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80)
379화
※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 선수 최종 명단(23인)
GK ? 정성룡(29세/수원), 김승규(24세/울산), 이범영(25세/부산)
DF ? 박주호(27세/마인츠), 홍철(23세/수원), 홍정호(25세/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24세/광저우), 곽태휘(33세/알 힐랄), 김주영(26세/서울), 김다온(20세/바이에른), 차두리(33세/서울)
MF ? 구자철(25세/마인츠), 김보경(24세/카디프), 이청용(26세/벤피카), 기성용(25세/선덜랜드), 한국영(24세/가시와), 하대성(29세/베이징), 박종우(25세/광저우), 임상협(26세/부산)
FW ? 손흥민(21세/레버쿠젠), 김신욱(26세/울산), 이근호(29세/상주), 이동국(35세/전북)
감독 ? 호르헤 삼파올리(54세/아르헨티나)
***
2014년 6월 8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 시설. 프런트 오피스, 바이에른 뮌헨 회장실.
오늘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월드컵 준비 기간이 시작됐다. 본선 진출에 성공한 국가들이 하나둘 브라질에 도착해 캠프를 차렸고, 거의 매 순간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그리고 이렇게 세간의 관심이 월드컵에 쏠린 사이, 유럽의 축구 클럽은 물밑 작업이 한창이었다.
월드컵 본선무대를 통해 몸값을 끌어올리려는 선수를 제외한, 시선 바깥에 머무는 이들을 영입하는 데에는 이보다 더 좋은 타이밍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둘 수 없었던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일찌감치 업무를 종료하고 클럽의 주요 관계자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큭큭큭큭. 그래서 제가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
“3억 유로를 달라고 했죠. 그리고 거기에 두 명의 선수를 더 얹어 주면, 고려해 보겠다고 말입니다.”
“하하하하. 패기 넘치는군. 마음에 들어.”
“그를 데려가려면, 그 정도는 줘야죠.”
달력이 6월로 넘어가면서, 김다온을 향한 클럽들의 본격적인 문의가 이어졌다.
양쪽 풀백의 보강이 시급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7,500만 유로+@를 제안했으나 3분 만에 거절 답변을 보냈고, 이튿날 PSG로부터 1억 1천만 유로라는 역대 최고 이적료를 제안받기도 했었다.
아홉 개짜리 단위에 놀란 루메니게가 잠깐 멈칫하긴 했지만, 그건 금액 때문이었지 판매 유혹을 느꼈기 때문은 아니었다.
NFS(Not For Sale) 선언을 위해 농담처럼 2억 유로를 달라든가 3억 유로를 달라든가 하는 발언을 해 왔었는데, 정말 아홉 개의 단위를 제안받을 줄은 몰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보낸 것보다는 훨씬 더 공손한 거절 의사가 카타르 왕가로 전달된 뒤, 이른 퇴근을 준비하던 루메니게에게 U.A.E로부터 걸려온 국제 전화가 도착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은 그것이 아부다비 사모펀드 투자청의 오너라는 걸 알았고, 자리에 도로 앉은 그는 상대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시티 풋볼 그룹(City Football Group)의 회장인 만수르는, 자신의 사모 펀드를 통해 2억 유로까지 지불을 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말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죠. 입을 조심해야 되겠다고.”
“하핫-! 정말 그렇겠어! 안 그런가?”
“일단 그는 판매 불가입니다. 2억 유로는 정말 큰돈이지만, 반 정도는 불법이고 또 우린 아직 그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한참 남았어요.”
“그렇지.”
현재 바이에른 뮌헨은 마리오 만주키치를 영입할 클럽을 찾는 중이다. 4월부터 완전히 펩의 계획에서 제외된 그는, 여전히 뛰길 원하지만 사실 자리가 없다고 봐야 했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훨씬 더 좋은 공격수이며, 만주키치가 받는 급여는 백업 공격수치곤 너무 많았다.
그래서 바이에른 뮌헨은 2,500만 유로의 가격표를 붙여 만주키치의 이적 처를 찾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2천만 유로가 조금 못 되는 돈을 받을 것 같았다.
시즌 내내 펩 과르디올라와 불화를 일으켜 왔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기에, 뮌헨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었다.
“다온과 토니를 지키고, 새로운 선수를 영입한다면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은 성공이겠군.”
“네. 그렇습니다, 프란츠.”
“그래. 자네가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무척 보기가 좋네. 울리에게는 내가 전달하도록 하지.”
“네. 감사합니다.”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신다는 핑계로 회장실을 찾은 프란츠 베켄바워를 마중한 뒤, 남아 있는 업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루메니게가 퇴근을 서두른다.
오늘은 독일 축구 협회의 사람들과 약속이 있는 날이다. 그들은 브라질의 낙후된 인프라가 만족스럽지 않아, 직접 브라질에 독일 대표팀 전용 캠프를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를 포함한 다수의 분데스리가 클럽이 노하우를 공유했다. 자신들의 클럽에서 선수가 차출된 만큼, 그들이 건강하게 돌아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외에도 바이에른 뮌헨에는, 각자의 나라를 대표하기 위해 독일을 떠난 많은 이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
옷을 챙겨입고 또 가방을 들고 회장실을 나섰던 루메니게. 하지만 그는 뭔가 생각난 듯, 우뚝 걸음을 멈추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다시 회장실로 걸어 들어갔다.
상사의 퇴근을 확인하곤 자신도 집으로 돌아가려던 여성 비서가 화들짝 놀라서 행동을 멈춘다.
“퇴근하게. 난 잠깐 볼일이 생각나서.”
“어…… 도와드릴 것은요?”
“아-! 그래. 이것 하나만 묻지. 지금 한국의 시간은 몇 시인가?”
“?”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지금, 한국 축구 협회의 이사로 재임 중인 차범근에게 전화를 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새벽 1시가 조금 안 됐을 것 같아요…….”
“흐음- 자고 있겠군. 알겠네. 먼저 가 보게.”
“저어- 다른 건?”
“없네. 가 봐도 좋아.”
“네.”
딸깍-
다시 회장실로 돌아온 루메니게가 한참을 고민하다 책상의 컴퓨터를 켰다. 통화를 할 수 있었다면 최고였겠지만, 굳이 오랜 지인의 잠을 방해하고 싶진 않았다.
대신에 그는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겼다.
[오랜만일세. 전화를 해야 하는데, 한국은 시간이 늦었더군. 자네나 나나 서로 늙어 가는 처지인데, 밤에 잠이라도 푹 자야 하지 않겠나? 여튼 내가 연락한 건 다름이 아니라…….]바이에른 뮌헨은 지금 막 대한민국 축구 협회의 이사에게, 자신들이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언제든 말을 하라는 메일을 보내는 중이다.
그들의 최고 선수를 지키기 위해.
결국, 바이에른 뮌헨 회장의 퇴근은 20분이 더 지나서야 비로소 이뤄질 수 있었다.
***
2014년 6월 9일. 08034 바르셀로나, 스페인. 까레르 델스 까발레르스(Carrer dels Cavallers, 08034 Barcelona, Spain).
휴가와 방학을 만끽하고 있는 과르디올라 가족은 며칠 전 그들의 고국인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크리스티나의 패션 사업을 위해서도, 이는 반드시 필요한 일정이었다.
아내가 사업에 몰두하는 동안, 펩 과르디올라는 자녀들과 함께 시내로 나가 식사를 하고 쇼핑을 마무리했다.
그것만으로 이미 녹초가 되어 버린 그는, 아이들이 2층에 올라간 동안 1층 소파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휴우~ 축구가 제일 쉬워…….”
오늘따라 유독 아이들의 까다로운 취향에 시달린 지금, 펩 과르디올라는 낮잠을 자고픈 마음뿐이다.
하지만 두 시간 뒤에는 아내가 돌아오고, 그럼 그는 다시 가족들을 데리고 미리 예약해 둔 식당으로 가 가족/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만약 가정을 이루지 않았더라면, 원하는 수업이 있는 세계의 어떤 대학 중 하나를 골라 그곳의 기숙사에서 생활했을 거라 생각하는 펩 과르디올라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정을 꾸린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여덟 살 때 산트페도르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크리스티나 세라를 만난 이후부터, 그녀와 영원히 함께 사는 것은 그의 세상에서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아빠!”
“응?”
“이 옷 어때요? 내가 잘 어울릴 거라고 했죠?”
“하하하! 그래- 정말 잘 어울리는구나.”
꿈에 그리던 여인과 결혼해 세 아이까지 가지게 된 지금, 펩 과르디올라는 에너지 중 많은 부분을 축구에 쏟아부을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꿈과 좋아하는 것을 이해하고 또 그것을 존중할 줄 아는 여자와 산다는 것은, 삶의 행복을 몇 배나 더 늘려 주는 일이었다.
그래서 며칠 전 그렇게 말을 했었던 거다.
스페인으로 떠나오기 전 김다온의 집을 가족들과 함께 방문했었던 날,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가장 총애하는 선수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늘 그랬듯, 둘의 대화는 곧바로 축구에 관한 것으로 변질(?)되어 갔다.
대형 TV 화면 속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김다온과 권아영 모두 현명한 사람들이고, 나이는 어리지만 생각의 깊이는 결코 얕지 않았다.
다소 충동적인 결정이었다고 해도, 두 사람이 함께 보내온 시간과 또 앞으로 보낼 시간들이 둘의 관계를 올바로 잡아 나가 줄 거라고 믿었다.
“…….”
새로 산 옷을 자랑한 딸아이가 다시 2층으로 올라간 뒤, 아까 누웠던 자세 그대로 펩 과르디올라는 생각을 이어 나간다.
[“저기, 펩.”] [“응?”] [“궁금해서 그런데, 혹시 제가 이상한가요?”]세 번째 DVD를 플레이어에 넣고 새로운 와인의 코르크를 열려고 할 무렵, 각자의 연인과 과르디올라 가(家)의 아이들을 2층으로 올려보낸 김다온이 본래의 위치로 돌아와 앉으며 이런 이야기를 시작했었다.
[“일단 그 전에, 당신은 어땠어요? 그러니까, 챔피언스 리그에서 처음으로 우승했을 때 어땠냐고요. 당연히 기뻤겠죠. 그런데, 제가 묻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에요.”] [“……그럼?”] [“당신은 어떻게, 이 공백을 견뎠죠?”] [“…….”]최고 수준의 운동선수들은 크게 두 가지의 이유에서 향상심(向上心)을 느낀다.
우선 본인이 유망주라는 이름으로 분류가 되었을 땐, 본인의 기량과 잠재력을 ‘증명’하기 위하여 뛴다. 단 하나의 경기 혹은 단 한 번의 기회를 붙잡고자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 더 높은 위치에 있음을 증명하길 바란다.
하지만 만약, 증명할 것이 남지 않았다면?
그럼 올바른 선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그들은 이제 ‘증명’이 아닌 그저 ‘최고’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최고라는 건, 매 순간마다 의심을 받고 수많은 이들이 들이미는 잣대에 의해 검증된다.
만약 한 번이라도 고꾸라진다면 곧 그에게서 최고라는 타이틀은 박탈이 되고, 전혀 생각지도 않은 누군가가 왕관을 쓰는 것을 보며 괴로워한다.
김다온은 계속 말했다.
[“빅이어를 받고 들어 올릴 땐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그걸 데이비드에게 넘겨준 순간, 제가 느낀 감정들도 함께 넘겨준 것 같았어요. 전 더는 기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목이 말랐죠. 배가 고팠어요. 이런 제가 이상한가요?”] [“아니, 그렇지 않아.”] [“정말요?”]어떠한 영역이든 세계 최고가 된다는 건, 그들의 머릿속에서 작동하는 회로 중에 하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는 의미였다. 특히 승부욕이나 자존심과 관련된 부분은, 과장을 조금 보태어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김다온의 이야기를 들으며, 펩 과르디올라는 눈앞의 스무 살 청년이 자신과 동류(同類)라는 게 무척 기뻤다.
성공의 주기가 1년 단위로 바뀌는 직업과 함께 살아가게 되면, 그 달콤한 취기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는지가 한 개인의 연속성을 가져다준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현시대 최고인 것도 그러한 이유이며, 동시에 서로가 같은 세대에 살고 있다는 것 역시 둘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다온에게도, ‘리오넬 메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리오넬 메시’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들 둘은 김다온의 라이벌이 될 수는 없다. 그저 도전해서 뛰어넘어야 할 벽이며, 자신보다 한 세대 더 일찍 피어난 존경받을 축구 선수라 봐야 한다.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 김다온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자넨 남들보다 훨씬 빨리 정신을 차린 거야. 난 그걸 현명하다고 부르겠네. 그러니 전혀 이상하지 않아. 아무래도 내가 볼 땐, 자네의 가장 큰 장점은 어쩌면 과거의 경험일지도 모르겠어. 지금도 여전히, 그때로 돌아갈 것 같나?”] [“아뇨. 하지만 안심하지도 않아요.”] [“후후후. 그래. 바로 그런 모습이야.”]김다온은 여전히 어리다. 나이에 비해 훨씬 성숙하다지만, 앞으로 알아 나가야 할 것들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는 때때로 실수도 저지를 것이다.
과거 리오넬 메시를 겨냥했던 소셜네트워크에서의 일처럼, 충동적인 모습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는 때때로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속한 단체에 피해를 끼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런 실수들을 어떻게 수습해 나가며, 또 그 이후에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있다.
그런 면에서 김다온은 본인의 과거와 실수를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마, 본인의 성공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일 거다.
작년 유로파에서 마지막 단계까지 올라가 본 경험이, 올해 그가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맹활약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올해 거둔 커다란 성공은 분명, 가까운 그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배가 고파졌군. 뭐 좀 들겠나?”] [“네. 같이 냉장고로 가요.”]여러 의미에서 허기를 느낀 그날을 떠올리며, 펩 과르디올라는 여전히 자신의 선수가 준비된 상태라는 것이 기뻤다.
“후후. 나도 힘내야겠어.”
자녀들을 돌보는 것으로 녹초가 되었던 펩 과르디올라의 얼굴엔, 어느새 다시 생기가 돋아나 있다.
***
2014년 6월 10일. 하니아 73100, 그리스. 내셔널 로드, EO 수다스 공항. 하니아 국제공항(Chania International Airport. National Road, EO Aerodromiou Soudas. Chania 73100, Greece).
결국은 이 날이 왔다.
“우우웅~ 떨어지기 시러~”
“나도 그래요.”
“거짓말.”
“아닌데? 진짠데?”
“정말?”
“응.”
친구들과 함께 보낸 크레타에서의 휴가는 무척 즐거웠다. 우린 대여한 고급 요트 위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고, 저녁 무렵이 되면 크레타의 좋은 곳들을 찾았다.
별천지(別天地)에 온 것 같은 풍경과 지중해에서 난 풍부한 해산물을 쓴 요리를 마음껏 즐겨 가며, 잠시도 쉬지 않고 서로 수다를 떨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각자마다 놀라운 이야기가 하나씩은 있었다.
우선 안드레는 2014/15시즌 발렌시아 CF로 임대를 떠날 확률이 높아졌다. 선수 본인과 벤피카는 이에 부정적이지만, 그의 써드파티가 멋대로 일을 처리한 것이다.
듣자 하니, 조르제 멘데스가 안드레의 써드파티 쪽과 친분이 있다고 한다.
실은 EPL의 중하위권 클럽과 스페인의 다른 클럽이 안드레의 영입을 고려 중이었던지라, 벤피카나 안드레 모두 이번 거래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유일한 위안거리라면 2014/15시즌을 끝으로, 안드레에 대한 써드파티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는 점이다.
또 내년부터 나와 함께 뛸 베르나르두는 휴가지에는 함께 오지 못한 여자 친구를 우리에게 공개했다. 처음에 우린 녀석의 연애를 축하해 줬는데, 사진을 보곤 마음이 바뀌었다.
왜냐하면 그 주인공이 바로.
“베르나르두 애인 참 예쁘더라.”
“아직도 그 얘기야?”
“왜? 옛날에 좋아했다며.”
“아니래도. 그리고 그건 자기 만나기 전 이야기잖아.”
“피이- 진짜지?”
“어! 맹세해!”
벤피카에서 뛸 때 포르투갈의 드라마 스태프를 만났었던 일을 기억하는가? 당시의 일이 계기가 되어 베르나르두는 꾸준히 그쪽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 왔던 것 같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고 새롭게 친구나 사귀자는 뜻이었는데, 대단케도 녀석은 미인을 쟁취했다.
그래.
베아트리스 리마 말이다.
그건 정말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 어떠한 소식도, 내가 친구들에게 수줍게 전한 것만은 하지 못했다.
결혼이라는 말에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아영이와 내 왼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여 주자 베르나르두가 갑자기 물을 뿌려 왔다.
[“배신자.”] [“어푸~ 뭐?! 베르나르두! 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배신자! 난 어쩌라고!!”] [“넌 애인 있잖아!!”] [“걘 독일로 안 온다고!!”]어쩌다 보니 우리 둘이 애정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는데, 그 장면을 본 안드레가 아영이에게 애인 관리를 잘하라고 하면서 상황이 대충 수습됐다.
우리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다투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국엔 두 사람과 리사는 우리 커플을 축복해 줬고, 베르나르두에게 결혼식 베스트맨(Bestman)을 맡기자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뜨겁게 안아 왔다.
“하여간에 미친놈이야.”
“자기도 조금 그렇잖아?”
“내가? 아닌데?”
아영이와 나는 다음 시즌 겨울 휴식기에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이후 독일로 돌아와 시즌 후에 다시 결혼식을 한 차례 더 올릴 계획이다.
그러니 베르나르두가 나의 베스트맨이 된 것은, 독일에서의 결혼식 때일 거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지라, 차차 조금씩 생각을 해 볼까 한다.
지금 당장은.
띵-동.
“시간 됐다. 가자, 자기야.”
“우으응~ 실타아~”
아영이를 인천으로 향할 비행기에 태우는 것이 먼저다. 그런 뒤에는 나도 상파울루행 비행기에 타야 한다. 그게 끝이 아니라, 또 비행기를 갈아타고 이구아수로 간다.
이동에만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보니, 어제 짐을 챙길 때 미리 이런저런 준비를 해 왔다.
최대한 컨디션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근육과 인대에 피로가 쌓이는 것을 방지할 목적의 용품들 역시도 독일에서부터 챙겨 뒀었다.
“조심해서 가-! 도착하면 톡하고!”
“자기 사랑해~!!”
확실히 프로포즈 후, 아영이의 애정 표현은 거침이 없어졌다. 전이라면, 이런 공항에서 저렇게 노골적으로 외치지는 못했을 거다.
아영이를 먼저 보낸 후, 난 다시 비어있는 의자에 앉으며 비행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
휴대폰의 화면을 켜, 나는 한 남자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수신자의 이름은 펩 과르디올라.
내용은.
잠시 동안, 난 바이에른 뮌헨이 아닌 고국을 위해 싸우려고 한다.
***
※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F조 일정
2014.06.19. 아르헨티나 VS 보스니아
2014.06.20. 대한민국 VS 나이지리아
2014.06.25. 아르헨티나 VS 대한민국
2014.06.26. 나이지리아 VS 보스니아
2014.06.30. 나이지리아 VS 아르헨티나
2014.06.30. 보스니아 VS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