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27)
426화
·경기 결과(Bundesliga 7R)
바이에른 뮌헨 5 : 0 하노버 96
[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전반 11분(김다온), 전반 38분(김다온)아르연 로번 : 전반 16분(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후안 베르나트 : 후반 05분(김다온)
제르단 샤키리 : 후반 29분
김다온 ? 94분 출전(3어시스트/평점 2.0)
MoM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골 1어시스트/평점 1.5)
***
[김다온, 3어시스트!! – OSEM(한국)/2014.10.04.(오후)] [이번 시즌 가장 완벽했던 경기.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 SPORTV(한국)/2014.10.04.(오후)]***
2014년 10월 6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다시 또 찾아온 보름 동안의 A매치 주간. 삼파올리 감독님의 배려로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었던 나는, 조용한 클럽하우스에 출근해 모처럼 만의 여유를 가졌다.
일부러 시간을 맞춰, 재활그룹에 속한 이들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이제야 조금 팀 같다니까.”
“으-! ……으-!”
“생각해 보니까 있지? 절반은 새로운 얼굴이더라고. 어떻게 보면, 그러는 게 당연했던 것도 같아.”
“너……! 내가……! 안 듣고……!! 있는 건……!! 알지?”
힘겹게 웨이트를 하던 바스티가 열심히 사이드레터럴레이즈를 하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지적했다.
하지만, 나 역시 그의 목소리를 무시한다.
“난 그냥 궁금해. 너희들이 있었어도 달랐을까?”
“으-! ……후욱-!”
이번 A매치 주간에 소집되지 않은 이들은, 경우에 따라 11일에 있을 B팀 경기에 뛸 수도 있다. 하지만 펩은 이미, 나는 그 대상에서 제외가 될 거라고 했다.
여전히 펩은 내게 외부와의 단절이 필요하다 여기는 중이고, 나 역시 그것의 필요성을 동감하고 있어 보름 동안 경기를 치르지 않는 것을 받아들인 상태다.
그래서 난 11일까지 자유를 얻었고, 그 시간을 이런 방식으로 보내고 있는 중이다.
“하아- 하아- 너 좀 저리 가면 안 될까?”
“왜? 내가 방해가 돼?”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
“글쎄. 어떤 것 같은데?”
“빌어먹을! 얼른 꺼져!!”
바스티가 고함을 빽 내질렀고, 난 낄낄대며 재활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선수단 대부분이 대표팀에 소집된 지금,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나와 놀아 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아영이는 나보다 더 바빠서, 오후 늦게나 되어야 시간이 빈다.
결국, 내가 가장 한가하다는 거다.
“응?”
그렇게 한가로이 클럽하우스를 배회하고 있을 무렵, 나는 저 앞에서 걸어가는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건 하피냐였고, 나는 곧 그의 이름을 목청 높여 불렀다.
“마르시우!!”
“?”
하피냐의 풀 네임은 마르시우 하파에우 페헤이라 지 소우자(Marcio Rafael Ferreira de Souza)다. 하피냐는 그의 기다란 이름을 딴 일종의 별명이다.
본인도 지금은 하피냐라 불리는 것을 훨씬 더 익숙해했지만, 나는 저 친구가 브라질에 있을 때 불렸던 방식으로 부르는 것을 더욱 선호하고 있다.
발길을 멈춰 세운 하피냐가 몸을 돌렸고, 난 얼른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작년 임대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신경전이 있기는 했지만, 함께 지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 내 월드컵 기회를 빼앗아 간 장본인이 오네.”
“내가 몇 번이나 말해? 그건 나랑 상관없대도?”
“그럼 내가 문제라는 거야?”
“뭐,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하-!”
오히려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받을 사이가 된 하피냐와는 반대로 잘 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올 거지?”
“뭐? 그 그리스 녀석을 골탕 먹이는 거?”
“응. 16일이야. 기억해 둬.”
하피냐는 축구 외적으론 우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의 시간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도 말은 했지만, 함께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극히 사적인 주제로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휴대폰을 확인한 하피냐가 시간이 됐다며 곁을 떠나려고 한다.
“어디를 가는데?”
“피치.”
“왜?”
“페페가 연습을 좀 도와 달랬어.”
“그래?”
“응. 너도 갈래?”
나 외에도 이번 A매치 주간이 소집되지 않은 사람들은 내일까지 휴가를 받았다. 독일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사흘 내내 집에서 쉬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러하듯 하피냐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페페 레이나의 훈련을 도울 겸 피치를 찾았던 것이었다.
시간을 때우는 것 외에 달리 목적이 없었던 나는, 하피냐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에-이!! 페페에-!!]어째서인지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았던 하피냐는 페페의 이름을 크게 외친 뒤에 동반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골대 앞에서 몸을 풀던 페페가 나를 발견했고, 이내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왔다. 아직 충분히 빅클럽에서 뛸 수 있음에도, 저 남자는 새로운 도전과 연봉이란 두 가지 이유로 뮌헨에 합류한 상황이다.
풍문으로 듣자 하니, 저렴했던 이적료(200만 유로)에 비해 주급이 꽤 세다고 했다.
[우리 한국인 친구! 어쩐 일이야?!] [여기 얘가 당신을 괴롭혀 주는 날이라고 해서요!!] [뭐?! 내가 언제?]발끈하는 하피냐의 곁을 냉큼 벗어난 나는, 두 사람이 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간단해. 너흰 슈팅을 차고, 난 막는 거야.] [내기는요?] [내기?! 이건 그냥 연습이야! 내기 따위는 없어!] [아, 그럼 저는 심판을 볼래요.]어차피 축구화가 아닌 트레이닝용 신발을 신은 상태였기에, 나는 두 사람의 훈련을 구경하기로 하며 훈련용 그라운드의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지나 진행된 두 사람의 훈련은 매우 진지했고, 초반 시답잖은 농담을 하던 나는 중반부터는 입을 다물고 플레이 하나하나에 박수를 보냈다.
하피냐와 레이나 모두 출전 시간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었고, 저렇게라도 남는 에너지를 표출하고 싶을 것이다.
파앙-!!
대부분의 동료들이 자리를 비운 지금, 나는 남는 에너지를 훈련으로라도 토해 내는 이들을 보며 로테이션을 돌리는 일도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도대체 펩은, 어떻게 그걸 하고 있는 것일까?
문득, 그것이 궁금해졌다.
파앙-!!
“윽-!!”
“응?”
하지만,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 따위는 우리에게 사치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피냐의 슈팅을 막으려 몸을 날리려던 레이나가, 갑자기 발목을 부여잡으며 그대로 발라당 고꾸라져 버렸다.
***
[힘줄 손상으로 3주에서 5주가량 결장하게 된 페페 레이나. – 분데스리가 홈페이지/2014.10.06.(저녁)]***
2014년 10월 8일. 80802 뮌헨, 독일. 슈바빙-프라이만.
이틀 전, 갑작스러웠던 페페의 부상으로 넋이 나가 있던 나를 펩이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가족을 동반하는 자리였고, 그래서 난 아영이와 함께 펩의 집을 찾았다.
“그는 괜찮을 거야. 큰 부상은 아니었네.”
“네. 저도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
사실 페페의 부상은 부상 그 자체보다는 상징적인 측면에서 타격이 느껴졌다.
왜냐하면 나흘 전 우린 하노버와의 분데스리가 7라운드를 정말 잘 소화했고, 앞으로는 좋은 일만 일어날 거라고 믿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소 3주 이상의 판정을 받은 부상자만 여섯이나 되는 것에 좌절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펩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이번에도 팀 닥터가 문제라고 보나요?”
“글쎄, 다만 조처가 빨랐을 수는 있겠지.”
“…….”
부상 당시 클럽하우스에 머무르고 있는 의료진은 물리치료사인 프레디 빈더가 전부였고, 페페는 정확히 50분 만에 볼파트르 클리닉에서 제대로 된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프레디 빈더의 사전 조치가 딱히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볼파르트 박사님도 인상을 찌푸렸을 정도였다.
물론 최종 진단이야 똑같이 내려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뭐가 말인가?”
“그러니까, 어째서 팀 닥터가 항상 팀과 함께해야 하는지 같은 것들 말이에요.”
이번 시즌 초반 경험을 통해, 나는 팀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나의 생각이죠.”
“……듣고 있네.”
“네.”
축구가 단순히 감독과 선수에 의해서만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벤피카에서 뛸 때부터 알게 됐다.
“보드진, 프런트, 의료진. 모두 하나여야 해요. 당신이 우리의 식단을 조절하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 관리하는 것도 결국 팀을 하나로 묶기 위함이었다는 걸 깨달았죠.”
“예전에는 아니었다는 건가?”
“네. 아니죠. 완-전히 달랐죠.”
펩의 부임 후,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단은 같은 것을 먹고 또 같은 삶의 패턴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결국, 같은 생각을 가지도록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난생처음으로 배우는 것들이 많았다는 점 역시, 하나의 생각을 가지도록 하는 데 보탬이 됐다.
우린 서로가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만주키치는 그걸 싫어했지만 말이다.
“다들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까지는 누구도, 그렇게 축구를 알려 주지는 않았다고요.”
특히 이것은 수비수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말이었다.
펩의 축구는, 수비에서 시작해 수비에서 끝난다.
“우리가 그것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걸렸죠? 제 생각엔, 올드트래포드에서의 경기가 바로 그날이었다고 봐요. 그날이 있었기에, 결국 우리가 빅이어를 들어 올렸죠.”
“……내 생각도 바로 그러하네.”
“역시 그렇죠? 저도 그럴 줄 알았어요.”
펩의 축구 철학에서 가장 앞자리에 놓아두어야 하는 것은 점유율일 것이다. 공이 없다면, 이분이 추구하는 축구는 볼품없고 허황된 것이 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펩은 수비수들에게 ‘수비하는 것을 넘어선 다른 무언가’를 알려 주길 바란다.
최소한 이 남자의 축구에서, 수비수는 절대 그냥 수비수가 될 수 없다.
“저는 수비수죠.”
“그래.”
“동시에 저는 미드필드이고 또 공격수예요.”
“후후후. 그래. 그것도 맞아.”
“하지만 무엇보다.”
“…….”
“용기가 필요하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 팀 전체에 전해 주기 위한 용기. 무엇보다, 팀을 절대 후퇴시키지 않을 용기 말이에요.”
사람들은 축구가 흔히 공격수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펠레, 마라도나.
또 현대로 와서는 메시와 호날두.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바로, 공격수라는 것.
그러나 펩은 줄곧, 완벽한 축구에는 완벽한 수비수가 있어 왔다고 우리에게 알려 줬다.
즉, 펩이 바라는 미래에는 완벽한 수비수가 있다.
그리고 그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존재다.
“결국 우리가 지금까지 잘 되지 않았던 것은, 수비수들이 수비만 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그 거기엔 월드컵, 부상, 부족했던 준비 기간이 영향을 미쳤겠죠.”
“내 실수도 있지.”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우리에게 시간이 부족해서였어요. 하노버와의 경기에서, 그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시간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지.”
“네. 그렇더라고요.”
쓰리백 좌우 수비수의 라떼랄(Lateral/WB) 점유와 쉽게 라인을 높이지 못했던 소극적인 태도들 모두, 결국은 충분한 숙지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전방의 선수들에겐 불안함으로 작동했고, 서로가 서로를 충분히 믿지 못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결국 이는 각자의 철학이 피치 위에서 충돌하는 이유가 됐고, 확신이 부족한 상태는 몰입하는 것을 방해했다.
“만약 후방이 상대의 스루패스에 의해 두 갈래로 갈라진다면, 그건 전방 압박 과정에서 실수가 나와서죠.”
“옳은 지적이야.”
“반대로 전방 압박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후방에서 충분히 믿음을 주기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렇지.”
“얼핏 보기에, 이건 모순적이죠.”
웃고 있는 펩을 보며, 나는 그동안의 접근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한다.
머릿속에 가득 찬 생각을 표현코자 빙빙 돌아왔지만, 결론은 오직 팀 전체가 완벽한 하나의 생각으로 움직였을 때에만 펩이 추구하는 축구를 구사할 수 있다는 거였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 생각은 틀에 얽매이면 안 됐다.
“그거 알죠? 당신은 진짜 말하는 방식이 엉망이라는 거.”
“하핫-!! 그래-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말이지.”
“……하지만 그게 바뀔 일은 없겠죠. 안 그런가요?”
“크크큭. 왜 내가, 자네와 같은 사람이 필요할 것 같나?”
“이런, 제기랄, 말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긴 싫은데요.”
“날 믿게. 자네는 그 이상이야.”
생각해 보면, 작년에도 나는 뒤늦은 합류로 인해 펩과 이런 시간을 자주 가졌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그의 축구에 적응한 뒤엔, 이런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건 분명, 펩이 얼마 전 내게 했던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둘 사이에 축구라는 요소를 뺀다면, 과연 우리가 지금처럼 친구일 수 있을까?
‘아니, 절대.’
펩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축구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하기에, 우린 그것을 통해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펩의 축구를 이해하게 되면, 오히려 우린 대화할 것이 줄어든다.
이 역시, 무척이나 모순적이었다.
과연 우린 좋은 친구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선,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축구를 알아 가야 할 것 같다.
***
2014년 10월 16일. 80636 뮌헨, 독일. 님펜부르거 슈트라세(Nymphenburger Str. 80639 Munchen, Germany).
그리스에서 왔으니 자연과 풍광이 좋은 집에서 머물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마놀라스는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 고급 아파트에서 머물고 있었다.
덕분에 뮌헨의 방식으로 마놀라스를 환영하는 것은 수포로 돌아갔고, 다소 맥이 빠져 버린 우리는 괜히 트집을 잡아 가며 툴툴거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가구랄 것이 거의 없어 꼬투리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대체 이런 집에선 어떻게 사는 거야?”
“적당히 살 만해.”
“너. 독일어는 그런 말을 하라고 배우는 게 아니야.”
“??”
또다시 흠집을 잡아보려다 실패한 토마스 뮐러가 툴툴거리는 사이, 나는 아영이가 직접 만들어 준 닭볶음탕을 데워 유일하게 제대로 갖춰진 식탁 위로 가져왔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배달 음식에 앞서, 닭볶음탕을 먹으며 허기를 채울 것 같은 우리다.
“이거 너무 빨간데?”
“먹어 봐. 괜찮아. 별로 안 매워.”
“진짜?”
“응.”
아직 한식에 익숙지 않은 레비가 탕의 색에 조금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잘 먹는 것을 보곤 어설픈 젓가락질로 손을 뻗어 음식을 조금 덜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다 잠깐 눈을 뗀 나는, 마놀라스에게 뮌헨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뭐, 사는 건 나쁘지 않아.]“그럼? 뭐 다른 게 문제야?”
[음- 그러니까…….]“??”
감자를 한입에 머금은 마놀라스가 잠깐 뜨거워하다, 이내 나를 똑바로 바라보곤 이렇게 물었다.
[너는 대체 어떻게 다 하는 거야?]“응? 뭐가?”
[내가 볼 때, 너는 거의 미쳤어.]“그러니까, 뭐가??”
마놀라스는 뮌헨에서의 유일한 걱정거리인,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를 이해하는 것에 관해 질문을 던져 왔다.
[펩은 내게 빌드업을 하라고 해. 전에도 해 왔지만 그 수준이 다르다고. 그리고 또 볼을 올바르게 전개해야 하고, 동시에 라인도 맞춰야 하고…….]그리스에서 온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지금 하는 말이, 지난 시즌 우리 모두가 느꼈던 감정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제롬을 돌아봤고, 그는 내 시선을 그대로 단테에게 주었다.
금방 마놀라스가 말한 것처럼, 펩의 축구에서 ‘수비수가 수비를 잘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단순히 수비만 잘하는 선수라면, 절대 그에게서 중용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펩은 수비수들에게 빌드업을 완벽한 수준으로 이해할 것을 요구하고, 상대의 역습이 진행되어 올 방향과 볼이 끊기기 전 위기 상황을 초인적인 감각으로 예측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동시에, 후방에 30m 이상의 공간을 남겨 두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도 필요하다.
대륙을 막론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축구를 배워 온 수비수라면, 절대로 감독에게 요구받지 않았을 내용들을 완벽하게 수행해 내라고 전해 받는 셈이었다.
그리고 말하는데, 이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오히려, 공격보다 더 어렵다.
[나는 그가 왜 나를 그리로 보내려고 하는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넌, 전부 다 아는 것처럼 보여.]“하하. 그래?”
[응! 나는 아직도 왜 바깥의 사람들이 네가 엄청 못하다고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어. 너는 지금까지 내가 겪은 사이드백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일을 한다고!]“그거 고마운 말이네.”
겸손을 떨긴 했지만, 실제로 나는 지난 1년 동안 빌드업과 상대의 역습에 관해 더욱 많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엔 그것을 넘어, 피치의 영역을 이해하는 정도가 됐다.
반면 월드컵 등으로 팀 전체가 혼란을 겪고 있는 지금, 마놀라스의 적응은 작년의 나보다는 많이 느릴 수밖엔 없다.
하지만 이 친구도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펩이 수비수들에게 주입하려는 철학과 그가 경험을 통해 발전시키고 있는 축구를 말이다.
수비수가 단순히 후방에서만 머물지 않고, 높은 라인으로 올라 플레이하고, 공격 진영에서 볼을 점유하는 데 보탬이 되어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될 거라는 뜻이다.
만약 그날이 온다면, 그리고 그 날이 그리 너무 오랜 뒤가 아니라면. 그때의 우린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축구를 보여 줄 수 있을 게 틀림없다.
아직 독일어가 거의 불가능한 이 낯선 이방인이, 앞서 펩의 축구에 적응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뜻이니까.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2년 차.
올해의 내 목표는 명확하다.
부상 등의 변수가 팀에 영향을 적게 미친다는 가정하에, 나는 뮌헨이 하나의 생각으로 축구를 하도록 만들고 싶다.
우리의 실력은 이미 충분하고,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올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 아, 그래. 그럼. 너무 칭찬이 과해.”
마놀라스의 칭찬이 멋쩍어 머리를 긁적이던 난, 앞에다 놓아둔 포도주스 잔을 손에 쥐며 말을 몇 마디 보탰다.
“아마, 우리가 널 도와줄 수 있을 거야.”
[진짜?]“응. 네가 펩을 이해하기 위해서 해야 할 건, 피치의 특정한 영역을 해석하는 방식을 바꾸는 거야. 혹시 펜과 노트 있어?”
[물론. 잠깐만 기다려.]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사라지는 마놀라스를 보며 느낀 점은, 저 친구도 펩이 새롭게 알려주는 축구에 호기심이 잔뜩 동해 있다는 거였다.
잠시 뒤, 침실로 들어섰던 마놀라스가 다시 등장했다.
어느새 옆으로 온 동료들이 함께 호기심을 보인다.
신입생인 레비와 로데야 그렇다고 치지만, 나보다 일찍 펩을 만난 녀석들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
“뭐 해? 너희는 다 알잖아?”
“우리가? 진짜??”
“하아~ 병신들. 대신 너희는 입 다물고 들어.”
“넵! 선생님!”
“미친 새끼들.”
“킥킥킥킥.”
집들이가 졸지에 전술을 논하는 자리가 되어 버리고, 나는 분데스리가 8라운드를 이틀 앞둔 김에 어제오늘 우리가 훈련한 것까지 섞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은 조금, 귀가 시간이 늦춰질 것 같다.
“수비에게 가장 중요한 영역은 바로 여기야. 그리고 이 위치는, 스페인에서 라떼랄이라고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