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34)
433화
2014년 11월 4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선수전용 식당/카페테리아.
하나의 승리를 그 자체로 기뻐하지 못하는 날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들었어? 새 사람을 고용할 거라나 봐.”
“진짜? 그럼 박사님은?”
“계속 있고. 그것과는 별개로, 팀을 도울 사람 말이야.”
“…….”
클라우디오 피사로의 부상은 피로 누적에 가까운 것으로, 많은 나이와 부족했던 관리 또 뮌헨의 시스템이 더해지며 일어난 사고에 비유할 수 있는 일이었다.
피사로는 지각이 취미일 정도로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멀고, 그런 그가 훈련 후 따로 시간을 내어 볼파르트 클리닉을 찾는다는 건 만우절에나 할 법한 이야기다.
며칠 전 루메니게와의 면담 때도, 가장 먼저 손을 들어 불편함을 토로한 게 바로 그다.
그래서인지 결국, 클럽은 팀 운영을 위해 필요한 의료진의 숫자를 늘리려고 한 것 같다.
볼파르트 클리닉은 수술이나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그대로 두고, 선수단에 필요한 즉각적인 점검을 위해 새로운 의료진을 두기로 한 거다.
다만 이런 방식의 이원화가 팀에 꼭 도움이 될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괜한 문제나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데.”
“괜한 문제?”
“응. 생각해 봐. 볼파르트 박사님 정도라면, 이런 일은 자존심이 무척 상하는 일일 거란 말이지.”
“그런가?”
내가 아는 볼파르트 박사님이라면, 아마도 그럴 것이다.
“좋은 분인 것은 맞아. 방법이 다소 문제일 뿐, 능력도 충분하시고. 그리고 거기에 대한 자존심도 있어. 그만한 명성을 얻은 분이니까 당연하겠지.”
일반적으로 클럽 내 주치의는 한 명이고, 그를 보조하는 별도의 의료진들이 함께하는 방식이다. 쉽게 표현하면 주치의가 감독이고 보조하는 이들이 코치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 클럽이 하려는 일은 감독 두 사람을 하나의 팀에 동시에 두려고 하는 것이다.
문득, 두 명의 감독을 내세웠던 바이어 04 레버쿠젠이 떠올랐다. 그들이 어떻게 되었더라?
“그래도 나는 찬성이야.”
“진짜?”
“응. 최소한 이곳에, 제대로 된 의료진이 생긴다는 거잖아. 그럼 매일 검사를 받을 수도 있고, 관리를 하는 것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 거야.”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넌?”
“나도 좋아.”
주변의 동료들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이었고, 따로 흩어져서 여론을 모으던 필리프와 제롬 또 사비 역시 다들 비슷한 생각이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일단 이 내용은 주장인 필리프가 수렴하여, 기회가 되었을 때 펩이나 잠머 등에게 이야기를 할 것이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자리, 다들 낮잠을 자기 위해 움직인 와중 사비를 뺀 우리 세 사람은 남아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 이야기는 했어?”
“아뇨. 그건 괜한 거니까요.”
“그래. 분위기만 더 나빠질 거야.”
이틀 전, 볼파르트 클리닉에서 피사로와 킬리안이 충돌하는 일이 있었다.
가뜩이나 부상으로 심기가 불편했던 피사로는 자신이 대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나 있던 상태였고, 나쁜 타이밍에 등장한 킬리안의 농담이 방아쇠를 당겨 버렸다.
당시 자리에 있던 스태프의 말을 빌리자면, 킬리안은 피사로의 게으른 성향을 지적했다고 한다.
[“어제도 지각해서 몸을 못 풀었던 것 아니야?”] [“뭐? 지금 뭐라고 했어!!”]사실 평소였다면 웃고 넘길 수도 있었던 농담이었지만, 상대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는 킬리안이 잘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나중에는 자신은 더는 바이에른 뮌헨의 스태프가 아니니, 함부로 대하지 말라며 소리까지 질렀다고 한다.
소란을 느낀 볼파르트 박사님이 나와 상황을 수습할 때쯤엔, 둘은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지금까지는 이런 경우는 없었어.”
“응. 그래서 말인데, 그 소문은 들었어?”
“뭐?”
머리를 긁적이던 제롬이 주변을 살피다 몸을 숙이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할 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위에선 이 책임을 펩에게 돌리려고 하나 봐.”
“뭐? 미쳤어? 그게 어떻게 가능해?”
“미디어.”
“…….”
“SID 때처럼, 앞으로 원치 않는 기사가 나돌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봐.”
뭐라고 해야 할까.
바이에른 뮌헨은 이곳에 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았을 때, 훨씬 더 멋진 클럽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펩이 바르셀로나를 떠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축구 정치라는 게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입맛이 조금 씁쓸했다.
물론 이러한 일들이 우리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
볼파르트 클리닉의 문제는 뮌헨의 오랜 전통이 가져온 악습의 영역이지, 축구 정치의 영역으론 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삼으려는 이들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부디,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할 건데 말이다.
‘어떻게 된 게, 이번 시즌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고사와 굿이라는 좋은 액땜 문화가 있다는 걸 알려 줘야 할까 보다.
***
2014년 11월 6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후반 27분
바이에른 뮌헨 4 : 0 AS 로마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3-4-2-1/4-3-3(A)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우카시 스코룹스키
CB ? 제롬 보아텡 / RB ? 바실리스 토로시디스
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마푸 양가-음비와
CB ? 코스타스 마놀라스 / CB ? 메흐디 베나티아
RWB ? 김다온 / LB ? 호세 콜홀레바스
CM ? 필리프 람 / DM ? 다니엘레 데 로시
CM ? 사비 알론소 / CM ? 세이두 케이타
LWB ? 후안 베르나트 / CM ? 라자 나잉골란
AM ? 마리오 괴체 / RW ? 알레산드로 플로렌치
AM ? 프랑크 리베리 / LW ? 후안 이투르베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마티아 데스트로
※ 선수 교체 목록(바이에른 뮌헨)
사비 알론소(OUT) ↔ 제르단 샤키리(IN) : 후반 17분
필리프 람(OUT) ↔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IN) : 후반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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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안에서는 클라우디오 피사로의 부상과 볼파르트 클리닉의 문제가 나를 괴롭혔지만, 정작 그 밖에서는 최근 며칠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희진 형수님은 아영이 만큼이나 밝은 분이셨고, 훈련을 마치고 잠을 자고 깼을 땐 마치 두 명의 부인이 저녁을 차려 주는 것만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전화 통화를 나누던 성용이 형이 했던 말은 이것 딱 하나다.
[- 야, 죽을래?]하지만 형은 이내 내게 고맙다며, 형수에게 기분 전환이 필요했었다고 말을 해 주었다.
[- 야, 너도 와이프 좀 챙기고 그래.] [“그래야 할까 봐요.”]그래서 나는 어제 희진 형수님을 공항까지 바래다드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서, 아영이의 가족들을 뮌헨으로 초대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래는 9월 쯤 오시려고 하셨지만, 그 땐 워낙 팀이 좋지도 않았고 나도 정신이 없어 아영이가 다음을 기약했었다.
하지만 이젠 모든 것들이 괜찮아졌고, 볼파르트 클리닉의 일도 워낙 오랫동안 함께해 왔던 터라 그것이 딱히 스트레스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렇게 최근 있었던 일들을 솔직하게 터놓으며 대화를 나눈 끝에, 겨울 휴식기에 처가 식구를 초대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당분간 A팀도 아시안게임 멤버 위주로 돌아갈 예정이라, 병역면제를 이미 받은 나는 내년 여름까지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을 것 같다.
즉, 겨울 휴식기를 온전히 아영이를 위해 투자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 너무 기대고만 있다고 생각을 해 왔는데, 그렇게라도 만회를 할 수 있다면 오히려 나도 좋다.
그리고 하룻밤을 보내고 맞이한 오늘, 초반부터 AS 로마를 몰아붙이며 다득점을 만들고 참 분위기가 괜찮았다.
무엇보다 기존 쓰리백의 변형 전술을 활용해 본 날이었고, 결과를 확인하며 우리의 축구가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 역시도 얻고 있었다.
한데,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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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아…… 쓰읍- 아무래도 일어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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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서두르라고!!”
“…….”
지금은 평범하게 빌드업을 이어 나가던 중이었다. 전반 45분만에 후안 이투르베를 벤치로 보내 버린 나는, 새로운 상대인 제르비뉴를 만나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려던 제르비뉴를 몸으로 밀어 붙이며 볼을 빼앗아 노이어에게 패스를 보냈고, 그는 자연스럽게 알라바에게 축구공을 전달했다.
라볼피아나(Lavolpiana)인 알라바는 팀 빌드업의 시작이었고, 당연히 그쪽으로 볼을 보내는 게 옳았다.
그리고 AS 로마 역시 종합 전적 0:12의 굴욕을 떨치고자 의욕적으로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
그래서 알라바를 향해 마티아 데스트로(Mattia Destro)가 접근한 것도,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자연스러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아아아악-!!!”]실수로 볼을 길게 밀어 낸 알라바가 데스트로에게서 볼을 지켜 내기 위해 다리를 뻗었을 때, 불길한 무언가가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갔다.
둘의 몸이 얽히는가 싶더니 알라바의 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고, 주심이 휘슬을 불었을 땐 오히려 데스트로가 억울해하며 어필을 시작했다.
정말로 괜찮았다.
그때까진, 알라바가 본인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액션을 하며 넘어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알라바에게 접근한 주심이 다급히 벤치를 향해 손짓을 보내면서, 훌륭하기까지 했던 하루가 갑작스럽게 일그러져 버렸다.
그리고 볼파르트 박사님이 다급히 구급차를 요청하고 있는 지금, 곁에 선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렇게 통증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걱정하는 손길조차 아프다는 것을 잘 알기에,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알라바를 보고만 있을 뿐이다.
“으…… 으아아아아…….”
얼핏 보기에도, 알라바의 부상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나마 희망을 걸어 보자면, 인대가 아니었음 한다.
골절이 된 것이라면 2~3개월이면 그래도 복귀가 가능하지만, 티아고나 하비처럼 인대가 손상이 되었다면 알라바 역시 최소 8개월 이상 팀을 떠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곧 시즌 아웃이라는 의미였고, 동시에 클럽에 라볼피아나를 소화할 선수가 없어진다는 의미였다.
사비 알론소가 있긴 했지만, 그를 만약 센터백으로 보내 버린다면 우린 중원에 로데/호이비에르/가우디노처럼 확신할 수 없는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
그렇다고 단테-제롬-마놀라스로 쓰리백을 만들자니, 이들 세 명 외에 백업 중앙수비수가 없다는 게 걸렸다.
다니엘 판 바위턴의 은퇴와 홀거 바트슈투버의 부상으로, A팀 스쿼드의 중앙수비수는 현재 단 세 명뿐이다.
‘젠장, 오늘은 정말 완벽할 뻔했는데.’
알라바를 대신해 로데가 투입이 되고, 윙백에서 풀백 포지션으로 내려선 나는 4-3-3으로 바뀐 전형의 오른쪽 수비수가 되어 남은 경기를 소화한다.
하지만 팀의 상승세는 많이 꺾여 버렸고, 다들 남은 시간 소극적이 되어 시간을 보내는 패스에만 집중을 했다.
삑-!! 삐?익!! 삐—익!!!
시즌을 통틀어 17승 2무 0패 57득점 4실점이란 환상적인 기록을 이어 나가고 있음에도, 우리가 지금의 승리를 마음껏 즐길 수 없는 이유다.
오늘 우리는 또 한 번, ‘하루가 멀다 하고’ 클럽의 중요한 선수를 부상으로 잃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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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Champions League G.St Game 4)
바이에른 뮌헨 4 : 0 AS 로마
[골] 김다온 : 전반 06분(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프랑크 리베리 : 전반 38분(데이비드 알라바)
마리오 괴체 : 후반 19분(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후반 22분(김다온)
김다온 ? 97분 출전(1골 1어시스트/평점 1.5/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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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온. 시즌 첫 번째 Man of the Match 선정에도 웃지 못하다. – 스포츠코리아(한국)/2014.11.06.(밤)] [파죽지세 바이에른 뮌헨! 죽음의 조에서 가장 먼저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 짓다! – OSEM(한국)/2014.11.06.(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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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은 홈페이지를 통해, 데이비드 알라바의 8~10주의 결장(무릎 복합 골절) 사실을 밝혔다. 이로써 뮌헨의 부상자 명단은 8명으로 늘어났다. – ESPN(미국)/2014.11.07.(오전)] [부상자의 속출로 UEFA가 요한 챔피언스 리그 출전 명단 최소 규정을 맞출 수 없게 된 뮌헨은, 구제 조항을 적용받아 최대 세 명을 추가로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 – 빌트(독일)/2014.11.07.(오후)]***
.2014.11.08. 경기 결과(Bundesliga 11R)
프랑크푸르트 0 : 5 바이에른 뮌헨
[골] 토마스 뮐러 : 전반 23분(프랑크 리베리), 후반 19분(프랑크 리베리), 후반 22분(마리오 괴체)제르단 샤키리 : 후반 41분(제바스티안 로데)
김다온 : 후반 46분(F.K)
김다온 ? 94분 출전(1골/평점 2.0)
MoM ? 토마스 뮐러(3골/평점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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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8일. 프랑크푸르트 상공(Over Frankfurt).
AS 로마 전 이후 43시간 만에 치른 오늘 경기는 한 가지 단어로 쉽게 요약이 가능했다.
바로, 오기(傲氣).
오늘 선발로 나선 11명의 선수 중 10명이 이틀 전 경기에 출전했던 멤버였고, 한눈에 보기에도 다들 충분한 회복이 되지 않은 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더 이를 악물고 뛰었다. 당장이라도 드러눕고 싶었지만, 필사적으로 에너지를 쥐어짜 냈다.
덕분에 비행기에 올라타기 무섭게 다들 곯아떨어져 버렸지만, 그래도 승리를 챙길 수 있어서 위안을 삼아 본다.
위이이이이잉-
“…….”
물론 나처럼 너무 피곤해 잠이 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정말 오늘은 한국을 향해 절이라도 하고픈 심정이다.
월드컵 후 첫 번째 소집이었던 9월 A매치 소집 때 월드컵 멤버 대부분을 건너뛴 것을 계기로, 한국 내에 이럴 거면 차라리 아시안 컵 멤버에게 기회를 주자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그러자 월드컵 후 전적인 지지를 받게 된 협회는 ‘아시안 컵을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는 무대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동시에 월드컵 멤버에게 휴식을 주겠다고 알렸다.
내일이면 바로 대표팀 캠프로 떠날 동료들이, 휴가를 즐기게 되었다며 나를 부러워하게 된 이유다.
‘휴우~ 진짜 죽을 뻔했어.’
만약 이럴 때 A매치 경기까지 소화하게 되었다면, 분명 몸 어딘가가 고장 났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43시간 만에 치른 오늘 경기는 내게도 무리였고, 지금도 보면 관절 부위에 아이스팩이나 핫팩을 덧대지 않은 이가 하나도 없다.
나만 하더라도, 무릎과 어깨에 핫팩을 두르고 있다.
내일은 클리닉으로 가 검사를 받으려 한다.
몸이 재산이니까.
당연한 거다.
“안 자고 있었나?”
“응? 아, 네. 잠이 안 와서요.”
“……그럼, 잠깐만 볼까?”
“네. 그러죠.”
전용기 시트에 몸을 파묻고 일심동체가 되어 쉬고 있을 때, 갑자기 등장한 펩이 나를 따로 호출했다.
움직이긴 싫지만, 수고스럽진 않다.
펩의 부탁이니까 말이다.
“무슨 일이시죠?”
앞쪽 음식을 놓아둔 구역으로 가, 펩을 마주본 채 이야기를 시작한다.
“알디시피, 상황이 좋지 않아.”
“네. 그렇죠.”
“후우~ 당분간 포백으로 전형을 바꿔야 할 거야.”
“익숙한 것으로의 복귀인가요?”
“후후. 그래. 하지만 말이야.”
“?”
“난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
“?? 그게 뭐죠?”
알라바가 부상으로 이탈한 지금, 우리는 더는 쓰리백을 사용할 수 없다.
라볼피아나가 없는 쓰리백 전술은 펩의 철학을 모두 담아 낼 수 없고, 말 그대로 구시대의 것이기 때문이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센터백을 추가해 제롬에게 라볼피아나를 맡기거나, 알라바나 하비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한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내가 알기론, 클럽은 겨울 이적 시장에서 돈을 사용할 의사가 없다.
바이에른 뮌헨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겨울 이적 시장에서는 늘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펩은 지금 조금 엉뚱한 말을 해 오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나는 자네가, 데이비드가 했던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보네.”
“에?”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이미 그걸 보여 줬지 않나. 맨유와의 경기에서 자네가 보여 준 플레이가, 올 시즌 내가 쓰리백을 선택한 것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어.”
“어…… 그러니까?”
펩은 지금 나를 앞으로, 쓰리백의 중앙에 놓아두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오른쪽은?
하피냐?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나는 우리가 포백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쓰리백을 유지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훨씬 더 크다고 봐. 이번 A매치 주간에, 그것에 관해 대화를 시작해 보지. 어떤가?”
어떤가라니…….
“저한테 선택지는 있고요?”
“하하하.”
“……없네요. 그렇죠?”
“자리로 돌아가 쉬게. 오늘은 무척 잘 뛰어 주었어.”
“…….”
제멋대로인 펩 과르디올라를 보는 게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었지만,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 것은 포지션 변환이 당혹스럽기보단 재미있겠다고 느껴지는 나 자신이었다.
‘피곤해서 그래, 틀림없어.’
아무래도 난 앞으로, 측면이 아닌 중앙 지역에서 선발로 뛰게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