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3)
42화
2011년 8월 25일. 리스본, 포르투갈. 루아 프로페소아 페르난도 데 폰세카. 이스타디우 주제 알발라드.
·경기 시작 30분 전
스포르팅 CP 0 : 0 FC 노르셸란
& Match-Up`s Best Eleven(노르셸란/상대팀)
& Match`s Tactics(노르셸란/상대팀)
GK ? 예스퍼 한센 / GK ? 후이 파트리시오
RB ? 김다온 / RB ? 주앙 페헤이라
CB ? 안드레아스 비엘란 / CB ? 다니엘 카히수
CB ? 요레스 오코레 / CB ? 안데르송 포우가
LB ? 마이클 파크허스트 / LB – 에바르도
DM ? 올루프 뫼르크 / RM ? 마라트 이즈마일로프
CM – 니콜라이 스톡홀름 / CM ? 스테인 스하르스
CM ? 쇠렌 크리스텐센 / CM ? 안드레 산투스
RW ? 안드레아스 그란스코프 / LM ? 디에구 카펠
LW ? 라베즈 라완 / ST ? 야닉 잘로
ST ? 쇠렌 크리스텐센 / ST ? 헬더 포스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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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포르팅 CP에 있어 무척이나 중요한 날이다.
이미 화가 날 대로 난 스포르팅의 팬들은, 그들이 응원하는 팀이 예선 단계에서 탈락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스포르팅 CP의 수뇌부들은 현재, 팀의 탈락 여부보다 다른 사실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열일곱 개라고?”
“네. 어제 아침 정보이니, 지금은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긴 하군요.”
“······.”
유수의 클럽들과 마찬가지로, 스포르팅 CP 역시 지난 1차전에서 김다온이 선보인 플레이에 매료되어 있다.
현재 팀의 주전 풀백인 주앙 페헤이라는 재계약에 미온적이었고,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는 루머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팀에는 세드릭 소아레스(Cedric Soares)라는 미래가 어느 정도 엿보이는 오른쪽 풀백이 존재했지만, 일단 지금까지 보기엔 김다온이 훨씬 더 나은 대안처럼 보였다.
그래서 스포르팅 CP도 김다온의 영입을 추진하는 중이다.
다만 지금은 플레이오프 중이라, 이렇다 할 제안을 보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FC 포르투가 그에게 400만 유로를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 400만! 어림도 없지! 풀백 아닌가?! 그것도 모처럼 제대로 할 줄 아는 녀석이 나타났어! 최소 그 배는 주어야 할 거야. 그래도, 골치 아프게 됐군.”
“그럼,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루이스에게 올겨울이나 내년에 쓸 자금이 충분한지를 물어둬. 어쩌면 800만 유로, 혹은 그 이상을 써야 할 수도 있다고 미리 말해두고.”
“Sim, Senhor.”
딸깍-.
팀의 수석 분석가 중 하나인 살로망 멜루(Salomao Melo)가 떠나고, 홀로 남은 스포르팅 CP의 풋볼매니저 이안 바즈(Ian Vaz)는 생각에 잠긴다.
지금 그의 테이블 위에는 살로망 멜루가 금방 건네고 간, 오늘 경기를 관전할 거로 예상되는 클럽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팀의 정보망을 총동원해 알아낸 결과로 같은 포르투갈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그리고 잉글랜드에 이르기까지, 무려 26개에 달하는 클럽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찾을 예정이었다.
앞서 멜루가 말한 김다온에게 오퍼를 제시한 17개 팀 모두가 참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차후 그를 향한 유럽 클럽들의 오퍼는 30개를 향해 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본인이 말한 것처럼, 김다온은 모처럼 나타난 대형 오른쪽 풀백 재목이다.
작년 이 선정한 100인의 유망주 중에서도, 하파엘(Rafael)/디에고 레난(Diego Renan)과 더불어 단 세 명뿐인 오른쪽 풀백이기도 했다.
공격과 수비 어느 한쪽에만 재능을 보여도 수백만 유로는 가뿐히 넘어서는 게, 최근 풀백의 가치였다.
그런데 이미 김다온은 유로파 무대를 통해, 자신이 양쪽 모두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중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들이 입장하기 시작한 경기장을 내려다보던 이안 바즈는 생각한다.
‘점점 더 탐이 나는군.’
지난 1차전, 팀은 측면대결에서 완전히 무너지며 FC 노르셸란에 손쉬운 승리를 내줬다.
오늘 가장 먼저 팀의 승리를 바라지만, 김다온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도 무척이나 재미있을 거라 믿는 스포르팅 CP의 풋볼매니저다.
***
스포르팅 CP의 라커룸
이안 바즈가 한창 김다온에게 군침을 흘리는 동안, 스포르팅 CP의 매니저 두밍구스 파시엔시아(Domingos Paciencia)는 1차전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는 오늘을 위해, 이전까지는 건성으로 다뤘던 FC 노르셸란의 경기 영상을 셀 수도 없이 많이 돌려봤다.
그러던 중, 파시엔시아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바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강조했던 부분이야! 지겹겠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 명심하도록.”
“······.”
파시엔시아는 현역 시절 FC 포르투에서 뛰며, 포르투갈 대표로도 30경기 이상을 출전한 뛰어난 스트라이커였다.
비록 키는 174cm로 크진 않았지만, 라인을 파괴하고 쇄도하여 득점하는 모습은 상대 수비수들에게는 악몽이었다.
은퇴 후 포르투 B와 브라가 등을 거쳐 마침내 스포르팅 CP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애석하게도 선수들에게서 많은 존경을 끄집어내진 못하고 있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스포르팅 CP의 선수들은 자신들의 홈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파시엔시아를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나 현재, 스포르팅 CP는 많은 득점이 있어야 했다.
FC 노르셸란에게 한 골도 실점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려면 세 골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빨라야 한다.
하지만 파시엔시아는 지금, 포르투갈 클럽들이 선호하지 않는 롱볼을 주문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대체 이게 뭐야?”
“내 말이. 왜 우리가 이런 구시대적인 축구를 해야 하는데?”
“쉬-잇! 목소리가 너무 커.”
“젠장.”
파시엔시아는 FC 노르셸란을 상대로 했던 팀들이 전통적인 빅&스몰 방식의 4-4-2를 활용하는 것에 주목했다.
그래서 그들은 기존의 4-3-3 체재를 포기하고, 포스티가를 타겟으로 내세워 롱패스로 인해 만들어지는 공간을 파고들고자 했다.
야닉 잘로와 디에구 카펠(Diego Capel)이 포스티가의 헤더에서 만들어지는 패스를 통해, FC 노르셸란의 뒷공간을 파고들게 될 것이다.
전술적으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었지만, 파시엔시아는 자신들이 어째서 그래야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바로 그 점이, 스포르팅 CP의 선수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다.
“우리가 이기면 결국, 모든 것들이 해결되는 거야. 불평불만은 경기가 끝난 뒤에 해도 늦지 않아. 알겠지?”
“······그래. 그건 나도 알아.”
불만에 찬 이와 그것을 달래는 이.
종합성적 0 : 2로 뒤진 스포르팅 CP의 분위기는 절대 좋지만은 않았다.
***
·전반 3분
스포르팅 CP 0 : 0 FC 노르셸란
삑-.
헬더 포스티가의 머리를 맞은 축구공이 사이드라인을 벗어난 순간, 난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그리곤 바로 앞 스포르팅 CP의 벤치를 향해 외쳤다.
[뭐야~ 겨우 이거야?]한국어를 알아들을 턱이 없었던 스포르팅 CP의 남자들은 잠깐 날 쳐다보다 곧장 외면했다.
어차피, 기대도 안 했다.
“빅&스몰이야.”
“네, 그러네요.”
“그런데 얼굴이 왜 그래?”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거든요.]“??”
의아해하는 크리스텐센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며, 난 얼른 수비 위치를 찾아 움직인다.
그리고 이런 내 곁으로, 헬더 포스티가가 다가왔다.
또 주위론, 두 명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나름대로 파훼법을 찾아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포르팅 CP는 공부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건 지겹도록 겪어왔다.
“길어-!!”
후방으로 볼을 돌린 스포르팅 CP가 약간의 빌드업을 거쳐, 중앙에서 이쪽으로 곧바로 전해지는 롱패스를 보내왔다.
하지만 난 굳이 헤더를 경합하지 않고, 볼이 떨어지는 곳 주변에 서서 포스티가가 트래핑을 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현재 그가 헤더로 패스를 보낼 수 있는 곳은 앞쪽의 디에구 카펠과 뒤쪽 야닉 잘로가 파고들 공간이 전부다.
디아구 카펠에게 헤더를 전달해봤자 크게 위협적인 상황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기에, 난 야닉 잘로가 파고들 수 있는 공간과 포스티가의 사이에 섰다.
언제든 포스티가에게 접근을 할 수도 있고, 헤더로 패스를 흘린다면 잘로보다 먼저 커트할 수 있다고 믿는 위치다.
경합이 없자 발로 롱패스를 받아든 포스티가가 한 번 잘로의 위치를 살피더니, 다시 뒤쪽으로 패스를 돌린다.
봤지?
이대로라면 스포르팅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까지 없다.
우리가 수비에서 실수를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특별히 위협적인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몇 번 더 포스티가를 통해 경합을 노려보던 스포르팅 CP였지만, 여의치 않자 결국 반대쪽으로 공격 방향이 전환된다.
하지만 그 또한 위협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마르트 이즈마일로프(Marat Izmailov)와 야닉 잘로 모두, 빠르지만 체격적으론 그리 대단하지 않은 이들이다.
반면에 우린 1차전과 마찬가지로 마이클 파크허스트라는 센터백을 왼쪽 풀백으로 기용했고, 그 뒤에 요레스 오코레라는 발빠른 센터백을 둠으로써 약점을 보완했다.
전반 20분.
우리도 슈팅이 없지만 스포르팅 CP 역시 골문을 벗어난 슈팅 두 개만 있을 뿐, 골대 안으로 들어간 유효슈팅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이내, 관중석에서 야유들이 튀어나왔다.
노노와 어울려 지내다 보니, 이제는 조금 이야기가 들린다.
{@#$! 개똥 같은!#@% 새끼들아!!}
{전부 지옥에나 가버려!! @!$#@%}
어째서 내가 욕들만 속속 골라 알아듣고 있는지는 말하지 말자.
생각해봤자, 우울해만 지니까 말이다.
휴가 기간 그를 괴롭혔던 이후로, 노노는 나를 한층 더 거칠게 대했다.
하여간 속이 좁은 남자······.
“뒤!”
‘어딜!’
안드레 산투스가 공간을 향해 패스를 보내어왔지만, 수시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던 난 아주 간단히 패스를 잘라내었다.
그리곤 조금 전진한 뒤, 뒷공간을 파고든 세 명의 공격수 중 하나를 목표로 정해 오른발을 휘둘렀다.
스포르팅 CP는 공격을 위해 라인을 잔뜩 앞으로 당긴 상태였던지라, 뒷공간을 파고드는 이런 패스에 매우 취약했다.
이내, 라완에게 기회가 만들어진다.
촤—-악!
“!!”
“HEJ!!!”
필사적으로 달라붙은 안데르송 포우가가 거친 태클로 라완의 슈팅을 저지해낸 순간, 페널티킥이라고 판단한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손을 들어 올리며 주심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는다.
정상적인 태클이라.
진짜?
난 아닌 것 같은데.
“Mudar tatica !! O segundo!!”
“······.”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수비 자리로 돌아가는 순간, 앞으로 튀어나온 스포르팅 CP의 감독이 커다랗게 소리를 내질렀다.
두 번째 전술로의 변경.
꽤 이른 시간에 준 변화다.
‘가운데로 가네.’
내 쪽으로 치우쳐 있던 포스티가가 가운데로 움직이고, 바로 그 아래에 야닉 잘로가 자리를 잡는 포지션으로 변화가 일어난다.
빅&스몰을 빠르게 포기한 셈인데, 효과가 있었는지 스포르팅의 공격이 한층 더 날카롭게 바뀌었다.
티잉-!!
{아아—}
팀의 왼쪽 측면에서 수비를 휘저은 야닉 잘로가 약간 아래로 내려온 포스티가에게 패스를 보냈고, 자유로운 상황에 놓인 그는 마음껏 오른발을 휘둘러 슈팅을 날렸다.
다행히도 골대에 맞으며 튀어 올랐는데, 짧은 탄식을 토해냈던 스포르팅 CP의 팬들은 아까와는 다르게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드높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로도 계속, 스포르팅은 맹렬히 공격했다.
그러다 결국.
삑- 삐익-!
“으아아아아아아-!!!”
“이예에에에에에-!!!”
혼전 중에서 나타난 안드레 산투스가 오른발로 축구공을 밀어 넣으면서, 스포르팅 CP의 첫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지금 시간은 전반 46분.
하프타임이 되기 직전에 나온, 뼈아픈 실점이다.
삑! 삐익-! 삐이이익-!!
그리고 곧바로 주심이 전반전을 종료하는 휘슬을 울리고, 우린 인상을 찌푸리며 각자의 방식대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나?
난 조금 아니다.
내가 덴마크로 와서 배운 가장 첫 번째.
언제든 팀 전술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것.
“캐스퍼!!”
난 우리를 위로하려고 기다리던 캐스퍼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쟤네는 지금 펄스 나인이에요. 그리고 어쩌면 제가, 그것을 막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고개를 돌려 다시 바라보는 그라운드.
거기엔 우리와 마찬가지로 라커룸으로 들어서려는 스포르팅 CP의 선수들이 있었다.
그리고 난 다시 캐스퍼를 돌아봤다.
“진심이에요. 제 이야기를 한 번 들어줘요.”
“······그래. 그러지.”
이것은 내가 덴마크로 합류한 이후.
아니,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감독에게 내 머릿속에 있는 전술적인 생각들을 털어놓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