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90)
389화
2014년 6월 24일. 벨루 오리존치-MG, 31275-000 브라질. 안토니우 아브라항 카람 거리. 1001-상 주제. 미네이랑 경기장(Belo Horizonte-MG, 31275-000 Brazil. Av. Antonio Abrahao Caram. 1001-Sao Jose. Mineirao).
·경기 시작 2시간 전
아르헨티나 0 : 0 대한민국
양 국가의 선수단이 경기장에 속속들이 도착하면서,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Estado de Minas Gerais)의 주도(州都)인 벨루 오리존치는 점차 뜨거워지고 있었다.
리오넬 메시 VS 김다온.
발롱도르 VS 골든 보이.
메시아 VS 원더.
개막 경기 이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오늘의 이 시합을 취재하려는 미디어의 노력 역시 매우 각별하다.
이는 바다 건너에서도 마찬가지다.
.
(후안 마셜) – Fox Sports U.S 스튜디오 호스트
“이것은 매우 특별한 대결입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와 지난 2년 사이에 빠르게 최고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스무 살의 대결이기 때문이죠. 우선, 양 국가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아르헨티나가 기대 이하였다면, 남한은 기대 이상이었죠. 그래서 이 두 사람에게 더욱 주목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제 파트너이자, 사랑스러운 축구 전문가인 마들린과 이야기를 이어 가 보겠습니다. 마들린?”
(마들린 스튜어트) – Fox Sports U.S 스튜디오 패널
“고마워요. 후안. 일단 미국의 여성들이 누구를 더 좋아할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5-11(약 185cm)의 적당한 키에 섹시한 바디? 우~! 이 부분은 확실히 다온의 승리네요. 하지만?! 피치 위에서는 메시가 조금 더 나아 보입니다. 두 사람의 지금까지 행보를 영상과 함께 먼저 말씀드리죠.”
.
이 같은 열기에 의해, FIFA와 각 미디어의 관계자들은 일찌감치 오늘의 경기가 이번 월드컵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월드컵 조 편성이 확정되었을 때부터 미디어들은 김다온이 맹활약을 펼칠 때마다 즐거운 비명을 질러 왔다는 의미다.
특히 몇몇 머리 좋은 미디어는 지난겨울 김다온이 키커랑리스테 뷔케(WK)와 2013 골든 보이에 선정된 직후, 주판알을 퉁기며 오늘 경기에 광고를 내보낼 업체를 경매와 비슷한 방식으로 모집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오늘의 풍경이 만들어졌다.
축구 산업에 깊숙이 뛰어든 기업들은 오늘 경기에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고, 거대한 자본이 주목하자 자연스레 그 냄새를 맡은 이들이 꼬인 것이다.
하지만.
“보이나?”
“네. 잘 보입니다.”
“잘 기억해 두게. 이게 바로, 승리라는 거니까.”
“큭큭큭큭.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최고의 승자는 있는 법이다.
오늘은 ‘아디다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는 현재, 리오넬 메시와 김다온의 공식적인 후원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동시에 이들은, 이번 월드컵의 가장 큰 후원 기업 중에 하나였다.
“축구화는 미리 확인했나?”
“네. 두 선수 모두, 오늘은 그들의 조국을 위해서 뛸 겁니다. 그리고 경기 시작 전에, 각종 소셜 네트워크에 사진을 올리기로 했죠.”
부하 직원의 말을 들으며, 아디다스의 회장 헤르베르트 하이너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오늘 아디다스는 양 선수를 위해 특별한 축구화를 제작했고, 거기엔 각자의 고국을 상징하는 문양과 색이 덧입혀져 있었다. 현재 두 사람이 신는 것과 동일하고, 디자인만 달랐다.
경기가 끝난 직후부터 판매가 시작될 이 특별 에디션은 한정판 형태로 판매될 예정이었고, 하이너는 판매 수익 그 자체보단 이슈가 되는 부분을 더욱 신경 썼다.
특히나 김다온의 경우, 아시아 시장에서 가지는 상품력이 상상을 초월함을 이미 증명했다.
최근 1년 동안 아디다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김다온을 위해 제작한 축구화였고, 이 수입의 약 60% 정도가 중국 시장에서 나왔다.
중국의 어린 선수들 중 절반 이상이 김다온의 축구화를 신으려고 하며, 이미 아디다스는 김다온을 모토로 한 중국의 광고 역시 TV에 방영한 상태였다.
물론 이것 때문에 중국의 고위 관계자들은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지만,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경우 FIFA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 속만 끓이는 상황이었다.
중국 협회는 계약 후 아디다스를 포기하고 나이키를 선택하겠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해 왔지만, 어떠한 쪽이 이득인지는 너무나도 자명했다.
“한국의 독립일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도록.”
“네. 다들 각별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큭큭큭. 좋군. 정말 좋아.”
미네이랑 경기장의 VIP 라운지에 서서 경기장 주변을 내려다보던 헤르베르트 하이너 회장은 이제, 문을 열고 들어선 FIFA의 관계자들을 맞이한다.
***
·경기 시작 1시간 전
아르헨티나 0 : 0 대한민국
경기장의 스피커에서,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All in one Rhythm.’
삼바와 정열의 상징인 브라질답게, 노래 역시 강렬하고 흥겨운 것들로 채워져 있다. 지금까지 내가 경기장에서 들은 노래들 모두가 삼바 리듬이었다.
그런데 알다시피.
【하이얗게 피~어.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도 매일 먹으면 질리는 법이다. 그래서 난 삼파올리 감독님께 미리 허락을 받고, 워밍업 초반 10분 동안 이어폰 사용을 허락받았다.
휴대폰을 한쪽에 놓아두고 블루투스로 연결한 LG사(社)의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은 것이다.
덕분에 내 귀에서는 지금, 한국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꼭 고구마를 먹다 목이 메어 동치미를 마신 느낌이라, 기분이 무척 좋았다.
특히나 이 노래는 꼭 나라는 사람을 말해 주는 것 같아, 독일에 있을 때부터 주구장창 듣고 있다.
【……기이다린 떨림 끝에 다시 나아를…….】
‘피우리라.’
아영이에게 듣자 하니, 가수가 자신의 힘든 시절을 극복한 뒤에 과거를 떠올리며 쓴 곡이란다.
그래서 좋은 거다.
“휴우~”
{“—!!!”}
【Ole Ole Ola…….】
약속한 시간이 되어 이어폰을 빼자, 주변 소리가 들려온다.
군중이 운집했을 때에만 들을 수 있는 특유의 웅성거림과 이번 월드컵의 공식 주제가인 ‘We are One’이 뒤섞여, 순식간에 나만의 시간은 깨어지고 시장 통에 선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거 아는가?
난 시장 통이 좋다.
‘난 거기에서 컸으니까.’
어린 시절 가족들이 유독 재래시장을 좋아했던 건, 그곳에선 항상 많은 식료품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이라는 것도 있었고, 우리 집을 아는 아주머니들은 늘 덤이라며 우리 남매에게 먹을 것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하셨다.
빵 하나가 그리웠던 누나와 나에게 엄마가 재래시장에 가자고 하는 날이면, 우린 항상 공짜로 얻어먹을 호떡이나 어묵을 기대했었다.
지금도 난 거길 좋아하고, 또 이미 보답도 했다.
‘빚은 절대 까먹지 않는 성격이라서.’
한바탕 과격하게 몸을 풀고 난 뒤, 나는 잠깐 주어진 휴식 시간 동안 하프라인 너머를 바라봤다. 그곳엔 리오넬 메시가 있었고, 난 그에게 빚을 졌다.
그러니, 오늘은 그걸 갚아야 되겠다.
“자, 다음!!”
“가자, 가자아-!!”
“하나아-! 두울-!!”
형들과 함께 다시 웜업을 시작하며, 나는 현재의 내게 묻는다. 떨림은 가라앉았는지. 100%의 컨디션으로 임할 각오가 되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내 몸은 즉각 답했다.
만약 내가 자동차였다면,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얼른 달리게 해달라고 소리 질렀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지금은 참아야 한다.
“하나-! 둘-! 하나-! 둘-!”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웜업에 임하며, 나는 끊임없이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오늘은, 내 삶에 가장 중요한 시합이다.
***
(개리 리네커) – BBC 스튜디오 호스트
“대략 30분쯤 남았군요. 이번 시합에 정말로 많은 이목이 쏠려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구세주와 남한의 원더 보이가 맞붙는 날이기 때문이죠. 제 기억엔 지금껏, 아시아 출신 중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끈 선수는 없었습니다. 지성팍이나 분데스리가의 붐근차를 포함해도 말이죠. 매우 특별한 젊은이입니다. 일단 그의 활약상을 먼저 보도록 하죠.”
***
·경기 시작 30분 전
아르헨티나 0 : 0 대한민국
마지막 미팅을 10분 앞두고, 대한민국의 코칭스태프들은 최종 점검을 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선발 명단을 보셨죠?”
“그래. 물론이야.”
“나가서 봐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당신의 말이 들어맞는 것 같아요.”
일찌감치,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 호르헤 삼파올리는 아르헨티나가 오늘 다이아몬드 형태의 4-4-2를 들고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30분 전 선발 명단을 확인했을 때, 삼파올리의 스태프들은 그 예상이 90% 정도 맞아떨어질 걸로 예상했다.
1차전에 선발로 나선 우고 캄파냐로(Hugo Campagnaro)가 빠진 자리에, 페르난도 가고(Fernando Gago)가 대신 들어섰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4-3-3의 가능성은 남아 있었지만, 삼파올리는 사베야의 성격을 믿고 있었다.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선호하는 감독들은 자신들이 보수적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두 개의 방식을 선호한다.
하나는 자신들의 철학을 절대적이라 믿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본인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감추고자 과거의 것을 끌어와 새로운 것인 양 밀어붙이는 것이다.
아르헨티나가 보스니아를 상대로 졸전을 펼치고 자국 미디어로부터 두드려 맞은 순간, 삼파올리는 사베야가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새것인 것 같은 오래된 것’을 전술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엔, 대한민국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라는 오만함 역시도 섞여 있었다.
‘빌라르도 주의’에 기반한 알레한드로 사베야는 항상 ‘비엘사시즘’을 따르는 감독에 한발 앞서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것이 잘 발휘되었기 때문이다.
‘수비’를 지향하는 축구가 점차 낡은 것이 되어 가는 지금, 사베야는 대한민국이란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팀을 상대로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다는 거다.
게다가 다이아몬드 4-4-2는 현재의 아르헨티나에게 있어 매우 그럴듯한 전술이다.
최전방에 자유로운 포처(Poacher) 스타일인 이과인과 아게로를 동시에 둘 수 있고, 중원에 박아 두는 역삼각형 형태의 미드필드 사이에 메시를 놓아둘 수 있다.
리오넬 메시에게 가장 많은 자유를 부여할 수 있는 전술이며, 원맨(One Man)팀인 아르헨티나에 딱 들어맞았다.
삼파올리가 볼 때에도, 현재의 아르헨티나는 완성된 팀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절대적인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었기 때문이다.
“다들 볼 때 분위기는 어떻지?”
“좋아요. 그 특유의 위축됨이 없었으니까요.”
“첫 경기를 잘 치렀기 때문이야.”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대표팀을 맡으며, 호르헤 삼파올리는 이 동북아시아의 맹주(猛主)가 유럽의 기술을 접목시킨 남미 혹은 아프리카의 국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수준은 최고라 부르기에 많이 부족했지만, 최소 한국의 선수들을 알아 가는 데는 도움이 됐다.
이들은 기세가 오르면 본래의 실력을 100% 발휘하다가도, 전의가 꺾여 버리고야 말면 손쉽게 제압했을 상대에게 고전한다.
정신적으로 불완전하며, 자립적인 부분이 평균치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에 김다온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특별한 것이었다.
한국의 정서에서 김다온은 팀 플레이어와 거리가 멀었지만, 그의 자유분방하고 때때론 이기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성격은 무미건조한 팀에 개성을 더해 줬다.
피치 위에서의 기여뿐만 아니라, 피치 밖에서의 기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가지. 시간이 됐어.”
최종 점검을 끝마친 삼파올리가 라커룸으로 걸어 들어가고, 그 뒤를 코칭스태프들이 따른다. 한국인 수석코치인 강찬일은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살피고 있다.
입장과 동시에 선수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느끼며, 삼파올리는 그들의 앞에 선다.
눈빛에서 느껴지는 결의가, 어느 때보다도 마음에 들었다.
[쉽지 않은 시합이 될 거다. 하지만!!]할 수 있다.
호르헤 삼파올리는 그 어느 때보다, 승리에 관한 전의를 마음속으로 불태우는 중이다.
***
·같은 시각
@아르헨티나의 라커룸
애초부터 이번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측면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만 보더라도, 윙이 주 포지션인 선수는 앙헬 디 마리아와 과거 아틀레티코와 리버풀에서 뛴 베테랑인 막시 로드리게스(Maxi Rodriguez)가 다였다.
하지만 알레한드로 사베야는 단 한 번도, 아르헨티나가 현대 축구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보수적인 ‘빌라르도 주의’를 계승하는 남자답게,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가 늘 최고라 믿었다.
“잘 들어라. 최우선은 실점을 하지 않는 거다.”
“…….”
오늘도 그는 아르헨티나의 선수들 앞에서, 자신의 철학을 주지시키고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선발 명단을 확인한 지금도 마찬가지다.
“측면의 풀백들은 항상, 우리가 충분히 준비가 되었을 때에만 공격을 준비한다.”
하지만.
‘빌어먹을.’
알레한드로 사베야의 이야기를 듣는 아르헨티나의 선수들 중 몇몇은 그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명단만 봐도, 한국의 의도가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아르헨티나엔, 호르헤 삼파올리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를 알고 있는 남자가 둘이나 됐다.
본선 조별 예선 두 경기 연속 선발 센터백으로 나선 에제키엘 가라이와 벤치 멤버로 선택된 엔초 페레즈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지금 에제키엘 가라이는 만족하지 못한 표정으로 자신의 팀 동료를 바라본다.
‘너는 알잖아, 엔초. 안 그래?’
다 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엔초 페레즈를 확인한 가라이가, 다시 사베야에게 시선을 둔다.
“기본적으로 하비에르! 네가 늘 볼을 가져 줘야 한다! 앙헬과 페르난도가 그 주변에 항상 머무르고, 볼을 충분히 간수한 뒤에는 리오를 찾는 거다! 역습을 전개할 때에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보스니아전과 마찬가지로, 알레한드로 사베야는 역습을 아르헨티나의 키워드로 삼았다. 예선 첫 번째 경기를 드러난 한국의 모습이라면, 볼을 점유하려 들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비를 단단히 하여 상대가 라인을 끌어 올리도록 만들고, 늘 최전방에 머무를 세 명의 공격수를 활용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공격을 조립하는 거다.
이를 위해 아르헨티나는 최소 6명의 선수를 수비에 둘 예정이었으며, 그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맡아 줘야 할 이가 바로 앙헬 디 마리아였다.
화이트보드의 앞에 서서, 알레한드로 사베야가 다시 한번 선수들에게 전술의 중요 부분을 점검한다.
하지만 과정이 어떻든 그들의 결론은 같다.
바로, ‘메시에게 볼을 전달할 것.’
리오넬 메시가 측면으로 이동하면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거기에서 출발할 것이며, 중앙에 설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거기에서 출발한다.
이 같은 전략은 아르헨티나에 포진한 다수의 재능을 낭비하는 것이었지만, 사베야는 그런 것은 개의치 않았다.
애초부터 그는 빌드업과 공격을 무시해 왔으며, 리오넬 메시라는 최고의 무기에게 공격 옵션 전체를 일임할 수 있는 상황은 사베야에게 있어 완벽한 환경이었다.
그렇기에 알레한드로 사베야 역시, 다른 수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메시를 향한 맹목적인 신뢰를 지녔다.
그렇기에.
“리오가…….”
그는 볼 수 없었다.
속이 조금 거북한 얼굴을 필사적으로 감추려 노력하는 아르헨티나 주장의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그건 아르헨티나의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메시를 볼 때면, 오직 신뢰만을 생각한다.
이런 상태로, 아르헨티나는 경기를 위해 나선다.
그들의 메시아가.
“후우~”
계속되는 기도에 지쳤다는 것도 모르고.
경기까진 이제, 10분 정도가 남았다.
***
·경기 시작 7분 전
아르헨티나 0 : 0 대한민국
라커룸을 나서 통로로 들어선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한 건, 거의 1년 만에 만나는 친구의 모습이었다.
[에즈!] [에-이!]몇 분이 더 지나면 우린 적이 되어 서로를 겨냥하겠지만, 휘슬이 울리기 전인 지금은 오랜만의 회포(懷抱)를 푸는 평범한 옛 동료의 관계였다.
진한 포옹을 나누며 서로의 등을 두드려 준 우린, 오늘 경기가 끝나면 꼭 전화를 주고받을 것을 약속한다.
[네가 걸 거지? 아니, 아니야. 내가 걸게.] [하하. 그러던지.]그런 뒤에는 근처에 있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와도 인사를 나눴는데, 그는 2년 전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에서 만났던 기억을 아직까지 갖고 있는 듯했다.
또 앙헬 디 마리아 역시, 간단히 눈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아는 사이임을 증명했다.
“성격 좋은 새끼. 넌 그게 되냐?”
“어? 뭐가?”
“곧 시합인데, 그렇게 친하게 굴어도 돼?”
“에이~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너 잘났다, 그래.”
“왜? 질투하셔?”
“아, X나 재수 없어, 이 새끼.”
1일 1구자봉이 없으면 심심한 것답게, 오늘도 나는 자철이 형과 티격태격했다.
“야, 메시는?”
“봤어, 아까.”
“인사는?”
“……안 했어.”
“왜?”
“그냥.”
“?”
메시는 아르헨티나 선수단의 가장 끝에 서 있었고, 나는 그를 가장 먼저 지나쳐서는 가라이를 만났다.
“경기가 끝나면. 그때 대화할래.”
“야.”
“왜?”
“유니폼 받으면, 그거 나 주라.”
“뭐?”
“아니, 너는 집에 있잖아. 그러니까, 메시랑 유니폼 바꿔서 그거 나 달라고.”
“내가 왜?”
“아, 이 새끼. 치사하게.”
안 그래도 나는 오늘 경기가 끝난 뒤에, 메시와 유니폼을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곤 그걸 집으로 가져와, 다시 액자에 박아 지금 있는 것 옆에 두려고 했다.
그러니 절대, 자봉에게 줄 수 없다.
그건 내 것이니까.
“일단 앞이나 보셔. 곧 들어갈 것 같아.”
“아이 씨. 나도 포르투갈어를 할 줄 알았어야 하는데.”
현지의 목소리를 그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나나 청용이 형은, 이번 월드컵 내내 형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것을 한 번 더 지적한 자철이 형이 구시렁거리며 돌아서고, 슬쩍 뒤를 돌아본 나는 다소 수척해 보이는 메시의 얼굴을 바라보며 전의를 다졌다.
‘증명하겠어.’
난 2년 전보다는 분명히 더 나은 선수가 됐다.
그러니, 저 남자에게 그걸 알려 주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앞쪽에서 입장을 하라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다시 고개를 돌린 나는 성용이 형의 등을 바라보며 앞으로 걸어갔다.
푸른 하늘 아래 그 거대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 미네이랑 경기장.
나는 오늘 이곳에서, 메시와 아르헨티나에 꼭 비극을 안겨 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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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Sprots 아나운서
“양 팀 선수들이 드디어 입장합니다! 각각 1승씩을 기록한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F조 1위 자리를 두고 오늘 치열한…….”
***
&Match-Up`s Best Eleven(대한민국/상대팀)
&Tactics(대한민국/상대팀) : 3-6-1/4-4-2(D)
GK ? 정성룡 / GK ? 세르히오 로메로
CB ? 곽태휘 / RB ? 파블로 자발레타
CB ? 김다온 / CB ? 에제키엘 가라이
CB ? 김영권 / CB ? 페데리코 페르난데스
RWB ? 차두리 / LB ? 마르코스 로호
LWB ? 박주호 / DM ?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RAM ? 이청용 / CM ? 페르난도 가고
CM ? 기성용 / CM ? 앙헬 디 마리아
CM ? 구자철 / AM ? 리오넬 메시
LAM ? 김보경 / ST ? 곤살로 이과인
SS ? 손흥민 / ST ? 세르히오 아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