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17)
416화
2014년 8월 24일. 카디프 CF11 8AW, 웨일스. 클로스 파크 모가눅, 카디프 시티 하우스 오브 스포츠 코칭아카데미(Cardiff City House of Sports Coaching Academy. Clos Parc Morgannwg. Cardiff CF11 8AW, Wales).
새로운 선수가 영입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 건, 뮌헨에서 카디프까지의 130분 정도 되는 비행이 끝난 뒤였다.
착륙 후 가장 먼저 휴대폰의 비행모드를 해제했던 제롬이, 아주 커다란 목소리로 이렇게 외친 것이다.
[“HEDA-!! BARBEIßIG!!!”](이봐-!! 대박이야!!!)
제롬의 주변에 있던 이들이 그가 보고 있던 화면을 보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고, 짐을 챙기던 나도 호기심에 비행모드를 풀자 순식간에 여러 알림이 도착했다.
그리고 화면 속엔,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드 사비 알론소가 뮌헨에 합류했다는 내용이 표시되어 있었다.
“저거 진짜야?”
“당연히 진짜겠지. 안 그럼 그가 왜 여기에 있겠어?”
“믿을 수 없어.”
“난 저 남자가 레알에서 은퇴할 거라고 생각했어.”
“나도 그래.”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펩의 곁에 선 사비 알론소를 보았다.
2004년부터 5시즌 동안 리버풀에서 뛰긴 했지만, 외의 커리어는 전부 스페인에서 보낸 사비 알론소는 절대로 이적하지 않을 것 같았던 남자였다.
특히 올해 1월 레알 마드리드와 2016년 6월까지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또 플레이적으로도, 사비 알론소는 레알 마드리드가 대체할 수 없었던 유일한 자원이었다.
토니가 합류했고 또 같은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선수가 다수 남아 있다곤 하지만, 지난 수년 동안 레알을 위해 헌신했던 사비를 이렇게 쉽게 팔아 버릴 줄은 몰랐다.
‘뭐, 우리야 환영할 일이긴 해.’
사비 알론소의 영입이 얼마나 좋은 선택인지는,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반응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중원 자원의 줄 부상 이후 늘 수심이 가득했던 코칭스태프들의 얼굴이 환해진 것은 물론, 동료들 역시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인다.
전성기에서 서서히 내려설 나이라지만 그래도 아직 32살이고, 현재 보여 주고 있는 경기력도 문제가 없다.
또 듣자 하니 카디프에게 양해를 구해 이곳 시설에서 메디컬 테스트도 끝마쳤다던데, 내일 저녁에 있을 세비야와의 UEFA 슈퍼컵에 출전한다던 말도 들렸다.
만약 그렇다면, 명단이 제출되었던 어제 이미 이적이 확정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온다.”
“이봐-! 다들 크게 환영해 주자고!”
“Jei-!!”
근래 보기 드물었던 환한 표정을 한 펩과 함께 사비 알론소가 걸어왔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스크럼을 만들어 새로운 식구가 된 미드필드를 반길 준비를 했다.
“중요한 영입이었고, 훌륭한 선수가 합류했다. 그러니 다들 박수로 환영해 주도록.”
펩의 말에 우리가 열정적으로 호응을 했고, 사비는 조금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여유 있는 표정으로 금방 외운 것이 분명한 독일어를 내뱉었다.
[Guten Tag. 음…… Ich bin so froh…… 다음은 뭐였죠?]“와하하하하-!”
펩의 도움을 받은 사비 알론소가 간신히 문장을 완성했고, 우린 그런 그를 따뜻한 미소로 반기며 바이에른 뮌헨의 팀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어 펩은 비행기 안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선발 명단을 지금 발표하겠다고 했다.
“역시. 바로 선발인가 봐.”
“와-우. 그거 도박인데?”
예상대로 펩이 구성한 UEFA 슈퍼컵의 선발 명단엔, 사비 알론소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발표가 끝나고, 우리는 34시간 30분 뒤에 치러질 시합을 준비하고자 훈련에 돌입했다. 시작은 가벼운 런닝부터였는데, 사비 알론소는 벌써 관심의 대상이 됐다.
[와-우. 무슨 첩보영화를 보는 것 같네.] [하하. 그래?] [응. 명단 포함이잖아. 그건 어제 끝났다는 거야. 그렇지?] [그래. 그 말이 맞아.]이적 과정이 극비에 부쳐지는 경우야 종종 존재하지만, 사비 알론소 정도 되는 선수가 엮여 있다기엔 이번 이적은 지나칠 정도로 조용하게 이뤄졌다.
특히 하비의 부상 이후 우리가 중앙 미드필드를 찾는다는 소문이 나고 많은 선수들과 링크(Link)가 되는 상황에서, 사비는 한 번쯤 언급이 되었어야 한다.
‘그렇다는 말은…….’
이번 이적이 매우 급작스러웠고, 감춰진 무언가가 더 있다는 의미였다.
우리가 레알 마드리드에 지불한 900만 유로(약 120억 원) 역시, 지난 1월에 재계약을 체결한 선수치곤 지나칠 정도로 저렴한(?) 금액이다.
다가오는 11월 33살이 되는 미드필드에게 적합한 금액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저런 경력과 리더십을 지닌 30대의 노장은 이적시킬 생각을 잘하지 않는다.
기량이 도저히 높은 수준에서 뛸 수 없을 정도라면 모를까, 사비처럼 4개월 전 챔피언스 리그에서 뛴 선수라면 어떻게든 팀에 남겨 두는 게 도움이 된다.
‘궁금해. 저어엉말 궁금해.’
사비의 합류에 기쁜 것과는 별개로, 이번 이적 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몹시도 궁금해지는 나였다.
***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프런트 오피스, 회장실.
-딸깍-
“어떻죠?”
“Sehr Gut(아주 좋아). 완벽할 정도라더군.”
“이번 영입은 정말 횡재한 겁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물론이야. 다들, 수고했네. 자네들 모두.”
분데스리가 개막전 날 밤,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쉬고 있던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단장인 마티아스 잠머였고, 종종 있어 왔던 일이라 루메니게는 별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었다.
[- 사비 알론소. 그가 뮌헨을 원해요.] [“……뭐라고?”]마티아스 잠머의 입에서 사비 알론소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루메니게는 곧장 테라스로 나가 통화에 집중했다.
[- 그의 에이전트가 직접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뮌헨의 사정이 나쁘다는 것을 안다면서, 사비가 직접 이곳을 원한다고 말을 했어요.]지난 1월 레알 마드리드와 재계약을 체결한 후, 사비 알론소는 사실상 이적 불가의 선수였다.
2016년 계약이 끝났을 때의 나이가 35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그의 커리어는 스페인이 끝이거나 스페인 후 중동/미국/일본으로의 진출 중에 하나가 됐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 내에 존재하는 파벌에서 이케르 카시야스와 충돌하는 관계이긴 했지만, 이적을 결정할 만큼 심각하다고 알려지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루메니게는 궁금했다.
[“왜지?”]어째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젝서(Sechser/DM)가 재계약을 체결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먼저 이적 의사를 밝혔을까?
이것은 결코 선수에게 좋은 이적 방법이 못 된다.
에이전시가 끊임없이 언론플레이를 하는 이유는, 선수와 클럽 사이의 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 더 좋은 조건을 끄집어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렇게 먼저 특정 클럽으로의 이적 의사를 밝힐 경우, 이적료도 이적료지만 주급과 같은 조건을 체결하는 부분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 이 점은 에이전시가 영리했습니다. 어차피 우리도 약점이 있고 그들도 약점이 있으니, 동등하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일리는 있군,”] [- 그리고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는데…….] [“응?”]사비 알론소의 에이전트인 이나키 이바네즈는 자신의 고객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두 개의 이름을 대었다.
바로.
[- 이케르 카시야스. 카를로 안첼로티.] [“……내부의 문제라는 거군.”] [- 네. 그런 것 같습니다.]사실상 2년 차를 맞는 올해가 카를로 안첼로티가 본인의 색을 낼 수 있는 환경이었고, 사비 알론소가 그의 이름을 거론했다는 건 계획에서 밀려나게 되었다는 의미였다.
마티아스 잠머 역시 이적 제안을 들은 직후 발 빠르게 움직여 정보를 수집한 결과, 22일 수페르코파 패배 후 레알 마드리드 라커룸에 마찰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한 번 플랜에서 제외된 선수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안첼로티이기에, 사비 알론소는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이적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카시야스의 이름이 언급되었을까?
역시나 파벌 때문에?
갑작스러운 에이전시로부터의 제안이 매우 그럴듯하다고 판단한 루메니게는, 전화를 끊자마자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뮌헨이 사비 알론소의 이적을 바라며, 얼마를 생각하고 있는지를 물은 것이다.
하지만 수페르코파 패배로 심기가 불편했던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은 콧방귀를 뀌며, 사비 알론소는 어떠한 조건으로도 팔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루메니게는 알았다며 곧바로 전화를 끊었고, 잠시 뒤에 다시 걸려올 전화를 기다렸다.
늦은 밤에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이 대뜸 전화를 걸어 사비 알론소의 가격을 물어본다?
정상적인 회장이라면, 스태프들에게 어째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지를 확인할 것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 15분 뒤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전화를 걸어왔다.
[- ……900만 유로.] [“좋군요. 사비를 내일 카디프로 보내시죠. 이적료는 토니를 보냈을 때의 계좌로 송금해 드리겠습니다.”]플로렌티노 페레스가 900만 유로를 이적료로 삼은 이유는, 현재 사비 알론소의 몸값이 800만 유로로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어떠한 이유로 사비 알론소를 더는 잡아 둘 수 없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시장 가격보다는 더 많은 돈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생색내기였고, 이는 동시에 레알 마드리드 내부에 문제가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루메니게는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과적으로 이번 이적 시장에서 200만 유로만을 쓴 셈이 됐어. 단 200만 유로로 레비, 로데, 실바, 베르나트, 마놀라스, 사비와 같은 선수들을 데려왔다는 거야. 난 지금 자네들이 무척 자랑스럽네. 무척 일을 잘해 주었어.”
루메니게의 칭찬에 뿌듯해하는 스태프들이 얼굴에 밝은 표정을 드러냈고, 이를 보던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 역시 이 정도라면 .e.V들도 뭐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사비 알론소가 뮌헨을 원했던 이유를 말이다.
그것은 바로.
[“저는 장차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꼭, 펩의 밑에서 축구를 해 보고 싶었죠. 그의 비밀을 알게 되길 원합니다.”]지난 시즌의 엄청난 성과에도 여전히 뮌헨 내부에서 100% 신뢰받지 못하는 펩 과르디올라 때문이다.
[“전 얼마든지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주급이나 그런 것은 어찌 되든 좋아요. 제게 있어 중요한 건, 제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당신들이 저를 도와주는 겁니다.”]과거 바르셀로 비엘사와 요한 크라위프가 그러했듯, 현시대에서 선수 경력의 끝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펩 과르디올라 역시 같은 의미가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안타까웠던 루메니게는, 부디 클럽이 미래에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랐다.
***
카디프 CF24 3RU, 웨일스. 114 올버니 로드. 안나 로카(Anna Loka. 114 Albany Rd. Cardiff CF24 3RU, Wales).
코스타스 마놀라스에 이어, 이번에도 나는 사비 알론소의 뮌헨 적응을 도울 파트너로 점찍어졌다.
스페인어가 가능한 베르나트와 레이나 역시 신입생이고, 다른 스페인 선수들은 몽땅 부상 중이기 때문이다. 물론 로번이 있기야 했지만, 그도 몸이 완벽한 상태는 아니라 지금 당장 사비를 챙기기엔 어려웠다.
무엇보다 스페인어와 영어를 섞어 대화를 나눌 수 있었기에, 가장 적임자가 되어 버렸다.
[비건이라니. 이거 진짜야?] [하하. 오늘은 특별히 고기를 준비했대요.] [콩 고기 말고?] [네. 대신 오늘 하루만, 예외적으로요.]지금까지 느끼기에, 사비 알론소는 무척 점잖은 사람이었다. 목소리도 약간 중저음에 딕션도 굉장히 좋아,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서 말해도 알아듣기가 매우 쉬웠다.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있으면, 꼭 영화배우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났다.
[당신은 나중에 꼭 제 라인으로 오셔야 해요.] [뭐?] [원래는 여기에 토니가 있었는데, 지금은 레비랑 당신이 가장 큰 후보예요.] [??]나는 사비 알론소와 친해지기 위해, 바이에른 뮌헨 내부에 존재하는 외모 라인을 설명했다.
[프랑크, 아르연, 토마스. 쟤네들을 보면 뭔가 떠오르는 것 없으세요?] [……모르겠는데?] [다들 못생겼잖아요.] [푸핫-! 뭐?!] [잘 보시라고요. 프랑크는 뻐드렁니죠. 그의 독일어는 꼭 바람 새는 소리처럼 들려요. 또 아르연과 토마스. 아, 젠장. 저 둘은 70살이라고 해도 믿을 거라고요.]이것은 내가 만든 게 아니라, 뮐러가 만든 거다. 본래 프랑크 리베리와 아르연 로번을 외모로 묶으려고 하다가 노이어의 일침에 졸지에 제 무덤을 파 버린 셈이 됐다.
그러자 자존감은 즐라탄 저리 가라 할 정도인 만주키치가 ‘못생긴 그룹’에 반대되는 ‘잘생긴 그룹’에 본인을 포함시켜 만들려고 하다, 정작 본인은 빠져 버렸다.
나의 합류 전, ‘잘생긴 그룹’엔 토니와 노이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다 독일의 한 가십 매거진에서 나와 율리안 드락슬러를 닮은꼴로 지목했고, 다음 날 노이어가 천연덕스럽게 내게 와 본인들의 무리에 합류하라고 말을 했다.
특별히 클럽 내에서 활동하는 세력은 아니지만, 그냥 친구들을 놀릴 때 용이하다.
[그거라면, 꼭 그래야겠네.] [그렇죠? 제 말이 맞다니까요.]거의 꾐에 넘어온 레비도 곧 우리 쪽에 합류를 할 것 같았고, 사비까지 오게 되면 앞으로 토마스를 놀려 먹는 일이 몇 배는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아무튼, 궁금한 게 있어.] [뭐든지요.]오늘 저녁을 전세 낸 비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입에 포크를 가져갔던 사비 알론소가 그것을 지휘봉 휘두르듯이 하며 질문을 던져온다.
사비는 펩의 전술에 굉장히 흥미가 많은 듯했고, 굉장히 많은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하는 내 이야기를 매우 열정적으로 경청해 주었다.
듣는 사람이 이렇게 적극적이니, 말하는 입장에서야 당연히 신날 수밖에 없다.
아, 펩이 이런 기분인가?
[그럼 봐, 음…… 이 옥수수 알을 선수라고 치자. 그리고 펩은 지금 쓰리백을 쓰잖아. 바르셀로나 시절하곤 다르고.] [어…… 네. 그렇죠.] [내가 뛸 위치는 아마, 여기일 거고.] [네.] [그럼 어떻게 뛰는 게 너희들이 편한 거야?]사비 알로소 정도 되는 남자라면, 당연히 알아서 다 잘할 것이다. 지금의 질문은 그저 적응의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며, 내가 하는 말을 알아서 걸러 들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포괄적으로, 팀 전체가 움직이는 동선을 옥수수 알로 그려 보이면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올 시즌 펩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포지셔닝(Positioning)과 전환(Umwandlung). 그리고 아직 팀이 소화해 내고 있지 못하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축구에 대해서 말이다.
여전히 열정적인 청취자인 사비 알론소 덕분에, 난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입을 움직였다.
[피치를 음…… 이 아르굴라로 표현할게요. 대충 이렇게 하면 되겠죠? 좋아요. 펩은 여기와 여기. 또 여기를 지배하게 되면, 승리의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고…….]이건 마치, 펩과 함께하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
김다온의 설명을 듣는 내내, 사비 알론소의 머릿속엔 이런 생각뿐이었다.
‘와-우. 이 친구 대단한데?’
사비 알론소가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에 매료된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였다. 각자 선수와 감독으로서,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에 속하기 전부터 말이다.
스페인 바스크 태생으로 지역 클럽인 레알 소시에다드 유스로 주목받던 시절부터, 사비 알론소는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를 보며 성장했다.
실제로 현재까지도, 사비 알론소는 현역 시절의 펩 과르디올라와 가장 유사한 선수라는 평을 듣는다.
남들이 볼 수 없는 피치의 영역을 꿰뚫는 시야를 시작으로, 컴퓨터처럼 정확한 거리 계산과 머릿속의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을 지녔다.
무엇보다, 경기에서 중요한 공간을 선점해 지켜 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물론 이는 스스로의 약점인 볼 소유 능력 부족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특화된 능력이었지만, 사비 알론소가 현세대 최고의 젝서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이런 사비 알론소가 보기에, 감독이 된 후 펩 과르디올라가 선보이고 있는 축구는 경이로운 것이었다.
현재 유럽 축구 클럽 다수가 활용하고 있는 전술은 펩 과르디올라가 FC 바르셀로나에서 선보인 축구가 밑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지난 시즌 뮌헨에서 선보인 전술도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김다온에게 다양한 역할을 부여해 활용하는 것이 인상 깊었는데, 사비 알론소는 이제야 그 비밀을 알게 된 것 같았다.
“듣고 계세요?”
“어? 아, 물론이지. 계속해 봐.”
“네. 우리가 전환할 때의 이상적인 방법은…….”
김다온의 설명은 복잡한 내용을 무척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었으며, 그 속에는 자신이 지금까지 보았던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가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었다.
어째서 펩 과르디올라가 김다온과 친하게 지내라 말을 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앞으로도 계속, 이 녀석이랑은 친하게 지내야 되겠어. 사람도 나빠 보이지 않고. 또 평판도 괜찮았으니까.’
바이에른 뮌헨 합류 8시간.
사비 알론소는 지금, 이케르 카시야스와 카를로 안첼로티에 의해 식어 가던 축구에 대한 열정이 다시 샘솟고 있음을 느끼는 중이다.
***
작가의 말 ? 스페인 라 리가의 최대 단점은 재정 건정성과 스페인 문화/민족성의 특성상 파벌이 늘 존재한다는 겁니다.
사비 알론소가 뮌헨 이적 이유가 펩이었다는 인터뷰는 2019년 기사에. 이케르 카시야스와의 불화와 그가 안첼로티와의 사이를 갈라놓았다는 인터뷰는 2015~2018년 사이의 기사에서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