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89)
388화
2014년 6월 22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프런트 오피스. 대회의실.
전 세계 모든 축구인과 축구팬들의 눈이 월드컵으로 향해 있는 지금, 바이에른 뮌헨 역시 눈코 뜰 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스카우트를 진행하는 한편, 약 한 달 이후부터 시작될 프리 시즌 일정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프리시즌 도중엔 미국 투어가 계획되어 있었고, 바이에른 뮌헨의 관계자들은 이 일이 클럽에 많은 상업적 도움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 중이었다.
“……뭐라고?”
“인형을 만들자고요. 요즘은 그런 게 먹힐 거예요.”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인가?”
“최소한 저희 부서는 그래요.”
“…….”
바이에른 뮌헨은 당연하게도, 다가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을 대표할 메인 모델 중 하나로 김다온을 선택했다.
알리안츠 아레나 곳곳에 그의 대형 걸개가 걸릴 예정이었고, 새로운 시즌을 알리는 책자의 표지에도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필리프 람과 함께 모습을 올릴 것이다.
외에도 몇몇 홈경기 티켓의 뒷면에 넣을 김다온의 사진을 검토 중에 있기도 했다.
“미국의 방식이죠. 투어 때 한 번 테스트를 해 보고, 반응이 좋다면 뮌헨에서도 하는 게 괜찮아 보여요.”
“비용은?”
“대량 주문이라 생각보다는 그렇게 비싸진 않아요. 대략 100만 유로면 36만 개가량을 생산할 수 있어요.”
“비싸군.”
“판매 가격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죠. 저희는 개당 대략 25~30유로에 판매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25유로로만 따져도, 아홉 배의 수익이죠.”
투자 대비 아홉 배의 수익이라면, 잡다한 비용을 고려해도 최소 여섯 배 정도의 순수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시범 개념이니만큼, 초기 비용이 크지 않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만약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거둔다면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 최초로 버블헤드 인형을 도입해 성공적인 사례를 남긴 클럽이 될 수 있다.
마지막이 가장 매력적인 부분으로 다가온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미국 투어 때부터 김다온의 버블헤드 인형을 만들어 판매해 보기로 결정한다.
반응이 좋으면 곧바로 다른 선수들의 인형 역시도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좋아. 나가 보게. 나는 다른 회의가 있네.”
“고생하시는군요. 그럼, 저희는 이만.”
연속해서 잡힌 네 개의 미팅 중 절반을 끝마친 지금, 루메니게는 약간의 피로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5분 정도 주어진 휴식 시간을 다른 업무를 위해 쓰기로 한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두 개의 휴대폰 중 하나를 집어 들었고, 클럽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의 에이전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시즌이 끝난 후부터,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어떠한 이유로 펩 과르디올라의 재계약 의지를 확인 중이었다.
하지만.
“……제기랄.”
바이에른 뮌헨이 지닌 골칫거리는 명확하다.
몇몇 선수들이 재계약을 거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토니 크로스와 김다온인데, 특히 토니 크로스의 경우 곧 있으면 잔여 계약 기간이 1년으로 줄어든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면, 내년 겨울이 되면 이적료 없이 그를 다른 클럽에 넘겨주게 될 가능성이 생긴다는 거다. 1990년대 초반에 생겨난 보스만 규칙(Bosman Rulling) 때문이다.
김다온이야 계약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협상의 여지가 많았지만, 토니 크로스는 ‘펩 과르디올라가 잔류한다는 확신을 줄 것’을 요구하며 계약을 거부하고 있다.
최초 1,200유로로 책정되었던 연봉+보너스의 조건을 1,500만 유로까지 끌어올렸지만, 선수의 입장은 단호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이 사실을 언론에 흘려 왔는데, 본래는 선수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생각한 이것은 되레 악수가 되어 가고 있었다.
어느새, 토니 크로스는 바이에른 뮌헨의 수뇌부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몽땅 거부 중이다.
‘이렇게 되면, 그를 내보내야…….’
여름 이적 시장이 닫히기 전에 펩 과르디올라로부터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한다면,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어쩔 수 없이 토니 크로스를 내보내야 했다.
그래야만 이미 충분히 떨어진 이적료를 조금이라도 챙길 수 있다.
이로 인해 슬퍼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클럽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클럽의 주도권이 펩 과르디올라에게 넘어가고 있다 생각한 루메니게는 조금 기분이 언짢아짐을 느꼈지만,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들어오자 그는 곧바로 표정을 풀었다.
‘아직, 시간은 있어.’
월드컵이 끝나기 전까지 토니 크로스의 문제를 매듭지으려고 하는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은, 새로운 스태프들과 함께 영입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앙 미드필드를 찾아보지.”
“네? 하지만 그곳엔 이미…….”
“그냥 보기만 하자는 거야. 사흘 뒤 다시 미팅이 있을 때까지, 스카우트 그룹이 수집한 정보를 보고 싶군.”
“네, 그러죠. 일단 지난번에 말씀하신…….”
***
“레알 마드리드? 진짜?”
– 그래. 난 마음을 굳혔어.
“제기랄…… 클럽은? 알고 있어?”
– 아니. 네가 다섯 번째야. 대표팀에 있는 같은 뮌헨들에게는 이미 말을 했거든.
“…….”
이런 젠장.
이건 정말 충격이다.
.
.
포즈 두 이구아수-파라나, 85853-000 브라질. 다스 카타라타스 거리, 2345-빌라 욜란다. 버번 카타라타스 컨벤션&스파 리조트.
“돈이 충분하지 않았던 거야?”
– 아니. 돈은 충분했어. 사실,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많은 돈이었지. 하지만 너도 알잖아?
“펩이구나.”
– 뭐, 핑계라면 핑계겠지만.
훈련을 끝마치고 호텔방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 위에 던져 두었던 휴대폰에 찍힌 부재중 통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독일 대표팀에 있는 토니에게서 걸려왔던 전화였었고, 의아함을 느낀 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처음 들은 말이 바로 이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로의 이적.
이미, 개인 협상은 끝났다.
남은 건 이제 바이에른 뮌헨에 이적 의사를 밝히는 것과 마지막이 될 게 분명한 대화를 한두 번 더 나누는 것이다.
클럽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잡고자 하겠지만, 개인 협상이 끝났다는 건 사실상 선수가 마음을 굳혔다는 뜻이다. 제시 조건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토니는 사실상 월드컵 후에 뮌헨을 떠나게 될 거다.
“제기랄. 우린 어쩌고?”
– 그 점은 무척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바스티랑 필리프도 있고, 또 티아고도 돌아올 거니까. 제바스티안도 데려왔잖아? 아마 괜찮을 거야.
틀린 말은 아니지만, 틀렸다.
선수는 많은데, 누구도 토니를 대신할 수는 없다.
젝서(Sechser/DM), 아흐터(Achter/CM), 체너(Zehner/AM)를 자유자재로 소화해 내며, 팀의 점유율을 높여 주고 공수의 레벨을 끌어올려 주는 선수는 오직 토니 크로스 한 명뿐이다.
물론 이것이 그의 삶을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걸 부정하진 않겠지만, 슬픈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제기랄. 환상적이네. 나 모레 경기가 있는 거 알지?”
– 그래. 드디어 리오를 만나네.
“내가 그렇게 유별을 떨었어?”
– 큭큭큭, 너희 집에 가면 메시의 유니폼이 걸려 있잖아. 심지어 액자까지 씌워서. 장담하는데, 액자에서 빼면 바스티의 발만큼 독한 냄새가 날 거야.
“너도 알잖아, 토니. 절대 그럴 순 없어. 세상에 어떤 독한 악취도 바스티의 발 냄새는 못 따라간다고.”
– 하하하하, 그건 맞아. 여기서도 난리거든.
아마 앞으로 우린 이런 농담을 주고받을 기회가 없을 것이다. 연락이야 하겠지만, 절대 지금과 같은 모습일 수는 없다.
생각해 보면 나는, 친구를 떠나보내기보다는 친구들로부터 떠나는 역할이 더욱 익숙했던 것 같다. 그들도 지금의 나와 비슷한 감정이었을까?
부디, 그랬으면 한다.
“그럼, 월드컵 끝나고 보자.”
– 응. 어쨌든 뮌헨으로는 가야 하니까.
“그래. 아마, 내가 먼저 뮌헨으로 돌아가 있을 것 같아.”
– 큭큭큭큭, 모레 경기 잘 뛰고. 꼭 이겨.
“응. 고마워.”
-딸깍-
생각하지도 못한 토니의 이탈 소식.
현재까진 이것을 친구들에게만 털어놓은 것 같았는데, 펩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새로운 사람이 합류하게 될까?
아니면 남은 이들이?
“후우~~”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내가 알기로, 펩은 지금 미국에 있다.
‘거긴 몇 시려나?’
잠깐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 볼까 생각했던 나는, 괜히 비밀을 털어놓는 짓이나 할까 봐 도로 화면을 끈다.
‘지금 당장은 월드컵만 신경 쓰는 게 맞아.’
옆으로 조금 돌아누우며, 나는 금방 토니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잊고자 노력한다.
***
뉴욕, 뉴욕 10010. 30 워터사이드 플라자. 워터사이드 플라자 아파트먼트(Waterside Plaza Apartment. 30 Water Side Plaza. New-York, NY 10010).
독일 시각으로 22일 오후 2시. 미국 동부 시각으로는 22일 오전 9시에, 펩 과르디올라가 동생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
이유는 바로, 토니 크로스의 이적 때문이다.
시리얼을 먹던 펩 과르디올라의 눈이 커진다.
“토니가? 진짜야, 페레?”
– 응, 형. 내가 확보한 소식으론 그래. 실은, 바르셀로나도 그에게 관심이 많았거든.
“…….”
– 형. 듣고 있어?
“어? 아, 그래. 확실한 거야?
– 90% 정도. 아니, 실은. 그래. 100% 확신하고 있어.
페레 과르디올라(Pere Guardiola)는 ‘Media Base Sports(이하 MBS)’의 CEO로, 전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에이전트로 알려져 있었다.
언론에 나서는 일을 즐기지 않고 또 그의 형 펩 과르디올라처럼 FC 바르셀로나에게 충성하는 성격이, 사람들에게는 너무 재미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MBS 2013년 영국 ‘메트로’로부터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축구 에이전시로 평가를 받았고, 그런 만큼 유럽 축구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 내에서의 정보력만큼은, 공신력 높은 미디어들보다도 정확하다고 말해도 좋았다.
그런 페레 과르디올라가 지금, 토니 크로스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 사실을 형에게 말한 것이다.
– 그래도 아직 뮌헨에 계약은 제안하지 않았나 봐.
“제발, 페레. 이건 그냥 끝난 일이야.”
– ……유감이야, 형.
“빌어먹을. 환상적이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펩이 창가로 걸어간다.
뉴욕 동강(East River)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풍경이었지만, 지금은 괜히 떠오른 태양이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그는 커튼을 치며 돌아선다.
처음 토니 크로스가 자신의 계약 연장 여부를 물었을 때부터 예견된 이별이긴 했지만, 마티아스 잠머에게 토니를 잡아 줄 것을 강하게 부탁했고 또 실제로 클럽이 자신감을 보여 이적을 생각하지 않았었다.
만약 알았더라면, 진즉에 뮌헨에 대체할 사람을 구해 달라 요청했을 것이다.
“일단은 알았어, 페레. 정말 고마워.”
– 어, 형. 뭐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만 해.
“그럴게. 그럼.”
-딸깍-
동생과의 전화를 끊은 뒤, 펩 과르디올라는 월 4,500달러가 넘는 월세를 지불하는 아파트의 거실을 서성인다.
방 세 개와 두 개의 욕실이 딸린 이 임대아파트에서, 과르디올라 가족은 7월 중순까지 머물기로 했다. 그동안 자신은 프린스턴 대학에서 스포츠 심리학을 공부하고, 아내 크리스티나는 패션의 중심지에서 사업을 이어 간다.
또 자녀들 역시, 인근의 사립학교에 잠시 다니며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펩은 뉴욕을 떠날 수 없었다.
축구도 좋지만, 가족이 더 중요했다.
“후우우…….”
토니 크로스는 대체가 불가능하다. 다른 선수를 영입할 수야 있겠지만, 누구도 같은 일을 해 줄 수는 없다.
이것은 곧, ‘새로운 축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중원이 약해졌어. 누가 볼을 잡아 줄 거지?’
펩 과르디올라는 토니 크로스의 이적에 더 실망을 하는 대신, 현재의 구성으로 더 나은 축구를 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본래는 오늘도 프린스턴 대학의 도서관에 하루 종일 박혀 있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거실 소파에 앉아, 노트를 펼쳐두고 그 위에 펜을 끄적이길 반복했다.
텅 비어 있던 휴지통이 구겨진 종이들로 채워지고 닫힌 커튼 쪽에 떠 있던 태양이 등 뒤에서 석양이란 이름으로 비춰 올 때까지, 펩 과르디올라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아내 역시 밖에서 먹을 것을 싸 들고 돌아왔지만, 펩은 가족들의 인사마저 건성으로 대답을 하다 어느새 밤을 맞이했다.
딸깍-
“휴우~”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 펩 과르디올라는 오늘 처음으로 바깥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물가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는 가운데, 피곤한 눈을 진정시키려 손가락을 가져다 댄 그의 귀에서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이 자는 것을 확인한 크리스티나 세라가, 손에 레드 와인 두 잔을 들고 남편을 찾은 거다.
“토니가 떠났구나. 그렇지?”
“페레?”
“응. 걱정돼서 조금 물어봤어.”
“하하하.”
각자 와인 잔을 든 부부가 가볍게 건배를 하고, 술을 조금 머금은 펩 과르디올라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번에도 아마, 녀석에게 기대야 할 것 같아.”
“그를 중앙으로 보내려고?”
“아니. 그렇진 않아.”
“그럼?”
“피치를 옮겨야지. 후후후후.”
푸근하게 웃어 보이는 남편을 바라보며, 크리스티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비교적 빠른 시간에 힌트를 발견한 것에 안도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땐 일주일 넘게 말을 거의 하지 않으며 우울한 모습을 보여 줬다. 마치, 실연당한 사람처럼 말이다.
그때 크리스티나는 다시 한번, 자신이 어떤 남자와 결혼을 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뮌헨으로 돌아갈까?”
“아니. 안 될 말이지, 여보. 날 더 이상 죄인으로 만들지는 말아 줘. 이건 내가 약속한 시간이고, 당신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무척 좋아.”
“하하하. 그거 알지? 당신은 좋은 남편이야.”
“당신만 하려고.”
피치를 옮긴다는 발상.
펩 과르디올라는 다가올 여름, 새로운 축구를 구상 중이다.
***
2014년 6월 23일. 벨루 오리존치?MG, 31270-20 브라질. R. 보아벤투라, 987-인다이아. 브리스톨 야라구아 호텔(Bristol Jaragua Hotel. R. Boaventura, 987 Indaia. Belo Horizonte-MG, 31270-20 Brazil).
월드컵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가 15시간 앞으로 다가온 지금, 아르헨티나의 주장 리오넬 메시는 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현재, 축구가 즐겁지 않았다.
“…….”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남미 조별 예선 기간 동안, 아르헨티나가 보여준 모습은 실로 압도적이었다. 잔여 경기를 남겨 둔 2013년 9월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것이다.
하지만 본선을 준비하면서부터, 리오넬 메시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국민과 협회의 사람들이야 그렇다 쳐도, 동료들까지 너무 많은 것을 자신에게 의존하려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리오가 있으니 당연히 우리가 우승을 할 거야.’라든가, ‘위기가 닥쳐도 돼. 왜냐하면 리오가 우릴 구원해 줄 테니까.’와 같은 감정들로부터 비롯되었다.
최고가 되는 것을 즐기고 최고 중 하나가 된 지금도 더 높은 곳을 추구하고 있긴 했지만, 자신으로 인해 동료들이 안일해지는 것은 절대로 바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메시는 동료들도 자신처럼 준비가 되어 있기를 원했다. 항상 승리에 목마르고, 절실한 모습으로 피치를 전력질주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월드컵을 준비하며 메시가 본 모습들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평가전과 월드컵 첫 번째 경기를 실망스럽게 끝마친 지금도, 사람들은 자신을 절대적인 존재로 여기며 승리를 당연하게 여기고만 있다.
[“메시잖아.”] [“리오가 해 줄 거야.”] [“리오.”] [“리오.”] [“리오.”]“우읍-!”
갑작스럽게 입을 틀어막으며, 메시가 황급히 욕실로 향한다.
“우웨에엑-!”
메시는 최근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고 할 때마다, 최근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들이 환청처럼 들려오는 현상을 겪었다.
그래서 쉽게 잠이 들지 못했고, 보스니아와의 경기 전 새벽까지 테라스에서 서성거리다 파파라치들에 의해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지금도 테라스에 파인더를 겨냥해 둔 파파라치들이, 언제든 메시가 바깥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우욱-! 우우우욱-!”
지금까진 단 한 번도, 리오넬 메시는 사람들의 기대가 부담으로 느껴진 적이 없었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건, 자신의 플레이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사람들의 기대가. 또 동료들이 보여 주고 있는 실망스러운 모습들이 메시로 하여금 현실을 참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한참 변기에 얼굴을 처박고 있던 메시가 힘겹게 일어서서는 세면대의 물을 틀었다.
끼릭-
쏴아아아-
입가를 닦고 입안을 물로 헹궈 낸 뒤, 다소 힘겹게 걸음을 옮긴 메시가 커튼을 조금 열어 바깥을 바라본다. 행여 불이 켜지면 비춰질까 싶어, 한참 전부터는 불도 꺼두었다.
테라스에서 내려다보이는 호텔의 바깥.
손에 카메라를 든 이들 한 무리가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에 열중하고 있다.
털썩-!
“휴우~”
바깥바람이 정말 간절히 필요했던 메시는 결국 포기를 하기로 결정한다. 만약 자신의 안색이 조금이라도 나쁘다면, 그것은 곧바로 기사화될 것이다.
그럼 주변에서 몸 컨디션을 지겹도록 물어올 텐데, 그중에서도 메시는 동료들로부터의 걱정이 가장 싫었다.
‘그냥, 내 나라를 위해 뛰고 싶은 건데…….’
힘 하나 없이 침대에 쭉 뻗어 버린 리오넬 메시의 모습 그 어디에서도, ‘구세주(Messiah)’라는 별명에 걸맞은 분위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
2014년 6월 24일. 벨루 오리존치-MG, 31160-413 브라질. 크리스티아누 마차두 거리. 4001-이피랑가. 오우루 미나스 팔라스 호텔(Ouro Minas Palace Hotel. Av. Christiano Machdo. Belo Horizonte-MG, 31160-413 Brazil).
자정이 넘은 시간, 난 잠이 오지 않아 테라스로 나섰다.
드르륵-
“으아~ 춥드아아아아-!”
지금까지 경험한 브라질은 일교차가 꽤 큰 날씨였고, 낮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쌀쌀함이 느껴져 얼른 손에 들고 온 트레이닝 저지를 걸쳤다.
찰칵-!
“응?”
어디선가 찰칵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인근 벤치 아래에서 파인더를 들이밀고 있는 기자가 보였다.
그래서 난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세워 줬다.
“안 추워요?! Nao esta frio? Ist es nicht kalt? Isn’t it cold?”
“하하하!! Esta bem!!”
포르투갈어로 괜찮다고 대답하는 것을 보니, 브라질 쪽의 사람이거나 그런 것 같았다.
저 아래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컨디션이 나쁜가요?!”
“아뇨! 아주 좋아요!”
“그럼 왜 나왔죠?”
“두근거려서요!”
“?!”
“죄송해요! 여기까지만 말할게요!”
다시 아래에서 척 세운 엄지가 보내져 왔고, 난 집요하게 캐묻지 않는 남자에게 같은 엄지척으로 화답했다.
실제로도 잠이 조금 오지 않는다 뿐이지, 컨디션은 무척 좋았다. 잘 쉬고 잘 먹고 또 잘 떠들고 잘 웃고 한지라, 내일 경기에선 최고의 컨디션으로 나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마, 메시도 그럴 것이다.
워낙에 프로답고 또 축구를 즐기는 남자이니만큼, 나와 마찬가지로 100%의 컨디션을 가지고 경기를 임할 거라 굳게 믿고 있다.
“…….”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달은 독일에서 보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듣자 하니 달은 늘 지구에 같은 면만을 보여 준다던데, 참 한결같은 존재다.
그러니.
‘내일 너한테 말해 줄게.’
거의 2년 만에 만난 리오넬 메시는 어땠는지.
또 내가 승리했는지, 아니면 패배했는지.
무엇보다.
“으~ 춥다. 들어가야지. 보아 노이찌!!”
“보아 노이찌!”
드르륵-
탁-!
딸깍-
여전히 아래에 있는 기자에게 인사를 하고 들어와 남은 생각을 이어 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경기가 끝난 뒤에 미련을 일절 남겨 두지 않는 일이다. 후회를 남기는 거야말로, 경기에서 패배하는 것보다도 더 나쁘다.
그러니, 부디.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 줘.’
두근거림에 잠이 오지 않는 밤.
나는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해 본다.
***
[메시 VS 다온. – ESPN(미국)/2014.06.24.(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