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98)
397화
2013년 7월 2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프런트 오피스, 대 회의실.
조별예선 경기가 끝나면서, 얼어붙었던 유럽 축구의 이적시장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몸값을 높이려던 선수와 구단에 현실이 찾아든 것이다.
탈락한 국가의 선수들 위주로 이적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뉴욕과의 통화에 한창이다.
“토니의 대체자는 필요치 않다고?”
– 네. 다행히도, 베르나르두가 있으니까요. 아래쪽에서의 임무는 로데가 대신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알겠네. 자네가 그렇다면, 해당 옵션은 철회하겠네.”
–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부분은 어떻게 되어가죠?
“곧 왼쪽 백업 풀백이 보강될 걸세.”
– 멋지군요. 후안입니까?
“그래.”
펩 과르디올라는 최근 직접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에게 전화를 걸어, 발렌시아 CF 소속의 후안 베르나트(Juan Bernat)를 영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3/14 시즌 알리 시소코(Aly Cissokho)가 리버풀로 임대되며 주전 자리를 꿰찬 베르나트는 장차, 스페인 대표팀에 뽑힐 수 있는 재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펩의 요청 이후 루메니게는 클럽에 후안 베르나트의 스카우트 정보가 있는지를 물었고, 스카우트 그룹으로부터 자료를 건네받아 특유의 깐깐한 기준점을 들이밀었다.
과거부터 바이에른 뮌헨은 회장과 단장이 선수 영입의 최종 결정 권한을 가져왔고, 감독의 요청이 있을 경우 시간을 들여 스카우트 대상의 모든 것을 낱낱이 분석해왔다.
이는 단순히 선수의 기량만이 아닌, 바이에른 뮌헨의 문화를 존중할 수 있을지의 여부와 피치 바깥에서의 문제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과거 김다온 역시, 마찬가지의 과정을 겪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어.”
– 그게 뭐죠?
“누구도 그의 정확한 바이아웃 금액을 알지 못하네.”
– …….
–
발렌시아 유스 출신인 후안 베르나트는 현재 별도의 에이전시를 두고 있지 않으며, 그의 계약과 관련된 모든 내용은 가족들이 관리 중이다.
문제는 후안 베르나트의 부모님이 아들이 계속 발렌시아에서 뛰길 원하고 있으며, 조만간 ‘제스티후테’를 에이전시로 선임해 재계약 협상을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재계약을 하게 되면, 바이아웃 금액도 높아질 거야.”
– 서둘러야 되겠군요. 제가 따로 알아보겠습니다.
“동생인가?”
– 네.
“알겠네. 확인 후 내게 메시지를 보내면, 후안과 곧바로 대화를 시작하겠네. 주변을 통해 마음을 떠봤는데, 더욱 큰 무대에서 도전하고픈 열망이 있더군.”
– 그거 잘 됐군요. 그럼.
“그래. 또 연락하지.”
-딸깍-
전화가 끊긴 뒤, 회의실의 주제는 다시 본래의 것으로 되돌아왔다.
“마리오를 빨리 처분하지.”
“네.”
“도르트문트로는 이적시킬 수 없어. 그렇다면 모양새가 우스워질 테니까. 나라 밖으로 그를 보내야 해. 몸값을 전부 챙길 수 있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아.”
시즌이 끝나고 월드컵 합류와 휴가를 위해 선수들이 흩어지기 전, 다음 시즌 자신의 입지를 확인하고 싶어한 마리오 만주키치가 루메니게를 찾았었다.
중요한 시합에서 연이어 명단에서 제외되었던 그는, 더 이상 펩 과르디올라와의 대화를 원치 않던 상태였다.
사실상 둘의 관계는 끝났고, 클럽의 입장에서는 감독과 공존할 수 없는 선수를 두기 어려웠다. 이럴 때 선수의 편을 들어줄 수도 있지만, 뮌헨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
그래서 루메니게는 만주키치에게 이적할 수 있는 팀을 찾아주겠다고 답했다.
차라리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이적을 확답 짓는 게, 감추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얼굴이 빨갛게 변한 만주키치가 분명한 분노를 표출해왔지만, 레반도프스키에게 클럽의 9번을 주기로 결정한 루메니게는 그것 역시 문제가 될 것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실은 3천만 유로 정도로 평가받는 만주키치의 몸값을 떨어뜨리는 계기가 됐다.
만주키치와 그의 에이전시는 클럽을 떠나는 이유가 불화 때문임을 공공연히 밝힐 테고, 바보가 아닌 이상 결별이 확실시되는 선수의 몸값을 전부 지불할 사람은 없다.
실제로 어제부터 세리에 A와 라 리가의 몇몇 클럽이 만주키치 영입에 관심을 나타냈다.
조만간, 만주키치는 공식적으로 클럽을 떠날 것이다.
본인은 이미 라커룸과 스페인 집의 짐을 뺐다.
뮌헨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의사표현임과 동시에, 만약 자신을 붙잡을 경우 그만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시위의 표현인 셈이었다.
“좋아, 다음은 백업 골키퍼로군. 진행 상황은?”
중반부로 치달은 월드컵과 함께, 바이에른 뮌헨의 이적 시장 행보 역시 조금 더 활발히 돌아가고 있다.
***
※ 펠레의 16강전 예측 결과 ? By. Sambafootball(브라질)
1. 브라질 VS 칠레 ? 브라질 승
2. 콜롬비아 VS 우루과이 ? 우루과이 승
3. 네절란드 VS 멕시코 ? 네덜란드 승
4. 코스타리카 VS 그리스 ? 그리스 승
5. 프랑스 VS 대한민국 ? 대한민국 승
6. 독일 VS 알제리 ? 독일 승
7. 아르헨티나 VS 스위스 ? 아르헨티나 승
8. 벨기에 VS 미국 ? 미국 승
***
브라질리아-페데랄 디스트릭트, 70070-701 브라질. SRPN-노스 윙. 이스타지우 마네 가힌샤(Estadio Mane Garrincha. SRPN-North Wing. Brasilia-Federal District, 70070-701 Brazil).
월드컵 준비를 위해 이곳에 오고 정확히 3주 만에, 나는 브라질의 수도에 오게 되었다.
‘잔디가 약간 건조해. 땅도 조금 딱딱한 편이고.’
이곳 이스타지우 마네 가힌샤는 지금까지 경험해 온 브라질의 경기장들과는 약간 느낌이 달랐다. 건조하면서도 딱딱한 느낌은 파주와 비슷했다.
지금 열심히 안쪽에서 물을 뿌려대고 있으니, 그것이 끝나고 난 뒤에야 정확한 감상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 실전을 치를 땐, 잔디에 물을 흠뻑 뿌리고 난 다음일 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론 상쾌하긴 해.’
잔디와 피치의 상태를 확인한 뒤, 몸을 일으킨 나는 천천히 주변을 걸으며 경기장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산책을 하려는 게 아니라, 이 또한 적응의 과정 중 하나다.
이곳의 외관은 마치, 콜로세움을 연상케 했었다.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하면서도 독특했고 또 한편으론 감추고 싶은 일그러진 영웅인 가힌샤의 이름을 따 지은 경기장으로, 총 네 차례의 조별 예선 경기를 소화했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악마의 드리블을 하는 절름발이가 있다…….”
가힌샤는 소아마비를 겪어 왼발이 오른발보다 6cm나 짧았다. 같은 이유로 지적장애 역시 지녔었고, 정서적으로도 매우 불안정해 본능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가졌기도 하다.
세간에 흔히 잘 알려진 동물의 왕국이 따로 없던 사생활도, 이러한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만약 현대에서 그와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유명해지기 전에 먼저 구치소 신세를 졌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가린샤의 시대엔 많은 것들이 지금보다 관대했고, 덕분에 그는 최고가 될 수 있었다.
피치 안에서 가린샤는 펠레와 함께 가장 막기 어려운 선수 중에 하나였고,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그를 뛰어넘는 드리블러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을 한다.
심지어 메시를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만큼 가린샤는 천부적인 선수였다.
그래서 유럽의 스포츠 심리학자 중 일부는 가린샤가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을 앓았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그에 관한 논문 서적도 존재한다.
한 남자의 일대기를 살펴보기엔 현재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제목 정도만 훑고 지나갔었지만, 나는 꽤 그럴듯한 가설이라 생각을 하고 있다.
가린샤.
작은 새.
본래는 작고 흉한 새였지만, 이젠 그 의미가 바뀌었다.
“다온아-!!”
“네에-! 가요오-!”
그렇게 감상에 빠져 피치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 무렵, 준비가 모두 끝난 피치 위로 발걸음을 가져간다. 배수장치가 잘 되었는지, 금방 물을 뿌렸음에도 질척거리지 않았다.
흙의 입자가 굵은 걸까?
아니면 그런 종인 걸까?
형들과 함께 먼저 피치를 달리며, 프랑스에 앞서 우리에게 주어진 2시간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오늘은 적응 훈련 후 호텔로 돌아가 추가 미팅을 가지고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처음엔 괜히 중간 일정이 길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하루 더 여유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족하거나 미흡해서가 아니라, 해도 해도 모자라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뿐만이 아니라 모든 경기에서 늘 그래왔고, 평상시와 다르지 않음에 나는 위안을 얻고 있다.
자신감 뒤에 숨어 있는 불안함을 감춰두는 것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보내온 시간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결국엔 이런 감정마저도 긍정적인 원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작고 볼품없는 사람. 나도 그랬어.’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보면, 나의 폭발적인 신체 성장은 덴마크의 풍족한 식문화 덕분이었다.
덴마크는 전 세계에서 육류 가격이 가장 저렴한 나라 중에 하나고, 육류 섭취량 역시도 많아 15살이 될 때까지 먹었던 고기보다 그곳에서 보낸 기간 먹은 고기가 더 많았다.
그렇게 키와 체격이 성장하기 전까진, 나는 주변 또래보다 훨씬 작은 볼품없는 꼬마였다.
하지만, 결국은 여기까지 왔다.
‘정말 운이 좋았지.’
폴 포그바의 도발 이후 대표팀 내에 타올랐던 전의는 어제 펠레가 진행했던 승부예측 이후에 축 가라앉았다.
겉으론 징크스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다들 은근히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나도 펠레의 인터뷰를 보았을 땐 정말로 힘이 쭉 빠졌다.
괜히 스포일러를 당한 것도 같고, 그 결과가 하필이면 우리에게 나쁜 쪽이라 더 그랬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자, 곧 마음은 안정되었고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것은 결과를 따라갈 수밖에 없고, 펠레가 했던 모든 예측이 100% 반대로 간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가끔 터무니없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맞추는 경우도 꽤 많았다.
그러니 펠레의 저주니 어쩌니 하면서 거기에 신경을 쓰기보단, 우리가 사람들을 [“펠레가 맞췄어?”] 라고 반응하도록 만드는 게 옳다.
모두가 나와 같은 마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경기까지 하루도 남지 않았는데 어영부영하는 건 도저히 나와 맞지 않다.
“뭐로 할까?”
“과일 이름, 과일 이름.”
“과일이 그렇게 많아?”
“뭔 개소리야~ 많지이.”
“야, 말 좀 예쁘게 해. 형한테 개소리가 뭐냐, 개소리가?”
“그럼 시작할까?”
“야! 내 말 안 들려?”
“자, 그럼. 사과!!”
영권이 형을 가볍게 무시해주며, 나는 볼을 가지고 하는 훈련을 시작했다. 사실 훈련이라기보다는 놀이에 더 가깝지만, 오늘은 감독님이 즐기라고 했다.
프랑스라는 강팀을 상대하게 된 지금, 쓸데없이 비장해봤자 좋을 것은 없다고 말이다.
“망고!”
“으읏- 토마—토!!”
“우와아아악-!! 걸렸어!! 걸렸어!!”
“대! 대!! 인디안 밥.”
“어? 어? 왜? 토마토 했잖아!”
“토마토는 채소야, 이 병신아.”
“뭐? 그럼, 방울토마토!”
“그거나, 그거나, 이 멍청아!”
결국 트래핑하며 과일 이름 대기에서 패배한 홍철 형이 벌칙에 당첨되었고, 열심히 등을 두드리는 남은 네 사람의 웃음소리가 ‘작은 새 경기장’ 가득 울려 퍼졌다.
내일도 지금처럼, 경기 자체를 즐길 것이다.
가장 우리다운 모습으로.
***
[역대 전적 1무 2패. 대한민국, 이번에는 프랑스를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 OSEM(한국)/2014.07.02.(오후)] [한국의 손을 들어준 펠레의 예상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미국의 스포츠 전문 배팅 사이트는 프랑스의 압도적은 승리를 예측했다. – 일레븐풋볼(한국)/2014.07.02.(오후)]***
브라질리아-DF, 70316-000 브라질. SHS Q. 6 콰드라 6 콘준투 A BL D. 멜리아 브라질 21(Melia Brasil 21. SHS Q. 6 Quadra 6 Conjunto A BL D ? Brasilia-DF, 70316-000 Brazil).
호텔로 돌아온 뒤, 삼파올리 감독님은 곧바로 우리를 컨퍼런스실로 불러 모아 선발 명단을 발표했다. 전술적인 틀과 마찬가지로, 명단 역시 특별할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방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손님이라고요?”
“그래. 웬 남자더라고. 아이도 둘이나 데려왔고.”
“??”
“베베라고 하면 알 거라던데?”
“?!!!”
스태프의 전달에 깜짝 놀라 머리를 감싸 쥐었던 나는, 의아해하는 주변인들을 남겨두고 잽싸게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베베 라고?
진짜?
포르투갈을 떠난 뒤, 베베와는 서너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기억하고 있던 그의 생일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내가 부상을 입었을 때 베베가 먼저 전화를 걸어주었었다.
들었던 바에 의하면, 그는 지금 코임브라에서 자그마한 사업체를 다시 운영 중이다.
양탄자나 고급 커튼 등에 쓰이는 질 좋은 원단을 유통하는 것인데, 생각보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 순탄하게 발전해 가는 중이라고 했다.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딸깍- 딸깍, 딸깍-
기분 때문이겠지만, 괜히 엘리베이터가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아 발을 구르며 연신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마침내.
“왔다!”
띵-
오랫동안 기다렸던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난 아무도 없는 승강기에 탑승에 로비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자꾸 웃음이 나려고 한다.
“빨리이~ 빨리, 빨리.”
점점 작아지는 숫자에 눈을 고정시켜 둔 채, 나는 다시 또 발을 동동 굴렀다.
5,4,3,2.
그리고.
띵-
[오우-!] [!!] [미안해요옷-!]엘리베이터에서 총알처럼 뛰쳐나오자, 앞쪽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작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래서 난 그에 사과하며 허둥지둥 로비로 나왔고, 멍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봤다.
하지만 어디에도, 베베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때.
[에-이!! 이게 누구야?!] [!!]고개를 돌린 곳엔 내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의 남자가 서 있었고, 두 팔을 벌리고 걸어오는 그에게로 다가간 나는 곧 그를 끌어안았다.
고작 1년 남짓일 뿐인데, 왜 이리 오랜만인 것 같을까?
품에서 떨어져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우린 환한 얼굴로 대화를 나눴다.
[오, 이런 세상에나. 베베-! 대체 어쩐 일이에요?] [하하. 어쩐 일이긴, 널 보려고 왔지.] [이런, 세상에! 정말요?] [그래. 사실, 어렵게 티켓을 구했거든. 거의 도박이었지만, 이렇게 맞아 버렸지 뭐야?] [응?]베베는 눈앞에서 티켓을 보여줬는데, 그것에는 날짜와 장소만이 적혀있을 뿐 대진 상대는 인쇄되어 있지 않았다. 그 말은 꽤 전에 티켓을 구매해 두었다는 것이다.
[다른 16강 티켓도 예매해 두었지만, 그건 친구 녀석한테 선물했어. 그쪽 부부는 지금쯤 상파울루로 가 있을 거야.] [아-?]조 1위로 통과한 아르헨티나는 상파울루의 아레나 코린치앙스에서 스위스와 경기를 치른다.
[예선 기간은 나도 일이 바빠서 말이야. 집에서 조마조마하게 널 응원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멋지게 해냈지 뭐야?! 그리고 아이들도…….] [?] [Vamos! 얼른 이리로 와! 허허-! 두 녀석 다 널 이미 봤는데도 부끄러워하지 뭐야? 오히려 지금이 더 부끄러운 것 같다니까?]그러니까 베베는 예선전은 볼 수 없어, 미리 16강전 티켓을 몽땅 구매해두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탈락했으면 어쩌려고 했느냐는 질문엔, 자신에게 도움을 준 친구에게 선물할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로비 뒤쪽에 있던 루케와 사피라가 쭈뼛대며 다가왔고, 난 못 본 사이에 많이 변한 아이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그럼, 잠은요?] [시내의 모텔을 잡았어.] [모텔? 호텔이 아니고요?] [허허! 믿겨져? 거의 모텔 가격이 티켓 가격에 육박했다니까? 지금은 어지간한 숙소는 전부 예약 완료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해야 했지.] [오, 아니. 그래선 안 되죠.] [응?] [짐은요?] [짐? 짐은 차에 있지.]베베는 아마 렌트를 한 것 같다.
월드컵 경기를 본 후에 휴가를 겸해 친구 부부와 브라질리아에서 머물 것이라 했으니, 이런저런 부분을 고려해 차를 아예 빌렸나 보다.
호텔 주차장에 차를 대어두었는지를 확인한 뒤, 나는 곧장 로비로 가 호텔리어의 앞에 섰다.
[오-! 당신이로군요. 도와드릴까요?] [네. 빈방 있죠?] [아,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대표팀은 월드컵 숙소를 예약하며 선수단의 인원보다 더 많은 객실을 예약했는데, 그건 선수의 가족들이 머물 경우를 예상해서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월드컵 직전 브라질에서 연이어 치안 관련 사고가 터지면서, 형들은 나처럼 가족들을 한국에 머물게 했다.
그래서 예약한 방이 몇 개 남는다.
[906호예요. 아이들까지 침대에서 잘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요.]먼저 눈치를 채고 넓은 객실을 내어준 호텔리어에게 감사를 표한 뒤, 나는 어리둥절해하는 베베에게 다가가 금방 받아 든 카드키를 건넸다.
졸지에 모텔비를 날리게 되었지만, 그곳에 머무는 것보다는 여기가 훨씬 더 나을 거다.
나는 뒤늦게 베베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가 껄껄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난 기억하고 있는 베베의 따뜻하고 큰 손을 붙잡았다.
[내일 부끄럽지 않게 뛸게요.] [하하하. 어련하려고.]나를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은 친구를 위해서라도, 내일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생각이다.
오늘은 참, 기분 좋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