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23)
422화
파앙-!!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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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타일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조 하트-!! 맨시티를 지켜 냅니다!! ……엄청났던 반사 신경! 멋진 슈팅을 보여 준 베르나르두 실바.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만, 박수를 받을 자격은 충분합니다!”
(앨런 패리)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바로 저런 능력 때문에 바이에른 뮌헨이 그를 영입한 겁니다. 바카리 사냐를 1:1에서 완벽하게 제압했죠. 맨시티의 수비수들도, 저토록 쉽게 돌파를 허용할 거라고 예상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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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06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맨체스터 시티
경기 극초반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익숙한’ 방법으로 뛰게 된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우리는 전반 2분이 지나면서부터 맨시티를 강하게 압박했고, 벌써 세 개의 슈팅을 만들어 냈다.
예상과는 다른 4-4-1-1의 전술을 들고 온 맨체스터 시티는 얼핏 두 개의 플랫을 내세운 것 같지만, 실제론 4-3-3이라고 보는 게 훨씬 더 어울린다.
좌우의 헤수스 나바스와 사미르 나스리 모두, 수비적으로 눌러앉는 것에 능숙하지 못하다.
차라리 공격 일변도로 나서는 것이라면 모를까, 측면 미드필드로 나서 공수의 밸런스를 갖추는 일은 저들에게 익숙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둘의 포지셔닝은 극단적인 공격이거나 극단적인 수비거나였고, 난 그것을 능숙히 이용하고 있다.
또 사비 역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 베르나르두에게 찔러 주었던 패스도 보면, 중간에서 멈칫거리는 동작 없이 나왔다. 금방 맨시티가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나바스가 높이 전진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게 옳아.’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 우리의 수준엔 펩이 추구하는 쓰리백 축구의 원형인 3-3-3-1이 더 나아 보인다.
작년 이 전술로 훈련한 시간도 제법 되고, 현재 팀의 문제점을 가리는 것에도 더 적합한 느낌이다. 베르나르두를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으로 두게 된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또 알라바가 센터백의 중앙에 서면서, 쓰리백 전환과 동시에 사라진 라볼피아나(Lavolpiana)도 돌아왔다.
지금도 보면 사비 알론소가 데이비드 알라바와 끊임없이 수신호를 주고받고 있다.
손짓으로 미루어 볼 때, 서로의 포지션을 때때로 오가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한다.
대단히 공격적인 데이비드 알라바의 성향을 고려하면, 저런 식의 커뮤니케이션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알라바 덕분에 최종 수비라인이 높아졌다.
그만큼 뒷공간이 비게 된 것은 위험 요소겠지만, 최종 수비라인이 높아지면서, 세 사람이 나란히 섰을 때 자연스럽게 라떼랄(Lateral/WB)에 포지셔닝이 이뤄졌다.
윙백인 우리에게로 볼이 전달되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더욱 많아진 이유다.
측면은 현대 축구에서 효율적인 공격 루트로 손꼽히지만, 그렇게 된 원인 자체가 쓰리백에서 포백으로 바뀌면서 풀백들에게 중앙 수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대의 역습 혹은 공격 전개 시, 풀백들에게 가장 먼저 내려지는 지시 사항도 중앙을 틀어막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처럼 포지셔닝이 제대로 갖춰지게 될 경우, 쓰리백을 택한 것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나와 같은 윙백의 존재 때문이다.
코너킥이 멀리 클리어되고, 후방에 머물던 나는 베르나트에게 볼을 일단 뒤로 보내라고 손짓했다.
볼을 점유하는 습관이 부족한 베르나트는 종종 템포를 불필요하게 높였고, 그의 무리한 클리어와 드리블이 상대에게 볼을 넘겨줄 때가 있었다.
지금도 보면 베르나트는 내 손짓을 무시하고 앞으로 볼을 보냈는데, 결국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어 버렸다.
[후안-!!!] [?! 뭐?] [뒤로 보내라고 했잖아!! 귓구멍 열어!!] [나한테 소리치지 마!] [병신 새끼.]중얼거리는 베르나트도 내 욕을 했겠지만, 거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같은 분데스리가에서 뛴 레비와 로데가 나를 존중해 주는 것과는 달리, 저 친구는 아직이다.
다른 일을 하느라 대화를 해 본 적도 많지 않고, 성향 자체가 나와는 다소 다른 편이다.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하지만 이건 문제다.
“필리프!”
“?”
“저 빌어먹을 녀석한테, 내 얘길 들으라고 해 줘요.”
“하하. 그럴게.”
필리프와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은 뒤, 나는 후방부터 시작되는 맨시티의 빌드업을 따라 움직였다.
오늘 상대는, 극도로 수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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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오늘 뮌헨에 도드라지는 전술적 특징이 몇 개 있는데요. 최근 경기력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현대 축구에서 거의 사라진 쓰리백. 그것도 3-5-2나 3-4-3과 같은 다소 예전 전술을 쓰고 있거든요? 득점력도 많이 떨어지고 그리고 점유율 역시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주 괜찮아 보이네요.”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뮌헨의 부진과 김다온의 부진이 궤를 같이하면서, 한국팬들의 걱정 역시 상당합니다. 오늘 뮌헨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만큼, 김다온도 그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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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중원을 구성한 야야 투레와 페르난지뉴는, 전진을 함에 있어 무척 애를 먹고 있다.
그래서 중원은 전진을 위해 측면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예측 가능한 공격 전개는 상대를 쉽게 가두도록 만들었다. 패스의 진행 방향이 뻔하니, 대처가 쉬웠던 거다.
빌드업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는 ‘수적 우위를 점하는 위치로 볼을 보내는 것’이고, 반대로 수비는 ‘상대가 볼을 보내려는 위치로 선수를 빨리 채워 넣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계획대로 공격을 전개하는 것을 막아 지연이라는 것을 해낼 수 있다.
물론 현대 축구에서는 의도적으로 수적 열세인 위치로 볼을 보낸 뒤 방향전환으로 허를 찌르는 경우도 흔하지만, 현재 맨시티의 선수들로는 그것을 할 수 없다.
유일하게 그것이 가능한 야야 투레는 시즌 초반 경기력이 바닥을 기고 있고, 또 한 명 같은 일을 해 줄 수 있는 페르난두는 현재 부상 상태다.
측면의 나바스와 나스리도 드리블과 좁은 공간에서의 연계에만 장점이 있다.
‘막았어.’
탁-
“!!”
나스리가 다비드 실바(David Silva)에게 볼을 밀어 주고 달려 나갔고, 2:1을 예상한 나는 몸을 돌려 스프린트를 해 어렵지 않게 볼을 커트해 냈다.
그리고 몸을 돌렸을 때.
‘그렇지.’
사비 알론소를 발견하곤 패스를 보내, 즉각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다.
지금까지 안 되던 것.
기껏 상대의 측면 공격을 막아 내어 볼을 끊어 내도, 이후 패스를 받아 줄 동료들의 위치가 좋지 않아 지금처럼 빠르게 공격으로의 전환이 힘들었다.
그렇지만 최근 많은 대화를 나눈 사비는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알았다.
그는 내가 있어 줬으면 하는 위치로 와 있었고, 몸을 앞으로 돌리며 패스를 받아 들어 공간으로 파고드는 토마스 뮐러에게 곧장 축구공을 찔러 보냈다.
흔히 사람들이 표현하는 대지를 가르는 패스가 피치를 길게 찢으며 구르고, 토마스 뮐러가 축구공을 발밑으로 가져가지만 부심의 기가 올라가 있다.
연속된 두 번의 공격에서 두 개의 오프사이드가 나왔지만, 조금도 실망스럽지가 않다.
오히려, 자신감이 샘솟는다.
“사비!!”
“?”
합류 후 빠르게 적응 중인 사비에게, 난 엄지를 치켜세워 본다.
오늘 팀의 가장 좋은 장면들은 사비의 발끝에서 나오는 중이고, 그의 정교하고 창의적인 패스에 맨체스터의 수비는 자꾸만 아래로 눌러앉는 중이다.
그리고 그건, 중원에 있는 우리들이 공간을 점유하고 라인을 높이는 일을 수월하게 해 준다.
‘계속 이렇게 해야 해.’
조 하트의 선방 두 개가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실망을 하기엔 아직 전반 10분밖에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조바심을 경계해야 한다.
‘후우~ 침착하게, 다온아. 침착하게.’
모처럼 우리의 방식대로 경기를 풀어 가고 있는 오늘, 난 시즌 시작 후 처음으로 뮌헨에 소속되어 있음을 느끼고 있다.
“뒤! 나 뒤에 있어!”
골킥 이후 기습적인 압박으로 볼을 가져가려던 맨시티의 선수들이, 사비를 돕기 위해 중앙으로 이동한 나를 발견하곤 발걸음을 늦춘다.
윙백이란, 이런 식으로 작동해야 한다.
***
【같은 시각】
단순한 뛰어남을 넘어, 월등함의 영역에 다다른 이들은 아주 흔한 실수를 범한다.
본인에게 당연한 것이 남들에게도 당연할 것이라 생각하는 실수 말이다.
펩 과르디올라 역시, 그중 한 사람이다.
‘……어려웠던 건가?’
오늘 경기 이전까지 바이에른 뮌헨이 시도하려고 했던 축구는, 펩 과르디올라의 기준으로 대략 30% 정도 수준이었다. 스스로의 확신이 부족했기에, 70% 타협을 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현실은, 자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축구의 30%조차 실현이 어려움을 보여 줬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현재 펩 과르디올라의 머릿속에 본인의 선택이 잘못되었을 가능성 따위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거 정말 좌절하게 되는군.’
잠깐 고개를 숙여 땅바닥을 내려다본 펩 과르디올라가 눈앞에 보이는 잔디 위에 작은 가상의 피치를 만들어, 그 위에 작은 점들을 찍기 시작했다.
그것은 언제가 그가 피치 위에서 구현하고픈 축구이며, 누군가 들으면 미쳤다고 말할 그런 것이었다.
‘우린 틀리지 않았죠. 안 그럽니까?’
펩 과르디올라는 지금, 시즌 시작 전에 함께 시간을 보낸 마르셀로 비엘사와의 대화를 떠올리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궁금하군요.’
막역한 사이인 치키 베히리스타인의 추천으로 김다온을 처음 보게 되었던 날부터, 펩 과르디올라는 늘 이 재능 넘치는 풀백을 지도해 보길 꿈꾸었다.
그렇게 알게 된 김다온은, 본인의 꿈을 위한 열쇠였다.
단 한 경기만이라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완벽한 축구를 하고 싶은 그에게, 이젠 축구계의 새로운 종(種)으로 인정받게 된 김다온은 신이 내려준 축복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선수는 리오넬 메시였지만, 그리는 이상향에 함께할 이는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궁금했다.
김다온이 답이 될 수 없다면, 과연 본인이 바라는 답은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가?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답은, 김다온이 열쇠라고 판단한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거다.
그렇게 잠깐, 펩 과르디올라는 의심한다.
어쩌면 저 사내가, 아닐 수도 있다고.
하지만.
촤아아아아-악!!
한동안 김다온만을 눈으로 좇은 펩 과르디올라는 도저히 의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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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네에-! 오늘 김다온 선수의 몸놀림이 굉장히 가볍죠? DFL-슈퍼컵에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득점했을 때의 경기만큼이나, 오늘 무척 컨디션이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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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시티의 전술적 장단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김다온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본인이 속한 영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사미르 나스리와 가엘 클리시는 무력하다.
작년 챔피언스 리그 4강전과 결승전을 치르며 얻은 ‘공간지배자(Raumlineal)’의 별명 그대로, 김다온은 조금씩 자신의 방법으로 경기를 접수하고 있다.
결국, 그것을 보며 펩은 다시 고개를 숙인다.
이번엔, 자조의 의미가 많이 담겼다.
만약 축구가 정말로 체스와도 같다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의 역량이 된다.
장기나 체스와 같은 종목에서, 말(馬)들의 성능은 모두 동일하게 책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기수(騎手)가 다르다고 하여, 기본적인 규칙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늘 축구가 체스와 같다고 여겨온 펩 과르디올라에게, 현재 바이에른 뮌헨이 보여 주는 모습은 교훈을 전해 주고 있다.
‘난 낙제점으로군. 완전히 그래.’
FC 바르셀로나를 거쳐 바이에른 뮌헨에서 거둔 놀라운 성취에도, 펩 과르디올라의 배고픔은 조금도 충족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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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바이에른 뮌헨 2 : 0 맨체스터 시티
[골] 베르나르두 실바 : 전반 39분(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제롬 보아텡 : 후반 43분(사비 알론소)
김다온 ? 96분 출전(평점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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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0일. 22525 함부르크, 독일. 실베스터알리 7. 폴크스파르크슈타디온(Volksparkstadion. Sylvesterallee 7. 22525 Hamburg, Germany).
·전반 25분
함부르크 SV 0 : 2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3-3-3-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야로슬라프 드로브니
CB ? 단테 / RB ? 데니스 디크마이어
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하이코 베스터만
CB ? 코스타스 마놀라스 / CB ? 요한 주루
RWB ? 하피냐 / LB ? 마티아스 외스터촐렉
DM ? 사비 알론소 / CM ? 톨가이 아르슬란
LWB ? 김다온 / CM ? 바론 베라미
RAM ? 토마스 뮐러 / RAM ? 니콜라이 뮐러
CM ? 마리오 괴체 / CAM ? 루이스 홀트비
LAM ? 베르나르두 실바 / LAM ? 슈티에비르 졸탄
ST ? 클라우디오 피사로 / ST ? 피에르-미켈 라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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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거다.
“으아아아아아아-!!!”
“VAMOS!!!”
바로 이게, 내가 알던 바이에른 뮌헨이다.
우린 강하고 또 거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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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 코멘테이터
“4분 만의 추가골! 바이에른 뮌헨! 이곳은 함부르크 적지입니다만, 오히려 당당하게 그들의 목소리를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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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는 경기 초반부터 함부르크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챔피언스 리그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로테이션을 가져갔음에도, 오히려 더욱 강인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상대가 문제냐고?
‘아니. 전혀.’
보다 익숙한 전술에 몸을 담았다는 것만으로, 뮌헨의 DNA가 작동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4분 전 베르나르두의 절묘한 패스를 연결받은 피사로가 뮐러의 선취점을 도왔고, 이번엔 오른쪽 깊숙이 파고든 하피냐가 피사로의 추가 득점을 도왔다.
득점도 득점이지만, 더욱 좋았던 건 그사이의 과정이다.
우린 완벽히 피치를 컨트롤했다.
“Bernardo!!”
“?”
“Mais Aggresivo! Ok?”
고개를 끄덕이는 베르나르두에게, 나는 금방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었다.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받은 끝에 실점 과정에서 실수를 범한 데니스 디크마이어(Dennis Diekmeier)를 더욱 몰아붙이기 위함이다.
그에겐 무척 안 된 일이지만, 저렇게 노골적으로 약점이 된 선수를 그냥 내버려 둔다면 오히려 그게 스포츠맨십 위반이다.
로테이션 정책에 따라 왼쪽 윙백이 되어 버린 나.
좌우가 다르지만, 할 일은 별로 다르지 않다.
오늘 팀에 가장 부족한 부분은 마리오 괴체의 공격적인 성향으로 인해 생겨나는 공백이다.
그래서 나는 공격 전개 때 측면을 파고들기보단 중앙으로 이동해 메디아푼타(Mediapunta/AM)를 커버했고, 세컨볼을 탈취해 경기를 컨트롤하는 역할을 했다.
팀이 공격을 하다 함부르크에 차단당해 축구공이 클리어되었을 때, 다음 우리의 방식을 결정하는 위치가 된 것이다.
다행히도 지금까진, 그 일을 무척 잘하고 있는 듯하다.
‘온다.’
지금도 하피냐의 크로스를 요한 주루(Johan Djourou)가 헤더로 클리어했고, 그것을 받아든 나는 흘끗 정면을 확인한 뒤 접근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오른발을 휘둘렀다.
퍼억-!!
빠르게 날아간 슈팅이 매섭게 골대를 노리지만.
{“아아아…….”}
‘이런!’
마치 비행기가 이륙하듯 막바지에 위로 떠오르며, 크로스바 위를 많이 벗어나 버렸다.
너무 발목 가까이에 맞은 것 같다.
이건, 전적인 내 실수다.
‘그렇긴 해도…….’
피치 위에서의 나는, 전보다 훨씬 더 나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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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Bundesliga 4R)
함부르크 SV 0 : 3 바이에른 뮌헨
[골] 클라우디오 피사로 : 전반 21분(베르나르두 실바), 전반 25분(하피냐)마리오 괴체 : 후반 16분
김다온 ? 95분 출전(평점 3.0)
***
【오후 08:39】 브라운슈바이크 상공(Over Braunschweig).
경기 후 뮌헨 복귀를 위해 비행기가 이륙한 지도 대략 20분여가 흘렀다. 함부르크에서 뮌헨까진 70분 정도가 걸리고, 도착 후엔 곧바로 각자 집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클럽 관계자가 나와 공항에 택시를 잡아 두었는데, 우린 그것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이봐.”
“?”
“잠깐 이야기를 좀?”
“……네. 그래요.”
딱히 잠든 사람이 없는 지금, 전용기 안은 노랫소리와 수다로 북적거리고 있다.
그리고 난 잠머를 따라, 조금 조용한 앞쪽으로 이동했다.
드르르륵-
커튼을 치는 잠머가 곧바로 질문을 던져 온다.
“에이전시와 통화를 했더군.”
“아, 들으셨어요?”
“일부러 엿들으려고 했던 건 아닐세.”
“네. 그렇겠죠.”
경기가 끝나고 전화를 걸어온 요나스는 내가 왼쪽 윙백으로 기용된 것에 우려를 표했다. 로테이션으로 빠졌다면 차라리 모르겠지만, 왼쪽 출전이 걱정되었던 것 같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가?”
“네. 에이전시는 제가 왼쪽으로 뛴 이유를 알길 원했고, 또 그게 충분한 대화 후에 나온 것인지를 물었어요.”
“그렇군.”
“네. 뭐, 사실 그것보다 사람들의 말이 신경 쓰였겠죠.”
이번 시즌 나는 아직 평점이 매겨지는 대회(분데스리가+챔피언스 리그)에서 독일 기준 2.5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BBC 기준으론, 평점 6.5를 넘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 내에서 꽤나 아래쪽에 위치한 것이고, 지난 시즌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 말해도 좋을 정도다.
그러면서 덩달아 며칠 전 발표된 몸값에서도, 나는 1억 유로에서 폭락한 8,700만 유로를 받게 되었다. 이는 곧, 에이전시의 수익 감소와도 이어진다.
에이전시에겐 나의 시장 가치와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고, 어느 하나라도 떨어지게 되면 그들에겐 타격이 된다.
오늘 내게 전화해 대화 여부 등을 물은 것 역시, 만약 내가 불만이 있을 경우 클럽에 전화를 걸어 오른쪽으로 기용할 것을 압박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마티아스 잠머가 이리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다.
“……정말 그게 단가?”
“네. 그게 다예요.”
“알겠네. 시간을 뺏어 미안하군.”
“별말을요.”
오늘 출전은 오히려 내가 자처한 것으로, 알라바를 왼쪽 윙백으로 보낸 후 중앙 수비수 부족에 고민하던 펩에게 직접 왼쪽에서 뛰겠다고 말을 했었다.
그리고 난 수비에서 꽤 괜찮았다고 본다.
평점 3.0보단 훨씬 더 잘했다.
“무슨 일이야?”
“아니, 그냥. 일종의 업보랄까?”
“……뭐??”
요즘 나는 지난 시즌과 월드컵으로 인해 높아진 사람들의 눈높이를 톡톡히 경험하는 중이다.
어지간한 플레이로는 기준점을 만족할 수 없고, 오늘만 하더라도 내 경기력을 우려하는 기사와 소셜 네트워크 내 맨션들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펩이 선택한 쓰리백 전술이 날 망쳤다고 말하지만, 시간만이 답이라는 것을 아는 나는 그런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
다만 지금처럼, 중간중간 해명은 필요하다.
“난 잠깐 눈 감고 있을래. 오면 깨워 줘.”
“그래.”
휴식을 위해 안대와 귀마개의 도움을 받기로 하며, 난 의자에 몸을 묻은 채 생각에 빠져들었다.
현재 내 고민이 있다면, 나의 역할 일부분을 잡아먹고 있는 사비 알론소와 베르나르두다. 둘이 있기에, 나는 기존에 해 왔던 방식으로는 공격포인트를 기록할 수 없다.
물론 그것보다 내게 중요한 것은 클린시트지만,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의 입은 다물게 해 주고 싶다.
무엇보다, 그편이 더 재미있다.
‘더 알아가야 해.’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는 요즘, 그렇지만 이기심을 갖춰 말하는 솔직한 내 마음은 경기력에 줄 점수가 10점 만점에 2점 정도라는 것이다.
아직 난, 펩의 눈높이에 맞는 선수가 아니었다.
일단 지금까지는 말이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오늘 경기의 장면들을 복기하며, 난 오늘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
[호르헤 삼파올리, “다온은 무척 잘하고 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약간의 시간일 것이다.” – SID(독일) Via 김다온의 최근 경기력에 대한 전화 인터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