룸, 덴마크. P E 라스무센스베이(P E Rasmussensvej. Farum, Denmark).
팀훈련이 시작된 지도 벌써 2주가 흘렀고, 우린 모레 있을 오덴스 BK 원정을 대비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주장 니콜라이 스톡홀름이 나를 포함한 팀원 전체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우린 이곳에 모여 다 함께 음식을 즐겼고, 술이 필요했던 몇몇 사람들은 맥주와 와인 등을 마셨다.
“아시겠죠? 이런 식으로 움직이면, 여기에 공간이 나요.”
“음- 그렇겠네. 그럼 차라리 내가 이렇게 하면 어때?”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네요.”
“그렇지? 내 생각엔···.”
처음엔 축구가 아닌 이야기들로 테이블을 채웠던 우리였지만, 이내 대화가 들려오는 모든 곳은 축구로 채워졌다.
심지어 스톡홀름의 딸들까지도, 아빠와 함께 축구공을 가지고 노는 중이다.
축구인들이 모인 지극히 평범한 자리.
난 이것을 이렇게 표현하겠다.
“이봐! 이제 곧 시작이야!”
“오-! 놓칠 수 없지.”
“누가 볼륨 좀 높여!!”
한껏 시끄러웠던 분위기가 고요하게 변한 이유는 바로, 이제부터 유로파 리그의 3차 예선 대진의 추첨이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2011/12 시즌 유로파는 지난달 20일부터 예선을 시작해왔고, 이번에 치러질 플레이-오프 라운드를 통해 최종적으로 그룹 스테이지에 진출할 16개 팀을 가르게 된다.
그리고 이 그룹 스테이지 무대에서 경쟁에 성공해 32강으로 진출하게 되면, 챔피언스 리그 그룹 스테이지에서 3위로 탈락한 8개의 팀을 더해 녹아웃 스테이지를 진행한다.
물론 우린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있다.
그저 플레이-오프 라운드에서 이겨, 그룹 스테이지에 오르자는 게 우리의 솔직한 바람이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팀도 팀이고, 우리에게도 큰 혜택이 주어질 거다.
구단주님은 이미 조별 예선 진출을 두고, 개인당 최대 5만 크로네(약 940만 원)에 달하는 포상금을 걸어두었다.
하지만 우리는 돈보다, 명예를 더욱 바라고 있다.
또 이번만큼은 나도.
‘이기고 싶어.’
돈보다는 승리를 원했다.
작년 유로파 무대에서 느꼈던 그 기분들을, 이번에는 좀 더 좋은 쪽에서 느껴보고 싶었다.
화면 속에 나타난 남성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고, 잠시 뒤 커다란 원형 기구가 작동하더니 그 안에 있던 하얀색의 공들이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추첨이 된 것은 이스라엘의 클럽 마카비 텔 아비브다.
“쟤네는 싫어. 이스라엘 원정은 늘 빡세거든.”
“나도. 걔네들은 우릴 죽일 것처럼 달려들어.”
몇몇 선수들의 걱정하는 동안, 다시 기구는 돌아가고 텔 아비브와 상대할 팀이 정해지게 된다.
오덴스 BK에게 챔피언스리그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패배하며, 유로파로 떨어지게 된 그리스의 파나시나이코스다.
그리고 다음은.
“오, 이런.”
AT 마드리드.
어떠한 팀도 이 단계에서 상대하고 싶지 않은 클럽이다.
“제발. 제발 AT는.”
“아니, 아니, 아니, 아니. AT는 아니지.”
천만 다행히도, 상대는 포르투갈 팀이 됐다.
“빠샤-! 빌어먹을 포르투갈 녀석들 같으니! 떨어져 버려!”
“붙었으면 또 이야기가 달랐을 거야? 안 그래?”
“웃기시네. 아까 바짝 쫄았으면서.”
“내가 언제?”
이후로도 계속, 우린 팀 하나하나가 나올 때마다 극명한 반응을 보여줬다.
충분히 해볼 만한 팀이 나왔을 땐 제발 우리가 걸려야 한다면서 손을 모았고, 로마나 PSG처럼 강한 상대가 나왔을 땐 입을 꾹 다문 채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다 마침내.
“응? 우리야.”
FC 노르셸란이 새겨진 종이가 화면에 등장했다.
“이러면 홈경기가 먼저지? 앙? 홈이 먼저라고!”
“좋았어! 작년엔 그냥 운이 없었던 것뿐이었어!”
“이러면 누구라도 해볼 만해!”
“쉬-쉿! 이제 추첨이야!”
“······.”
잠깐 들썩거렸던 실내의 분위기가 다시 고요하게 바뀌고, 빙글빙글 돌아가던 흰색 공 중의 하나가 출구를 빠져나와 데굴데굴 굴러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떤 여성 하나가 그 흰색 공에 손을 뻗었다.
뚜껑이 열리는 순간.
“꿀꺽-”
누군진 모르겠지만, 참 침을 시끄럽게도 삼켰다.
.
(앙헬 마리아 비야르) – UEFA 부회장
“FC 노르셸란의 상대로군요. 바로 그 클럽은?”
.
“Oh, Gud. OH. GUD.”
누군가, 우리 모두의 심정을 대변해 작게 욕설을 내뱉고 있다.
거기에 동감 한 표 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