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19)
418화
·전반 17분
바이에른 뮌헨 0 : 0 세비야 FC
어렵지 않게 점유율을 높인 바이에른 뮌헨은 경기 전체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두 명의 윙백이 선보이는 수준 높은 경기력은, 팀에 가장 필요한 +1이 되어 주었다.
빌드업의 가장 기초라 부를 수 있는 ‘특정 영역에서의 수적 우위’와 ‘라인 사이의 간격 유지’에 있어, 본인의 역할들을 완벽하게 소화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펩 과르디올라는 생각했다.
‘……혼란스러워 보이는군.’
현재 그의 시선은 뮌헨의 오른쪽 윙백으로 출전한 김다온을 좇는 중이다.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겠어. 아니, 틀림없이 그렇겠지.’
몸의 휴식도 휴식이지만, 축구선수에게 오프시즌을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본인이 1년 동안 해 온 모든 일들을 돌아보며 새로운 목표를 정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여전히 발전할 잠재력이 남은 이라면, 그런 과정을 통해 본인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향과 동기부여를 얻기도 한다.
그렇지만 현재 펩 과르디올라가 보기에, 김다온은 특별한 목표 의식 없이 스케줄에 휩쓸리고 있다.
월드컵 휴가가 끝나기 무섭게 곧바로 미국 투어를 떠났고, 미국 투어에서 돌아오고 사흘 뒤부터 곧바로 쉼 없는 클럽 일정을 소화해 내기 시작했다.
8월 13일 DFL-슈퍼컵을 치르고 오늘이 있기까지, 뮌헨은 총 네 개의 경기를 소화했고 도르트문트와 볼프스부르크 또 웨일스로 움직였다.
비행기와 호텔에서 보낸 시간만 해도 나흘은 될 것이다.
“…….”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피치를 멍하니 바라보던 펩 과르디올라가, 곧 뒤로 돌아 고개를 숙이고 벤치를 향해 걸어 들어온다.
그러곤 자리에 앉아, 곁에 있는 마넬을 불렀다.
“하피냐에게 몸을 풀어 두라고 하세요.”
“그렇게 하지.”
바이에른 뮌헨은 시즌 초반부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 중이고, 이 기간 유일하게 교체 없이 전 경기를 풀타임으로 뛴 사람은 김다온 하나뿐이었다.
그가 전반만 뛰고 교체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결단의 시간이라고 보았다.
‘저 녀석을 쉬게 해야 해.’
곧 있으면 9월 A매치 기간이 돌아오고, 호르헤 삼파올리를 연임시킨 대한민국 대표팀은 같은 아시아권과의 평가전에 유럽파를 소집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굳이 유럽 선수들을 뛰게 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2018년을 겨냥해 새로운 얼굴을 선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뉴스는 펩 과르디올라에겐 무척이나 큰 희소식이었고, 그래서 시즌 초반부터 무리를 해서라도 김다온을 피치에 남겨 두었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러한 본인의 판단은 실수였던 것 같다.
쓰리백 전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김다온과 프리시즌을 거의 함께하지 못했다는 조급함에,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그를 계속 출전시켰다.
월드컵의 여운이 남은 DFL-슈퍼컵에 환상적인 득점을 선보인 뒤, 포칼과 분데스리가를 거치며 경기력이 떨어진 이유다.
부상자 핑계를 대기엔, 오른쪽 풀백에서 뛸 수 있는 선수는 김다온 말고도 필리프 람과 하피냐 둘이나 더 있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 김다온은 지극히 평범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는 중이다.
‘최소 포칼은 쉬게 해야 했어.’
뒤늦은 후회가 제법 쓰라렸던 펩 과르디올라는 이제 두 손을 모은 채, 볼이 움직이는 곳을 바라본다.
여전히 경기는 바이에른 뮌헨이 주도하는 흐름이었고, 세비야의 압박은 어딘가 조금씩 핀트가 어긋나 손쉽게 공간이 열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전반 31분, 사비 알론소의 멋진 패스를 연결받은 마리오 괴체가 선제 득점을 터뜨린다.
‘그렇지-!!’
밀어붙인 것과 슈팅의 개수에 비해 다소 뒤늦게 터진 득점이긴 했지만, 하루밖에 안 됐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비 알론소의 활약이 사람들을 웃게 해 주고 있다.
그렇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으며,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아가 선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실점은 안 돼! 전반전은 무조건 실점 없이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후 습관처럼 김다온을 바라본 펩 과르디올라는 그의 양손이 양쪽 무릎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하곤, 하프타임 후 교체에 결심을 굳힌다.
보통 저런 동작은, 후반 중반부가 넘어서야 나오던 것이었다. 김다온은 분명 체력과 정신력의 고갈을 겪고 있다.
클럽 감독들이 A매치 경기를 달가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그것은 본인이 구상한 시즌 계획을 늘 국가 대항전이 망쳐 놓기 때문이다.
***
·하프타임
바이에른 뮌헨 1 : 0 세비야 FC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전반 35분이 넘어가면서부터였다. 호흡이 거칠어지기는 해도 숨이 차서는 안 됐는데, 목구멍에서 쇳소리가 흘러나왔던 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이었고, 비톨로(Vitolo)에게 결정적인 드리블 돌파를 허용했을 때 나는 인정해야만 했다.
100%라 믿어 왔던 나의 컨디션이,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동식 트레이 위에 놓여 있던 바나나와 주스를 하나씩 집어 온 나는, 의자에 앉아 빠르게 에너지를 보충하려 하고 있었다. 그래야, 후반전을 뛸 수 있다.
하지만 펩은 이런 내 상태를 눈치챈 것 같다.
“선수를 바꾼다. 다온. 넌 후반전에는 쉰다. 필리프가 후반전엔 팀의 오른쪽 윙백이다.”
“…….”
교체가 될 거라는 말에 짜증이 가장 먼저 치솟아 올랐다. 경기에서 빠지는 것도 그렇지만, 스스로 그것을 수긍하고 있다는 게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다.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진 나는 한 입 베어 문 바나나와 주스를 뒤쪽에다 놓아두었다.
‘휴우~ 젠장. 왜지? 준비는 잘했는데.’
정말로 나는 오늘 100%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조금 피곤하기야 했지만, 그건 모두가 마찬가지다.
그러니 그건, 핑계가 될 수 없다.
“이상. 그리고 다온. 넌 나를 따라온다.”
“……후우~”
2분여의 짧은 팀 토크를 끝낸 펩이 나를 호출하고, 그를 따라 감독실로 들어선다.
늘 그렇지만 단둘이 있는 시간이 되면, 펩은 동료들 앞에서 쓰던 가면을 벗고는 한다.
“내가 자네를 뺀 건, 자네가 지쳐 보였기 때문이야.”
“실망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해는 해요.”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군.”
“제기랄. 전 오늘 당연히 제가 90분을 뛸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펩. 이렇게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멍청하게 헉헉대고 있을 줄은 몰랐죠.”
내 이야기를 듣던 펩은 고개를 끄덕이다, 월드컵 토너먼트를 치르고 온 선수 중 유일하게 모든 경기에서 뛴 사람이 나라는 것을 아는지를 물었다.
그랬던가?
“토마스는 포칼 후반전에 빠졌지. 그리고 외의 녀석들은 지금까지 최소 하나의 경기를 쉬었어. 자네도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내 불찰이야.”
듣기에 나쁜 말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보다 어째서 내가 이토록 빨리 지쳤는지가 궁금했다.
“월드컵이지. 자넨 그 대회에서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어. 이곳에서 뛸 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어야 하니까. 물론 그 뒤에 휴가를 보냈지만, 충분하진 않았을 거야.”
“하아~ 그럼 이제부터 쉬게 되나요?”
“오늘은. 추이를 보기야 하겠지만, 리그 2라운드에는 자넬 다시 선발로 내보낼 생각이야. 다만, 또 교체가 될 수는 있네.”
그러면서 펩은 자신이 겪었던 월드컵에 대해 말을 해 주었다. 대회를 치른 직후에 어땠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다시 클럽에서 뛸 준비를 마쳤는지 등을 말이다.
어쩌면 그것은 좀 더 일찍 내가 들었어야 할 말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펩도 그것을 인정했다.
“다행히도 챔피언스 리그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에겐 보름의 시간이 있지. 자네에겐 휴식이 될 시간이자, 평소라면 진즉에 나눴어야 했을 대화를 해야 하는 시간이 될 거야.”
“스페인 와인이 필요하겠네요. 그렇죠?”
“하하, 그렇겠지.”
사실은 월드컵이 끝나고 뮌헨으로 돌아온 뒤,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할 일들은 너무 많은데, 정작 시간은 부족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티아고, 바스티, 하비가 줄지어 부상을 당하면서, 정신은 더욱 없어졌다.
“휴우~”
짧은 대화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난 아까 전에 놓아두었던 바나나와 주스를 다시 손에 쥐었다.
‘차라리 잘된 걸까?’
오늘의 경기엔 10점 만점에 3점도 주기 아까웠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빌어먹을.’
콰직-
“응? 으왓-!!”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 플라스틱 잔을 구겨 버리고야 말았다.
넘쳐흐른 주스가 사방에 튀었고, 이것을 본 베르나르두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낄낄거리기에 바빴다.
[보고 있지만 말고 좀 도와줄래?] [내가 왜? 네가 실수한 거잖아.] [빌어먹을.]마음 같아선 영원한 최고의 친구 쿠폰을 쓰고 싶었지만, 이런 사소한 일에 쓰고 싶지 않아 찐득해진 바닥에다 대충 수건을 던져 놓았다.
뭔가, 감추어져 있던 잔뜩 꼬인 실타래가 지금 막 눈앞에 나타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과연 이걸 어디에서부터 풀어야 할까?
아직, 짐작조차 할 수 없다.
***
·경기 종료
바이에른 뮌헨 2 : 0 세비야 FC
[골] 마리오 괴체 : 전반 31분(사비 알론소)데이비드 알라바 : 후반 09분(F.K)
김다온 ? 46분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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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만 끝나고 교체된 김다온이 부상이 아니라고 밝힌 펩 과르디올라. “단순히 전술적인 이유였다.” – OSEM]***
.2014.08.30. 경기 결과(Bundesliga 2R)
FC 샬케 04 1 : 1 바이에른 뮌헨
[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전반 10분(제바스티안 로데)김다온 ? 69분 출전(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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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에 의해 승리를 도둑맞은 바이에른 뮌헨. 그들은 확실한 두 개의 골을 인정받지 못했다. – 키커] [분데스리가 데뷔 후 최초로 평점 3.5를 받은 다온. – zt] [Wonder Boys Einbruch(원더보이의 슬럼프)? – ZDF] [2경기 연속 교체. 위기의 신호인가? – AZ] [시즌 초반 김다온을 증명하는 몇 가지 지표들. – SID] [지난 시즌과 월드컵에서의 활약은 전부 허상이었나? 김다온에게 닥친 위기가 일시적인 슬럼프가 아닐 수도 있는 다섯 가지의 이유. – 사커다이제스트(일본)]***
2014년 8월 31일. 81479 뮌헨, 독일. 카루소베크 1C.
어째서 사람들은 이리도 호들갑인 걸까?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 지켜봐 주면 될 것을, 벌써부터 결론을 정해 두고 나를 물고 뜯기에 여념이 없다.
“아무 일도 없어요. 뒤늦은 휴식이죠.”
– 정말이지?
“그럼요. 당신도 의심하는 거예요?”
– 그럴 리가. 알고 있잖아? 나는 언제나 네 편이야.
점심시간 무렵, 요나스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유는 어제 경기에서도 교체된 것 때문이다.
아영이가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1층 정원에서 물을 뿌리던 중이었고, 지금도 블루투스를 귀에 꽂아 둔 채 얼마 전 심은 나무의 열기를 식혀 주고 있었다.
“그냥 약간의 번아웃이에요. 정리가 필요했는데, 때마침 쉬게 되어서 잘됐죠 뭐.”
월드컵이 끝나고 단 한 번도 완벽히 준비된 적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 뒤에야, 난 내게 휴식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엉킨 실타래를 푸는 방법의 시작으로, 꽤 훌륭한 선택이었다.
“곧 매듭이 풀릴 거예요.”
– 뭐?
“아뇨. 그냥 혼잣말이었어요. 이만 전 가 볼게요, 요나스. 괜히 쓸데없는 기사에 신경 쓰지 마시라고요. 무슨 말이지 알죠? 그거 말고도 도와줘야 할 일들이 산더미잖아요.”
– 하하. 그래. 그럼, 점심 맛있게 먹어.
“당신도요. 그럼 끊을게요.”
-딸깍-
전화가 끊기고, 손에 쥐고 있던 호스를 제자리에 놓아둔 다음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아영이는 여전히 주방에서 분주했고, 난 얼른 씻을 생각으로 욕실로 향했다.
걷던 중 문득 어제 경기가 떠올랐는데, 우린 주심의 결정적인 오심 두 개로 승점을 빼앗겼다.
사비 알론소의 득점이 볼에 관여하지도 않은 토마스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산되었고, 레반도프스키의 추가득점 상황에서도 토마스를 향한 오프사이드 콜이 있었다.
두 번째 오심은 후반 추가 시간에 나온 것이었고, 그에 분노한 펩이 대기심에게 달려들어 주심이 처음부터 축구를 배우고 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소리쳤다.
물론 실제론, 꽤 험한 말이 오갔다.
경기가 끝나고 상황을 파악한 주심이 우리 라커룸으로 와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우리는 마르코 프리츠(Marco Fritz)의 출입을 완강히 거부했다.
어차피 이 일은 금세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힐 것이며, 상처와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사람은 우리다.
그래서 그렇게라도 우리의 감정을 말해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휴우~ 개운하다.”
“씻었어?!”
“어??!!”
“씻었냐구우-!!”
“어-!!”
커다란 목소리로 대답한 뒤, 정원으로 향하기 전 소파에 가져다 두었던 옷가지를 챙겨 입으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고생했어. 힘들지?”
“아니, 전혀.”
준비가 거의 끝났다고 말하는 아영이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냄비에서 끓고 있는 찌개를 보았다.
“맛있겠다.”
“간 좀 볼래?”
“응. 줘.”
작은 접시에 담아준 국물을 마신 뒤, 나는 합격이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주걱을 챙겨 밥솥의 앞으로 향한다.
“밥 먹고 나면, 약 챙겨 먹는 거 알지?”
“네에-”
내가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아영이는 한국에서 머무르며 본인의 진로를 명확히 했다. 기획사엔 위약금을 지불하며 계약을 해지했고, 또 독일에서 듣던 연극 수업을 관뒀다.
대신 영양학을 공부하기 위해 사이버 대학을 등록했고, 조리 학원을 다녔으며 독일에서도 한식 과외를 받고 있다.
집 안에서 우리의 모습 역시 전보다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났으며, 아영이가 주방에 있을 때면 난 식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맛을 보는 일을 했다.
“나 밥 먹고 안나를 만나러 가.”
“안나? 안나 로슬리?”
“아니, 다른 안나.”
“…… 누구?”
내가 아는 안나는 아영이가 연극 수업을 할 때 만난 안나 로슬리(Anna Loosli)밖에 없다. 그런데 그녀는 안나 레비라는 사람이 있다고 말을 했다.
“안나 레반도프스카-!”
“……아-?”
안나 레반도프스카(Anna Lewandowska)는 레비의 부인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이구, 우리 자기, 진짜 많이 힘들었나 보다.”
동료들의 가족은 한 번만 들어도 귀신같이 기억하지 않았느냐며, 아영이는 안쓰럽다는 듯 내 볼을 어루만졌다.
“그런데, 안나는 왜?”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게 안나의 전공이거든.”
“진짜?”
“응.”
아영이는 안나가 가라테 월드컵 동메달 리스트이며, 현재는 고객을 위해 식단 조절과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것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자기는 푹 쉬고 있어, 알겠지?”
“응. 어차피 할 일도 없어.”
“아이구, 착하다아-”
이번에 아영이는 기특하다는 듯 내 머리를 쓰담쓰담해 주었다. 가끔 이렇게 아이처럼 다뤄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난, 기꺼이 그 손길을 받아들이며 식사에 집중했다.
잘 구워진 흰 살 생선과 갈비찜, 시금치와 같은 나물과 뿌리채소를 조린 것 등에 이르기까지.
난 최대한 골고루 음식을 몸에 밀어 넣었다.
“어-후, 배부르다.”
“자기이-! 디저트 먹어-!!”
“나 배부른데?”
“얼르은-”
“아휴…… 네에-”
영양학적으로 식사 후 당분 등을 보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아영이는, 미국 투어를 마치고 온 뒤부터 어떻게든 디저트를 챙겨 먹이고 있다.
한식을 잔뜩 먹은 뒤에 서양식 디저트에 손을 대는 건 딱히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막상 또 잘 먹는다.
“다녀올게-!”
“운전 조심해-!”
“네에~!”
편안한 복장에 모자만 뒤집어쓰고 나서는 아영이를 소파에서 배웅하고 난 뒤, 나는 완벽히 혼자가 되었다.
TV를 켜는 것조차 귀찮은 지금, 배를 두드리고 누워 열어 놓은 정원 쪽의 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낮잠을 청해 본다.
‘아, 좋다.’
월드컵 전후 아영이와 함께 보낸 휴가지도 정말 좋았지만, 익숙하고 편안한 집에서 이런 시간을 보내는 쪽이 조금은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잠깐 눈을 감고 떴는데.
“응?”
“일어났어?”
어느새 돌아온 아영이가 내 머리를 그녀의 허벅지 위에 놓아두곤,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잔 거야?
“지금 네 시야.”
“뭐? 진짜?”
“응. 더 안 자도 돼?”
“잠 안 와.”
하지만 일어나는 것 역시 싫었던 나는, 아영이의 배가 보이는 쪽으로 돌아누우며 손을 위로 옮겼다.
“아이, 참. 나 안 씻었어.”
“그냥 만지는 거야.”
“아- 간지러워~! 하지 마, 쫌!”
장난을 치다 보니 문득 느껴지는 건, 내가 이런 식의 시간을 보낸 지가 무척 오래되었다는 거였다.
대체 요즘은 쉴 때 뭘 했더라?
‘아, 일을 했구나.’
뉴욕에서 복사해 온 것들을 읽거나, 아니면 새롭게 팀에 합류한 신입생들을 챙긴다고 그들과 함께 뮌헨 시내를 돌아다녔던 것 같다.
정작, 나를 챙길 시간은 없었다는 거다.
“자기야.”
“응?”
“사랑해~”
“……바보.”
“바보? 왜애-?”
사랑하는 사람과 한가롭게 보내고 있는 지금의 시간이, 무척 오래간만이라 소중하게 느껴지고 있는 나였다.
***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신뢰를 표현한 펩 과르디올라, “다온은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 금방 본래의 궤도로 올라설 것.” – 쥐트도이체차이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