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09)
408화
전날 티아고의 부상 때문인지, 회복 훈련을 하는 내내 분위기가 무척 무거웠다. 펩은 무척 침울했고, 잠시 뒤에는 나도 똑같아졌다.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복귀로 부상이 더욱 악화된 티아고는, 내년 4월까지 복귀가 불가능해졌다.
사실상의 시즌 아웃.
아직 분데스리가는 개막하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우울한 소식이 클럽을 휘감은 것이다.
하지만, 그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바로 이 남자.
“1:1을 하자고?”
“그래. 한 번쯤 해 보고 싶었어.”
“…….”
“어때? 잠깐 어울려 주겠어?”
오늘의 일정은 오전의 회복 훈련과 이후 마사지 등으로 컨디셔닝을 관리하는 것. 그리고 다 함께 점심을 먹은 뒤에 그대로 퇴근하는 것이 전부였다.
월드컵 이후 한국과 이비사를 오가며 짧은 휴가를 보냈던 나도, 집으로 돌아가 영양을 보충하고 푹 쉴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게 다가온 레반도프스키가, 30분 정도 1:1을 하지 않겠느냐며 불쑥 제안을 해 온 것이다.
“왜 하필 나야? 이유를 물어도 돼?”
“물론. 대답 못 할 것은 없으니까.”
레반도프스키는 지난 시즌 우리가 그다지 맞부딪히지 않았음을 첫 번째 이유로 들었다.
두 번의 리그 경기와 DFB-포칼 컵 결승 그리고 독일 슈퍼컵을 통해, 2013/14 시즌 우리 뮌헨과 작년 레반도프스키가 속한 도르트문트는 총 네 번을 만났다.
하지만 슈퍼컵을 치를 때는 내가 뮌헨에 합류하기 전이었고, 리그 경기 중에 하나는 부상으로 결장이었다.
그래서 두 차례만 도르트문트전을 뛰었는데, 당시 내 상대는 레반도프스키가 아닌 므히타랸이나 마르코 로이스였다. 가끔 마주하기야 했지만, 중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뜻밖의 제안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나는 이내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도발이 분명한 레반도프스키의 태도와 말투를 보고 듣고 있노라니, 이것을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도, 그냥은 재미없지.”
“응? 그럼?”
“내기를 걸자.”
“내기? 뭐 돈 말이야?”
“아니, 돈은 너무 그렇잖아.”
“그럼?”
마침 머릿속에 떠오른 그럴듯한 생각도 있어, 나는 근처에 있는 베르나르두에게 소리를 질렀다.
[베르나르두!! 심판 좀 봐 줘!!] [심판? 무슨 심판?] [1:1!! 지금 나랑 이 친구랑 1:1을 할 생각이야!!]베르나르두와 내가 포르투갈어로 크게 떠들자, 자연스럽게 브라질 쪽 친구들이 이쪽을 돌아봤다.
1:1이란 이야기를 들은 하피냐는 걸음을 우뚝 멈추더니 이쪽으로 슬며시 다가왔고, 단테는 잠깐 고민을 하다 다시 클럽하우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 남자는 아직,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패배한 후유증을 떨쳐 내고 있지 못했다.
1950년, 당연히 월드컵 우승이 확실시됐던 브라질이 우루과이에 2:1로 패배한 적이 있다.
당시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의 갑작스러운 기권으로 월드컵 전부터 우승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고, 결승전을 앞두고선 브라질 전역에 ‘1950 FIFA 월드컵 우승국 브라질’이라는 글귀가 새겨지기도 했다.
심지어 우승 메달에도 똑같은 글귀가 이미 새겨졌다고 하니,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쉬이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브라질은 우루과이에 충격적인 1:2 역전패를 당했고, 경기가 끝난 직후 경기장에 있던 2명이 심장마비로 또 2명이 권총으로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일도 일어났다.
그만큼 브라질에 충격적이었던 당시의 역전패를 사람들은 ‘마라카낭의 비극(Maracanaco)’으로 회상하기 시작했고, 그에 버금가는 일이 몇 주 전에 벌어졌다.
결승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독일을 만난 홈팀 브라질이, 무려 7골을 내어주며 1:7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이제, 미네이랑의 비극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당시 팀의 일원이었던 단테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무기력해하고 있다.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순간이다.
단테는 무척 중요한 남자니까.
“이봐!”
“응? 아-! 미안. 그래 조건이 있어.”
잠깐 단테를 애처롭게 바라보던 나를 레반도프스키가 불렀고, 난 그에게 이번 경기의 조건을 이야기했다.
“만약 네가 이기면, 네가 이야기하는 뭐든지 들어줄게.”
“뭐든지?”
“응. 변태적이거나 허황된 것만 아니라면, 뭐든지.”
“그거 괜찮네.”
“그렇지? 그렇지만 말이야.”
“?”
“만약 내가 이기면, 너도 똑같이 들어줘야 해.”
쉽게 말해 ‘소원빵’인 건데,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일이 하나 있었다.
“좋아! 하자!”
레반도프스키가 조건을 허락하고, 고개를 끄덕인 나는 피치를 정리하려는 스태프들에게 소리쳐 골대 하나는 치우지 말라고 했다.
잠깐 의아해했던 그들이지만, 1:1 내기를 한다고 하자 표정을 금세 바꿔 호기심 어린 얼굴을 보였다.
빠르게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내기가 이뤄졌고, 준비를 모두 끝마쳤을 땐 주변이 관객들로 북적였다.
이렇게 흥미를 끌 일이야?
[자, 그러엄-!]처음에는 귀찮아했던 베르나르두지만, 관객이 불어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본인이 심판을 보겠다고 말한 부에나벤투라의 제안조차 거절할 만큼, 완전히 이 내기에 몰입했다.
‘당연히 그러셔야지.’
삐-익!!
베르나르두가 휘슬을 불고, 드리블을 시작한 레반도프스키가 슬금슬금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내 뒤에는 페페 레이나가 골키퍼를 보고 있었는데, 클럽하우스로 가려다가 흥미를 느껴 다시 장갑을 착용했다. 독일어를 못하는 그와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영어 연습이 되기도 했고, 내겐 일석이조다.
‘온다!’
‘페이스 오브 체인지(Pace of Change)’로 드리블의 속도를 급작스럽게 높인 레반도프스키가 왼쪽을 선택하고, 일단 섣부른 시도를 경계한 나는 경로를 막는 일에 집중했다.
금세 피치 위에서 스파이크가 빠르게 움직이며 몸과 몸이 맞닿았고, 뭔가 휑해짐을 느낀 나는 즉각 멈춰 섰다.
‘와-우!’
드리블하던 축구공을 왼쪽 스파이크로 멈춰 세우고, 달리던 관성을 이용해 반대편으로 치고 나가기 좋은 자세로 만든 레반도프스키의 동작은 무척 부드러웠다.
하지만 내가 속으로 탄성을 내지르도록 만든 것은 그의 순간 속도였는데, 정신이 번쩍 들 정도였다.
“크윽-!”
“!!”
보통 공격수가 이런 방식으로 방향전환을 할 때면, 나는 거의 70%의 확률로 볼을 따낼 자신이 있다.
일단 한 번 속더라도 리커버리와 이후 속도를 붙이는 것에 자신이 있어서인데, 이런 공격수라면 절반 정도도 장담을 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나는 레반도프스키에게 파울을 범하고야 말았고, 그가 바닥을 뒹굴기 전 베르나르두가 휘슬을 불었다.
삐?익!!
[너 지금 파울 하나야.]“제기랄.”
레반도프스키와의 1:1 규칙은 바로 이렇다.
첫 번째, 5판 3선승.
두 번째, 공격의 승리 조건은 득점을 성공하는 것. 단 여기엔, 페페 레이나도 뚫어 내는 것이 조건이다.
다소 공격수에겐 잔인한 조건이지만, 곧 보완이 된다.
세 번째, 수비수는 어떻게든 실점을 막으면 되지만 누가 보더라도 확실하게 뚫렸을 경우엔 득점 여부와 상관없는 공격수의 득점으로 인정한다.
네 번째, 수비수는 하나의 포제션(Possession)에서 한 번의 파울만을 할 수 있다. 만약 두 번째 파울을 범할 경우, 그때에도 공격수의 득점으로 인정한다.
이렇게 하면, 얼추 균형이 맞아진다.
“우-와! 정말 놀랐어.”
“뭐가?”
“네가 이렇게 빨리 반응을 할 줄은 몰랐거든. 최소한 슈팅까지는 가져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
“하하. 그거 칭찬이야?”
“당연하지.”
피치에 주저앉아 솔직히 감탄하는 레반도스프키에게 손을 뻗어 그를 일으킨다.
손과 손이 맞잡는 순간 어쩐지 그것이 따뜻하다고 느꼈는데, 상대도 마찬가지였는지 피식하고 웃으면서 내 어깨를 두드리곤 돌아섰다.
하지만 이제 겨우 대결은 시작이었고, 빠르게 감정을 털어 낸 나는 다시 전의를 끓어 올렸다.
이번에도 레반도프스키는 왼쪽을 첫 번째 선택지로 삼았지만, 이후의 과정은 절대 똑같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일단 그를 측면으로 몰아갈 생각이다.
각도가 좁아지면 페페 레이나가 슈팅을 막을 확률도 높아지는 데다, 공격수의 선택지 역시도 좁힐 수 있다.
당연히, 공격수도 이를 안다.
‘접었어.’
아까보다 훨씬 더 빠른 타이밍에 레반도프스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몸을 오른쪽으로 틀면서 왼쪽 어깨와 몸통으로 내가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그러곤 왼발을 가져가는 척하다 오른발로 툭 차 넣는 페이크 동작을 시도했는데, 이미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내가 먼저 축구공에 도달했다.
파앙-!!
“우오-!!!”
“오와-!”
내가 축구공을 멀리 걷어내자마자,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탄성과 함께 박수를 보내왔다.
“그렇지!”
[Eins! Und Null!!]베르나르두가 독일어로 스코어를 알리고, 새로운 축구공을 받아 든 나는 그것을 레반도프스키에게 굴리며 여유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만약 내 손에 뭔가가 들려 있었다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분(粉)한 ‘위대한 개츠비’ 그 유명한 짤을 재연했을 거다.
레반도프스키가 그것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지금 그거, 꼭 디카프리오 같은데.”
“뭐야? 알고 있었어?”
“제기랄! 그거 맞아?”
“응!”
“젠장! 그럴 줄 알았어!!”
“하하! 하하하하!!”
뭔가 지금 조금, 레반도프스키가 좋아진 것 같았다.
“두고 봐. 그대로 갚아 줄 거니까.”
“어디 해 보든지.”
웃음기를 거두고 금세 진지한 얼굴이 된 레반도프스키가 다시 드리블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오른쪽이 그 시작이었고, 방향 전환의 시점은 두 번째와 흡사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이번엔 반대로 몸을 틀어, 오른쪽 어깨와 몸통으로 나를 가로막았다.
같은 방법이라 지루하다고 말을 하기엔, 동작의 자연스러움과 완성도가 아까와 거의 똑같았다.
오른발이 조금 더 능숙하다고 알려져 있었기에, 지금의 플레이는 분명 놀라운 것이었다.
그렇지만, 분명 마무리는 오른발일 것이다.
그러면 곧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축구공 위를 움직인 왼발이 드리블을 조금 더 살려 나갔고, 다시 왼발이 다가갔을 때 나는 레반도프스키가 그것을 멈추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 거라고 생각했다.
힘으로 나를 이겨 내며 억지로라도 드리블을 해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레반도프스키의 선택은 그대로 툭 차 넣으며 각도를 더 깊숙이 가져가는 것이었다.
‘뭐야? 아니라고?’
방향을 전환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몸을 반대로 가져갈 준비 중이었고, 그래서 레반도프스키가 왼쪽 드리블을 더 했을 때 반응이 조금 늦었다.
미세한 차이에서 시작된 이것은 점차 커져 갔고, 결국 슈팅을 허락하게 될 것 같았던 나는 슬라이딩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촤아아아아악-!!
툭-
“!!”
레반도프스키는 내가 태클을 하고 나서야 왼발을 사용해 오른발 뒤로 축구공을 보내며 방향을 전환했다.
이제 그는 나를 완전히 따돌렸고, 각도가 얼마 없는 상황에서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축구공을 가까운 쪽 포스트의 상단 구석으로 찔러 넣었다.
촤르르르르륵-!!
“우–!!!”
“우오오-!!”
아까보다 더욱 큰 환호성.
이번에도 베르나르두는 휘슬을 힘껏 분 뒤에 독일어로 스코어를 알린다.
[Eins! Und Eins!]허탈함에, 난 손바닥으로 피치를 내려친다.
타앙-!
이렇게 멋지게 당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리고 이때, 레반도프스키가 다가왔다.
“이봐.”
“?”
“…….”
레반도프스키는 아까 전에 내가 했던 동작과 표정을 똑같이 따라 하며, 그걸 당하는 사람의 심정이 어떤지를 똑똑히 알려 주었다.
재미야 있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다.
“아직 동점이야.”
“나도 알아.”
“이젠 안 봐줘.”
“나도 마찬가지야.”
대답하며 뻗은 레반도프스키의 손을 맞잡으며, 나는 다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조금 뒤.
삐?익!!
레반도프스키와 나의 1:1 세 번째 포제션이 시작됐다.
***
본래 30분만 진행하기로 했던 레반도프스키와 나의 1:1 대결은, 서로의 승부욕 때문에 조금씩 선을 넘어섰다.
처음엔 레반도프스키가 2:3으로 나를 이겼고, 조건을 크게 키운 나는 7판 4선승으로 바꾼 뒤에 곧바로 두 판을 내리 이겨 4:3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후는 마찬가지였다.
[“거기-! 이제 그만!!”]11판 6선승제까지 진행이 되었을 때, 보다 못한 부에나벤투라가 우리를 뜯어말리면서 5:5 상황에서 내기가 멈췄다.
아쉽기는 했지만, 레반도스프키도 또 나도 우리가 무리를 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빨리, 빨리.”
“됐어?”
“좋아! 다음엔 저기야!”
그래서 우리는 무승부로 하기로 하며 1:1 대결을 멈췄고, 곧장 라커룸으로 들어가 뒤늦은 샤워를 했다. 그러면서 꽤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무척 좋은 시간이었다.
삐빅-
부웅-!
샤워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던 중, 레반도프스키는 내게 만약 이겼다면 무엇을 조건으로 했을지를 물어보았다.
[“그러는 넌?”] [“나? 나야, 다음에도 1:1을 어울려 달라고 할랬지.”] [“진짜? 진짜 그걸로 돼?”] [“어. 넌?”] [“하아~ 이봐, 레비.”] [“??”]레반도프스키로부터 자신을 편하게 부르라는 소리를 들은 뒤에, 나는 그에게 진실을 말해 줬다.
[“뭐? 팝콘?”] [“응. 다들 준비 중일 거야.”] [“이런, 제기랄!”]나는 레비에게 토마스 뮐러를 포함한 팀 내 악동들이 꾸미고 있는 일을 말했다.
[“너는 왜 그걸 말해 주는 건데?”] [“나한테 좀 생각이 있거든.”] [“뭐?”]오늘 그 친구들의 계획은 주차장이 보이지 않는 클럽하우스의 한 사무실로 신입생들을 유인하여, 클럽의 전통을 핑계로 한 영상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건 아주 오래전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를 편집해 둔 영상으로, 클럽에서 따로 보관 중인 물건이다.
길이는 대략 45분 정도 되고, 그것을 몽땅 보고 나와 주차장으로 왔을 때 팝콘으로 가득 찬 자동차를 보게 된다는 게 그들이 생각하는 엔딩이다.
하지만 그들의 시나리오를 내가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아까 아침을 먹으면서, 난 베르나르두가 그런 곤경에 처하는 것을 볼 수 없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진실을 말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이거다.
“헤-이!! 온다!!”
“들었어? 지금 온대!”
“잠깐, 이거만 놓아두면…… 됐다!! 튀어!!”
“으흐흐흐흐흐-!”
[흐아악- 흐아아아-]왜 즐거움이 가슴팍 깊숙한 곳에서 밀려오기 시작하면, 괜히 바람 새는 소리가 입가로 새어 나오지 않나?
지금 레비와 베르나르두가 바로 그랬다.
또 나도.
탁-!!
딸깍-
두 사람과 함께 내 차에 올라타, 문을 꼭 잠그고 고개만 살짝 내민 채 상황을 지켜봤다.
“으흐흐흐흐흐.”
“왜? 즐거워?”
“흐흐흐. 왜 아니겠어.”
“큭큭큭. 나도 그래.”
지금부터 내가 바꾸어 놓은 시나리오를 말하겠다.
아마 저 친구들은 오늘따라 협조자가 많았을 거다.
아까부터 말한 ‘저 친구들’이란 환영식을 주도한 네 사람을 의미한다.
토마스 뮐러, 제롬 보아텡, 프랑크 리베리, 데이비드 알라바.
저들은 나를 포함해 오늘 꽤 많은 사람들로부터 협조를 거절당했는데, 베르나르두에게 진실을 밝힌 후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한 순간부터 동료들은 저들의 협력자가 됐다.
물론, 나의 스파이일 뿐이지만.
“들어간다!
“쉬잇-!
[큭큭. 크크크큭.]나는 저 네 사람을 제외한 다른 동료들에게, 앞으로 내가 할 계획을 말해 줬다. 그 계획이란 클럽하우스에 있는 마스터키를 활용하는 멋진 것이었다.
우선 단계는 이렇다.
첫 번째로, 친한 관리인에게 부탁해 비밀 유지를 조건으로 번호판을 바꿔 끼워 달라는 것이었다. 클럽하우스를 유지 보수하는 그들에게, 이는 무척 쉬운 일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마스터키를 활용하여 번호판을 바꿔 끼운 차량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다.
베테랑인 페페 레이나는 최초부터 대상에서 제외가 되었기에, 때마침 사람의 숫자도 4:4로 딱 맞았다.
그래서 난 협조를 택한 동료들이 저 네 사람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연시키는 동안, 이 모든 일을 해냈다.
혹시나 의심을 할까 싶어, 차 안에 있던 물건들까지도 바꿔 두는 교묘함을 발휘했다.
기왕에 시작한 일, 제대로 해야지.
안 그런가?
“워허허허허어~~~!!”
“채워진다~ 채워진다아~~”
지금 팝콘이 채워지고 있는 차가 본인들의 것이라는 것도 모른 채, 광분에 가까운 텐션으로 기뻐하는 네 사람이 보였다.
“제기랄. 사람 놀리는 데 저렇게 진심이라니.”
“……그거 내 얘기야?”
“……미안. 앞으로 나 좀 잘 봐줄래?”
“큭큭큭큭.”
[이봐-! 나 빼고 말하지 말아 줄래?“] [아, 미안. 무슨 말을 했냐면…….]독일어와 포르투갈어의 사이에서 치이고 있을 즈음, 2인 1조로 차량 하나를 꽉 채운 네 사람이 다시 자리를 옮겨 같은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한 대는 바로 맞은편의 것이라, 우리는 몸을 완전히 내린 채 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이 망할 녀석! 우리를 상대로 골을 넣었었지?”
“야! 더 부어, 더!! 아예 물도 뿌려!!”
“물?!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거! 안 보여?”
“우화화화화학-!! 그거 좋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독일인은 재미없는 민족이 아니다. 음식도 심심하지 않고, 마트에서 파는 과자와 같은 가공품의 질도 굉장히 높다.
지금 토마스 뮐러와 제롬 보아텡이 뿌려 대고 있는 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부디 잘 지워지는 것이기를 바라겠다.
‘그런데, 저 차 누구 거더라? 아, 맞다.’
맞은편은 리베리의 것이다.
이거, 사고 나겠는데?
그리고 사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이에른 뮌헨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강령 때문이다.
시즌 전에 지급하는 같은 색 같은 기종의 차를 타고 출근해야 한다는 규칙으로 인해, 번호판과 실내를 바꾸어 놓는 것만으로 혼동이 쉽게 온다는 거다.
귀신도 아니고, 사소한 생활 스크래치만으로 내 차 니 차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어차피 훈련 출퇴근 용도로만 타는 차량이라, 내부도 딱히 꾸며 놓지 않았다. 기껏해야 가족들의 사진이 전부였고, 양심이 있던 나는 그건 내버려 뒀다.
들킬 수도 있겠지만, 차마 거기까진…….
“이봐아-!! 거기 다 했어?!”
“어-!! 너희는?!”
이제, 우리가 나설 때가 됐다.
아마 남은 사람들은 다들, 식당이나 주차장이 잘 보이는 어디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마누엘 노이어는 손수 촬영까지 한댔다.
“나가자!”
“좋아!”
[으흐흐흐흐흐-]신입생들을 괴롭히는 것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괴롭힘을 주려고 했던 이들을 괴롭히는 건 대단히 내 취향이다.
딸깍-
딸깍-
딸깍-
세 곳의 문이 동시에 열리고, 우리가 차 안에서 불쑥 나타나자 낄낄거리던 네 남자의 동공이 커지고 동작이 멈춘다.
완전히 얼음이 된 게, 땡이라도 해 줘야 할까 보다.
“SURPRISE~~ 놀랐어?”
“……왜, 왜, 왜.”
“왜 우리가 여기에 있느냐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토마스 뮐러가 멍하니 이쪽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고, 슬쩍 뒤를 돌아본 나는 예상대로 식당 창문에서 폭소 중인 남은 동료들을 가리켰다.
여전히 저들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는데, 신입생 넷을 영상실로 인도하기로 한 필리프 역시 우리 편이었다.
우리 바이에른 뮌헨의 주장은 단지 ‘재미있겠다’는 이유로, 저들을 배신하고 내 옆에 섰다.
“그거 너네 차야.”
“에?”
“아, 그리고. 거기 뭐 뿌린 차 있지? 그거 프랑크 거다?”
“……에??”
완전히 넋이 나가 버린 네 사람을 앞에다 두고, 뒤를 다시 돌아본 나는 거기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가자 바이언-!!!!”
“후-! 후-! 후-! 후-!!”
웃는 와중에도 충실히 호응을 해 준 식당 안의 이들은, 다시 폭소를 터뜨리기 시작한다.
“크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와하하-!! 바보!! 캬하하하-!! 바보오-!!!”
“이런 멍청이들아아악-!!! 아하하하하!!”
아침에 바이에른 뮌헨 DNA가 스며드는 것 같았던 나는 어느새, 세포 하나하나까지 뮌헨으로 다시 도배되어 있다.
시끌벅적한 내 2014/15 시즌의 첫 번째 날은, 이렇게 즐겁게 저물어 가고 있다.
***
작가의 말 ? 본 글에서 벤투의 포르투갈과 상대를 할 때 대충 본문에 그의 성향을 표현했는데, 개인적으로 파울루 벤투는 감독으로서의 자질이 1도 없습니다.
벤투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