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9)
38화
작년 컵 대회 결승에서 미트윌란을 3 : 2 로 꺾으며, 유로파 3차 리그 진출을 결정지은 바로 다음 날.
헨릭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을 했었다.
[난 이제 리보르노로 갈 거야. 왜냐하면, 거기에 내 꿈이 있거든. 그러니 이제부터는 네가 이 클럽의 주전 풀백이야.]팀이 재계약을 제안한 상황에서, 헨릭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대신 그의 오랜 꿈이 있는 이탈리아 무대로 향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어린 시절 우상인 알레산드로 네스타(Alessandro Nesta)가 뛰고 있는 밀란과 만날 나를 기대한다면서.
갑작스러웠던 헨릭의 이적요청에, 팀은 크게 당황을 했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모르텐이 떠나고 팀의 중심을 잡아줄 이들이 필요했던 시점에서 헨릭 킬덴토프는 무척이나 중요한 입지를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헨릭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덴마크를 떠났다.
내게, 그가 부적처럼 사용했던 목걸이만을 남겨둔 채.
지금 내 라커엔, 그것이 거울 옆에 걸려 있다.
“슬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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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6일. 오덴스, 덴마크. 회슈트럽베이 7B. 트레-포 파크.(TRE-FOR Park. Højstrupvej 7B. Ondese, Denmark).
·경기시작 10분 전
Odense BK 0 : 0 FC 노르셸란
& Match`s Best Eleven (노르셸란/상대팀)
& Match`s Tactics (노르셸란/상대팀) : 4-3-3/4-4-2
GK ? 예스퍼 한센 / GK ? 슈테판 베셀스
RB ? 김다온 / RB ? 에스펜 루트
CB ? 안드레아스 비엘란 / CB ? 안데르스 M.크리스텐센
CB ? 마이클 파크허스트 / CB ? 토르 레기니우센
LB ? 시주 킹 / LB ? 크리스 쇠렌센
DM ? 에녹 아두 / RM ? 베르나르드 멘디
CM ? 니콜라이 스톡홀름 / CM ? 한스 안드레아센
CM ? 올루프 뫼르크 / CM ? 안드레아스 요한손
RW ? 토비아스 미켈센 / LM ? 바쉬킴 카드리
LW ? 라베즈 라완 / ST ? 라스무스 포크
ST ? 미켈 베크만 / ST ? 피터 유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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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은 충분했고, 우린 실전에서 뛸 준비를 마쳤다.
새로운 신입생들을 보강한 것만큼 기존의 선수들도 많이 빠진 상태이기에, 사람들은 우리가 예년처럼 중위권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말하는 중이다.
마음대로 떠들라지.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결국, 모든 것은 결과가 증명할 테니까.
“늦었네. 준비는 됐어?”
“네.”
“좋아. 그럼 다들 여기로 모여.”
입장을 준비하기 전, 스톡홀름이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라커의 앞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곤 올해는 예년보다 팀이 더욱 잘 준비되어 있으며, 성적 역시도 훨씬 더 나을 거란 식의 말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덴마크의 속담을 덧붙였다.
“적이 개미 크기라고 해도, 항상 코끼리라고 여기자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JA!”
“좋아! 가자! 우린 오늘 경기에서 이길 준비가 됐어.”
스크럼을 짜고 몇 번 크게 소리를 내지른 뒤, 우린 돌아서서 입장을 준비해야 하는 복도로 향했다.
홈 팀 오덴스의 선수들이 먼저 나와 있었고, 우린 그들과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페어플레이를 다짐했다.
그리고 난, 오덴스의 핵심 전력 중 하나인 바쉬킴 카드리(Bashkim Kadrii)와 인사했다.
카드리는 오늘 나와 가장 많이 부딪칠 상대다.
“Hej.”
“Hej. 오늘 컨디션은 어때?”
“글쎄. 그래도 널 막을 만큼은 되는 것 같은데?”
“아이고 무서워라.”
피식하고 웃어넘기는 카드리.
그는 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진짜.”
“응?”
“나중에 나한테 욕이나 하지 말라고.”
“······?”
카드리의 눈이 살짝 크게 떠진 순간, 근처에서 입장을 시작해도 좋다는 진행요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게 뭐라 말을 하려던 그이지만, 그럴 수 없다.
라커와 복도에서 느꼈던 공기는 밖으로 몇 발을 내디딘 순간 완전히 바뀌어, 내게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해오고 있다.
꽤 많이 들어차 있는 관중석에는 온통, 오덴스를 상징하는 푸른색과 흰색의 체크무늬뿐이다.
“준비한 걸 기억해! 침착하게 하자고!”
작년 후반기,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게 된 캐스퍼 감독님은 무척이나 어려운 시간을 보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많은 준비를 해 오셨다.
이는 지난 연습들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들이다.
다만 지금도, 감독님은 약간 초조해 보인다.
본래도 약간 자신감이 부족한 분이긴 했다.
“신경 쓰지 마. 캐스퍼도 긴장되는 거니까. 우린 저 모습에 휘둘리지 말고, 우리의 플레이를 하면 돼. 알겠지?”
“JA.”
분명 저 모습은 감독이라기엔 신뢰가 부족할 만한 장면이었지만, 얼마나 긴장하고 계실지를 잘 알고 있기에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래도 다음에는 저러지 않으셨으면 하지만.
일단, 지금은 경기가 우선이다.
삑-!
전반전의 선축은 우리.
뒤로 돌린 패스를 전달받은 스톡홀름이 최후방으로 볼을 연결해 빌드-업을 시작한다.
오덴스의 전술은 겉으로는 두 줄을 나란히 세운 4-4-2 포메이션을 차용하고 있지만, 실제 배치된 선수들의 성향은 매우 공격적이었다.
미드필드에 배치된 네 사람 모두 중앙이 아닌 2선 자원으로 봐도 충분했는데, 우린 그쪽에서 공간이 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올루프가 예상을 깨고 선발로 출전한 것 역시, 바로 저곳에서 발생할 거라고 믿는 공간을 노리기 위함이다.
“여기!”
그리고 계획대로, 올루프는 부지런히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에서 뛰어다니는 중이다.
또 나는 오덴스의 왼쪽 풀백인 크리스 쇠렌센과 왼쪽 미드필드 바쉬킴 카드리. 마지막으로 중앙 미드필드 중 왼쪽에 치우친 한스 안드레아센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저들이 올루프의 부지런함에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를 살펴, 나의 구체적인 움직임을 결정할 생각이다.
그때까진, 내 기본적인 임무는 수비다.
촤—–악!
“크윽-!”
깨끗하게 들어간 태클에 카드리가 바닥을 구르고, 파울이 선언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나는 자연스럽게 사이드라인으로 걸어가 스로인을 준비했다.
카드리가 잠깐 파울이 아니었냐며 짧은 어필을 해보았지만, 그도 진실을 알았기에 항의가 길어지지는 않았었다.
난 그런 그에게 한마디를 보탠다.
“뭐야? 벌써 우냐?”
“뭐?! 헛소리!”
볼을 받아주기 위해 가까이 온 올루프가 다시 리턴을 보내오고, 안정적으로 볼을 트래핑한 나는 압박을 시도하는 카드리에게서 볼을 지켜낸 뒤 파크허스트 쪽으로 볼을 보냈다.
그리곤 축구공이 움직이는 것에 맞춰, 수비의 폭을 약간 좁혀나갔다.
‘대충 파악은 됐고.’
보통 공격하는 측이 측면에서 공간을 만들려고 시도할 때, 수비가 보여줄 수 있는 대처는 대강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실제론 더 많지만, 큰 범주에서 세 가지라는 말이다.
우선 첫 번째론 정직하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선수에게 맡기는 게 있고, 다음으론 일단 볼을 쥐도록 허락하며 위험지역이라고 판단한 곳까지는 접근을 허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올루프! 여기!”
이것이 바로, 상대가 올루프의 움직임에 대처하는 방법이었다.
오덴스는 미켈센이 중앙으로 침투하길 즐겨한다는 걸 고려해, 레프트백인 크리스 쇠렌센에게 중앙지향적 플레이를 지시했다.
그래서 올루프가 2선과 3선 사이의 빈 공간에서 패스를 받아들면 미켈센이 중앙으로 쇄도하는데, 이때 쇠렌센 역시 우측 측면을 비워두는 전략으로 빈 공간에서 오는 골치를 제거하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왼쪽 수비가 얇아지게 되는데,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카드리가 아래까지 내려와 측면 수비를 담당했다.
즉, 지금처럼 카드리만 벗겨낼 경우.
“빠졌어!”
“바쉬킴! 뭐야?!”
매우 편안하게 상대방의 위험지역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더군다나 카드리는 공격형 윙어로, 수비적인 능력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난 앞쪽의 빈 공간에서 탄력을 받았고, 카드리를 만났을 땐 거침없이 질주할 수 있었다.
오덴스의 수비는 미켈센을 쫓느라 깊숙이 내려앉은 상황.
오프사이드 라인은 무너진 지 오래다.
“올루프!!!”
『오덴스 BK의 기본 포메이션과 수비라인』
『뫼르크를 향한 대처』
『대처 후 라인의 변화와 생겨나는 공간』
손을 뻗으며 소리를 내지르는 내게, 올루르가 좋은 스루패스를 연결해온다.
그리고 난, 그것을 받아들며 생각했다.
이제 더는, 무턱대고 뛰어다니려고만 하지 않을 거다.
정확한 때가 올 때까진, 힘을 되도록 아껴두려 한다.
물론 나는 풀백이라, 경기 내내 앞뒤로 스프린트를 해야만 하는 일이 잦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처럼, 좋은 타이밍을 포착하는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순식간에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팀의 왼쪽 측면을, 오덴스의 중앙수비수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뭐, 그야 그렇겠지.
빠르게 좌우로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는 그들을 보며, 난 여유 있게 크로스를 띄워 올렸다.
그리고 이 크로스는 미켈 베크만(Mikkel Beckmann)의 머리에 맞은 뒤 오덴스 BK의 그물을 갈라버렸다.
너무나도 쉬운 득점.
골을 넣은 후 그대로 내게 달려온 베크만이 날 안아 들어 올리며 왼쪽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다.
연습 때도 느꼈지만 이 남자, 엄청나게 힘이 세다.
“으아아아아-! 맛이 어때!”
“좋은 크로스였어! 떠먹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고!”
***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보다 한 달여 빠른 덴마크 수페르리가의 개막.
선수단은 여전히 준비에 한창이지만, 스카우트 그룹은 벌써부터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오덴스를 찾은 한 남자.
“또 성장했군. 눈이 부실 정도야.”
분명 지난 시즌 후반기의 김다온은 조금 정체된 것처럼 보였다.
마치 스스로의 장점이 무엇인지 까먹기라도 한 것처럼, 17살의 어린 풀백은 미친 듯한 스프린트와 중거리 슈팅이 아닌 수비와 서포트로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특색이 완전히 사라진 모습에 김다온을 주목하던 열기는 조금씩 식어갔고, 5월 무렵에는 두세 개의 팀을 제외한 모든 클럽이 관심을 끊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허나, 다시 그 관심은 불이 붙을 것 같다.
“아- 빌어먹을! 또 뚫렸잖아!”
“이 병신들아! 대체 왜 자꾸 왼쪽이 비는 건데! 대가리에 똥만 차 있는 게 아니라면, 뭔가 조치를 해봐!”
근처에 있는 오덴스의 팬들은 자꾸만 뚫리는 팀의 왼쪽 수비가 만족스럽지 않아 보인다.
전반 8분에 있었던 이른 실점에 이어, 후반전에도 왼쪽 공간을 뚫리면서 두 번째 실점을 허락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지금 막.
촤르르르르륵-!
“For Satan I helvede!! 환장하겠네! 너네가 내 하루를 망쳐놓았어! 내가 이딴 경기를 보려고 내일 휴가까지 쓴 줄 알아!?”
세 번째 실점에 완전히 화가 난 남성 하나가 거칠게 일어서는 것을 보면서, 턱을 괴고 있던 티아고 로보는 과연 저 남자가 자신의 하루를 망친 주인공으로 누굴 지목할는지가 궁금해졌다.
십중팔구, 그는 베크만의 이름을 거론할 것이다.
‘주먹 한 방은 덤이겠지.’
누구도 화가 난 축구팬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티아고 로보.
그는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메시지를 보냈다.
다시 덴마크로 날아가고 싶다고 말한 본인에게, SL 벤피카의 풋볼 매니저 에두 크루즈는 시간 낭비만 될 것 같다고 했었다.
그만큼 작년 후반기 김다온의 플레이는 실망스러웠고, SL 벤피카도 이제 덴마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하지만 고집이라면 빠지지 않았던 티아고 로보기에, 결국 그는 팀으로부터 덴마크로의 출장을 다시 허락받을 수 있었다.
단, 허락받은 체류 기간은 단 이틀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막, 그것은 2주로 길어졌다.
부르르르르-
메시지마저도 수다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티아고 로보는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건, 5주 동안 묵을 숙소를 새롭게 찾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에 묵었던 그 모텔은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 꼬마. 가족들이 2층을 빌려준다고 했었지?’
어지간한 주당보다 더 술을 좋아했던 16살의 소년을 떠올리며, 티아고 로보는 다음 발걸음을 셸란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오늘 자신의 결정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오랜 경력을 가진 스카우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맴돌고 있다.
***
.경기결과
오덴스 BK 0 : 3 FC 노르셸란
[골] 미켈 베크만 : 전반 8분(김다온), 후반 46분토비아스 미켈센 : 후반 15분(미켈 베크만)
MoM ? 미켈 베크만(평점 9.1/10.0) : 2골 1어시스트
김다온 ? 90분 출전(평점 8.4/팀 내 3위) : 1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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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에서 거둔 3 : 0 의 승리에, 팀은 크게 고무되어 있다.
솔직히, 이런 대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오-오- 노르셸란. 우린 거침없는 항해자······.”
라커룸 안에서 크게 팀의 테마곡을 부르는 이유 역시, 오덴스 BK에게 거둔 이 승리가 그만큼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팀 전체는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모두 주목! 아주 멋진 경기였다! 너무 고마울 정도로 열심히. 그리고 잘 뛰어줬어.”
“휘이익-!”
“작년하곤 다를 거라고요, 캐스퍼!”
“하하. 물론 그래야지.”
밝은 표정으로 등장한 캐스퍼 감독님은 늘 우리가 오늘만큼 잘 할 수 있는 팀이며, 그것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이는 아마도,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었다.
누구보다 조마조마하셨던 분이니까.
“이제 즐겁게 집으로 돌아가고, 다음 시합을 준비한다. 그리고 알겠지만, 우리에겐 갚아야 할 빚이 있다.”
“JA!!! LAD OS SLA SPORTING!!!”
“그래, 바로 그거다! 바로 그게, 내가 보고자 한 거였어!”
지금 막 미켈센이 외친 문장의 뜻은, ‘스포르팅을 박살내 버리자!’였다.
우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스포르팅을 유로파에서 만난다.
비록 바라는 대진은 아니었지만, 팀은 현재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2011/12 시즌 개막전에서 거둔 오늘의 승리가 다음 달에 있을 스포르팅전까지 이어지게 하려면, 그때까지 치르게 될 리그 대회를 훌륭하게 소화해야 할 것이다.
그럴 수 있다는 믿음을 안고, 우리 모두는 오덴스를 떠나 셸란으로 향한다.
“오-오- 노르셸란. 우린 거침없는 항해자······.”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난 창밖을 보며 잠이 들 때까지 팀의 테마곡을 흥얼거렸다.
[ 마치 전혀 다른 선수가 경기장에 등장한 것 같았다. 그는 오른쪽 위치에서 차이를 만들었고, 결국 그것이 우리의 시즌을 망쳐 놓은 주범이 되었다. – 헨릭 클라우젠, 오덴스의 매니저. Via 2011/12 시즌 개막전 패배를 회상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