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93)
392화
삑-!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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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아나운서
“전반전이 끝납니다! 대한민국. 정말 잘 싸웠습니다만, 전반 추가 시간 에제키엘 가라이에게 헤더 선제골을 허용하며, 0:1인 채로 전반전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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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종료
아르헨티나 1 : 0 대한민국
주목을 받았던 것에 비해 다소 재미가 떨어진 전반이었다. 아르헨티나의 우위 속에 한국이 몇 차례의 날카로운 반격을 보여 줬지만, 사람들이 바라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리오넬 메시. 혹은 김다온의 맹활약 말이다.
정작 전반전에서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아르헨티나의 앙헬 디 마리아였고, 한국에서는 구자철과 이청용이 몇 차례 날카로운 전진 드리블을 보여 줬다.
그렇지만 일부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메시와 김다온 모두, 클래스를 보여 줬다.
특히 전반 35분 이후의 두 사람은,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로가 서로를 끊임없이 견제하고 또 사이좋게 번갈아 한쪽이 다른 한쪽을 억눌러 가며, 시한폭탄이 터지기 직전의 긴장감을 전해 준 것이다.
리오넬 메시는 언제나처럼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견고한 창이었고, 김다온은 그것을 막는 방패였다.
“후반전도 같을까?”
“글쎄. 네 생각은 어떤데?”
“가라이의 득점이 컸다고 봐.”
“그렇지? 나도 그래.”
만약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고 해도, 대한민국은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0:1 패배란 선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감독 호르헤 삼파올리는 대단히 저돌적인 남자였고, 0:1 패배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알레한드로 사베야는 전반 41분과 44분에 허용한 날카로운 역습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고, 1점 차 리드를 지키고자 팀을 더욱 수비적으로 놓아둘 확률이 높았다.
전반전 내내 훌륭한 메짤라(Mezz`ala)였던 앙헬 디 마리아를 딥라잉(Deep-Lying)으로, 페르난도 가고 역시 수비 쪽에 더 비중을 둘 수 있다는 말이었다.
4-4-2 다이아몬드가 사실상 4-3-1-2로 분리된다는 뜻인데, 보스니아 경기 후반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제기랄. 후반전은 더 재미있겠어.”
“내 생각도야.”
알레한드로 사베야가 4-4-2를 4-3-1-2로 만든다는 건, 최전방과 3선 사이의 1인 리오넬 메시에게 아르헨티나의 공격 전체를 위임한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전반전보다 메시에게 향하는 기대치는 더욱 커질 것이며, 그는 조금 더 자주 볼을 받게 될 게 분명했다.
그럼 자연스레 김다온과 얽히는 경우도 더 늘어나게 될 것인데, 경기 자체보다는 둘의 대결을 더 흥미진진하게 지켜본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과연 후반전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짧은 대화를 주고받던 기자들은 후반전의 전개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
@대한민국의 라커룸
정말이지 바보 같았다. 맨마킹을 하지 않은 것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멍청한 실수였다.
기껏 전반전 46분 동안 상대의 공세를 잘 막았었는데, 마지막 20초를 남겨 두고 집중력이 흩어져 허용하지 않아도 될 실점을 내어 주고야 말았다.
메시가 킥을 띄워 올리고 축구공이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향했을 때, 어째서인지 가라이는 홀로 떠 있었다.
누가 막아야 했더라?
아- 형이었지, 참.
동료를 탓해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마크할 상대를 놓친 영권이 형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 내려 머리카락을 손가락을 쓸어 올렸을 때, 곧바로 전반전의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려왔다.
셀레브레이션 순간의 기쁨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르헨티나의 선수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그들의 라커룸으로 향한 반면, 우리는 지금 여기까지 말 한 마디도 없이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
“…….”
싸늘하다 못해 온몸이 얼어 버릴 만큼의 차가운 침묵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무거운 현실이 따갑게 몸 여기저기를 찔러 오고 있다.
전반 종료 직전의 실점이 짜증 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펀치를 한 방 얻어맞았으면 최소한 헛손질이라도 해 봐야 하는데, 그럴 기회마저 박탈당한다.
선수단에 이어 라커룸으로 들어선 삼파올리 감독님 역시, 생각이 많은 표정으로 우리의 앞에 섰다.
짝-!!!
“?”
일단, 박수로 시작이다.
[너희가 모두 상심했다는 것을 안다.]“…….”
[화도 나고, 동료를 탓하고도 싶겠지.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너희도 알고 있다.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늘 일어나는 일이야. 그래서 우리가 이걸 축구라고 부르는 거지.]신기하게도, 삼파올리 감독님의 말은 위로가 됐다.
이것이 바로 축구인 거다.
또 전반 막바지에 실점을 경험하는 건 오늘이 처음도 아니거니와 마지막 역시 아닐 것이다.
[우리는 굉장히 잘 뛰었다. 생각만큼 공격으로 나서는 일이 잘 풀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너희는 제한된 횟수 속에서 기회를 잡았다. 그건 너희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지. 단지 그게 조금 모자랐을 뿐이다.]삼파올리 감독님은 우선, 후반전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선수 교체가 아니라, 몇몇 선수들의 위치를 조절하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것으로 공격에 힘을 실은 것이다.
확실히 전반전 우리의 공격 루트는 많이 제한된 감이 없지 않았다.
흥민이 형은 홀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고, 2선에서의 지원 역시 너무 제한적이었다. 아르헨티나의 공격 숫자가 적었음에도, 2선 라인이 너무 낮았던 탓이다.
지금 바꾼 것이 바로 그거다.
2선 라인을 대폭 높였다.
3-6-1의 가운데를 두 개로 나눠 3-3-3-1을 만들었는데, 내가 후반에도 메시를 쫓을 것을 감안하면 2-4-3-1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우리가 준비한 것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전반전의 내용이 그것을 증명한다! 단지 약간의 조절이 필요했을 뿐이야! 자, 서로를 위해 박수를 쳐라! 이건 월드컵이다! 45분을 남겨 두고 그런 모습을 보이기엔, 너무나도 사치스러운 대회라는 거다! 전력을 기울여라! 우린 이 대회를 무려 4년 동안 기다렸다!]철저히 격려에만 초점을 맞춘 삼파올리 감독님의 팀 토크는 제대로 들어먹힌 것 같았다. 다시 시끄러워진 라커룸 분위기가 그걸 증명했고, 우린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또 동료가 무엇을 바라는지. 혹은 자신이 바라본 오늘 경기를 말하며 정보를 채워 넣었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조용히 옷을 갈아입으면서 남은 후반전을 준비했다.
“…….”
전반전 내내, 나는 정말 메시를 막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그가 플레이를 바꿀 때면 의도를 알아내고자 했고, 스스로 공부해 온 것들을 피치 위에서 수행했다.
그렇지만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메시를 틀어막는 일이 어려워짐을 느꼈다.
여전히 난 그의 볼터치 횟수를 줄이고 때로는 성공적으로 전진을 저지해 냈지만, 뭔가 미묘하게 분위기가 바뀐 것 같았다.
그 미소 때문일까?
“씨팔. 보기 싫어, 그거.”
“뭐?”
“에? 아, 아무것도 아니야.”
“무슨 혼잣말이야? 같이 해.”
“아냐, 형. 아무것도.”
“그러냐? 짜식. 잘했다, 진짜. 너 아니면 그런 거 누가 해?”
고생했다는 의미에서 목 뒤를 주물러 주는 성용이 형을 바라보며, 나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곤 다시 혼자가 되어, 아래를 내려다보며 풀려 있는 축구화의 끈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일단 이것을 질끈 묶는 것부터.
꽈악-
“해보자. 할 수 있어.”
이번 혼잣말은 다행히, 주변에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
@ 아르헨티나의 라커룸
일부 사람들의 예상대로, 알레한드로 사베야는 후반전 아르헨티나를 조금 더 수비적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정말 저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그가 감독이잖아. 그리고 이미 그런 축구로 성과를 내어 왔어.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뭐. 리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깨를 으쓱이며 한쪽으로 걸어가는 곤살로 이과인을 바라보며, 리오넬 메시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가 편다.
사실 그가 보기에도, 알레한드로 사베야는 이상하리만치 수비적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 모습만 놓고 보면, 마치 월드컵이란 대회에 겁을 집어먹은 것만 같았다.
이번 하프타임 때도 사베야는 메짤라로 환상적인 활약을 보여 준 앙헬 디 마리아의 공격 가담을 제한시켜 버렸다.
가뜩이나 풀백의 공격 가담이 부족한 지금, 앙헬 디 마리아의 역할마저 수동적으로 바꾸어 둔다면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정말로 자신에게 모든 걸 맡긴 셈이 되어 버린다.
“휴우~ 내키지 않네.”
“응?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후반전에도 잘해 보자.”
“그래, 리오. 네가 있잖아. 우리는 이길 거야.”
“하하. 그래.”
김다온과 마찬가지로 혼잣말을 방해받은 메시였지만, 그는 곁에 있던 페르난도 가고를 오히려 격려하고 있었다.
자신을 굳게 신뢰하는 동료의 기대가 다시금 어깨를 짓눌러 왔지만, 메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최대한 부드러운 얼굴로 팀원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메시의 이런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봐, 리오.”
“하비에르.”
“네 경기를 해. 부담 가질 건 없어. 제기랄. 우리가 여기에서 진다고 해도 다음 경기를 이기면 16강은 올라가. 벌써부터 너무 그럴 필요는 없어. 네가 보모도 아니잖아? 쟤네들도 다 어른이라고. 그런데 왜 전부 하나같이…….”
“진정해, 하비에르. 난 괜찮아.”
“리오. 난 그냥 네가 걱정이 돼서 그런 거야.”
“그래. 나도 알아. 정말 고마워.”
현(現) 아르헨티나 대표팀 선수단 전체와 관계자 모두. 거기에 마라도나를 포함한 과거 세계적인 선수들과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 메시에게 부담을 짊어 주고 있다.
물론 이 남자가 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인 것은 맞지만, 이런 기대는 공평하지 않은 것이었다.
메시는 이미 충분히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주고 있고, 설령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더라도 실력이나 노력 외의 것으로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말이야.”
“응?”
“정말 대단했지 않아?”
“뭐가?”
“걔 말이야. 다온.”
“???”
뜬금없는 말에 마스체라노의 눈이 커지고, 약간은 초점 풀린 눈으로 멍하니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메시의 입에서 계속해서 김다온에 관한 내용이 튀어나온다.
“라 마시아의 축구를 알더라. 걔는 바르셀로나의 축구를 안다고. 5메트로(Metro/미터), 3메트로. 1.5메트로, 걔는 날 상대하려고 규칙을 만들었어. 앙헬을 맨마크시켜야 한다는 것도 말이야. 그리고 내가 쉽게 몸을 돌리지 못하도록 만들었어, 하비에르. 믿겨져?”
“……아니, 리오. 전혀.”
“응! 나도 마찬가지야!”
세르히오 로메로에 이어,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도 메시의 환한 미소를 마주하게 된다.
사실 지금 그가 전혀라고 대답했던 건, 김다온이 아닌 메시가 이토록 즐겁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는 의미에서 했던 이야기였다.
FC 바르셀로나에서는 훈련 때 자주 이런 해맑은 미소를 보였었지만, 대표 팀만 오면 늘 사람들을 이끄는 장군이 되어야 했기에 같은 미소를 보지 못했었다.
특히나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은 더더욱 심각했는데, 마치 우울증에 걸린 사람 같았다.
하지만 지금 얼굴을 보고 있으면, 누구도 그런 생각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이토록 환하고 악의 없는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우울하다고 말이다.
리오넬 메시의 앞에서 돌아선 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잠깐 멈춰 서서 머리를 긁적였다.
‘대체 뭘까? 리오에게…… 그 녀석은.’
자신이 지닌 감정의 약간의 질투였다는 것을 마스체라노가 알게 되는 건, 한참 지난 뒤의 일이었다.
***
·후반 00분
아르헨티나 1 : 0 대한민국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후반전이 시작되고, 먼저 선축을 가져간 우리는 뒤로 일단 볼을 보내어 천천히 빌드업을 시작했다. 좌우 풀백은 넓게 벌렸고, 그 사이에 성용이 형이 있다.
일단은 저기.
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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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모브레이) – BBC 코멘테이터
“후반전의 시작입니다. 한 점 뒤처져 있는 남한.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면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겠죠. 그리고 아르헨티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 역시 간절히 승리를 바랄 겁니다.”
(필 네빌) – BBC 공동-코멘테이터
“한국이 이 경기를 뒤집으려면 공격적으로 조금 더 뭔가를 보여 줘야 합니다. 전반전 두 번의 좋은 장면을 만들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선수들이 좀 더 용기를 가지고, 아르헨티나를 거칠게 밀어붙여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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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우리는 빌드업 패턴에도 변화를 주었다. 아르헨티나의 중앙 미드필드를 조금 더 측면으로 묶고자, 볼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그쪽 사이드라인에 더 힘을 싣기로 했다.
윙백의 위치를 끌어 올려 미드필드와의 간격을 좁히고, 그 주변으로 중앙 미드필드가 다가가 삼각형을 만들었다.
그러면 나는 센터백의 조금 앞쪽까지 나와 전진이 여의치 않을 경우 볼을 받아 주는 역할을 했다.
탁-
바로 이렇게.
‘……저기.’
파앙-!!
하지만 단순히 그런 역할만 수행한 것은 아니다. 성용이 형이 이 위치에서 하는 것처럼, 피치 전체를 넓게 보며 의식적으로 반대편에 볼을 넘겨주려 하고 있다.
지금도 난 오른쪽 깊숙이 뛰어든 두리 형님을 보았다.
한 달 뒤에 34살이 된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의 속도와 피지컬로, 두리 형님은 마르코스 로호에게 몸싸움을 이겨 내며 측면을 무너뜨린다.
‘그렇지!’
사실 전반전에 가장 부족했던 것도 바로 저런 부분인데, 아르헨티나의 측면을 공략할 수 있음에도 그런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하려고 들지 않았다.
파블로 사발레타(Pablo Zabaleta)라는 EPL 최고 수준의 풀백이 뛰는 오른쪽이야 그렇다 쳐도, 마르코스 로호(Marcos Rojo)가 있는 왼쪽은 공략해 볼 만하다.
물론 그도 좋은 선수기야 하지만, 두리 형님은 로호의 장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힘이 정말…….
‘이크!’
각자 힘에는 자신이 넘치는 두 남자가 아르헨티나의 왼쪽 진영에서 맞부딪치자, 축구라기보다는 격투기에 더 알맞은 광경이 잠깐 펼쳐졌다.
처음에 밀려났던 로호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더욱 강한 숄더 태클을 시도해 왔고, 그래도 버텨 내자 뒤에서 양발을 사용해 두리 형을 걸어 넘어뜨렸다.
“에?이!!!”
피치 곳곳에서 형들의 목소리가 튀어나왔고, 흥분한 삼파올리 감독님 역시 성큼성큼 걸어와 부심에게 항의를 했다.
휘슬을 분 후 달려간 주심이 마르코스 로호에게 경고 카드를 꺼내 들고, 코너킥보다 훨씬 더 좋은 지점에서 프리킥을 얻어 낸 우린 세트피스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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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후반 초반, 대한민국이 기회를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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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킥은 당연히 성용이 형이 차고, 나는 최후방에 주호 형과 보경이 형을 남겨 둔 채 페널티 박스 바깥 적당한 위치에 서서 흘러나오는 세컨 볼을 대비했다.
185cm의 키로 헤더에 잘 가담하지 않는 나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그것보단 이쪽에 서 있는 게 상대에게 더 위협이라 이러고 있는 것이다.
또 나도 이게 조금 더 좋다.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움직인 성용이 형이 오른발을 휘두르고, 조금 낮았던 킥은 아르헨티나 선수의 머리에 먼저 맞는다.
그대로 멀리 빠져나간 축구공은 스로인이 되고, 아쉬운 입맛을 다신 나는 얼른 메시를 찾아 움직였다.
동점을 만드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기는 했지만, 그거야 다른 형들의 몫이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실점을 막는 거다. 그리고 그러려면, 전반처럼 메시를 묶어 둬야 한다.
두리 형님의 스로인.
청용이 형이 받는다.
하지만 로호가 등장해 볼을 빼앗았다.
좋지 않은 위치.
저긴.
‘온다.’
오른쪽 측면이 높이 올라선 상태다 보니, 마르코스 로호가 볼을 길게 차 놓으면서 드리블을 시작했다. 두리 형이 곧바로 달라붙지만, 놀랍게도 그는 그것을 버텼다.
‘말도 안 돼. 진짜?’
나도 어지간해선 힘에서 잘 지지 않은 편이지만, 두리 형님에게만큼은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연습 때 미니게임을 할 때에도 그렇고, 장난을 칠 때에도 붙잡히면 몸이 굳었다.
본인 말로는 늙어서 힘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하던데, 괜히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두리 형과의 몸싸움을 마르코스 로호는 이겨 내고 있었다. 다소 힘겹기는 했지만 그는 어떻게든 전진을 해냈고, 곁에 있던 앙헬 디 마리아에게 볼을 밀어 줬다.
자철이 형이 달라붙지만, 교묘히 왼발을 쓴 디 마리아가 가랑이 사이로 볼을 통과시킨다.
이젠 본격적인 위기의 상황.
곳곳에서 경보가 울린다.
“돌아가-!! 빨리 뛰어!!”
어느새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온 강찬일 코치님이 연신 손을 휘저으며 소리를 내지르고, 난 주춤주춤 물러서는 와중에도 메시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오프 더 볼도 여간 좋은 게 아니다 보니, 잠깐만 눈을 떼도 메시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다.
‘늦춰야 해.’
성용이 형이 상대의 공격을 지연시키길 바라지만, 제대로 속도를 붙인 디 마리아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 거침없이 전진을 계속했다.
약 15m 정도 드리블을 하여 무주공산을 헤쳐 온 디 마리아. 그리고 그때 나는 퍼뜩 뭔가를 깨달았다.
‘이런, 씨팔.’
메시.
그는 어디에?
‘……없어.’
아까 메시가 서 있던 곳을 슬쩍 확인했지만, 지금 그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고개를 왼쪽으로 틀자, 오른쪽 인테리오(Interio/IF)로 이동한 그가 보였다.
다급하게 몸을 돌린 순간 디 마리아의 왼발이 축구공을 저곳으로 밀어 보냈고, 난 필사적으로 달린 끝에 메시의 앞을 간신히 가로막을 수 있었다.
“후욱- 후우~~”
“…….”
언제나처럼 볼과 나의 다리 사이쯤에 시선을 고정해 둔 메시가, 몸을 완전히 정면으로 둔 채 드리블을 시작하려고 한다.
‘오른쪽?’
아니, 왼쪽.
한쪽으로 상체를 움직인 메시가 곧 반대편으로 축구공과 몸을 가져가고, 섣불리 발을 뻗기보다는 타이밍을 재고 있었던 나는 상대의 리듬을 어떻게든 읽어 보려고 했다.
빠르게, 빠르게, 빠르게.
가끔 늘어지지만.
다시 더 빠르게.
‘제발.’
툭-
‘됐다!!’
약간은 운에 기대어 뻗은 오른발이 정확히 축구공에 닿고, 갑작스럽게 볼이 멈추게 된 메시는 한 차례 삐끗하며 피치 위에서 미끄러지듯 넘어졌다.
완벽한 가로채기의 순간.
그러나.
삐—익!!
어째서인지 들려오는 휘슬 소리.
그리고 주심은 지금 앞으로 손을 뻗고 있다.
.
(배정세)
“아…… 김다온의 파울입니다. 위험 지역에서 프리킥을 허용하고 마는 대한민국. 아르헨티나가 지금, 페널티 박스 바로 바깥 부분에서 프리킥을 얻어 냅니다.”
.
난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았고, 주심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소리쳤다.
“이게 파울이라고?! 이게?! 이게 파울이야?!”
지금은 분명, 볼 외에는 건들지 않았다.
하지만 월드컵이란.
“이게 파울이냐고!!”
주심 판정이 가지는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대회였다.
우린 그렇게 후반전 초반, 위기를 맞이한다.
***
작가의 말 ? 이게 불낙이야? 어? 이게 불낙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