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21)
420화
2014년 9월 13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후반 36분
바이에른 뮌헨 1 : 0 VfB 슈투트가르트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3-5-2/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스벤 울라이히
CB ? 단테 / RB ? 플로리안 클라인
CB ? 홀거 바트슈투버 / CB ? 다니엘 슈바브
-> AM – 마리오 괴체
CB ? 제롬 보아텡 / CB ? 안토니오 뤼디거
RWB ? 김다온 / LB ? 사카이 고토쿠
LWB ? 후안 베르나트 / CM ? 크리스티안 겐트너
-> LW – 프랑크 리베리 / -> DM ? 카를로스 그루에조
CM ? 필리프 람 / CM ? 오리올 로메우
CM ? 사비 알론소 / RAM ? 마르틴 하르니크
CM ? 데이비드 알라바 / CAM ? 모리츠 라이트너
ST ? 토마스 뮐러 / LAM ? 티모 베르너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베다드 이비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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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 코멘테이터
“선수 교체입니다. 바이에른 뮌헨과 슈투트가르트. 양 팀 모두 선수를 바꾸는군요. 다시 다온이 교체되어 나옵니다. 세 경기 연속이네요. 지난 한 해 우리를 가장 놀라게 한 선수입니다만, 시즌 초반의 모습은 분명 기대치를 밑돌고 있습니다.”
(야니크 코른베르크) – Sky Sports German 해설위원
“분명 김다온 개인적으로도 경기력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의 느닷없는 전술 변화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올 시즌의 뮌헨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평범한 팀이 되어 버린 것만 같아요.”
(노르베르트 카이텔)
“게다가 오늘 또다시 뮌헨에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홀거 바트슈투버. 지난 시즌 전체를 재활하는 데 허비했죠. 올 시즌 돌아왔습니다만, 한 달 만에 다시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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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우리는 계속해서 의심과 맞서 싸우고 있다. 낯선 전술, 여전히 불완전한 경기력, 하나의 경기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부상자에 이르기까지.
작년 시즌 시작 직후부터 위용을 과시했었던 ‘Vier(Fear) Munchen’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수고했네.”
“……네.”
펩과 건성으로 악수를 나눈 뒤, 벤치로 돌아와 곧장 수건으로 얼굴을 감싼다.
“아아아아-!!!”
오늘은 전술적으로, 뭐 하나 되는 것이 없었던 하루였다.
볼도 제대로 점유하지 못했고, 패스가 거의 안 됐다.
슈투트가르트의 유효 슈팅을 ‘0’으로 묶어 두었음에도, 공격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헛심만 잔뜩 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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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베르트 카이텔)
“다온의 표정이 실망스러워 보이는군요. 수건으로 가린 입은 웃고 있지 않을 겁니다. 벌써 세 경기 연속 교체로 나왔습니다. 이것은 지난 시즌 전체 저 친구가 교체되어 나온 횟수와 동일합니다. 반면 생산력은 크게 떨어졌죠. 슈퍼컵에서 득점 또 포칼에서 어시스트 하나를 기록한 게 전부입니다. 분데스리가에서는 아직, 공격 포인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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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문제는 무엇일까?
사실, 이건 너무 쉬운 질문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쉽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정말로 궁금한 건, 그런 잘못된 것들을 어떠한 방법으로 수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거친 숨을 코로 내쉬며, 난 피치를 주시한다.
현재 팀은 4-3-3으로 전술을 바꿨다.
필리프가 오른쪽 풀백으로 빠지면서 홀거의 부상 이후 센터백으로 뛰었던 사비가 다시 중원으로 올라섰다. 그의 파트너는 현재, 마리오와 로데다.
리베리와 뮐러가 좌우 윙에 섰고, 레반도프스키는 원톱이란 가장 익숙한 역할로 돌아갔다.
확실히, 이전보다 모두가 다 자유로워 보인다.
빌드업과 파이널 써드로의 전진 모두 말이다.
그리고 조금 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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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베르트 카이텔)
“리베리이잇-!! 마침내. 드디어 뮌헨이 오늘 경기 두 번째 득점을 만들어 냈습니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의 훌륭한 패스. 리베리가 뛰어드는 공간으로 정확히 볼을 굴렸습니다.”
(야니크 코른베르크)
“이것이 바로 제가 말을 하려던 겁니다. 뮌헨은 포백이 훨씬 더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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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백으로 뛸 때의 가장 큰 문제점은, 후방에 박아 둔 세 명의 수비수가 수적 우위를 점하는 데 있어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펩은 훈련 때, 쓰리백의 좌우에 선 선수들에게 라떼랄(Lateral/WB)로 이동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그것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오늘 좌우에선 제롬 보아텡과 단테도 시늉만 하는 느낌이었고, 라떼랄이 비다 보니 빌드업이 잘 되지 않았다.
작년 4-1-4-1을 사용했을 때도 라떼랄은 빌드업에서 무척 중요한 위치였고, 쓰리백으로 전환한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나나 베르나트가 머물자니, 전방 측면에 비어 버린다. 볼이 센터라인으로 전진하게 되면, 사이드백은 라떼랄에서 엑스트레모(Extremo/W)로 이동해야 한다.
3-4-3이든 3-5-2든, 쓰리백 체재 아래에서의 측면 공격은 윙백에게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그러기 위해 윙백을 투입하는 것이고, 좌우 델란테로(Delantero/FW) 위치에 머무르는 공격수들에게 중앙 빌드업과 연계를 맡기는 게 가장 좋다.
그런데, 우린 정말 이도 저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센터백 포지션의 좌우에 선 제롬/단테/마놀라스 모두 라떼랄로의 이동에 소극적이었고, 사이드백이 마음 편히 라인을 높이지 못하자 공격의 속도가 떨어졌다.
그나마 레반도프스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해 라인 전체가 전진할 시간을 벌고 있긴 했지만, 그 역시 토미스 뮐러와 동선이 겹치는 등 고립되는 순간이 많았다.
과연 우리가 쓰리백을 택한 것이 올바른 판단일까?
난 펩을 믿지만,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당장 나흘 뒤가 맨체스터 시티와의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 첫 번째 경기인데, 이런 경기력으로 과연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가장 많이 들었던 말.
[“너도 이게 맞다고 생각해?”] [“이게 옳은 것 같아?”]피치 위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감독의 전술을 의심하는 이야기를, 난 오늘 족히 다섯 번도 넘게 들어야만 했다.
개인 기량의 차이로 승점은 꾸역꾸역 챙기고는 있지만, 나는 절대 이 축구에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차라리 대표 팀의 축구가, 조금 더 나아 보인다.
삑-!! 삐—익!! 삐—-익!!!
“휴우~”
경기가 끝나고, 난 자리에서 일어나 동료들을 맞이하기 위해 움직였다.
지금 당장은 승점 3점을 얻은 것을 기뻐해야 옳다.
그게 바로 팀-플레이니까.
그러나 우린 분명 더 나아져야 한다.
반드시.
“수고했어.”
“그래. 클린시트다-!!”
애써 분위기를 띄우려는 노이어의 몸짓이, 어쩐지 조금 처량하게 느껴지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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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Bundesliga 3R)
바이에른 뮌헨 2 : 0 슈투트가르트
[골] 필리프 람 : 전반 27분(토마스 뮐러)프랑크 리베리 : 후반 40분(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김다온 ? 81분 출전(평점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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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힘줄 손상으로 3개월 이상 결장하게 될 홀거 바트슈투버. – Goal.com(INT)] [韓國の 天才, 大ピンチ?! 4.0!! 분데스리가 데뷔 후 최저 평점!! 고개 숙인 채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한국의 수비수. – 사커다이제스트(일본)]***
(율리우스 수어만) – Sports 1 Bundesliga Pur 호스트
“그럼, 펩의 전술이 문제라는 거죠?”
(슈테판 에펜베르크) – 특별 패널
“당연합니다! 바이에른 뮌헨이 어떤 팀이죠? 2년 연속 챔피언스 리그 우승, 2년 연속 트레블을 기록한 클럽입니다. 그들은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합니다. 그리고 그 완벽함을, 뮌헨의 오랜 전통과도 같은 전술을 통해 보여 줬죠.”
(율리우스 수어만)
“확실히 올 시즌 뮌헨이 쓰리백으로 변신한 것은 놀랍습니다. 특히 그들이 가진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말이죠.”
(슈테판 에펜베르크)
“옳은 지적입니다. 현재 뮌헨은 포백에 최적화된 스쿼드예요. 긴 시즌을 쓰리백으로 소화할 중앙수비수는 부족하고, 반면 외의 포지션은 넘쳐나죠. 하지만 포백이라면, 중앙수비수는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풍부한 자원도 쓸 수 있죠.”
(율리우스 수어만)
“슈테판. 당신은 과거 뮌헨의 일원이었습니다. 12대 주장이었죠. 선배의 입장에서 보기에, 현재 펩 과르디올라는 어떤 것 같나요?”
(슈테판 에펜베르크)
“그는 매우 훌륭한 감독입니다. 바르셀로나와 뮌헨에서 그가 이룩한 업적은 존중받아야 해요.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나갔습니다. 쓰리백이 구시대의 전술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집에서 자우어크라우트가 싫다고 칭얼대는 네 살배기 꼬마도 알 법한 사실이죠.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만 홀로 모르는 것 같군요.”
***
2014년 9월 15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프런트 오피스, 회장실.
“꽤 재미있는 표현이었습니다.”
“…….”
“순식간에, 네 살 꼬마 아이보다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 되었더군요. 그리고 저는 어제 내내, 어째서 그 전술을 택했는지 추궁하는 원로들에게 해명을 해야 했습니다.”
“…….”
“바르셀로나에서도 없었던 일이죠. 최소한 그들은 본인의 이권을 위해 저를 이용하려고 했을지언정, 피치 위에서의 모든 것만큼은 인정해 줬습니다.”
일요일 오전, ‘Sport 1’ 방송에 출연한 슈테판 에펜베르크의 발언은 꽤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현재는 ‘ZDF’의 해설위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지만, 뮌헨에 대한 그의 애정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방송 뒤에 많은 미디어들이 앞다투어 ‘펩 과르디올라가 뮌헨 수뇌부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하다’는 기사를 냈고, 클럽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추측 역시도 멋대로 내어놓았다.
그리고 이를 수습하고자 했던 펩 과르디올라는 정작, 은퇴 뒤 뮌헨의 .e.V가 된 이들에게 해명이나 하고 있었다.
오해를 받는 당사자인 펩 과르디올라가 일요일 하루 입을 다물자, 월요일 아침이 밝음과 동시에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진 문장들이 인터넷 뉴스를 도배해 버렸다.
“제가 신뢰를 잃었습니까?”
“당치도 않네. 나는 누구보다 자네를 신뢰하고 있어.”
“그럼?”
“내가 수습하지. 자넨 축구에만 신경을 쓰면 되네.”
“다행히도, 그건 조금 위로가 되는군요.”
“미안하네.”
“……이만 일어나죠.”
펩 과르디올라가 회장실을 떠난 뒤, 수심 가득한 얼굴로 창가에 선 루메니게가 텅 빈 연습용 그라운드를 내려다본다.
‘너무 안일하게 여겼어.’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은 작년 5월 충분히 전조가 있었다며, 진즉에 단속하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이것은 챔피언스 리그 우승 가두행진 후, 고위 관계자들끼리 뒤풀이를 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었다. 그곳엔 뮌헨의 주요 스폰서 CEO와 .e.V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알고 있나? 그 스페인 녀석에 대한 칭송이 엄청나.”] [“축구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라는군. 하-! 웃기지도 않아.”] [“최고의 감독은 유프지. 그렇지 않나?”] [“그가 클럽에 쏟아져야 할 영광을 빼앗고 있어.”]당시 루메니게는 술에 취한 원로들이 술주정을 부린다고만 생각했었다.
“휴우~ 얼른, 수습해야 해.”
새로운 시즌 시작 후 한 달 만에 이런 뉴스가 나돌고 있다는 것 자체도 자체지만, 나쁜 이야기를 제공하는 소스가 클럽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갖춘 인물이라는 게 더 문제였다.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이 모든 것의 배후에 프란츠 베켄바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잠깐 동안의 생각 후, 그는 스피커폰의 앞으로 와 버튼을 눌러 차를 준비해 줄 것을 부탁했다.
– 목적지는요?
“그건 내가 따로 말하지.”
– 네, 회장님.
-딸깍-
곧 루메니게가 주차장으로 향하고, 그는 훈련을 위해 밖으로 나선 선수들로부터 인사를 받았다.
“뭡니까?! 놀러 가시는 거예요?!”
“팔자 좋네요-!! 저희랑 땀 좀 흘리시죠!!”
“하하하-! 다음에! 다음에 꼭 그러지!”
외부의 잡음에 빠르게 신경을 끈 채 이틀 뒤의 경기에 집중하는 선수들을 보며, 루메니게는 클럽을 망치는 진짜 존재들은 피치 밖에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 출신으로서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임에도, 어째서 이토록 문제를 만들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탁-!
“좋은 아침입니다, 회장님.”
“그래. 프란츠의 집으로 가지.”
“제 영웅 말이군요. 그렇게 하죠.”
많은 독일인들의 영웅이었던 프란츠 베켄바워는 현재, 12년째 클럽의 명예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
【3시간 뒤】
오전 훈련이 모두 끝나고, 나는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클럽 하우스 내 식당으로 들어섰다.
금방까지 베르나르두와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았고, 녀석은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접시를 놓아두곤 화장실로 부리나케 뛰어 사라졌다.
그렇게 먼저 먹을 것을 챙겨 테이블로 돌아왔을 때, 본인의 것을 챙긴 사비 알론소가 등장했다.
[옆에 앉아도 될까?] [……네. 베르나르두도 있는데 괜찮죠?] [그럼, 물론이지.]사비는 오믈렛과 작은 스테이크 조각 등을 챙겨 왔다.
[너는 좀 어때?] [저요? 하하하. 뭐예요? 신입생이 절 챙기겠다고요?] [이곳에서는 신입이지만, 너보다 축구는 훨씬 오래 했어.]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이틀 전 슈투트가르트 경기에서 평점 4.0을 받은 이후, 독일 내 미디어들은 나를 진지하게 우려하기 시작했다.
‘SID’의 경우 과거 잠깐 반짝하고 사라졌던 선수들을 거론하며, 나 역시 그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일본 쪽은 왜 그렇게 내게 관심인지 모르겠다.
[저는 괜찮아요. 사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컨디션은 시즌이 시작될 때보다 훨씬 좋아요.] [그래? 그럼, 다행이네.] [네. 겨우 이 얘기를 하러 저한테 온 거예요?] [뭐, 그것도 있고.] [??]고기를 썰어 입으로 가져간 사비가 잠깐 그것을 씹다가 포크를 든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다른 이야기를 해 왔다.
[펩의 쓰리백 말이야…….] [듣고 있어요.] [넌 어떻게 생각해?]어떻게라니.
난 진심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다.
[시간이 필요한 거죠. 전 그렇게 생각해요.] [하하. 사람들이 너를 펩의 열렬한 추종자라고 말을 하더니, 정말로 그런 것 같네.] [당신은 아니에요?] [뭐?] [이게 마지막 계약이 될 거라면서요. 2+1. 그리고 이후 감독을 준비하기 위해, 펩과 함께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어요.] [이런! 여긴 비밀은 없어?] [레알은 있었고요?] [……하긴. 좋은 지적이야.]순순히 수긍하는 사비에게 쓴웃음을 날려 준 뒤, 나는 다시 그가 생각하는 뮌헨의 전술을 물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 쓰리백이 한두 경기에서 변수를 줄 수 있다는 것까지야 동의하지만, 그걸 주된 전술로 삼겠다는 건 이해가 안 가.] [그렇군요.] [넌?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펩의 선택에 동의하느냐는 뉘앙스가 아니었기에, 난 이번엔 제대로 답을 할 수 있었다.
[제 생각엔, 우린 더 과감해져야 해요.] [과감하게?] [네. 너무 자신의 포지션에 얽매여 있어요.] [그야 당연한 것 아니야?]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제 얘긴 본문을 망각하라는 건 아니거든요.] [그럼?]하필이면 타이밍 나쁘게도, 이때 화장실을 다녀온 베르나르두가 접시를 들고 등장했다. 녀석은 곧장 자신의 페이스로 대화를 이끌었고, 사비는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그렇지만 나는 오히려 베르나르두가 있는 게 더 좋다고 판단을 해, 대화를 다시 본래의 주제로 이끌었다.
[펩은, 기존에 선수들에게 부여하던 포지션의 의미를 피치로 가져왔어요.] [……뭐?] [당신은 스페인 선수니까. 이런 단어들을 알겠죠. 라떼랄, 델란테로, 엑스트레모, 인테리오…….]내가 줄줄이 포지션의 이름을 말하자, 눈을 크게 뜨고 듣던 사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지금까지 축구 역사에 존재해 왔던 모든 포지션들을 스페인식의 사고방식으로 재정립해 놓은 거죠.]펩이 추구하는 축구를 이해하기 위해, 나는 스페인 쪽에서 출간된 축구 전술 서적들을 탐독했다. 스페인어가 는 것도 그 이유이며, 가끔 짧은 대화는 스페인어로 나누기도 한다.
[예를 들어, 라떼랄은 과거 쓰리백이 유행하던 시기에 사용되었던 용어에요. 델란테로도 윙어를 배치한 쓰리톱이 아닌, 페널티 박스 안에 쓰리톱을 배치한 시대의 용어죠.]메디오 센트로(Medio Centro/MF) 역시, 현대적인 의미보다는 1960,70년대의 의미를 더욱 많이 담고 있다.
만약 현대적인 의미로 이 포지션을 해석하려면 두 개로 나눠 ‘젝서(Sechser/DM)’와 ‘아흐터(Achter/CM)’의 뜻을 따로따로 부여해야 할 것이다.
또 메디아푼타(Mediapunta/AM) 역시 인테리오(Interio/IF)의 영역을 조금 더 넓히고, 본래의 영역을 축소하는 게 현대 축구에 더 잘 부합한다.
하지만 펩은 그러지 않는다.
왜?
[간단해요. 이 위치에 서는 선수들의 포지션을 굳이 강제하지 않기 때문이죠. 메디오 센트로에 있는 선수는, 언제든 젝서와 아흐터를 오갈 수 있길 원해요. 메디아푼타의 선수들 역시, 더욱 많은 일을 하길 원하죠.]무언가를 하나하나 세심하게 정해 둔다는 건, 하는 일을 훨씬 더 쉽게 만들지만 창의력은 억제된다.
펩은 중앙 지역이야말로 피치에서 가장 창의력이 발휘되어야 할 영역이라 여겼고, 그래서 이곳에서 뛰는 선수들에겐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세분화된 영역. 즉, 우리가 이틀 전 활용하지 못한 라떼랄과 같은 경우에는 자유를 억제하고 그가 지시한 의견에 따르기를 원한다.
[우린 분명 전술적인 문제가 있어요. 하지만 펩의 쓰리백 선택에 제가 의문을 갖는 건…….] [선수들 때문이군.] [네. 저는 아직 우리가 준비가 되었는지 확신할 수 없어요.]만약 월드컵 없이 프리시즌을 시작했다면, 우리는 완전체로 3주의 시간을 더 보냈을 것이며 그동안 훈련을 통해 전술에 익숙해질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우린 완전체로 단 2주만 손발을 맞췄다.
그마저도 절반은 미국 투어와 비행기 안에서 보냈고, 남은 절반의 30%도 휴식을 취했다.
모든 클럽들이 월드컵을 치렀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난 독일 대표팀의 구성이 어땠는지 생각해 보라 말하고 싶다.
[결국 시간문제네, 이해했어.] [네.] [하하. 이거 놀랍네.] [?] [네가 축구를 이해하는 것 말이야. 내가 스무 살 때는 무작정 훈련한 대로 뛰었어. 그러다 피치 위에서 본능을 조금 앞세웠지. 그리고 지금도 난, 너처럼 축구를 바라본 적이 없어.] [뭐, 그야 다 다르니까요.] [그렇기는 해.]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사비가 식사에 집중하는 사이, 나는 베르나르두에게 최대한 간략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다행히도 이 영리한 녀석은 대번에 내 말을 이해했다.
[네가 편히 위에 있을 수 있게, 뒤에 있는 애들을 그 뭐?] [라떼랄.] [아, 그래. 거기로 옮겨 줘야 한다는 거지?] [그래, 맞아. 하지만 쉽지 않을 거야.] [뭐, 그래도 이젠 나도 아니까. 도움은 될 거야.]맨체스터 시티와의 일전을 이틀 앞둔 지금, 우리는 여전히 7월에 나누었어야 할 대화와 해결했어야 할 문제를 앞에다 놓아두고 끙끙대고 있다.
***
※ 2014/15 챔피언스 리그 E조
1. 바이에른 뮌헨
2. 맨체스터 시티
3. AS 로마
4. CSAK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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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스트레스를 너무 시게 받았는가, 몸살이랑 급체가 겹쳐 죽어 있는 상태입니다 -_ ㅜ
시게 아프고 나서 면역력이 떨어진 후론 잔병치레가 많네요. 다음 주 건강히 돌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_ ㅜ
병원 가 링거나 맞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독자님들도 건강 주의하세요. -_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