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06)
405화
·경기 시작 1시간 전
대한민국 0 : 0 독일
&Match-Up`s Best Eleven(한국/상대팀)
&Tactics(한국/상대팀) : 4-1-4-1/4-3-3
GK ? 정성룡 / GK ? 마누엘 노이어
RB ? 김다온 / RB ? 필리프 람
CB ? 곽태휘 / CB ? 마츠 후멜스
CB ? 홍정호 / CB ? 제롬 보아텡
LB ? 박주호 / LB ? 베네딕트 회베데스
DM ? 기성용 / DM ?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RM ? 이근호 / CM ? 사미 케디라
CM ? 이청용 / CM ? 토니 크로스
CM ? 구자철 / RW ? 토마스 뮐러
LM ? 손흥민 / LW ? 메수트 외질
ST ? 이동국 / ST ? 미로슬라브 클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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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예상대로였다.
웜업을 앞두고 독일 명단을 살핀 결과, 상대는 앞선 경기들을 통해 나타난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택했다. 중앙 미드필드의 역할만 빼면, 대략적인 흐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야, 먼저 간다?”
“어. 금방 갈게.”
코를 치료받은 탓에, 평소보다 약간 준비가 늦었다.
웜업이 끝나면 또 한 번 더 살펴야 한다.
경기 때 쓸 마스크도 준비가 됐다.
흰색 바탕의 틀에 태극기가 연상되도록 직접 칠을 했고, 대표팀과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등번호인 숫자 2도 새겼다.
“후우~ 가자.”
몸을 푸는 동안에 쓸 투명한 마스크를 손에 들고, 이스타디우 두 마라카낭의 복도를 걷는다.
오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답게, 그동안 이곳에서 치렀던 굵직한 경기의 기록들이 복도 곳곳에 남아 있다. 또 이번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레노베이션을 했다.
그 금액만 무려 12억 헤알(약 6,000억 원)이었다고 하던데, 알리안츠 아레나의 건설 비용이 3억 4천만 유로(약 4,550억 원)이니 엄청난 돈이 쓰였다고 볼 수 있다.
피치로 들어서는 계단이 저 멀리에서 보이기 시작하고, 슬쩍 뒤를 돌아봤을 때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이들을 발견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동료들이다.
나도 얼른 걸음을 재촉했다. 사적인 감정을 섞어 봤자, 좋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알고 있다.
비록 오늘 우리는 적으로 만났지만, 서로를 미워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웜업을 위해 피치에 들어서고, 얼른 달려 대표팀 동료들이 모인 방향으로 향한다. 이후에는 되도록 피치 반대편을 보지 않으려 노력하며 몸을 푸는 일에 집중했다.
“하나-! 두울-! 하나-! 두울-!”
이미 우리는 목표를 넘어섰고, 새로운 동기 부여를 위해 2002 FIFA 한일월드컵을 가까이로 가져왔다. 다시 한번 4강 신화를 만들어 보자는 게, 팀의 분위기다.
하지만 거기에 집착을 하기보단, 월드컵이라는 무대 그 자체를 즐겨 보자는 분위기가 조금 더 강했다.
한국에서 들려오는 많은 포상금이라는 달콤한 뉴스 역시, 조금 더 의욕을 가질 만한 이유가 되어 주고 있었다.
오히려 부담은 독일이 더 심할 것이다.
이기는 게 당연한 분위기일 테니까.
‘할 수 있어.’
경쾌하게 다리를 움직이고 또 발을 빙빙 휘저으며, 나는 몸을 푸는 일에 박차를 더해갔다.
“하나아-! 두울-! …….”
***
【같은 시각】 80802 뮌헨, 독일. 슈바빙-프라이만.
독일 대표팀이 월드컵 첫 번째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4:0으로 박살 냈을 때, 독일 내 많은 미디어들은 지난 시즌 내내 유행했던 단어를 그대로 차용했다.
바로, ‘Vier Deutschland’.
하지만 이후 독일은 단 한 번도 우승 후보 중에 하나다운 면모를 보여 주지 못했고, 가나-미국-알제리로 이어진 세 경기에서 모두 졸전을 펼치고야 말았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독일 내 축구 전문가들은 요하임 뢰브의 전술을 지적했다.
양쪽 풀백의 공격력을 기대할 수 없는 라인업을 짜둔 데다가, 공격 역시 선수의 개인 기량에 의존한 단조로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 역시, 독일 대표팀의 부진을 전술적인 이유에서 찾았다.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가 선발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금, 선수들의 시너지가 자연스럽게 발휘되도록 만들려면 공격적인 풀백은 필수적인 요소였다.
더구나 펩 과르디올라가 FC 바르셀로나에 부임하기도 한참 전인 2006년부터, 요하임 뢰브는 기존 독일의 굵직한 스타일을 점유율과 패스 위주로 바꿔 왔다.
그렇기에 더더욱 측면이 중요했다.
“자네라면 어떻게 할 텐가?”
“저 말입니까? 우선 다온을 독일 대표팀으로 귀화시키겠죠.”
“큭큭큭큭,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네.”
“하하, 그렇습니까?”
흔히 사람들은 점유율을 높이는 부분에 있어 중원에 위치하는 선수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이는 맞는 말이지만, 그것만으론 불충분하다.
“공격은 능동적이고 수비는 수동적입니다. 공격수가 먼저 움직이면, 수비수가 뒤따라 움직이죠.”
“그렇지.”
“점유율을 높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볼을 빼앗기지 않는 선수를 중요한 곳에 두어, 피치가 비도록 만들어야 해요. 하지만 중앙에서만 볼을 돌리게 되면, 수비는 굉장히 쉬워집니다. 많이 움직일 필요도 없고, 공간도 좁힐 수 있죠.”
사실 이번 독일 대표팀의 가장 큰 불행은, 마르셀 슈멜처가 부상으로 낙마한 일이었다.
2013/14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린 이 도르트문트의 왼쪽 풀백은, 결국 시즌이 끝날 때까지 끝내 폼을 회복하지 못하며 요하임 뢰브에게 외면을 받았다.
그렇지만 막상 풀백 부재가 독일 경기력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자, 언론은 태도를 바꿔 슈멜처를 명단에 포함시켜야 했다고 성토하고 있었다.
어차피 뛰지도 않는 에릭 두름을 뽑을 거였다면, 기량과 경험에서 앞서는 슈멜처에게 기회를 줘야 했다면서 말이다.
함부르크에서 건실한 활약을 한 마르셀 얀센(Marcell Jansen)도 요하임 뢰브가 외면한 풀백 자원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이 부분에 관해서는 요하임 뢰브의 편이었다.
“클럽의 축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하죠.”
과거부터 지금까지 우수한 풀백은 항상 희귀한 자원이었다. 특히 독일 대표팀에 뽑힐 만큼의 기량을 가진 경우라면, 세계를 통틀어 하나의 세대에 20명 남짓 된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독일의 현(現)세대 중엔, 우수한 풀백과 스트라이커가 없다.
미드필드와 센터백 자원은 두 개의 대표팀을 꾸려도 될 만큼 풍부하지만, 스트라이커와 풀백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클럽 축구에 익숙한 독일 팬들은 당연히 대표팀에 우수한 풀백이 있어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를 것 같군요. 한국에는 불운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내 생각도 그러하네. 하지만.”
“?”
“좋지 않은가? 덕분에 다온이 일찍 올 수 있게 됐어.”
“하하, 하지만 독일에 더 많은 선수가 있죠.”
“그래도 그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 아니던가?”
“후후.”
주방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준비하던 펩 과르디올라가, 손수 만든 요리를 맞은편에 앉은 이에게 대접한다. 두 사람은 간단히 요기를 한 뒤, 거실로 나가 경기를 시청할 예정이었다.
프라이팬째로 내민 펩 과르디올라는 맞은편의 남성. 아니, 마지막 휴가를 즐기고 있는 마르셀로 비엘사를 바라본다.
“그나저나, 자네의 발상은 매우 독특했어.”
“그렇습니까?”
“그래. 마치, 한 단계 더 진화한 축구 같았지. 지금까지 우리가 최신이라고 알던 것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됐어. 기존에 의미가 없었던 것도 새롭게 바뀌었더군. 매우 흥미로운 접근이야. 나도 조금 참고하겠네.”
“하하, 얼마든지요.”
펩 과르디올라에게 요한 크라위프가 ‘(선수의 입장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면, 마르셀로 비엘사는 ‘(감독의 입장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와 올 시즌부터 토트넘의 감독이 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Mauricio Pochettino) 역시 마르셀로 비엘사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을 한다.
은퇴 후 지도자를 준비 중인 지네딘 지단도 약 4년 동안 비엘사의 훈련을 참관했고, 현재도 축구 감독이 되길 바라는 수많은 이들이 같은 일을 하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마르셀로 비엘사는 이제 더는, 자신의 노하우를 쉽게 전수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자신의 축구를 승계하여 더욱 발전시킨 이들과 맞붙는 순간을 준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휴가의 마지막을 뮌헨에서 보내기로 한 것 역시, 의견을 묻기 위해 보낸 펩 과르디올라의 메일에 담긴 내용이 무척 흥미로워서였다.
“명칭은 정했나?”
“아니요. 그러기엔 시기상조니까요.”
“그럼 내가 지어 주도록 하지. 펩 볼. 어떤가?”
“이런! 제가 당신이 형편없는 작명가라고 말을 했던가요? 펩 볼? 당치도 않습니다. 그건 너무 우스워요.”
“큭큭큭큭.”
독일 대표팀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축구로 화제가 넘어간 두 사람은,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 식탁에 마주 앉아 단 한 순간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은 마치, 누가 더 축구에 관해서 많이 알고 또 누가 더 많은 말을 하는지 내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남들이 보기엔 진귀한 풍경이었지만, 수년 전부터 친분을 맺어 온 두 사람에겐 일상과도 같은 하루였다.
“앞으론 이 두 줄의 공간이…….”
“이제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는…….”
“스트라이커는 이제…….”
“축구는…….”
브라질의 하늘 중천에 걸려 있는 태양은 지금, 독일에선 조금씩 서쪽 지평선 아래로 떨어져 가고 있다.
***
리우 데 자네이루-RJ, 20271-130 마라카낭. 카스텔루 브랑쿠 거리, 포르탕 3-마라카낭. 이스타디우 두 마라카낭.
·경기 시작 20분 전
대한민국 0 : 0 독일
@독일의 라커룸
요하임 뢰브는 대표팀의 단골들과 좋은 친분을 유지했고, 그래서 지난 며칠 필리프 람은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중 필리프 람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다온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펩 과르디올라는 지난 시즌 내내, 김다온과 데이비드 알라바라는 변종(變種) 풀백을 활용하는 방법을 보여 줬다.
일반적으로 크게 경계하지 않는 포지션의 선수들에게 더욱 많은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공격은 공격수가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편견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김다온은 이런 편견이 상대적으로 짙은 국제무대에서 더욱 맹활약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일격을 허락한 나이지리아와 프랑스는 각각 김다온에게 경기 선제득점을 허락했고, 아르헨티나 역시 김다온이 전진할 때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16강 진출을 확정 짓기 위해 수비에 주력한 보스니아 경기를 뺀다면, 김다온은 ‘공격하는 풀백’이 현대 축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줬던 셈이다.
“공격으로 나가면, 우린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
“…….”
그리고 다행히도, 요하임 뢰브는 필리프 람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했다.
“베네딕트, 제롬, 마츠가 쓰리백이 되고, 필리프를 높이 끌어 올린다. 때에 따라서는 제롬. 네가 조금 더 앞으로 올라가 줘도 돼. 이건 내가 지난 며칠 계속해서 말해 왔던 거다.”
요하임 뢰브는 김다온의 공격력을 저지할 목적으로, 베네딕트 회베데스의 전진을 극도로 억제하는 비대칭 전술을 택했다.
오른쪽의 필리프 람이 공격에 전념하도록 만들고, 반대로 왼쪽 풀백은 항상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 두면서 김다온으로 인해 발생할 변수를 억제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토니 크로스를 왼쪽 메짤라(Mezz`ala)로 보내, 1차적으로 압박을 해 주도록 요구했다.
“메수트, 넌 오늘 중앙보다 조금 측면으로 넓힌다.”
측면에서 전진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소화하는 메수트 외질을 윙어처럼 쓰기로 한 것도 같은 목적이다.
공격에서 위협적일 수 있는 선수를 오른쪽 풀백 영역에 늘 상주하도록 만듦으로써, 김다온의 전진하고자 하는 욕구 자체에도 영향을 주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토마스. 너는…….”
경기 전 마지막 전술적 지시 사항을 선수들에게 하나하나 전달을 하며, 요하임 뢰브는 새삼 김다온이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를 생각한다.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오히려 김다온을 막아야 한다 말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율리안 드락슬러와 마르코 로이스가 너무 지나치다며 불만을 표출했지만, 마누엘 노이어가 단칼에 그들의 의견을 묵살시켜 버린 일도 있었다.
또 재미있었던 건,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에서 김다온을 만났던 페어 메르데자커가 뮌헨 선수들의 편에 있었다는 점이다.
[“난 동의해. 걔는 차이를 만들 줄 아는 녀석이야.”]이러한 모습들을 보며, 요하임 뢰브는 김다온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선수들의 태도가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상대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메시와 호날두가 지금까진 훨씬 더 좋은 선수이지만, 변수를 만들 수 있다는 측면에선 동급으로 본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요하임 뢰브는 전술을 수정할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
전술 지시와 팀 토크 후 감독실로 돌아온 요하임 뢰브가, 바지 안으로 집어넣은 손을 깊숙한 곳까지 밀어 넣는다.
북- 북- 북-
그러곤 벅벅 긁은 뒤에, 손톱에 묻은 무언가를 모아 공처럼 만들어 코로 가져갔다.
‘변수를 최대한 줄여야 해.’
대단히 지저분한 습관을 지닌 독일 대표팀의 감독은 자신의 체취(?)를 맡는 것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가는 묘한 루틴이 있었다.
물론 그것을 잘 아는 독일 대표팀의 선수들은, 누구도 경기 전후 뢰브와 악수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로군.’
곧,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8강전 첫 번째 무대가 막이 오른다.
***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복도에서 독일 대표팀 선수단을 맞이한 순간 뮌헨에서의 첫 번째 날이 떠올랐다.
[“우-와!! 이거 뭐야!! 집에 엘리베이터가 있어!!”] [“타 보자! 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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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의 전통이야. 네가 모레까지 이걸 빨아서, 연습장으로 가져오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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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필립의 버릇이야. 꼭 남의 집에 처음으로 가면, 콘돔을 찾거든.”] [“……뭐?”] [“말했지만, 잘 견뎌 봐. 고생하고.”]지금까지 그렇게 외면하려고 했었지만, 결국 이렇게 복도에서 마주하자 눈이 맞아 버렸다.
뒤쪽에서 들린 발소리와 인기척이 나라는 것을 알았는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바이에른 뮌헨 소속의 선수들만 일제히 뒤를 돌아본 것이다.
심지어, 가장 앞의 마누엘 노이어도.
[“토마스!! 그거 내리면 대박이야!! 그럼 우린 저 녀석의 약점을 평생 쥐고 흔들 수 있어!!”] [“접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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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이거 웃기지 않아? 내가 영어로 말하고, 네가 독일어로 답하는 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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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이 직접 나서도록 만들지 마.”]그러자 어째서인지, 지난 1년 동안 독일에서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어떠한 것은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했고, 흐릿한 것도 있긴 했지만 동료들의 인상적인 말이나 행동들은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뮌헨에서 가장 많이 했었던 말은.
‘으이그, 저 웬수들.’
일제히 쏟아진 시선에 발을 우뚝 멈춰 서게 된 내가 먼저 참지 못하고 얼굴에 미소를 피워 올리자, 거울 속의 나를 보는 것처럼 하나둘 비슷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경기를 앞두고 이러는 것은 옳지 않은데, 이제 더는 버틸 수가 없을 것 같다.
[뭘 봐, 이 병신들아.] [뭐래. 대체 그 마스크는 뭐야?] [훨씬 낫긴 하네. 그 못난 얼굴이 가려졌잖아?] [못났어? 그건 네 얘기잖아, 토마스.] [바스티!! 넌 지금 내 편이어야지!!] [필리프! 필리프! 이걸 봐! 얘들 싸워!!] [조용히 해, 이 일름보야!!]난 그냥 한마디를 툭 던진 것일 뿐인데, 마치 도미노를 쓰러뜨리기라도 한 것처럼 연이어 말이 튀어나왔다.
우리(바이에른 뮌헨)를 제외한 남은 선수들은 이런 모습에 조금 당황한 것 같았지만, 기다렸다는 듯 자철이 형과 주호 형이 말을 걸자 금세 복도는 화기애애해졌다.
과연 누가 이것을 보고, 몇 분 뒤에 월드컵 4강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게 될 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건 친선 경기만도 못한 분위기다.
연습 경기가 딱 어울린다.
[그래서 말인데.] [응?]찰싹-!
[우윽-! 이, 이봐! 대체 무슨 짓이야?] [나보고 못난이라고 했잖아, 이 못난아.] [난 그냥 사실을 말했거든?] [시끄러워. 대체 뭐야? 브라질에서 세월의 풍파를 정면으로 맞기라도 했어? 주름 깊어진 것 좀 봐. 이제 머리만 벗겨지면 아르연이랑 비슷해 보일 거야.] [너, 너…….] [너?] [너무해!!]찰싹-!
다시 한번 토마스의 뒤통수를 때려 준 뒤, 다음으로 바로 앞의 토니에게 걸어갔다. 우린 서로 푸근하게 웃으며 포옹을 나눴고, 그 모습에 토마스는 또 궁시렁댄다.
왜 자신은 그렇게 따뜻하게 대하지 않느냐며, 사람을 편애한다고 한 것이다.
그래서 난 토마스를 향해 윙크를 보내 줬다.
귀여운 녀석.
그래도 일단 지금은, 토니와 대화할 때다.
[그 이야긴, 뮌헨에서 하자.] [그래.] [오늘 잘 뛰고.] [너도.] [응.]토니가 곧 있으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날 것이라는 걸 알기에, 우리의 대화는 짧은 단어였음에도 응축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다시 조금 앞으로 걸어가 나는 차례대로 바스티, 제롬을 만났다. 마리오는 오늘 벤치에 있어, 이곳에 없다.
[마리오가 이렇게 하지 말랬는데.] [큭큭, 그 뚱보 요정의 말을 들으려고?] [그럴 리가.]보아텡과도 뜨겁게 포옹을 나눈 후, 다시 앞으로 걸어간 나는 가장 끝의 마누엘 노이어와 필리프 람을 만났다.
언제나처럼 간단명료하게 목적을 밝혀 온 마누엘 노이어는,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라고 말을 했다. 코 부상이 심각했다면, 뮌헨에도 타격이었을 거라면서 말이다.
그래서 난 거기에 고맙다고 답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안녕, 필리프. 오늘 조금 봐줘.] [뭐? 그건 내가 할 말이지.]시답잖은 농담을 던지곤 서로를 끌어안은 뒤, 나는 필리프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재미있게 뛰자고 말을 했다.
[그래. 그래도 짐은 네가 먼저 싸.] [이런! 당했는데?] [하하하, 이런 말은 적절하지 않지만…….] [응?] [네가 그리웠어.] [……그래.]사실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복도 맞은편에 선 선수들과 이렇게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느낌이 새로웠다.
“휴우~”
“상봉 다 했냐?”
“어. 형도 뭐, 말하더만.”
“나야, 뭐. 그냥 친한 척해 본 거지.”
자철이 형과도 마지막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나서야, 저 앞쪽에서 입장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장-!! 입장합니다-!!!]마침내 시작되는 월드컵 8강전 경기.
관중석은 발 디딜 틈 하나 없다.
.
(배정세) – SBS 아나운서
“양 팀 선수들 입장합니다! 사상 최초 원정 월드컵 8강을 이룩한 대한민국 대표팀과 우승 후보인 전차군단 독일의…….”
.
파아란 하늘 아래 운집한 수만여 명의 팬과 초록색 잔디 위에 그어진 흰 줄.
그리고 둥그런 공.
오늘도 역시, 평범한 일상이 지나가고 있다.
***
·경기 결과
대한민국 0 : 2 독일
***
작가의 말 ? 본 경기 역시, 차후 전개를 위해 생략되었습니다. 아마도 예상이 쉽게 가능한 그 전개가 맞을 겁니다.
다음 2, 3화 정도는 월드컵 에필로그 + 뮌헨 시즌 준비 도입부가 될 것입니다.
길었던 월드컵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