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13)
412화
2014년 8월 13일. 잉골슈타트 상공(Over Ingolstadt).
월드컵이 끝나고 오랫동안 들어가지 않던 팀 단체 메신저에 접속했을 때,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된 감정이 혼란스러움이며, 그것이 펩의 새로운 시도에서 온다는 것도 말이다.
우리는 지난 시즌 트레블과 역사상 최초 2회 연속 빅이어를 들어 올린 클럽이었고, 그 전술적 배경엔 뮌헨의 전통인 4-1-4-1과 크게 유행하고 있는 4-2-3-1이 있었다.
물론 리그 후반부로 가며 쓰리백을 사용하는 모습도 보여 줬지만, 어디까지나 변수를 주기 위한 부분으로 전술적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목적이 강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이상, 선발 명단이다.”
“…….”
“짧은 비행이니, 최대한 편히 쉬도록.”
펩은 월드컵 휴가를 받은 멤버가 없던 자리에서, 선수단을 모아 두고 새로운 시즌 팀의 주된 전술은 쓰리백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하비를 중앙 수비수로 사용할 것이며, 기존의 4-2-3-1은 쓰리백을 보조하는 전술이 될 거랬다.
이미 충분히 성공한 팀의 전술을 어째서 바꾸려고 하느냐는 질문엔, 작년 챔피언스 리그 2연패로 모든 클럽이 뮌헨을 분석하려고 할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개인적으론, 펩의 의견에 동의한다.
우리는 변화가 필요하다.
“정말? 정말로 그렇다고?”
물론,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풀백의 도움이 없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단테다.
“봐. 펩은 작년만큼 라인을 높이고 있잖아. 하지만 풀백이 아닌 윙백을 기용하려 하고 있어. 그리고 나는 그만큼 빠르지 않다고.”
“제발요, 단테. 너무 자신감이 없잖아요.”
“이런, 제기랄. 난 어릿광대가 되는 게 제일 싫어.”
“…….”
단테의 이런 반응은 월드컵에서의 탈락이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도 브라질은 라인을 높였다가, 뮐러-토니-외질에게 영혼까지 털렸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단테는 느리다는 본인의 단점을 극명하게 드러냈는데,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펩도 아직은 단테가 선발로 나서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라 판단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모르고 저 눈치 없는 토마스는 기회가 올 때마다 미네이랑에서의 일을 말하기에 바빴다.
가끔 필리프와 내가 토마스에게 눈치를 주곤 있지만, 눈치라는 게 있는 남자였다면 애초부터 단테를 놀리는 일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악의가 없어 망정이지, 자칫 팀 케미스트리 전체가 박살 나 버릴 수도 있었다.
“걱정하지 마. 넌 괜찮을 거니까.”
“쯧-”
혀를 찬 단테가 헤드셋을 끼며 본인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그의 무릎을 두드려 준 나는 늘 하던 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도르트문트가 우리의 쓰리백에 어떻게 반응할지보단, 플레이 그 자체를 신경 쓰기로 한다.
이런 내 머릿속엔, 최근 어느 때보다도 미팅이 잦았던 펩과의 자리에 떠오르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 기억하나?”] [“네.”] [“당시 내가 뭐라고 했지?”]펩은 알라바와 나를 동시에 쓰리백에서 젝서(Sechser/DM)로 밀어 넣는 파격적인 전술을 선보였다.
그리고 곧이어, 챔피언스 리그 결승을 말했다.
올 시즌 우리가 쓰리백으로 전술을 바꾼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펩이 피치를 세로로 5등분했을 때의 2번과 4번 라인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펩은 나의 영향력을 4번(오른쪽 하프스페이스) 라인에서 극대화시키기 위해, 풀백이 아닌 윙백으로 출발하도록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쓰리백의 오른쪽이 제롬 보아텡이 아닌 하비 마르티네스라는 것이 그걸 증명하며, 펩은 나와 하비를 파트너로 둠으로써 특정 포지션에서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만약 이것이 일반적인 범주에서의 쓰리백이라면, 좌우에 중앙수비수를 두고 가운데 하비를 배치했을 거다.
그편이 하비를 전진시켜 라볼피아나(Lavolpiana)로 활용해 빌드업을 용이하게 이끌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하비는 오른쪽 중앙 수비수가 되었고, 나와 함께 피치의 4번 라인에서 팀의 빌드업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더 중요해진 덕목이 있다.
[“또 질문. 기회는 어떨 때 가장 쉽게 창출되지?”] [“그야, 방향전환이죠.”]펩은 지난여름 동안, 우리의 새로운 시즌의 키워드를 ‘방향전환’으로 결정한 것 같았다.
4번 라인을 주된 기점으로 잡아 두게 되면 상대의 수비는 자연히 오른쪽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고, 이때 반대편으로 방향전환을 함으로써 수비 균형을 무너뜨리는 거다.
그래서 훈련도 많은 부분이 바뀌었는데, 따로 개인 훈련을 할 때 롱패스에 투자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리고 기묘하게도 펩은, 동시에 내게 미식축구의 쿼터백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했다.
[“쿼터백이 경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은, 앞으로 자네의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어. 하비에게도 마찬가지의 이야기를 했지.”]알다시피 나는 미국 투어 때, 프린스턴 대학을 방문하여 풋볼에 많은 보탬이 되고 있는 스포츠 심리학 자료를 복사해서 독일로 가져왔다.
당시까지는 짬이 없어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펩이 이야기를 한 이후론 조금씩 읽어 보고 있었다.
‘스포츠 및 운동 심리학의 기초(Foundations of Sport and Exercise Psychology)’의 공동 저자인 로버트 S.와인버그(Robert S. Weinberg)에 따르면, 스포츠 경기에서의 주의 집중(Attention Focus)은 크게 네 분류로 나뉜다.
‘외부멀리(External-Broad)’, ‘외부가까이(External-Narrow)’, ‘내부멀리(Internal-Broad), ’내부가까이(Internal-Broad)’.
그리고 이중 쿼터백에게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주의 집중은 외부멀리인데, 필드의 현재 상황과 수초 뒤에 변화해 있을 피치를 예측하는 능력 등을 종합한다.
이것은 필드를 피치로 옮겨와 그대로 적용할 수 있고, 펩은 나의 전술을 읽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거라고 했다.
[“앞으로 자넨, 전술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해.”] [“모든 것을요?”] [“그래.”]NFL의 우수한 쿼터백들은 수십 명이나 되는 팀원의 컨디션을 낯빛이나 걸음걸이만으로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팀 전체를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것을 알아야,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또 터치다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거기까지 알 필욘 없어. 그저, 자네가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알면 돼. 그리고 그건, 전술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거야.”]펩은 그래서 코칭스태프들과의 미팅 내용을 정리해 내게 메일로 보내 주었다.
거기엔 스태프들의 의견 종합과 팀이 앞으로의 경기에서 어떻게 플레이할지 등이 적혀 있었고, 그것 대부분은 훈련 중에 전달이 되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큼은 아니었다.
이것은 실제로 NFL 구단들이 하는 방법이었고, 난 그렇게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쿼터백이 되었다.
[“모든 것은 자네의 판단에 달려 있어.”] [“…….”]펩은 내게 별다른 전술적 지시를 내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자료를 받은 뒤에 의문이 있다면, 다음 날 곧장 자신에게 와 이야기를 하라고만 했다.
실제로 나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그 어떤 개인적인 요청 사항도 받지 않았다.
언제 오버랩을 하고 또 어떻게 빌드업을 해 나가야 하는지, 조금도 전해 듣지 못했다는 거다.
그렇지만, 내 머릿속엔 모든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 정보의 양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그 어떠한 경기보다도 많다.
[“자네는 내가 티에리를 만나게 해서 실망했겠지.”] [“?!”] [“거짓을 말할 필요는 없네. 이미 그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겠어. 나는 그저, 아스날에 내 의지를 보여 준 것뿐이라네. 그리고 그건, 내가 뮌헨에 남든 작별을 하든 마찬가지야. 자네가 나의 잔류를 재계약의 조건으로 삼은 것처럼 말일세.”]펩은 미국에서의 일뿐만이 아니라, 내가 재계약의 조건으로 그의 잔류를 내세웠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긴 그렇게 자주 나의 재계약 루머가 나도는데, 정작 협상했다는 말은 없으니 눈치채지 못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보통은 이쯤이면, 협상 완료 오피셜이 떠야 한다.
[“이보게나, 다온. 나는 자네가 좋아. 그리고 내게 있어 무척 중요한 선수이지. 하지만 그건, 우리가 축구라는 공감대로 묶여 있기 때문이야. 축구를 뺀다면, 과연 우리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보나?”]거기에 대답하진 않았지만, 펩은 내 대답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단호하게 말하는데, 만약 축구가 아니었다면 펩 과르디올라는 내가 절대 친구가 되지 않았을 유형이다.
그는 쉽게 말해, 정(情)이 없다.
반면에 나는 한국인이다.
정과 한(恨) 두 가지를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는 뜻이며, 내게 한은 깡으로도 해석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우리에겐 축구가 있지.”] [“그러게요.”] [“그리고 내 생각에 축구가 있는 한, 우리는 계속 좋은 파트너이자 장래에는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거야. 그러니,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미국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 남짓 된 지금, 나는 이제 펩을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선명해졌다.
‘All or Nothing.’
현재 내게 있어 펩은 축구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며, 그와 함께 축구의 다음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만약 올 시즌을 성공으로 이끈다면, 아마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거기엔 최근에 있었던 티아고나 바스티의 부상과 같은 변수는 없어야 한다.
아무리 펠레나 마라도나가 재림한다고 해도, 그 외에 평범한 10명의 선수를 두고 모든 경기를 승리할 순 없으니 말이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펠레와 마라도나의 사전에 패배라는 단어는 없었을 것이다.
‘난 준비됐어.’
여전히 리베리와 로번 등은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또 단테와 필리프 역시 시간이 필요하지만, 나는 현재의 전력으로도 충분히 도르트문트를 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오늘 경기에 나설 전력은 도르트문트가 더 강할 수도 있겠지만, 강한 팀이 늘 승리를 거두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축구란, 그런 거다.
위이이이잉-
생각이 정리되자 들려오기 시작한 비행기의 엔진 소리가, 고요한 기내에 울려 퍼지고 있다.
***
44139 도르트문트, 독일. 슈트로벨알리 50. 지그날 이두나 파르크.
·경기 시작 1시간 전
도르트문트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미첼 랑거락
CB ? 하비 마르티네스 / RB ? 우카시 피슈체크
CB ? 제롬 보아텡 / CB ?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
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마티아스 긴터
RWB ? 김다온 / LB ? 마르셀 슈멜처
LWB ? 후안 베르나트 / CM ? 제바스티안 케흘
CM ? 제바스티안 로데 / CM ? 올리버 키르히
CM ? 베르나르두 실바 / RAM ? 피에르-에밀 오바메양
AM ? 제르단 샤키리 / CAM ? 요나스 호프만
AM ? 토마스 뮐러 / LAM ? 헨리흐 므히타랸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치로 임모빌레
.
.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의 경기라는 것 그 자체만으로 주목을 받고 있었지만, 이 유별난 열기의 이유는 로베르토 레반도스키의 이적 때문이다.
마지막 홈경기에서 박수로 이 뛰어난 스트라이커와의 이별을 훈훈히 마무리하긴 했지만,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레반도프스키는 그저 배신자일 뿐이었다.
경기장의 앞에서 레반도프스키의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불태우며 사람들이 환호하는 이유다.
“명단을 봤어? 조금 이상해.”
그리고 이런 외부의 열기와는 무관하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감독 위르겐 클롭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가올 경기를 준비 중이다.
“뭐가 말이지?”
“센터백이 하나뿐이야.”
“응? 하비가 있지 않나?”
“그럼 젝서가 비잖아. 또 어째서 왼쪽 풀백이 둘이나 되는 거지? 이건 틀림없이 뭐가 있는 거야.”
겉으로 보기에, 오늘 바이에른 뮌헨의 선발 명단은 뭔가 기묘했다.
선수들이 간단히 명단을 확인한 후 웜업을 위해 피치로 나서는 동안, 위르겐 클롭은 감독실에서 코치들과 함께 같은 것을 살피고 있었다.
소파에 길게 드러누워 명단을 보던 클롭이 몸을 일으켰고, 잡담을 나누던 코치들도 이젠 그들의 감독을 주목했다.
“자, 가능성.”
“?”
위르겐 클롭은 대단히 활동적이고 또 코치들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기를 원하는 유형이었다. 한 사람의 시각으론 불가능한 일을, 다수는 해낼 수 있다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석코치인 젤코 부바치(?eljko Buva?)와 페테르 크라비츠(Peter Krawietz)는 클롭에겐 없어선 안 될 이들이었다.
두 사람을 포함한 남은 코칭스태프를 보며, 위르겐 클롭이 손가락을 하나씩 펴 들기 시작한다.
“펩이 부상 때문에 미쳤다는 것.”
“하하하하.”
“가장 확률은 낮지만, 우리에겐 가장 좋은 일이야. 하지만 말했듯, 그럴 일은 없겠지. 자, 그럼 다음.”
“…….”
“우리가 모르는 중앙 구성이 있다는 것.”
“확실히, 요즘 알라바를 꾸준히 중앙에 기용했었지.”
후안 베르나트의 영입 이후로, 꾸준히 데이비드 알라바의 중앙 미드필드 전환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오스트리아 대표팀에서 뛰는 포지션이라 크게 무리도 없고,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상황을 고려하면 알라바의 중앙 미드필드 출전은 당연한 것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클롭은 이것도 부정적이다.
“그럼 젝서가 비어.”
“로데에게 맡길 수도 있지.”
“펩이 그렇게나 쉬운 남자일까? 우리가 가진 정보 그 어디에도 로데가 젝서에서 뛰었다는 정보는 없어. 일단 지금으로 봐선, 하비가 젝서야.”
“그럼 센터백이 비는군…….”
“그렇지. 바로 그거야. 원점으로 돌아가는 거지.”
사실 지금의 대화는 단순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성격이 더 짙었다. 도르트문트의 위르겐 클롭 역시, 상대가 어떠하든 본인의 축구를 하면 그만이란 성격인 남자다.
이것은 그들에게도, 일종의 웜업일 뿐이다.
“재미있겠어. 누구 그럴듯한 아이디어 없나? 정답을 맞추는 이를 위해 200유로를 걸지.”
“오! 그거 할 맛 나겠어.”
200유로라는 상금에 많은 이야기가 도르트문트의 감독실을 오갔고, 그 끝에 그들은 쓰리백이 가장 타당하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장난처럼 시작되어 수립된 결론은, 경기를 앞둔 도르트문트의 라커룸에서 고스란히 전달된다.
“오늘 뮌헨은 쓰리백의 가능성이 있다.”
“?!”
“확실하진 않아. 그저 그 가능성만 넣어 두면 돼. 만약 그렇다면, 강한 전방 압박으로 윙백을 아래쪽에 묶어 두면 된다. 그것만으로, 뮌헨의 공격력은 반토막이 날 거니까.”
치열한 머리싸움이 이어지는 이곳 지그날 이두나 파르크에서는 곧, 2013/14 시즌 독일 첫 번째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
·경기 시작 10분 전
@바이에른 뮌헨의 라커룸
마지막 팀 토크 이후, 우리는 스크럼을 짜고 모였다.
그리고 나는 뮌헨 이적 후 처음, 파이팅을 주도하게 됐다.
팀의 첫 번째 주장인 필리프는 오늘 벤치에서 대기하고, 두 번째 주장인 바스티는 부상으로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팀의 세 번째 주장인 내가, 선수들의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게 되었다.
“조금 길게 가자.”
“…….”
“요즘 우리가 조금 불안한 건 알아. 부상자도 있고, 미국에서 온 지도 며칠 안 됐지. 그리고 월드컵도 있었어.”
“…….”
실은 비행기에서 필리프에게 내가 오늘 이 대화를 주도할 거란 이야기를 들었고, 한참을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렇지만 생각 끝에, 나는 상황이 닥쳤을 때 가슴이 시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최선이라고 결정했다.
정리되지 않은 어설픈 말일지라도, 진심을 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억지로 만들어 낸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질 거야. 왜냐하면 나도 그렇거든. 하지만 매년 그랬어. 시작은 늘 불안하지. 왜냐하면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까.”
“…….”
난 이쯤에서, 벤피카에서 배운 걸 말하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끝을 벌써부터 생각할 필요는 없어. 결국엔 우리가 잘할 거라 믿어서도 안 돼. 우리가 허투루 보낸 8월과 9월의 90분이, 남은 9개월을 괴롭힐 수도 있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아? 우리는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을 거야. 그리고 분명, 승리라는 결과물로 보답받겠지.”
“…….”
“앞으로 또 이런 말을 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어서 미리 말해 두는데, 만약 열심히 뛰지 않는 녀석이 있다면 경기 중에라도 엉덩이를 걷어찰 거야. 이거 보여? 난 주장이라고.”
마지막 문장들은 농담이었고, 그것을 알고 있는 동료들은 피식하고 웃으면서 저마다 한마디씩을 보탰다.
“휘이~ 이거 무서워서 살겠나.”
“완장 찼다고 너무하는데?”
“이봐, 제롬! 나는 네가 그립다고!”
“맞아. 최소한 엉덩이를 걷어차진 않았잖아.”
“넌 아니잖아, 토마스. 맞은 기억이 있어.”
“아. 그런가?”
“와하하하하하-!!”
나는 동료들이 지금의 이 웃음에, 남은 긴장이나 부담 등을 실어 보냈기를 바랐다.
“좋아, 마무리하겠어. 우린 뮌헨이야. 바이에른 뮌헨이라고. 우리는 오늘 피치 위에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증명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가자! 나가서, 승리를 가져오는 거야!!”
“예에에에-!!”
“좋았어-!!”
박수와 커다란 파이팅이 라커룸에 울려 퍼졌고, 이례적으로 스크럼의 사이에서 나의 파이팅을 듣고 있던 펩은 나를 슬쩍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저 미소의 의미가 만족이라는 것을 안다.
‘휘이~ 다행이야.’
동료들과 펩의 반응에, 나는 조금 안도한다.
‘자, 그럼. 다녀올게.’
현재 크리스티나와 함께 스페인으로 떠나 있는 아영이는 내일 밀라노로 떠나 패션위크에 참여하고 뮌헨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아마 우리 커플은 모레쯤 만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손키스도 조금 제대로 했다.
“휴우~ 좋아. 가자.”
루틴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서자, 앞쪽에 기대어 서 있던 베르나르두가 나를 맞이한다.
[응? 안 갔어?] [어. 질문이 있어서.] [??] [금방, 뭐라고 한 거야?]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질문에,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 베르나르두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찰싹-!
[아우-! 왜 때려?] [아, 미안.]간신히 용기를 내 그런 낯뜨거운 이야기를 했는데, 그걸 또 이렇게 포르투갈어로 번역해 달라고?
절대 안 될 말이다.
[왜? 치사해!] [시끄러워, 베르나르두. 얼른 독일어나 배워.]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 나는 너처럼 천재가 아니거든?] [천재? 내가 왜? 펩도 독일어 배우는 데 3개월이 걸렸어.] [그럼 말 되네! 둘 다 그렇잖아!] [아~ 시끄러워.] [에-이!! Amigo!! 우린 최고의 친구잖아!!] [아까 그거 써먹었거든? 잊었어? 그건 하루에 한 번이야!] [이런, 제기랄!! 그럼 조금만이라도? 앙? 조금만 말해 주면 안 될까? 나도 소리 지르고 싶다니까?!]한참을 뒤쳐졌다 쫓아오는 베르나르두의 모습은 마치, 잘 조련된 개를 연상케 했다.
‘……이건 너무 심했다.’
스스로도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베르나르두에게 하나하나 설명을 했다.
선수단이 도열한 통로 바로 뒤에서 간략하게 요약한 내용을 말하는 것이 끝났고, 그것을 모두 들은 베르나르두는 박수와 함께 이 말을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VAMOS!!! 우리는 이길 거야!!! 훠-우!!!]“…….”
하여간에 저 웬수.
그렇지만 지금, 무척 기분이 좋다.
***
작가의 말 ? 월요일이네요.
이번 한 주도 잘 부탁드립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