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37)
436화
2014년 11월 24일. 맨체스터 M11 4TQ, 잉글랜드. 에티하드 캠퍼스, 노스 게이트, 400 애쉬튼 뉴 로드. 씨티 풋볼 아카데미(City Football Academy. Etihad Campus, North Gate, 400 Ashton New Rd. Manchester M11 4TQ, England).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 만수르 알 나얀의 운영 철학은 무척이나 단순했다.
‘일단 클럽이 매니저(Manager/감독)를 고용했다면, 그가 무엇을 바라든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하라.’
이는 축구 역사상 최고의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의 27년 맨유 커리어에서 참고를 했으며, 사업(돈)과 취미(축구)를 분리해야만 한다는 개인적인 신념 역시도 한몫을 담당했다.
만약 취미가 일이 되어 버린다면, 더는 그것을 순수하게 즐길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런 만수르의 운영 철학은 그 명암(明暗)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중이다.
“우리는 펩이 필요하네.”
“몇 년째 같은 이야기야.”
“나도 알아. 하지만 그야말로 우리 시티에 가장 이상적인 감독일세. 내 확신은 틀린 적이 없어.”
“…….”
지난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마누엘 페예그리니는 불과 하나의 시즌 만에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다.
맨체스터 시티의 두 번째 프리미어 리그 우승이란 업적으로도, 더는 신뢰하기 어려운 매니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여기엔 지난 6일에 있었던 패배가 큰 몫을 차지했다.
2무 1패로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던 맨시티는, 당시 E조 최약체로 평가되는 CSKA 모스크바를 홈으로 불러들여 네 번째 경기를 가졌다.
수월하게 승리할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결과는 1:2 패배. 그것도, 불평할 여지조차 없는 완벽한 패배였다.
그렇게 2무 2패가 된 맨체스터 시티는 현재, 남은 조별예선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더라도 경우의 수를 따져 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래도 바이에른 뮌헨이 지금까지 4승을 올려 준 덕에, 그나마 반사 이익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설령 맨체스터 시티가 기적적으로 조별예선을 통과하게 된다 하더라도, 만수르는 마누엘 페예그리니 체재 아래의 시티를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가 바라는 건, 바로.
“우리는 반드시 펩 시티를 만들어야만 해.”
지난여름 뉴저지의 대학에서 펩 과르디올라를 만났던 후로, 만수르는 팀의 수뇌부들과 ‘펩 시티(Pep City)’라는 비밀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펩 과르디올라를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으로 만들자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였으며, 그것을 위해 만수르는 겨울 휴식기와 내년 여름 다시 만남을 계획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비밀스러운 회동을 가지는 것이야,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번만 하더라도.
똑똑똑-
“왔군. 일어서지.”
“그래.”
오늘 오전 바이에른 뮌헨은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치르기 위해 맨체스터에 도착했다. 이후 그들은 호텔에 짐을 풀고 에티하드 스타디움으로 가 적응 훈련을 가졌다.
그렇게 뮌헨의 선수단이 에티하드 스타디움으로 향했을 때, 치키 베히리스타인이 경기장을 방문했다.
대외적인 목적은 펩 과르디올라와의 사적인 만남이었고, 세간에 널리 알려진 둘의 친분은 그것을 전혀 어색하게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엔 진짜 목적이 있었는데, 맨시티에서 보낸 차량을 세워 둔 장소가 적힌 쪽지를 펩에게 건네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다소 번거롭고 또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기록에 남지 않고 의심을 피하는 데는 이것이 가장 좋았다.
그래서 만수르와 칼둔 알 무바라크는 이렇게, 눈앞의 사내를 비밀리에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있던 만수르와 칼둔이 환한 표정이 되어 펩 과르디올라를 악수로 맞이한다.
“두 번째 만남이로군요.”
“하하. 그때나 지금이나, 캠퍼스인 것은 같군요.”
“재미있는 비유로군요. 하지만, 옳은 말입니다. 클럽은 단순히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미래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클럽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캠퍼스여야만 하죠. 유망주를 도외시한다면, 절대 그 클럽은 오랫동안 성공을 유지할 수 없을 겁니다.”
“훌륭한 말입니다.”
“별말씀을. 아, 그리고 여긴 칼둔입니다. 칼둔 알 무바라크. 우리 맨시티의 회장이죠. 부족한 저를 대신해, 이 클럽을 정말 훌륭하게 이끌어 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는 세 남자의 뒤로, 잠깐 전화 통화를 하고 있던 치키 베히리스타인이 뒤늦게 자리를 잡는다.
“다행히, 지켜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거 멋지군.”
현재 맨시티의 클럽 하우스는, 방역을 이유로 전원이 일찌감치 퇴근을 한 상태였다. 보안을 위한 인력 역시도, 현재는 만수르의 개인적인 보디가드로 대체되었다.
이렇게 극비리에 미팅을 진행하는 이유는 물론, 이것이 세간에 알려졌을 때 불러올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물론 에이전트를 통한다는 가장 손쉬운 방법도 있었지만, 이미 한 차례 그런 방법으로 대화를 나누다 실패한 지금은 양측 모두 직접적인 만남을 최선으로 여기고 있었다.
다만 만수르의 생각에도, 지금 이 만남은 예상보다 훨씬 이른 감이 있었다.
일단 그는 그 이유를 물었다.
“치키에게 대충 이야기를 전달받았습니다만, 사실 지금은 이런 대화를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 아니죠.”
“네. 알고 있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됩니까?”
“…….”
잠시 침묵하는 펩 과르디올라.
그는 불쑥 질문을 던졌다.
“실례가 안 된다면, 먼저 이것 하나만 물어도 됩니까?”
“응? 물론입니다.”
“이 클럽은 당신의 것입니까?”
“??”
만수르가 가장 처음 한 생각은, 당연히 맨체스터 시티는 자신의 것이라는 거였다.
하지만 만수르는 그런 당연한 답을 바라고 펩 과르디올라가 질문을 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네.”
만수르는 펩 과르디올라의 질문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솔직한 대답을 하기로 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온전히 저의 것입니다.”
“……그렇군요.”
“네. 이곳은 제가 지닌 운영 철학에 의해 완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의 취미와 밀접한 관련이 있죠.”
“취미라고 했습니까?”
“네, 맞습니다. 취미.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저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가장 신뢰하는 친구에게 이 클럽을 맡긴 거죠.”
만수르는 늘,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축구단을 운영하는 취미를 가지길 소망했다. 그리고 맨시티를 인수한 2008년 무렵은, 그것을 실천으로 옮길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이곳의 모든 것은 제 신념과 이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만약 그렇지 않게 된다면 제가 병든 것이 되겠죠.”
“…….”
“제 신념은 자본 외의 것들이 축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 클럽은 위대해진다는 겁니다. 알렉스 퍼거슨의 시대가 그것을 증명하고 또 역시 에드 우드워드의 시대가 마찬가지의 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안 그런가요?”
알렉스 퍼거슨은 EPL에 자본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전부터 이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영역을 클럽 내에 만든 상태였다.
그렇기에 자본이 스며든 뒤에도, 정치적인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이 독점하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暗鬪)들로 빠르게 병들고 있다. 이를 주도한 것은 현(現) 단장인 에드 우드워드이며, 그는 보드진과 선수단 사이에서 본인의 세력을 구축해 나갔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가 오직 돈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드워드는 자본이 목적이 된 정치를 맨유에 끌어들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바로 자본이자, 제가 바로 정치이니까요. 그리고 저는, 취미 생활에 굳이 골머리를 앓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후후후. 그거 멋진 삶이군요.”
“부끄럽지만, 전 성공한 남자입니다. 이 세상의 누구보다 말이죠. 그래서 저는 무척 고집이 셉니다. 이 클럽이 영원히 정치적인 요소에서 자유로울 거란 약속을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펩 과르디올라가 치키 베히리스타인에게 전화를 걸었던 이유는,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생활을 정리할 결심을 굳혔기 때문이었다.
시즌 시작과 동시에 불거진 의료진의 문제와 그걸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켜본 모든 것들이, 정치에 질려 고향 클럽을 떠난 펩을 빠르게 염세(厭世)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당분간은 바이에른 뮌헨에 집중할 생각이었고, 계약 기간을 채울 생각 역시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이 모든 일의 전에, 펩 과르디올라는 빠르게 다음 목적지를 정해 두고 싶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죠.”
“그렇습니다.”
“네. 그리고 이제, 당신의 질문에 답을 하겠습니다.”
“??”
“아까 당신이 말한 것처럼, 지금은 이런 대화를 나누기 좋은 시점은 아닙니다. 번거로운 일들도 무척 많고, 또 새어 나가면 정말 골치가 아파지니까요.”
하지만 펩은 반드시 이래야만 했다고 말했다.
꼭 지금이어야만 했다고 말이다.
“조건이 있습니다.”
“물론이죠. 듣겠습니다.”
“우선 저는 클럽에 상주하는 최고 수준의 의료진을 원합니다. 그들은 24시간 내내 선수단과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만, 더 보강하도록 하죠.”
“멋지군요. 그리고 둘째, 저는 제 사람들을 그대로 데려오길 원합니다. 카를레스, 도메네크, 로렌초, 마넬. 이 네 사람이죠.”
“그것도 좋습니다.”
조금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만수르가 마음에 들었던 펩은, 이제 가장 중요한 이유를 말하기로 한다.
“이건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
“그리고 지난번에 했던 말과 같은 것이기도 하죠.”
“……그로군요.”
“네. 하지만 일은 훨씬 더 쉬울 겁니다.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다온은 저를 따라오려고 할 겁니다. 99%는 장담할 수 있죠. 다만, 꽤나 값비싼 거래가 될 겁니다.”
이후 펩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의 합류를 확신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을 했다.
두 사람이 축구를 매개로 얼마나 끈끈하게 묶여 있는지 또 바이에른의 .e.V들이 김다온을 묶어 두려고 한 제안들을 그가 꾸준히 거절해 왔다는 것 등을 말이다.
다만 김다온의 계약 기간은 2017-18 시즌까지였고, 그 전에 김다온을 영입하려면 최소 1억 유로 이상이 필요했다.
돈이야 문제가 되지 않는 맨시티라지만 FFP는 언제든 클럽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는 요소였고, 그래서 펩은 미리 맨시티와 대화를 함으로써 많은 장치들을 만들고자 했다.
펩은 그것들을 맨시티의 관계자들 앞에서 몽땅 털어놓았고, 그것을 듣는 만수르는 마치 잘 짜여진 각본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며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이는 결코 그가 쉽게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어차피 클럽의 스쿼드를 갈아엎는 데에도 1년이 더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1년 동안, 저는 그가 합류할 무대를 만들어 두면 됩니다.”
“이거 놀랍군요. 그만큼 신뢰하고 있습니까?”
“선수로서나, 인간적으로나. 네,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럼?”
펩 과르디올라가 짜 둔 각본대로 일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맨체스터 시티 역시 해야 만 하는 역할이 있었다.
만수르는 지금 막 거기에 따르기로 결정을 했고, ‘김다온이 함께하는 펩 시티’를 만들 결심도 굳혔다.
그래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구체적인 계약서를 작성할 시점을 펩에게 물었다.
“이번 여름이 좋겠군요.”
“멋지군요. 그럼 저도, 다가올 여름엔 두 개의 계약서를 준비하겠습니다. 하나는 당신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누엘을 위한 것이 되겠죠.”
“필사적으로 그를 지켜야 하겠군요.”
“그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매니저를 지키는 건, 운영진들의 당연한 의무니까요.”
다시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
구두로나마 합의를 마친 지금, 펩 과르디올라와 만수르 모두 홀가분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떠나기 전, 만수르가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이는, 일종의 마지막 테스트와도 같은 것이었다.
“우리에게 합류하기로 한 결정이, 앞으로 당신이 뮌헨에서 지도를 하는 데 영향을 미칠까요?”
이것은 어떻게 보면 현재 소속된 클럽에 대한 배신이었고, 이미 마음이 떠난 곳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펩 과르디올라는 이렇게 답을 했다.
“저는 위선을 혐오합니다. 지금까지 축구를 해 오면서, 그런 위선들을 숱하게 겪어 왔죠. 하지만 제가 더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
“바로, 패배하는 겁니다. 그리고 제 축구가 더는 최고가 아니라는 소리를 듣는 거죠. 우리의 대화가 뮌헨에서의 저를 흔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저는 남은 2년 동안에도, 이 클럽을 최고로 만들 겁니다. 그럼.”
축구가 취미인 남자와 축구가 삶의 모든 것인 남자.
둘은 무척 달랐지만, 한편으론 기묘하게 닮아 있다.
펩 과르디올라를 다시 호텔로 데려다주기 위해 치키 베히리스타인 역시 자리를 떠나고, 다시 둘만 남게 된 만수르와 칼둔은 오랜 숙원을 해결했다는 기쁨에 술잔을 기울였다.
“정말 멋진 하루로군. 최고의 감독이 이미 우리에게 오겠다고 했고, 최고의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방법도 생겼지 않나. 그리고 감독의 이름은 펩 과르디올라고, 선수의 국적은 한국이야. 환상적인 하루로군.”
순수 정치적인 이유에서, U.A.E 국적의 만수르는 대한민국을 향한 일방적인 호감 같은 것이 있었다.
한국 선수가 하나도 없음에도 매년 1월 1일 그들의 공식 SNS를 통해 한국어로 된 새해 인사를 업로드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한국 사랑이 이유였다.
2014년 1월 1일에는 마이카 리차즈, 제임스 밀너, 스테반 요베티치가 그 역할을 맡았었다.
외에도 한국의 각종 기념일을 거의 빠지지 않고 챙기는 유럽의 클럽 역시, 맨시티가 유일했다.
“그거 아나, 칼둔?”
“응?”
“취미를 즐기는 순간의 남자보다, 세상에서 더 행복한 사람은 없다는 것 말이야.”
“하하하하. 그래. 자네의 말이 옳아.”
변덕스러운 날씨가 다시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지만, 거센 비바람도 둘의 기분을 망치고 있지는 못했다.
***
.2014.11.25. 경기 결과(Champions League G St.5R)
맨체스터 시티 3 : 2 바이에른 뮌헨
[골] 사비 알론소 : 전반 40분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전반 45분(제롬 보아텡)
김다온 ? 96분 출전(평점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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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3분 만의 퇴장. 87분을 10명으로 싸운 바이에른 뮌헨이 맨시티에 안타까운 패배를 당했다. – Goal.com(INT)] [세르히오 아게로! 해트트릭!! : 조별예선 통과 가능성이 생긴 맨체스터 시티. 전반 3분에 나온 마놀라스의 퇴장이 뮌헨의 조별예선 전승을 망쳐 놓다. – 데일리 미러]***
2014년 11월 25일. 네덜란드 상공(Over Netherlands).
필리프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전반 3분에 나온 마놀라스의 퇴장은 축구를 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2:1의 리드를 잡고도 역전을 당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당시에 우린 라인도 낮추고 있었는데, 후반 막바지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아게로에게 연속으로 골을 허락했다.
그리고 나는 특히 그 과정에서 나온 제르단 샤키리의 이기적인 플레이에 무척 실망했다. 교체 투입된 지 1분밖에 안 됐으면서, 최전방에 있단 이유로 수비를 소홀히 했다.
그 전까지 레비가 얼마나 헌신적으로 수비했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샤키리는 좀 더 성실히 뛰었어야 한다.
결국, 난 경기 후 그와 다퉜다.
[“이런 빌어먹을!! 네 득점보다 팀 승리가 몇 배는 더 중요해!! 그거 알아?!”] [“뭐?! 나도 팀을 위해 뛰었어!!”] [“X까!! 네가 팀을 위해 뛰었다고? 고작 2m 앞의 상대를 멍하니 지켜보다, 어시스트 패스를 허락한 주제에?!”]계속된 나의 비난에 얼굴이 빨갛게 변한 샤키리가 주먹을 뻗기 직전, 펩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정리되었다.
내심 일단 한 방 날려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충분히 울분을 표하지 못해 조금 아쉽기도 했다. 만약 선빵을 맞았다면, 난 그 즉시 반격을 했을 거다.
“후우우우~”
패배의 쓰라림과 동료를 향한 실망감이 섞여,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것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다,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내뱉길 반복할 뿐이다.
그나마 위안을 삼아 본다면, 필리프의 공백을 남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잘 커버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오늘은 피에르가 정말 잘 뛰어 줬다.
팀을 위한 헌신 그 자체였다.
그리고 또 하나 더 걱정인 건, 오늘의 패배가 나흘 뒤 헤르타 원정에 미칠 영향이다. 연승과 클린시트 모두가 망가진 끝에 나온 패배라, 다들 극도로 우울해져 있다.
높은 곳에 올라 있으면 있을수록 떨어지는 방법 역시도 중요한데, 나쁜 상황이 겹치고 겹쳐 나온 패배다 보니 안전장치 하나 없이 그대로 고꾸라진 것 같다.
‘필리프…… 이럴 땐 뭘 해야 하죠?’
부상으로 힘든 그에게 따로 조언을 구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만약 그였다면 지금 이럴 때 과연 무엇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마, 샤키리와 다투는 짓은 하지 않았을 거다.
‘아직도 난 멀었어.’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만이 잔뜩 부각되는 것을 느끼며, 나는 다시 힘겹게 눈을 감아 본다.
하지만 이내.
‘에이 씨.’
오늘 경기에서 아쉬웠던 순간이 자꾸만 떠올라, 결국 3초도 버티지 못하고 다시 눈을 뜨고야 만다.
패배는, 정말로 견디기 힘든 것이다.