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36)
435화
새삼스럽고 당연하지만, 느껴지는 생각 하나.
역시 우린, 포백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
전술의 익숙도와 스쿼드의 구성 모두, 포백으로 나섰을 때 조금 더 큰 안정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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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2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전반 39분
바이에른 뮌헨 3 : 0 호펜하임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3-2/4-4-2(D)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올리버 바우만
RB ? 김다온 / RB ? 토비아스 스트로블
CB ? 제롬 보아텡 / CB ? 니클라스 쥘레
CB ? 코스타스 마놀라스 / CB ? 에르민 비차크치치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안드레아스 벡
DM ? 사비 알론소 / DM ? 피르민 슈베글러
RAM ? 아르연 로번 / CM ? 제바스티안 루디
CAM ? 마리오 괴체 / CM ? 타릭 엘리우누시
LAM ? 프랑크 로베리 / AM ? 호베르투 피르미누
ST ? 토마스 뮐러 / ST ? 케빈 볼란트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앙토니 모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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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광) – KBS Sports N 아나운서
“이게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이 기대한 경기력인 것 같습니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득점! 아르연 로번이 완벽한 어시스트 패스를 가볍게 득점으로 마무리합니다.”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2:0이 된 이후부터 호펜하임이 굉장히 공격 라인을 높였지 않습니까? 그때부터 뮌헨이 역습 기회를 계속해서 엿보고 있었는데, 김다온에서 사비 알론소. 아르연 로번에게로 이어진 패스가 단번에 호펜하임의 뒷공간을 무너뜨렸거든요?”
(이용광)
“네. 말씀처럼, 굉장히 빠르게 공격이 전개되었습니다.”
(한희준)
“시즌 후 리그 경기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시작부터 포백을 채택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입니다. 쓰리백으로도 최근에 훌륭한 성적을 남기고 있었습니다만, 포백의 바이에른 뮌헨도 역시나 굉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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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반도프스키의 주변에 모여 셀레브레이션을 나눈 뒤, 자리로 돌아서는 길에 눈이 마주친 진수 형이 입 모양과 얼굴로 살살하라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준다.
경기 전에 만났을 때에도 살살 뛰라고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는 걸 나라고 어쩔 도리가 있겠나?
뭐 사실 처음부터 봐줄 생각도 없었다.
‘마무리를 잘해야 해.’
사비를 불러 눌러 앉히라는 제스처를 보낸 후, 나는 제롬에게도 마찬가지로 집중해야 한다는 손짓을 보냈다.
사실상 경기의 추가 기울어진 지금, 수비진영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동기부여는 클린시트가 유일했으니 말이다. 또 기록을 계속 이어 가는 것 역시도 중요했다.
누구도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은 하지만, 훈련 때 그걸 핑계 삼아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것 역시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자신감은 붙으면 붙을수록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더 많다.
‘넋이 나갔네, 완전.’
경기 재개를 앞두고 바라보는 피르미누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야심 차게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목표로 시즌을 시작한 호펜하임은 최근까지 리그 4위에 올라 있었지만, 리그 2위 자리를 놓고 다툰 묀헨글라트바흐 원정에서 3-1로 패배한 후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A매치 주간 전인 8일 쾰른 전에서도 1:0으로 앞서 나가다 결국 최종 3:4로 역전패를 하고야 말았다.
특별한 부상자가 없고 이 두 경기 전까지 팀 실점이 7점에 불과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호펜하임의 최근 수비는 의문이 절로 생길 정도다.
보면 전방과 후방이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껏 전방 압박을 하고도, 매번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장소로 볼이 가는 걸 허락하는 거다.
오늘은 그걸 만회하고자 다이아몬드 형태의 4-4-2로 나왔지만, 오히려 측면 공백이란 결과를 낳았다.
제바스티안 루디와 타릭 엘라우누시 모두 중앙이 훨씬 더 익숙한 이들이라, 올 시즌 처음으로 나란히 나선 리베리와 로번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측면이 무너지니 중앙에 많은 공간이 생겼고, 사비-괴체-뮐러가 그 안에서 뛰노는 모양새가 됐다.
전방 압박, 피치 위에서의 밸런스, 전형 선택에서의 판단 실수까지.
이것이 호펜하임이 준비한 축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전술적인 부분에서 현 상황의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남은 시간은 조금?’
3:0이 되어 버리자, 호펜하임은 2:0 때와는 다르게 실점을 더 하지 않으려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 줬다.
경기가 손을 떠나는 걸 막으려는 판단이다.
그렇지만 우리 역시 클린시트를 위해 전반전 남은 시간을 안정화를 위해 가져가는 중이었고, 자연스레 경기의 템포가 느슨해지며 내게도 여유가 생겼다.
“…….”
며칠 전 펩이 말한 것처럼, 동료들을 파악코자 그들을 주시하기로 결정했다.
오늘도 선제골을 기록하며 괜찮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마리오지만, 분명 최근 경기와 비교했을 때보다는 활약의 정도가 조금 떨어진다.
포백으로 변환한 것을 이유로 삼기엔, 선수 개개인이 부여받은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아 의미를 두기 어렵다.
4-1-3-2인 우리의 전술은 빌드업 시에는 3-3-3-1로, 또 극단적인 공격 상황이 되었을 땐 3-2-5의 형태가 된다.
이 속에서 괴체는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체너(Zehner/AM)로서, 뮐러와 함께 자유로이 포지션을 오가며 팀에 드리블과 창의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니, 포백 변환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유를 찾자면 ‘A매치 경기 소화 등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 혹은 ‘자연스레 고점에서 조금 내려설 때가 된 것일 뿐’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괴체가 더는 지금까지와 같은 활약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과연 나는 라볼피아나로서 우리 뮌헨의 축구가 변하는 모습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야 할까?
[……에이 씨, 모르겠네?]아직 거기까진, 내 역량이 닿지 않고 있는 것 같다.
***
·후반 26분
바이에른 뮌헨 5 : 0 호펜하임
흠잡을 곳 없는 축구가 피치 위에서 펼쳐지는 사이,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그 밖에서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씨름에 한창이었다.
“몇 번이나 말하나? 그건 불필요한 자금일세.”
“…….”
“무엇보다 우린, 이미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나? 그를 두고 새로운 의료진을 모집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질 걸세.”
축구 클럽을 운영하는 것에 있어, 가장 쉽게 간과되는 부분이 바로 코칭스태프들의 급료였다.
빅리그에 속한 클럽들은 그들의 사정에 맞춰 선수단 급료의 60~80%에 달하는 금액을 코칭스태프들의 고용 유지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 역시 선수단 전체 급료의 약 78%를 코칭스태프 유지 비용으로 별도로 사용 중이었고, 이중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사람이 바로 펩 과르디올라와 한스-뮐러 빌헬름-볼파르트였다.
.e.V의 입장에서 보기에,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주장하는 의료진의 2원화가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런, 제기랄.’
쉽지 않은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은, 독일 축구 클럽의 한계에 깊은 좌절감을 느낀다.
한 명의 구단주 체재 아래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 여타 리그의 축구 클럽과는 달리, 독일축구는 ‘50+1’ 규칙으로 인해 자금 사용에서 제약이 많다.
훨씬 쉬울 수도 있었던 김다온의 영입이 실패로 끝날 뻔했던 이유이자, 그의 실제 주급과 계약금을 숨겨야만 했던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스폰서를 포함한 다수의 주주들로 클럽이 운영되는 바이에른 뮌헨 역시, 커다란 돈을 쓰기 전에는 반드시 .e.V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나 그것이 클럽의 명성과 철학 혹은 전통에 관계되었다면, 금액의 여부는 그리 중요치 않은 문제가 된다.
“나는 프란츠에게 지지표를 던지겠네. 그의 말처럼, 지금 이 시점에서 의료진을 이원화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어.”
“……네. 잘 알았습니다.”
“원, 이 친구도.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지냈군.”
“그럼, 저는 이만.”
더는 귀빈석에 있을 이유가 없던 루메니게가 자리에서 일어서고, 그는 씁쓸한 패배감을 떠안은 채 본인의 사무실을 향하여 걸음을 옮겼다.
아우디의 CEO를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실패한 지금, 앞으로 뮌헨은 본인에게 좋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다수의 .e.V와 함께하고 있는 프란츠 베켄바워는 의료진의 이원화 계획을 무산시키는 한편, 킬리안 뮐러-볼파르트를 다시 클럽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루메니게가 궁금했던 건, 어째서 베켄바워가 킬리안의 클럽 복귀를 추진하고 있느냐는 거였다.
독일 축구 협회로부터 자문을 얻기도 하는 베켄바워는, 킬리안의 모든 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에 하나다.
처음 킬리안을 클럽에서 쫓아내고 후에 .e.V들에게 허락을 구할 때에도, 프란츠 베켄바워는 오히려 좋은 판단이었다며 편을 들어줬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
사무실로 돌아온 바이에른 회장은 TV를 켜 둔 채, 그렇게 본인만의 사색으로 깊게 빠져든다.
그러는 사이 TV에서는 해트트릭에 환호하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두 차례나 본인에게 완벽한 패스를 보내어 준 김다온을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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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Bundesliga 12R)
바이에른 뮌헨 6 : 0 호펜하임
[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전반 06분(김다온), 전반 39분(아르연 로번), 후반 41분(김다온)마리오 괴체 : 전반 22분(사비 알론소)
아르연 로번 : 후반 37분(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제바스티안 로데 : 후반 42분(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김다온 ? 96분 출전(2어시스트/평점 2.0)
MoM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골 1어시스트/평점 1.5)
***
2014년 11월 23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또 한 차례의 대승과 계속되고 있는 클린시트 행진에도 불구하고, 어제 경기 후 가장 대서특필되었던 것은 바스티의 복귀와 관련된 소식이었다.
월드컵을 끝으로 독일 대표팀에서 은퇴한 필리프가 직접 차기 주장으로 지목한 사람답게, 미디어는 바스티가 2016 유로에서 큰 몫을 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현재 우리의 관심은 앞으로의 힘든 일정에 집중되어 있다.
“전에 그거 효과 좋더라. 이름 뭐라고?”
“아, ‘부항’ 말이지?”
“……뭐?”
“부항.”
월드컵이 끝나고 뮌헨으로 다시 돌아온 첫 번째 날, 나는 가방에서 꺼낸 도구들을 라커에 가지런히 놓아두는 것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브라질에서 나는 근육통을 빠르게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항을 아픈 부위에 집중적으로 떴다.
하지만 미국의 수영 스타 마이클 펠프스(Michael Phelps)가 부항예찬론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은 유리컵을 피부에 흡착시켜 피를 뽑는 행위에 불편함을 느꼈다.
문화의 다름에 대한 반응이야 존중하는 부분이었기에, 나는 지난번 로마 원정 후 뮌헨으로 돌아와 직접 손이 닿는 부위에 부항컵을 댔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거부감을 갖던 사람 중 하나인 뮐러가 그거 정말 효과 있느냐며 질문을 던져 왔었다.
[“해 볼래?”] [“뭐? 싫어!”] [“진짜 좋다니까. 아프지도 않아.”] [“……진짜?”] [“만약 아프면, 내가 너 평생 형님으로 모신다.”] [“오-! 그거 재밌겠다!!”]이상한 부분에 꽂혀 버렸기 때문이긴 했지만, 어쨌든 뮐러는 어깨 부근에 부항을 받았고 피를 뽑은 후 어깨를 빙빙 돌리곤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야? 이거 진짜였어?”] [“말했잖아. 괜찮다니까. 어지간한 마사지보다 나아.”] [“동양의 신비!! 정말 놀라워!!”]이후로도 뮐러는 틈나는 대로 부항을 떠 달라며 왔다.
아 그리고 참고로 말하는데, 난 이걸 제대로 배웠다.
완벽한 수준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위를 중점으로 월드컵 기간 내내 교육을 받았다.
“이번에도 그거 하자!”
“그러지 뭐.”
우리는 내일 맨체스터로 떠나 시티와 원정 경기를 치르고, 이후 뮌헨으로 돌아와 나흘 뒤에 헤르타로 원정을 떠나야 한다.
A매치 주간이 끝나자마자 또 비행기를 타고 이동을 하게 된 상황인지라, 컨디셔닝 관리와 부상 방지가 클럽에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그런데, 필리프는 어떻게 된 거야?”
“그러니까. 오늘은 얼굴도 아예 못 봤어.”
“제기랄. 너는 뭐 들은 것 없어?”
“아니. 전혀.”
필리프는 호펜하임과의 경기 전날, 훈련을 하다 발목이 크게 뒤틀려 버렸다. 점프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생긴 불상사로, 그 길로 즉시 볼파르트 클리닉으로 떠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는 필리프의 상태에 관해 전달받은 바가 없다.
아까는 복도에서 만난 도메네크에게 물어도 보았지만, 그는 펩이 알려 줄 거라며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뭔가, 불안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필리프는 뮌헨의 모든 것이다.
“어, 저기. 펩이야.”
“…….”
잠시 뒤 펩이 식당 안으로 들어섰고, 우린 그로부터 어떠한 답을 듣길 기대하며 시선을 주었다.
평소라면 곧바로 음식 앞으로 갔을 펩 역시, 식당의 중심부로 걸어간 뒤 박수를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 주목-!!”
펩의 표정만으로 보아서는, 어떠한 이야기가 나올지 짐작이 도통 불가능했다.
굳이 필리프의 일이 아니더라도, 그는 종종 아침에 저곳으로 나아가 오늘 하루의 일정을 말해 주었다. 일종의 그날 있는 팀 전체 공지 사항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번에 펩은.
“좋지 않은 소식이다.”
“……오, 이런.”
우리에게 최악의 소식을 전한다.
바로.
“어제 수술이 끝났다. 발목 골절이고, 뼈가 다시 원상복구 되는 데에만 두 달이 걸린다고 했다. 그리고 정확히 그만큼, 재활 기간이 필요할 거야. 운이 좋다면 4월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만약 회복이 더디다면…….”
분명 최근 우리의 경기력은 놀랍도록 좋다.
어제도 필리프 없이 6: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렇게 피치에서 거두는 성과와 그것을 위해 들이는 노력만큼, 세상은 우리에게 달콤한 열매를 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제기랄.”
곁에서 머리를 감싸 쥔 뮐러가 좌절하고, 맞은편의 보아텡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나 역시, 인상을 찌푸린 채로 한숨과 함께 머리를 쓸어 넘기고만 있었다.
마치 이번 시즌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트레블을 주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는 것 같다. 지난 2년 동안 큰 영광을 얻었으니, 올해는 그 차례를 양보하라면서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 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우리는 고통받아야 할까?
누가 좀, 그걸 알려 줬으면 좋겠다.
***
[발목 복합 골절로 4월 복귀가 예상되는 필리프 람. 바이에른 뮌헨은 또 하나의 커다란 난관에 봉착했다. – ARD/2014.11.23.(오후)] [클럽 역사를 통틀어 가장 잔인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 – 빌트/2014.11.23.(오후)]***
D-80331 뮌헨, 독일. 디이나슈트라세 12, 알터 호프. 프락시스 퓌어 오르토피디 & 슈포르트메디친.
훈련이 끝난 뒤, 선수단끼리의 상의 끝에 나와 제롬 또 뮐러가 필리프를 찾기로 했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
“…….”
노크 소리 후 이어진 목소리를 들으며, 잠깐 동료들과 눈을 마주친 나는 그것이 힘차다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할지를 궁금해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딸깍-
병실 안에서 본 필리프는 깁스를 한 오른발을 허공에다 매어 둔 채, 조금은 수척해지는 얼굴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오고 있었다.
이틀 정도 면도하지 못한 그의 얼굴은 까슬까슬하게 돋아난 수염으로 뒤덮여 있다.
“뭐야? 나 안 죽었거든?”
“하-! 농담하는 걸 보니, 정신은 있나 보네.”
필리프의 농담에 반응한 제롬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 클리닉 맞은편에서 산 꽃다발을 건넸다.
“저기다 놔줘. 있다 클라우디아가 알아서 해 줄 거야.”
“그래. 수술은 어때?”
“박사님이잖아. 완벽했어. 에이전트도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고 극찬을 하더라고.”
제롬의 뒤를 이어 안으로 들어선 나와 뮐러도, 일단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응? 너 손에 든 건 뭐야?”
“아, 이거요.”
필리프의 부상 소식에 다들 침울해하고 있을 무렵, 나는 또 한 번 한국적이고 어린 감성을 발휘해 롤링페이퍼를 써서 전달해 주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몇몇이 호응을 해주면서 의외로 쉽게 롤링페이퍼가 작성되었고, 난 글자로 빼곡한 그것을 필리프에게 건넸다.
비록 그 감성은 지극히 뮌헨적이고 또 독일인다운 것이었지만, 그래도 정성만큼은 분명 전달되었을 거다.
“하하하. 정말 고마워. 지금 보면 울 것 같으니까, 이건 나중에 보도록 할게. 이것도 저 앞에다 놓아줄래?”
“네. 알겠어요.”
“내 글자는 초록색이야.”
“토마스! 지금 그게 중요해?”
“중요하지! 필리프가 내가 적은 메시지라는 걸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퍽이나 좋은 말을 썼을까 싶어, 고개를 돌려 롤링페이퍼의 초록색 글씨를 찾아본다.
그리고 나는 곧.
“…….”
어이가 없다 못해 눈앞에서 갈가리 분해되어 사라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토마스!!”
“왜?!”
“거시기가 골절되지 않아 천만다행이야라는 말이 위로가 된다고 생각해?”
“당연하지! 거기가 부러졌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끔찍해?”
“아- 토마스, 토마스…… 이 머저리 녀석.”
어깨를 으쓱한 토마스가 필리프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사이, 롤링페이퍼를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둔 나는 동료들의 곁으로 가자마자 토마스의 등판을 두들겼다.
철썩-!!
“윽-!!”
“멍청이.”
“이봐! 대체 지금 왜 때린 건데?”
“몰라서 물어?”
눈치 없이 환자 앞에서 티격태격하는 나와 뮐러를 보며, 필리프가 이내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렇게 한참을 웃더니만, 자신이 없어도 뮌헨이 괜찮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 왔다.
“알지? 너희는 나 없어도 충분히 강해.”
“그래. 하지만 네가 있으면 더 강하거든?”
“하하. 그거 듣기 좋은 말이네. 그렇지만 말이야. 난 진심으로 말한 거야. 나는 그저…….”
“…….”
갑자기 숙연해진 필리프가 더 내뱉지 못한 말을, 우리 모두는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다.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
바로 그것이다.
“다행히 바스티가 돌아왔잖아. 걔가 내 대신 잘해 줄 거야. 그리고 너희 둘도 말이야. 제롬? 나는 늘 네가 팀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 생각했어. 그러니 동료들을 챙겨 줘. 그리고 다온? 너는 펩의 목소리야.”
“펩이라고요?”
“그래. 늘 그랬어. 네가 펩의 축구를 이해한 뒤부터, 우리는 늘 네 신세를 졌어. 올 시즌도 봐. 네가 이를 악물고 수비를 하니까, 우린 그렇게나 많은 뒷공간을 열어 주고도 실점을 하지 않을 수 있었어.”
“…….”
나조차도 크게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필리프는 어김없이 지적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그다.
필리프는 우리의 사소한 버릇까지도 알고, 작은 장점을 크게 부풀려 칭찬하는 재주를 가졌다. 그렇기에 이런 온화한 성격으로도, 제멋대로인 뮌헨을 하나로 묶고 있는 거다.
이 남자는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가장 위대한 주장이자,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이었다.
“내일 맨체스터로 가지? 날 위하는 거라면, 지지 말아 줘. 아마도 그게, 가장 큰 선물이 될 거야. 그리고 다음은 아마, 너희들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석양이 내려앉고 있는 병실 안, 나는 그렇게 필리프에게서 숙제 하나를 받게 되었다.
***
[펩 과르디올라의 선수 관리 능력에 대해, 사람들의 의문 부호가 집중되고 있다. – 더 선(잉글랜드)/2014.11.24.(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