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28)
427화
2014년 10월 17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프런트 오피스, 회장실.
보름 전 하노버 96에게 거둔 대승은 가장 필요했던 시점에 내린 단비와도 같았다. 그날의 승리가 10월 A매치 주간 흘러나올 수 있던 모든 이야기를 쏙 들어가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같은 기간, 루메니게는 선수들을 만났다.
“이전까지 그런 것은 본 적이 없을 정도야.”
“당연한 일이죠.”
“당연하다고?”
“네. 펩 과르디올라와 함께한다는 건, 아베체데(ABCD)만을 배우다, 어느 날 불쑥 단어나 문장을 배우는 것과 같으니까요.”
“……그렇다더군. 그래서 자네를 불렀지.”
미하엘 레슈케(Michael Reschke)는 현(現) 바이에른 뮌헨의 기술 이사(Technical Director)로, 지난여름 레버쿠젠을 떠나 새롭게 뮌헨에 정착했다.
이 인사를 위해, 루메니게는 약 2년 정도 공을 들였다.
펩 과르디올라가 지적한 바이에른 뮌헨 유스의 가장 큰 문제점인 ‘좋은 유망주가 없다’는 것과 ‘그들의 철학이 너무 고루하다’는 부분을 한꺼번에 개선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동시에, 루메니게는 100%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펩과의 사이에서 레슈케가 중재자가 되어 주기를 바랐다.
젊은 시절부터 축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레슈케는 펩과 비슷한 부류였고, 둘은 첫 만남 후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아 가고 있었다.
지금 루메니게가 레슈케를 부른 것 역시, 내년 6월이 되기 전에 펩 과르디올라와의 연장 계약을 매듭짓기 위함이다.
“우린 토니를 잃었네. 처음엔 돈이 문제였지만, 결국은 그게 중요치 않게 되었어. 펩 때문이었지. 토니는 펩의 연장 계약 없이는 머물지 않겠다고 했네.”
“……또 있다는 뜻입니까?”
“믿고 싶진 않지만, 내 생각엔 그러하네.”
선수들과의 대화 결과, 펩과의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토니가 했던 것처럼 뮌헨을 떠날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선수들이 꽤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새로운 주급 체계를 적용한 이후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고 있음에도, 생각보다 계약의 진전이 더딘 것이 그 증거였다.
“부탁하네. 자네가 펩과 클럽의 사이에 가교를 놔 줘야 해.”
“최대한 노력해 보죠.”
“그래 주게나.”
“네. 그럼.”
레슈케가 회장실을 나서고, 업무용 책상으로 돌아온 루메니게는 펩 과르디올라와의 재계약을 위한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가기로 한다.
딸깍-
삐이-
– 네, 회장님. 무슨 일이시죠?
“볼파르트 클리닉에 방문을 하려고 하네.
– ……건강이 나쁘신가요?
“조금. 예약이 가능한지 궁금하군.”
– 바로 알아보죠.
지난 시즌부터 바이에른 뮌헨을 가장 괴롭히고 있는 부상. 단순히 운이 없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관리에 있어 허점을 드러낸 것 역시 분명했다.
클럽의 원로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한스-빌헬름이기에 대하기가 무척 껄끄러웠지만, 대척점이 확실해진 지금은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A매치 이후의 경기력을 장담할 수 없는 지금, 루메니게는 어제의 대승을 최대한 많이 이용하려고 한다.
***
리그 최하위 팀 베르더 브레멘을 홈으로 맞아들인 우린, A매치 주간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ㄹ!!!”】
.
.
2014년 10월 18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전반 27분
바이에른 뮌헨 2 : 0 베르더 브레멘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3-3/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라파엘 볼프
RB ? 김다온 / RB ? 클레멘스 프리츠
CB ? 제롬 보아텡 / CB ? 세바스티안 프뢰들
CB ? 단테 / CB ? 아싸니 루킴야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산티아고 가르시아
DM ? 사비 알론소 / CM ? 세드릭 마카이디
CM ? 필리프 람 / CM ? 펠릭스 크로스
CM ?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 RAM ? 핀 바르텔스
RW ? 아르연 로번 / CAM ? 즐라트코 유누조비치
LW ? 마리오 괴체 / LAM ? 엘제로 엘리아
SS ? 토마스 뮐러 / ST ? 프랑코 디 산토
.
.
수비벽 아래를 통과하는 절묘한 프리킥이 골문을 가르고, 코너플랫을 향해 달려간 사비 알론소가 동료들에 의해 둘러싸이는 장면이 보인다.
거리가 있는 관계로 조금 늦게 그곳에 합류하게 된 나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비와 포옹을 나눴다.
[굉장히 멋졌어요, 사비.] [고마워. 운이 좋았어.] [운이 곧 실력이죠.] [하하. 그런가?]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사비의 영입이 올 시즌 최고의 결정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더 성미 급한 이는 완전체가 되었을 때를 떠올리며 행복한 비명도 지른다.
하지만 거기까진 너무 나갔다고 생각하는 나도, 사비의 영입이 신의 한 수였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피에르!!”
“?!”
“패스의 정확도를 높여. 아깐 위험했다고.”
셀레브레이션 후 복귀하는 길에, 나는 피에르를 불러 좀 더 신중히 볼을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눈에 띄는 두 번의 패스 미스를 포함해, 너무 어려운 시도를 하려고 한다.
4-3-3의 왼쪽 미드필드로 출전한 피에르는 메짤라(Mezz`ala)의 역할을 소화 중이고, 저 친구에게서 나가는 패스가 정확하지 못하면 덩달아 전방의 위력 역시도 떨어진다.
상대가 베르더 브레멘이라 그나마 낫긴 하지만,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하면 피에르 역시 경기력을 끌어올려 줘야 한다.
삐?익!!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다시 경기가 재개되고, 빠르게 라인을 높인 우리는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여 어렵지 않게 볼을 되찾아 왔다.
오늘 우린 4-3-3을 택했지만 빌드업 때에는 3-4-3으로 전형이 바뀌고, 상대를 압박할 땐 최후방에 센터백 둘만 남겨 두고 전원이 높은 라인을 유지하는 중이다.
사실상 쓰리백을 할 때와 차이가 거의 없었는데, 시작 전술을 4-3-3으로 가져간 건 몇몇의 역할 때문이다.
피에르(메짤라), 뮐러(펄스나인), 마리오(트레콰르티스타)가 오늘 펩의 전술에서 평소와 다른 차이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선수들이다.
펩은 오늘 우리가 파이널써드 주변까지 빌드업을 전개했을 때, 3-2-3-2 전형을 만드는 걸 목표로 삼으라고 했다.
라볼피아나(Lavolpiana)인 사비가 센터백들과 후방에서 자리를 잡고, 그 위에 피에르와 필리프가 배치된다. 그리고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 두 명의 사이드백과 마리오가 서고, 박스 안에 뮐러와 아르연이 있다면 베스트인 것이다.
다만 박스 안의 공격수 모두 언제든 연계를 위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델란테로(Delantero/FW) 지역 침투를 위해 사이드백은 너무 측면으로 붙어 있으면 안 됐다.
2번과 4번 세로줄(하프스페이스)에 자리를 잡는 것이 가장 베스트였고, 볼의 진행 방향과 전개 사정에 맞춰 사이드 이동 혹은 박스 안 침투를 결정지어야 한다.
두 골 차로 뒤지게 되면서 베르더브레멘이 공격에 살짝 무게를 둔 덕분에, 판단을 내리는 일은 좀 더 쉬워졌다.
‘움직이고 있어.’
수비수를 끌어내기 위해 뮐러가 박스 아래로 내려서고, 동시에 로번 역시 오른쪽 측면으로 길게 빠져 주며 중앙에서 측면으로의 전환 옵션이 되었다.
그럼에 따라 베르더브레멘의 센터백과 산티아고 가르시아(Santiago Garcia) 사이에 공간이 발생했는데, 바로 저곳이 내가 뛰어들어야 할 장소다.
슬쩍 눈치를 살피던 나는 마리오에게 볼이 전달될 때를 기다렸다.
현재 축구공을 발밑에 둔 이는 데이비드 알라바다.
‘제발, 데이비드. 어서. 안 그럼 곧 닫히겠어.’
알라바는 돌파를 시도하려고 하다, 밀집된 수비를 확인하곤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결국 그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고, 가까운 곳에 있는 마리오에게 패스를 돌렸다.
동시에 뮐러가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여 브레멘의 시선을 가져갔는데, 마리오 역시 중앙에 있어 하나의 시야에 두 개의 타겟을 놓아두기 쉬웠다.
하지만 신경 써야 할 목표물이 많은 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건 그만큼 더 수월했다.
마치 산책하듯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고 있던 나는, 알라바에게서 패스를 받은 마리오가 몸을 정면으로 돌린 순간에 맞춰 속도를 높였다.
그러곤 행여 마리오가 날 보지 못할까 싶어, 목소리를 높이며 손을 흔드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뚱뚱보!!!!”
“?!”
작년 합류 초반 부상 시기를 제외한다면, 사실 마리오는 단 한 번도 뚱뚱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의 기억이 워낙 강렬한 관계로, 난 지금도 마리오를 뚱뚱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당연히 본인은 매우 싫어했지만, 요즘은 다 그렇게 불러 반쯤 포기한 모습이다.
그러나 마리오 괴체의 요즘 플레이는, 스치면 베일 만큼 날카로운 날이 서 있다.
지금도 잠깐 수비 사이로 사라졌던 괴체의 위치에서, 부드럽게 떠오른 축구공이 완벽한 장소로 날아오고 있었다.
속도 역시 더할 나위 없었고, 그것을 받아들었을 때 나는 완벽한 1:1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아싸니 루킴야(Assani Lukimya)가 오프사이드를 주장하기 위해 손을 들어 보지만, 대충 보기에도 클레멘스 프리츠(Clemens Fritz)의 위치가 나보다 깊다.
본래 중앙 미드필드인 프리츠는 조금 전, 알라바가 드리블 돌파를 할 것 같자 스스로 라인을 낮췄었다.
뭐 꼭 그것이 아니었더라도 지금의 1:1 기회를 잡는 것엔 무리가 없었을 것 같지만, 주심이나 부심에게 어필할 의지조차 빼앗아 갔다는 점에서는 도움이 됐다.
난 볼을 컨트롤함과 동시에 속도를 완전히 늦췄고, 떨어트려 둔 축구공을 차고자 제자리에서 발을 움직였다.
몸을 틀어 축구공을 오른쪽으로 향하게 만들고, 마지막 스텝을 위한 왼발을 그 옆에 놓아둔 뒤 그저 강하게만 차자는 생각으로 오른발을 휘두른다.
퍼억-!!
골대와의 각도는 30도 정도.
그리고 거리는 약 10m.
발등에 맞은 축구공은 표현 그대로 총알처럼 라파엘 볼프(Rapael Wolf) 골키퍼 옆을 스쳐지나, 그물 안에 그대로 처박혀 버렸다.
촤르르르르륵-!!
‘그렇지!’
득점이 이루어진 뒤, 특별한 셀레브레이션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해 태연히 돌아선 내게로 뮐러가 달려와 괴성을 내지르며 뛰어오르고 있다.
“이야아아아아악-!!!”
“우윽-!”
.
(이용광) – KBS Sports N 아나운서
“고오오올-!!! 3:0!!! 득점 후 3분 만에 다시 추가점을 기록하는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그 주인공은, 올 시즌 첫 번째 득점을 올린 김다온입니다!!”
***
·후반 35분
바이에른 뮌헨 6 : 0 베르더브레멘
하노버에 이어 베르더 브레멘을 상대로도 골 폭격을 이뤄 내자, 알리안츠 아레나에 모인 팬들은 마음껏 기뻐하며 그들의 선수를 향해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Wer war heute der Beste?! / 오늘 누가 최고였지?!
Manuel Neuer!! / 마누엘 노이어!!
Wer war heute der Beste?! / 오늘 누가 최고였지?!
Jerome Boateng!! / 제롬 보아텡!!“}
‘Wir Sind Wir’라는 철학은 뮌헨의 팬들에게도 깊숙이 전해져 있어, 이들은 어지간해서는 선수 개인을 위한 노래를 만들지도 또 부르지도 않는다.
현재 뮌헨의 선수 중에서도 개인적인 응원가를 보유한 선수는 프랑크 리베리와 김다온 단둘뿐이며, 이는 선수의 실력과 인기를 나타내는 지표와도 같았다.
대신 뮌헨의 팬들은 만족스러웠던 경기 뒤에, 지금처럼 하나 된 목소리로 경기에 뛴 선수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쳤다.
그리고 현재, 이 목소리를 듣는 어떤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대기심과 함께, 사이드라인 앞에 대기 중이다.
잠시 뒤 의도적으로 파울을 범한 남자가 벤치를 돌아보며 자신을 가리키고, 곧 고개를 끄덕인 그는 20분쯤 전에 넘겨받았던 주장 완장을 풀어 가까이 있던 이에게 건넸다.
이윽고,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 교체입니다!! Wunderknabe!! 다온이 물러나고…….”】
교체를 기다리는 하피냐는 이제, 반복적으로 울려 퍼지는 비슷하지만 다른 목소리를 듣는다.
{“Wer war heute der Beste?!
DA-ON!!!
Wer war heute der Beste?!
DA-ON!!!“}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은 김다온이 교체되어 나서는 순간까지, 그의 이름을 외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실점하면 안 돼. 알지?”
“……응.”
건성으로 대답한 하피냐가 피치로 나서고, 벤치로 돌아오게 된 김다온은 격려를 위해 다가선 펩 과르디올라의 앞에서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려 보인다.
하지만 그는 오늘의 교체가 사흘 뒤 챔피언스 리그 원정 경기 때문임을 알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에 만족한 것 같았다.
김다온이 벤치로 돌아가 동료들과 손을 마주치는 동안, 피치로 들어선 하피냐는 전력을 다할 준비를 한다.
본인에게 주어진 드문 기회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로데! 로데!!”
“?”
“계속해서 나한테 말해 줘. 뭔 말인지 알지?”
왕성한 활동량의 밑바탕이 된 특유의 부지런함과 브라질 출신다운 기술은, 하피냐를 평균 이상의 풀백으로 평가받도록 만들어 준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시즌 세리에 A에서 최고의 오른쪽 풀백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고, 여름 이적 시장에서는 많은 클럽의 러브콜을 받았다.
특히 EPL의 관심이 상당했고,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경우엔 두 배 이상의 주급도 제안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피냐가 바이에른 뮌헨에 남았던 건, 자존심과 펩 과르디올라다 두 개의 이유 때문이었다.
‘이 녀석. 별로 못…… 응?’
“이봐아-!!”
오늘 경기 내내, 베르더브레멘은 김다온이 버티는 위치로는 공격을 원활히 진행하지 못했다.
전반전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엘제로 엘리아(Eljero Elia)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마론 부쉬(Maron Busch)로 교체됐고, 전반 오른쪽 윙어로 뛰다 후반전 왼쪽으로 자리를 바꾼 핀 바르텔스(Fin Batels)도 마찬가지로 무기력했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을 벤치에서 지켜보던 하피냐는 상대의 공격력을 별달리 경계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교체 투입 후에 마주한 첫 번째 1:1 상황에서, 하피냐는 너무나도 쉽게 핀 바르텔스에게 돌파를 허용했다. 황급히 뒤를 돌아 추격해 보지만, 이미 크로스는 올라간 상태다.
파앙-!!!
{“워어–”}
오늘 경기 브레멘의 첫 번째 유효 슈팅이 닐스 페테르센(Nils Petersen)의 머리에서 터져 나오고,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몸을 날린 마누엘 노이어가 불가능해 보인 세이브를 해낸다.
이후 세컨볼을 향해 달려든 단테에게 페테르센이 파울을 범하면서, 그렇게 뮌헨의 위기는 넘어간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6:0의 스코어에도 불구하고 하피냐를 향해 분명한 불만을 토해 낸다.
“도대체 왜 성급하게 달려든 거야?!”
“…….”
“정신 차려!! 완벽한 경기를 망치지 말라고!!”
세리에 임대 시절에도 바이에른의 선수 몇몇과 꾸준한 연락을 주고받았던 하피냐는, 그들에게서 펩 과르디올라의 지도 방식을 전해 들었다.
현재는 뮌헨을 떠난 토니는 펩의 지도를 ‘혁명’에 비유했고, 제롬 보아텡 역시 ‘지금껏 몰랐던 축구’라 말했다.
그리고 종종 이탈리아의 집에서 케이블 채널로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를 보았을 때, 하피냐는 본인이 뛰던 때와 몰라보게 달라진 동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타고난 축복받은 신체만으로 수비를 하던 제롬 보아텡은 경기를 읽기 시작했고, 월드컵을 거치며 그것을 증명해 월드클래스 센터백으로 떠올랐다.
데이비드 알라바 역시, 왼쪽 풀백으로 출전했음에도 박스-투-박스 미드필드처럼 뛰며 많은 공격 포인트를 만들었다.
김다온이야 말할 것도 없다.
촤아아아악-!!
삐—익!!
“이런!! 뭐?!”
의욕적으로 중앙에 가세했던 하피냐가, 즐라트코 유누조비치에게 거친 태클을 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억울한 하피냐가 울상을 지으며 주심에게 어필을 해 보지만, 아드레날린 과다였던 그는 올바로 된 상황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개를 가로저은 하피냐가 양말을 끌어 올린 뒤 자리에서 일어서고, 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빌어먹을. 나도 할 수 있어.’
올 시즌 펩 과르디올라는 지난 시즌처럼 선수들에게 친절하지 못했다. 대신 기존의 선수들이 작년 한 해 동안 배운 축구를 주변에 많이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김다온에게서 조언까지 듣고 싶지 않았던 하피냐는, 다른 방법으로 펩 과르디올라의 방식을 알아 가고 있었지만 그 속도는 조금 느릴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하피냐는 지금, 이적생들보다도 적응이 더 느린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이봐-!!”
“응?”
거짓말처럼 하피냐의 투입 뒤부터, 베르더브레멘이 볼을 점유한 채 공격을 전개 중이다.
지금도 펠릭스 크로스(Felix Kroos)가 비어 있던 뮌헨의 오른쪽 뒷공간을 찾아냈고, 제롬 보아텡의 목소리에 놀란 하피냐가 얼른 볼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며 생각했다.
‘빌어먹을, 대체 왜?! 나도 같은 곳에 있잖아.’
얼핏 펩 과르디올라는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말하는 방식은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주입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딱 좋다.
물론 그에겐 반드시 선수들에게 주입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절대, 선수에게 특정한 플레이를 펼치도록 강요하는 남자가 아니다.
과거 FC 바르셀로나 감독 시절 단 15분의 대화 끝에 펄스 나인을 클럽의 전술로 끌어왔을 때도, 펩 과르디올라가 리오넬 메시에게 했던 말은 바로 이랬다.
[“네가 측면에서 머물다가, 내가 신호를 보냈을 때 중앙수비수와 쿠아트로(DM)의 앞에 선다면 어떨까?”]펩 과르디올라는 특정 플레이에 관한 부분을 늘 선수와 대화하길 바라고, 충분한 의견을 조절한 이후에 많은 부분을 선수에게 맡긴다.
그렇기에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에서 ‘자율적인 판단’이 가능한 영리한 선수가 사랑받는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조금 부족했던 하피냐는, 피치 밖에서 본 김다온의 위치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만으로 본인 역시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한다.
실제로 김다온의 머릿속에서 이루지는 수많은 생각과 판단의 근거를 전혀 모르고 말이다.
결국.
쿵-!!
삐?익!!
페널티박스 바로 안쪽에서 다시 또 파울을 범해 버린 하피냐는, 교체 투입된 수비수로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야 만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그의 동료들이 바이에른 뮌헨의 클린시트를 지켜 낸다.
파앙-!!!
“이 새끼들아? 이 몸이야!! 위대한 노이어라고!!”
P.K를 막아 낸 마누엘 노이어의 포효에도, 하피냐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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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바이에른 뮌헨 6 : 0 베르더 브레멘
[골] 필리프 람 : 전반 20분(토마스 뮐러), 후반 13분(제르단 샤키리)사비 알론소 : 전반 27분(F.K)
김다온 : 전반 30분(마리오 괴체)
토마스 뮐러 : 전반 43분(P.K/토마스 뮐러)
마리오 괴체 : 후반 01분(데이비드 알라바), 후반 33분(김다온)
김다온 ? 82분 출전(1골 1어시스트/평점 2.0)
MoM ? 필리프 람(2골/평점 1.0)
***
작가의 말 ? 본문에 나온 토니 크로스와 제롬 보아텡의 펩 과르디올라 관련 이야기는, 2016년 펩이 맨시티로 떠난 이후에 나온 ‘포포투’와 ‘골닷컴’의 기사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