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95)
394화
2013/14 시즌, FC 바르셀로나는 결코 최고의 팀이 아니었다.
7년 만의 챔피언스 리그 8강 탈락.
4년 만의 무관(無冠).
연속된 외풍(外風) 속에 클럽의 성적은 최근 몇 년 중에 가장 최악이었고, 사람들은 클럽의 핵심인 리오넬 메시에게 ‘그가 혹사를 당했으며,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추측을 내어놓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리오넬 메시는 지난 4개 시즌에 대한 혹사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었고, 햄스트링을 비롯한 자잘한 부상을 겪으며 단 한 순간도 100%의 컨디션으로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었다.
최고라는 수식어는 금세 사라져 버렸고, 사람들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도전자가 아닌 리오넬 메시와 동급의 선수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메시는 아무래도 좋았다.
개인적인 영예에 집착하는 건, 자신이 가진 삶의 철학에서 조금은 먼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떠들게 놔둬.”]주변이 빠르게 그가 쌓아 놓은 명성 그대로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넘겨주려고 하는 동안, 리오넬 메시는 그것에 분개하는 동료들을 진정시키며 자신의 일을 했다.
그러나 몸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클럽의 사정을 생각해 무리하며 출전했던 것이 화가 되어, 결국 3월부터 메시는 절반 정도의 수준으로 뛰어야만 했다.
모든 것을 쥐어짜 낸 3월 24일 엘 클라시코에서 기록한 해트트릭이 결국 메시의 가장 빛나는 시즌 업적이 된 이유다.
엘 클라시코 이후 치러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서, 메시는 졸전을 거듭했다.
“휴우~ 빌어먹을.”
“…….”
하지만 챔피언스 리그 탈락 이후, 메시는 최근 몇 년 중에 가장 한가한 나날을 보내며 망가진 몸을 다시 회복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월드컵을 앞두고 컨디션을 일정 수준 이상 회복할 수 있었고, 온몸을 짓누르는 부담 속에서도 그다운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유일한 문제점 한 가지.
축구가 즐겁지 않다는 것.
본인의 동기 부여보다 더욱 거대해진 주변의 기대에 부응해야만 했던 메시에게 있어, 축구란 어느새 자신이 자신이기 위해 증명해야만 하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는 결코 그가 바라던 게 아니었다.
“……이봐.”
“?”
동점 이후 새롭게 경기를 준비하던 중, 센터마크에 함께 선 세르히오 아게로를 향해 리오넬 메시가 이렇게 말을 한다.
“볼을 일단 뒤로 돌려. 그리고 넌 최대한 내게서 멀리 떨어져 있어.”
“어? 어, 어! 그래! 물론이야!”
“응. 좋아. 부탁할게.”
골을 성공시킨 김다온이 자신을 스쳐지나 슬라이딩을 하는 것을 보며, 리오넬 메시는 비로소 본인이 저지른 실수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은 대회가 아닌, 자신을 집요하게 추적해 오던 한 남자에 관한 부분이었다.
삐?익!!
경기가 다시 재개되고, 세르히오 아게로가 메시의 말대로 뒤쪽으로 볼을 돌렸다. 그리고 그가 앞으로 향하는 동안, 자리를 지킨 메시는 센터라인 부근에서 움직여 볼을 받아 들었다.
곧장 기성용이 압박을 위해 달라붙지만, 그의 가랑이 사이로 볼을 빼낸 메시는 가볍게 그것을 벗겨 내었다.
그런 뒤에는 왼쪽으로 움직인 앙헬 디 마리아를 찾아 패스를 보냈고, 보기 드문 단거리 오프-더-볼 스프린트로 빠르게 움직여 다시 축구공을 받을 준비를 했다.
조금만 더 늦장을 부리면, 김다온이 접근해 전진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알기에 내린 판단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탁-
‘역시.’
거의 원터치로 패스를 받아 든 순간, 메시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김다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미소가 지어지려고 했지만, 필사적으로 그것을 감추며 드리블을 준비했다.
‘날 공부했을 거야. 그렇지?’
축구 역사에 존재했던 모든 위대한 드리블러와 마찬가지로, 리오넬 메시 역시도 본인만의 리듬을 가지고 있었다.
고저(高低)와 장단(長短)을 자유롭게 오가며, 수비를 현혹하여 인내심을 잃도록 만드는 그런 리듬을 말이다.
브라질의 한 축구 전문가는 드리블러가 지닌 특유의 리듬을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Sirens)의 노랫소리에 비유해 수비가 헛발질을 하도록 이끈다고도 표현을 했다.
실제로 템포를 늦추게 되면, 수비수는 공격수가 망설인다고 생각해 태클을 시도해 온다.
하지만 바로 그때가 드리블러에겐 가장 큰 기회다.
수비수의 선제공격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느냐는 좋은 드리블러가 될 수 있는 필수 조건과도 같았고, 이것만 잘 수행해내도 1:1 상황은 별로 문제가 없었다.
하나, 메시는 그 이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너도.’
메시는 어설픈 속임수로는 김다온을 따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미움받은 계기가 된 프리킥 직전의 상황이 이를 잘 증명했다.
김다온은 인내하는 방법을 알았고, 더 나아가 공격을 막아야 할 올바른 방향 역시도 알았다.
그것이 본능적인 것인지 아니면 학습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메시는 김다온을 챔피언스 리그 상위 무대에서 만난 선수 그 이상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막았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이클 캐릭, 리오 퍼디난드, 네마냐 비디치. 외에도 자신을 괴롭혔던 수비수들은 남과 다른 무언가를 가졌다.
툭-
“!!”
볼을 사이에 두고 대치를 한 리오넬 메시와 김다온은 2초 정도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정말 수많은 생각을 했다.
그것들은 주로 가능성에 관한 것이었고, 각자 창과 방패의 입장인 그들은 본연의 임무를 가장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 중 가장 최선의 것을 좇았다.
먼저 판단을 끝마친 김다온이 정 가운데로 발을 뻗어오자, 거기에 반응한 메시가 오른발을 축구공으로 가져가 볼을 위쪽으로 살짝 띄워 놓는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온다.’
마치 그럴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애초부터 오른발을 들이민 김다온이 편하게 메시가 볼을 가져간 방향으로 몸을 돌리려고 했다.
만약 여기에서 수비수가 몸을 돌리도록 내버려 둔다면, 사실상 볼은 상대방에게 넘겨줘야 한다.
하지만 늘 체격이 작은 축에 속했던 메시에겐, 설사 수비수가 몸을 돌리더라도 볼을 점유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볼을 차 넣는 습관이 있었다.
김다온은 어렵지 않게 몸을 돌렸지만, 메시는 언제나처럼 수비수에 앞서 본인이 밀어 놓은 볼을 따냈다.
이는 모든 수비수에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자, 스스로를 좌절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메시를 막으려 했던 많은 수비수들이 이 단계에서 보통 떨어져 나갔지만, 김다온은 거기까지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계속해서 추격을 하며 어깨싸움을 유도해 왔다.
급정지를 하는 메시.
촤—악!
오른쪽 스파이크로 축구공을 잡아 둔 메시가 잠깐 왼발로 방향을 전환하는 듯하다가, 다시 같은 방향으로 볼을 차 넣으며 드리블을 이어 간다.
순간 가속과 급제동.
다시 또 순간 가속.
완벽한 무게 중심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코어의 힘이 가능하게 했던 이 동작에도, 김다온은 충실하게 반응을 해 메시를 계속해서 압박해 온다.
어느새 주변엔 그를 돕는 선수들도 생겼다.
‘넌 대단해. 그거 알아?’
솔직한 감탄 속, 메시는 궁지에 몰렸다고 판단.
자신을 도울 사람을 찾는다.
‘이런 수비는 대단한 거야. 나는 네가 크리스티아누의 백숏을 막을 때, 정말로 감탄했다고.’
파앙-!
김다온을 포함한 두세 명의 수비수에게 둘러싸이기 전, 슬쩍 뒤쪽으로 볼을 쳐 두는 걸로 공간을 확보한 메시가 앙헬 디 마리아를 찾아내어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자연스레 수비수들의 시선이 볼이 움직이는 곳을 향한 순간, 메시는 디 마리아가 패스를 받는 것조차 보지 않은 채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움직여 들어갔다.
명암이 갈리는 순간.
‘이런 젠장!!’
‘난 너랑 가끔 이렇게 축구를 했으면 좋겠어.’
‘씨팔! 어딜 교묘하게!’
‘우린 같은 축구를 하고 있으니까.’
서로 다른 생각 속에서 메시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를 하고, 패스를 연결받은 앙헬 디 마리아는 원터치로 차두리를 벗겨 낸 뒤에 페널티 박스 모서리를 겨냥해 발을 움직였다.
파앙-
위험 지역이기는 했지만 위기라고 볼 수는 없었던 패스.
수비는 갖춰졌고, 김다온 역시 곧 메시를 따라붙을 것이다.
그러나.
‘네게 알려 주고 싶은 게 있어.’
앙헬 디 마리아의 패스를 슬쩍 쳐다본 메시가, 뒤쪽에서 굴러오는 축구공에 그대로 왼발을 가져다 댄다.
파악-!!
툭-!
“??”
김다온이 채 리커버리를 하기도 전 메시의 왼발에 맞은 축구공이 부드럽게 떠오르고, 그대로 대한민국의 골대를 향한 구체는 몸을 날린 정성룡의 손끝에도 미치지 않는다.
중력에 이끌려 곧바로 떨어져 내린 정성룡의 몸과 함께, 마찬가지로 그 비행을 끝낸 축구공 역시 떨어져 내려 대한민국의 골포스트 안쪽으로 떨어져 내린다.
각도가 거의 보이지 않았던 위치에서의 감각적인 슈팅.
그것이 득점으로 이어진 순간.
{“—–!!!!!”}
.
(안드레스 시모네) – 아르헨티나 TyC 스포츠 코멘테이터
“메시이이이이이이이이-!!!”
.
돌처럼 몸이 굳어 버린 대한민국의 선수들 사이로, 유유히 달려 나간 리오넬 메시가 하늘 위로 번쩍 뛰어올라 가볍게 왼팔을 휘젓는다.
축구공과 골키퍼를 제외한 피치 위의 모든 움직임을 완벽히 통제했던 그의 슈팅에, 온몸에 전율을 느낀 미네이랑의 팬 대다수는 환호하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빠르게 달려온 곤살로 이과인이 양팔을 쭉 펴 들고 돌아선 메시를 안아 올리고, 잠시 뒤 동료들에 둘러싸인 그들은 커다란 목소리를 내지르며 기쁨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의 이런 원더(Wonder)가 하나도 놀랍지 않았다.
왜냐하면.
.
(가이 모브레이) – BBC 코멘테이터
“여러분들은 지금, 이 시대 최고의 선수를 보고 계십니다! 어쩌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젊습니다! 27살이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무섭습니다! 과연 어디까지가, 이 남자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일까요? 리오넬 메시. 그는 분명한 이 시대의 아이콘입니다.”
***
삑-! 삐-익!! 삐?익!!!
.
(배정세) – SBS 아나운서
“아, 경기가 이렇게 끝이 납니다. 대한민국!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후반 중반까지 선전을 펼쳤지만, 후반 막판…….”
.
.경기 종료
아르헨티나 3 : 1 대한민국
[골] (아)에제키엘 가라이 : 전반 46분(리오넬 메시)(대)김다온 : 후반 14분(F.K)
(아)리오넬 메시 : 후반 17분(앙헬 디 마리아), 후반 35분(에제키엘 라베시)
.
정확히 동점까지였다.
실점 후 메시가 믿을 수 없는 슈팅으로 역전을 만든 이후부턴, 우리는 자그마한 펀치조차 날리기 힘들었다. 결국 후반 35분에는 다시 메시에게 실점을 허락했고, 그를 막지 못한 나는 무릎을 꿇은 채 괴로워해야 했다.
난 지금 피치에 드러누운 채로 있다.
숨이 가빴고, 또 지쳤다.
분명 평소보다 덜 뛰었는데.
“씨이-팔.”
패배가 쓰라리고 또 너무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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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 KBS 해설위원
“비록 패배를 했지만, 저는 오늘 대한민국 대표팀에게서 큰 희망을 엿봤습니다. 리오넬 메시가 있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정말 훌륭한 경기를 펼쳐 줬거든요?”
.
.
(차범근) – SBS 해설위원
“저는 오늘 정말 대표팀 선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비록 패배는 했지만, 정말로 잘 싸워 줬어요.”
.
누군가는 우리에게 잘했다고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패배는 그냥 패배다. 선전을 했다느니 아쉬웠다느니 하는 말들은 모두, 아픔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는 노력에 불과하다.
그런 말들이 우리에게 승점을 안겨다 주진 않는다.
심지어, 골득실도 채워 주지 못한다.
“후우~ 흐읏-차!”
숨을 한번 크게 내쉰 뒤에, 난 드러누웠던 상체를 일으켰다. 여전히 엉덩이를 땅에 붙인 채로 앉아, 어디선가 다가온 에제키엘 라베시(Ezequiel Lavezzi)와 악수를 나눈다.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에서만 뛴 라베시와는,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스처를 보니, 나의 유니폼을 바라는 것 같았다.
유니폼이라.
‘어쩐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오늘 메시에게 유니폼을 달라고 요청을 할 생각이었다. 그것에 관해 형들에게도 미리 말을 해 두었고, 그들도 이미 반쯤은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나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이유는 경기 도중의 상황 때문이다.
난 오늘 모욕을 당한 기분이었다.
프리킥도 프리킥이지만, 전반전에 실실 웃어 댔던 것이라든가 중간중간 날 쳐다봤던 눈빛이 싫었다.
필사적이었던 내가 우스워졌고, 무엇보다도 그가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라베시와 유니폼을 교환할 생각에, 나는 앉은 채 상의를 벗은 뒤에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손에 든 유니폼을 건네려고 팔을 뻗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탁-
“응?”
“??”
누군가 내 팔을 붙잡았고, 팔을 따라 시선을 가져가 보니 그곳엔 메시가 있었다.
[이건 내 거야.]“뭐?”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난 양보할게.]“엥? 야, 야! 어디 가? 이거 받아 가야지!”
메시가 다가오자마자, 어깨를 으쓱인 라베시가 곧바로 뒤로 돌아서더니 쿨하게 그냥 가 버렸다.
난 그것이 몹시도 황당했고, 다시 고개를 돌려 팔을 잡고 있는 메시를 바라봤다.
아니, 그전에.
탁-!
메시에게 잡혀 있던 팔을 뿌리치며, 인상을 팍 쓴 채 무슨 짓이냐고 물었다. 스페인어로도 말하기 싫어 한국어로 말했는데, 메시는 내게 유니폼을 달라고 손짓했다.
“뭐? 싫어!”
[그거 줘.]“싫어-! 내가 왜?”
그렇게 한창 실랑이가 이어지고 있을 무렵, 한쪽에서 다가온 가라이가 우리의 사이에 섰다.
어, 이거 어디서 본 장면인데.
[무슨 일이야?] [에즈! 네가 말 좀 해봐. 얘한테 유니폼을 달라고 했는데, 준다고 하지 않아.]가라이가 곧바로 내게 통역을 해 주지만, 이미 메시가 할 말을 알고 있었던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메시와는 유니폼을 교환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통역을 받은 메시가 곧바로 이유를 물어 왔고, 난 거기에도 별로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난 그냥, 싫어. 다른 사람이랑 바꿔.”
[…….]갑자기 물에 흠뻑 젖은 강아지와도 같은 표정을 지은 메시가 어깨를 으쓱여 오는 바람에 마음이 약해질 뻔했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은 나는 그냥 돌아서 버렸다.
지금 마음으론, 난 저 남자를 도저히 좋아할 수 없었다.
“야! 뭐야? 유니폼 교환한다며?”
“형이 해. 난 됐어.”
“뭐? 야, 야! 김다온!”
벗은 유니폼을 어깨에 걸친 채, 난 고개를 푹 숙이고 피치를 빠져나갔다. 어렵게 이곳을 찾아 주었을 팬들에겐,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복도에서 마주친 이과인 역시 내게 유니폼 교환을 제안해 왔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던 나는 미안하다고 말을 하며 라커룸이 있는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오늘의 패배는 무척 아쉬웠지만, 16강의 희망은 남아 있어서인지 분위기 자체는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또 일부는 1:3의 결과가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4년 전의 1:4보다는 나아서 그런 걸까?
그런데 말이야.
‘대체 뭐가 달라?’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나는 축구와의 끈을 풀고 양말을 발목까지 내리면서 발을 빨리 편안하게 했다. 그리곤 의무 팀에게서 아이스 팩을 전달받아 무릎에 둘렀다.
평소처럼 경기 후 관리를 시작한 것이고, 그렇게 조치를 하고 있을 때에 삼파올리 감독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잘 싸웠다. 아쉽지만, 최악은 아니었어.]그래.
저게 정확했다.
분명 준비를 할 때에만 해도, 아르헨티나를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상대의 약점은 명확했고, 우리는 거의 그것을 쥐고 흔들 뻔했다.
하지만, 두 개의 실점이 모든 것을 망쳐 버렸다.
전반전 막바지에 가라이에 허용한 헤더와 동점 후 3분 만에 메시에게 허락한 실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 두 가지 때문에, 우린 상대의 약점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만약 전반전을 0:0으로 마쳤거나 동점 후 최소 10분 정도만 버텼더라면,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둔 우리와는 달리, 2:1 승리는 거뒀어도 상대적으로 불안했던 아르헨티나는 경기력에 있어 증명해야 할 것이 많았다.
동점 상황에서 후반 25분이 넘어가면, 공격 일변도를 취할 아르헨티나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려 볼 수도 있었다.
[얼른 정리하고, 호텔로 돌아가자! 이번 경기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보단, 다음 경기를 생각하는 편이 훨씬 낫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희는 정말 잘 싸웠어.]짝짝짝짝짝-
삼파올리 감독님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들이 박수를 보내오지만, 내 기분은 여전히 축 처져 있다.
이것은 분명…….
‘에이, 썅.’
메시에게 허락한 두 개의 실점이 자꾸만 떠올라, 머릿속에서 사라지려고 하지 않는다. 분명 첫 번째 실점 장면은, 일반적으로 슈팅을 날릴 수가 없는 위치였다.
페널티 박스 왼쪽 모서리 바로 바깥이었는데, 그 지점에서 뒤에서부터 온 패스를 그런 식으로 찰 거라고 누가 알았겠나?
또 두 번째 실점 역시, 왼쪽 수비가 라베시에게 완전히 무너지면서 메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근데 다 핑계야.’
삼파올리 감독님은 내게 메시를 막으란 임무를 주었고, 결과적으로 나는 그에게 실점을 허락했다.
그러니, 난 낙제점이다.
“다온아.”
“??”
“잘했어. 너무 자책하지 마.”
“……네.”
나를 위로하러 온 강찬일 코치님이 어깨를 두드려 주어도, 기분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금 내 머릿속엔 오직.
‘난 아직 멀었어.’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 그것 하나뿐이었다.
***
작가의 말 ? 추가적인 치료 일정이 있어, 목/금 역시 1연재가 될 것 같습니다.
다음 보스니아 경기는 바람처럼 지나갑니다.
그런 뒤엔, 조금 다른 의미의 라이벌(?) 이야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