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33)
432화
2014년 11월 1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90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도르트문트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3-4-3/4-4-2(D)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로만 바이덴펠러
CB ? 단테 / RB ? 우카시 피슈체크
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네벤 수보티치
CB ? 코스타스 마놀라스 / CB ? 마츠 훔멜스
RWB ? 김다온 / LB ? 에릭 두름
CM ? 사비 알론소 / DM ? 제바스티안 켈
CM ? 마리오 괴체 / CM ? 헤리흐 므히타랸
LWB ? 후안 베르나트 / CM ? 스벤 벤더
RW ? 아르연 로번 / AM ? 카가와 신지
LW ? 토마스 뮐러 / ST ? 마르코 로이스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피에르-에밀 오바메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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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온이 경기력에 대한 비판을 받던 시기는, 그의 연인 권아영에게 있어서도 힘든 시간이었다. 일부 몰상식한 이들로부터, 자신이 그 원인이란 원색적인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가 진짜로 힘들었던 이유는, 곁에서 힘들어하는 연인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색적인 비난이야 연예인 시절부터 숱하게 받아 왔기에, 타인의 목소리는 그녀에겐 그리 힘든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한참의 고민 끝에 연인을 가장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최선이란 판단을 내렸고, 오직 그가 축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부분을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권아영이 택한 방법은 축구 선수를 남편으로 둔 주변의 이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얻는 거였다.
특히 기성용의 부인 한희진이 큰 도움이 됐다.
“언니-!”
“?”
“어디 있었어~ 한참 찾았잖아.”
“이거 뭐야?”
“응? 또 먹게?”
“어우, 맛있을 것 같아.”
“언니. 관리 안 해도 돼?”
“야. 맨날 해기스나 뭐 그런 것만 먹다가, 독일에 오니까 너무 살 것 같다. 나 이거 하나만 사주라.”
포장이 가능한 슈니첼 두 조각.
“넌 안 먹어?”
“언니 두 개나 먹게?”
“얘는~ 당연한 걸 가지고.”
“……Bitter, drei Stuck.”
아니, 잘 튀겨진 돼지고기 세 조각과 같은 숫자의 레몬 슬라이스를 챙긴 권아영이 테이크아웃 용기를 상대에게 건넨다.
“이거 돈까스 같은데, 맛있다아~ 이름이 뭐라고?”
“슈니첼. 돈까스랑 비슷한 거 맞아.”
“음~ 흠흠흠~♬”
모처럼의 외유에 신난 한희진을 보며, 결국 항복을 선언한 권아영이 그녀가 먹고 싶어 하는 것 전부를 마음껏 사주기로 결정을 내린다.
“언니, 언니. 그럼 저것도 먹자.”
“응? 뭐?”
“따라와 봐.”
예쁜 동양 여성 두 사람이 알리안츠 아레나 실내를 누비는 모습은 곧바로 몇몇 남자들의 눈에 띄었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대상을 확인하곤 그냥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WAG`s는 선수만큼이나 유명한 존재였고, 현재 뮌헨에서 권아영은 김다온만큼이나 얼굴이 잘 알려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둘은 사람들로부터 큰 친절을 경험했고, 행복해하는 한희진을 본 권아영 역시 만족감을 표했다.
“후우- 배부르다.”
“이제 다 먹었어?”
“으음- 여긴, 디저트 없니?”
끊임없이 허기를 느껴 하는 한희진을 데리고, 권아영은 기어코 디저트까지 대접한 뒤에야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이곳을 숱하게 찾았음에도, 오늘처럼 돌아다녀 본 적은 없다고 고백하는 그녀다.
[저어-] [응?] [사진 좀 같이 찍어 주실래요?] [그럼- 물론이지. 다 같이 찍을까?] [네!]여중생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권아영에게 와 사진을 요청하고, 능숙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포토타임을 가진 그녀가 소녀들로부터 감사하단 인사를 받는다.
그리고 그것을 보던 한희진은, EPL과 분데스리가의 다른 풍경을 이야기했다.
“여긴 학생들이 되게 많다아-?”
“영국은 안 그래요?”
“응. 아이들도 많이 오긴 하는데, 아이들끼리만 오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여긴…… 학생들이 진짜 많다.”
한희진의 말에, 권아영은 독일 스포츠의 기원이 생활체육인만큼 뮌헨이 아닌 독일의 축구장 어디에서나 학생들끼리 찾는 모습을 흔히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어른들이 아이들끼리 온 이들을 챙기기도 한다면서, 사진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어린아이라고 했다.
“애들한테 인기가 좋네-? 늘씬해서 그런가~?”
“언니이- 그게 무슨 말이야.”
“아이 씨. 나 괜히 먹었나. 너 옆에서는 더 돼지처럼 보이고 그런 건 아니겠지?”
괜한 우는 이야기에 당황한 권아영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고, 장난을 끝내기로 한 한희진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 보인다며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축구 선수 부인으로 사는 거, 쉽지 않지?”
“응. 그치만, 좋아.”
“그래~ 나도 그래.”
“그런데, 오빠가 이렇게 언니 오래 보내 줘도 되는 거야?”
“응. 맨날 갇혀만 있는 것 같다고, 다녀오라더라.”
한희진은 뮌헨에서 5일을 머물 예정이었고, 그 기간 동안 김다온과 권아영의 집에서 묵기로 했다.
“신혼인데, 내가 방해하는 거 아냐?”
“에이, 아니야아-”
“하긴. 조용조용히 하면 돼. 그치?”
“아, 언니이-!”
최근 부쩍 친해져 자매처럼 보이기 시작한 둘은 어느새, 서로 팔짱을 낀 채 경기를 관람하러 안으로 들어섰다.
어느새 양 팀 선수들은 몸을 풀고 있었고, 점검을 겸한 대형 모니터에 김다온의 이름이 잡히자 두 사람은 서로를 잠깐 쳐다보다 약속한 대로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김다온 파이티잉-!!””
뭐가 그리 좋은 것인지 서로 깔깔거리는 두 여성은, 오늘 무척 즐거워 보인다.
***
‘……에이 씨. 알겠다니까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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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20분 전
@바이에른 뮌헨의 라커룸
웜업을 마치고 피치를 떠날 때, 나는 아영이와 형수님을 발견하곤 손을 한 번 흔들어 주었다. 그래서 라커룸으로 오자마자, 메시지라도 보낼 생각으로 폰을 집어 든 것이다.
그런데 내가 가장 먼저 본 것은 지금까지 열 번도 넘게 본 성용이 형의 똑같은 메시지였다.
‘그렇게 걱정되면 같이 오든가.’
물론,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해 본 말이다.
성용이 형도 오늘 경기가 있다.
“Sitzen! Sitzen!! 휴대폰은 집어넣어라!!”
코칭스태프들과의 최종 미팅을 마친 펩이 라커룸으로 들어서고, 그는 오늘의 전술 컨셉을 다시 짚어 줬다.
최소 오늘 하루, ‘라인을 높이는 뮌헨’은 없을 예정이다.
또 볼을 점유하는 뮌헨 역시도 말이다.
물론 60%의 점유율이야 챙겨 가려고 하겠지만, 이전 AS 로마나 함부르크 경기 때처럼 70%에 육박할 만큼 포제션을 점령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 이유는 도르트문트의 전술적 특성 때문이다.
“위험지역에서 볼을 빼앗기는 일만 경계하면 된다. 그리고 저들에게 역습을 허락하기보단, 오히려 그들이 후방부터 빌드업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올 시즌 도르트문트는 미드필드 지역과 그 아래에서 실수가 잦은 편이다. 그리고 역습 수비에 대단히 취약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까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상대의 약점이 드러났으며, 우리가 그것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또, 주로 체너(Zehner)로 출전하는 카가와 신지가 게겐프레싱을 90분 내내 소화할 만큼의 체력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도르트문트엔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수비라인을 낮췄을 때, 전진한 공격수와 카가와 사이에는 공간이 많다. 그 위치로 이동해줘야 하는 것은 사비와 마리오. 너희 둘의 몫이다. 그리고 또…….”
시즌 초반부 어려운 상황이 지난 후로, 펩은 확실히 많은 부분을 타협하고 있었다.
본래의 그였다면, 최종 라인을 처음부터 낮추는 선택은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펩의 저런 모습은 확실히 팀에는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린 감독이 자신의 고집을 굽히고 희생한다고 있다 생각하며, 이건 제법 큰 동기부여 요소가 되고 있다.
“다들 모여-!”
펩의 팀 토크가 끝나고, 필리프가 라커룸에서 선수단을 불러 모아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늘 그렇듯 짧고 간결했으며, 99%는 열심히 하자는 것이었다.
경기를 준비하는 시기엔 이런저런 일들을 겪곤 하지만, 이렇게 시합 당일이 되면 우린 그냥 눈앞의 일에 집중한다.
외부의 일이 경기 일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그건, 팀이 정말 큰 위기에 빠졌다는 뜻이 된다.
그렇기에 나는 괜찮다 믿고 있다.
우린, 상황을 충분히 통제 중이다.
“…….”
톡- 토독- 톡.
오늘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손 키스를 대신했고, 휴대폰을 가방 옆에 던져 놓으며 밖으로 나섰다.
***
·경기 시작 05분 전
@관중석
악대가 초빙된 사전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군중들 사이에 섞인 한 남자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눈을 떼어 다시 피치를 바라본다.
도수 없는 안경과 검은색 모자로 신분을 감추려는 노력이 엿보인 이 남자는, 몇 시간 전 뮌헨에 도착했다.
이유는 오랜 벗의 방문 요청 때문이다.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나?”] [“물론이지. 언제?”]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당장 일정을 알아보겠네.”]비밀이 중요한 만남이었기에, 뮌헨을 방문한 사실은 극소수의 사람만이 알고 있었다. 대부분은 자신이 가족 문제로 잠깐 휴식을 취하는 줄로만 안다.
‘아무리 봐도 여긴, 그의 스타일이 아니야.’
유럽의 메이저 축구 리그가 개막한 지도 벌써 두 달이 훌쩍 넘었다.
EPL에서는 첼시가 또 스페인 라 리가에서는 레·바가 치고 나가는 가운데, 분데스리가 역시 예상대로 바이에른 뮌헨이 독주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리그는 그 어떠한 곳보다 월드컵 후유증이 도드라졌는데, 다양한 로컬(Local) 룰로 유명한 분데스리가의 폐쇄성과 자본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그 원인인 것 같았다.
분데스리가는 유스부터 성장한 신성(新星)의 등장이, 유달리 타 리그에 비해 부족한 곳이다.
기계와도 같은 정교한 시스템 속에서 성장한 어린 선수들은 스스로의 프로 데뷔 시기가 늦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클럽들도 그러한 의식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
8부 리그에 머물던 조기축구회와도 같은 고향 팀을 1부 리그로 이끈 호펜하임이 비판을 받는 것 역시, 그에겐 이해가 불가능했다.
축구 클럽을 운영하며 많은 돈을 쓴다고 하여 비판을 받는다는 건, 오직 이곳 독일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성향은 유망주의 부족을 가져왔는데, 분데스리가의 클럽은 어지간해서는 10대의 유망주를 비싼 가격에 영입하는 일을 꺼리고 있다.
김다온처럼 이미 충분히 능력을 인정받은 경우라면 모를까, 미래가치에 기대 투자를 한다는 건 분데스리가에서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약점이 드러나는 거다.
어느새 경기는 시작됐고, 초반부터 주도권을 손에 쥔 바이에른 뮌헨은 수준 높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빠르고 날카로운 역습을 가져갔다.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무척 견고했던 도르트문트의 수비는 뮌헨의 공격 방향에 따라 출렁이기에만 바쁘다.
그들이 자랑하는 게겐프레싱도 상대가 라인을 높여 오지 앉자, 자연스레 본연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저건 굉장히 많은 체력이 필요한 전술이야. 그래서 로테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선수층이 풍부해야 하는데, 도르트문트는 지금 그것을 할 수 없어.’
도르트문트가 만약 완벽한 전력을 갖춘 상태였다면, 상대라 라인을 낮춘 만큼 팀 전체의 라인을 높이는 걸로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 그만큼, 선수들이 더 뛰어 줘야 한다.
후방에 많은 공간을 남겨 둔 수비수의 경우 뒤가 비었다는 정신적인 부담감과도 싸워야 하며, 전방압박의 태생적인 단점 역시도 그들이 신경 써야 하는 대상이 된다.
전방에서의 압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돌파를 허용할 경우, 그 뒤로 볼이 통과되었을 때 단 한 번의 패스로 골키퍼와의 1:1 기회를 연출할 수 있다.
특히 마주한 상대가 아르연 로번-토마스 뮐러-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같은 선수들이라면, 거의 확실하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보면 된다.
차라리 게겐프레싱을 포기한 축구를 하면 좋을 텐데, 오늘의 도르트문트는 애석하게도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이다.
결국 전반 21분.
‘오-!’
높게 전진한 김다온과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환상적인 패스를 서너 차례 주고받으며, 도르트문트의 왼쪽 수비라인을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뚫려버린 전선을 막아 내기 위해 남은 수비수들이 급하게 움직였고, 그러는 사이 페널티 박스 안에 공간이 생겨나는 장면이 눈에 적나라하게 들어왔다.
그리고 그곳으로 토마스 뮐러가 뛰어들었고, 침착하게 볼을 연결한 김다온이 시즌 다섯 번째 어시스트를 만들어 냈다.
[이야아아아아아-!!!] [그렇지이이이-!! 바로 그거야아-!!]환호하는 사람들 속, 사내는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훌륭한 축구를 만들어 낸 자신의 벗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동시에 그는 알고 있었다.
이번 만남의 진짜 의미를.
‘자네가 늘 말했었지, 펩. 언젠간 EPL의 감독이 될 날을 꿈꾸고 있다고 말이야. 아무래도 이제, 그 날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것 같군. 안 그런가?’
맨체스터 시티에서 날아온 치키 베히리스타인. 그는 머지않은 미래, EPL에서 함께하게 될 펩 과르디올라와의 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녀석도. 다만, 영입 방법은 생각해 봐야 하겠어.’
득점 후 동료들과 모여 기뻐하고 있는 김다온 역시, 맨체스터 시티가 영입 목표로 삼고 있는 대상이다.
***
·후반 03분
바이에른 뮌헨 1 : 0 도르트문트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후반전이 시작되기 무섭게, 피치 한쪽에서 드러눕는 선수가 나왔다.
천만다행히도, 우리 쪽은 아니다.
“…….”
짝짝짝짝짝짝짝…….
들것에 실린 마츠 훔멜스가 피치를 빠져나가고, 나와 동료들 또 관중들 모두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그를 향해 박수를 보내 주었다.
우리에게 있어 무척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워낙 부상에 시달린 탓인지 기쁨보다는 걱정된 마음이 더 앞선다.
팀의 주장이자 팀 내 최고 중앙수비수를 잃은 도르트문트는 파파도포풀로스를 급하게 투입했고, 고개를 돌린 나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코칭스태프들을 바라보았다.
아마 이런 얘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며칠 전 우리를 보는 것 같군.’
‘그러게 말이야.’
지금 도르트문트의 남자들이 겪고 있는 기분이 함부르크 경기에서 제롬이 허벅지 통증으로 빠졌을 때의 우리와 똑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부상 그 자체로도 자체지만, 그게 하필 팀의 가장 중요한 중앙수비수라는 게 무엇보다 괴로울 거다
이 상황이 오늘 경기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할지는 알 수 없지만, 열심히 뛰지 않는다면 아무런 이득도 취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다소 어수선하게 변한 상황에, 에릭 두름으로부터 스로인을 전해받은 나는 뒤로 패스를 돌렸다.
금방은 우리가 볼을 일부러 걷어 냈기에, 도르트문트가 도로 볼을 전달해 준 것이다.
“다온-!!”
“…….”
후방에서 다시 볼을 연결받은 나는 근처에서 목소리를 높인 사비를 찾았고, 패스를 받아 든 그는 능숙하게 몸을 돌리며 아래로 내려선 레비에게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양쪽 윙어들이 빠르게 안쪽으로 잘라 들어가는 움직임을 취한다.
조금씩 이 쓰리백 시스템에 적응이 되면서, 공격을 전개해 나가는 방법 역시 정형화되고 있다.
이는 축구에서, 무척 긍정적인 신호다.
특정한 패턴이 생기고 있다는 거니까.
변형은 늘 확실한 하나의 무언가에서 사소한 것들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법이고, 익숙한 패턴이 생겨난다는 건 완성도를 높일 시점이란 것을 의미했다.
즉,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된다는 거다.
그건 분명 펩이 알아서 할 것이다.
그러니, 다음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
그냥 믿고 따르는 것뿐.
연계를 위해 아래로 내려선 레비와 그것을 놓치지 않고 최전방으로 파고들어 투톱을 만든 로번과 뮐러. 그러자 도르트문트의 수비는 이에 반응한다.
레비 원톱 체재일 때 만들어진 오프사이드라인이 무너지며 라인이 제멋대로가 된 것이다.
이때 패스가 전방으로 연결되면 가장 좋고 그렇지 않아도 나쁠 것은 없다. 왜냐하면 상대 수비가 라인을 다시 정돈하는 시간 동안, 윙백이 전진할 시간을 벌기 때문이다.
3-5-2를 쓸 때 3-2-3-2가 공격 시 가장 좋은 형태라면, 3-4-3을 쓸 때에는 3-2-1-4 혹은 3-2-5가 되는 게 최고다.
특히 지금처럼 양쪽 윙 포지션에 윙백들이 자리를 잡고 페널티 박스 안을 세 명의 공격수가 채우고 있다면, 반드시 수적 우위를 가져가야 하는 수비의 특성상 상대는 여섯 명의 수비수를 박스 안에 둘 수밖에 없다.
4-4-2 다이아몬드를 택한 도르트문트는 그를 위해 제바스티안 켈과 스벤 벤더를 박스 안에다 집어넣었고, 이는 결국 박스 바깥의 숫자 부족을 가져왔다.
알론소와 괴체만이 있으니 카가와와 므히타랸으로 커버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펩이 추구하는 +1은 포지션과 무관하게 작동한다.
파앙-
오른쪽으로 이동해 패스를 받아든 사비가 중앙의 빈공간으로 축구공을 보내었을 때, 데이비드 알라바가 거기에 불쑥 나타난 것처럼 말이다.
알고 있겠지만 알라바는 쓰리백 시스템 아래에서는 라볼피아나(Lavolpiana)로 뛰었고, 지금은 직접 +1이 되어 최후방에 두 명의 동료를 남겨 두고 높은 위치까지 전진했다.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감수한 플레이였지만, 마무리만 제대로 한다면 딱히 문제 될 것은 없다.
“막아-!!”
“슛이야!!”
매서운 슈팅을 날리기로 유명한 알라바가 왼발을 힘껏 휘두르고, 복잡한 페널티 박스 안을 통과한 축구공을 향해 바이텐펠러가 뛰어올라 손을 뻗는다.
티잉-!!!
“!!”
‘이런!’
아쉽게도 골이 되지 못한 알라바의 슈팅은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을 벗어난다.
아쉬움으로 가득한 탄식이 경기장 곳곳에서 울려 퍼진 것도 잠시, 크로스바에서 튕겨져 나온 축구공을 클리어해 낸다는 게 엉뚱하게도 레비의 앞으로 볼이 향한다.
발을 휘둘렀던 네벤 수보티치와 그 상황을 지켜보던 우리 모두 몸이 얼어붙었고, 본인도 당황했는지 잠깐 멈칫했던 레비가 다급히 발을 휘둘러 빈 골문으로 축구공을 밀어 넣었다.
“뭐, 뭐야?”
그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추가 득점이 만들어지고, 친정팀에 대한 예의로 최대한 조용히 셀레브레이션을 가져간 레비는 진정해 달라는 제스처를 보내왔다.
나를 포함한 몇몇 이들이야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지만, 저기 저 녀석은 아닌데 말이다.
“이야아아아아-!! 골이야, 골!! 주워 먹었다고!!”
“쉬잇, 쉬잇. 제발, 제발 조용히.”
“으흐흐흐흐. 가끔은 이런 행운도 있어야지!! 그렇지 않아?? 2:0이라고! 2:0!!!”
“나도 알아. 그러니까, 그냥 조금 조용히.”
“끼얏호우-!! 데이비드! 슈팅 X나 죽여줬어!!”
“토마스! 얘가 조용히 해 달라는 거 못 들었어?”
“응? 언제?”
머쓱해하며 얼굴을 긁적이는 레비의 곁으로 다가간 나는, 위로의 의미에서 그의 등을 살포시 두드려 주며 이렇게 말했다.
“하루 이틀이야?”
“하아- 역시 그렇지?”
“저 녀석의 어시스트가 아닌 게 어디야? 그러면 더 시끄러웠을걸? 그렇게 위로하자고.”
“하하. 그러는 게 낫겠어.”
분데스리가 9라운드 경기에서 조금 주춤하긴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해 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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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Bundesliga 10R)
바이에른 뮌헨 3 : 0 도르트문트
[골] 토마스 뮐러 : 전반 21분(김다온)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후반 04분
아르연 로번 : 후반 35분(프랑크 리베리/PK)
김다온 ? 95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2.5)
MoM ? 아르연 로번(1득점/평점 2.0)
***
[분데스리가 10R 교체 투입 후, 발목에 이상을 느낀 클라우디오 피사로. – ARD/2014.11.01.(오전)] [발목 힘줄 손상으로 약 한 달여간 결장하게 된 클라우디오 피사로. – ARD/2014.11.03.(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