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14)
413화
·전반 15분
도르트문트 0 : 0 바이에른 뮌헨
흐름이 좋지 않다.
팀 전체의 움직임이 무겁고, 예리한 맛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가장 나쁜 것은 빌드업이다.
도대체가.
‘아이, 씨팔.’
“후퇴해-!!”
베르나르두와 후안 베르나트가 좁은 공간에서 패스를 돌리다, 도르트문트의 잘 협력된 압박에 볼을 빼앗기고 말이다.
그 지점은 왼쪽 라떼랄(Lateral/WB).
볼을 빼앗겨서는 안 되는 곳이다.
‘가장 좋은 위치는…… 저기.’
높은 지점에서 볼을 가로챈 도르트문트는 자연스럽게 역습으로 전환이 가능했고, 상대에게 볼을 넘겨준 순간 나는 므히타랸의 위치를 먼저 눈에 담곤 얼른 뒤를 돌아 달렸다.
오른쪽에서 워낙 강한 압박이 이뤄지다 보니, 므히타랸은 밸런스를 위해 다소 뒤쪽에 머물러 있던 상태였다.
따라서 방향전환을 해 이쪽으로 패스가 연결되더라도, 므히타랸이 당장 좋은 위치에서 볼을 잡기는 어렵다.
측면으로 다시 벌려 수비 위치로 리커버리 하는 것에 자신이 있었기에, 난 오른1쪽 측면 수비를 버려두고 중앙으로 좁혀 오바메양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찾았다.
훌륭한 보디페인팅으로 알라바의 균형을 무너뜨린 오바메양은, 손쉽게 골라인까지 접근했다.
위기의 상황.
‘온다!’
한 차례 킥을 하는 시늉으로 페인팅 동작을 섞은 오바메양이 골키퍼 앞쪽에 서 있다 페널티 스팟으로 빠져나오는 치로 임모빌레(Ciro Immobile)를 본다.
정확한 컷백이었지만,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내가 먼저 끼어들어 볼을 클리어한다.
파앙-!!
그리고 직후에 정강이에 느껴지는 통증.
임모빌레의 킥에 맞았기 때문이다.
퍽-!!
“욱-!”
삐—-익!!
.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전반 초반 도르트문트의 게겐프레싱에 뮌헨이 크게 고전하는 모양새죠?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야심 차게 쓰리백을 들고나왔으나, 그것이 전술적으로 올바른 판단이었는지는 조금 의문이 듭니다. 아니면 차라리 하비 마르티네스 선수를 가운데로 두어 빌드업을 도와야 한다고 봅니다.”
(이재후) – KBS Sports N 아나운서
“임모빌레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인 김다온 선수가 넘어져 있습니다. 큰 부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요.”
.
“이봐아-!!”
“아뇨, 아뇨!! 괜찮아요!”
“…….”
의료진을 부르려던 주심을 말리며, 먼저 엎드린 자세를 취하다 몸을 일으켜 세웠다.
슈팅을 할 생각으로 오른발을 휘둘러서 그런지, 제대로 걷어차여 통증이 상당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보호대가 지켜 주었고, 아프긴 해도 다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벤치를 향해 손을 들어 괜찮다는 것을 알린 나는, 어째서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인지를 잠깐 생각해 보았다.
‘이건 뭔가 아니야.’
오늘 팀은 이상하리만치 선수들 간의 포지셔닝이 겹치는 모습이다. 단순히 쓰리백 전술에 대한 훈련이 덜 되었다고 말하기엔,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엉망인 이유가 뭘까?
마치, 약팀이 되어 버린 것만 같다.
“휴우~ 천천히 해.”
“응.”
일방적인 열세가 당황스럽기는,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나마 베르나르두가 개인기로 탈(脫)압박 몇 차례를 보여 준 것 정도가 볼만한 것이었는데, 그 정도로 전반 17분이 된 지금까지 우리의 경기력은 형편이 없었다.
다시 하프라인 근처에서 도르트문트에게 볼이 넘어가고, 재차 압박을 가한 제바스티안 로데가 올리버 키르히(Oliver Kirch)를 넘어뜨려 경고를 받는다.
발목을 제대로 걷어차 버린 것인데, 딱히 항의할 필요가 없는 적나라한 파울이었다.
‘휴우~ 로데가 너무 중앙에만…… 응? 잠깐.’
번쩍 스쳐 지나가는 뭔가가 있어 멈칫했을 즈음, 테크니컬 에어리어 앞에서 고뇌로 가득 찬 표정을 하고 있던 펩이 피치를 바라보며 손을 휘저었다.
특정 선수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었는데, 일반적인 경우라면 제롬과 하비를 교대시키는 게 옳다.
그럼 하비를 라볼피아나(Lavolpiana)로 활용할 수 있고, 현재 가장 부족한 빌드업에 힘을 실어 줘 체감상으로 40%도 못 되는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펩은 그렇게 하는 대신, 중앙 미드필드인 베르나르두와 로데의 위치를 바꾸어 버렸다.
그래서 이제 베르나르두가 내게 가까운 쪽으로 왔고, 로데가 후안 베르나트/토마스 뮐러와 짝을 이루게 됐다.
대체 이건 무슨 의미일까?
“…….”
답을 구하고자 하는 심정으로 벤치를 돌아봤을 때, 펩은 나를 보며 플레이를 계속하란 제스처만 보낼 뿐이었다.
고구마 한 개를 마실 것 없이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면서, 난 일단 펩의 지시대로 플레이에 집중키로 한다.
노이어가 오른쪽 골라인 부근까지 빠져 있던 하비에게 골킥을 보내고, 사이드라인으로 바짝 빠져 있었던 나는 패스를 전해 받으며 곧장 가해져 올 압박에 대비했다.
위르겐 클롭의 게겐프레싱은 페널티 박스의 앞쪽에서부터 시작되기에, 조금만 느슨하게 볼을 간수하다간 아까처럼 역습을 허락하기 십상이었다.
“뒤-!”
아니나 다를까, 하비의 패스가 발밑에 전해지기 무섭게 므히타랸과 치로 임모빌레가 함께 압박을 가해 왔다.
결국에 나는 다시 하비에게 리턴 패스를 보낼 수밖에 없었고, 반대편으로 볼이 돌아 나가는 것을 보며 베르나르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몸을 돌렸다.
그런데, 아까까지만 해도 로데가 서 있던 위치에 있어야 할 베르나르두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디에?
‘응?’
베르나르두는 나의 시야 오른쪽 가장 끝자락에서 등장을 하여, 볼의 흐름에 맞춰 중앙으로 이동해 나가고 있었다.
현재 축구공은 오늘 가장 불안했던 후안 베르나트가 선 장소로 나갔는데, 이번 포제션에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부드럽게 도르트문트의 압박을 벗겨 냈다.
좋은 위치에서 접근해 준 제바스티안 로데 덕분에 2:1 패스로 전진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아. 그거구나.’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아까 뇌리를 스쳐 지나갔던 번뜩임의 정체와 펩이 중앙 미드필드의 위치를 바꾼 이유가 똑같다는 것을 말이다.
이건 매우 단순한 습관의 문제다.
‘이렇게나 간단한 걸.’
오늘 경기 처음으로 전방까지 부드럽게 볼이 연결되고, 마지막으로 볼을 전해 받은 레반도프스키가 어떻게든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해 보지만 협력 수비에는 장사가 없다.
손쉽게 도르트문트가 다시 볼을 가져갔고, 축구공을 발밑에 둔 미첼 랑거락(Mitchell Langerak)이 템포를 조율한다.
이후 길게 골킥을 보내어 오지만, 방향이 다소 부정확해 축구공은 그대로 사이드라인을 벗어나 버린다.
우리의 스로인.
베르나트가 길게 볼을 뒤로 보낸다.
[베르나르두!] [?]후방으로 한차례 볼이 전해지는 동안, 베르나르두를 부른 나는 손짓으로 사이드라인 전체를 커버해 줄 것을 요청했다.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고, 난 움직임을 달리 가져간다.
지금까지는 줄곧 라떼랄의 위치에 머물렀다면, 이젠 메디오 센트로(Medio Centro)/CM, DM)에 진입하여 로데와 함께 중앙에서 볼을 받기로 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이런 플레이가 가능한 이유.
이게 바로, 펩이 로데와 베르나르두의 위치를 바꾸면서 기대한 결과물이다.
“하비!!”
중앙으로 이동해 하비의 이름을 크게 외친 나는 굴러오는 축구공에 다이렉트로 오른발 안쪽을 가져다 대어, 각도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현재 팀의 오른쪽 라떼랄 자리엔 넓게 빠져 움직인 베르나르두가 있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로데를 눈에 담아 둔 나는 그에게 제자리에 머무르라고 크게 소리친 뒤, 인테리오(Interior/IF)를 향해 움직여 들어갔다.
여기에서 참으로 신기한 건, 이 과정이 있기까지 도르트문트의 압박이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치 수비를 세워 두고 연습을 할 때처럼, 자연스럽게 포지션에서 포지션으로 이동이 되었고 또 거기에 맞춰 패스가 부드럽게 연결되었다.
베르나르두에게 패스를 넘겼을 때, 도르트문트의 압박은 내게로 집중된 상태였다. 그래서 오른쪽 엑스트레모(Extremo/W)까지 전진하는 건, 녀석에겐 너무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리커버리를 한 도르트문트의 중원과 왼쪽 풀백 슈멜처가 수비에 들어갔을 땐, 이미 내가 인테리오 포지션에서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위치였다.
당연하게도 베르나르두는 자유로운 상태에 있던 나를 찾았고, 약간 앞쪽으로 패스를 굴려 자연스럽게 몸을 골대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무것도 아닌 플레이 같겠지만, 만약 여기에서 너무 정면으로 볼을 넘겨주게 되면 공격 전개가 상당히 지체된다.
수비가 밀집된 위치에서, 볼을 받아 두는 것과 몸을 정면으로 돌리는 것을 차례대로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 녀석이 센스가 좋다는 거다.
머릿속으로 계산한 것인지 아니면 타고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베르나르두는 의도적으로 패스를 앞쪽으로 굴림으로써 ‘몸을 정면으로 돌린 상태에서 볼을 받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나는 볼을 받아 두는 일만 하면 되었고, 남는 시간과 에너지를 전방을 살피는 일에 쏟을 수 있었다.
‘기회는 방향전환에서.’
펩이 올 시즌 추구하려는 궁극적인 철학을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되뇌며, 나는 반대편에서 움직이고 있을 토마스 뮐러를 찾아 나섰다.
그는 예상대로 도르트문트의 허술한 공간 앞에 서서는, 빈 위치로 파고들 준비를 마쳤다.
저건 타고나는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파앙-!!
‘절대, 저럴 수 없어.’
지난 월드컵 8강전에서 독일을 만났을 때, 형들은 자신들에게 보이지 않던 공간을 창조하여 휘젓는 ‘라움도이터(Raumdeuter/공간연주자)’에게 크게 고전했다.
사실상 뮐러가 우리에게 패배를 선물했다고 봐도 무방했으며, 실제로 FIFA는 경기 MoM을 그에게 주었다.
오늘도 뮐러는 본인의 그런 장기를 마음껏 발휘하고 있었는데, 공간으로 향한 패스에 그대로 왼발을 가져다 대어 볼품은 없지만 날카로운 슈팅으로 연결했다.
팡-!!!
{“워어어어-!!”}
경기 시작 후 처음으로 유효슈팅이 터져 나왔고, 뮐러의 슈팅에 놀란 도르트문트의 팬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코너킥.
나는 수비를 위해 하프라인 부근으로 물러서며, 오늘 내내 비슷한 위치에 선 펩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단순히 두 선수의 위치를 바꾼 것만으로 일방적으로 밀리던 양상을 뒤집은 것에 대한 감탄의 표현인 셈이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을 하자면, 베르나르두는 나와 함께 뛰던 벤피카 시절부터 주로 측면에서 머무는 것에 익숙한 타입이다. 반면 로데는 어떻게든 중앙에 머무르려는 습관이 있다.
한데 베르나르두에게 메짤라(Mezz`ala)를 맡기고자 녀석을 왼쪽 중앙 미드필드로 두면서, 측면으로 빠지려는 그와 후안 베르나트 사이의 위치 겹침 문제가 생겨나 버렸다.
자연히 압박은 쉬워졌고, 경기 초반부터 볼을 빼앗기자 베르나트와 베르나르두 모두 플레이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른쪽 역시, 중앙에 머무르려는 로데와 센터백 위치에서 젝서(Sechser/DM)로 전진하는 하비 사이의 위치 겹침 문제가 생겨 마찬가지의 문제가 터졌다.
또 나는 중앙에 선수가 많아 라떼랄에서만 머물게 되었는데, 빌드업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의 이 위치는 경기 전체에 영향을 주기 힘든 포지션이다.
이렇게 특정 포지션 두 곳에서 같은 팀 네 명의 선수가 위치 충돌을 일으키자, 당연히 전진은 힘들어지고 점유율 역시 높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베르나르두와 로데의 위치를 바꿀 경우, 이런 식의 문제는 단숨에 해결된다.
중앙에 머무르려는 로데는 측면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공격적인 성향의 베르나트와 어울리고, 나 역시 베르나르두가 측면으로 이동해 주면서 빌드업과 공격에 보다 더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이동이 가능해졌다.
또한 내가 중앙에서 본격적으로 빌드업에 가담하게 되면, 하비 역시 억지로 라인을 높이지 않고 4번 세로줄(오른쪽 하프스페이스) 후방을 점유하는 게 가능해진다.
참으로 놀랍지 않나?
마치 맞지 않는 장소에 끼워져 있던 태엽을 올바른 위치로 가져다 놓음으로써, 모든 작업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기계처럼 느껴진다.
지난 시즌 기존에 알던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난 축구를 배웠는데, 앞으로의 1년 역시 그럴 것 같다.
[이봐.] [응?]순식간에 흐름이 바뀌어, 우리는 전반 20분부터 25분이 될 때까지, 약 5분여 동안 일방적으로 도르트문트를 밀어붙였다.
그리고 지금은 잠깐 흐름이 끊긴 순간이다.
헤더 과정에서 머리끼리 충돌한 레반도프스키와 파파스타토풀로스가 쓰러져 있었기 때문인데, 나는 그사이 베르나르두와 의견을 주고받았다.
[너무 같은 패턴일 수도 있어.] [아, 그런가?] [응. 가끔은 네가 중앙에 있어 줘. 메디오 센트로에서 메디아푼타로 그대로 직선으로 움직여도 돼. 어차피 제르단이 엑스트레모나 델란테로에 있을 거니까. 알겠지?] [……뭐??] [뭐라니, 들었잖아.] [메디…… 델? 델란로?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하나도 못 알아듣겠거든?]아- 그랬지 참.
베르나르두는 아직, 이 단어들을 알지 못한다.
하긴,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나와 펩밖에는 없다.
그렇지만 앞으로 내가 더욱 편해지고 또 베르나르두가 팀에 빠르게 스며들려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 친구가 나와 같은 단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뮌헨으로 돌아가는 대로, 책을 빌려줄게.] [책? 뭔 책?] [시끄럽고, 그냥 읽기나 해.] [이젠 독서까지 지시하는 거야?] [그런 게 아니거든, 이 멍청아?] [독서라면 질색이야. 책은 너나 읽어. 말했지만, 나는 너 같은 천재가…….] [볼 온다!!] [!!!]사실 지금은 베르나르두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지 않아 농담을 해 본 것뿐이다.
깜짝 놀라며 몸을 돌려세웠던 베르나르두를 남겨 두고, 난 뒤로 돌아 포지션을 찾아 움직였다.
뒤늦게 속았음을 안 베르나르두가 나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지만,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운 채 낄낄거리고 있는 내가 승리자라고 봐야 했다.
‘암, 그렇고말고.’
전반 27분.
여유를 찾아가고 있는 지금, 전반 초반 열세에서 실점하지 않았던 것은 틀림없이 보상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
·전반 33분
“…….”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꽂은 거친 외모의 게르만(German) 남성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복잡함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득점을 했어야 했어.’
도르트문트의 감독 위르겐 클롭은 전반 초반 일방적으로 상대를 밀어붙였을 때 득점으로 연결 짓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했다.
전반전 17분을 기점으로 마법처럼 경기력이 되살아난 바이에른 뮌헨은, 이후 16분여 동안 정확히 반대로 도르트문트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중앙에서의 빌드업이 살아나면서 점유율을 넘겨준 게, 못내 아쉬운 위르겐 클롭이다.
‘그나저나, 이런 축구라고?’
펩 과르디올라를 포함, 현재 많은 축구 감독들이 점유율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볼을 점유하는 동안, 경기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선수의 위치를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 것은 볼을 쥔 쪽의 특권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수비 위치를 강제하여 흐름을 바라는 대로 이끌 수 있다.
물론 수비하는 측에서 의도적으로 점유율을 넘겨줄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先) 수비 후(後) 역습이 충분히 준비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애초에 클롭이 추구하는 게겐프레싱도 ‘빠르게 볼을 되찾아오는 것’에 목적이 있는 만큼, 그 역시 점유율에 대한 집착이 큰 편이다.
상대에게 ‘안전 지역은 없다’와 ‘어디에서든 볼을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 주는 것 역시, 성급하게 처리하도록 만들어 볼을 다시 가져오는 데 주효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위르겐 클롭의 게겐프레싱은 완전히 작동이 멈춰 버린 것만 같다.
압박의 강도와 선수들의 의지 모두가 약해져 버렸다.
“헨리흐! 헨리흐!! 진정해!! 요나스!! 너무 내려서 있지 마! 조금 더 위로 올라서라고!!”
도르트문트가 수세를 취하면서, 자연스레 압박이 시작되는 지점 역시도 낮아졌다.
그런 위치에서는 볼을 빼앗아 봤자 큰 위협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체력만 소비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차라리 위치를 지키며 구역(Zone)을 봉쇄하는 게 더 현명한 판단이다.
하지만 그것은 위르겐 클롭이 추구해 온 축구와는 맞지 않으며, 선수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스스로 강팀이 되길 바란다면 상대가 어찌하든, 본인의 색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런 축구를 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팀 전체에 자신감을 심어 주게 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제아무리 우직한 감독과 선수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헨리흐!! 침착하래도!! 제기랄. 지연해!! 파울을 해서라도 지연시켜!!”
전반 초반을 그대로 뒤엎어 놓은 것만 같은 상황에, 위르겐 클롭이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따라 이동하며 본인의 선수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왼쪽 하프라인 바로 앞에서 볼을 빼앗긴 지금, 바이에른 뮌헨은 좋은 역습 기회를 잡았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볼을 빼앗은 제르단 샤키리가 전진을 시작하고, 다행히도 드리블을 끄는 그의 이기적인 성향이 도르트문트에 이득으로 작용이 되려는 듯 보인다.
속도를 높여 가던 바이에른 뮌헨의 역습은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급격히 늦춰졌고, 드리블을 멈춘 샤키리가 베르나르두에게 패스를 보냈을 땐 정비가 어느 정도 이뤄진 뒤였다.
그렇게 위르겐 클롭 역시 한숨을 놓는다.
‘휴우~ 이런, 제기랄. 이래서야…….’
하지만 갑자기 그의 앞에서 한 남자가 불쑥 나타나 튀어 나갔고, 피치 왼쪽을 바라보던 베르나르두 실바는 왼쪽 발바닥을 사용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볼을 굴려 보냈다.
노룩(No Look)으로 이뤄진 패스에 도르트문트 선수들의 발이 피치에 달라붙었고, 계속 속도를 붙여 쭉쭉 달려 나가던 이의 앞으로 축구공은 정확히 굴러들어 왔다.
그리고 그걸 본 순간.
‘오, 안 돼.’
위르겐 클롭은 미래를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본인의 두 손을 뒤집어쓴 모자 위로 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