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83)
382화
2014년 6월 18일. 쿠리치바-PR, 80420-030 브라질. R. 구템베르크, 168-바텔. 노마 호텔(Nomaa Hotel. R. Gutemberg, 168-Batel. Curitiba-PR, 80420-030 Brazil).
지금으로부터 대략 30분 전, 아르헨티나와 보스니아의 경기가 끝났다.
전반 3분 만에 상대의 자책골로 앞서나간 아르헨티나는 이후 졸전을 펼쳤고, 익숙하지 않은 3-5-2 포메이션에서 뛰던 메시는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실은 어제, 리오넬 메시의 이상증세를 다룬 브라질 미디어의 다양한 뉴스들을 확인했었다.
우승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는 메시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습관성 구토에 시달렸고, 오늘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호텔 베란다를 서성이는 모습 역시 고스란히 보도됐다.
아르헨티나 미디어와 자국민들로부터 ‘구세주(Messiah)’라 칭송받는 메시는, 부담감에 집어삼켜진 것만 같았다.
“휴우~”
사실, 아까의 경기에서 아르헨티나가 꺼내 둔 전술은 내게 있어서도 무척 의외이긴 했다. 리오넬 메시가 활약하기 썩 좋은 환경이 아니었던 거다.
규율과 수비를 중시하기로 소문난 아르헨티나의 감독 알레한드로 사베야(Alejandro Sabella)는, 펩이 전술을 참고할 정도로 훌륭한 수비전술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는 금방 월드컵 예선 내내 사용했던 4-2-1-3 대신, 뜬금없는 5-3-2를 꺼내 들었다.
양쪽 풀백의 위치가 사실상 윙어나 다름없었던지라 3-5-2로도 볼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전방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어 메시의 부담감만 키운 셈이었다.
일단 가라이와 엔초에게 승리를 축하한단 메시지는 보냈는데, 그들도 분명 내용이 마음에 들진 않을 거라고 본다.
“휴우우우~ 힌트가 되었으려나?”
전반전 계속된 졸전이 이어지자, 알레한드로 사베야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두 명의 선수를 교체 투입하며 본래의 4-2-1-3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면서 경기력이 많이 나아지긴 했으나, 결국 승부를 갈랐던 것은 후반 20분 홀로 보스니아의 수비를 찢어놓은 리오넬 메시의 현란한 개인기였다.
사실, 모든 경기가 그랬다.
확연히 전력의 차이가 드러난 시합을 뺀다면, 거의 모든 경기가 한 개인의 역량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이게…… 월드컵.’
최초엔 물음표로 끝났던 생각은 이제, 평범한 마침표로 마무리되고 있다.
전술적인 부분이 크게 강조되는 클럽의 축구와는 달리, A팀의 축구는 개별적 역량이 더 중요해 보인다.
올림픽 때만 해도, 이렇게 느껴지진 않았는데.
그땐 그냥, 무작정 열심히 뛰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째서.
“…….”
잠을 청하기 전, 호텔 베란다에 기대어선 나는 축구가 바뀐 것인지 아니면 내가 바뀐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렇지만 이내, 답은 무척 쉽게 나왔다.
“하하. 바보 같아. 당연한 걸 가지고 고민하네.”
축구가 변했을 리는 없다.
시대가 흐르면 축구의 트렌드야 조금씩 바뀐다고 하지만,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나의 고민은 보편적인 것에 관한 부분이다.
그러니, 축구는 그대로였다.
바뀐 것은 나다.
“휴우~ 일단은 동등한 위치에서.”
난간에 기대었던 몸을 떼며, 양팔을 힘껏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오늘 메시가 보스니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으니, 며칠 후 그를 만나게 될 때는 나도 같은 위치에 서 있었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다.
그러려면 반드시, 내일 경기를 이겨야 한다.
자신은 충분하고, 준비는 잘 모르겠다.
나도 월드컵이 처음이라.
“읏-차! 그럼 어디, 자러 가 볼까?”
살짝 열어두었던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젖히곤, 난 커튼을 헤집고 객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곧바로 침대에 뛰어들어 이불을 파고들었다.
내일은 나의 첫 번째 월드컵 경기.
‘월드컵이라…….’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이 대회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
.
[메시에 이어 다온에게도 문제가? :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다온이 밤늦은 시각 베란다를 서성이고 있다. – 데일리 미러/2014.06.18.(밤)]***
2014년 6월 19일. 쿠리치바-PR, 80250-070 브라질. R. 부에노스 아이레스, 1260-아구아 베르지. 아레나 다 바이사다(Arena da Baixada R. Buenos Aires, 1260-Agua Berde. Curitiba-PR, 80250-070 Brazil).
·경기시작 70분 전
대한민국 0 : 0 나이지리아
&Match-Up`s Best Eleven(대한민국/상대팀)
&Tactics(대한민국/상대팀) : 4-3-3/4-3-3
GK ? 정성룡 / GK ? 빈센트 엔예야마
RB ? 김다온 / RB ? 에페 앰브로스
CB ? 곽태휘 / CB ? 케네스 오메루오
CB ? 김영권 / CB ? 고드프리 오보아보나
LB ? 박주호 / LB ? 주원 오샤니와
DM ? 기성용 / DM ? 존 미켈 오비
CM ? 구자철 / CM ? 오게니 오나지
CM ? 이청용 / CM ? 라몬 아지즈
RW ? 이근호 / RW ? 아흐메드 무사
LW ? 손흥민 / LW ? 빅터 모제스
ST ? 김신욱 / ST ? 이매뉴얼 에메니케
.
.
월드컵 기간 가장 호황을 누리는 사람들을 논함에 있어, 축구 관련 기자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대회를 통해 누군가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미디어들의 공신력은 파도처럼 출렁여 새로운 질서 하에 재편된다.
그래서 이 대회를 취재하려는 개인들의 열기는 무척 유별나며, 미디어의 관계자들 역시 회사 내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파견한다.
미디어는 아니지만 런던 증권 거래소에 상장된 유명 스포츠 도박 회사인 ‘윌리엄 힐 온라인(William Hill Online)’ 역시, 월드컵을 위해 사내 최고의 인력 중 일부를 파견한 이유다.
이들은 현장의 정보를 담아 런던으로 보내는 일을 맡았고, 그것을 통해 ‘윌리엄 힐 온라인’의 배당률은 새롭게 재편된다.
“지나친 고평가라니까요.”
“와삭- 와삭- 와삭-”
“헤이. 지금 듣고 있어요?”
“와삭- 와삭-”
“지금이라도 배당률을 조금 낮추는 편이 좋지 않겠어요? 제 생각에 이건 무승부로 끝날 경기라고요.”
“와삭-”
‘윌리엄 힐 온라인’에서 가장 기대받는 젊은 직원 맥스-노먼 부스(Max-Norman Booth)는 자신의 상사가 멋대로 정해 둔 배당률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직원이 받는 급여는 대단히 정직한 것이어서, ‘얼마나 사측에 기여를 하느냐’에 따라 매달 말일에 지급될 인센티브가 결정된다.
그리고 이 인센티브 측정에서, 맥스의 상사인 올리버 맥케이(Oliver McKay)는 최근 1년 동안 줄곧 최상위에 있었다.
“올리! 듣고 있어요?”
“와삭- 꿀꺽-”
손에 들고 있던 과자봉투가 빈 것을 확인한 올리버 맥케이가 봉투 안에 넣어 두었던 같은 과자봉투를 꺼내어 양쪽 귀퉁이를 잡고 쥐어뜯었다.
파앙-!
질소가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올리버 맥케이가 불쑥 맥스-노먼 부스의 앞에 과자 봉투를 내민다.
“먹어, 맥스.”
“싫어요.”
“먹으라면 먹어. 너는 지금 당분이 너무 부족한 상태야. 농담이 아냐, 맥스. 이건 명령이야.”
“…….”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단 맥스-노먼 부스는 상사의 명을 따랐다.
설탕 코팅 위에 은은할 정도의 카라멜 시럽과 땅콩 크런치. 처음엔 과자를 거절했던 맥스는 올리버로부터 봉투를 몽땅 받아들었다.
그것을 본 올리버가 피식하고 웃는다.
“잘 들어, 맥스. 넌 그냥 그걸 먹으면서 듣기만 하면 돼.”
“와삭- 와삭 와삭-”
“이 경기는 무승부로 끝날 리 없어. 내가 장담하는데, 무조건 한쪽으로 승부가 갈릴 거야. 그래서 무승부의 배당이 가장 높은 거야. 그 이유를 말해 줄까?”
“와삭- 와삭-”
“우선은 첫 번째, 나이지리아 협회는 사실상 정부의 산하 기관이야. 그들의 목이 이 대회에 달려 있고, 대회 시작 전부터 꾸준히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압박을 받아왔어.”
“와삭-”
월드컵은 ‘국가’가 아닌 ‘협회’가 대표로 나서는 시합이다. 실제 FIFA의 월드컵 참가 규정에도, ‘국가’가 아닌 ‘협회’로부터 참가 신청서를 받는다.
만약 하나의 나라에 두 개의 축구 협회가 있고 또 그들 각자 제대로 된 축구팀을 만들 수 있다면, 규정상 하나의 나라에서 두 개의 팀이 참여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는 FIFA가 ‘정치’와 ‘축구’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이유가 되어옴과 동시에, 현대로 와서는 FIFA 그 자체로 하나의 국가로 취급되고 있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국가의 권력으로부터 각국의 축구협회가 자유로운 한, 그들을 아래에 둔 FIFA는 얼마든지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수많은 일을 벌일 수 있다.
하지만 몇몇 독재성향이 강한 국가는 자국의 축구 협회를 정치권의 아래에 두려 했고, 그중에서도 나이지리아는 이러한 성향이 큰 나라로 유명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도, 나이지리아 정부가 성적 부진을 이유로 협회 임원을 해고하여 FIFA로부터 국제대회 참여 2년 금지의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펼쳐지고, FIFA가 아닌 CAF(아프리카 축구 연맹)에 의해 주최되는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은 여전히 출전이 가능했다.
사실상 이는 FIFA의 생색내기나 다름없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나이지리아의 축구는 정치권 아래에 놓여 있었다.
“저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축구가 정치적인 도구가 되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해. 이게 무슨 뜻일까?”
“와삭-”
“바로 그거야. 동기부여가 크게 떨어진다는 거지. 두 번째 경기 정도 되면 충분히 몰입을 하겠지만, 나이지리아는 오늘 자신이 어째서 열심이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거야. 그리고 이 말은 또 무슨 뜻일까?”
“와삭-!”
“맞았어! 우리가 대한민국의 승리 배당을 가장 낮게 잡아 두어야 한다는 거지. 단순히 전력만으로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축구는 늘 복잡하다고.”
과자를 우물거리는 맥스로부터, 올리버가 이제 봉투를 빼앗는다. 그러자 빼앗긴 쪽이 울상을 지었지만, 빼앗은 쪽은 피식 웃으며 열린 봉투 안으로 손을 가져갈 뿐이다.
“와삭-! 날 믿어. 오늘 우린 큰돈을 벌 거야.”
“얼마나요?”
“글쎄. 만약 내 예상이 옳다면 대략 90만에서 110만 유로 정도가 아닐까?”
“각자요?”
“아니. 당연히 너는 내 절반이지. 잊었어? 정직원이 될 때까진, 너는 언제까지고 내 급여의 절반일 거야.”
“쯧.”
“너도 큰돈을 벌고 싶다면, 지금 잘 배워 둬. 우리는 늘 축구장 안쪽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해. 누가 어젯밤 섹스를 과하게 했는지, 누가 배탈이 났는지, 또 누가 애인이나 다른 것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아야 한다고.”
올리버의 말에, 맥스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아직 21살밖에 되지 않은 그에겐, 입체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일은 너무 어렵기만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잘 헤쳐 내고 있었기에, 맥스는 21살의 나이에 런던 시내에 아파트를 사고 두 대의 스포츠카를 몰며 매년 수백만 유로의 돈을 벌 수 있었다.
“너도 알잖아, 어려움을 견뎌 내는 자만이…….”
“네. 결국 승리자가 되죠.”
“바로 그거야. 넌 여기에 있어. 나는 이 과자를 좀 더 사 올게. 제기랄! 이 과자에 마약이라도 뿌린 것 아니야? 난 벌써 중독되었다고!!”
이미 다섯 봉투의 과자를 몽땅 비워 냈음에도, 올리버는 여전히 과자를 구매하러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사를 바라보던 맥스는, 다시 피치 위에 시선을 두었다.
어느새 피치 위엔 양 팀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들어서 있었다.
그들을 향한 팬들의 목소리도 굉장히 높아져 있었고, 맥스는 한창 테스트 중인 전광판에 시선을 두었다.
잠시 뒤 화면에 한 남자의 얼굴이 잡혔고.
{“와아-!!!”}
{“꺄—–악!!!”}
관중석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커다란 환호성을 들을 수 있었다. 이것은 하루 전, 리우 데 자네이루의 이스타디우 두 마라카낭에서 들었던 환호성과 매우 흡사했다.
차이점이라면 여성 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었는데, 적당한 길이의 머리를 근사하게 넘긴 사내의 얼굴엔 눈에 익숙한 미소가 스며들어 있었다.
‘저 녀석은 오늘도 웃네.’
맥스-노먼 부스는 스무 살 원더보이의 배짱의 두둑함이 새삼스레 궁금해졌다.
***
제한된 정보를 필사적으로 수집하고 또 반대로 우리의 것을 감추려 노력하며, 지난 며칠을 잘 보냈다고 본다.
누군가는 이것이, 4년의 준비라고 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는 좋은 팀이다! 아니, 반드시 좋은 팀이어야 한다! 지금 너희는! 그 자리에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을 대신해 서 있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대란 무게도 견뎌야 한다! 오해하지 마라! 나는 너희에게 부담을 주려는 게 아니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선 너희들이! 마땅히 갖춰야 할 태도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뿐이다!]삼파올리 감독님은 늘 열정적이었다.
목소리도 크고, 동작은 그보다 더 컸다.
[월드컵은 실험하는 무대가 아니다!!]지금도 감독님은 양팔을 빙빙 젓다가 손가락 하나를 높은 위치에서 펴들며 말하셨다.
최소 한 달간 실험이란 단어는 없으며, 경기 하나하나마다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건 오직, 단 하나의 경우만 가능한 일이라고 하셨다.
리그와 유럽 대항전은 매년 펼쳐지고, 작년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은 보통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이뤄진다.
5월 말에 유럽대항전이 끝나고 8월 초면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니, 사실상 두 달 남짓인 셈이다.
하지만 월드컵은 다르다.
[오늘!! 우린 승리하기 위해서 왔다!! 승리하기 위해서 준비를 했고!! 또 승리를 하기 위해서 난 너희를 선택했다!! 늘 기억해라!! Enjoy the Game!! Be the Reds!! 팀의 철학과 너희가 추구해야 할 것을 말이다!! 상대도 강한 팀이지만, 최소한 오늘은 우리가 더 강하다!! 그리고 우리가 더 잘 준비되어 있다!! 전투적으로 달려들어라!! 공격적으로 나서라!! 그렇게 하면 우린!! 월드컵 첫 번째 경기를 승리로 가져올 수 있다!!]“가자- 가자아-!!”
“화이팅, 화이티잉-!!!”
“이기자아-!”
첫 번째 경기인 만큼, 삼파올리 감독님의 팀 토크는 무척 감정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전술적으로 접근을 하는 것보단, 선수 개개인의 동기부여를 끌어 올려 뛰도록 만드는 게 더욱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린 이미 어떻게 축구를 해야 할지 알고 있다.
“야! 가자!!”
“먼저 가.”
“그래. 얼른 와라.”
파이팅을 외친 형들이 먼저 라커룸을 나서고, 난 클럽에서 뛸 때와 마찬가지로 라커룸에 남아 평소에 가져가던 루틴을 똑같이 반복했다.
차이라면 아영이의 사진이 새것으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인데, 외의 것은 전혀 차이가 없다.
“쓰읍- 후우-”
이번 월드컵에서 나는, 조금 욕심을 부려볼까 한다.
이기적이 되는 것과 저돌적인 것의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해보고 싶었다.
월드컵의 축구는 분명 내가 알던 것과는 다르다.
“다녀올게. 보고 있어.”
아영이의 사진에 입을 맞춘 뒤, 난 조심스럽게 뺀 반지를 가방 안에다 넣어두곤 라커룸을 나섰다. 중간중간 마주친 스태프들이 말을 걸어와, 그들과도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환경과 날씨가 전혀 다르기는 하지만, 난 대부분의 순간 포르투갈에서 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다.
리스본에서만큼은 아니어도, 사방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언어와 나를 향한 끝없는 환대는 때때로 그런 착각을 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난 이곳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기를 실감했다.
이구아수를 떠나 쿠리치바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난 공항 건물 안에 줄지어 선 팬들을 보곤 깜짝 놀랐다.
다른 형들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건 대부분 브라질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분들이었다.
반면 내게 사인 요청을 해온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브라질 현지인이었고, 특히 아이들이 독일에서도 구하기 힘든 분데스리가 선수 카드를 들이밀었을 땐 정말 깜짝 놀랐다.
분데스리가는 ‘Futera’라는 유명 스포츠 카드 회사와 계약해 매년 선수들의 카드를 발매하고 있는데, 내 것은 이적 후 한 달 뒤에 두 번째 등급인 은색 프리즘(Frizm) 카드로 출시가 되었었다.
처음 매매 가격은 사인 없는 것은 65유로. 사인이 담긴 것은 95~110유로 선에서 거래되었었는데, 시즌이 끝났을 땐 사인 없는 것이 3,900유로에 거래되는 것을 보았다.
난 이미 에이전시로부터 내년엔 골드 프리즘으로 카드가 발매될 거란 소리를 들었고, 사인한 카드의 숫자도 기존 30매에서 10매로 줄어들 거란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카드의 등급이 높아질수록 카드 전체의 발매 개수가 줄어들기에, 자연스럽게 사인 카드의 숫자도 적어진 거다.
한데 그 카드를, 브라질 사람이 들고 있었다.
최근 내 삶에서 가장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보인다!’
이런 생각과 함께 복도를 걸어, 마침내 나는 저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본다.
왼쪽은 초록색.
오른쪽은 붉은색.
나야 당연히.
‘빨강이지.’
잠깐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겨 뚜벅뚜벅 걸어가고, 이내 나는 사람들을 스쳐 지나 미리 정해진 위치로 나선다.
홀로 파트너를 찾지 못하고 있던 마스코트 키즈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살짝 놀란 여자아이는 이내 환하게 웃음을 짓더니 곧 수줍어져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여자아이의 곁에 섰다.
[보아 따르지. 예쁘네. 이름이 뭐니?] [아벨라.] [아벨라! 그거 정말 예쁜 이름이네. 혹시 나 알아?]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여전히 수줍어하고 있다.
[다온…….] [뭐?] [다온.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 [메니누 마라빌랴.] [!!]Menino maravilha.
그러니까.
Wonder Boy.
이것은 내가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 마지막으로 들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입장합니다-!!!]드디어, 월드컵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