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2)
41화
·2011.08.21. 경기결과(Superligaen 6R)
FC 미트윌란 2 : 4 FC 노르셸란
골 ? 안드레아스 비엘란 : 전반 4분(니콜라이 스톡홀름)
안드레아스 그란스코프 : 후반 11분
시주 킹 : 후반 36분(안드레아스 라우드럽)
올루프 뫼르크 : 후반 46분(김다온)
김다온 ? 90분 출전(평점 9.1/팀 내 1위)
[체력적으로 아무런 부담이 없어요. 오히려 뛰면 뛸수록, 컨디션이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며칠 뒤에는 또 스포르팅과 유로파를 치르지만, 그때도 우린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쓰러지는 척 연기) 힘들지 않아요!! 진짜로요!!” – 김다온 Via FC 미트윌란전 역전승 이후 인터뷰에서]? 이 사랑스러운 친구 좀 봐! 자신감이 넘쳐!
? Sa dejligt! 난 이제 이 친구랑 사랑에 빠졌어.
? 눈부신 성장을 했어. 얘가 덴마크 최고 풀백이라 자신해.
***
2011년 8월 23일. 파룸, 덴마크. 파룸 대로 42. 파룸 크로.
#오전 11 : 40
점심을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
밤새 최종 영입제안서를 마무리하는 일에 동참한 티아고 로보는 다소 피곤한 몰골로 점심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섰다.
“흐아—암······! 이거, 죽겠군.”
이틀 전 FC 미트윌란의 홈구장에 26개 팀의 클럽스카우트가 파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 대다수는 지금까지 김다온의 영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팀이었고, 스카우트를 파견한 것 역시 처음이었다.
반면, SL 벤피카는 1년째 김다온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를 빼앗기는 일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여어-! 일어나셨어요?] [응?]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티아고 로보가 깜짝 놀라 고개를 치켜들었다.
길에 선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던 건 아닌지를 잠깐 고민하던 로보는, 얼른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에게 말을 건 이를 바라보았다.
작년에 만났던 16살의 술꾼은 이제 17살이 되어있었다.
포르투갈에서도 16살부터는 도수가 낮은 맥주를 마실 수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저 친구처럼 술에 취한 10대 미성년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에도 이미 익숙해진 티아고 로보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소년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현재, 파룸 크로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다.
[어머니가 오늘은 음식을 못해놓으셔서요! 바쁘시거든요!] [나도 들었네! 그래서 이렇게 밖으로 나왔지!] [이리 오세요! 제가 직접 차려드릴 테니까!] [······.]작은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 본 소년의 집과 파룸 크로 사이에서, 티아고 로보는 걸음을 망설이고 있었다.
실은 저쪽에 있는 괜찮은 음식점을 이용할 생각이었는데, 졸지에 스포츠바에서 점심을 함께 해결하게 되었다.
거절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은근히 마음이 약한 로보에게 거절은 무척이나 어려운 문제였다.
결국, 그는 길을 건너기로 한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집에서 만드는 브런치는 전부 다 제 작품이었어요. 물론 당신은 모르겠지만.] [그런가? 그거 기대되는군.] [그러셔도 좋아요. 술은요?] [아니, 됐네. 곧바로 잘 생각이야.] [그럼 더 마셔야죠! 앉아 계세요. 글뢰그를 타드릴 테니까.] [저······! 이런! 벌써 가버렸군.]술은 정말로 괜찮다고 말하려던 티아고 로보였지만, 어느새 소년은 주방 안으로 들어가고 없었다.
그래도 따뜻한 글뢰그 한 잔이면, 배불리 먹고 잠을 청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합이었다.
결국, 로보는 낮술을 결정한다.
주방 한쪽이 부산스러워지는 동안, 졸린 표정으로 밖을 쳐다보던 티아고 로보가 한산한 주변의 풍경을 즐겼다.
‘좋군.’
덴마크인으로서 살아가는 애환은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최소한 이방인의 눈으로 보기에 이곳은 무척이나 살 만한 나라였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서 삶의 여유와 같은 것들을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이유를 말하기엔 충분했다.
15도가 조금 넘는 8월의 한낮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지금, 로보는 잠을 더는 참을 수가 없어진다.
그런데 그때.
‘응?’
자신이 머무는 하숙집 옆 빈 공터에서, 축구공을 차고 노는 어린아이들이 보였다.
그는 자연스레 거기에 시선을 뒀고, 시끄럽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개중엔 분명, 김다온의 이름도 섞여 있는 듯했다.
자연스레 몸을 일으키는 로보.
그는 천천히 밖으로 나섰다.
***
“나,나,나! 내가 다온이 할래!”
“싫어! 내가 다온이야!!”
“그는 사이드백이잖아! 내가 맨날 수비했거든?!”
“넌 빠져!!”
인근에 거주하는 해리/켄트/니스 3형제는 오늘도, 자신이 어떤 선수가 되어 뛸지를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있어, 이 작업은 무척이나 신성(?)한 일이다.
그리고 본래라면 메시/호날두/리베리/이니에스타/비야 등을 말해야 할 아이들의 입에서, 동시에 김다온의 이름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김다온은 아직 세계적인 레벨은 아니었지만, 셸란에서만큼은 현재 가장 인기가 높은 축구선수였다.
결국, 싸움을 시작하는 아이들.
이에 길을 건너려던 티아고 로보가 당황한다.
‘이런! 어서 말려야겠어.’
빠르게 길을 건너려던 그는 지나가는 차를 기다리며 다급한 마음을 느꼈다.
이미 한 아이가 다른 한 아이 위에 올라탔고, 남은 한 아이는 무서웠는지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발바닥을 구르고 몸을 들썩이던 티아고 로보가 마침내 길을 건너기 시작한 순간.
“!?”
로보의 눈을 커지게 만든 한 사람이 등장했다.
그는, 올라타 있는 아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해리! 또 동생을 괴롭히는 거야?!”
“형!”
***
해리/켄트/니스 담(Dam)은 늘 싸우는 아이들로 유명하다.
오전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나는 어김없이 뒤엉켜 있는 해리와 켄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해리! 또 동생을 괴롭히는 거야?! ”
“형!”
날 쳐다보며 반색한 해리가 켄트에게서 떨어지더니, 허벅지에 달라 붙어왔다.
그리고 난 손을 뻗어, 켄트를 일으켰다.
“메에-롱! 병신!”
“해리? 형이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
“······노르셸란에 뽑힐 수 없다고.”
“그래. 바로 그거야.”
이 삼 형제는 전부, 언젠가 FC 노르셸란의 유스가 되길 꿈꾸고 있다.
첫째 해리는 다가오는 10월 7살이 되어 테스트에 참여할 예정이고, 둘째 켄트와 막내 니스 모두 노르셸란의 선수가 되어 프로 무대에 데뷔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난 이 아이들이 싸울 때마다, 우애가 좋지 않으면 FC 노르셸란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말로 협박을 하곤 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 건 나도 안다.
그런데 얘네들은 그걸 또 곧이곧대로 믿는다.
그게 너무 귀여워, 난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왜 싸웠는데?”
“내가 형을 한다고 했는데, 얘네들도 다 형을 한다고 하잖아!”
“어······ 뭐?”
“형, 형! 모레 스포르팅 경기에서도 선발로 뛰는 거지?”
“어, 어? 아마도?”
“나도 형처럼 엄청난 슈팅을 하고 싶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건데?”
“난 형처럼 뛰어다닐 거야!!”
“시끄러워 병신아! 내가 말하고 있잖아!”
“으아아?앙!”
니스는 올해 4살이었고, 난 해리를 떼어낸 뒤에 니스를 안아 올리며 달래주었다.
“형! 나는!”
“내가 말했지, 해리. 아무래도 넌 동생들한테 못 해줘서 안 되겠다. 우리 노르셸란은 우애가 좋지 않으면, 절대로 들어올 수 없거든.”
“절······ 대?”
“응. 절대!”
매번 똑같은 패턴.
내가 이렇게 말하면, 해리도 결국엔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달랐다.
“응? 너 안 우네?”
“내려줘.”
“뭐?”
“니스를 내려줘!”
“······.”
순순히 니스를 땅에 내려놓자, 해리가 가까이 오더니 막냇동생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다음으론 켄트에게 다가가더니, 미안하다면서 정식으로 악수를 청했다.
이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일이다.
매번 싸우면서도 형이 너무나도 좋은 아이들은 금세 표정이 환해졌고, 이런 동생들을 이끌고 다시 내 앞으로 온 해리는 다소 불안한 눈빛으로 이렇게 물었다.
“이러면 돼?”
그리고 그걸 본 순간, 난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왜냐하면, 이게 또 너무나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웃던 나는, 의아해하는 해리와 눈높이를 맞추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잘했어, 해리. 이제야 조금 형답구나. 내가 팀에다가 잘 말해놓을게. 해리 담이라는 아이가 오면, 그 아이를 특별히 잘 봐 달라고 말이야.”
“응!!!”
환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인 해리가 동생들을 데리고 다시 공터로 돌아가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정말로 팀에다 넌지시 말을 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끔 한 번씩 저 아이들과 어울려주곤 하는데, 니스는 너무 어려 잘 모르겠고 해리와 켄트는 제법 재주가 있었다.
아마도 어렵지 않게, 유스팀에 포함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Right to Dream의 일원이 되겠지.
흐뭇하게 아이들을 바라보던 중, 다시 내게로 몸을 돌린 해리가 손을 흔들며 크게 소리친다.
“형! 나 풀백이 될 거야!!”
“나도!!”
“나도!!”
“하하.”
풀백 지원자가 무려 세 명이나.
풀백이 되길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은 건 한국이나 덴마크나 마찬가지였던 터라, 난 그 말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그래서.
난 한 가지 결심을 한다.
“HEJ!! 얘들아!! 포르투갈에서 선물을 사 올게!”
“응!!”
별다를 것이 없었던 평범한 하루.
뜻밖의 장소에서, 난 작지만 따뜻한 보람을 느낀다.
‘모레 더 잘해야겠어.’
그렇게 한참을 더 아이들을 바라보던 내가 집으로 돌아가려 몸을 돌렸을 땐, 처음 보는 낯선 중년의 남성 한 사람이 흐뭇한 미소로 날 쳐다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흐음-, 전에 본 것도 같고.
일단 인사라도 할까?
“고 에프터미데-.”
“고 데이.”
“??”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에야, 난 비로소 엄마의 심부름이 생각났다.
“이크, 그렇지! 시금치. 시금치.”
스포르팅 원정을 떠나기 전, 힘을 내라는 의미에서 잡채를 만들어주겠다고 하셨다.
낯선 남성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난 얼른 뒤를 돌아 달린다.
덴마크치곤 따뜻한 오늘 날씨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
런던, 영국. 하이버리 하우스, 75 드레이튼 파크. 아스날 FC 클럽 하우스(Arsenal FC Club House. Highbury House, 75 Drayton Park. London, England).
아스날 FC.
EPL 유일한 무패우승 클럽.
FA컵 역대 최다 우승.
북런던에 자리한 높은 명성을 지닌 이 영국의 축구클럽은, 잉글랜드의 대표적인 명문 클럽 중에 하나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쾅-!!!
“FUCK YOU!! FUCK!! YOU!!”
사스날.
아스날은 동양의 어떤 나라에서는 이런 듣기 좋지 않은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의미는 아스날은 리그 4위의 팀이라는 것.
챔피언스 리그의 진출권은 어떻게든 따내고 있지만, BIG-5 중에서 항상 네 번째 위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에서 온 조롱 섞인 표현이다.
그런 아스날에 희망의 빛이 스며든 건, 몇 달 전의 일이다.
미국태생의 사업가이자 NBA 팀 덴버 너기츠의 구단주이기도 한 스탠 크랑키(Stan Kroenke)가 주주들의 지분과 아스날의 장기부채를 몽땅 사들인 것이다.
자연히 주위에선 앞으로 아스날에 대대적인 투자가 있을 거란 예측을 했고, 이는 매니저 아르센 벵거(Arsen Wenger)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건 정말로 헛된 꿈에 불과했다.
아스날은 여전히, 투자에 인색하다.
그렇지만 현재 벵거를 더욱 좌절하게 만드는 건, 기존 구단주 체제에서는 그래도 투자를 계속해 온 유망주 분야마저 크뢴케가 통제를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벵거는 지금 막 구단주실을 나서며, 스탠 크뢴케의 대리 역할을 하는 이반 개지디스(Ivan Gazidis)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개지디스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아르센 벵거는 FC 노르셸란에서 뛰고 있는 오른쪽 풀백의 기량과 성장 속도에 주목했다.
그래서 팀에 곧장 영입을 요청했는데, 처음 들려온 말은 팀이 영입을 위해 250만 유로를 제안했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큰 금액이었고, 벵거는 팀이 자신의 의견을 신뢰해준다는 사실에 큰 만족감을 표했었다.
허나, 일주일 후 구체적인 조건이 밝혀졌다.
선급으로 지급되는 이적료는 100만 유로.
남은 150만 유로는 3년에 걸쳐 12개월 단위로, 50만 유로씩 지급된다는 게 그것이었다.
아무리 덴마크 클럽들의 재정상태가 부족한 편이라곤 하나, 저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받아들일 만큼 하루하루가 급하다거나 멍청하지는 않았다.
당시 큰 좌절감을 느꼈던 벵거.
하지만 오늘은 그것이 더했다.
“빌어먹을! 이 팀은 축구 감독이 아니라 마술사를 바라고 있어! 무슨 말인지 알아? 다른 클럽들을 좀 봐! 그들이 얼마나 투자를 하고 있는지를 보라고! 그런데 우린 고작 350만 유로를 쓰자고 말하는 것도 불가능하잖아!”
쾅-!
분이 풀리지 않은 벵거가 엘리베이터 옆에 놓인 탁자를 구둣발로 후려 찼다.
발가락 끝이 욱신거리기 시작했지만, 벵거는 아무렇지 않았다.
“후우- 안 되겠어. 내가 직접 다녀와야겠어.”
“비행일정을 잡아놓죠.”
“그래. 가능하다면 그 꼬마를 만날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군.”
“그것도 한 번 알아보죠.”
“고맙네.”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거기에 올라탄 아르센 벵거와 팻 라이스(Pat Rice)가 1층으로 향해 간다.
그리고 그런 내내, 벵거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움직였다.
만약 팀이 350만 유로를 내어줄 수 없다면, 자신이 그걸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이적 명단을 뽑아 봐야 하겠어.’
추가로 선수를 내보냄으로써 이적료를 만들 생각을 한 벵거.
그의 머릿속에는 지금, 몇몇 이름이 떠오르고 있다.
‘그 아이는 바카리의 후임으로 제격이야. 반드시 우리 클럽으로 데려와야 해. 특히나 그런······.’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곧, 이름 대신 18일 김다온이 보여준 플레이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아르센 벵거.
동양의 어떠한 나라에서는 극심한 유망주 사랑으로 놀림거리가 되곤 하지만, 그는 벵거 볼의 창시자이자 현대 축구. 특히 유망주 육성과 선수관리에 큰 획을 그은 위대한 남자이다.
그런 그가 지금, 김다온을 만나기 위해 포르투갈로 날아간다.
“아, 포르투갈.”
팻 라이스가 실수로, 덴마크행 티켓을 끊었다는 것도 모르고.
***
작가의 말 ? 티켓 사건은 2013년 마티유 플라미니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각색한 것으로, 대형 클럽의 실무들도 가끔은 실수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