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05)
404화
2014년 7월 5일. 포주 두 이구아수-파라나, 85853-000 브라질. 다스 카타라타스 거리, 2345-빌라 욜란다. 버번 카타라타스 컨벤션&스파 리조트.
프랑스를 꺾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16강 경기가 끝난 이튿날 이구아수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실감이 났다.
게이트를 통과해 밖으로 나선 순간, 우리를 반기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된 대형 현수막도 보였는데, 놀라웠던 건 그걸 만든 게 브라질 사람이었다.
놀라움은 공항에 이어 호텔로 온 뒤로도 이어졌는데, 직원들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준 것이다.
요청하지도 않았던 호화로운 점심 식사를 대접받는가 하면, 선수들의 객실에 무료 과일과 음료 역시도 놓여졌다.
심지어 호텔의 고위 관계자는 나와 성용이 형이 묵은 객실에 우리의 이름을 달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까지 했다. 또 주호 형과 흥민이 형도 같은 요청을 받았다.
그렇게 즐거우면서도 정신없던 하루를 보내고 난 오늘도, 우리는 현지에서의 인기를 실감하는 중이었다.
지금도 호텔밖엔 꽤 많은 사람들이 있다.
“야,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마어마하겠다. 그치?”
“그렇겠지?”
“에-이. 뭐 그런 거 보고 축구하나.”
“왜 또 초 치고 그래.”
“맞잖아. 설사 초를 치는 거래도, 경기가 끝나고 생각해. 이틀 남았어, 이틀.”
“아유~ 저 잔소리쟁이.”
어쩌다 보니 잔소리 캐릭터로 자리매김을 해 버렸지만, 사실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사람은 구자봉 혼자뿐이다.
오히려 큰 형님들이 있는 자리에선, 되도록 조용하려고 하는 편이다.
똑똑똑-
“응?”
열린 문으로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강찬일 코치님이 계셨다. 난 본능적으로 면담이라는 것을 알았고,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형들도 마찬가지로 알았는지, 별다른 말 없이 잘 다녀오라고만 하며 손을 흔들었다.
“독일전 때문이죠?”
“응.”
어제 아르헨티나와 벨기에가 각각 스위스와 미국을 꺾으면서, 8강 대진이 완성됐다. 우리는 모레 독일과 만날 예정이었고, 굉장히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치른 경기들 중에 쉬운 것은 없었기에, 이젠 다들 담담하게 그것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무엇보다, 우린 이제 더 잃을 것이 없다.
[호르헤?] […….]강찬일 코치님이 사람들이 모인 방의 문을 열었고, 그 뒤에 있던 나는 손짓을 확인한 뒤에 안으로 들어섰다.
코칭스태프 전원이 모인 자리엔 빈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이것은 분명 내 자리일 것이다.
“읏-차.”
비어 있던 자리를 차지하자, 삼파올리 감독님이 나를 부른 목적에 대해 말씀하셨다.
[자네를 부를 거라는 것을 예상했겠지만, 우린 독일에 관한 정보가 더 많이 필요하네.] [네. 이해했어요.]아마 내 차례가 끝나고 나면, 자철이 형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순서대로 미팅을 가질 것이다. 내가 먼저인 이유는 오직, 독일 대표팀에 뮌헨의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해요.] [그들이라면?] [음, 조금 더 정확히는 요하임 뢰브요.]독일 대표팀의 약점은 풀백이었고, 조별예선과 16강전에서도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개인적으론, 그들이 본인들의 약점을 생각하고 있다고 봐요. 그래서 지금까지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기에 접근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죠.]현재까지 나온 독일 대표팀의 특징은 강력한 중원과 많은 패스. 그에 반해 빈약한 측면으로의 전개와 뚜렷한 원톱 스트라이커의 부족이다.
물론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요하임 뢰브는 현재까지 치른 4경기에서 모두, 대표팀의 최전방을 펄스나인으로 구성했다.
괴체와 뮐러가 부지런히 포지션을 교환하도록 만들었고, 외질이 중원에서 올라온 토니-바스티 콤비와 함께 페널티 박스로의 전진 패스를 도맡았다.
조별 예선전에서는 이것이 꽤 잘 먹혀들어 갔고, 독일이 조별예선에서 득점한 숫자(8)가 그것을 잘 증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독일의 공격력은 점차 떨어지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2014 FIFA 월드컵 첫 번째 경기인 포르투갈전에서 4득점을 기록한 뒤로, 경기가 거듭될 때마다 득점력은 정확히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가나와 미국이 독일을 괴롭히며 해답을 제시해 줬고, 실제로 알제리는 독일을 거의 잡을 뻔했다.
[필리프가 풀백으로 빠질 것 같아요.] [그런가?] [네. 그렇게 되면 중앙이 약해지겠지만, 독일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걸 커버할 수 있죠.]괴체나 외질을 메짤라(Mezz`ala)로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고, 아니면 지금까진 주로 벤치로 달군 선수들을 투입할 수도 있다.
유력한 후보는 사미 케디라다.
사실 진즉부터 독일 대표팀에 큰 힘이 되어 줘야 했지만, 시즌 막바지에 입었던 무릎 부상이 아무래도 치명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까지 충분히 휴식하고 약간의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컨디션을 조절했을 거라고 본다. 독일의 경우, 우리보다 며칠 일찍 브라질에 왔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이제, 뛸 수 있는 상태일 수도 있다.
[오른쪽은 속도가 중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제가 공격 지시를 받더라도, 쉽게 전진할 수 있을 거란 장담은 없어요. 프랑스보다 훨씬 더 측면을 잘 이용하는 팀이니까요. 물론, 모든 것은 감독님이 결정하시는 거죠.] [그래. 잘 알겠네. 고맙군.] [네. 다른 질문은요?] [없어. 수고했네.]감독님의 앞에서 미처 말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율리안 드락슬러나 안드레 쉬를레도 언제든 선발로 나설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엔, 외질이 메짤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틀 전 본인이 최악의 컨디션임을 증명했던 루카스 포돌스키는 사실상 플랜에서 제외될 것이고, 외의 다른 선수들도 이제 와 중용받긴 힘들다고 본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독일이 경고 관리를 무척 잘해 왔다는 점인데, 두 명이 결장하는 우리와는 달리 그들은 완전체다.
“후우~”
잠깐 비어 있던 내 방으로 와, 세면대 앞에서 거울을 바라봤다. 코에는 여전히 반창고가 대어져 있었고, 모레는 한국에서 가져온 마스크를 쓰고 뛸 생각이다.
뼈가 손상된 것은 아니지만 충격으로 많이 약해진 상태인 데다 또 다치기라도 하면 그땐 정말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그것은 곧 결장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나는 조금 답답할지언정 안전을 가장 우선순위로 택했다.
‘독일이라니. 하필이면…….’
나도 그렇고 또 형들도 16강에 오른 뒤부터는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뛰었다. 그래서 독일이 우리의 다음 상대라는 것도 경기가 끝난 뒤에 알았다.
다른 사람 중엔 미리 알고 있었던 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정말 다음을 바라보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모레 보자, 병신들아.’
너희들의 그 못생긴 얼굴이 보고 싶었다는 인사를 전할 수 없어, 몹시도 아쉬운 나였다.
***
[하피냐의 판매를 알아보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 스페인 라 리가의 복수 클럽이 가격을 문의하는 중이다. – BBC 루머(U.K)/2014.07.05.(오후)]***
2014년 7월 6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프런트 오피스, 단장실.
하루 전 바이에른 뮌헨이 하피냐를 판매하려고 한다는 뉴스가 BBC 루머를 통해 알려진 후, 뮌헨의 프런트 오피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었다.
전화를 걸어온 쪽은 하피냐의 에이전시였고, 그들은 선수의 의사를 대신해 전달했다.
“남겠다고 했다고요?”
“그렇다고 하더군요.”
“…….”
‘R13 푸스볼’의 히카르두 지 마토스(Ricardo de Mattos)는 자신의 고객이 뮌헨을 떠나길 바라지 않으며, 어떠한 위치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당시 전화를 연결받았던 마티아스 잠머는 적잖이 놀랐고, 일단 직후 내용을 루메니게에게 보고했었다.
“클럽은 당신의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는 작년에 잘 뛰었습니다. 그렇죠?”
“네. 총 43경기에 출전했고, 팀을 위해 헌신했죠. 그건 우리가 본래 알던 하피냐의 모습이었습니다.”
실은 작년 펩 과르디올라가 가장 후회했던 부분이 바로, 하피냐를 쉽게 임대 보낸 것이었다.
덕분에 로테이션 운영에 많이 애를 먹었고, 그래서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하피냐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오른쪽 풀백 영입을 요청해 둔 상태다.
그런데 하피냐가 남겠다고 한다면, 펩 과르디올라로서는 굳이 오른쪽 풀백 백업을 구할 필요가 없다.
이는 대단히 희소식이다.
“잘 됐군요. 정말 좋은 소식입니다.”
“그럼?”
“네. 당연히 하피냐를 클럽에 남겨야죠. 그리고 그렇다면, 그의 영입에 쓸 이적료를 다른 쪽에 투자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어, 중앙수비수요.”
“하하, 지지부진한 상황을 지적하고 있군요.”
“절대 아닙니다.”
현재 바이에른 뮌헨은 오른쪽 풀백 백업을 영입하기 위한 예산으로 최대 650만 유로를 편성해 두었으며,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그 타겟이었다.
주로 중하위권 클럽이나, 지난 시즌 강등이 확정된 클럽의 주전 오른쪽 풀백이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그들보단, 하피냐가 훨씬 더 좋은 선수다.
어쨌든 바이에른 뮌헨의 로테이션 풀백이니까.
만약 김다온의 영입이 성사되지 않았더라면, 2013/14 시즌 주전 풀백은 하피냐에게 돌아갔을 수도 있다.
“센터백. 그리고 백업 골키퍼. 얼추 완성되어 가는군요.”
“그렇습니다. 루메니게에게는 제가 전하도록 하죠.”
“부탁합니다. 그럼, 이만.”
하피냐에 관한 문제가 해결된 뒤, 그 즉시 루메니게에게 전화를 건 잠머가 미팅 시간을 잡는다.
“하피냐는 남습니다.”
– 멋지군. 돈을 다른 곳에 쓸 수 있겠어.
“펩은 얼른 센터백을 구하길 원해요.”
– 그 문제는 만나서 대화하지.
“네. 곧 올라가겠습니다.”
AS 로마가 베나티아의 판매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지금, 바이에른 뮌헨은 코스타스 마놀라스와 네덜란드의 브루누 마르팅스 인디(Bruno Martins Indi) 영입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다.
두 사람의 몸값은 천만 유로 안팎으로 그리 비싼 편이 아니었지만, 현재 그들을 보유한 클럽은 더욱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또 다른 영입 대상이었던 에제키엘 가라이의 경우, 월드컵 기간 결국 러시아의 제안을 수락해 버렸다.
‘월드컵이 끝나니 곧바로 시즌이로군. 힘든 한 해가 되겠어.’
많은 선수들을 월드컵에 내보낸 바이에른 뮌헨에겐, 다가올 시즌 선수단의 체력과 건강을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마티아스 잠머는 작년 펩 과르디올라와 의료진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걱정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뮐러-볼파르트 부자(父子)는 대표팀을 관두기로 했지만, 여전히 한스-빌헬름과 킬리안은 선수단과의 동행은 거부하는 중이다.
지난 시즌에 거둔 놀라운 성공이 이런 불화를 잠재웠기는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단장은 알고 있었다.
완전 연소(燃燒)되지 않고 애매하게 꺼진 불씨는 언제고 다시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생각이 기우이길 바라며 위층으로 올라선 마티아스 잠머가 바이에른 뮌헨 회장실의 문을 두드린다.
똑똑똑-
***
[펠레, 다시 한국의 승리를 점치다. “독일은 생각만큼 강하지 않은 팀이다.” – OSEM(한국)/2014.07.06.(오후)]***
2014년 7월 7일. 리우 데 자네이루-RJ, 20271-130 마라카낭. 카스텔루 브랑쿠 거리, 포르탕 3-마라카낭. 이스타디우 두 마라카낭(Estadio do Maracana. Av. Pres. Castelo Braco, Portao 3-Maracana. Rio de Janeiro-RJ, 20271-130 Maracana).
·경기 시작 3시간 전
대한민국 0 : 0 독일
떠들썩한 분위기의 마라카낭은 월드컵 8강전 첫 번째 경기를 치를 준비에 한창이다.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199,854명의 관중이 입장하기도 했던 이곳은, 현재는 거듭된 축소를 거쳐 78,838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번 월드컵 최고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한국은 이미 브라질 내에서 많은 인기를 불러 모으는 중이었고, 벌써부터 경기장 주변엔 한국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꽤 보였다.
그중에서도 김다온의 인기는 엄청난 것이어서, 이번 월드컵 유니폼 판매 Top 3에 자리하기도 했다.
“얼마라고?”
“2만 헤알.”
“뭐?! 그건 거의 열 배잖아!”
“싫으면 말든가. 어차피 너 아니어도 사겠다는 사람은 많아.”
“…….”
그리고 경기장 한구석, 축구 경기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암표상이 절박해 보이는 동양인을 상대로 티켓을 굉장히 비싼 가격에 넘기려고 했다.
2014 FIFA 월드컵 8강전의 티켓 가격은 외국인들에겐 약 2,000헤알(약 40만 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자국민은 절반 수준에서 구매가 가능하지만, 티켓 대부분의 수요는 브라질 외의 사람들에게서 이뤄졌다.
그래서 운 좋게 국내 판매분을 구한 사람들은 외국인 가격에 추가 @를 더해 엄청난 수입을 챙겼다.
오늘 카를로스 페레즈(Carlos Perez)가 하고 있는 행동처럼 말이다.
[아홉, 열…… 아이, 씨팔. 안 되잖아.]“뭐야? 돈 없어? 그럼 말고.”
[잠깐, 잠깐!!]“그건 대체 어디 말인데?”
카를로스 페레즈는 얼른 티켓을 팔고, 마트에서 장을 본 뒤 집에서 8강전을 시청할 예정이었다. 그의 집은 이곳에서 약 1시간 정도 걸렸고, 그래서 서둘러야만 했다.
자신을 붙잡는 동양인에 잔뜩 인상을 찌푸렸던 그는, 어떻게든 협상을 하려는 남자에게 단호히 대한다.
“안 돼!! 이건 내 돈벌이라고!!”
“제발. 제발 부탁할게.”
“안 된다면 안 돼!”
탁-!!
“!!!”
“?”
사내의 손을 뿌리친 순간, 쥐어져 있던 지폐가 허공으로 날아다녔다. 화들짝 놀란 사내가 다급히 그것을 줍기 시작했고, 그것을 지켜보던 카를로스는 미안함을 느꼈다.
비록 암표 판매상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외의 나쁜 행동은 딱히 하지 않고 살아왔다.
바지 안에 넣어 둔 총도 호신용일 뿐, 남을 위협한다거나 하는 용도로는 쓰지 않았다.
“어-이. 거기.”
“응?”
지폐가 흩날리기 무섭게, 어딘가에서 냄새를 맡은 불량한 녀석들이 카를로스와 남성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무뢰배들은 슬쩍 상의를 올려 칼이 있음을 알린다.
그러자.
철컥-
“어디? 해볼래?”
“워-우!”
총을 빼 든 카를로스가 칼을 보인 이들을 위협했다.
깜짝 놀라 손을 든 사내들이 천천히 뒤로 물러선다.
“당장 꺼져! 여긴 내 구역이야!”
“그래, 그래. 알았어.”
사내들이 멀어지자, 카를로스는 재빨리 총을 넣고 주변을 살폈다. 경기장 주변에서 가장 후미진 곳이기는 해도, 월드컵 경기일인 지금은 경찰들이 도처에 깔려 있었다.
그리고 CCTV도, 카를로스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었다.
“이런, 제기랄! 너 때문에 장사 다 망쳤잖아!”
“……미안.”
“……하아~ 얼마 있다고?”
“1만 헤알.”
“……젠장. 내가 미쳤지. 그거 내놔.”
“정말?”
금방의 일도 있고, 무엇보다 사내의 모습이 물이 젖은 생쥐처럼 보여 도저히 외면을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카를로스 페레즈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며, 1만 헤알에 8강전 티켓을 판매하기로 했다. 무척 아깝기는 했지만, 얼른 이곳을 벗어나는 게 더 중요한 문제였다.
“너도 얼른 가. 아까 그 녀석들이 무리를 데리고 오려고 할 수도 있어. 그런데, 포르투갈어는 어떻게 알아?”
“공부했어.”
“진짜? 그거 대단하네. 보나 마나 다온 때문이지?”
“…….”
“걘 끝내주잖아. 나랑 동생도 완전 팬이 됐다니까? 무엇보다 고마운 건 그거야. 내 동생이 굉장히 축구를 잘하거든. 내가 볼 때는 그래. 그런데 팀에서 자꾸 풀백을 시키니까, 요즘은 잘 나가려고 하지도 않아. 제기랄! 내가 이렇게 뼈 빠지게 일해서 자기를 키우는 건 생각지도 않나? 응?”
자신을 멍하니 보는 시선을 느낀 카를로스 페레즈.
그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멋쩍게 웃는다.
“이런! 나도 모르게. 아무튼, 잘 가.”
최초 제안의 절반 정도 수입이었지만, 애초 1만 5천 헤알 정도에 티켓을 넘기려고 했던 카를로스는 그대로 돌아서서 차로 향하려고 했다.
그런데.
“앙?”
그는 자신을 붙잡는 손길을 느꼈다.
돌아보니, 티켓을 판매했던 남성이 자신의 티셔츠를 쥐고 있는 게 보였다.
“뭐, 뭐야? 이제 와 마음을 바꿔도 소용없어.”
“아니. 그게 아니야. 동생이 축구를 잘한다고?”
“어, 맞아. 내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언젠간 정말로 대단한 녀석이 될 거라고. 그나저나, 이거 좀 놔!”
탁-!
남성의 손을 뿌리친 카를로스 페레즈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무렵, 그의 예상대로 앞서 쫓겨났던 무리가 인원을 더 보충해 접근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제기랄! 튀어!!”
“응? 어?”
“뛰라고!! 넓은 데로!!”
“!!!”
재빨리 달려 나가기 시작하는 두 사람.
그들은 한참을 뛰어 간신히, 커다란 도로와 경찰 병력들이 있는 곳으로 나오게 된다.
살았다는 생각에 두 사람이 자리에 주저앉고, 근처를 지나가던 경찰 중에 하나가 의아하게 둘을 내려다본다.
“술래잡기 중이에요.”
“하-!”
시답잖은 카를로스의 대답에 피식한 경찰관이 멀어지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이젠 정말 집으로 갈 준비를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카를로스는 붙잡히고 만다.
“왜? 왜 나를 괴롭히는데? 돈은 못 돌려준다니까?”
“그게 아니야.”
“뭐?”
“내가 이걸 다른 사람한테 팔겠어. 그리고 그 절반을 네게 줄게. 대신.”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대신, 오늘 너희 집에서 재워 줘. 그리고 TV로 함께 축구를 보자.”
“뭐? 그게 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잘 들어. 이건 네가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잖아. 아니야?”
“그건 그런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이 찾아온 카를로스 페레즈를 남겨 두고, 남성은 빠르게 어딘가로 움직였다.
‘이런, 빌어먹을. 응?’
그런데 그때, 카를로스 페레즈의 발아래에 떨어져 있는 네모난 물건이 보였다. 비록 해외로 나가 보진 못했지만, 그는 떨어진 것이 여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칠칠치 못한 녀석 같으니. 저러단 당해 버린다고.’
늘 마음이 약해 큰돈을 벌지 못했던 카를로스 페레즈가 허리를 굽혀, 떨어진 여권을 집어 든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그것을 펼쳤다.
‘어디 보자, 이름이…… 전? 예? 제? 뭐야? 이름이 왜 이렇게 어려워?’
여권에 적힌 이름은 전제철.
김다온의 FC 노르셸란 시절 유니폼을 입은 남성의 정체는, 다름 아닌 과거 그의 통역관이었던 덴마크 유학생이다.
***
작가의 말 ? 월드컵 에피소드의 끝이 다가오고 있기에, 또 다른 떡밥을 뿌리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 축구협회/전제철과 관련된 내용은 꽤 오랫동안 등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