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30)
429화
2014년 10월 21일. 00135 로마 RM, 이탈리아. 비알레 데이 글라디아토리. 스타디오 올림피코(Stadio Olimpico. Viale dei Gladiatori. 00135 Roma RM, Italy).
·경기 시작 2시간 전
AS 로마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3-4-3/4-3-3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모르간 데 산티스
CB ? 제롬 보아텡 / RB ? 바실리오스 토로시디스
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마푸 양가-음비와
CB ? 코스타스 마놀라스 / CB ? 메흐디 베나티아
RWB ? 김다온 / LB ? 애쉴리 콜
LWB ? 후안 베르나트 / DM ? 다니엘레 데 로시
CM ? 필리프 람 / CM ? 미랄렘 퍄니치
CM ? 마리오 괴체 / CM ? 라자 나잉골란
RW ? 아르연 로번 / RW ? 후안 이투르베
LW ? 토마스 뮐러 / LW – 제르비뉴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프란체스코 토티
.
.
어제 오후, 두 대의 비행기가 로마와 뮌헨에서 동시에 출발했다. 그리고 각각의 비행기엔, 바이에른 뮌헨의 골키퍼라 불리는 두 사람이 타 있었다.
삐이-
취이익-
AS 로마의 홈그라운드에 도착한 버스의 문이 열리고, 다른 사람들이 먼저 내리기를 기다렸던 나는 가장 늦게 차량 내를 떠나는 사람이 된다.
자동문 너머 바로 앞쪽엔 19살의 어린 골키퍼가 있었고, 그는 오늘 팀의 백업 골키퍼로서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휴우~”
전날 적응 훈련에서, 톰 슈타르케가 부상을 입었다.
처음 그라운드 한쪽에서 비명이 들려왔을 땐 단순히 발목을 삔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윽고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지더니 슈타르케가 그라운드를 떠났다.
훈련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왔을 땐 이미 슈타르케가 뮌헨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상태였고, 함께 저녁을 먹으러 떠난 식당에서 저 친구가 합류했다.
그렇게 레오폴트 징알러(Leopold Zingerle)는 졸지에 팀 내 두 번째 골키퍼가 되었다.
최근 2주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린 두 명의 우수한 백업 골키퍼를 부상으로 잃어버렸다는 거다.
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일까.
실망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UEFA가 지정한 동선에 따라 움직여 라커룸으로 들어서고, 각자 짐을 내려두고 라커를 정돈한다.
출전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레오폴트는 자신의 첫 A팀 무대가 챔피언스 리그라는 것에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긴장으로 완전 얼어붙어 있다는 게 훤히 드러난다.
‘에이, 씨.’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레오폴트의 곁으로 간다. 그는 가방을 내려놓지도 못한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뭐 해? 정리해야지.”
“어, 어? 아- 그, 그럴게.”
“긴장돼?”
“왜 아니겠어. 넌 어땠는데?”
“나? 글쎄. 정신은 없었어.”
“여, 역시 그런 거지?”
“하하. 하지만 결국은 다 똑같아. 긴장 풀어.”
약간은 편안해진 것 같은 레오폴트의 어깨를 두드리곤 자리로 돌아온다. 와중 눈이 마주친 필리프가 미소와 함께 윙크를 찡긋 보냈다.
대충 본인이 할 일을 대신해 줘서 고맙다는 뜻인 것 같았는데, 난 그냥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을 뿐이었다.
아무리 B팀에서 갓 호출된 골키퍼라고 해도, 그가 불안해하면 주변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팀을 위해 행동한 것뿐이라는 뜻이다.
“모두 주목-!!”
“…….”
트레이닝용 복장을 갖춰 입고 머리에 왁스를 바르는 일을 마쳤을 때, 바람처럼 등장한 펩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것은 경기 전, 한 번 더 분석을 하는 시간이다.
“비장한 얼굴이로군. 나쁠 것은 없다. 다만, 조금 더 웃어도 좋아. 왜냐하면 하늘의 가호가 함께할 것이니까.”
“하하하.”
뜬금없는 하늘의 가호라는 농담은, 어제 식당으로 향하기 전 우리가 프란체스코 교황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나온 것이었다.
챔피언스 리그 조편성이 확정된 이후, 클럽은 교황청에 연락해 로마 원정 때 그곳을 찾을 수 있도록 허락을 구했다.
바티칸은 감사하게도 우리의 요청을 흔쾌히 승낙했고, 우린 교황을 위해 ‘FRANZISKUS’라는 이름과 등번호 1번이 새겨진 특별한 유니폼을 선물했다.
숫자가 1번인 이유는 늘 하느님이 첫 번째란 종교적인 의미를 담았으며, 난 거기에 별다른 의견이 없었다.
다만, 무척 좋은 분이셨다는 건 확실했다.
푸근한 미소와 따뜻한 손길로 선수단 하나하나와 악수를 나누던 프란체스코 교황은, 내 앞으로 오셨을 때 느리지만 또렷한 영어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분이로군요. 당신이 있어, 누군가는 더 힘을 얻을 겁니다.”]처음 듣는 칭찬은 아니었지만, 그분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 그런지 약간은 특별하게 느껴졌었다.
“바로 그거다. 톰의 부상은 무척 슬프지만, 우리가 경기를 즐기지 못할 이유는 없다. 우린 최근 기세를 높여 왔고, 상대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
“좋아. 그럼, 영상을 함께 보도록 하지.”
펩의 손짓과 함께 화이트보드에 비춰진 프로젝터를 통해, AS 로마의 경기 장면이 나타났다.
올 시즌 모든 경기에서 4-3-3을 택한 AS 로마는 프란체스코 토티(Francesco Totti)를 최전방에 놓고 펄스나인으로 활용하는 패턴을 고집하고 있다.
토티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점은 너무 뻔하다는 것이다.
그를 도울 주변 선수들의 지원이 무척 열악한 데다, AS 로마의 감독 뤼디 가르시아의 전술도 천편일률적이다.
그래서 펩은 최근 이틀 동안, 피치에서의 훈련보다 이런 식의 미팅을 더욱 중점적으로 활용했다. 체력을 보존한다는 의미도 의미지만, 그것보단 로마의 전술을 역이용하기 위함이다.
“로마의 장점은 명확하지만, 단점은 더욱 명백하다.”
지난 48시간 동안 해 왔던 공부를 복습하는 것과 같은 최종 미팅은, 전술적인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잔뜩 끌어올려 놓았다.
우리는 ‘Plan B가 없고 빼앗긴 주도권은 다시 찾아오지 못한다.’는 AS 로마의 단점을 이용, 탐색전을 생략하고 초반부터 거세게 밀어붙여 혼을 빼놓을 생각이다.
그리고 만약 경기 초반 이것이 잘 들어맞는다면, 생각보다 더 쉽게 승점을 가져갈 수도 있을 거다.
여전히 부상의 악령이 우리에게 철썩 들러붙어 있지만, 그것을 이겨 낼 힘이 충분히 된다고 믿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웜업을 위해 피치로 나서기 전, 몇 년 전 유로파에서 만난 마푸 양가-음비와와 조금은 어색한 미소로 인사를 나눴다.
그땐 서로 벤피카와 뉴캐슬 소속이었고, 시간이 흐른 지금은 뮌헨과 로마로 팀이 바뀌었다.
딱히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 쪽에서 인사해 달라는 것만 같은 눈빛을 보내와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Good luck, today.”
“하하. 그래- 너도.”
운 따위는 전혀 기대도 하고 있지 않았지만, 새삼 이렇게 축구 선수는 언젠간 피치에서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되새김질해 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감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휴우~ 가자.]양 볼을 힘껏 두드리며, 나는 처음으로 밟아 보는 스타디오 올림피코의 피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듣던 대로, 여긴 무척 훌륭한 곳이었다.
***
·전반 06분
AS 로마 0 : 0 바이에른 뮌헨
이것은 어디까지나 ‘해석’의 영역에 달린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 조금 더 정확히는 펩의 팀을 상대로 펄스나인을 사용하는 것은 조금 바보 같은 짓인 것 같다.
‘저기!’
파앙-!!
반대편으로 길게 패스를 보내며, 나는 오늘 우리가 얼마나 손쉽게 라인을 높이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공격(능동)과 수비(수동)의 특성상, 볼을 쥐지 않은 쪽은 볼을 쥐고 움직이는 쪽의 의도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 축구에서의 수비란, 전술 혹은 개인에 따른 상대의 공격 의도를 얼마나 잘 막아 내느냐라고 해도 전혀 무리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자주 미드필드로 내려서는’ AS 로마의 프렌체스코 토티 활용법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펩의 축구에서 최종 수바라인은 ‘반드시 하프라인 전후 10m 지점’에 머물러야 하는데, 트레콰르티스타처럼 움직이는 토티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축구에서 윙어는 어지간하면 빌드업 시 중앙 공격수보다 높은 위치에 서면 안 되는데, 토티가 아래로 내려서면서 자연스레 최전방 공격 라인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포지셔닝(Positioning)은 결국, 우리가 바라는 대로 경기를 풀어가게끔 만드는 계기가 됐다.
자유로운 방향 전환.
그리고 크로스.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인 이런 공격 방법은 로마의 선수들을 많이 달리도록 했고, 전반 초반부터 우린 공격(능동)적인 상황이 가져오는 지배욕에 푹 빠져 버렸다.
이제 남은 건.
‘……아, 젠장.’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볼을 집어넣은 후, 파이널 써드로 향하는 패스를 보다 더 정교하게 가져가는 것이 됐다.
이렇게 해야 할 일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건, 상대의 전력 여부와는 무관하게 선수로서 경기를 풀어 나가는 일이 매우 수월해졌음을 의미한다.
축구에서 전술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피치 위에서의 우리 수고를 덜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간격이 넓어졌어.’
상대를 한쪽에 몰아두고 그 반대편으로 공격 방향을 전환하는 일을 수차례 가져가게 되면서, AS 로마의 수비 간격은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이 말은 즉, 공략할 수 있는 장소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거다.
탁월한 개인 기량으로 실력 자체는 인정을 받지만, 늘 결정력이 부족해 AS 로마의 팬으로부터 ‘골 못 넣는 C.호날두’로 불리는 제르비뉴가 날 상대로 1:1을 시도해 온다.
애초부터 중앙으로 좁히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던 나는, 사이드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그를 자유롭게 풀어줬다.
포백의 풀백으로 출전할 때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수비지만, 쓰리백 전술에서 윙백으로 출전한 지금이라면 한쪽 방향을 조금 열어 둬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동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가정하에, 열어 둔 한쪽은 늘 5m 이상의 전진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나를 백업하는 동료의 기량이 훌륭하다면, 한쪽을 택한 공격수는 다음 판단을 위해 멈칫하는 게 보통이다. 오히려 속도를 더 붙일 때도 있지만, 상대 나름이다.
제르비뉴는 일단 한 번 멈춘다.
마치 C.호날두처럼 수비수를 앞에다 두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랑하는 백숏을 하자니, 가속이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제르비뉴는 정면에 선 이를 잠깐 바라보며 다음 동작을 고민한다.
그렇기에 나는 그의 앞을 막아선 동료(제롬 보아텡)를 믿고, 지연이 아닌 차단을 목적으로 적극적인 수비를 펼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1:1 수비에 있어서는, 난 웬만한 수준 이상으로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늦어.’
제르비뉴 역시 훌륭한 공격수이기에, 그도 수비의 첫 번째 덕목이 지연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도 이런 상황에선, 수비는 협력할 생각으로 경로를 막아서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몸을 밀어붙이며 적극적인 수비를 시도하자, 당황한 제르비뉴가 볼을 컨트롤하다 그 스스로 라인 밖으로 축구공을 밀어 버리고야 만다.
카메라로 볼 때, 이것은 공격수가 볼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상황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지연’과 ‘압박 사이에서의 올바른 판단’과 ‘파울을 범하지 않고 상대의 실책을 유도할 정도’의 기술이 혼합된 수비의 한 방법이다.
좋은 수비수를 말로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 역시, 지금과 같은 상황들 대부분이 공격수의 실책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축구를 밥벌이로 삼고 있는 이가, 가만히 혼자서 내버려 두었는데 실수를 저지를까?
완벽한 태클과 누가 보더라도 위기의 상황을 막아 내는 것만이 수비의 전부가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보통 사람들에겐 99.9% 와닿지 않는다. 때문에 같은 동료들이 이런 수비를 이해하고 칭찬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제롬이 한 것처럼 말이다.
“와-우. 그거 멋진 수빈데?”
“하루 이틀 봐?”
“이런, 제기랄. 그럴 때 너 정말 재수 없는 거 알지?”
시끄럽고 볼이나 받으란 의미에서, 난 얼른 드로인을 해 축구공을 제롬에게 보냈다.
곧장 노이어에게로 연결된 패스는 그의 의지에 따라 왼쪽으로 전개되어, 이번에 우리가 공격을 진행하게 될 방향을 정해 버린 셈이 됐다.
순간적으로 마놀라스와 위치를 바꾼 알라바가 왼쪽 깊숙이 전진하고, 수비수를 끌어들인 그는 측면으로 넓게 벌려선 베르나트에게 볼을 연결해 로마의 반응을 유도했다.
만약 AS 로마가 볼이 있는 지점으로 수비를 치중한다면, 미드필드로의 연결 후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통해 오른쪽 공격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단순히 라인을 벌리기만 한다면, 그 사이 공간을 이용한다거나 과감히 1:1을 택할 수도 있다.
무엇을 선택하는지는 철저히 볼을 쥔 쪽의 의지였고, 그렇지 않은 반대편은 가장 효과적으로 +1이 될 방법을 찾아 좋은 위치로 움직여 주는 게 과제가 된다.
상대에 따라 방법과 모양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바로 이게 펩의 축구다.
‘몰리고 있어.’
AS 로마의 미드필드인 다니엘레 데 로시(Daniele de Rossi)와 미랄렘 퍄니치가 중앙을 조금 비워 뒀고, 이전까진 무조건 드리블을 택했던 베르나트는 볼을 돌리는 여유를 발휘한다.
이제는 그도 조금 더 쉽게 축구를 할 방법을 알게 된 것인데, 괴체에게 볼이 연결된 순간 나는 다음 선택이 방향 전환이 될 것이라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이게 우리의 축구고, 만약 괴체가 다른 선택을 한다면 훈련한 대로 하지 않는 셈이기 때문이다.
프로레벨에서 훈련은 기량을 성장시키는 것보다, 우리의 정체성을 보다 더 명확하게끔 만드는 데에 목적이 있다.
훈련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다음 진행을 알게 되고, 수비에 앞서 더 좋은 포지션을 미리 확보함으로써 항상 더 우위에 서서 경기를 진행하게 된다.
바로 지금 괴체의 패스가 내게로 왔을 때처럼 말이다.
“…….”
괴체의 발에서 축구공이 떠올랐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로번의 위치였다.
왜냐하면 지금의 이 오른쪽 인테리오(Interio/IF) 포지션은 AS 로마 수비의 입장에선 사각지대였고, 내 위치로 볼이 왔을 때 한꺼번에 몰려들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조금만 판단이 늦었다간 최소 두 명 이상의 수비수에게 갇힐 수 있었기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동료를 파악해 그를 활용할 방법을 연구해야 했다.
현재 로번의 위치는 왼쪽 풀백인 애쉴리 콜보다 조금 더 안쪽이었고, 오른쪽 수비에 치중한 AS 로마의 최종수비는 오프사이드라인을 형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니, 지금처럼.
툭-
“?!”
“!!”
반대편에서 쏘아진 괴체의 패스가 땅에 떨어지기 전, 나는 오른쪽 발의 바깥 부분을 활용하여 방향을 90도 수준으로 굴절시켜 버렸다.
이미 힘은 충분했던 만큼, 조금 더 확실하게 방향을 바꿀 목적으로 발을 가져다 댄 것이다.
축구공은 내게 달려들던 애쉴리 콜의 옆을 지나쳤고, 가장 선호하는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잘라 들어가는 움직임을 선보인 로번은 그에게 완벽한 상황에서 수비를 마주했다.
지난여름 우리와도 링크가 됐던 메흐디 베나티아가 그를 막아서지만, 매년 똑같은 플레이로 벌써 수년째 최고의 자리에 머물고 있는 로번은 이미 불이 붙었다.
‘저건 막을 수 없어.’
.
(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 영국 ITV 코멘테이터
“괴체. 반대편의 다온을 찾습니다. 다온. Oh- What a Pass. 그리고 로번. 로버어어어언-!!!”-
.
오른쪽으로 보디페이크를 준 로번이 베나티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왼발 앞쪽으로 슬쩍 볼을 차 놓은 그가 반 박자 빠른 타이밍의 슈팅을 시도한다.
축구공이 반대편 포스트를 향해 날아들고 AS 로마의 골키퍼 모르간 데 산티스(Morgan de Sanctis)가 몸을 날리지만, 족히 수만 번은 저런 상황에서 해 봤을 로번의 슈팅은 그를 넘어 골대 안으로 그대로 처박힌다.
득점을 확인한 로번이 하프라인을 향해 달려 나가며 원정석을 가리키고, 잠시 뒤 그를 둘러싼 우리는 기뻐하는 와중에도 부족한 부분을 서로 지적했다.
“토마스. 지금은 네가 뛰어드는 타이밍이 늦었어.”
“그래- 조금 그랬지?”
“응. 그리고 후안? 선택이 좋았어.”
“쟤네가 이쪽으로 쏠리더라고.”
“그래. 계속 그런 걸 봐줘야 해.”
그러한 모습을 보며 내가 무엇보다 기분이 좋았던 건, 이런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할 만큼 우리가 이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조금 더 보태자면, 우리가 이 선제골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좋았다.
그건 마치 이것이 처음이 아닐 것이라는 걸 예고하는 것과도 같았는데, 지난 시즌 클럽이 가장 잘나갈 때 보여 준 모습과 완전히 똑같았다.
지금의 이런 모습이 조금 낯설었던 베르나트가 툭 던지듯 이야기를 해 왔고, 그것을 받아들었던 나는 그에게 이런 답을 해 주었다.
“Willkommen bei den Bayern.”
(바이언에 온 걸 환영해.)
후안 베르나트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장면을 수도 없이 만들 거라는 것을 알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