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85)
384화
현역 시절 벨기에와 프랑스 등지에서 뛰었던 스테판 케쉬(Stephen Keshi), 현(現) 나이지리아 국가대표팀 감독은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부터 FIFA 월드컵은 축구선수가 뛸 수 있는 가장 큰 무대이자, 단숨에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FIFA 월드컵에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돈.
2014 브라질 월드컵의 경우 조별예선에 참가한 것만으로 총 950만 달러(약 11억 원)의 상금이 주어지고, 이후 성적에 따라 상금은 점차 늘어난다.
그래서 각국의 축구 협회는 자체적으로 지급하는 포상금과 월드컵 출전을 통해 받는 상금을 보태어 선수들에게 당근으로 제공한다.
특히나 이런 부분은 남미와 아프리카 대륙의 출전 국가들엔 무척 예민하게 다가오는 부분이었는데, 대회 사흘 전 나이지리아 대표팀은 협회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바로, 8강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지 않는 한 상금이 지급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이다.
이는 협회가 전달하긴 했으나 나이지리아 정부에서 나온 이야기로, 사실상 대회 참여에 대한 상금 전체를 정부가 가져가겠다는 의미였다.
돈이 전부가 될 수는 없지만, 본인들이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를 잃어버리게 된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훈련 때부터 계속해서 불만을 표출해 왔다.
그러나 협회가 아닌 정부를 상대로, 나이지리아 축구 선수들이 할 수 있는 행동에는 한계가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어린 선수들을 볼모로 잡았기 때문이다.
대통령 굿럭 조나단(Goodluck Jonathan)의 정부는 만약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이 같은 사실을 외부로 유출할 경우, 대표팀 일체를 포함한 연령별 팀 전체의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사실상의 인질극과 다름없었고, 그래서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최악의 상황 속에서 경기를 임하게 됐다.
8강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월드컵이란 중압감에 맞서 싸우면서 72시간 내 평정심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제기랄.’
간신히 공격 진영으로 패스가 연결되었지만, 이매뉴얼 에메니케(Emmanuel Emenike)가 볼 간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상대에게 공을 넘겨줬다.
현재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에메니케의 포스트플레이를 기대하고 전진을 하던 중이었기에, 대한민국에 볼이 넘어간 순간 곧바로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볼을 빼앗아 낸 김영권이 기성용을 찾아 볼을 연결하고, 능숙하게 피치를 훑어본 선덜랜드 AFC의 미드필드는 빌드업의 방향을 순식간에 전환하여 오른쪽 깊숙이 패스를 보냈다.
오른쪽 사이드라인 깊숙한 곳에서 이근호가 가슴으로 트래핑을 해내고, 주원 오샤니와(Juwon Oshaniwa)를 마주한 그가 자신감 있게 1:1을 펼친다.
그렇지만 돌파를 해내는 것은 여의치 않다.
꽤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 주고 있는 이근호이긴 했지만, 공간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1:1로 수비수를 따돌릴 만큼 능숙한 드리블러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신 그에겐 좋은 축구 지능과 주변을 잘 이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오늘 선발로 출전한 김신욱과 손흥민은 이근호가 뛸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플레이가 크게 달랐다.
올바른 위치를 찾아가고 본인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 주어질 공간까지 인지하는 능력이야말로, 이근호가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발 자리를 꿰찬 이유다.
주원 오샤니와를 포함한 나이지리아의 선수들을 끌어들인 이근호가 구자철을 찾았고, 굴러오는 축구공에 다이렉트로 왼발을 가져간 패스는 다시 오른쪽으로 향한다.
왼쪽 측면의 수비수의 포지션과 눈을 중앙으로 쏠리게끔 하고, 그동안 김다온이 오버랩을 할 공간을 얻었다.
매우 단순하지만, 기술적으로 꽤 높은 수준이 요구되는 플레이였다.
“막아-!!”
그러나 스테판 케쉬는 감탄할 틈이 없다.
오늘 저 위치로만 볼이 가면, 나이지리아는 십중팔구 위기를 맞이했다.
더구나 한국의 스트라이커 김신욱(198cm)은 케네스 오메루오(Kenneth Omeruo/185cm)나 조셉 요보(188cm)보다도 더욱 큰 키를 자랑했다.
물론 이것은 나이지리아의 정보 부족에서 온 문제다. 실제 김신욱은 본인의 체격 조건을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오히려 아래로 움직여 주며 연계를 펼치고, 2선 자원들과 함께 공간을 만들어 나가며 플레이하는 것에 장점을 가졌다.
하지만 호르헤 삼파올리는 오늘 의도적으로 김신욱을 페널티 박스 안쪽에 머물게 만들었고, 이것은 나이지리아의 최종 수비수 위치를 강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좋은 위치까지 파고든 김다온이 컷백 형식으로 페널티 박스 바깥에 패스를 보냈을 때, 나이지리아의 선수 숫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 이유다.
구자철의 다이렉트 슈팅이 매섭게 날아 나이지리아의 옆 그물을 두들기고, 다양한 의미를 지닌 탄성이 엇갈리는 가운데 중립을 유지 중인 팬들은 박수를 보낸다.
그들의 생각보다 대한민국 축구가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우리 때문이야.’
그러나 스테판 케쉬의 생각은 달랐다.
본인들이 너무나도 못하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대한민국이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이미 선수들은 뛸 의욕을 잃어버린 것 같다.
그리고 그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기운 내-!! 우리는 이 대회를 위해 4년을 준비했어!! 4년!!”
164cm의 단신 감독이 피치 한쪽에서 내뱉고 있는 목소리가, 오늘따라 유독 쓸쓸하게 느껴진다.
***
·전반 종료
대한민국 1 : 0 나이지리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지만 추가 득점은 없었고, 이것은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 특히 우리가 잡았던 결정적인 기회가 많았다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선제골을 뺀다면, 결정력 부족과 골키퍼의 선방이라는 전형적으로 풀리지 않는 시합이었다.
삼파올리 감독님도 그 부분을 지적 중이다.
추가골이 없었던 건, 분명히 아쉬웠다.
[기회를 너무 낭비했다! 너희는 골대 앞에서 조금 더 신중해져야만 해! 전반전의 상대는 분명 정상이 아니었다! 그것을 이용했어야 했는데, 너무 부족했어!]“…….”
[하지만 외에는 많은 것들이 괜찮았다! 우리가 준비했던 대로 잘 풀어갔지! 볼을 점유했고! 다들 각자의 역할을 잘해 줬어! 45분! 우리가 월드컵 첫 번째 승리를 따내려면, 남은 45분을 지금보다 더 잘해 줘야 할 거다! 하지만 너희는 할 수 있다! 그러니 박수 한 번 치고, 후반전을 준비하자!]형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내가 염려하는 부분도 나이지리아가 거센 역습을 가해 오고 후반전 10분 이내에 실점을 허용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에게 완전히 주도권이 넘어갈 테고, 전반전에 놓친 실수가 오히려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다.
후반전을 뛸 준비를 마치고 다시 짠 스크럼 상황에서도, 형들이 같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자, 후반전도 잘하자!”
“화이팅, 화이티잉-!”
“실점 안 하는 게 더 중요해-!”
“자- 집중하고-!”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해도, 그래도 좋은 것들이 더 많다.
우리가 준비해 온 축구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었던 건 특히 고무적인 부분이다.
벨기에전 0:3 패배로 많은 의문이 받았는데, 전반전을 통해 나쁜 생각들을 털어 낼 수 있었다.
물론 충분하지는 않다.
오늘의 이 경기를 제대로 마무리해 내지 못한다면, 부정적인 평가는 언제든 다시 달라붙을 수 있다. 장점마저도 단점이 되고, 모든 노력들은 부정당할 거다.
그러니.
“죽을힘을 다해 뛰자!! 한국!!”
“어-이!!”
미련이 남지 않도록 전력을 다 쏟아부어야 한다.
다행히도, 다들 그럴 것 같지만 말이다.
“야, 다온아.”
“?”
“실점하지 말자.”
“열심히 뛰어야지, 뭐.”
“그래. 해 보자.”
등을 두드려 주는 성용이 형과 함께, 나는 다시 피치로 나섰다. 여전히 낯선 공기와 풍경이지만, 이런 것들은 축구를 하는 것에 있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피치 위에서 스크럼을 짰고,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태휘 형님의 말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후우~”
스크럼 후 자리로 돌아가는 길, 시야 정면으로 브라질을 상징하는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잔뜩 눈에 들어왔다.
***
·후반 04분
대한민국 1 : 0 나이지리아
예상했던 대로, 나이지리아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거센 공세를 가해 왔다.
오게니 오나지가 후반 40여 초 만에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렸고, 코너킥 상황에서 이매뉴얼 에메니케가 거의 골이라고 생각한 헤더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금방은.
{“우오오오오-!”}
“야-!! 똑바로 해!!”
아흐메드 무사가 단독 돌파에 이은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다. 반대편 골포스트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것이었고, 이에 분개한 성용이 형이 흥민이 형을 나무랐다.
수비적인 가담이 조금 부족했기 때문인데, 후반전 지금까지는 계속 두들겨 맞는 모양새다.
‘그래도 어째 넘기긴 했어.’
몇 달 전 펩에게 들은 축구에 관한 재미있는 비유가 있는데, 그건 바로 축구에서의 일방적인 공세는 숨을 참고 펀치를 휘두르는 것이란 거다.
일단 전제는 양 팀의 전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하고, 만약 그렇다면 일방적인 공세 뒤에 반드시 위기가 왔다.
호흡을 참고 펀치를 계속해서 휘두르다 보면 반드시 숨을 골라야 하는데, 만약 수비 때 치명타를 입지 않았다면 반대로 주먹을 뻗을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지금은 상대가 여전히 펀치를 뻗을 힘이 남았는지를 확인하는 게 첫 번째일 것이다.
나이지리아의 라인 자체는 무척 높아져 있다.
공세를 취하면서 나온 자연스런 현상이다.
또 우리도 지금은 라인이 낮다.
파앙-!
“…….”
성룡이 형이 짧게 보낸 패스를 전달받아, 나는 형들과 함께 전방 압박을 벗겨 나간다. 직전에도 비슷하게 전개해 나갔지만, 결국 문제는 하프라인 위쪽이다.
상대가 전방에 숫자를 많이 둔다고 하여 공격진까지 덩달아 내려서게 되면, 기껏 하프라인 근처까지 볼을 가져가도 공격의 속도를 높일 수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불안한 거지.’
탁-
현재 우리는 포백에 성용이 형을 더한 다섯 명이서 후방 빌드업을 진행 중에 있다. 자꾸만 형들이 아래로 내려오려고 할 때마다, 성용이 형이 인상을 구기며 손을 휘젓고 있다.
알아서 할 테니 내려오지 말라는 건데, 상대방이 볼을 점유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공격수는 공격 진영에 있는 게 좋다.
그래야 상대도 마음 놓고 전방 압박을 하지 못하고, 압박을 벗겨 냈을 때 숫자 싸움에서 더 유리하다.
결국 지금 나이지리아의 공세를 끊어 내는 건, 후방에서 빌드업을 하는 우리 다섯 명이 얼마만큼 압박을 잘 극복하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이건 수비수로서 꽤 신나는 순간이다.
흔히 공세를 막아 내고 양상을 뒤집는다고 하면, 미드필드나 공격수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물론 경기 방법에 따라서는, 그들이 잘해 줘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라볼피아나(Lavolpiana)를 쓰고 포백과 쓰리백을 오가는 팀이라면, 수비가 얼마나 좋은 빌드업을 보여 주느냐가 결정적 차이가 된다.
‘그건 우리가 좀 잘해.’
나이지리아의 압박이 조금이지만 무뎌진 것을 확인하며, 나는 형들과 함께 라인을 높여 간다.
지금 나이지리아의 축구는 전원 수비+전원 압박을 지향하는 분데스리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방식이었고, 다행히도 대표팀엔 그런 플레이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오늘 선발로 나선 사람들만 해도,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가 나를 포함해서 네 명이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크게 방향을 전환해 가며, 또 가끔은 중앙에서 볼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후반전 중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볼을 점유했다.
이건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펩이 말해 준 바에 따르면, 하나의 축구에는 두 개의 템포가 공존한다. 그리고 오직 볼을 점유한 팀만이, 자신들의 템포를 가져갈 수 있다.
애초부터 선(先) 수비 후(後) 역습을 표방한 팀이 아닌 이상, 각자의 템포로 경기를 이끄는 건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만약 양 팀이 추구하는 템포가 비슷하다면 점유율의 중요성은 크게 떨어지지만, 공간을 만들고 그것을 점유해 나가는 우리의 축구와 빠르고 통통 튀는 템포로 슈팅 가능 지역을 확보하려는 나이지리아의 축구는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볼이 오랫동안 발을 떠나면.
‘느려졌어.’
하나의 경기 도중에도 컨디션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는 후반전 초반 우리가 고전한 이유이기도 한데, 볼을 너무 쉽게 넘겨주다 보니 템포를 빼앗긴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빌드업은 무척 중요했다.
어느새, 나이지리아의 라인이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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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타운젠드) – 영국 ITV 공통-코멘테이터
“남한의 축구를 오늘 처음 봅니다만, 생각보다 더 잘 꾸려진 팀입니다.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라든가, 패스를 보내는 방향 선택이 좋아요. 특히 키의 존재감이 좋군요. 마치 사령관처럼, 볼의 흐름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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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나이지리아의 전방 압박을 벗겨 내는 법을 알게 되자, 우리는 이것이 더는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상대의 저항도 거셌고, 펀치를 주고받는 일진일퇴의 공방 속에 시간을 흘려보냈다.
어느새 후반전은 15분이 넘었고, 나이지리아가 두 번째 선수 교체를 준비한다.
오늘 내도록 내게 드리블 돌파가 막힌 빅터 모지스가 빠지고, 또 다른 윙어인 피터 오뎀윙기에(Peter Odemwingie)가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일단 기본적인 위치는 오른쪽인 것 같다. 아흐메드 무사가 왼쪽으로 움직였고, 이제 나의 매치업 상대는 나이지리아의 7번으로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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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 영국 ITB 코멘테이터
“빅터 모지스. 그에겐 실망스러운 날일 겁니다.”
(앤디 타운젠드)
“장기인 드리블 돌파가 전혀 살아나지 못했죠. 그리고 그 근본적인 이유는 속도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다온의 속도는 그가 EPL에서 체감한 선수들보다 한 단계 위였을 겁니다. 단순히 컨디션이 나빴다고 쳐도 말이죠.”
(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2013/14 시즌 분데스리가 Best 11의 오른쪽 수비수입니다. 전반 7분에 환상적인 득점을 만들어 냈을 뿐만 아니라, 수비적으로도 무척 탄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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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의 최우선 과제는 실점하지 않는 것.
수비수답게, 난 그것에 충실한다.
“간다-!”
중원 지역에서 나온 아쉬운 패스 실수.
청용이 형이 근호 형을 겨냥해 땅볼로 긴 패스를 보냈지만, 주심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던 라몬 아지즈를 미처 발견해 내지 못했다.
원패스로 길게 중앙으로 이어졌던 상황이기에, 수비 진영 자체에 선수들은 많다.
나이지리아가 볼을 차단한 후 역습으로 전개할 수 없던 가장 큰 이유였고, 그들은 잠깐 볼을 돌리는 것과 그래도 속도를 살리는 것 중에 후자를 택한다.
왼쪽 윙어로 포지션을 옮긴 아흐메드 무사에게 볼이 전해져 오고, 나는 그와 2m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고 섰다.
대표팀에선 오른쪽 윙어로 나서지만, 본래 클럽에서는 항상 왼쪽에서 뛴다.
어느 방향에서건 측면에서 안으로 잘라 들어가는 플레이를 즐기고, 왼쪽으로 오면 그런 성향은 더욱 심해진다.
난 그런 아흐메드 무사의 플레이를 기억하고 있고, 상대방 역시 내가 그걸 안다는 것을 염두하고 있을 거다.
일단 가운데를 가로막으며 측면을 비워 두었는데, 무사는 이것이 나의 술수라는 것도 알 거다. 왼발이 약하니 왼쪽을 비워 두는 거야, 무척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툭-
‘온다!’
하지만 그것을 잘 알면서도 굳이 왼쪽으로 드리블을 해 나가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는 우선 자신이 있는 경우이고, 두 번째로는 패스를 받은 순간 머릿속으로 그려 둔 플레이가 있을 경우다. 보통 전자는 컨디션이 좋을 때지만, 난 이렇게 생각한다.
설마, 나를 상대로?
속도 싸움을?
교체되어 나간 빅터 모지스도 그렇고, 경기 중간마다 위치를 바꾼 아흐메드 무사와도 오늘 몇 번씩이나 속도 경쟁을 펼쳐 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매번 내가 이겼다.
정말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말이다.
더구나 분데스리가에서 뛰면서 팔을 쓰는 기술도 많이 늘었고, 상대가 설령 먼저 치고 나간다고 해도 팔과 발 모두를 이용해 금세 따라잡을 자신도 있다.
그러니 단 하나다.
왼쪽으로 온다는 건.
‘백숏.’
백숏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개인기다. 레알 마드리드와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할 때, 나도 몇 번 거기에 당했다.
드리블을 하다 급제동을 걸며 방향을 바꿔 나갈 수 있는 이 기술은, 간단하면서도 무척 효과적이다.
그러나.
탁-!
“!!”
‘넌 아니지, 임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구사하는 백숏이 효과를 발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호날두가 양발을 모두 완성된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오른발이 좀 더 낫긴 하지만, 그건 100점 만점 중 99.9점이냐 99.8점이냐의 차이다.
때문에 수비수의 입장에선, 호날두를 한쪽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아흐메드 무사처럼 극단적으로 한쪽 발만 쓰는 선수라면, 백숏을 막아 내는 건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된다. 더구나 난 이 친구보다 속도에서 우위에 있다.
발이 느린 수비수라면 상대의 드리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쏠려 있어야 하겠지만, 나의 경우엔 약간 뒤쳐져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이러다 왼발로 크로스를 올리기라도 하면 쉽게 허락해 버리겠지만, 약간의 도박은 필요하다.
지금은, 그 도박이 완전히 먹혀든 순간이다.
백숏을 커트당한 아흐메드 무사가 날 잡아끈다.
꽤나 노골적인 동작.
‘어이쿠.’
쿵-!!
삐—익!!
난 자연스럽게 넘어졌고, 구두로 경고를 주는 주심을 슬쩍 쳐다본 뒤에 가까이 온 태휘 형님의 손을 잡았다.
“잘했어, 인마.”
“네. 껌이죠, 뭐.”
“하하, 하여간에 넌…… 인마. 넌 긴장되지도 않냐?”
“긴장이요? 그게 뭐죠?”
“큭큭. 미친새끼.”
정말로 오늘은 별로 긴장되지 않는다.
월드컵 본선 데뷔 무대라고는 하지만, 그거야 어디까지나 껍데기일 뿐이다.
상대는 나이지리아.
그냥 그게 전부다.
.
(차범근) – SBS 해설위원
“아~ 정말 든든합니다. 조금도 긴장하고 있지 않거든요?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를 소화했기 때문인지, 김다온 선수에겐 월드컵도 별로 부담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배정세) – SBS 아나운서
“국민들의 큰 기대가 오히려 부담이 되진 않을까 했는데, 한국의 원더보이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
‘휴우~ 그래도 역시, 1:0은 싫어.’
후반전 20분을 향해 가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상대의 전의를 완전히 꺾어 놓을 추가 득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