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00)
399화
절대 강자였던 헝가리와의 1954년 스위스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당시 서독 대표팀을 이끌었던 요제프 헤어베어거(Josef Herberger)는 기자들의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
[“Der Ball ist rund und ein Spiel dauert 90 Minuten.”](공은 둥글고 경기는 90분 동안 이어진다.)
월드컵 본선 전 경기에서 헝가리에 이미 3:8로 패배했었기에, 당시 사람들은 ‘무적의 마자르(Mighty Magyars)’로 불린 헝가리가 당연히 우승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압도적인 우위가 예상되었던 헝가리의 선수들은 전반 10분이 채 되기도 전 2:0으로 앞서 나가자 집중력이 흔들렸고, 오히려 전반 20분이 되기 전에 거듭된 실점을 허락하며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또 여기에 하프타임 메스암페타민을 섭취한 서독의 선수들은, 끝내 경기를 뒤집으며 ‘베른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이렇듯, 축구엔 보장된 승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부터 쭉 그래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로배르토 바조가 본인의 도핑이었다고 인정한 ‘노력’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감독의 천재적인 전술과 보태어진 약간의 행운이 반전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아니면 서독이 1954년에 거둔 추한 승리처럼 약물에 의존한 것이나, 오심 혹은 돈으로 매수한 심판이 의도적으로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또.
삐—–익!!
바로 이것.
***
《21분 전》
·전반 03분
프랑스 0 : 0 대한민국
{“우오오오오-!!!”}
“……오우, 씨.”
오늘 경기 처음으로 상대에게 슈팅을 허락했다.
그 주인공은 카림 벤제마다.
센터백과 젝서(Sechser/DM)의 사이에 절묘하게 공간을 틀고 있었던 그는, 마티외 발뷔에나(Mathieu Valbuena)의 패스를 절묘한 원터치로 잡아 둔 뒤에 오른발을 휘둘렀다.
성용이 형과 영권이 형을 동시에 허수아비로 만드는 환상적인 터치였고, 슈팅의 방향이 조금만 좋았다면 골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얼빠진 녀석.]“응?”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근처에 와 있었던 포그바가 보였다.
“넌 뭐 하냐 여기서?”
[곧 네게 망신을 안겨다 줄 거야.]“얼른 네 위치로 꺼져 줄래?”
[병신 같은 놈.]“미친 새끼.”
지금까지 축구를 해 오면서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 몇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포그바는 단연 으뜸이었다. 신경전을 떠나, 도저히 섞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냥 체질적으로 뭔가 있는 것 같다.
서로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
‘휴우~ 저딴 데 신경 쓸 때가 아냐.’
포그바에게서 신경을 끄기로 하며, 위치를 찾아 움직인다.
.
(이영표) – KBS 해설위원
“예상대로 프랑스 대표팀이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을 해 오고 있습니다. 미드필드의 라인이 지금 굉장히 높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빌드업을 할 때 조금 더 확실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볼을 오랫동안 간수하며 리듬을 다시 가져와야 합니다.”
.
성룡이 형이 내 쪽으로 골킥을 보내오고, 전방으로 몸을 돌린 나는 프랑스의 전형을 바라봤다.
오늘 상대는 일정 라인을 정해 둔 것만 같다.
해당하는 라인으로 접근하기 전까진 굳이 압박을 해 오고 있지 않았는데, 대신 전형을 유지하며 패스가 향할 수 있는 주요 길목을 차단하고 있었다.
특히 성용이 형의 주변엔 늘 사람이 있었다.
우리의 경기 방법을 아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앙-
뒤쪽으로 내려온 청용이 형에게 패스를 보내어 볼이 머무는 방향을 조금 전진시켰다. 그런 뒤에는 두리 형님에게 손짓을 보내 서로의 포지션을 바꿨다.
삼파올리 감독님은 의도적으로 오른쪽 라인에 두 명의 풀백을 배치하여 프랑스의 압박에 대응했다.
만약 프랑스의 전방 압박이 강하다면 내가 풀백이 되고, 지금처럼 상대가 라인을 만들어 체력을 보존하는 방법을 택한다면 내가 반대로 측면 미드필드가 되는 식이다.
지금은 당연히 후자를 택했다.
다시 뒤로 축구공이 도는 사이 나와 두리 형님은 위치를 바꿨고, 계속해서 움직여 가까스로 자유로운 상태가 된 성용이 형이 내게 빠른 땅볼 패스를 굴려 왔다.
그러자 곧바로 달라붙는 그리에즈만.
이 위치는 안 된다는 거다.
그러나.
‘그건 너네 사정이고.’
툭-
“?”
데구루루 굴러오는 축구공에 오른발 바깥쪽을 가져다 대며 슬쩍 잔재주를 부려 본다. 패스 방향을 살짝 꺾으며 볼을 띄워 울려, 그리에즈만을 통과하려고 한 것이다.
감촉이 느껴진 뒤에 곧바로 왼쪽으로 휙 몸을 돌리자, 그리에즈만을 중심으로 좌우에 사람과 공이 있는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곧 둘 모두 그리에즈만을 지나쳤고, 회전을 먹여 두었던 축구공은 그라운드에 튕길 때마다 조금씩 나와 가까워졌다.
‘잠깐 정지.’
“!!!”
만약 이것이 만화였다면, 지금 내 발에서는 끼이익 하는 소리가 났을 것이다. 볼을 트래핑함과 동시에 급격에 멈춰선 나는 그리에즈만의 다리를 보며 다시 축구공을 툭 건드렸다.
커트를 하고자 길게 뻗었던 그리에즈만의 가랑이 사이로 축구공이 통과되고, 들려오는 환호성을 흘려 버린 나는 수비 뒤로 침투해 들어가는 흥민이 형을 겨냥해 패스를 보낸다.
축구공이 떠오른 순간 모두의 눈이 그곳으로 향했지만, 난 시야 오른쪽에서 펄럭이는 뭔가가 움직이는 걸 보았다.
‘아, 젠장.’
오프사이드.
삐?익!!
.
(제이슨 앰브로스) – 미국 ESPN 코멘테이터
“oh- no. OH-! NO-!! 저걸 좀 보십시오. What a Spectacular Move By Korean Wonder Boy. 앙투안 그리에즈만을 두 번이나 골탕 먹였습니다.”
(윌리엄 카트롸이트) – 미국 ESPN 해설위원
“아마도 저 친구는 브라질의 마르셀루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기술적인 풀백일 겁니다. 일반적으로 동양인이 저런 기술을 가지기는 쉽지 않죠. 하지만 그는 다릅니다. 그래서 더욱 특별한 거고요.”
(제이슨 앰브로스)
“흥민-쏜을 겨냥한 패스는 오프사이드가 되었지만, 금방은 분명 흥미로운 장면이었습니다.”
.
당연한 것이겠지만, 최초 폴 포그바와 벌였던 신경전은 금세 신경 쓸 수 없게 됐다. 눈앞의 발 빠른 두 남자가 그걸 허락지 않은 것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앙투안 그리에즈만은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패스를 보낸 뒤 전진을 시작했다.
온(On) 볼 상태일 때보다 축구공 없이 움직일 때를 더욱 경계해야 하는 그리에즈만이기에, 두리 형님에게 곧바로 손을 뻗어 그를 뒤쫓게 했다.
여기에서 삼파올리 감독님이 오른쪽에 두 명의 풀백을 동시에 기용한 이유가 또 나오는데, 프랑스의 측면 공격은 7:3 수준으로 왼쪽이 더 많다.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마티외 발뷔에나가 중앙 지향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는 점과 파트리스 에브라의 적극적인 공격 성향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는 왼쪽 진영으로 볼이 움직였을 때 빠르게 숫자를 늘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
본래부터 활동 영역을 넓게 가져가길 즐기는 카림 벤제마와 메짤라(Mezz`ala)인 폴 포그바를 근처로 보내어 간결하면서도 정교한 패스 플레이를 펼치는 거다.
지금도 카림 벤제마가 영권이 형을 끌고 올라와 포스트 플레이를 펼쳤고, 그가 논스톱으로 뒤쪽의 포그바에게 패스를 보낸 순간 위기가 찾아들었다.
벤제마가 수비수를 끌어내며 비게 된 위치로 그리에즈만이 파고든 것인데, 지금 포그바의 위치에서는 패스를 보낼 길이 너무나도 잘 보일 것이다.
하지만.
‘엥?’
패스가 아닌 드리블을 택한 포그바는 페널티박스 밖 대략 20m 정도 되는 지점까지 파고들어, 오른발을 휘둘러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슈팅은 터무니없을 만치 높이 솟구쳤고, 인상을 찌푸린 그리에즈만은 포그바를 보며 소리를 내질렀다.
[Putain! 폴!! 왜 패스를 안 한 거야?] […….] [이런, 빌어먹을!]슈팅을 찬 자리에 서서 한 손으로 얼굴을 매만지는 포그바를 슬쩍 쳐다보다, 나는 곧바로 두리 형님에게 어째서 그리에즈만을 끝까지 추격하지 않은 것인지를 물었다.
자리를 비워도 내가 채워 줄 수 있다며, 영권이 형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았음에도 행동하지 않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고개를 끄덕인 두리 형님은 알겠다는 듯 OK 사인을 만들었고, 이후 피치 전체를 돌아본 나는 손뼉을 강하게 두들겼다.
.
(마크 채프먼) – BBC 코멘테이터
“이기적인 플레이였습니다. 폴 포그바. 슈팅까지는 이어 갔지만, 그 전에 더 좋은 위치의 동료에게 패스를 보낼 수도 있었죠. 좌절합니다. 앙투안 그리에즈만. 패스를 보내지 않은 동료가 원망스러운 거겠죠.”
(케빈 킬베인) – BBC 공동-코멘테이터
“지금은 정말 프랑스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포그바가 그걸 외면해 버렸죠.”
(마크 채프먼)
“하지만, 프랑스. 경기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다시 볼을 찾아옵니다. 쿠가 볼을 지켜 내지 못했습니다.”
.
오늘 우리의 문제점은 명백하다.
볼을 소유하지 못한다는 것.
다들 조금 침착하지 못해 보인다.
개인 기량을 떠나 압박 그 자체로만 떠져 본다면, 오늘 프랑스의 수준은 조별 예선에서 겪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압박 그 자체는 나이지리아가 최고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형들은 너무 쉽게 볼을 넘겨주고 있었다. 나와 쌍용을 뺀 나머지는 마치 뜨거운 뭔가를 받아 든 것처럼 허겁지겁하고 있다.
모처럼 오른쪽으로 공격 방향을 정한 프랑스.
마튀디와 발뷔에나가 좋은 패스 플레이로 전진에 성공한 뒤, 수비수를 모아 두고 오른쪽 측면 깊숙이 오버랩한 마티외 드뷔시(Mathieu Debuchy에게 볼을 전달했다.
다시 또 찾아온 위기.
크로스가 날아든다.
드뷔시의 타깃은 당연히 벤제마였는데, 앞쪽에서 펼쳐지는 경쟁에 시선을 고정해 둔 나는 영권이 형과 태휘 형이 별달리 힘을 쓰지도 못하는 것을 확인한다.
힘에 눌린 것인지 점프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견제를 해 준 덕분에 헤더는 막아 낼 수 있었다.
목을 최대한 쭉 내민 벤제마의 머리 위쪽 30cm 지점으로 축구공이 통과했고, 뒤쪽에서 기다리던 나는 두리 형님이 볼을 받는 것을 보며 얼른 사이드로 움직여 나갔다.
앞쪽을 바라본 두리 형님이 성용이 형에게 짧은 패스를 보내고, 논스톱으로 연결된 축구공은 앞쪽의 빈 공간에 떨어져 내려 라인을 향해 굴러갔다.
그리고 난 그걸 간신히 라인 바로 위에 놓아두었다.
관성을 멈추려 잔 발을 내디디고 몸을 돌린 순간.
‘응?’
저 앞쪽에서 달려오는 포그바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난 잽싸게 몸놀림을 가져가 축구공을 슬쩍 차 놓았고, 포그바 역시 무언가를 걷어찼다.
빡-!!
“악-!”
볼이 앞서 빠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포그바는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를 살려 왼발을 내 정강이 앞쪽으로 쭉 밀어 넣었다. 당연히 우린 부딪쳤고, 나는 고통을 느꼈다.
짧은 비명과 함께 나동그라진 나는 통증이 느껴지는 정강이 부분을 감싸 쥐었고, 이내 근처에선 한 바탕 소동이 일었다.
런던 올림픽 때부터 항상 나를 지켜 주었던 자철이 형과 성용이 형이 폴 포그바에게 달려든 것이다.
“이 개새끼야!!”
“야, 야. 참아. 참아.”
아, 알고 보니 흥분한 것은 자철이 형 쪽이었고 성용이 형은 그걸 말리려고 온 것이다.
그런데, 진짜.
“아오, 아파라.”
“야, 다온아, 괜찮아?”
“어. 그냥 아픈 거야.”
“아~ 진짜 저 개새끼. 이거는 완전 일부러 걷어찬 거야, 일부러.”
.
(차범근) – SBS 해설위원
“아- 지금은 좀……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동작이거든요? 공이 빠져나가는 것도 보았고 또 충분히 멈출 수도 있었는데, 그대로 왼발을 휘둘러 버렸어요.”
(배정세) – SBS 아나운서
“아, 지금은 경고라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미국의 마크 가이거 주심은 카드를 꺼내 들지 않습니다.”
.
“No Card? Really? Kidding me?”
[그 정도는 아니었어.] [그럼 대체 어느 정도여야 하는데요?] [일단은 잠깐 나가게. 그게 규칙이야.]“젠장. 그 정도 규칙은 나도 알아.”
치료를 받으며 가장 먼저 물었던 것은 포그바의 경고 여부였는데, 조별 예선전에서도 하나의 경고 카드만을 꺼내든 마크 가이거(Mark Geiger) 주심은 이번에도 그것을 아꼈다.
나는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이게 카드가 아니라고? 알았어, 두고 봐.’
파울을 당하다 보면, 상대가 고의적으로 그랬는지 아니면 단순한 사고였는지는 쉽게 구분이 된다. 실리는 힘이라든가, 동작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게다가 지금은 오히려 가까운 곳에서 더 속도를 붙인 케이스였고, 처음부터 볼이 아닌 내 다리를 노리며 달려들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가면 갈수록, 정말 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푹-!!!
[우우욱-!!]난 포그바가 볼을 잡았을 때 뒤에서 접근하여 무릎으로 허벅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러 들어갔다. 발을 움직이는 바람에 위치는 조금 빗나갔지만, 그래도 많이 아플 거다.
삐?익!!
당연히 주심은 휘슬을 불었고, 난 쓰러진 포그바를 뒤로한 채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활짝 편 두 손을 머리 높이로 들어 올리면서, 주심에게 고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최대한 어필해 본다. 그리곤 최대한 순박한 표정 역시도 지어 보였다.
그러니까 지금, 거짓말을 하는 중인 거다.
[자네, 이건 보복이지 않나.] [보복? 그게 뭐죠? 절대 아니에요. 이건 사고였다고요.] […….]겉으로만 보면 내 동작은 포그바의 것보다 훨씬 덜 위협적이다. 하지만 장담하는데, 받은 고통의 사이즈는 아까의 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커다랄 거다.
미심쩍어하는 주심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포그바의 앞쪽으로 향하고, 난 눈이 마주친 성용이 형을 향해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러자 형은 기특함과 한심함이 뒤섞인 기묘한 얼굴로,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고개를 좌우로 휘저었다.
포그바의 이기적이었던 플레이와 한 번씩 주고받은 킥(Kick) 속에, 전반전도 어느새 10분을 넘어서려 하고 있었다. 확실히 아까 흐름이 끊겼던 게, 우리에게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에즈만에게 보내지 않은 패스도 그렇고, 나를 걷어찬 것도 그렇고.
폴 포그바가 무언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우리에겐 더욱 긍정적인 흐름이 형성되는 중이다.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게, 조별 예선 프랑스의 득점 중 절반 정도가 전반 25분 이전에 나왔다. 어떻게 보면 지금부터가, 가장 상대의 경기력이 좋을 때다.
삼파올리 감독님도 역시, 그러한 부분을 잘 알고 계신 것 같았다.
[잘 하고 있어-!! 하지만 더 집중-! 집중해!! 이제부터 상대의 공격이 더 거세질 거야!!]“집중하자, 집중!! 더 압박해 올 거야!!”
내가 주로 삼파올리 감독님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청용이 형을 뺀 다른 형들은 그 곁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해 주는 강찬일 코치팀의 말을 듣는다.
지금 사이드라인에서의 지시가 먹혀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전반 10분부터 15분까지도 훌륭하게 버텼다.
가슴이 철렁한 장면이 몇 차례 연출되긴 했지만, 그래도 필사적으로 노력하여 최종 슈팅으로 연결되는 것만큼은 어찌어찌 막아 낸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두드려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벤제마의 연계 속에 마튀디의 적극적인 전진이 도드라졌고, 그리에즈만과 에브라도 꾸준히 나와 두리 형님을 괴롭히며 날카로운 돌파와 크로스를 선보였다.
그러던 전반 18분.
마침내 카림 벤제마가 1:1 찬스를 맞이해 그물을 갈라 버렸는데, 좌절하여 우리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주심이 갑자기 휘슬을 불면서 사이드라인을 가리켰다.
반대편에 선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하는 깃발을 들고 있었던 것인데, 드뷔시와 발뷔에나가 곧바로 다가가 격렬한 어필을 시작했다.
내가 보았을 땐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 같았지만, 우리에겐 행운이었던 셈이다.
‘후우~ 또 한 번 넘겼고.’
그렇지만 확실히 프랑스 대표팀을 상대하는 작업은 꽤나 버겁다. 조별 예선을 치르며 경기력이 많이 올라온 게 맞는 것 같았고, 공격의 전개 방식도 매우 화려했다.
폴 포그바가 냉철한 판단력을 보여 줬더라면, 어쩌면 우린 0:1이나 0:2쯤으로 이미 뒤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오늘이 아르헨티나전보다 힘들다.
‘전진을 못 하겠잖아.’
펩의 말대로, 블레즈 마튀디는 프랑스에 색을 입히고 있다. 굉장히 높은 위치에 머물며 성용이 형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가 하면, 공격 시엔 피치 전체를 왕성히 오갔다.
벤제마와 함께 연습을 하듯 연계를 한다거나, 적절한 타이밍에 왼쪽으로 볼을 보내어 수비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포그바 역시 아까부터는 조금씩 드리블의 횟수를 줄이고 간결하고 짧은 패스 위주로 스타일을 바꿔 갔다. 아니, 본래의 플레이를 펼친다고 보는 게 옳다.
이는 우리에겐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
“형-!”
“?”
한 차례 다시 수비를 하고, 골킥이 준비되는 사이 성용이 형을 부른 나는 입 모양으로 전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떠한 의미에서는 나보다도 더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터인데,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벤제마에 마튀디. 때로는 발뷔에나까지 달려드는 압박을 벗겨 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조금 전부터는 요안 카바유도 높이 전진을 하고 있어, 활로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어려워도 해내야 한다.
넋 놓고 지기 싫다면 말이다.
‘어떻게든…….’
하나 프랑스의 미드필드 지역을 돌파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우린 다시 센터서클 부근에서 볼을 빼앗겼다.
패스를 받아 든 포그바.
난 그에게 접근을 했고.
다음 순간.
퍽-!!!!
“욱-!!”
갑작스럽게 안면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고, 눈앞에 깜깜하게 변한 나는 뒤로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휘슬 소리.
삐—–익!!
쿵-!!!
분명 나는 볼을 보고 달려들었는데,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바닥을 뒹굴게 된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
코와 입가 주변에 갑자기 뜨끈해지는 것으로 보아서는, 어딘가에서 출혈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같았다.
간신히 똑바로 누워 가린 손을 떼자, 손바닥 가득 묻은 붉은색의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피?’
코피이거나 입술이 찢어졌거나 둘 중에 하나인 것 같았는데, 갑자기 경기장 전체가 들썩였고 시야 저 아래에서도 빨간 무언가가 나타났다.
‘엥? 설마?’
.
(배정세)
“퇴자앙-!! 폴 포그바 퇴장입니다!!!”
.
달려오는 의무 팀에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일단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설마, 진짜야?’
전반 21분.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와중에도, 전황의 흐름이 바뀌는 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