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92)
391화
티이잉-!!
{“우오오-!!!”}
.
(배정세) – SBS 아나운서
“크로스바!! 골대! 골대에 맞고 튕겨 나갑니다! 세르히오 아게로의 강력한 슈팅! 하지만 골대가 대한민국 대표팀을 구원합니다!!”
.
전반전 아르헨티나의 공세를 막아 내면 밀어붙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15분이 넘어선 지금 오히려 더욱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 이유는.
‘플레이가 바뀌었어.’
10분 무렵부터 메시의 위치가 굉장히 높은 곳에서 고정되었다. 그는 굳이 무리하게 패스를 받으러 내려가는 대신, 아르헨티나의 라인 전체가 높아질 때까지를 기다렸다.
마치 포스트플레이를 하는 타겟형 스트라이커처럼, 등진 채 패스를 원터치로 처리하며 연계에 들어섰다.
아게로와 이과인이 유기적으로 메시의 앞뒤로 움직이는 사이, 앙헬 디 마리아가 좌우의 측면 중 하나를 골라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공격에 다양성을 더해 줬다.
결코 빠른 공격이 아닌 데다 선수의 숫자도 단 네 명뿐이지만, 이들 넷에 휩쓸리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었다.
간간이 공격을 시도해 보아도, 라인 자체가 워낙 낮은 위치로 내려앉아 있어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아르헨티나의 풀백은 어지간해선 하프라인 부근에 머무르고 있다.
이리저리 답답한 상황.
뭔가 해결책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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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네빌) – BBC 공동-코멘테이터
“확실히 나이지리아 경기 때와는 조금 다릅니다. 제 생각엔 필요 이상으로 위축되어 있는 것 같아요. 수비를 너무 많이 신경 쓰고 있다 보니,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어요. 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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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춤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을 해 본다.
분명 수비 진영엔 우리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
차이가 심할 때는 거의 9:4인 경우도 있지만, 어째서인지 상대가 너무 자유롭…….
‘어?’
잠깐, 지금 뭔가가 떠오른 것도 같다.
상대가 자유롭다고?
“두리!! 주호!!”
“?”
“??”
양쪽 풀백의 이름을 크게 외친 나는 양손과 입을 부지런히 움직여 두 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우선 첫 번째론 중앙에 도움을 주고자 굳이 좁히지 말 것이었고, 다음으론 측면으로 앙헬 디 마리아나 다른 아르헨티나 선수가 올 경우 맨마킹을 하라는 것이었다.
현대 축구는 사람이 아닌 공간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격과 수비의 숫자가 동수 혹은 수비가 적을 때 효율적인 거다.
그러나 지금처럼 수비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면, 공간을 수비하는 일은 오히려 단점을 드러내는 일이 되어 버린다.
1:1에서 뚫리더라도 뒤에서 커버해 줄 선수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면, 공간이 아닌 선수를 막아 드리블을 한다거나 자유롭게 패스를 보내는 것을 막는 게 옳다.
펩도 그렇게 말했었다.
[“쓰리백이 다시 대세가 될 거라고요?”] [“그래. 그 형태는 물론 과거와는 다르겠지. 라볼피아나가 변형될 수도 있고, 비대칭으로 전술을 가져가 한쪽 풀백을 센터백화시킬 수도 있어. 중요한 건, 다시 맨마킹이 중요해질 거라는 부분이야.”] [“왜죠?”] [“그건…….”]축구는 총 22명이 뛰는 스포츠지만, 피치는 이 숫자가 커버하기엔 너무나도 넓다.
과거에서부터 축구가 발전되어 오며 몇몇 지역이 큰 의미를 차지해 왔고, 그 위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1990년대의 감독들은 선수에서 공간으로 초점을 옮겨 갔다.
1998년 프랑스가 4-3-2-1 ‘크리스마스트리’ 전술로 우승을 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이후 축구 감독들은 의미를 가지는 공간을 막아 내는 일에 매진했다.
윙백을 두는 3-5-2가 대세였던 과거가 4-4-2나 4-3-3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 그것을 증명하며, 이제 우리들은 선수가 아닌 공간에 대해 배운다.
하지만 말했듯, 피치는 22명이 커버하기엔 너무나도 넓은 곳이다.
지금까지 의미를 두지 않았던 공간에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기 전까진, 현대에서 프로 축구를 하는 이들 대부분은 전략적 요충지가 되는 공간의 개념을 안다.
그래서 오히려 상대는, ‘현재 축구의 사고방식’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공간에 선수를 배치시킴으로써 자유롭게 패스를 받도록 할 수 있다.
수비하는 쪽은 해당 위치가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일단 상대가 볼을 받도록 내버려 두기 때문이다.
현재 메시가 선 위치만 보더라도,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별로 위협을 쓰지 않았을 지역이다.
메디아푼타(Mediapunta/AM)이긴 했지만 공격에 위협을 주기엔 너무 낮았고, 그렇다고 후방으로 내려와 빌드업을 받아 주는 지점 역시도 아니다.
하지만 저곳에 메시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앙헬 디 마리아 역시, 그것을 안다.
그렇지만.
“아니, 씨팔! 막으라니까-!!!”
습관처럼 앙헬 디 마리아를 가만히 내버려 둔 주호 형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나는 허둥지둥 손짓해 디 마리아에게 달라붙을 것을 요구한다.
뒤늦게 목소리에 반응한 주호 형이 달라붙어 보지만,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디 마리아에게 1:1은 껌이다.
간단히 주호 형은 제쳐졌고, 디 마리아는 왼쪽 페널티박스 모서리 바깥 지점에서 감아 차기를 시도한다.
몸이 굳어 버린 성룡이 형.
덩달아 나도, 망부석이 됐다.
{“오오-!!!!”}
천만다행히도, 이번에도 행운의 여신은 아르헨티나를 외면해 주었다.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빗나간 거다.
“아이 씨팔!! 사람을 쫓으라고 했잖아악-!!”
나중에 혼나더라도, 지금은 할 말을 해야 했다.
주호 형에게 잔뜩 화를 낸 뒤에, 나는 다시 한번 두 명의 풀백에게 선수를 맡을 것을 주문했다.
“야, 김다온.”
“하아?”
“잠깐 바꿔. 뭔 말인지 알겠어.”
“…….”
다가온 성용이 형이 메시를 막는 역할을 바꿔 달라 말한 순간, 내 머리는 곧바로 회전을 하여 어떻게 해야 이 바보 같은 형들에게 힌트를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됐다.
성과 없었던 공격 장면 이후에 다시 우리는 수비를 하게 됐고, 메시를 성용이 형에게 맡겨 둔 나는 디 마리아의 근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 남자가 아르헨티나 공격의 핵심이다.
메시는 자신의 마크 상대가 바뀐 것에 잠깐 당황하는 듯했지만, 침착하게 뒤로 패스를 보낸다.
그렇게 한 차례 후방으로 돈 패스가 페르난도 가고를 거쳐 왼쪽 측면으로 향하려고 할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쑥 내가 등장했다.
탁-!
동시에, 곳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언어는 스페인의 것.
아르헨티나의 것이다.
[막아-!!!] [역습이야!!]사람들은 과거의 축구가 훨씬 더 거칠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걸 단순히 진보(進步)의 의미에서만 해석하려고 한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듯 축구의 기술 또한 나날이 좋아져, 카메라 밖으로 숨길 수 없는 파울을 선수들이 하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축구가 과거에 비해 비교적 부드러워(?)진 것은, 우리가 맨(Man)마킹을 포기하고 존(Zone)을 틀어막기 시작한 게 결정적 요인이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칠 일이 많이 줄어들었으니, 자연스럽게 뒤엉키는 횟수 역시 감소했다는 거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패스플레이가 더욱 화려해진 것 역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패스를 받는 기회가 더욱 늘어나서다.
맨마킹이 조금 더 활성화되었던 시절에는, 경기당 드리블 횟수가 지금보다 현격히 적었다. 대신, 롱패스로 주요 공간에 볼을 보내어 경쟁을 했다.
그러니 우린 알아야 한다.
촤—-악!!
툭-
“?!?!”
패스를 끊어 낸 나는 피치의 정중앙을 따라 아르헨티나의 진영으로 파고 들어갔다.
측면에서 접근한 페르난도 가고가 태클을 시도했지만, 난 축구공을 먼저 띄우고 몸을 뒤따르면서 가고의 슬라이딩 태클을 벗겨 냈다.
흥민이 형이 오른쪽으로 약간 빠져 들어가며 페데리코 페르난데스(Federico Fernandez)를 떨어트려 준 것은 고마웠지만, 저곳으로 패스를 보내면 속도가 죽을 거다.
공간을 넓혀 주는 것에 집중을 하다 보니, 속도를 함께 살려 줄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 저건 도움이 됐다.
페데리코 페르난데스가 흥민이 형을 신경 쓰며 움직이자, 마스체라노는 내게 성급히 달려들기가 애매해졌다.
만약 달려든다면 경고를 감수해야 할 텐데, 지금은 그러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다. 그래서 그는 주춤주춤 물러났고, 덕분에 나는 30m 지점에서 너른 공간을 확보했다.
슈팅을 날리기엔, 넘치고도 남는다.
“후우~”
[?!]내가 숨을 한 차례 고르자마자, 후퇴하던 가라이가 손을 앞으로 뻗으며 외친다.
[막아~!!]그건 아마 나를 막으라는 뜻인 것 같았는데, 벽에 부딪힌 듯 덜컹 멈춰 버린 마스체라노는 혼돈이 온 듯했다.
‘역시 넌, 나를 아는구나?’
가라이의 모습이 괜히 기뻤던 나는, 속마음으로 미소를 띠워 보이면서 오른발을 강하게 휘둘렀다.
퍽-!!
달려가는 가속도 그대로를 머금은 축구공이 아르헨티나의 골대로 날아가고, 특유의 동물 같은 반사 신경을 선보인 로메로가 오른손을 길게 뻗어 슈팅을 굴절시킨다.
{“우워어어-!!!”}
애석하게도 득점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아쉬워하는 대신 뒤를 돌아봤다.
그러고는 손뼉을 쳤다.
“사람을 막으라고! 사람을!! 뭔 말인지 알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린 맨마킹을 하는 것으로, 숫자가 부족하다는 아르헨티나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다.
축구란, 늘 그런 것이니까.
***
·전반 31분
아르헨티나 0 : 0 대한민국
김다온의 위협적인 슈팅이 나온 전반 18분을 기점으로, 양 팀의 경기는 5:5 양상이 되어 버렸다. 공격 숫자가 서로 부족한 탓에, 약간 지루하게 비춰지기도 했다.
{“우—-!!”}
{“좀 더 치고 박고 싸워 봐!! 아깐 잘했잖아?!”}
{“망할 아르헨티나!! 너네가 그럴 줄 알았어!!”}
하지만 팬들이 느끼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피치 위의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양쪽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실은 오라기 몇 개가 끊어져 위태위태해 보이는 상황까지 전개되었다.
아르헨티나는 표면적으로나마 손에 쥔 주도권을 잃기 직전이었고, 대한민국 역시 한순간의 집중력 부족이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위기였다.
파앙-!!
대한민국의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클리어 된 축구공이 아르헨티나의 진영으로 날아가고, 볼을 받으러 페널티 박스 바깥까지 나온 세르히오 로메로는 새삼 깨달았다.
어느새 아르헨티나의 라인은, 오늘 경기를 위해 준비한 것보다 한참 더 높아져 있었다.
물론 일방적인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라인이 높아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볼을 점유한 만큼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고, 오히려 상대의 역습이 전개될 때 더욱 위험한 상황을 맞았다.
만약 손흥민의 퍼스트터치와 이청용의 슈팅이 조금만 더 정교했다면, 어쩌면 실점을 하게 되는 건 아르헨티나가 될 수도 있었다.
팡-
“에즈!!!”
받은 볼을 하프라인 부근으로 보낸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가 팀의 센터백 에제키엘 가라이에게 공간이 너무 많이 비워져 있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인 가라이가 후방으로 조금 라인을 물렀고, 여전히 불만족스럽긴 했지만 로메로는 이 정도면 되었다며 만족하고 위치를 찾아 돌아갔다.
이후에는 천천히 페널티 박스 안을 배회하며, 볼을 잡고 힘겹게 씨름 중인 메시를 보았다.
미디어와 팬들뿐만이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선수들에게도 리오넬 메시는 절대적인 존재다.
컨디션이 다소 저조한 듯, 어느 때보다도 힘겹게 공격을 풀어 나가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주장.
그러나.
‘……왜지? 즐거워 보여.’
로메로가 보기에 메시는 지금 축구를 즐기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볼이 자신에게서 떠날 때마다, 얼굴 전체에 희미한 미소가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월드컵을 위해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소집된 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왜? 무엇 때문에?’
항상 동료들의 앞에선 유쾌하고 믿음직스러운 모습만 보여 줬던 리오넬 메시이기에, 세르히오 라모스는 그가 느끼고 있는 부담감의 실체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축구를 재미없게 느끼게 했다는 것도.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뺏겼어? 또? 이런, 제기랄.’
포스트 플레이 후 턴(Turn)을 하여 드리블을 시작하려던 메시가 볼을 빼앗기자마자, 재빨리 골에어리어 안쪽으로 진입한 로메로가 전방을 향해 크게 소리친다.
“막아-!!! 늦추라고-!!!”
***
리오넬 메시에게 있어, 2013/14 시즌은 잊어버리고 싶었던 한 해였다.
펩 과르디올라에 이어 팀을 이끌던 티토 빌라노바가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났고,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4월에 숨을 거뒀다.
게다가 네이마르의 이적에 밝혀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회장이 사임했고, 유망주 영입 과정에서 FIFA의 규정을 어긴 것이 탄로 나 1년간 영입 불가 조치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FC 바르셀로나는 결국 무관으로 시즌을 끝마쳤다.
이는 FC 바르셀로나 클럽 전체에 매우 심각한 타격을 입혔고, 리오넬 메시 역시 상처를 받았다.
“막아-! 늦추라고-!”
저 앞쪽에서 다급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리오넬 메시는 전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이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일로, 보통 공격 진영에서 볼을 빼앗겼을 때 메시는 즉각적인 수비에 가담하는 대신 에너지를 아끼며 동료들에게 기댔다.
왜냐하면 그런 실수야 아주 드물게 나오는 것이고, 나중에 공격으로 갚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가 달린 이유는 명확했다.
오늘은 그런 식의 되갚음에 자신이 없다.
사람(Man)과 공간(Zone)의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하는 김다온은, 펩 과르디올라가 그토록 강조하는 ‘볼을 빼앗기지 말아야 할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다.
FC 바르셀로나에서 같은 것을 배운 리오넬 메시 역시, 같은 철학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다.
볼을 빼앗기지 말아야 할 지점이란 말은 단순히 역습에 취약하다는 것만이 아니라, 상대에게 있어서도 위험 지역이 될 수 있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지역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메시는 그것까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영리했다.
그렇기에.
촤—악!!
[욱-!!]삐이이이익-!!
메시는 필사적으로 수비를 했어야만 했다.
김다온이 속도를 살짝 늦춘 순간, 가까스로 따라붙은 메시가 뒤쪽에서 위험한 태클을 들어갔다. 다리는 정확히 피하기야 했지만, 멀리에서 보기에도 충분히 의도가 있었던 태클로 오해하기 딱 좋은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그는 경고를 받았다.
오늘 경기, 첫 번째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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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아- 리오넬 메시가 경고를 받습니다! 대한민국엔 분명한 호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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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을 향해 애교 섞인 어필을 한 메시가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절뚝이며 걸어갔다. 다친 것은 아니었지만, 태클을 하는 과정에서 발목이 살짝 꺾였기 때문이다.
그는 걱정하는 벤치와 동료들을 향해 괜찮다며 손을 들어 올렸고, 이후엔 허리를 굽혀 조금 내려간 양말을 끌어 올렸다.
‘넌 여전히 재미있는 녀석이야.’
리오넬 메시는 김다온과의 대결이 무척 흥미로웠다.
더 성장한 그의 모습에 즐거움마저 느꼈다.
분명 자신은 대한민국이 지역 수비를 고수한다는 것을 확인하여, 위치를 조금 끌어 올리는 것으로 변화를 줬다.
중앙 지역을 붐비도록 만들게 되면 자연히 풀백이 가운데로 좁힐 수밖에 없고, 그럼 영리한 앙헬 디 마리아가 스스로 공간을 찾아내어 경기를 풀어갈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자 클래스를 갖춘 공격수인 아게로와 이과인 또한, 거기에 힌트를 얻어 플레이를 바꿀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건 옳았다.
‘10분? 아니, 그것보다는 짧았을 거야.’
하지만 김다온은 갑자기 자신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열심히 소리를 질렀다. 손을 크게 휘젓거나 손가락을 피거나 하며, 양쪽 풀백들에 뭔가를 말했다.
그리고 잠시 뒤, 메시는 변한 대한민국을 보았다.
차두리와 박주호는 앙헬 디 마리아를 밀착 마크하며 피지컬적으로 압박했고, 측면으로 향하는 것이 막히자 중원에서의 숫자 싸움에 뒤쳐진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지지부진해졌다.
여기엔 여전히 메시가 등을 쥔 채 볼을 받도록 만드는 김다온의 압박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몇 차례 메시는 김다온을 돌파해 냈지만, 그럴 때마다 이중 삼중으로 압박이 가해져 왔고 빠르게 리커버리를 해 온 김다온이 뒤로 패스를 보내도록 만들었다.
만약 FC 바르셀로나라면, 대한민국과 같은 방식으로 수비하는 것 역시 충분히 공략할 수 있었을 거다.
그렇지만 그건 불공평한 생각이었다.
만약 대한민국이 아니라 바이에른 뮌헨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더 다양한 방법으로 아르헨티나를 압박해 왔을 거다.
A팀과 클럽을 동등한 위치에 두는 건 불공평하다.
“휴우~”
양말을 모두 끌어 올린 리오넬 메시가 몸을 일으켜, 프리킥을 준비 중인 김다온을 바라본다.
‘우리가 같은 스승을 둬서일까? 우린 참 비슷해.’
엄밀히 따지자면 메시는 라 마시아에서 비롯된 FC 바르셀로나 축구 전체가 스승이었지만, 어쨌든 펩 과르디올라도 그런 라 마시아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그런 펩 과르디올라에게서 지난 1년 동안 축구를 배워 온 김다온은 마치, 라 마시아 출신처럼 느껴졌다.
‘내가 보는 걸, 너도 보고 있어.’
동료가 아닌 상대가 같은 방식으로 축구를 한다는 경험은 리오넬 메시에게도 흔치 않은 일이다. 더구나 지금 김다온이 축구를 보는 수준은, 현재의 자신과 비슷해 보였다.
그래서 리오넬 메시는 앞으로 조금 더 자주 김다온과 맞붙을 수 있었으면 했다.
‘아니면 차라리, 같은 팀이어도 좋고.’
오늘 이전 마지막으로 김다온을 만났을 때, 리오넬 메시는 김다온이 당장 바르셀로나에서 뛸 수 있을 거라고 말했었다. 다니 아우베스에 비유하며, 비슷한 레벨이라 말한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다니 아우베스가 기량적으로 좀 더 위였고, 바르셀로나에서 뛴다고 해도 로테이션 멤버 정도가 적절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인정할게. 너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대야.’
계속해서 김다온을 바라보던 리오넬 메시는, 오늘 중 가장 환한 미소를 얼굴에 드러냈다.
어느새 그를 억누르고 있던 부담감은 연기처럼 사라졌고, 대신 그 자리엔 축구를 즐기는 순수한 감정이 지배했다.
비록 상대는 자신을 뛰어넘어야 하는 벽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메시는 김다온 스스로가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벽으로 남아 있기로 한다.
‘이런 관계도 나쁘진 않네.’
전반 33분.
리오넬 메시는 다시 축구가 즐거워졌다.
그리고.
***
같은 시각.
‘쪼개지 마. 여유 있다는 거야?’
김다온은 메시의 미소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한다.
‘해보자. 죽어도 이기겠어.’
물론 그 역시, 축구를 즐기고 있다.
***
작가의 말 ? 아마 이 경기가 끝난 뒤에, 벤피카 시절 매치업을 다시 보셔도 재미있으실 겁니다. 그때부터 깔아 뒀던 복선이라. ㅡ.,ㅡ
그리고 몇몇 댓글에 첨언을 하자면(스트레스 아닙니다), 처음부터 저는 이런 식의 전개를 그렸습니다.
제 전작에선 희대의 악당이던 펩 과르디올라를 선역으로 바꾸면서, 김다온과 메시를 엮어 가자고 말이죠. 상대적으로 현재까진 호날두의 비중이 부족하긴 하지만, 현재 주로 비춰지지 않거나 간과되는 부분들은 미리 다 풀어놓을 필요가 없어 아껴 두는 것으로 봐주시면 됩니다. 🙂
독자님들의 성원만 있다면, 저는 이 글을 얼마든지 길게 풀어갈 자신이 있습니다.
화요일입니당.
내일 뵐게요.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