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02)
401화
발비노 바레토는 요즘, 자신이 얻은 삶의 교훈과 기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과거 포르투갈에서 꽤 유명한 물류회사 CEO였던 그는, 2000년대 초반 유럽에 들이닥친 그리스발(發) 경제위기로 인해 졸지에 파산을 하고야 말았다.
어떻게든 희망을 찾아보려 분주하게 이곳저곳으로 다니던 동안엔, 아내가 자신의 오랜 친구와 눈이 맞아 버렸다.
출장 후 집으로 돌아왔던 날의 기억을 지울 수 없었던 발비노 바레토는 술로 얼룩진 삶을 살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들른 에스토릴의 카지노 호텔이 그가 세상에서 마지막 숨을 쉬게 될 공간이었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잡아당긴 슬롯머신이 잭팟을 알렸고, 15만 유로를 손에 쥐게 된 베베는 호텔의 객실로 돌아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오- 주여, 이게 당신의 뜻이라면…….’]이후 1년. 발비노 바레토는 술을 끊었고, 다시 성실한 생활을 시작했다. 대부분이 임시직에 불과했지만, 오랜 영업 활동을 해 왔던 그의 넉살은 모든 곳에서 통했다.
그리고 2011년 11월 무렵.
기존의 계약직이 끝나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서던 그는, 리스본의 축구 클럽인 SL 벤피카가 운전기사를 겸한 생활 가이드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후한 보수에 그 즉시 면접을 본 발비노 바레토는 16:1의 경쟁을 뚫고 채용이 되었고, 그렇게 한 남자를 만나게 됐다.
“이야아아아아앗-!! 빌어먹을!!! 썩을!!”
습관적으로 입에서 거친 말이 연신 튀어나왔지만, 발비노 바레토. 아니, 베베의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굵고 거친 손으로 눈가를 훔친 그가 이젠, 박수를 보낸다.
“VAMOS!! 네가 최고야!!”
하프라인을 향해 뛰어가던 김다온과 눈이 마주친 순간, 베베는 다시 참지 못하고 두 손을 치켜들며 소리를 내질렀다.
이런 그의 모습을, 곁의 자녀들은 어리둥절하게 바라본다.
“아빠, 울어요?”
“아니야. 이건 그냥…….”
“?”
“눈에 먼지가 들어갔어. 훌쩍.”
아이들의 질문에 괜히 머쓱해진 베베가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그리고 그런 베베의 눈에.
“응?”
웬 낯선 이가 보였다.
본인도 이곳에서는 이방인이긴 했지만, 그것을 전혀 생각지 않은 베베는 아이들에게 잠시 있으라며 말을 하곤 다섯 걸음 정도를 걸어 낯선 이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곤 이렇게 말했다.
[안뇨하세요.]“?!”
[저눈 베베임미다. 포르투갈 사람.]김다온과 그의 가족들과 함께 생활을 하는 동안, 베베는 아주 간단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헤어진 이후로도, 그는 독서를 할 때 한국어 교재를 읽었다.
[이상한 싸람 아니에.요.] [아…… 네.] [다온의 팬?] [네?] [다온의 팬. 나도. 다온 팬임미다.]베베가 이 남자에게 다가온 첫 번째 이유는 한국인일 거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김다온의 FC 노르셸란 시절 유니폼을 입었고, 또 손엔 작은 책자도 들려 있었다.
표지에 적혀 있는 문자가 한국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무렵, 베베는 이 남자의 뒤쪽에 있는 무리가 가방에 몰래 손을 뻗으려 한다는 것 역시도 보게 되었다.
[뒤에 남자. 강도에요.] [네, 네?!] [그로니까. 저랑 함께 가요. 옆자리. 아까부터. 사라미. 엄쑵니다. 같이 가요.] [!?]화들짝 놀란 남자가 뒤쪽을 바라보자, 정말로 웬 남자 두 명이 자신을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멍하니 있던 그의 손을 베베가 낚아챈다.
[갑시다.] [으왓-!]그렇게 이끌려 졸지에 베베와 그의 자녀들이 있는 곳으로 오게 된 남자는, 자신을 쳐다보며 누구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어설픈 포르투갈어로 인사를 보냈다.
“보, 보아 따르지.”
“보아 따르지. 다온의 친구예요?”
[뭐, 뭐? 미안한데, 거기까진 몰라.]베베가 곁에서 설명을 하자, 화들짝 놀란 남성이 손사래를 친다.
“아, 아냐! Nao. 어, 음. 뭐. 알던 사이이긴 했어.”
“??”
베베의 아이들과 남성이 축구에서 잠깐 신경을 돌린 이때, 갑자기 주변이 들썩이며 환호성과 비슷한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깜짝 놀란 남성이 피치를 바라본다.
그곳엔 맹렬한 기세로 달려 나가고 있는 김다온이 있었다.
순간, 남성의 얼굴엔 슬픔이 찾아들었다.
‘넌…… 여전히 대단하구나.’
남성의 눈은 이제 다시, 과거 알던 사이라고 말한 김다온을 좇기 시작한다.
***
삑-! 삐?익!!
.
(배정세) – SBS 아나운서
“전반전이 끝납니다! 대한민국! 전반 37분에 터진 김다온의 환상적인 골로, 강호 프랑스에 1:0으로 앞선 상태에서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차범근) – SBS 해설위원
“우리 선수들, 정말 잘 뛰어 주었습니다. 후반전에도 계속 집중력을 가지고 임한다면, 8강 진출도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배정세)
“폴 포그바의 퇴장으로 프랑스가 굉장히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초! 원정 월드컵 8강이 가능할지, 광고 후에도 계속 저희 SBS와…….”
.
@대한민국 의무실
·하프타임
프랑스 0 : 1 대한민국
“아, 아퍼- 아퍼-”
“참아야 할 거야. 조금 따끔해.”
“따끔한 정도가 아닌데요?”
“하하하, 흉터 안 남게 잘 해 줄게.”
“으…….”
포그바의 팔꿈치에 맞아 찢어진 부위를 꿰매는 중, 의무실을 찾은 삼파올리 감독님이 곁으로 다가오셨다.
[괜찮나?] […….]잠깐 말을 할 수 없었던 나는 오른손으로 엄지를 세웠다.
[좋아. 치료를 끝내고 들어오게.] [네.]삼파올리 감독님이 빠져나간 뒤, 성준섭 원장님이 꿰매는 작업을 끝마치시곤 마무리를 시작하셨다. 다시 한번 연고와 소독제를 발랐고, 조심스레 반창고를 덧댔다.
“오늘 경기 마치면, 병원을 가자. 알겠지?”
“네. 기왕이면…….”
“응?”
“이기고 갔으면 좋겠어요.”
“……하하하, 너도 참.”
“?”
“하아- 가끔 있지. 운동선수들을 볼 때면, 내가 너무 게으른 건 아닌지를 생각하게 돼.”
“에-이, 의사 선생님이요?”
“의사 선생님. 되게 멋진 말인 것 같은데, 하는 일은 매번 책상에 앉아서 점점 올챙이가 되어 가는 내 몸을 보는 거야.”
누구에게나 다 각자의 고민과 괴로움이 있다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그런데 사람을 구하시잖아요.”
“그런가?”
“네. 실은 그게 운동선수들이 하는 일보다 훨씬 더 가치 있고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일이죠. 만약 의사 선생님이 없었다면, 전 이렇게 뛸 수도 없어요.”
펩이 우리들의 앞에서 즐겨 했던 말이 떠오른다.
“삶의 진짜 고민은 피치 바깥에 있죠.”
“…….”
“우리는 그냥 진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그것을 잊도록 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우린 광대죠. 하지만 그게 기분 나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제가 그 광대 짓을 하는 걸 좋아하니까요. 원장님은 본인이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인데, 그걸 모르시는 걸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그건, 원장님한테는 일상인 일일 거니까.”
“아이고- 내가 스무 살한테 조언도 받아. 응? 잠깐 있어 봐. 마지막으로 테이프를 발라 줄 테니까.”
“네.”
송준섭 원장님은 국내에 몇 없는 스포츠 전문의 중에 하나이신데, 대표팀 주치의로 전향하는 과정에서 스승 격이었던 분을 크게 화나게 만들었다고 한다.
스승 격이신 분은 내심 원장님을 사윗감으로 생각했는데, 대뜸 당시까지만 해도 아무 메리트도 없는 스포츠 전문의를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후 지금까지 명절 때면 늘 메시지를 보내지만, 벌써 16년째 답장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예전 한국에서 평가전이 있을 때, 선수단 전체가 회식하러 나간 자리에서 들었던 이야기다.
“……아직도 그분 좋아하세요?”
“뭐?”
“결혼도 아직 안 하셨잖아요. 그건, 그 스승님의 따님을 여전히 좋아해서가 아니세요? 아야-!”
“요 녀석. 이번엔 너무 선을 넘었어.”
“아오, 아파라. 의사가 환자를 이렇게 다뤄도 돼요?”
“의사니까 할 수 있는 거야.”
“아우- 코 떨어지는 줄 알았네.”
“엄살은. 얼른 가 봐. 나도 정리하고 갈 테니까.”
“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원장님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치료를 끝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서자, 성용이 형의 앞에서 뭔가 이야기를 하던 삼파올리 감독님이 화이트보드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 우리의 앞에 섰다.
[우린 굉장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상대는 열 명이지만, 여전히 우리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마지막 휘슬이 울릴 때까지, 절대로 입과 발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조별 예선이 아닌 토너먼트이기에, 프랑스는 후반전 모든 것을 쏟아부을 거다. 숫자의 열세를 생각하지 않고 공세를 취할 것이며, 후반 15~20분 사이에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거다.
그렇기 때문에 삼파올리 감독님의 말처럼, 계속해서 우리가 언더독이라는 것을 명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1:0이 1:1이 되는 순간부터, 사실상 숫자의 우위는 없다고 봐도 된다.
[누누이 말해 왔지만, 너희는 지금 월드컵에 있다! 수많은 눈이 너희를 보고 있어! 위축될 것은 없다! 그저, 너희가 얼마나 멋진 녀석들인지를 보여 주는 거다!]격려와 전술이 적절히 뒤섞인 삼파올리 감독님의 팀 토크는 언제나처럼 훌륭했다.
월드컵 전까진 리더십을 느끼기 쉽지 않았지만, 벌써 한 달 가까이 함께하고 있다 보니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가 훨씬 더 많이 와닿는 중이다.
그리고 형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더 끈끈해졌다.
[우리는 가족이다! 우리는 하나다! 하나로 똘똘 뭉쳐서 남은 45분을 치른다면, 우린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다! 힘을 내라! 우리가 세계 Top 8이라는 것을 증명하기까진, 이제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삼파올리 감독님이 가족과 하나를 말하며 팀워크를 강조했을 때, 곁에 앉아 있던 성용이 형이 슬쩍 손을 뻗어 왔다. 그래서 난 곧장 주먹을 가져다 댔고, 맞은편에 앉은 흥민이 형과도 눈을 마주쳤다.
가끔은 진지하게 대부분은 재미있게, 우린 꽤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이, 추억을 쌓아 담는 날의 마지막이지 아니길 바라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굉장히 좋은 팀이고, 더 높은 자리를 쟁취할 만큼의 실력 역시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대한민국 축구가 이젠 변방에만 머무르고 있지 않으며,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 경기의 승리는 그래서 무척 중요하다.
팀 토크가 끝난 뒤, 선수단 전체가 스크럼을 짜고 모여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야기를 꺼내는 건 두리 형님이다.
“자, 브라질에서 더 놀자 가자! 한구욱-!”
“어-이!!!”
금방 형의 말처럼, 나는 후반전에도 피치에서 뛰어놀 준비가 되어 있었다.
***
포르투 알레그리-RS, 90110-150 브라질. 보르게스 지 메데이루스 거리, 2145-프라이아 지 벨라스. 호텔 인터시티 포르투 알레그리(Hotel Intercity Porto Alegre. Av. Borges de Medeiros. 2145-Praia de Belas. Porto Alegre-RS, 90110-150 Brazil).
“늦었어?”
“아니, 딱 맞췄어.”
“좋았어!”
화장실에 다녀온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동료들이 잔뜩 모인 자리 사이를 비집고 앉는다.
사실상의 바이에른 뮌헨 스쿼드라 부를 수 있는 현(現) 독일 국가 대표팀은 약 3시간 뒤, 알제리와 16강 경기를 펼치게 될 예정이다.
지금은 미팅을 끝마치고 마지막 휴식 중이었고, 미리 짐을 정리해 둔 바이에른 뮌헨 출신의 선수들은 늘 하던 대로 필리프 람의 방에 모여 있다.
“오-! 치료를 했나 본데? 깔끔해졌어.”
“이제 저 녀석도 매부리코 되는 것 아냐?”
“아니면 프랑크처럼 바람 빠진 소리를 낸다던가.”
“큭큭큭, 그거 볼만하겠네.”
“그래도 다행이지 않아?”
“그러니까. 프랑크가 저기에 있었다면, 어느 한쪽을 응원하기도 무척 애매했을 거야.”
바이에른 뮌헨 시즌 막바지 부상에 시달린 프랑크 리베리는, 회복을 이유로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을 거부했다. 프랑스 축구 협회도 공식적으론 부상을 이유로 밝혔다.
하지만 그건 사실, 프랑스 대표팀 내에 오랫동안 존재해 온 파벌과 관련이 깊었다.
프랑크 리베리는 현 대표팀의 주축인 카림 벤제마/마티외 발뷔에나/파트리스 에브라 모두와 사이가 좋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굳이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대표팀에서 뛰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다음이 이 경기의 승자였지?”
“응.”
“제기랄. 저 녀석이랑 적으로 마주 하고 싶진 않았는데. 너희도 잘 알잖아. 훈련 때마다 얼마나 귀찮게 하는지.”
“네가 책임져, 토마스.”
“내가? 왜?”
“반은 네 책임이잖아? 네가 처음 저 녀석이 합류했을 때 바지를 벗기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쟤가 훈련 때 우리를 그렇게까지 괴롭히진 않았을걸?”
“뭐?! 그게 왜 그렇게 되는데? 너희도 좋아했잖아!”
“글쎄. 난 기억이 안 나.”
“배신자!!”
“쉬잇-!! 시끄러워! 좀 듣자!”
“…….”
“…….”
굳게 입을 다문 토니 크로스와 토마스 뮐러가 투닥거리는 사이, 이들에게 일갈을 날린 마누엘 노이어는 곁에 앉은 제롬 보아텡과 함께 한국 대표팀에 대해 말했다.
후방 빌드업의 속도는 딱히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기성용은 분명 수준이 높았다.
“쟤를 막아야 해.”
“응. 그런데, 봐. 지금까지 다들 그렇게 했어.”
“오늘 경기가 끝나면 뢰브한테 말해 보자.”
“그래. 그래야지.”
“필리프! 네 생각은 어때?”
“글쎄. 마리오, 넌?”
“나도 지금은 딱히 생각이 없어.”
“그렇다네.”
독일 대표팀의 감독 요하임 뢰브가 선호하는 Best 11엔,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가 무려 일곱이나 포함되어 있다.
사실상 ‘작은 바이에른 뮌헨’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으며, 특히 4-3-3의 중원은 몽땅 바이에른 뮌헨 출신의 선수들로 채워졌다.
바이에른 뮌헨에 호의적이지 않은 독일의 언론들은 이런 현상을 우려하기도 했지만, 선수단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후반전은 어느새 시작되었고, 화면 속 대한민국은 볼을 점유한 채 서서히 빌드업을 진행 중이다.
“제기랄, 역시 잘하네.”
“…….”
전반 초중반부터 오른쪽 미드필드로 위치를 옮긴 김다온은 현재, 기성용과 함께 대한민국의 빌드업 핵심으로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구자철이 조금 더 측면 지향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사실상 박스-투-박스 미드필드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 줬다.
그러면서도 무리하게 높은 위치까지 올라서지 않았고, 공격의 템포가 다소 늦춰지더라도 철저히 수비 요충지를 오가며 안전을 추구했다.
현재 경기가 토너먼트라는 점과 실점하지 않는다면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하는 행동이다.
“쟤도 우리 중 하나였어야 돼.”
“…….”
“…….”
본래라면 이런 말은 대표팀 내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동료들의 사기를 크게 꺾을 수도 있고, 불완전한 팀 내 케미스트리를 순식간에 박살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중얼거린 토마스 뮐러를, 방에 있는 그 누구도 나무라지 않는다.
다른 이들 역시, 토마스 뮐러가 느끼는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 대표팀의 유일한 약점은 풀백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었고, 필리프 람마저 클럽에서처럼 중앙 미드필드로 활용되자 오늘의 측면 수비도 센터백들에게 맡겨졌다.
삼프도리아와 샬케 04 소속의 슈코드란 무스타피(Shkodran Mustafi)와 베네딕트 회베데스가 각각 오른쪽과 왼쪽 풀백로 뛰게 된 것이다.
에릭 두름과 케빈 그로이스크로이츠가 있긴 했지만, 누구도 뢰브의 신임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제롬 보아텡이 조별예선 내내 오른쪽 풀백으로 활약했고, 오늘은 마츠 훔멜스가 경고 누적으로 출전이 불가해지면서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게 됐다.
이렇듯 실력 있는 풀백은 보기 드문 자원이며, 신뢰할 수 있는 풀백을 보유했다는 것 자체가 축구팀에겐 커다란 사치가 되곤 한다.
더구나 그 대상이 김다온이라면, 현재 독일 대표팀에 완벽히 들어맞는 퍼즐이 되어 줄 수 있다.
‘어디라고 안 그렇겠어? 안 그래?’
잠깐 김다온이 있는 독일 대표팀을 생각한 필리프 람이, 희미한 미소를 생각과 함께 털어 버리며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후반전 대한민국은 본인들만의 템포로 상대를 두들겼고, 김다온과 기성용 등이 역습을 효과적으로 저지해 내며 프랑스를 점점 궁지로 몰아갔다.
어느새 후반전도 15분이 지나고, 단독 돌파에 이어 슈팅까지 시도한 손흥민의 클로즈업 화면이 바뀌자 사이드라인 밖에 선 프랑스 선수의 모습이 비춰졌다.
“지루? 벤제마인가?”
“아니. 아마, 그렇지 않을 거야.”
“……승부순데? 숫자가 부족한데 공격 숫자를 늘렸어.”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은 요안 카바유를 빼고 올리비에 지루를 투입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화면에 집중 중인 독일 대표팀의 바이에른 뮌헨 소속 선수들은 열띤 토론을 이어 나갔다. 무모하지만 올바른 판단이란 쪽과 결국 자승자박이 될 거라는 쪽이다.
이중 후자에 포함된 필리프 람은, 자신이 관찰한 후반전 김다온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을 한다.
“쟨 후반전 내내 +1이었어.”
“……뭐?”
“그게 무슨 말이야?”
“하아- 바보들. 경기나 봐. 그러면 곧, 내가 한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니까.”
필리프 람은 지금, 지난 1년 동안 펩 과르디올라에게서 배운 축구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김다온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는 데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