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91)
390화
라볼피아나(Lavolpiana).
정식 명칭 ‘라 살리다 라볼피아나(La Salida Lavolpiana)’는 수비형 미드필드를 활용해 포백을 쓰리백으로 바꾸고 풀백의 전진을 돕는 전술이다.
그리고 삼파올리 감독님은 아르헨티나가 오늘 경기에서 그것을 들고나올 거라고 말씀하셨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를 콕 짚으면서, 그가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드를 오가며 아르헨티나의 후방 빌드업과 풀백의 전진을 도울 거라고 말이다.
그러고 난 뒤, 삼파올리 감독님은 특유의 짓궂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우리의 전술을 이렇게 설명했었다.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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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문) – SBS Spots(케이블) 해설위원
“아, 지금 김다온 선수의 위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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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볼피아나 알 레베스(Lavolpiana al reves).”]한국어로 표현하자면, 뒤집힌 혹은 거꾸로 된 라볼피아나. 그리고 이런 명칭이 붙게 된 핵심적인 이유를 역할로 소화해야 하는 게 나다.
출발은 센터백들의 정 가운데에서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공격이 시작될 때면 메디아푼타(Mediapunta/AM)에 선 메시를 막기 위해 젝서(Secher/DM)로 올라선다.
그가 도중 측면으로 움직이게 되면, 나 역시 측면으로 움직여 주고 양쪽 풀백은 그럼 나를 도와 2:1로 메시를 마크하거나 아니면 중앙으로 좁혀 패스길을 막는다.
무척 난이도 높은 어려운 전술.
그렇지만, 할 수 있다.
[욱-!]삐—익!!
삼파올리 감독님은 강팀 아르헨티나를 잡으려면, 이 정도의 위험 부담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메시가 바닥을 구르고 그의 허벅지를 다리로 걸어 버린 나는 주심 밀로라드 마지치(Milorad Ma?i?), 세르비아 출신 주심으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는다.
아직 전반 2분. 벌써부터 경고라도 받으면 곤란한지라, 최대한 주심의 앞에서 공손한 태도를 취한다.
이런 것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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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아나운서
“지금 보면 김다온 선수가 리오넬 메시를 전담 마크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박지성 선수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안드레아 피를로를 따라다닌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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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넘어진 메시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실은, 여전히 그와 눈을 마주치고 있지 않다.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살짝 인상을 찌푸렸던 메시가 주저앉은 상태에서 양말을 한 번 정돈한 뒤 몸을 일으켰고, 거기에서 눈을 뗀 나는 주변을 돌아보며 형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기! ……영권!! 저기!! 움직여!!”
축구에서 전력의 열세에 있는 팀이 상대적으로 강한 팀을 꺾기 위해선 실수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실력이 부족한데 실수까지 하면, 결과는 뻔해진다.
삐-익!!
대략 35m 지점에서의 프리킥.
메시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볼을 보내오지만, 먼저 좋은 위치를 선점한 태휘 형님이 헤더로 클리어를 해낸다.
그것은 곧바로 흥민이 형에게 갔고, 일단 형은 축구공을 뻥하고 걷어차 아르헨티나 진영으로 보내 버렸다. 양 팀 모두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 속도가 순간 늦어진다.
하지만 절대로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
템포는 우리가 아닌 저들의 무기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남미의 국가들은 엿가락처럼 템포를 늘렸다가 그것을 가위로 뚝뚝 끊어 내며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다.
그 방법은 주로.
‘지금 이런 거.’
롱패스.
세트피스 가담 후 수비 진영으로 돌아가던 가라이가 패스를 연결받고 돌아선 순간, 나는 그가 중원을 거치지 않고 길게 축구공을 찰 거라는 걸 알았다.
벤피카에서도 자주 봤던 플레이다.
그래서 난.
“올라가-!!!!”
축구공이 에즈의 발을 떠나기 전 크게 외치며, 수비 라인을 위로 끌어 올렸다. 좌우에 있던 네 명의 수비수들이 함께 올라서며 골키퍼 사이 공간에 아게로를 남겨 뒀다.
기회라고 생각한 관중들의 환호성이 잠깐 높아졌지만, 이내 그것은 휘슬 소리에 묻혀 사라진다.
세르히오 아게로의 오프사이드.
장담하는데, 자주 이런 장면이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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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 KBS 해설위원
“조금 더 경기를 지켜봐야 되겠지만, 삼파올리 감독이 이런 식으로 포메이션을 짠 것엔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도 아르헨티나의 롱패스 타이밍에 맞춰 최후방 수비수들이 잘 움직여 줬거든요? 이게 만약 연습된 것이라면, 굉장히 완성도가 높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종우) – KBS 아나운서
“전반 초반 아르헨티나의 공세가 펼쳐지고 있지만. 대한민국, 그것을 잘 넘겨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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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3분이 넘어가고 있다.
일단 지금까진 아르헨티나가 기세를 올려 가는 흐름이었고, 전반 5분이 넘었을 때 우리가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면 주도권을 가져올 수도 있다.
상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순간엔 무리해서 같이 맞부딪치기보단, 가드를 올리고 라인을 낮추는 게 낫다.
최전방에서 볼을 잡은 흥민이 형은 쉽게 고립되어 볼을 빼앗겼지만, 아르헨티나 역시 빠르게 빌드업을 가져가지 못하고 골키퍼에게로 볼을 돌린다.
그리고 그걸 본 순간, 머릿속에서 삼파올리 감독님과 가진 비디오세션이 떠올랐다.
아르헨티나의 불안 요소 첫 번째.
[“로메로는 일관적이지 못하다. 슈퍼세이브를 많이 보여 주긴 하지만, 계속된 압박을 받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그는 무척 본능적인 골키퍼다.”]예전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었겠지만, 바이에른 뮌헨에서 노이어와 함께 한 시즌을 보내고 난 지금은 골키퍼의 안정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다.
펩이 극단적으로 라인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도 최후방에 노이어가 머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수비수들도 노이어가 있기에 수비 진영의 30m 정도를 비워 둘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골키퍼가 자꾸 볼 처리에 있어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 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럼 센터백의 전진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그것은 중원에서의 숫자 다툼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라볼피아나를 택한 상태에선, 센터백이 낮을수록 수비형 미드필드의 이동 거리가 증가한다.
지금은 전반 초반부라 아르헨티나가 정상적으로 진영을 갖췄지만, 우리가 제대로 경기를 풀어 나간다면 마스체라노가 뛰는 거리를 더 늘릴 수 있다.
그렇지만 일단 지금은.
“나 올라가-!!”
수비를 해야 할 때다.
형들에게 크게 외친 뒤, 나는 하프라인 바로 아래까지 올라서서 리오넬 메시를 밀착 마크했다.
볼을 갖고 있던 앙헬 디 마리아가 슬쩍 이쪽을 쳐다보다, 왼쪽 넓은 공간으로 패스를 보낸다. 그러자 메시는 천천히 뛰어 볼이 있는 주변으로 움직였고, 난 계속 그를 따랐다.
왼쪽으로 크게 벌려 준 이과인이 두리 형님과 1:1을 시도하고, 볼을 차 넣었던 그는 여의치 않자 비명을 지르며 넘어진다.
그렇지만 주심은 쓰러진 이과인을 보며, 얼른 일어나라 손을 휘젓기만 한다.
훌륭한 판단이다.
아르헨티나의 선수들은 남미답게 쇼맨십이 굉장히 좋다. 때때론 배우처럼 바닥을 구르며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다가도, 곧 있으면 벌떡 일어나 잘도 뛰어다닌다.
그래서 주심의 올바른 판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액션에 속지 않는 냉철한 판정이 필요하다.
“천천히! 눌러! 눌러.”
두리 형님으로부터 패스를 전달받은 성룡이 형은 사전에 지시받은 대로 템포를 늦추고 있다.
무승부가 만족스러운 것은 우리 쪽이기에, 경기가 느려지면 질수록 아르헨티나가 먼저 반응을 할 것이라는 게 삼파올리 감독님의 생각이다.
충분히 시간을 끈 성룡 형님이 영권이 형에게 패스를 보내고, 그것은 잠깐 왼쪽 측면으로 움직였다가 다시 중앙으로 돌아왔다.
아게로-이과인이 열심히 전방 압박을 하지만, 우린 후방에 다섯 명의 선수를 두고 있어 숫자싸움이서 상대가 안 됐다.
의외라면 메시의 전방 압박 시도가 없다는 것과 아쉬운 점이라면 아르헨티나의 양쪽 풀백이 전진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 정도다.
확실히, 현재 아르헨티나는 수비적인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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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모브레이) – BBC 코멘테이터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남한.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이미 좋은 경기력을 보여 줬죠. 초반, 아르헨티나의 공격 시도를 손쉽게 흘려 내고 있습니다.”
(필 네빌) – BBC 공동-코멘테이터
“첫 번째 경기와 지금 짧은 시간 동안 본 감상을 정리하자면, 무척 잘 조직되었다는 겁니다. 3년가량 이끌어 온 호르헤 삼파올리가 좋은 팀을 만들었다고 봐야 되겠죠.”
(가이 모브레이)
“남한에는 좋은 선수들이 꽤 됩니다. EPL과 독일 분데스리가 소속의 선수들이 많죠. 그중에서도 특히 다온은 가장 핵심적인 존재입니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에서 내내 환상적이었습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오늘도 그는 본래의 자리를 버리고 센터백으로 왔습니다.”
(필 네빌)
“뭐라 표현을 할까요?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만능 칼입니다. 빵이나 고기를 썰고, 와인의 코르크를 따고, 원한다면 장작도 팰 수 있을 겁니다. 상상해 보세요. 저런 선수가 있다면, 감독이 얼마나 편해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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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 05분
아르헨티나 0 : 0 대한민국
전반 5분이 지난 것을 확인한 호르헤 삼파올리가 벤치에서 일어나 테크니컬 에어리어 앞으로 걸어 나간다.
지금까진 아르헨티나의 진영과 전술을 신중하게 살피며, 본인의 전술 노트에다 열심히 펜을 움직이고 있었다.
“키-! 키-!!”
빌드업과 중원의 핵심인 기성용을 불러, 조금 더 과감한 플레이를 주문하는 삼파올리.
사실상 네 명의 중앙 미드필드(이청용-구자철-기성용-김보경)를 내세운 대한민국이기에, 일단 하프라인 부근으로 볼을 운반하면 숫자 싸움에서 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숫자가 부족해진다면 김다온이 전진해 수비형 미드필드 역할을 맡아 줄 수 있는 데다, 측면에서도 최소 동수를 배치해 둘 수 있는 상황이다.
상대방의 전술을 정확히 예측하고 대응책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우위를 점한 지금, 아르헨티나의 초반 공세를 넘기자 대한민국의 점유율이 조금씩 높아진다.
‘할 수 있어. 이 팀이라면…….’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상했던 것과 조금도 빗나가지 않은 아르헨티나의 모습을 보며, 삼파올리가 느끼는 자신감 역시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
·전반 07분
아르헨티나 0 : 0 대한민국
{“오오오-!!”}
오늘 경기 양 팀을 통틀어 첫 번째 슈팅은 우리에게서 나왔다. 페널티박스 부근까지 전진한 두리 형님이 뒤쪽으로 빼 준 패스를 자철이 형이 냅다 후려 찬 것이다.
난이도 높은 골을 자주 집어넣었던 형답게, 어려운 자세에서 나온 슈팅은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빗겨 났다.
자철이 형은 마스체라노의 발을 맞았다며 어필을 했지만, 일단 주심은 골킥을 선언한다.
후퇴해 포지션을 찾아오는 형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메시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러곤 곧바로 몸을 뒤로 돌려, 영권이 형과 태휘 형님에게 손짓했다.
현재 메시의 위치상 내가 전진을 해야 하기에, 형들이 간격을 좁혀 포백을 만들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시작은 5m.
‘그리고 3m.’
또 다음은 1.5m.
아르헨티나의 빌드업 지점이 높아질수록, 나 역시 메시와의 간격을 조금씩 좁혀 갔다.
앙헬 디 마리아가 약간의 보디페인팅으로 거리를 벌린 메시에게 패스를 보내지만, 난 곧바로 달라붙어 피지컬 적으로 강한 압박을 했다.
비록 볼을 빼앗지는 못했지만, 메시는 뒤로 패스를 보내곤 잘 풀리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반복.
5m, 3m.
다시 5m 정도까지 떨어졌다, 빠르게 1.5m로 좁힌다.
‘내가 공부를 조금 많이 했어.’
지금처럼 간격을 유지하는 건, 정말 별것 아닌 일이다. 어차피 난 오늘 메시처럼 프리롤이고, 이런 식의 수비는 어떠한 선수를 상대로 하건 비슷하다.
정작 내가 진짜로 공부를 하며 준비해 온 것은, 메시가 볼을 잡은 이후가 아니라 그 전과 직전에 있다.
우선 첫 번째로, 메시가 절대 우리의 골대를 바라보면서 볼을 잡도록 해서는 안 된다. 패스를 받더라도 등을 진 상태여야 하며, 트래핑 순간 몸을 돌릴 수 없도록 일정 지점까지 볼이 접근했을 땐 늘 밀착 마크를 하고 있다.
또 둘째론, 만약 메시에게 몸을 돌려 볼을 잡는 것을 허락했다면 그가 리듬을 타기 전에 파울로 끊는 것이다.
물론 이 두 번째 방법은, 메시가 볼을 잡은 지역이 위험 지역 밖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삐?익!!
나는 다시 메시의 발을 걸었고, 주심의 반응을 살핀 이후에는 근처에 머물렀다.
하프라인 부근에서의 프리킥이 짧게 처리되어 메시에게 바로 전달될 수도 있기에, 그것에 최대한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내가 10야드 밖으로 움직이자마자, 마스체라노가 짧게 킥을 차서 메시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오늘 경기 처음으로, 나는 제대로 준비가 된 리오넬 메시를 맞이한다.
단정하게 머리를 깎고 또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얼굴을 가득 덮었던 수염을 모두 정돈한 그는, 특유의 템포를 가진 채 툭툭 볼을 치고 들어왔다.
후퇴해라.
후퇴해.
메시의 드리블을 그렇게 외치는 것 같았고, 난 물러서지 않기 위해 두 다리를 꼭 붙이고 기다렸다.
기본적으로 저 남자는 왼발을 선호하지만, 드리블의 방향은 왼쪽 오른쪽을 가리지 않는다. 수비가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고, 모든 것은 그의 선택이 된다.
리오넬 메시는 경기를 주도하는 남자다.
그리고 난, 그런 그를 멈춰야 한다.
어떻게?
애석하게도 아직 거기까진, 공부가 미쳐 덜 됐다.
그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답이 없을 수도 있다.
툭-
“!!”
메시가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여 왼쪽으로 치고 들어갔다.
거기에 반응하려 오른발을 뻗어 보았지만, 축구공과 선수 모두를 놓쳐 버렸다. 재빨리 몸을 돌리는 내 머릿속에선 빨간 경고불이 반짝였고, 열심히 그를 쫓던 와중 오른편에서 움직이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형들은 아직 메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는데, 난 그를 쫓는 걸 포기하기로 하며 방향을 바꿔 달렸다.
말했듯, 난 공부를 조금 했다.
저 남자라면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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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모브레이)
“메시. 오~ 메시! 다온을 따돌렸습니다! 리오넬 메시. 아르헨티나를 위해 드리블합니다. 후퇴하는 남한. 메시. 그리고 디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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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의 경기를 볼 때마다 정말로 놀라운 건, 다른 엘리트 윙어들에 비해 주변을 살피는 빈도가 굉장히 낮다는 부분이다. 볼을 쥐었을 때 그의 시선은 90% 볼에 멈춰 있다.
드리블의 빈도가 잦은 선수가 볼에 시선을 두는 경우가 많은 것은 맞지만, 그중에서도 메시는 조금 특별하다.
그렇지만.
툭-
‘역시!’
메시는 형들을 자신에게로 끌어모은 뒤, 어느새 오른쪽으로 크게 움직여 돌아간 앙헬 디 마리아를 향해 땅볼 패스를 굴렸다.
그러자 앙헬 디 마리아는 패스를 발아래에 받아 두었고, 곧장 디딤발을 밟으며 슈팅을 시도했다.
그런데 천만다행히도.
파앙-!!
툭-!
“?!”
방향을 바꿔 스프린트를 하기로 했던 도박이 먹혀들어 갔다. 패스가 다고 뒤쪽으로 움직인 것도 행운이었고, 디 마리아가 볼을 한 번 잡아 두는 바람에 늦지 않을 수 있었다.
디 마리아의 슈팅은 그것을 막아 내기 위해 뒤에서 태클을 들어간 나의 오른발에 맞고 골라인을 벗어나 버린다.
깜짝 놀란 표정의 디 마리아가 이쪽을 잠깐 쳐다보다 두 손을 머리카락으로 가져갔고, 크게 한숨을 돌린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메시를 쳐다봤다.
지금 저 남자가 주변을 몇 번이나 살폈지?
한 번? 아니면 두 번?
처음 볼을 받았을 때 피치 전체를 크게 보는 것을 보았고, 이후엔 딱히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가능성은 나를 따돌리자마자, 피치 전체를 훑어보았을 경우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말을 하자면, 메시가 저런 식으로 뛸 수 있는 건 매우 좋은 기억력과 공간인지 및 정보 분별 능력을 갖췄기 때문일 것이다.
최소한으로 주변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상이 가능하기에, 그 에너지를 대신 드리블에 쏟을 수 있는 거다.
그래서 더 드리블을 시작하도록 두면 안 된다.
삐-익!!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 코너킥.
이번엔 가라이의 머리까지는 도달한다.
투웅-
하지만 높이 떠오르기만 한 헤더는 골대를 한참 벗어났고, 상황이 한 차례 정리되는 것을 확인한 나는 다시 메시의 위치를 살피며 나아갈 방향을 정했다.
“형-! 여기!”
.
(필 네빌)
“아르헨티나가 금방 코너킥을 얻어 내는 상황에서의 공격 조립은 무척 빠르고 간결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알레한드로 사베야가 바라는 모습이겠죠. 하지만 다온의 커버가 좋았습니다. 마치 메시가 패스를 보낼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앙헬 디 마리아를 향해 뛰어 들어갔죠. 느린 장면으로 보게 된다면 더욱 분명할 겁니다.”
(가이 모브레이)
“메시가 다온을 따돌린 순간은 메시가 승리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결국 무승부였습니다.”
***
·전반 09분
아르헨티나 0 : 0 대한민국
모처럼 한 차례 좋은 공격을 만들고 난 뒤, 리오넬 메시는 묘한 방법으로 움직이는 김다온의 존재가 거슬린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패스가 전해지는 찰나 강한 압박으로 좋은 자세에서 볼을 받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과 볼의 전개와는 상관없이 항상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기술은 훌륭한 것이었다.
그리고 메시는 김다온이 이렇게 뛸 수 있는 이유를 그가 다른 플레이를 포기한 것에서 찾았다.
그는 오로지 자신을 막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고, 충분히 공격에 가담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빌드업과 연계에 중요한 지점을 비워 두었다.
발상을 뒤집은 삼파올리의 전술을 아직 100%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메시는 이제 슬슬 해결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이용해야겠어.’
아르헨티나 진영 깊숙한 지점에서 스로인이 선언되고, 볼을 되찾아오는 것을 확인한 메시는 디 마리아와 공격진의 두 남자에게 각각 손짓으로 지시를 보냈다.
그리고 자신은 투톱의 바로 아래 지점까지 올라와 자리를 잡았는데, 이는 빌드업에 보탬을 주고자 아래로 깊숙이 내려갔던 것과는 반대되는 플레이였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김다온을 사실상 센터백으로 고정시켜 둘 수 있었고, 가까운 곳에 두 명의 동료를 두는 게 가능했다.
이렇게 되면 더는 등을 지고 받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드리블이 아닌 연계로 방향을 틀 경우엔 보다 더 쉽게 수비를 공략하는 게 가능했다.
고개를 슬쩍 돌린 메시가 김다온을 바라본다.
‘공부를 많이 했네.’
거슬린다는 느낌을 주었다는 것만으로, 메시는 김다온의 노력을 인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메시는 괜찮았다.
‘이전에도 겪어 봤던 거야.’
오늘과 같은 김다온의 대처가 처음이 아니었던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매뉴얼대로 지금의 수비 방식을 파훼해 나가기로 결정한다.
“리오-!!”
“!”
툭-
“?!?!”
김다온의 압박을 견뎌 내며 굴러오는 패스에 슬쩍 발을 가져다 대는 메시.
굴절된 축구공은 UFO처럼 부드럽게 떠올라, 김다온의 옆구리 사이를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