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86)
385화
벌써 5년이 넘었다.
지금은 구식이 되어 버린 누나의 아이폰 3GS에 의존해, FC 노르셸란의 계약서가 이제나 도착할까 저제나 도착할까 걱정하며 단칸방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때가 5년 전이란 거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나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경험 속에서, 축구 역시 새로워졌지만 이것이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덴마크의 집에서 가족끼리 모여 파이팅을 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때는 정말 몰랐는데.
내가, 이럴 줄이야.
‘어딜!’
촤—악!!
공간으로 뛰어든 아흐메드 무사에게로 향하던 패스를 태클로 차단해 버린 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볼을 처리하다 상대에 밀려 피치에 고꾸라진다.
쿠당-!
“욱-!”
머리부터 부딪혀 어깨로 나동그라지던 순간, 나는 순식간에 현실로 되돌아온다.
4만이 조금 못되는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복잡한 소리를 들으며, 나는 주심에게 어째서 경고를 주지 않는 것이냐고 어필을 해 본다.
카드를 좀처럼 꺼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계속 된 파울에 짜증이 조금 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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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렌 한케) – 독일 ZDF 아나운서
“하핫! 아무래도 다온이 조금 짜증이 난 것 같네요. 항상 웃는 저 친구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는 걸 보기란 쉽지 않죠.”
(슈테판 에펜베르크) – 독일 ZDF 해설위원
“확실히 오늘 주심은 카드를 너무 아낍니다. 지금은 충분히 옐로카드를 꺼내 들 수 있었는데 말이죠. 아흐메드 무사가 지속적으로 발을 걸고 있어요. 그리고 그건 나쁜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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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올이 나간 양말을 주심에게 보여 주지만, 내게 얼른 일어나라고 보낸 주심은 오히려 시간을 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더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단 경기에 더 집중하기로 한다.
“휴우~ 에이, 멍들었네.”
양말을 조금 내려 다시 끄집어 올리려고 할 때, 왼쪽 무르팍이 파랗게 변색되어 가는 게 눈에 띄었다. 아까 이매뉴얼 에메니케와 부딪힌 자리가 타박을 입은 것 같았다.
그렇지만 딱히 통증도 없고, 뛰는 데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간단히 매무새를 정돈한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켰고, 어느새 후반 중반부를 넘어선 시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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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27분
대한민국 1 : 0 나이지리아
지금은 또 하나의 고비다. 이대로 1:0 승리를 굳히는 게 옳을지, 아니면 계속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을 해야 할지가 망설여진다.
처음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수비가 옳아 보인다.
하지만.
삐—익!
“응?”
삼파올리 감독님은 신욱이 형을 빼고 동국 형님을 투입하는 것으로, 추가 득점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것은 오늘 우리의 첫 교체였고, 투입된 동국 형님은 이렇게 외쳤다.
“올라가자~!!”
사실 아까부터는 나도 미드필드의 높이가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다고는 생각했다.
신욱이 형을 뺀 9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수비적인 태도를 취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나이지리아가 수월하게 빌드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스스로, 한계를 정해 버린 셈이다.
오늘의 경기는 1:0으로 승리해야 해.
실점을 하면 안 돼.
그러니 수비하자.
하지만 삼파올리 감독님은 이렇게 말씀하고 싶었을 거다.
아니 왜 1:0이어야 하는데?
2:0은 안 돼?
이런 감독님의 의지를 이해한 이들을 중심으로, 우리는 다시 라인을 끌어 올려 가며 적극적인 공격의 의지를 불태웠다.
최종 수비 라인과 최전방의 간격이 좁아졌고, 해당하는 공간에 나이지리아를 가둔 우리는 어렵지 않게 축구공을 다시 가져올 수 있었다.
후방으로 돌아가는 패스.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과정이니만큼, 여유를 가지고 볼을 돌리는 건 나쁠 것 없다.
다만.
{“우우우우우-!!!”}
{“BOOOO-!!!”}
{“집어치워!!”}
전반에 비해 다소 지루한 후반전을 보고 있는 브라질 팬들은, 중립의 입장답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야유를 뿜어 댔다.
그리고 그건, 내 귀에 생생히 들어왔다.
‘그래, 인정해.’
사실 우리가 후반전엔 조금 재미없이 뛰기는 했다.
추가 득점을 못했던 것에 대한 대가였던 셈이다.
내 입장에서도 절로 수비적이 되려고 하는 형들을 뭐라고 할 수 없었던 게, 나도 후반전엔 풀백이 아닌 평범한 측면 수비수로 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득점을 지켜 내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좋은 수비는 팀에 승리를 안겨 준다.
하지만 이 세계엔, ‘공격이야말로 최선의 수비’라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역대 최고의 전력으로 꼽힌 국가대표팀 중엔, 공격력으로 상대를 찍어 누른 팀도 있다.
[더 올라가!! 더!!]삼파올리 감독님의 이번 교체는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확실한 메시지가 되었다고 본다.
성용이 형의 지휘 아래 수비 라인을 조금 더 끌어 올렸고, 그러면서 한동안 고립되었던 자철이 형과 청용이 형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박스 투 박스 미드필드나 메짤라 모두 후방의 지원은 무척 중요한 것이어서, 단순히 라인이 좁혀진 것만으로 측면이나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의 질이 개선됐다.
특히 후반전은 청용이 형의 기술이 돋보였는데, 때때로 두세 명의 나이지리아 선수에 둘러싸이고서도 여유 있게 그것을 털어 내는 모습을 보여 줬다.
그것을 보면서 든 생각은,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의 가능성을 훨씬 더 낮게 잡고 있는 게 아닐까란 점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전만 하더라도, 많은 선배님들은 유럽 팀의 유니폼을 보는 것만으로도 얼어붙었다고 고백했다. 강찬일 코치님도 런던 올림픽 때 비슷한 말을 해 주셨다.
‘자신감을 가져야 해.’
앞으로의 남은 일정을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해야한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어느새 가장 익숙한 위치까지 전진해 있었다.
“여기-!!”
중원을 거친 패스가 오른쪽 측면의 내게 도착하고, 그러자 곧바로 아흐메드 무사가 따라붙었다.
3분 전 나이지리아가 마지막 교체카드를 꺼내들면서, 현재 상대의 전형은 이매뉴얼 에메니케-숄라 아메오비(Shola Ameobi)를 최전방에 세운 4-4-2로 바뀌었다.
사실상 양쪽 측면 미드필드를 윙어 위치까지 끌어 올렸기에, 4-4-2보다는 4-2-4에 더 가깝다고 보면 된다.
이런 포진은 공격력을 끌어 올리는 측면에서는 좋은 판단이지만, ‘중원이 약해진다는 면’과 ‘윙어에게 측면 수비의 일부를 맡겨야 한다는 면’에서는 약점이 있다.
또 이런 전술에서는 측면 윙어의 수비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내가 아는 아흐메드 무사는 딱히 수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CSKA 모스크바에서 뛸 때에도, 수비 시엔 투톱 중 하나가 되어 역습을 이끄는 역할을 받았다.
“!!”
{“오오오오-!!”}
성급하게 달려든 아흐메드 무사를 ‘라 크로케타(La Croqueta)’로 벗겨 내며, 나는 측면이 아닌 중앙을 겨냥하여 드리블을 해 나갔다.
사실상의 4-2-4를 취한 나이지리아 전술의 특성상, 여전히 4-2-3-1을 유지 중인 우리보다 중앙의 숫자가 부족하다.
실제로도 존 오비 미켈과 오게니 오나지는 조금 혼란스러워 보였고, 덕분에 전진을 하는 것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여기에서 신경 써야 할 것은 볼을 빼앗기지 않는 것.
역습을 얻어맞기에 딱 좋은 위치인 데다 측면 풀백인 나는 메디아푼타(Mediapunta/AM)까지 전진했고, 반대로 상대의 측면 윙어는 남아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볼을 간수해야 하고, 골라인 아웃이 되더라도 경기가 중단된 뒤에 상대에게 공을 넘겨야 한다.
역습을 허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빼앗기지 말아야 할 장소에서 볼을 빼앗기는 것. 하지만 이는 반대로 말해, 볼을 빼앗기지 않으면 역습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100% 안전한 옵션만을 추구하며, 확실한 상대가 아니면 패스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동국 형님의 라인을 파괴하려는 움직임과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기다리던 근호 형을 몽땅 무시해 버린 이유다. 대신 내 선택은 조금 뒤쪽, 홀로 있던 청용이 형이었다.
2013/14 시즌 벤피카 소속으로 뛰며, 29경기 3골 5어시스트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부상 이후 떨어진 기동력 때문에 중앙 미드필드로 포지션 변환을 한 첫 번째 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무척 고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포르투갈에서 뛴 입장에서 말하는데, 프리메이라 리가는 결코 쉽지 않다. 기술적으로 매우 높은 완성도가 필요하고, 남미 출신들의 집요한 괴롭힘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청용이 형은 그런 프리메이라 리가 내에서도, 기술적으로 굉장히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나 저렇게 압박이 느슨한 상황에서 볼을 받는다면, 청용이 형은 어렵지 않게 볼을 높은 위치로 운반하고 안정적인 진영으로 패스를 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판단해야 할 것은 하나다.
복귀할까? 아니면 중원에 있어야 할까?
“…….”
1:0으로 경기를 끝낼 생각이라면 다시 라떼랄(WB)로 돌아가는 것이 맞지만, 추가 득점을 노리는 지금은 중앙 미드필드가 되어 머무는 것이 옳다.
어차피 형들도 내가 이렇게 뛴다는 것을 알고, 이런 방식의 플레이를 존중해 주고 있다.
청용이 형을 중심으로 흥민이 형과 자철이 형이 접근해 삼각형을 만들었고, 후방으로 잠깐 고개를 돌린 나는 주호 형님이 전진을 포기하고 수비 진영에 머무는 것을 보았다.
도르트문트가 선보인 전술처럼, 한쪽 풀백이 전진한 동안 반대편 풀백이 후방에 남아 준 거다.
‘좋았어.’
미드필드 진영에 머물러도 된다는 확신을 얻은 나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자철이 형의 원터치 패스가 흥민이 형의 앞쪽 공간으로 연결되었을 때 나이지리아가 신경 쓸 수 없는 +1이 되기로 결정했다.
비슷한 철학을 지닌 감독들과 함께 축구를 한다는 것.
‘비엘사시즘’을 각각의 방법으로 계승한 펩과 삼파올리 감독님에겐, 삼각형을 이룬 지점 반대편에서 움직여 주는 +1의 존재는 무척 중요한 부분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흥민이 형의 왼발 크로스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넘어오고, 낙하지점을 향해 움직였던 나는 완전히 자유로운 상황에서 몸을 띄워 올린다.
지금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왜 풀백인 내가 역습도 아닌 상황에서 이 위치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하지만 이게 덴마크와 포르투갈을 거쳐, 독일에서 펩을 만나 선택한 축구다.
체력과 스피드에 자신이 있기에 나는 늘 높은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었고, 만약 충분히 후방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억지로 올라서지 않을 자제력도 갖추고 있었다.
또 올바로 상황을 판단하고, 공간을 확보하고 빈자리를 찾아 움직이는 방법 역시도 알았다.
이것이 나의 지금이자, 내가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축구였다.
그리고 난 그것을.
“…….”
투웅-!!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이마에 맞은 축구공은 골대가 아닌, 왼쪽 사이드라인을 정면으로 본 몸통의 방향 그대로 날아갔다.
헤더 순간부터 갑자기 시곗바늘이 늘어져 버린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고, 부드럽게 떠올라 서서히 떨어지는 축구공을 향해 곧 있으면 무려 오남매의 아빠가 될 남자가 뛰어들었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동국아~~!!!!”
몸을 옆으로 튼 동국 형님이 오른발을 들어 올리며 족구를 하는 듯한 자세로 슈팅을 밀어 넣었고, 그물이 출렁이는 것을 확인한 나는 비명을 내지르며 득점에 성공한 대한민국의 포워드를 향해 뛰어들었다.
“우와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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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아나운서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이동구우우우우우욱-!!! 2:0!! 대한민국!! 대한민국!!!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드디어 추가골을 뽑아냅니다!! 2:0!! 대한민국!! 유독 나이지리아에 강한 모습을 보여 줬던 대한민국이!! 아프리카의 강호를 제물로,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 예선 첫 승을 눈앞에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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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테루모토) – 일본 NHK 아나운서
“키타아아아-!!!(キタ—!!!) 이동국!! 2:0 캉고쿠!! 아시아 첫 번째의 월드컵 본선 경기!! 나이지리아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오오자키 코사쿠) – 일본 NHK 해설위원
“이마(今/지금), 아시수토한 선수가 다오느? 이었죠?? 사스가데스네(さすがですね./역시 그러네요). 현재 한국의 모든 것은 저 친구에게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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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의 골대 부근에서, 모두가 얼싸안은 채 기쁨을 나누고 있다. 조금 더 쉽게 풀어 나갔어야 했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결과를 만들었다는 게 좋았다.
오히려 어려웠기에 더 좋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무렴 어떤가?
“으아아아아아-!!!!”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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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 영국 ITV 코멘테이터
“남한! 굉장히 훌륭합니다! 쏜의 크로스! 다온의 헤더! 그리고 동국-리의 완벽한 마무리! 과거 미들스보로에서도 뛴 적이 있는 포워드입니다! 35살의 노장. 한국의 전설적인 공격수. 이것이 그의 커리어 첫 번째 월드컵 득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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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브레이션이 끝난 뒤 바라보는 동국 형님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가진 실력에 비해 유독 저평가를 받아 오기도 했고, 또 월드컵은 형에겐 한이 많이 남아 있는 무대였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에는 모든 사람을 좌절하게 만들었던 우루과이전 득점 실패로, 견디기 무척 힘들었을 비난도 온몸으로 짊어져야 했다.
비가 내리지 않았었더라면 충분히 득점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던 장면이었지만, 하늘은 끝내 동국 형님에게 월드컵에서의 첫 번째 득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실 득점 직전까지 그런 건 전혀 신경을 쓰지도 않았는데, 결과가 만들어진 지금은 감회가 무척 남달랐다.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도, 신욱이 형이나 동원이 형에게 밀려 확실한 주전이었던 적이 없었다.
한국에서 떠날 때에도 미디어를 향해, 이번 월드컵이 본인의 마지막 국가 대표 무대일 거라고 말을 했었다.
그러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난 한 번 더 형님을 끌어안았다.
“축하드려요.”
“……그래.”
촉촉이 젖어 있는 형님의 목소리.
난 포옹을 푼 뒤에 관중석을 향해 양팔을 힘껏 휘저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이 골의 의미를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들의 큰 목소리는 응원이 될 것이다.
그리고.
2:0.
“아직 안 끝났어!!! 집중-! 집주웅-!!”
나의 월드컵 첫 번째 경기는 이제, 십여 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
·후반 46분
대한민국 2 : 0 나이지리아
경기가 이대로 끝날 거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지만,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비켜-!! 비키라고-!!”
추가 시간 중 1/3이 흐른 지금, 경기 후 피치 안으로 들어설 수 있는 잉글랜드의 중계진이 바쁜 이유다.
잉글랜드에서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한 ‘BBC’와 ‘ITV’는, 국가의 명예를 위해 중계에 관한 노하우와 인력을 공유하기로 한 상황이다.
중계권을 확보한 나라 전부가 이들의 화면을 그대로 사용하기에, 자존심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한 남자를 비추려고 한다.
“바로 다온에게 가!! 알지?”
“그래, 그래. 물론이야.”
“다른 녀석들은 한국 선수 위주로 비춰!! 제임스! 너만 나이지리아 선수를 쫓으면 돼!”
오늘 김다온의 월드컵 데뷔 무대는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더라도 모자랄 것이 없었다.
리버풀에서 성실한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한 빅터 모지스를 60분도 채 되지 않아 피치 밖으로 쫓아냈고, 이후에 만난 아흐메드 무사도 완벽히 제압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뜩이나 측면 공격에 많은 비중을 둔 나이지리아의 축구엔 치명타였고, 결국 그들은 몇 차례의 슈팅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김다온은 오늘 대한민국의 모든 득점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그중엔, 이번 월드컵 최고의 골이 될 것으로 보이는 38m 거리에서의 원더(Wonder) 골도 포함되어 있었다.
삑-!! 삐—익!! 삐이이이익-!!!
“이야아아아아아아-!!!!!”
마침내 경기가 끝나고, 팔을 휘저은 ITV의 디렉터가 카메라맨과 스태프들을 피치 안으로 들여보낸다.
그중 가장 신뢰하는 카메라맨은 기뻐하며 피치에 드러누운 선수들을 재빠르게 지나쳐, 조니 웨스트(Johnny West)가 지목한 이를 향해 곧바로 나아갔다.
근처 스태프가 가져온 장비를 통해 모니터에 들어간 조니 웨스트는, ITV의 화면에 김다온의 원샷 화면이 잡히고 있는 것에 만족한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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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경기 끝납니다! 2:0! 남한의 승리! 이걸 놀라운 결과라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남한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앤디 타운젠드) – 영국 ITV 공동-코멘테이터
“EPL과 분데스리가. 많은 선수들이 유럽의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승리라고 말을 할 수도 있어요.”
(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이제, 다온이 비춰집니다. 카메라맨도 아는 거죠. 높은 확률로, 오늘 경기 Player of the Match가 될 것 같습니다. 전반전의 그 골은 정말 놀라웠고, 후반전의 추가 득점도 어시스트했습니다. 이 공격하는 풀백은 오늘도 어김없이, 포인트를 기록합니다. 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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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전 세계의 모든 TV 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동시 시청자 수가 많다. 그만큼 많은 자본이 스며들어 있고, 그들은 이 대회를 통해 새로운 스타를 찾으려 한다.
이미 유명하다면, 이 대회로 더 유명해진다.
오랜 경력을 갖춘 조니 웨스트 역시, 남은 월드컵이 어떻게 끝나든 오늘의 이 경기가 김다온의 몸값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이미 전반전의 득점이 만들어진 순간, 김다온을 향한 러브콜은 확정된 것과 다름없었다.
‘부러운 녀석. 돈방석에 앉겠어.’
월드컵.
이것은 국가의 영광을 추구하는 무대임과 동시에, 하나의 개인이 평범한 축구 선수에서 한 세대의 아이콘(Ikon)으로 진일보할 수 있는 기회를 담은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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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대한민국 2 : 0 나이지리아
[골] 김다온 ? 전반 8분이동국 ? 후반 31분(김다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